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과로사통신]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김다연 상임활동가

 

낮은 과로자살 산재 신청률, 과소보고 된 업무관련 자살

 

2018년 과로자살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 건수는 95건으로, ‘직장 및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이들 487명 중 19.51%에 불과했다. 2019년도에는 자살한 598명 중 72명만이(12%)신청했다. 그나마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과로자살 건수도 실수치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유는 경찰청에서 전체 자살 건을 자살 동기(원인)별로 분류하는 방식에 있다. 경찰청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와 여타 다른 자살 원인들을 각자 독립적인 원인으로 설정하고,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분류한다. 2014~2019년까지 여러 동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였다. 하지만 설사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자살을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라 할지라도, 이는 동시에 다른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혹은 다른 원인들과 혼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한 면면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과로자살을 포함한 여러 자살 사건들이 단순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묻히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과로자살 현황이 온전히 집계되지 않고, 그나마 과로자살이라는 제 이름을 입고도 산재를 통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매우 적은 현실.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노동현장의 조건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많은 자살이 개인과 그 가족의 비극으로만 남고 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변화도 있었다. 업무상 정신질환이나 자살에 관한 산재승인 기준이나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자살이 그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봐야 할 문제라는 점을 보다 인정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왔다.

 

과로자살 산재승인율의 증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산재보험법에서는 자살을 스스로 고의적으로자해를 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개인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업무가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혹은 정신적 이상 상태를 유발했고, 그 이상 상태에서 비자발적으로자살로 내몰린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 자살 그 자체가 아니라 업무로 유발된 정신 이상 상태가 있었는지에 방점을 찍는다. 산재보험법 대통령령에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3가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1]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2020.01.07. 개정안 기준

 

이 때문에, 일반 질병의 경우 산재승인을 받으려면 그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지만 과로 자살의 경우는 이중 증명의 부담이 있다. 자살하는 당시 정신적 이상 상태였고 그 이상 상태가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 모두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법원의 판정과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모두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가능범위를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적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신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정했다. 또 업무 때문에 발생한 정신질환과 자살의 인과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거나, 당사자가 겪었던 정신질환과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회평균인에 비해 그 조건이 더 극심하지 않았다면 자살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특이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그러나 근래 법원은 개인의 내성적인 성격(현재까지도 일명 정신적 취약성으로 간주되는)이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정신질환 유발 소인, 혹은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업무가 자체가 정신질환을 발생시켰거나 혹은 악화시켰고 그로 인해 자살을 했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 역시 몇 차례 개정되면서, ‘정신적 이상 상태를 보다 폭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왔다.

 

3차 개정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2016년도 개정)에서는 자살의 업무관련성 조사 시 정신병적 이상 상태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정신질환을 보유한 상태로 협소하게 규정한다. 하지만 제4차 개정지침(2019년 개정)은 정신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이상 상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로 완화했다. 또한 제4차 개정 조사지침은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한 명백한 증명이 아니더라도 사회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추정으로 증명할 수 있고,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이나 자살 직전 정신병적 증상(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이 없었다는 사실도 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대법원 2017. 5. 31.선고 201658840)을 참고사례로 싣고 있다. 이는 지침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은 산재 승인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도 2016년도 2017년도 2018년도 2019년도 2020년도
신청() 59 58 77 95 72 87
승인() 22 20 44 76 47 61
승인율(%) 37.3 34.5 57.1 80 65.3 70.1

[2] 2015-2020 과로 자살 산재 현황(출처 : 근로복지공단)

 

물론 산재 신청률 자체가 매우 낮다. 게다가 자살이 산재일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에서도 산재를 신청한다는 건, 근거가 명확해서 승인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니 폭넓은 범위의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한 시기의 승인율은 또 다를 수 있겠다. 그래도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할 시 2배 가까이 증가한 승인율은, 개인의 성격이나 유전적 특성보다 그가 처해 있었던 노동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한 질병판정위원회 내부의 가치관과 법원의 판결 추세, 산재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1) 중 세 번째 기준인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20194차 개정지침)조항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변경되었고, 이는 올해 1월 제4차 개정지침에 추가로 반영되었다. 여기서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란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그러한 사고가 있으면 그러한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의학적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그 인정되는 범위의 크기는 논쟁 지점이다. 그렇더라도 의학적 인정이라는 말이 빠졌다는 건 나름 큰 의미를 가진다. 바뀐 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던 이력이 없고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경우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단기간 내 큰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경우와 같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에 의거해 입증하기 어려웠던 사례라도, 노동환경이 큰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만 했다면 자살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산재를 승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과로자살, 정신적 이상상태 매개 없이 산재 승인 받을 수 있어야

 

정신적 이상 상태입증 요건이 이렇게 변화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이상상태를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요건으로 두는 법 제도에는 여전히 비판 지점이 있다. 이미 기존의 여러 연구들은 자살이 이미 정신질환을 전제한다거나, 또는 자살은 본래 원천적으로 고의성을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고(위에 언급했듯 정신질환을 매개하지 않은 자살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산재인정을 하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 발병 없이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아왔다. 어떤 근거가 더 합당한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과로자살에서 정확히 지목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이상상태 여부가 아닌, 그 노동자가 얼마나, 어떤 식으로, 어떤 대우 속에서 일을 했는가를 봐야한다는 점이다. 법 제도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7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623일자 신문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이 뇌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 관련인지 혹은 과로사인지 판단하는 과로사 기준의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돼 온 현재의 판단 기준에서는, 질병 재해 발생 전 한 달 동안 100시간 혹은 질병 재해가 발생하기 2~6개월 전 평균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했을 경우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초과 노동 여부를 과로사 판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직장 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고려한다고 정부는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제까진 실질적으로 초과 노동 시간이 가장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는 업무 관련으로 승인된 사건들 중에서 초과 노동시간이 한 달 동안 80시간 미만인 사건은 단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피해 가족 구성원들은 수 년 동안 이 기준을 낮출 것을 주장해 왔다. 정부나 법원은 피해자가 한 달 동안 60-7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과로사 인정을 거부한 사례가 많다.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의 노동 조건과 같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증거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 없다. 이렇게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의 실 노동시간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과 노동 시간이라는 판단 기준은 추가적인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정부 부처 스스로도 한 달 동안 45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뇌심질환 발병을 야기할 위험이 높다고 인정했고, 세계 보건기구(WHO)는 주당 55시간(40시간 근로 기준으로 한 달 동안 60시간 초과 근로) 일하는 노동자는 뇌심장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80시간 기준은 이 문제에 대한 수많은 학술 연구를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피해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낮아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는 보다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부상이나 질병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은 4 시간 이상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의 해외 출장, 교대근무 사이 휴식 시간이 11 시간 미만인 경우, 무휴 근로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 기준을 낮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보호에서 배제된 가사 노동자

대부분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되지만 개인이 고용한 가정부 또는 가사 도우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는동거하는 친족만 고용하는 사업체나 가사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가사 노동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가사 노동자들이 직장 상해 보상 제도(역자주- 한국의 산업재해 보상보험 제도에 해당함) 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동안 입은 부상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업에서 고용한 가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근로 계약에 동의한 사람만 제외된다(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노동자가 고용주와 집에 함께 거주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가사 노동자는 직장 상해 보상 청구에서 명시적으로 배제된 유일한 노동직군이다.

