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어떻게 다루는가?

[일터 1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번역: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일본에서 노동자가 과로를 사망 이유로 인정받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법원에서마저 노동자의 근무 상황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사측이 가져온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를 원인으로 인정하는 상황은 큰 벽 앞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및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최초의 법, '과로로 인한 사망 및 상해 방지 조치 추진 법령'이 2014년에 통과되었다. 최신판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정부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86명을 산업재해자로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88건의 자살 또는 자살미수(과로자살)가 업무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의 보상은 상실한 미래 소득의 일부만을 보전할 뿐이며, 피해자 가족이 산재 보상을 받더라도 전 고용주는 사건이 법원에 제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제소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원은 종종 여러 이유를 들어 전 고용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2011년, 산세이(Sansei/역자주–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 회사) 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영업 기술부서의 관리자로 출장이나 팀원 평가 등 업무에 쫓기던 A씨는 사망 전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85시간 48분, 2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111시간 9분으로, 국가의 과로사 산재 인정 판단 기준인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휴일에도 출근하면서 A씨는 가족에게 '나는 과로야. 이 회사는 비정상적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고소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측은, 조사를 담당한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뇌출혈은 고혈압 및 나이와 같은 고인의 기저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직금 50만엔을 지급했을 뿐,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마키(Hanamaki) 노동기준사무소는 회사가 보관한 고인의 작업일정표와 일일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인이 사망 전 2개월 동안 과중한 업무부하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유가족은 과로사 피해자 가족을 돕는 도쿄의 노동 NGO인 POSSE의 지원 하에 회사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약 6500만엔의 손해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포함된 이유는 회사가 이미 2012년에 해산 신청을 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뚫기 힘든 과로사 산업재해 승인

법정에서 회사는 고인이 고혈압과 "건강에 해로운 식사"와 같은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사망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설사 과로가 있었더라도, 다른 직원이 고인이 맡았던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고려함으로써,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이사회 구성원은 고인의 과로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가 제출한 작업일정표에, 고인이 실제로 과로사 기준보다 더 오래 일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있어 이사회가 고인의 과로를 이미 인지하고(혹은 인지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은 공장 관리자로서 고인이 일했던 곳의 바로 옆방에서 일을 했고, 때로는 같은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 법원은 회사는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그로부터 제외된다고 판정내렸다. 이는 회사가 이미 해산되었으므로 유가족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원은 공장 관리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고인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했고,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고인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초과근무시간을 사망 2개월 전 111시간 9분에서 사망 1개월 전 85시간 48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기각했다.

판사는 회사가 고인의 작업량을 과로사 기준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시도했다고 주장한 조치가 무엇이든, 실제로 구현된 것은 없다. 고용주의 의무가 단지 과로를 줄이려는 시도뿐이라면, 고용주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일을 시킨 뒤 나중에 실제로 실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조치를 열거하며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설령 유가족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액의 70%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법 제도가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몹시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과로사 사건은 법정에 제소조차 되지 않는다. 2019년 사업장 산업재해 보상 신청 건수는 936건이었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을 승인한 건 216건(사망 86건 포함)에 불과했다(승인률 23%). 피해자 가족이 과로나 괴롭힘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이 드러나지 못하고 묻힌다. 과로사 피해자 가족이 정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과로를 강요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