[일터6월_알아보자, LAW동건강]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조영훈 회원, 노무사

 

최근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인미상 사망 산재로 사건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인정받은바 있다(서울2020판정 제2144호). 아래 글은 필자가 해당 사건의 재해경위서에 작성했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계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가 하나의 뚜렷한 메커니즘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으며, 다양한 스트레스 관련 인체 반응이 뇌심혈관계질환 발생에 기여하거나, 더 취약한 개인들에게서 질병 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보는 듯하다.1) 혈관 내벽을 두껍게 하거나, 고지혈증이나 복부 비만이 증가하거나,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2)

급성 스트레스가 심혈관계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하는 요인은 ⅰ) 심근허혈, ⅱ) 부정맥, ⅲ) 보다 위험한 혈전, ⅳ) 혈전형성의 위험성 증가 등으로 밝혀지고 있다.3) 한편 만성스트레스의 경우 ⅰ) 동맥경화를 촉진하거나, ⅱ) 만성적으로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하여 심박수 변이(HRV)를 감소시켜 동맥경화, 허혈성 심질환, 급성 심장사, 심근경색, 부정맥의 발현을 촉진시키거나 ⅲ)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ⅳ)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4) 이외에 <분노>하는 것이 급성심근경색증 발병의 유발인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사실 <분노>는 고객응대를 하는 콜센터 감정노동자에게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감정 상태이다.

2.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상의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근로복지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에 따르면, 별표2의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에 열거된 구체적 업무 또는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2021년 개정지침에서는 <별표4>를 신설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인정사례를 예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으며,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례는 나와 있지 않다.

[별표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부하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 부분 제외)

1. 발병에 근접한 시기에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건   

사건
업무상 재해로 큰 상처나 병을 입었다
중대한 사고나 재해발생에 직접 관여하였다.
비참한 사고나 재해의 체험(목격)을 하였다.
중대한 사고(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었다.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업무상 큰 실수를 하였다.
업무에 관련하여 우법 행위를 강요 당했다.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동(전근, 배치전환, 비연고지 근무 등)이 있었다.
상사, 고객 등과 큰 트러블이 있었다.
심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
성희롱이 있었다.

2.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구체적 업무
항상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재산이 위협 받을 위험성이 있는 업무
위험회피책임이 있는 업무
인명과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판단이나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
극히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업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
과도한 달성목표 또는 업무량이 할당되어있는 업무
정해진 시간(납기 등)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곤란한 업무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생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업무
주위의 이해나 지원이 없는 상황하의 곤란한 업무
복잡하고 곤란한 신규사업,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업무

콜센터상담 업무는 위 지침 별표2의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표에는 구체적 업무의 하나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와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쟁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콜센터 상담사로서의 업무는 상담사 혼자 회사를 대표해 고객과 전면에 서는 일로서, 업무처리능력 및 서비스 정도에 따라 기업이미지가 좌우될 정도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며, 업무 특성상 고객과의 트러블이 필수불가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콜센터상담 감정노동에 따른 업무스트레스

콜센터 상담 업무는 전화가 걸려올 때 수동적으로 전화 상담에 임하게 되며,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예측 불가능하다. 또 상시적으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때 이미 격앙된 상태의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기에 폭력이나 폭언, 부당한 요구에 노출될 확률이 더욱 높다.6) 당연히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밖에 없는 근로형태다.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감정노동자 종사자인 판매원과 전화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재자와 같은 전화상담원의 경우 68%가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경험하였고,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은 72.2%, 욕설은 65.5%, 성희롱은 32%로 판매직 근로자보다 높았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전화상담원의 경우 통화가 실제 대면하지 않는 준 익명 성격을 띠기에 더욱 감정노동에 있어서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또한 직접적으로 산재법상 재해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상담 업무를 하는 직원에 대한안전보호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아래 표 참조)도 나와, 콜센터 고객응대 감정노동자가 처한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성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보호 의무에 대해 법원이 확인한 예도 있다.8)

서울남부지법 2012가단25092,
선고일자 : 2013-06-21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객에게 즐거움 같은 감정적 반응을 주도록 요구되는 동시에 사용자로부터 감정 활동의 통제, 실적 향상 및 고객 친절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우울증, 대인 기피증 등 직무 스트레스성 직업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로서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하여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발생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고객과 사이에 근로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감독자로서 개입하여 분쟁의 원인을 밝히는 등 중재역할을 다하여야 하고, 고객의 위신을 높이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근로자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지시함으로써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노동과정에서 식사시간,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생활상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고객과의 분쟁이나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또는 심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노동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에 대하여는 이를 적정선에서 규제하여야 할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또 대법원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바와 같이 망인이 담당하던 주된 업무는 민원인들로부터 심한 항의와 욕설을 듣기도 하는 민원상담 내지 민원처리 업무로서 그 업무의 양을 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라고 판단하여 대민 업무가 양적으로 과중하지 않더라도 업무 자체가 질적으로 스트레스를 강하게 유발하는 점을 고려한 바 있다.9)

4. 결어를 대신하여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콜센터 상담노동자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감정노동을 수반할 뿐 아니라 상시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업무로 뇌심혈관계질환과의 업무상관련성이 높다고 보인다. 미처 소개하진 못했지만, 사실 뇌심혈관계질환 사건의 산재여부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모름지기 주당 업무시간의 길이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의 고인은 사망 전 주말에 재택상담근무를 계속해왔는데, 공단 재해조사 과정에서 이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었다.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상담사의 재택근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재택근로시간을 업무시간으로 판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1) 최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뇌심혈관질환 평가 과정의 개선방안」,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질환 심의과정의 쟁점과 개선과제』(2016), p. 47.에서 재인용.

2) 최민, 위의 보고서, 같은 쪽.

3) 조정진, 「직무스트레스와 심혈관계질환」, 『가정의학회지』제23권제7호(대한가정의학회, 2002. 7), pp. 842-3.

4) 조정진, 위의 논문, pp. 843-4.

5) 안전보건공간, 「뇌·심혈관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인 이해」(2018.3), p. 24.

6) 김민정, 「감정노동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안」, 『이화젠더법학』제6권 제1호(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2014. 6.). p. 174.

7) 박찬임 외, 「서비스산업의 감정노동 연구 - 판매원과 전화상담원을 중심으로」(2012, 한국노동연구원), pp. 193-9 참조.

8) 김민정, 위의 논문, p. 175 참조.

9) 문무기, 「서비스산업 정신질환의 산재법상 법리」, 『법학논고』제41집(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p.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