게다가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주 노동자가 가사 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경제 특구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대부분 필리핀에서 온 약 1000명 이상의 여성 노동자가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들 모두는 주요 노인 요양 기업들의 직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를 받겠지만, 개인 가구에 고용되는 순간 그들은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

법이 제정된 지 약 70년 만에 마침내 이 규정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68 세의 일본인 가사 노동자가 2015년 거의 6일 연속으로 24시간 동안 일 하다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남편은 2017년 시부야 노동 기준국에 직장 상해 보상 청구서(역자주- 한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청구에 해당함)를 제출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 제 2항에 따라 가사 노동자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72세가 된 고인의 남편은 POSSE의 도움으로 20203월 도쿄 지방 법원에서 후생 노동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고인의 사망에 대해 정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가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위헌임을 주장하였다. 이는 동종 사건에서 최초의 소송이며, 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는 차별을 용인하고 가사노동자를 일회용처럼 다루는 법에 도전하고 있다.

(Makoto Iwahashi(POSSE))

[일터6월호_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황이링 Huang Yi-Ling, Taiwan OSHlink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5월의 둘째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고 모성을 기념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지 않기를 선택하고 있다. CIA의 최근 세계 출산율 예측에 따르면, 총 227개 국가 및 지역 중 하위 5곳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다. 대만은 15~45세의 가임 연령 여성1명 당 기대출산율 1.07명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만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만의 출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작년 대만의 인구는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초과하며 통계 집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은 이제 공식적으로 국가 안보 문제가 되었다.

대만 여성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에는 단순히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오는 압박감과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자금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지난달 대만 취업 은행에서 워킹맘의 피로 지수를 조사한 결과, 직장 내 일 평균 근무 시간은 10.6시간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워킹맘 중 20.7%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어 과로 위험이 매우 높았다. 워킹맘의 평균 피로 지수는 100점 만점에서 77.3점으로 나타났다. 그 중 15.1%는 피로 지수가 100점이라고 답했다. 또한 워킹맘의 92.7%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출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설문 조사는 워킹맘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커다란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대만 여성들은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출산을 주저하고 있다.

 

[2011~2020년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 승인건수 (단위: 명)

 

드러나지 않는 노동은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대만 노동 보험국에서 승인한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의 산업재해 보상 청구 건수 757건 중 80건(약 10.6%)만이 여성이 청구한 경우다. 이렇게 큰 성별 차이는 여성이 과로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할까? 대답은 '아니오'다. 실제로 여성의 과로 문제는 대부분 드러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호르몬의 보호 효과 때문에 남성보다 7~10년 늦게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완경 이후에는 더 이상 호르몬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여성의 심장병 발병 위험은 남성만큼 높아진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대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망원인이다. 2019년 심장 질환으로 인한 남성의 사망 건수 중 64세 이하 남성의 사망 비중은 31.65%다. 반면 64세 이하 여성의 심장 질환 사망률은 2019년 여성의 심장 질환 사망 전체 건수 중 11.13%에 불과하다.

여성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남성보다 더 일찍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49세 이하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은 2019년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 중 3.05%에 불과하다. 통계에서 보듯이, 여성은 호르몬의 특성상 노동을 하는 연령대에는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여성이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에 대한 노동 보험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번아웃(Burnout)"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립 대만 대학교의 보건 정책 및 관리 연구소에서 진행한 "대만 유급 노동자의 번아웃(Burnout) 분포 및 상관 관계"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25~65세 사이의 대만 전체 유급 노동자의 평균 개인 번아웃 점수는 남녀가 각각 33.9점과 36.6점이다. 25~65세 사이 대만 전체 유급 노동자의 업무 관련 평균 번아웃 점수는 남녀가 각각 27.9 점과 29.2 점이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은 평균 개인 및 업무 관련 번아웃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여성은 전체 연령대 중 35~45세 연령대의 개인 번아웃 점수가 37.7로 가장 높고, 25~35세 연령대에서 업무 관련 번아웃 평균 점수가 30.4 점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과로로 인해 허리, 목, 어깨 및 기타 근육통과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업무 관련 근골격계 장애판정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작업에 기준을 두고 결정된다. 또한 보건 당국은 업무 관련 정신 질환 판정 시 매우 높은 까다로운 승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업무 관련 근골격계 질환 및 정신 질환에 따른 산재로 인정되는 건수는 매년 한 자리수로 매우 적다. 또한 과로 및 업무 관련 번아웃 문제는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 당국에 의해 대부분 무시되고, 현재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의 근골격계 및 정신 장애 중 상당수가 개인 문제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직장과 가정내에서의 여성 과로 문제를 계속 간과한다면 저출산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다.

[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2021.5

[일터 5월호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

 

코로나19 이후 택배산업의 변화

2020년은 택배노동자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재조명되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택배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2020년 택배물동량은 전년 대비 20.93%(337천만 개)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택배산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10% 내외의 물동량 증가 추세를 기록해왔다.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020년 택배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2.1%로 하락했다. 20192,269원이었던 평균단가는 20202,221원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택배자본의 이윤창출과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노동자

택배자본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큰 이윤을 얻었다. 2020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는 모두 전년 대비 10~20% 대의 택배부문 매출액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130% 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택배자본은 택배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적인 저단가 경쟁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은 코로나19를 전후해 이러한 영업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택배자본이 거둬간 이윤의 이면에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극한의 노동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낮은 수수료 체계에서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폭증한 물량은 취약한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택배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쿠팡을 필두로 한 유통산업의 재편

쿠팡은 20211월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3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쿠팡은 향후 택배시장에도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전략을 취할 것이다. 쿠팡은 시장독점을 위한 적자경영과 유연한 노동력 활용으로 이미 온라인유통산업을 장악해나간 전력이 있다.

