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산재은폐저지 투쟁은 안전한 현장 만들기의 첫걸음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 인터뷰 / 2020. 08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산재은폐저지 투쟁은 안전한 현장 만들기의 첫걸음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 인터뷰

유청희 / 상임활동가 

최근 기업 매각 논의의 불안함 속에서도 산재은폐 저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를 찾았다. 현장을 안전하게 바꿔보겠다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기존에 해본 적 없는 노동안전보건 투쟁을 해나가면서 갖게 된 기대와 활동을 통해 생긴 변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총괄하는 이상우 노안1부장, 산업재해 처리와 관리 활동을 하는 손선호 2부장, 현장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작업중지 등 업무를 하는 이광기 3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한 경력은 각각 7년, 25년, 16년으로 다르지만, 현 노조 집행부와 함께 노동안전보건부에서 함께 활동하며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지회의 노동안전보건 담당 임원인 김정열 부지회장도 자리해 함께 지회 투쟁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조선소는 추락, 절단 등 각종 사고에서부터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폐질환 등 각종 질환까지 업무상 재해 종합백화점이라 할 만큼 재해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소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119를 부르는 대신 회사 차량으로 병원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산재처리와 보고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산재은폐를 막고자 지회에서는 원청과 하청, 지역 병원, 노동부까지 전방위로 점검하면서 다치고 아프면 산재신청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녿동안전보건부(왼쪽부터 손선호 노안2부장, 이상우 노안1부장, 이광기 노안3부장)

하청업체 사건에서 출발한 산재은폐 저지 투쟁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청업체에서 재해자를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덮으려 한 것을 조합원들 신고로 지회에서 확인하고 산업재해 신청으로 이어지게 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재해는 결국 원청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지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대표인 이성근 사장을 고소했다. 원청보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재해가 발생해도 산재신청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회에서도 이런 저돌적인 산재은폐저지 투쟁은 처음 해보는 사업이기도 하고, 그 계기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고였던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김정열: "기존에도 산재은폐가 발생하면 노동조합에서 대응을 해왔지만, 최근 하청업체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조합 사업으로 하게 되었어요. 사회적으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는 요구가 증가했고요. 안전관리를 원청이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원청에 책임을 물으니까 회사도 확실히 움직인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119 제보 신고는 다친 노동자들이 하지 않더라도 관리자들이 하게끔 만들어 놓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변화가 올라오는 것도 있겠지만, 제도가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것도 있어요. 제보자를 보호하는 것도 관건인데, 제보 오면 직접 찾아가서 경고 하고 고소도 하면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임기가 1년 반 가량 남았으니 그 때 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제도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부정수급 적발사례 건도 요청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뻔히 알고도 건강보험 처리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어서, 의사도 공범으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하고요. 노동부에도 근로복지공단이 부정수급 받아서 산재은폐 처리한 것 있는지 확인하고 산재처리 하게 합니다. 현장 관리자들에게 '숨길 수 없다, 드러나게 돼 있다, 그때 걸리면 박살 나니까 무조건 119 부르라'고 하고요. 거기까지는 어느 정도 돼 가고 있고, 앞으로 궁극적으로 산재보상보험으로 하라고 하는 거죠."

손선호: "과거에는 이런 저지투쟁이 아니고 산재은폐 사례 홍보하는 수준이었어요. 이번 하청업체 사건으로 산재은폐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산재은폐에 관한 투쟁을 만들고 있습니다. 근무 한 25년 동안 처음이었어요. 전에는 정말 '이렇게 하면 안 된다'였지, 회사와 노동부를 압박하는 건 처음으로 알고 있어요.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고가 나면 산재 신청을 하게 하는 것이 지회의 목표다. 지회의 산재은폐저지 투쟁 이후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노안부장들은 현장의 변화를 분명히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업장 곳곳에서 하청 업체들에서 붙인 산재은폐 근절 현수막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우: "확실한 인식 변화가 있어요. 지지해주시는 조합원분들도 만났습니다. 아직도 산재했을 때 회사의 보복, 불이익을 걱정하긴 하는데요. 이런 건 지회에서 해소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지회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신고 건수가 과거보다 125%가량 늘었어요. 미세한 사고까지도 신고하게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거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1차 자진신고 기간에 각 부서와 하청업체 산재은폐 적발 건수가 53건 정도 있었고, 그 외에도 더 나올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2차 자진신고 기간을 부여해서 산재은폐 털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사고는 즉각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적발했을 때 바로 대응하고 있지만, 질병의 경우 바로 드러나지 않아 조합원들이 지회에 알리지 않으면 업무상 질병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조차 쉽지가 않다. 그 때문에 질병의 산재은폐 저지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산재신청 후라도 사례를 취합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 알리게 하는 등 또 다른 대응 방식이 필요했다."

