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 2020. 08

[연구리포트] 

장시간노동과 신장기능 저하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연구배경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은 단백뇨, 혈뇨 등 신장 손상의 증거가 있거나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60ml/min/1.73미만으로 감소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성신장질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여 주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세 이상 성인인구에서 8.2%의 유병률이 보고된 바 있다.

만성신장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소로는 납, 카드뮴, 수은, 베릴륨과 같은 유해금속과 이황화탄소, 삼염화에틸렌, 메탄올, 에틸렌글리콜과 같은 유기용제 노출이 알려져 있으나 만성신장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신체 내 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장시간노동 또한 신장기능 장애 및 만성신장질환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잘 밝혀져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혈압, 당뇨는 신장의 미세 혈관 손상을 유발하므로, 신장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생물학적 개연성이 있다(Chou 등,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는 현재까지 전무하였다.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하여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적절한 보상과 예방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 노동 인구에서 장시간근로와 사구체여과율로 측정된 신장기능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851명의 20세 이상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시간외 업무를 포함하여 얼마나 오래 근무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연구참여자의 주간 노동시간을 확인하였고, 이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였다: 30시간 미만(단시간 주간 근무), 3040시간(표준이자 가장 빈번한 주당 노동시간), 4152 시간(일반적으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52시간 초과(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초과 노동시간).

연구팀은 12시간 공복 혈액 샘플을 사용하여 측정된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준을 현재 임상 및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MDRD(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계산식을 이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산출하였다. 이 방법은 처음에 iothalamate 제거율을 기본으로 하여 개발된 공식으로, 표준화된 크레아티닌 측정방법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와 현재 임상 및 연구에 흔히 사용하는 공식이다(Levey 등, 1999). 이후 주당 평균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연관성을 검토하였다.

연구 의의 및 한계

본 연구는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의 관계를 평가하여,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52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수행하는 집단에서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장기능(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는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시간노동이 신장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낸다.

장시간노동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신체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 업무상 피로로부터 불충분한 회복은 다양한 건강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노동시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작업 후 휴식 시간이 제한되고, 원래 상태로의 회복을 위한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노력-회복 모델 (EffortRecovery Model)에 따르면, 업무 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적의 신체상태로 회복될 수 있지만, 적절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심리생리학적 시스템은 계속 긴장된 상태로 남아 있어, 여러 가지 비가역적인 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기전은 높은 직무스트레스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초과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수준의 직무스트레스(높은 업무요구량과 낮은 직무자율성)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복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교감 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 활동의 강화,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dicoid) 분비 증가 그리고 염증의 잠재적 위험을 상승시킨다. 그 결과, 만성신장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 및 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는 잘못된 식습관, 비만 등과도 연관되어 간접적으로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도 비만한 노동자(체질량지수25kg/m2)는 만성신장질환의 유병률이 높고 신장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사실 만성신장질환은 뇌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실증적으로,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 연구에서 사구체여과율 감소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노동시간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당뇨 및 흡연 습관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과 크게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장시간노동은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신장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없는 연구참여자만 대상으로 분석을 수행하였을 때에도, 명확하게 노동시간과 사구체여과율 간에 선형적으로 음의 관계가 관찰되어, 당뇨나 고혈압 이외의 기전에 의하여서도 장시간노동이 신장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론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연구설계의 단면적 특성으로 인해 노출과 건강영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었다. 기존에 신장질환이 있었던 연구참여자는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조사 이전에 노동시간을 단축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시간노동이 신장이 미치는 위험이 실제보다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구대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경시적(longitudinal)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체의 정보부족으로 인해, 출생 시 저체중, 신장 질환의 가족력, 진통제 사용 또는 업무 스트레스와 같은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의 영향을 충분히 감안할 수 없었다.

셋째, 만성신장질환의 정의에 따르면, 신장의 구조 또는 기능 이상이 적어도 3개월 동안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데이터가 한 시점에서만 수집 되었기 때문에 신장기능의 저하 사례를 만성신장질환 정의와 일치시킬 수 없었고, 급성 신장질환 환자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우리가 아는 한, 노동시간과 신장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첫 번째 연구이다. 또한 이 연구는 한국인 전체 인구집단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자료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분석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노동시간을 가진 노동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하였기에 노동시간과 신장기능 간의 연관성을 평가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기회를 얻었다.

결론

이 연구는 긴 노동시간이 신장기능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임상 진료현장과 노동정책에서 시급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장시간노동이 만성신장질환의 잠재적 위험인자임을 인지하여, 노동자의 질병 예방 및 보상을 위한 근거마련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연구결과는 <직업환경의학회지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되었다(Lee D, Lee J, Kim H, Jun K, Kang M. Long work hours and decreas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in the Korean working population.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Published Online First: 23 June 2020. doi: 10.1136/oemed-2020-106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