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박기형/상임활동가

 

  <일터>에서는 돌봄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돌아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등 다양한 직종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던, 작년 연말에 청와대 앞에서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또 다른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생활지원사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생활지원사의 노동을 들여다보고자 생활지원사 J님과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독거노인의 생활을 받치는 사람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활을 지원한다'라는 말이 참 모호하게 다가왔다. 독거노인의 '어떤' 생활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원한다는 것인지, 지원이라 함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J: 생활지원사는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처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안부확인, 생활교육, 사회참여 프로그램, 일상생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 대상 사회복지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생활지원사들은 2020년 1월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2000년대 초중반 시행되었던 기존의 노인돌봄서비스들은 ① 노인돌봄기본서비스 ② 노인돌봄종합서비스 ③ 단기가사서비스 ④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⑤ 초기독거노인 자립지원 ⑥ 지역사회자원연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를 노인돌봄사업 간 장벽을 없애고, 수혜자 요구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통합‧개편한 것이 바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다.

J: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의 생활지원사가 있습니다(2020년 7월 말 기준, 2만 5470명). 이들이 독거노인 45만 명을 돌보고 있다고 봐도 되어요. 하루에 5시간씩, 평균 16명의 노인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용자들은 일반군과 중점군(신체·정신적인 기능제한으로 일상생활 지원 필요가 큰 대상)으로 나뉘어요.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전 이용자(중점군 2~3명 & 일반군 14명, 총 16여 명)들에게 일정대로 안부전화를 하며 말벗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방문을 합니다. 병원, 관공서, 은행 등 필수적인 외출에 동행하기도 하고요. 중점군의 경우에는 말벗서비스 외에 일주일에 2번 각각 2시간씩 직접 가정에 방문하여 가사지원서비스 등도 지원합니다.

필수적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

  정부의 사업안이나 교육에서는 특정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요양보호사나 가사관리사처럼 이용자의 거동과 가사노동 전반을 챙기게 된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지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에겐 업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J: 생활지원사의 전신은 생활관리사예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실제로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받고 계신 이용자들도 '집에 왔다가는 아줌마', '전화해 주는 사람', '일하러 오는 아줌마나 어딘가에서 오는 복지사'라고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시거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본인이 때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해도, 이용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제대로 안 해주다 보면,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업무 만족도도 낮아지고, 심지어 일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한 걸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 통합·개편되면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묶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노인돌봄종합서비스·단기가사서비스 등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고, 사회적 인정조차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의 고용불안, 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과 직무스트레스, 성폭력 위험 등의 안전과 건강상에 유해한 노동환경과 긴밀히 연관된다.

최순미: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필수적인 영역이 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점차 시장화되는 돌봄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치 과거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을 무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했던 것처럼 말이죠. 최저임금을 받으며, 마치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취급받고 있어요. 여성이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 평가 속에서 급여 등 노동조건이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어 버리는 거죠.
 

▲ 2020년 12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노인생활지원사 집단 해고 철회 및 고용안정 촉구 기자회견" 당시 사진.

노동권 보장에는 손놓은 정부

  생활지원사들은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며 방문해야 한다. 이동은 업무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동에 드는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동시간 또한 근무시간으로 산정되지 않기도 한다. 더욱이 생활지원사들을 관리하겠다면서,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광장앱'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순미: 맞춤형 광장앱은 기본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활지원자들은 5시간 근무시간 동안 맞춤형 광장앱을 실행시켜야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의 위치가 기관이나 센터에 자동적으로 보고가 되고 있는 거예요. 3분마다 위치가 추적당하는 거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기본이죠. 더구나 최저임금을 주면서 이동경비뿐만 아니라 광장앱 사용에 따른 데이터 비용까지 자비 부담이에요.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때론 앱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기기변경까지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마찬가지죠.

  더욱이 광장앱은 노인생활지원사의 업무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걸 부당하게 근무시간 미준수 또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방문시간이 짧을 경우 집 앞이나 주변을 서성이면서 시간을 채워야 하고, 식료품 등의 물품을 전달해야 할 때 이용자가 집에 부재할 경우에는 선 전달 후 앱상 방문체크를 위해 해당 가정에 재방문하는 일도 빈번하다. 서비스 제공의 효율은 증대되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노동강도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앱만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적합한지, 잘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하지만 다른 복지서비스들처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다 보니, 앱 관리는커녕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J: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을 가족에게서 시장으로 이관시켜 왔어요. 그렇게 사회복지 영역에서 시장화가 확대되었죠. 국가는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이용자들이 기관과 종사자를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기본적인데, 이때 해당 기관들에선 이용자들을 많이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요. 그래서 기관들은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한 잡음 없이,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려고 해요. 처우 개선도 안 하려고 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죠. 노동자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보건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개편하면서 서비스 대상자를 35만 명(2019년)에서 45만 명(2020년)으로 10만 명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민간위탁 기관들에서는 기관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대상자가 18명에 이르지 못하는 생활지원사들에게 나머지 대상자를 발굴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담당 지역의 독거노인 리스트를 나눠주면서 방문하거나 전화로 서비스 제공을 권유하거나, 기존 이용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등의 사회복지사 업무를 재고용을 운운하며 이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최순미: 보건복지부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들이잖아요. 그런데 민간위탁을 줬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민간위탁 사업방식을 취한 사회복지 영역 대부분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있어요. 1년 단기계약해놓고 해고시킨다든가,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센터나 담당자별로 (재)채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버린다든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지침을 내리지만, 법률 수준이 아니니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이 빈번해요. 현장에선 정부 지침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어요.
 
생활지원사가 마주하는 위험

  생활지원사들은 노인들의 일상을 챙기기 위해, 전화할 뿐만 아니라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한다. 제공할 서비스가 규정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삶을 살피다 보면, 부득이하게 또는 자발적으로 업무를 넘어선 일들을 나서서 하게 될 때가 많다. 더욱이 청소·정리 등이 거의 되지 않거나,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들이 많은데,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 시간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하기에, 직접 청소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업무 외 노동, 매뉴얼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들이 많다는 것으로 생활지원사의 위험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폭언, 폭력, 성폭력 등의 위험에도 늘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조치나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은 부재한 상황이다.

J: 그 외에,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생활지원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고통이에요. 대표적으로 노인분들이 응급상황에 처하는 걸 목격하는 일이 발생해요. 우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시면 긴장되고 불안해요.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죠. 물론 밤중에 취한 채로 전화하거나 수시로 전화를 거는 일도 부담이 되지만요. 방문했는데, 갑자기 쓰러져 계신다든가 하면, 긴급히 대응해야 하잖아요. 저도 최근에 한 분이 돌아가실 뻔한 사례를 겪었는데, 3~4시간을 119 불러서 후송하고 챙기고 그랬어요. 그때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요.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구나 싶어요.
 
최순미: 하지만 정부나 기관들에선 생활지원사들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트라우마 치유도 해주지 않아요. 긴급상황에 대한 대응매뉴얼도 없고 교육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도 않죠. 결국, 개인 몫으로 남겨질 뿐이죠.
 
문제해결의 시작, 사회적 인정과 공공성 강화로부터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과정 등 전반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J님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J: 노인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해질 거예요. 초고령사회로 노인인구 증가는 기정사실이고 이 노인들 중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와 단절된 노인들은 방치할 수 없잖아요.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돌봐야 해요. 하지만 정부는 민간기관과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이용자들의 편의와 취업통계 상 고용률만 고려하다 보니, 정작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우리 생활지원사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당면한 문제를 조직된 힘으로 바꿔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