쿠팡은 택배산업 재진출을 시도하면서 택배업 운영에서 직고용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고 돌연 직고용과 위탁계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택배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쿠팡의 택배업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쿠팡이 물류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확보한 물류창고와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로켓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fulfillment system)을 완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쿠팡의 모델을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는 지난해 3천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교환을 했다. 최근 빠른 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의 온라인마켓 장악력과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와 배송시스템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인수에 신세계, 롯데, SK, MBK(홈플러스)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것도 쿠팡의 모델을 추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산업(대형마트)의 쇠락을 대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물류창고 형태로 개편하고 온라인몰과 마트 직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운송시장(Last Mile Delivery)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업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동자 실태

2020년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연말에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다. 이후 20211월 사회적 합의문 발표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에 이른 감이 있으나, 현장에서 극적인 노동시간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화물연대 자체조사 결과, 분류작업 시간은 평균 1.5시간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노동시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20년 하반기 조사 결과 총 14.5시간에 달했던 노동시간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류인력 투입은 단기 대책으로 효과는 있다. 다만, 분류자동화설비 도입, 택배 수수료 인상, 이에 따른 적정 작업량 산출 등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택배·유통부문 안전운임제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저단가 운임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안전운임제법제화를 요구해왔다.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 도로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운임이 노동조건과 도로안전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 추세에서 볼 수 있듯이, 택배노동자 역시 운임(수수료) 하락이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수료 인상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 택배와 유통부문을 포함하는 안전운임제 확대가 필요하다.

(화물연대본부 강동헌 전략조직국장)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일본 이주 노동자의 과로사 / 2021. 04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일본 이주 노동자의 과로사

마코토 이와하시 POSSE 활동가

 

1990년대에 한국에서 시작한 산업연수생제도는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한 것이었다. 일본과 한국은 이주노동자 고용 제도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그 공유하는 부분은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 노동 영역에 머물게 하고, 업무 중 사고와 질병으로 이어지게 하는 지점이다. 이번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기사에서는 일본 이주노동자들의 과로사 및 산재 사망 사고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주 노동자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과 과로사는 일본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기술 인턴으로 일본에 온 174명의 이주 노동자가 뇌심질환, 자살, 질병 사망, 산업재해 사망 등 다양한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 1건은 동사였고, 174명 중 118명은 사망 당시 아직 20대였다.

기술이전이라는 포장
실질은 저임금 노동자 양산

국가가 후원하는 기술 인턴 교육 프로그램은 1993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공식적인 목표는 중국, 베트남, 네팔 등 동남아시아의 노동자가 일본에서 3년에서 5년동안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일할 수 있도록 하여 개발도상국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질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또 이로 인해 다수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사건이 보고되고 있다. 

노동기준청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조사를 실시한 약 70%의 사업장에서 불법 초과 근로, 미지급 임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다수 적발되었다. 이렇게 많은 위법 사례가 적발되는 주된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이 
인턴(본질적으로 합법적인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이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턴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주가 인턴을 착취하기에 상당히 용이하다. 하지만 인턴 노동자 대부분은 일본에 오기 위해 집을 팔거나 돈을 빌린 경우가 많아서 빚을 갚을 정도로 돈을 벌 때까지 고국에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저임금으로 엄청나게 긴 시간을 일하고 있다. 일본 기후현의 의류 사업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인턴들은 몇 년 동안 휴일이 거의 없다시피 일하면서도 그 지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800엔이었을 당시 시간당 400엔을 받았다. 그들은 약 630만 엔의 초과 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지속되는 이주노동자 인턴의 산재 사망

지속적인 극도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인턴 노동자들 가운데 과로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41명의 인턴이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급사했다. 이 밖에도 14명이 자살했다. 이러한 경우 업무 관련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업무 관련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과로사의 경우, 피해자의 가족)가 정부에 보상 청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노동자들이 신청을 했다고 해서 신청한 모든 사건이 과로사로 공식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피해자 가족이 일본어로만 작성된 신청서를 현지 노동 기준청에 제출하는 것은 여전히 너
무나 어렵고 피해자 가족이 보상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 인턴 노동자 10만 명 중 평균 3.7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일본인 노동자의 경우 10만 명 중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분명 외국인 인턴 노동자들이 일본인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 필요 

국제사회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을 규탄하고 있다. 깨끗한 의복 캠페인(Clean Clothes Campaign, 1989년 네덜란드에서 결성된 의류업계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 및 비정부 기구이며 의복 및 운동복 산업의 노동조건 개선에 중점을 둔 시민 사회 활동을 목표로 한다)의 동아시아 긴급 호소 코디네이터인 존슨 양(Johnson Yeung)은 “UN 인권 이사회는 수년간 기술 인턴 교육 프로그램(Technical Intern Training Program)을 비판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지만 착취 근절을 거부하고 있다.” 라고 지적하였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8%의 기적: 과로자살 사건이 행정법원에서 승소할 확률 / 2021. 0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8%의 기적: 과로자살 사건이 행정법원에서 승소할 확률 

황이링(Huang Yi-Ling) 대만 OSHLink 활동가

2017년 2월 11일, D국제물류기업에서 13년 반 동안 근무해 온 윈윈(가명)은 언제나처럼 혼자서 새벽 4시가 넘도록 회사에서 야근했다. 퇴근 카드를 찍고 대문 밖 통로로 걸어 나가다가 약 1시간가량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120미터 높이의 담을 넘어 11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40살이 채 되기도 전에 그녀의 삶이 그렇게 끝났다. 이것이 건물 CCTV에 기록된 마지막 모습이었다.

윈윈은 2003년 회사에 입사했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 비서에서 시작해 승진을 거듭했다. 2013년 고객서비스 부서 책임자 자리에 오르며, 대만의 수출 화물을 차질없이 전 세계의 운송지점에 전달하는 일을 담당했다. 윈윈은 매일 아침 9시 반에 출근해서 늘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고 퇴근했다. 금요일만 되면 더욱 극심한 야근지옥이었다. 늘 밤새워 토요일 새벽까지 일해야 했다. 날이 밝은 뒤에야 퇴근한 기록도 있었다.

최근 몇 년 새 그녀의 삶은 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교활동이나 여가생활을 할 여력이 없었다. 일에 짓눌렸던 것이다.

가혹한 직업병 인정 기준

윈윈의 부모님은 노동보험국에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노동보험국은 심사 결과에서 '본 사건은 구체적인 업무스트레스 계기가 없고 연장 근로시간이 인정기준에 미치지 않는다', '당사자의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스스로에 대한 요구가 높으며 연장근로시간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회사가 그를 높이 평가하여 줄곧 승진시켰고 고위 책임자는 부담이 무거운 편이 당연하다', '구체적인 업무스트레스 계기가 없고, 초과 근로, 인력 부족 등 정신적 업무 부하 정도가 中으로 強에 미치지 않아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신청을 반려했다.

쟁의심의를 다시 신청하였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반려되었다. 우리는 이 같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증거를 찾았다. 유가족에게 윈윈의 휴대폰을 넘겨받아 이메일함에서 그녀가 매일 700통이 넘는 메일을 처리해야 했음을 알아냈다.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에는 심지어 1154통에 달하는 업무메일을 받았다. 이를 증거자료로 첨부했고, 노동부에 계속 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또다시 반려되었다.

8%의 기적, 희박한 행정소송 판정 결과

유가족은 마지막으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실 누구도 행정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2019년 고등행정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총 3470건의 행정소송에서 승소건은 단지 291건뿐으로 승소율은 겨우 8%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행정법원을 '기각법원'이라고 조롱하듯 말한다.

