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건강상식] 갱년기 여성이 건강한 일터를 위해

▲   여성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의 어려움이 개인의 질병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배려의 제도적 장치의 테두리에서 보호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의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한 노동이 보장될 수 있다.

어느 흔한 날

어느 오전, 진료실에서 마주한 50세의 여성환자는 안면 홍조, 불면증, 감정기복, 우울감, 전신 관절통을 호소했다. 그녀의 나이는 50세. 앞으로도 30여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러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는 하루 하루가 힘들어 차라리 죽을 생각도 해봤다는 그녀는, 이야기 도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아직 아이는 엄마의 손이 필요한 고등학생, 심지어 수험생이고 남편은 바쁘게 일하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이의 수험생 뒷바라지를 위해 용돈벌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경력 단절로 쉽게 일을 구할 수 없었다는 그녀는 집 근처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겪고 있는 그녀의 신체적, 감정적 변화는 그 귀한 파트타임 업무조차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될 것 같아 그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 환자의 이야기는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며 하루에도 여러 명 만나게 되는 40대 후반~50대 초반 환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아픈 것이 서러워 쉽게 눈물까지 보이는 그녀들의 진단은 폐경 및 갱년기 증후군이다.

폐경이란

폐경이란 여성의 생식기관인 난소의 기능이 소실되어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상태를 뜻한다. 대부분의 폐경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하나로 평균 50세 경에 발생한다. 의학지식 및 기술의 향상으로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훌쩍 넘기게 되어 일생의 1/3을 폐경 상태로 살아가게 되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의 관리는 그 중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월경이 끝나면 그때부터 갱년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갱년기란 가임기 이후 폐경이행기를 거쳐 폐경이 이르는 기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난소의 노화에 의해 배란 및 난소 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생리 후 1년까지의 기간을 '폐경 이행기' 라고 하며, 무월경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 '폐경'으로 진단한다. 보통 폐경 이행기에는 생리가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난소의 노화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결핍을 가져오고 배란 촉진을 멈추게 한다.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지칭하는 말로, 2차 성징을 발현 시키고 월경을 시작하게 하며 심혈관계 및 근골격계에 작용하여 신체 보호작용을 하고 있다. 폐경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 이에 따른 여러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급성증상으로 안면홍조 및 발한 등의 혈관운동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심한 경우 불안감, 감정기복, 우울감, 기억력 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아급성 증상으로는 비뇨생식계의 위축에 따른 증상으로 질이 건조해지고 부부관계시 통증이 심해지며, 생식기 면역저하로 인해 질염, 방광염, 요실금 등의 증상도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및 관절계에 변화가 오는데 골다공증의 진행이 빨라지는 한편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부 탄력이 감소하며, 근골격계의 통증 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폐경 여성은 심혈관계 질환 및 치매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적인 면에서 여성 호르몬의 부족은 대뇌 정서조절부위의 수용체에 교란을 일으켜 불안감, 감정기복, 우울감, 불면증 등의 증상을 야기한다. 이러한 일련의 증상들이 바로 폐경을 겪는 여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갱년기 증후군'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폐경 1~2년 전부터 시작되어 폐경 후 3~10년간 지속될 수 있다.

폐경이 아닌 완경?

영어로 폐경을 뜻하는 menopause의 어원은 'Meno +Pause' 로 이는 달의 주기가 멈추었음을 뜻한다. 우리말로 '폐경'이라는 단어에 쓰인 '폐(閉)' 자는 닫다, 막히다, 그치다, 마치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이다. 즉, 버리다, 폐하다의 뜻을 가진 '폐(廢)' 자와는 다른 한자인 것이다. 그러나 한글로 발음하여 읽을 때의 '폐경'은 끝났다는 의미를 강조하거나 버리다는 뜻으로 오인되어 여성의 정체성의 종말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고, 마치 여성은 재생산이 가능할 때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에 '폐경'이 아닌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10여 년 전부터 있어왔다. '완경'이라는 단어는 끝났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한 과정을 잘 완성하고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는 폐경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대변해주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변화 및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갱년기 여성의 노동

2019년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여성의 평균 고용율은 51.6%이며 (남성의 고용률은 70.7%)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후반에서 71.1%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50대 초반(68.0%), 40대 후반(67.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결혼과 육아를 하는 30대 초반과 30대 후반에 경력이 단절되며 고용률이 감소했다가 40대 이후 다시 증가하는 M자 형태의 곡선을 보이는것이다. 경력단절 여성인구의 비율은 전체 기혼여성의 19.2%로 최근 5년간 3% 정도 감소했으나 비슷한 추세이다. 고용률의 연령대별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해 보자면, 고학력 및 미혼 또는 출산하지 않은 경우는 M자형 곡선을 보이는 전체 여성 평균과 다르게 30대의 고용률이 감소하지 않는 ㄱ자 형태의 곡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직종의 분포를 살펴보면 45~65세 여성의 직종 분포는 타 연령대에 비해 도소매음식숙박업(마트노동자 및 청소노동자 포함), 광공업(제조업 노동자 포함) 및 기타 가구내 고용활동(청소도우미, 육아도우미 포함)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통계 결과들은 40대 이후의 여성 노동이 상대적으로 저학력, 저소득층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발생하며 그들의 노동 형태가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이며 고용불안정성을 띨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갱년기의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

갱년기는 개개인이 느끼는 증상의 경중이 다를 뿐 모든 여성이 겪는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갱년기 여성의 건강 관리는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것이 당연하겠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공적인 사안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슬며시 감추거나 여성 개인에게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갱년기 여성의 보건의료적 접근성은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병원을 방문하여 필요한 검사와 호르몬제 복용에 대한 상담을 하고, 적절한 식이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갱년기 여성 인구의 2/3는 임금 노동자이기에 그들의 노동 환경 개선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45~60세 여성노동 인구는 시대를 거치며 크게 늘어났으며 이는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수반하는 갱년기 증상을 견디며 일하는 노동자의 수도 클 것임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들은 앞서 언급했듯, 오히려 비정규직, 저임금, 높은 신체 노동강도 등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임신한 노동자에게 초과근무를 제한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해주며, 태아 검진 시간을 허용하고 유산 및 출산 시 휴가가 보장되는 것처럼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노동자에게도 탄력적인 근무시간 조정, 융통성 있는 작업 환경, 조용하고 쾌적한 휴게공간과 휴식 시간의 보장, 폐경기휴가제, 적절한 관리자 교육 등의 제도적 개선 장치 마련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갱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의 어려움이 개인의 질병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인 배려의 제도적 장치의 테두리에서 보호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의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한 노동이 보장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