김정열: "시작은 아무래도 '드러나는 사고도 은폐되는데 이것부터 막자'는 겁니다. 치료받을 권리 보장과 은폐 방지가 시작입니다. 조합원들이 따로 진행한 후에 승인/불승인만 지회로 통보되는 방식이라, 이런 사례들을 연구사업으로 분석한 다음 결과를 보고서, 질병산재은폐에 대응하는 것을 후속 사업으로 만들어가려고 고민 중입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권리가 박탈되는 부분들을 먼저 바꾸려 합니다.

직업병은 우회해서 시도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위임장 받아서 취합하는 사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질판위 결과 확인을 찬성/반대 정도까지만 받아볼 수 있는데 그거라도 받아서 노동조합에서 정리하고 보관하려고 합니다."  

기업 매각과 노안활동의 현실 돌파하기

기업 매각 논의는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국가적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큰 쟁점이 있을 때 노동조합 투쟁에 복무하면서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끌고 가야 하는 담당자들은 고민이 컸다고 한다. 이상우 노안1부장은 작년에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할 때 회사 매각을 저지하고 대응하는 데 노동조합이 힘을 쏟다 보니 노안 활동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는 매각 저지 투쟁을 하면서도 노동안전보건부에서 산재은폐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모두를 해나가는 것이 노동안전보건부의 활동이고 앞으로 이 균형 잡기는 노안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상우: "처음 노안 활동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회사 매각이 터져서 농성에 들어갔는데 노안 의제를 챙기기가 어려웠어요. 돌아봐도 노안 의제를 하긴 한 것인가 헷갈리기도 하고요. 활동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는데 매각 투쟁을 하면서 중심을 잘 못 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안전보건이 뭐고 노동조합이 뭔지 정립하는 기간이 없었습니다. 산재 사고 조치는 부차적인 걸로 밀렸던 게 있고, 현재도 사실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공세적 노안활동으로 안전한 현장을

지회 노동안전보건부는 노동안전보건 사업이야말로 현 집행부가 잘 할 수 있고 조합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더욱더 공세적으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장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작업중지를 즉각 발동하면서 공격적으로 산재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김정열: "노동조합 활동 중에 선방을 때릴 수 있는 활동이 노안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을 바꿀 수 있고 회사가 무서워하게 만들 수도 있고요.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찾게 만들고, 믿게 만들어야 하는데, 노안 활동을 잘하는 것이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핵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이광기: "중국에서 블록이 들어올 때 발판이 설치돼서 오는데, 발판을 3장 깔아야 합니다. 노사합의로 그렇게 정한 건데 2장을 깔아서 온 겁니다. 그러면 폭이 좁아져서 위험하죠. 노사합의한 것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안 되면 고소·고발 진행하는데, 그게 적발이 돼서 로얄도크 전체를 작업중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우천에 옥외작업 못 하게 하고 있는데, 엊그저께 재난경보문자가 올 정도로 비 많이 왔거든요. 회사에서는 일을 안 시키겠다고 해놓고 현장 가보니까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1도크 작업중지를 어제까지 이틀 정도 내렸습니다. 비가 그칠 때까지, 도크장 안에 물이 빠질 때까지는 작업중지 해제를 하지 않고 유지했죠."

노동안전부장들 역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기 전에는 재해가 발생해도 적절한 조치나 신고 없이 넘긴 적이 있었으나, 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변화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생각하는 지회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방향을 물었다.

이상우: "저도 산재은폐의 당사자였고, 그래서 작년에 특히 산재은폐 저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집행위가 끝나고 내려가는 속에도 조합원이나 협력사 노동자들이 이 집행부를 떠올리면 노안을 인식할 수 있을 만한, 이것은 이 집행부가 했다고 기억할 수 있는 사업들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광기: "저는 현장을 통제해야 하는 강력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작업중지 발동 등의 업무를 맡아서 하고, 현장 민원 담당이기도 합니다. 안전에 있어서 타협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집행부가 끝나고 현장에 내려갔을 때 현민투 하면 안전문제에 타협은 없다는 기억이 남게끔 할 생각입니다."

이상우 노안1부장은 쉽지 않은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사고 재해자 가족이 산업재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현장의 위험을 항상 주시하며 조합원들이 두려워할 때 함께 해결해나가는 지회 활동가들이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 그리고 지회의 힘이 아닐까?

기업 매각으로 오랫동안 불안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산재은폐 저지 투쟁을 해나가는 대우조선지회 노동안전보건부가 힘차게 투쟁해나가길, 계획대로 산재은폐 없는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