윈윈의 사건은 약 1년 동안의 심리를 거쳐서 2019년 말 판결이 나왔다. 뜻밖에도 승소였다. 법원은 노동보험국에 대해 종전의 소원 결정을 파기하고 직업병 인정 여부를 다시 심사하라고 판결했다. 법관은 동료의 증언을 인용해 말했다. '고객서비스 부서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이직률이 가장 높은 부서였다. 가장 높았을 때는 이직률이 70%에 달했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장시간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신입사원들이 버티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윈윈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입사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까봐 걱정하면서 늘 자기가 일을 모두 끌어안았다. 그래서 장기간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컸다.'

여기에 일일 업무메일량 등 증거를 더해서 윈윈이 세상을 떠나기 전 1개월 동안의 연장 근로시간이 11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함으로써, 노동보험국이 '구체적인 업무 스트레스 계기가 없다'라고 주장한 결과에 결함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노동보험국은 피고로서 일방 패소한 뒤 윈윈의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심사하여 산업재해 인정으로 결과를 뒤집었고 산업재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 윈윈의 사건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오늘날 업무 형태가 바뀜에 따라 일터 환경도 점점 복잡해지면서, 업무스트레스 역시 갈수록 과중해진다. 업무스트레스는 최근 널리 알려진 '과로사'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해결이 어려운 신종 직업병 문제가 되었다.

대만은 2009년에 '업무 관련 심리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한 정신질환 참고 지침'을 제정하여 정신질환을 정식으로 직업병 보상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2020년 말까지 11년 동안 겨우 47건만이 직업병으로 승인되었다. 그중 자살이 인정된 건은 고작 7건이다. 정신질환의 직업병 승인이 어렵고 심사기관의 태도가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승소 결과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본 판결에서 '직업재해 보상보험급여의 목적은 가해자를 찾아서 그 책임을 부담지우는 데 있지 않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후에 노동자 혹은 그 가족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다가 자살한 것은 그 인과관계의 판단을 비교적 느슨하게 해야 상기한 입법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법원은 노동보험국이 심사 과정 중에 윈윈의 업무스트레스에 대해 임의로 평가하여 신청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 역시 행정기관이 정신질환의 산업재해 인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계기 삼아 오랜 기간 보수적인 직업병 인정 태도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과로와 업무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일 수 있길 바란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 2021.02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진재연/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 고 이한빛 피디 유서 중


  2016년 10월 26일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한빛 PD가 드라마 종영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2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 위험한 촬영 현장, 폭언과 모욕이 떠나지 않는 군대식의 위계적인 상하 관계, 다층적인 하청 관계. 위로가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던 한 젊은 PD의 죽음은 두껍고 단단한 방송산업의 문제들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0~500시간이나 긴 시간을 더 일하는 한국에서 방송 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은 더욱 악명이 높다. '방송 펑크 낼 거야?' 한 마디면 뭐든 감내해야 하는 곳, 밤샘 촬영은 기본이고 적정 업무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 한밤중에 촬영이 끝나면 다음 날 촬영을 위해 찜질방‧사우나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곳이 방송 제작 현장이다.
  "잠을 안 재워요", "찜질방이 아닌 여관이라도 잡아주면 좋겠어요", "밥 좀 주세요", "지금 촬영 24시간 넘어가고 있어요" 이한빛 피디의 뜻을 잇고자 2018년 설립된 한빛센터 활동 초기에 들어온 상담 내용들이다. 한빛센터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방송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 제작비일 뿐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방송 현장에서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방송 제작의 특수성이라는 명목으로 야간 노동, 밤샘 노동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문화가 지속되어 왔고, 둘째, 법 제도적으로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만한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노동시간 규제 없는 촬영, 야간 촬영이 빈번하니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라 불분명한 '디졸브' 노동을 하게 된다.
  tvN 드라마 <화유기>의 미술팀 스태프 추락사고, TV조선 <미스트롯>의 프리랜서 카메라 감독 추락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에서의 교통사고,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세트장 붕괴와 화재 사건 같은 사고들은 모두 밤샘노동, 장시간 촬영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늘 쫓기듯 바쁘게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급하게 움직이다가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 안전장치를 준비할 시간보다 일단 찍는 게 중요하니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차량씬, 절벽씬, 수중씬들, 졸음으로 인한 빈번한 교통사고들. 방송을 위해서라면 초장시간 노동도, 각종 위험한 상황도 무릅쓰고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현재 노동조건에는, 이러한 사고들을 당할 가능성이 늘 턱밑까지 차 있다.

예측불가능한 노동과 삶

   노동시간이 길뿐 아니라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과 삶을 계획하며 살지 못하고 늘 촬영 일정에 맞춰 대기 중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수면시간, 휴식시간, 일상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비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받으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게 대다수 방송노동자의 현실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부당한 상황에서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법적 현실적 지위,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고, '주 52시간 상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2021년부터는 방송 현장도 더이상 52시간 상한제를 우회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촬영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사 제작사들은 여전히도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JTBC와 같이 근로자 대표와의 서명 합의도 없이 자의적 '3개월 624시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3개월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일일 최대 노동시간은 12시간, 주간 최대 노동시간 52시간을 넘을 수 없지만, 그것은 지키지 않은 채 장시간 노동을 위한 편법으로만 근로기준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빛센터는 영화 현장에 정착되어 있는 '12 ON 12 OFF'가 방송 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12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12시간은 꼭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지만 동료들의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청주방송의 조직적 괴롭힘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이재학 피디, 집에 가는 날보다 사무실에서 밤샘 노동하다 잠드는 날이 더 많았던 그의 별명은 라꾸라꾸(간이침대)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부족한 제작비로 촬영과 운전을 겸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환성 김광일 피디, 그리고 방송 현장에서 일하다 버려지고 스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
  더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송 제작·편성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사, 제작사 마음대로 원칙과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촬영 일정과 시간이 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카메라 뒤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한빛센터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어떻게 다루는가?

