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직장내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지침/사례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직장내 자살
국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자살 사망자수는 12,463명이다. 이중 15세~64세 생산인구 연령대의 자살사망자수는 9,053명이며, 이들 중 직업이 있는 자살사망자수는 4,231명으로 약 47%를 차지한다. 한국은 직장내 자살을 다룬 공식 통계수치가 아직 없다. 다만 전체 자살 사망자의 73%가 생산인구이며 이들 중 약 절반 가까이 직업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직장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직장내 자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초 발표한 미국 노동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직장내 자살 사망자수는 304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하였으며 지난 26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자살은 미국의 사망 원인 중 10번째 요인이다. 또한 영국에서는 아직까지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인 직장내 자살 자살통계수치는 집계 관리되지 않고 있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영국에서 6,507명이 자살로 보고되었는데, 인구 10만명당 자살인구 11.2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년대비 11.8%가 증가하였고 200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개개인의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소중한 생명의 손실일 뿐만 아니라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며 이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자살로 인한 죽음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본인 자신과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들의 동료들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에. 자살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을 위한 조치
영국 정부는 우선적인 자살예방을 위해 정신건강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2020/21년까지 자살률을 10%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전체사회의 광범위하고 조직화 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연장선 위에 직장내 자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전파하였다.
해당 지침서에서는 ‘직장내 자살’을 직장 안팎에서 일어난 자살을 모두 포괄하여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직원 혹은 하청업자, 직원이나 하청업자의 가족 혹은 가까운 친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또한 주요 고객 혹은 공급업자 혹은 노조대표와 같은 조직내 주요인사도 포함될 수 있다.
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주는 자살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생의 삼분의 일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동료와 직속상사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그에 기반하여 중요한 사회적 감정적 지지 연결망을 제공할 수 있다. 직장내에서 사업주는 직원들이 웰빙과 정신 건강의 중요성, 안전준수에 대한 지식과 안 좋은 징후를 포착하는 법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침서에서는 직장내 자살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토대는 직원들이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민과 불안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제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침서에서 제시한 직장내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직장내 자살 예방 프로그램에 포함해야 할 핵심 요소> |
또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지침으로 첫째,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정신건강 문제를 낙인찍지 않는 것. 둘째, 업무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 셋째,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 및 대응조치. 넷째,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 확대. 다섯째, 관리자와 주요 직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들고 있다. 이 중 일과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을 검증하기 위한 질문으로 다음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일과 관련된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 검증 문항> |
또한 직장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과 관련하여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회색지대로써 다음 내용을 언급하였다.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회색지대에 대한 예시> |
해당 지침서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직장내 자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으로 사람 중심의 근무환경 마련과 이를 통한 직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았는데, 결국 기업의 성과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과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직장내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노조단체에서도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과 관련한 노조 대표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다.
<노조 대표를 위한 체크리스트> |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해
지금까지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을 위한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 짓는 기존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인식으로 접근하여 다각적인 부분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영국의 직장내 자살 위험 예방 지침은 눈여겨 참고할 부분이 많다.
오늘도 누군가는 죽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악몽 같은 일터로 출근을 할 것이다. 직장내 자살이 발생하면,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며 함께 일을 했던 직장동료들과 회사조직에도 오랫동안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문제이다. 물론 자살의 원인은 복잡하고 당사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명확하게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직장내 자살을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최소한 직장내 문제로 인한 자살 위험은 낮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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