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자, LAW동건강] 산업재해 승인 이후 맞닥뜨린 사회보험의 현실 / 2021. 03

[알아보자, LAW동건강]

산업재해 승인 이후 맞닥뜨린 사회보험의 현실

이성민 회원, 노무사

 

산업재해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으신 것이므로 요양비 지급은 가능하지 않다.”

산업재해로 인한 상병으로 치료받으신 것은 건강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재해자의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비 청구가 가능하지 않으며, 건강보험 급여도 제한되었다. 심지어, 건강보험공단은 A에게 이미 지급하였던 건강보험 급여는 부정수급이므로 전액 환수조치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떤 상황일까?

이 사건 당사자인 A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반도체와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다. 온갖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하혈 등 증상을 겪어왔던 A는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워 퇴사했다. 그러나 일을 그만둔 A는 난소암을 진단받았다. A는 양쪽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는 몇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항암치료도 병행했다. 2018A는 자신이 일했던 전자산업에서의 유해요인이 각종 암을 비롯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난소암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하였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지만, 수십차례 실시한 항암치료는 A의 몸을 망가뜨렸다. 혼자 생활하던 A는 후유증으로 인해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을 견뎌내기 힘들어 산업재해 승인 이후에도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대부분 날을 입원하여 지냈다.

A는 통증과 불안감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A의 생활반경 주변에 암 전문 요양병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병원에 입원하였고 2년의 흘렀다. A는 나중에야 입원한 요양병원이 산업재해 비지정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A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건강보험공단 담당자는 말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치료 및 요양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 할 수 없다. 당해 비용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요양병원에 지급해온 건강보험 급여는 모두 부정수급이므로 모두 환수조치 할 것이다

A는 건강보험공단 담당자에게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이기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해 요양비를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동시에 근로복지공단 담당자에게는 산업재해 환자가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다면, 산재보험은 물론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산재보험법에 따라 지정된 의료기관에서의 요양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 당해 요양급여는 산재법상 지정된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요양한 경우에만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요양급여)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항에 따른 요양급여는 제43조제1항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요양을 하게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요양을 갈음하여 요양비를 지급할 수 있다.

1항의 경우에 부상 또는 질병이 3일 이내의 요양으로 치유될 수 있으면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1항의 요양급여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10. 6. 4.>1. 진찰 및 검사2. 약제 또는 진료재료와 의지(義肢) 그 밖의 보조기의 지급3. 처치, 수술, 그 밖의 치료4. 재활치료5. 입원6. 간호 및 간병7. 이송8.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요양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산재보험은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응급진료 등 긴급한 요양, 공단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해자에게 요양비를 지급한다. 공단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중 대표적인 예는 산업재해 승인 전 실시한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요양이다. 이외 대부분의 경우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대해서는 요양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8(요양비의 청구 등)

1. 법 제43조제1항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이하 산재보험 의료기관이라 한다)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응급진료 등 긴급하게 요양을 한 경우의 요양비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요양급여에 드는 비용(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제공되지 아니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 법 제40조제4항제2호 중 의지(義肢)나 그 밖의 보조기의 지급

. 법 제40조제4항제6호 중 간병

. 법 제40조제4항제7호의 이송

3. 그 밖에 공단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요양비

결국 산업재해 승인 이후의 재해자들은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요양이 사실상 강제된다. 건강보험에 비해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이 협소한 점을 고려한다면 재해자들의 의료선택권이 상당히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가령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다 해당 상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경우, 산업재해 승인 이후의 치료에 대해 산재보험법상 요양비를 청구하려면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으로 전원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변경됨에 따라 당연히 재해자와 관계를 형성하여 상병을 치료해왔던 주치의도 바뀐다. 재해자는 새로운 치료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물론,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자들을 위해 적절한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을 탐색하거나, 소개해주는 일은 거의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대해서는 요양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할 뿐 모든 부담은 재해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산재보험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와 건강보험 급여 제한

앞서 살펴본 A의 사례와 같이 산재보험법상 요양비 청구를 포기한 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요양하면 어떻게 될까? 산업재해로 인한 상병이라도 재해자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와 안정적인 요양을 병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산재보험은 물론 건강보험 급여 역시 지급이 제한된다. (2019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4%, 특히 암환자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79%라는 점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료비용 부담을 재해자가 오롯이 걸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 급여의 제한 사유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중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부상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2.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단이나 요양기관의 요양에 관한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3.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제55조에 따른 문서와 그 밖의 물건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질문 또는 진단을 기피한 경우

4.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부상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

그리고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해석은 다른 법령에 의한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현실적으로 지급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법령에 정한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의 요건이 충족되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경우 및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다.

전술한 A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A의 난소암은 산업재해로 승인되었으며 비지정병원이 아닌 지정병원에서 요양하였다면 산재보험에 따른 요양비를 지급받을 수 있었기에 건강보험 급여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결론적으로 산업재해 승인 이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대해서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당해 치료와 관련한 모든 비용은 재해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산업재해 승인 이후에도 재해자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산업재해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으신 것이므로 요양비 지급은 가능하지 않다.”

산업재해로 인한 상병으로 치료받으신 것은 건강보험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A는 계속하여 억울함을 호소하였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A에게 돌아온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의 답변은 간단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를 선택하여 산재보험 적용을 포기하였으므로,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했다.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는 비지정 의료기관에서 요양한 A의 잘못이므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결국 A는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산업재해에 대해 요양하여 수천만원의 건강보험 급여를 부정수급한 자가 되었다.

A의 마음으로 생각해본다. 산업재해로 인정된 상병에 대해서도 비지정 의료기관에서의 치료에 대한 요양비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현재의 산재보험 제도, 현실적으로 산재보험에 따른 보호가 불가능하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치료이므로 건강보험의 적용 역시 일률적으로 배제된다는 건강보험공단의 논리, 이러한 행정에 대해 누구도 알려주지 않다가 2년이 지난 후 불쑥 이루어진 부정수급자로의 낙인과 환수 통보까지 어떤 내용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다. 사회보험은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리고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히 보호하고 작동해야 한다. A에게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신뢰할 수 있는 안전망이 아닌 고통스러운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