[일터 1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번역: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일본에서 노동자가 과로를 사망 이유로 인정받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법원에서마저 노동자의 근무 상황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사측이 가져온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를 원인으로 인정하는 상황은 큰 벽 앞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및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최초의 법, '과로로 인한 사망 및 상해 방지 조치 추진 법령'이 2014년에 통과되었다. 최신판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정부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86명을 산업재해자로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88건의 자살 또는 자살미수(과로자살)가 업무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의 보상은 상실한 미래 소득의 일부만을 보전할 뿐이며, 피해자 가족이 산재 보상을 받더라도 전 고용주는 사건이 법원에 제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제소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원은 종종 여러 이유를 들어 전 고용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2011년, 산세이(Sansei/역자주–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 회사) 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영업 기술부서의 관리자로 출장이나 팀원 평가 등 업무에 쫓기던 A씨는 사망 전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85시간 48분, 2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111시간 9분으로, 국가의 과로사 산재 인정 판단 기준인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휴일에도 출근하면서 A씨는 가족에게 '나는 과로야. 이 회사는 비정상적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고소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측은, 조사를 담당한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뇌출혈은 고혈압 및 나이와 같은 고인의 기저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직금 50만엔을 지급했을 뿐,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마키(Hanamaki) 노동기준사무소는 회사가 보관한 고인의 작업일정표와 일일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인이 사망 전 2개월 동안 과중한 업무부하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유가족은 과로사 피해자 가족을 돕는 도쿄의 노동 NGO인 POSSE의 지원 하에 회사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약 6500만엔의 손해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포함된 이유는 회사가 이미 2012년에 해산 신청을 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뚫기 힘든 과로사 산업재해 승인

법정에서 회사는 고인이 고혈압과 "건강에 해로운 식사"와 같은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사망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설사 과로가 있었더라도, 다른 직원이 고인이 맡았던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고려함으로써,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이사회 구성원은 고인의 과로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가 제출한 작업일정표에, 고인이 실제로 과로사 기준보다 더 오래 일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있어 이사회가 고인의 과로를 이미 인지하고(혹은 인지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은 공장 관리자로서 고인이 일했던 곳의 바로 옆방에서 일을 했고, 때로는 같은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 법원은 회사는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그로부터 제외된다고 판정내렸다. 이는 회사가 이미 해산되었으므로 유가족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원은 공장 관리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고인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했고,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고인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초과근무시간을 사망 2개월 전 111시간 9분에서 사망 1개월 전 85시간 48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기각했다.

판사는 회사가 고인의 작업량을 과로사 기준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시도했다고 주장한 조치가 무엇이든, 실제로 구현된 것은 없다. 고용주의 의무가 단지 과로를 줄이려는 시도뿐이라면, 고용주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일을 시킨 뒤 나중에 실제로 실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조치를 열거하며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설령 유가족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액의 70%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법 제도가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몹시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과로사 사건은 법정에 제소조차 되지 않는다. 2019년 사업장 산업재해 보상 신청 건수는 936건이었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을 승인한 건 216건(사망 86건 포함)에 불과했다(승인률 23%). 피해자 가족이 과로나 괴롭힘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이 드러나지 못하고 묻힌다. 과로사 피해자 가족이 정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과로를 강요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 2020.12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장향미 / 한노보연 회원 

 

일터에서의 과로는 너무나 흔하지만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을만큼 심각하다. 나는 2018년 과로 자살로 여동생을 잃은 이후로 과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후 한국, 일본, 대만의 비영리단체들이 운영하는 「동아시아 과로사감시(Karoshi Watch in East Asia)」에 함께 하며, 과로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과로사감시팀이 2020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어 한국의 과로사 실태에 관하여 발표문(20년 11월 14일)을 작성하였고, 발표문을 여기 싣는다.

노동자 억누르는 과로와 업무상 정신질환

먼저 한국의 과로사 현황을 살펴보자.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한국에서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의 산재 보상 자료를 보면, '과로사'로 분류된 산업 재해 신청 건수는 2015년 585건에서 2017년 576건으로 감소했으나, 2018년 612건, 지난해인 2019년에는 747건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2020년 6월까지의 신청 건수는 373건이었다. 이 중 산재로 인정되는 과로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149건에서 2017년 205건, 작년 2019년은 29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2019년 승인율은 39.1%로 2018년보다 낮았고, 산업 재해로 인정된 것은 292건으로 2018년보다 26건 증가했다.

업무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 자료를 보면, 2014년~2018년까지 지난 5년 동안, 966명의 근로자가 직장에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았으며 이 중 35%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중 522건만이 승인을 받아, 승인율은 약 54%에 불과하다. 승인받은 정신질환 산업재해 건수 중에서, 176명이 사망한 경우였다.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약 80%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과로 가중시킨 2020년

▲   과로는 열심히 일 한다는 미덕이 될 수 없다. 정신질환과 자살 등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헤치는 심각한 문제다. 출처: 정희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사진전 "오늘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고, 감염병은 노동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올해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말 해볼 수 있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음식 배달 서비스와 기존 배달 서비스 모두 빠르게 성장했다. 그 사이, 2020년 10월까지 총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올해 9월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는 800명의 배송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배달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1.3시간이었다. '3개월 동안 주당 60시간 이상' 또는 '1개월 동안 주당 64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과로사 인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을 넘는다. 응답자의 91%는 코로나 이후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주로 간주된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당 40시간의 노동 시간을 준수할 필요도, 배송 기사의 사망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노동자에 관한 특례에 따라 보험에 가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50:50으로 나눠 내야 하고, 스스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가입률이 매우 낮다.

공무원들도 코로나19로 인해 과로로 고통받고 있다. 방역을 맡은 공무원 3명이 올해 상반기 과로로 사망했다. 공무원 및 지방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행정 기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장은 초과 근로나 토요일/공휴일에 근무를 지시할 수 있다. 또, 전시·사고·​​재해로 인한 비상 근무 시 휴가를 제한하고 있으며, 토요일/공휴일/야간에 비상 근무가 가능하다. 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놀랍게도 토요일/공휴일 근로 혹은 비상 근무 시에는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제한이 없다.

노동과 노동자 자살

한국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잠정적인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남성 자살률이 6.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7년도 이래로,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여성 자살률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일자리 감소였다. COVID-19의 영향은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대면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었다. COVID-19가 돌봄의 부담을 증가시킨 것도 여성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자살률은 IMF 금융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역시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로 인해 한국에서는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었다. 택배회사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 배치, 배송 기사들에게 산재 보험 가입을 장려하는 등의 방안들을 발표했고, 정부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희망을 만드는 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올해 피해자들과 170개 NGO 및 사회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기업의 과실로 노동자와 시민이 건강에 손상을 입거나 재해를 입은 경우, 기업과 정부 모두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만들어 낼 것이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배달의 나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 2020.09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배달의 나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최민 상임활동가

8월 13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외면하는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한국은 유명한 '배달의 나라'이다. 한국의 택배 시장은 이미 2018년 5조 6600억 원, 2019년 6조 1400억 원 규모였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외출이 줄어들고 비대면, 비접촉 판매가 선호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음식 배달 서비스나 전통적인 '택배' 시장 모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CJ 대한통운과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택배 회사들의 2020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증가했다. 택배 회사 호황의 그늘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가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2020년 상반기 동안 최소 12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업무상 사망한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그런데 정부 공식 통계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올해 5월 기준 택배업 등록종사자 1만 8792명 중 1만 1348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재보험에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비용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어, 실제로 산재보험 가입률이 이렇게 낮다. 8월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힌 과로사 사례 5건은 모두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식 자료와 대책위가 파악한 내용을 합쳐,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2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주 40시간, 연장을 포함하여 52시간)을 적용받지 못한다.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배달한 물량만큼 받는 수수료는 십수 년째 동결이어서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게 된다. 2018년 한 연구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하루평균 12.7시간, 월평균 25.6일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과로에 시달리던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계속해서 모두 함께 쉬는 날을 요구해 왔다. 택배노동자들의 계속된 투쟁과 최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격화된 택배노동자 과로 등이 배경이 되어, 한국에서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이 되었다. 이어진 주말과 연휴로, 많은 택배노동자가 사흘간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8월 14일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이번 '휴가' 덕에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간다, 이번 기회에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다녀오겠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을 데려가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겠다는 등 다양한 택배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평소 택배노동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장면이다. '택배 없는 날'과 같은 이벤트만으로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도 나서는 듯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주요 택배사와 함께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 사항'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고, 택배노동자의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택배노동자가 질병, 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앞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답답함과 분노를 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8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이 합의문에는 재벌택배사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재정을 투입해야 할 조항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배노동자들은 과로를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 인력 투입'을 주장해왔다. 현재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아침 일찍 출근해 3~4시간 동안 당일 배달할 물건을 직접 분류한 뒤, 배송 업무를 시작한다. 이 분류 작업은 사실상 무료 노동이다. 이를 전담할 분류 담당 노동자가 있으면,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매일 2~3시간은 줄일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은 선언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분류작업을 담당할 인력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로 8월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지정되었다. 출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노동조합은 택배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 역시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택배노동자가 필요할 때 쉬기 위해서는 직영 기사를 확충하거나, 대리점 간 연합형태로 상시로 대체 기사를 운용하는 등 실질적인 대체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언에서 택배사들은 이런 구체적인 쉴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드는 낮은 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택배 박스당 평균 단가는 2000년 3500원에서 2018년 2229원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택배업체 간 경쟁 심화 때문에 운송 단가가 낮아지면서,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도 낮아졌다. 급여 대신 수수료로 수입을 얻는 대다수 택배노동자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적정 수수료 보장이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유다. 

정부나 택배업계의 생색내기식 선언만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지난 8월 16일에도 혼자 물류 터미널에서 청소하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택배 산업이 더는 택배노동자의 희생을 거름 삼아 성장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어져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 2020. 08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과로, 일본의 상황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

일본 후생노동성은 6월 26일, 매년 발표하는 산재 보상 통계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2019년 과로로 인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보상을 신청한 노동자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모두 936명의 노동자가 본인의 뇌심혈관계질환이 작업환경 때문에 발생했다며 보상을 신청했다. 이 중 사망은 253건이었다. 일터의 문제로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며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2060건이나 되었다. 이 중 202건이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다. 

지난 5년 동안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산재로 승인하는 건수는 답보 상태다. 승인율은 떨어지고 있다.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2015년 795건이 신청되어 이 중 251건이 승인됐다. 승인율은 37.4%였다. 그러나 2019년 승인율은 31.6%다.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2015년 36.1%에서 2019년 32.1%로 승인율이 감소했다. 

산재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노동자가 과로가 무엇인지, 노동자 건강에 과로가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단체인 POSSE 대표인 콘노 하루키가 2011년 '블랙기업'이라는 개념을 제안했고, 이로 인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고용 후 몇 년 안에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내던져버리는 회사들이 있다'라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블랙기업'이라고 알려진 이 개념은 영어권에서는 'evil companies(악마 기업)'이나 'dark companies(어둠의 기업)'이라고 번역된다. 

일하다 과로로 질병을 얻게 된 노동자들이나 과로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때로는 이런 질병이나 죽음이 직장과 관련돼 있다는 것, 혹은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2019년 경찰은 1949건 자살이 일과 관련돼 있다고 밝혔으나, 산재 보상을 신청한 자살 사건은 202건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매년 150~200명의 과로사와 과로 자살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백 건이 매년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1. 일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구글 COVID-19 알림 서비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과로를 악화시킨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긴급 상황은 5월 말 해제되었지만, 감염인 숫자는 7월 들어 계속 증가했고, 8월 1일에는 하루 신규 감염인 숫자가 1464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직장을 잃거나, 무급 휴직을 견뎌야 했다. 노동기본법들은 사업주가 감소한 급여의 60% 이상을 보상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추가로 보상하기를 거부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노동자에게 연장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공공영역이다. 교토에서는 43명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3월부터 5월까지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하도록 강요받았다. 매달 250~300시간 이상 일해야 했다는 의미다. 한 노동자는 연장근무 시간이 251시간에 달했다. 비슷한 상황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전국의 다른 공중보건센터에서도 벌어졌다. 의사, 간호사, 교사, 돌봄 종사자 등 다른 필수 노동자들도 폭증한 업무 때문에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중보건센터 노동자들이 엄청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을 자연재해 때문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공공분야를 '작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공중보건센터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전국에 있는 공중보건센터는 1992년 852개에서 2019년 472개로 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본 인구는 증가했으니, 각각의 공중보건센터에서 담당하는 시민의 숫자는 그만큼 더 증가한 것이다. 또 우리는 후생노동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53%가 임시, 고정 계약으로 고용돼 있다는 것도 안다. 이들은 고용상태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임금과 수당도 적다. 

팬데믹 기간 동안 더 많은 회사가 노동자들이 집에서 일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택근무는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거나, 붐비는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없도록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종일 인터넷에 반드시 연결되도록 강제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러한 긴급 재난 시기에 노동조합과 NGO의 역할은 노동자들이 과로에 저항하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많은 노동자가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을 피하고, 바이러스 접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노동조직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노동시간을 엄격히 규정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자들 대신 협상할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이 노동조직의 역할이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 2020.07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황이링 / 대만OSHLink 활동가 

 

코로나19가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자, 대만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재빨리 국가 차원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 2020년 1월, 대만의 질병관리본부는 중앙방역대책본부(Central Epidemic Command Center)를 출범하고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로부터 140여 일 동안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매일 대만 국민들에게 감염병의 전세계적 유행과 관련한 최신 소식을 뉴스 브리핑으로 발표했다. 이 일일 뉴스 브리핑은 6월 7일을 마지막으로 일간 발표에서 주간 발표로 전환하였다.

6월 7일 현재, 대만의 COVID-19 감염 사례는 총 44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7명, 현재 입원 중인 환자는 6명뿐이다. 나머지 감염인은 모두 회복됐다. 6월 7일은 대만 내 감염이 56일째 보고되지 않은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대만의 감염병 예방 활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코로나19와 지치지 않고 싸우면서 그들의 건강은 위험에 처했다. 

팬데믹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분명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연장 근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또한 대만에서 매일 2천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 92개의 수술용 안면 마스크 생산 라인이 추가됐고, 여기서 일한 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일해야만 했다. 마스크 배급을 위해 약국이나 편의점에 이 마스크를 배송한 우체국 집배원이나 민간 기업의 택배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대만의 청소, 위생 노동자들 역시 심각한 과로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타이베이 도시철도(Taipei Rapid Transit Corporation)에서는 방역 정책 중 하나로, 모든 역에서 소독 단계를 상향했다. 기차 차량 출발 전 소독은 8시간당 한 번, 승차권 자동 발매기는 4시간마다 한 번 소독했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청소 노동자들은 강화된 소독 주기 때문에 식사도 제때 하기 어렵다고 한다. 은행 직원들의 노동강도도 최근 크게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에서 보조금 및 수당을 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원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은행 직원들에게는 큰 업무 부담이다.

노동시간은 같지만, 추가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철도 차량이나 승차권 자동판매기를 소독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이 늘지는 않았지만, 전에는 하루 2번 하던 소독을 이제 훨씬 더 많이 수행하게 되었다. 건물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업무, 예컨대 건물 출입자의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추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팬데믹 시기의 장시간 노동

대만 근로기준법 32조와 40조는 "천재지변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 경우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연장 근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휴가 사용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하루 노동시간으로 제한된 1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감염 상황이 "천재지변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1998년부터 대규모 감염병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시간 연장은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연장 문제 논의는 노사협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미루었던 휴가를 나중에 쓴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나 휴가의 중단은 노동자의 부상이나 건강 문제 위험을 높인다. 

 

▲   대만의 노동자들이 코로나 방역과 감염 예방을 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이 건강을 헤치지 않도록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는 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많은 연구에서,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7~9시간 일하는 경우보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2.9배 높아진다고 한다. 일주일에 66시간 일하는 노동자는 이보다 짧게 일하는 노동자보다 업무 관련 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1.88배 높다. 일주일 단위로 규칙적으로 쉬지 못하거나 6일 이상 연달아 일하는 노동자는 죽상경화증, 비만,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고, 업무 관련 사고의 발생 위험도 커진다.

바로 얼마 전에도, 창화시 중앙의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업무 도중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하여 손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장시간 노동은 어깨, 허리, 목 등 근골격계에 통증과 경직을 가져오고 스트레스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재 보험 당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8일마다 1명씩 과로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는다. 과로가 이 나라의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끔찍한 진실이다.

코로나19 싸움은 적절한 방역 물품의 생산과 제공, 백신 개발, 바이러스 검체 채취와 검사 등의 측면에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장시간 노동 역시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관련 공공기관이나 민간 부문 모두,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인력을 사전에 배치하고, 좀 더 효율적인 작업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 2020.06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재난 때마다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한다. K-방역모델이 국제표준으로 추진될 만큼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상황으로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던 전주시 공무원(43세)과 성주군 공무원(47세)이 2월 말 3월 초에 연이어 과로사했다. 

비상 근무로 20여 일간 하루도 쉬지 못하면서 쓰러졌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포항시 북구보건소 감염관리팀장(53세) 또한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4월 말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관리하던 합천군 공무원(56세)도 과로로 사망했다.

되짚어 보면,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시기에도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이제는 매년 발생하다시피 하는 동물 전염병 때에도 방역 공무원의 과로사가 반복됐다. 지난 3월 말 파주시에서 수의사로 일하던 주무관(52세)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중에 과로사했다. 

일련의 사건은 재난 시기 공무원이 비상 근무에 따른 과로 위험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   공무원 과로사는 재난 상황의 예외적인 사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누적되어 있던 과로위험이 재난 시기에 격발되어 표출된 시스템 상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인권은 재난과 양립할 수 없는가?

재난은 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재난의 영어 단어인 disaster의 어원은 행성이 궤도에서 벗어난 탓에 발생하는 미지의 사태들을 가리킨다. 전례 없는 사태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드러낸다. 

무대 뒤편에 감춰졌던 사회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다. 노동자가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전선, 초토화, 쑥대밭, 대란, 대공포, 창궐, 초유의 사태, 전시 상황, 군사작전, 포화 속, 총동원, 코로나 전사, 최전선 영웅 등으로 묘사되는 재난 상황에서는 권리와 원칙들이 쉽게 유예되거나 무력화되기 일쑤다. 무권리 상태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재난 대응 시 휴게시간이나 쉴 공간 또는 숙소 등을 포함한 편의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호복을 착용하는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평상시보다 더 쌓인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한겨울이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할지, 그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주말 근무가 연속되지만 대체 휴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다반사다. 재난은 그런 권리들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복무 규정과 봉사자 이데올로기

과로사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장치들을 보자. 

하나, 공무원은 복무 규정 탓에 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긴급 상황의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복무 규정'(비상 근무와 근무시간의 변경 조항 등)으로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수시로 변경되기도 한다. 

비상 근무의 종류, 발령 일시, 발령 사유 등의 기준은 꽤 구체적으로 명시된 데 반해 그 사용 제한에 대한 내용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주말에도 출근(대체 휴무 없음)' 식 비상 근무를 방기하는 복무 규정은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양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초과근무만 월평균 150~200시간에 달할 정도다. 비상 근무를 '여는' 조치와 함께 '닫는' 조치를 병기해야 할 것이다.

둘, 공무원에 부여된 헌신, 봉사, 수호, 사명감, 책임감 등 봉사자 이데올로기도 장시간의 비상 근무를 정당화한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재난 상황일수록 과로 위험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어렵게 만든다. 재난 상황의 공무원도 안전권, 건강권, 시간 권리가 전제되어야 하는 노동자임에도 말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사명감을 갖추는 일과 별개로 휴게시간, 최소한의 휴식 시간, 대체 휴무, 초과근로 제한 등의 시간 권리를 가리는 방식의 비상 근무는 제한되어야 한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되곤 한다. 재난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데 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는 은폐되는 효과가 발휘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양산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예외적 사례라고?

공무원 과로사를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상 근무 탓도 탓이지만 이러한 관점은 그간에 켜켜이 누적된 과로 위험을 간과하게 한다.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 국가와 비교해 최저 수준이다. 

이는 인력의 과소 상태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평상시 초과근무만 월평균 15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과로 상태가 만성화되어 있음을 가늠케 한다. 지자체 현업 공무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공무원 과로사는 재난 상황의 예외적인 사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누적되어 있던 과로 위험이 재난 시기에 격발되어 표출된 시스템상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은 '신종'이라 이름을 갈아가며 반복 발생한다. 빈도도 높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재난의 반복성만큼이나 공무원 과로사도 예감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비상 근무에 따른 공무원 과로사, 되풀이될 문제인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인권에 기초한 원칙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전권, 건강권, 시간 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포함한 대응 원칙 말이다. '긴급 상황'이란 이유로 과로를 조장하는 방식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OOO 전사나 영웅으로 호명하거나 직업정신을 앞세워 희생을 동원하는 방식의 대응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뿐, 재난 대응으로는 부적절하다. 노동자 인권을 명시하는 것이 재난 대응의 첫걸음이자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역이다.

[동아시아과로사통신]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 2020.05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일본은 '과로사'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과로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2019년까지 의미 있는 법적 노동시간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1년 동안 하루 24시간, 365일 일을 시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용주들이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과로사 역치'라고 불리는 월 80시간의 연장근무보다 20시간이나 많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과로사 현황

1980년대에 노동법률가, 의사, 노동운동가들이 함께 '과로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과 질병의 숫자는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과로에 의한 뇌혈관, 심혈관질환 혹은 그 사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보상을 신청한 사례는 모두 877건입니다. 이 중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승인된 것은 238건 뿐이고, 이 중 8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업무상 과로에 의한 질환으로 승인된 것이 253건, 이 중 9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0여 건의 과로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는 4일에 한 명씩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하거나, 2~6개월 동안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한 경우에만 과로사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됐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로사 사례가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급성심장사'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고 있는지 제대로 정보도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과로사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되었다. 그럼에도 2015년 일본의 대기업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하던 다카하시 마쓰리 씨가 과로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블랙기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 ANN 방송화면 캡쳐

 
일본의 블랙기업과 과로자살

과로자살은 말 그대로 과로에 따른 자살이라는 뜻입니다. 과로자살은 장시간 노동이나 업무의 양적, 질적인 변화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년 자살을 포함해 과로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820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이 중 정부가 산재로 인정한 것은 465건이고, 이 중 76건은 노동자의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습니다. 과로사 피해자들이 주로 40대~50대의 남성 노동자들인 데 비해, 과로자살은 성별에 관계없이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과로자살이 매년 늘어가는 이유는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블랙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일터 괴롭힘을 생각해보면, 465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은 아주 명확합니다. 경찰청에서 자살 사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2천여 건의 자살은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 중 100건도 안 되는 사례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재인정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들

이렇게 많은 사례들이 보고도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1) 과로사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자료를 모아 산재보상을 신청해야 하고 2) 유가족이 스스로 과로의 증거를 충분히 모았을 때에만 정부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노동자 가족들이 산재 보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그대로 숨겨지게 됩니다. 그 죽음이 과로에 의해 발생했거나, 다른 업무 관련 문제와 관련이 높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노동자나 유가족이 신청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방 노동 관서에서는 먼저 나서 회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가족이 최소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의심을 하고, 이 노동자가 극심한 장시간 노동이나 일터괴롭힘 혹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과로자살로 보고되는 데 필수적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고용주들은 직장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를 강요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많은 경우에서, 자살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유가족들이 중요한 증거를 성공적으로 수집한다 해도, 정부가 그 죽음을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승인하고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들이 그 질병이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례는 877건이었지만, 그 중 238건만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승인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 유가족 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일본의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노동자들은 수백시간에서 심하면 수천 시간에 해당하는 자신의 삶을 일하느라 빼앗기게 됩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나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 2020.04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과로사와 업무관련 정신질환 

 

 

 

황이링 / 대만 OSHLink 활동가 

 

 

 

첫 번째 대만 소식으로 대만의 과로 이슈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과로 문제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지는 문화현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오직 일본, 대만, 한국에서만 과로 때문에 발생한 뇌심혈관계질환을 직업병 보상의 범주에 넣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만에서는 과로와 관련된 질병의 산재 보상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679명의 노동자가 업무관련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 중 236명은 사망하였고, 173명은 영구적인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과로는 중요한 업무 유해요인입니다. 대만에서는 8일에 한 명씩, 노동자가 과로 때문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노동 시간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엄격한 인정 기준 때문에 산재로 보상받지 못한 숨겨진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만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 뇌심혈관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뇌심혈관계질환이 공식적인 직업병 목록에 오르지는 못했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은 개별적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었습니다.

또,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매우 엄격했습니다. 직장에서 발생한 사례만 업무관련성이 인정됐고,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하기 바로 직전의 업무 부담만 고려됐습니다. 그래서 인정기준은 1991년 만들어졌지만, 2006년에서야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 승인을 받는 첫 사례가 나타납니다. 그 뒤로도 인정 기준은 몇 차례 수정되다가, 가장 큰 변화가 2010년에 일어났습니다. 난야테크놀로지(Nanya echnology Company)에서 일하던 추샤오핑(徐紹斌)의 과로사 때문입니다.

출근시간이 되어도 추샤오핑이 방에서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갔고 그의 주검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29세였던 그는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어떤 때는 16~19시간 일하기도 했습니다. 사망 전 달에는 연장 근무만 111.5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죽음이 과로사라고 확신하고, 산재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무실이 아니라 집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로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그가 사망하자 정기적인 연장근무는 없었다고 발뺌했고, 결국 그의 유가족은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입법의원 황수잉(黃淑英)의 보좌관이었고,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황수잉 의원의 사무실에 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고, 기자회견 이후 추샤오핑의 가족들은 대만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만 노동부는 사회의 큰 압력을 받은 끝에 일본을 따라 직업병 인정 기준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1년, 직업병 인정 가이드라인이 개정되고 나서, 총 88명이 업무관련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받았습니다. 가이드라인 개정 전보다 2.6배 늘어난 숫자입니다.

업무 관련 정신질환과 자살

업무 관련 뇌심혈관계 질환 외에, 최근에는 업무 관련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더 많아졌습니다. 2009년 업무관련 정신질환 인정 기준이 수립되었지만, 그 후로 10년간 산재로 승인된 사례는 36건뿐입니다. 승인 사례 대부분은 산재 사고 후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입니다.

그러나 많은 대만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성과 압박, 직장 내 성폭력,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산재 보상 청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모으기 어렵습니다.

2009년 이후 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한 자살 사례는 7건에 불과합니다. 첫 사례는 2012년에 발생한 장페이퐁(張倍逢)의 자살 사건입니다. 그는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Formosa Plastic Group)의 안전관리자였습니다. 그는 공장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 감독을 맡았는데, 하청 회사에서 안전 규정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상사에게 상황을 보고하려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예정된 기한 내에 건설이 마무리되도록 눈감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막중한 부담감을 느낀 그는 결혼식을 1주일 남겨둔 2011년 10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죽기 전 그는 "정부, 회사의 안전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너무 미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자살은 대만에서 처음으로 업무관련 자살로 승인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죽음이 계속되고 있기에, OSHLink는 2015년 <과로의 섬, 대만>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는 이 책에 과로로 사망한 대만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과로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다루고자 했습니다. 책 발간 이후 대만 입법 의원들은 노동부에 과로 실태를 보고하도록 했고,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 드디어 의회에서 2주에 84시간이던 노동시간 기준을, 1주에 40시간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우리가 해낸 일은 대만의 과중한 노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걸음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도 자신의 안전과 노동권을 지키려는 모든 노동자의 싸움에 계속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