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 2020.07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박기형 / 상임활동가 

 

지난 2019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일터 중에서도 건설 현장, 그중에서도 추락사를 줄이고자 했다. 시스템 비계 설치 점검, 안전패트롤 운영 등 추락사 예방정책을 시행하고, 행정력을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집중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만약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까? 정말 건설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지난 7월 1일 광화문 부근 카페에서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분과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건설사들은 "안전관리능력"을 갖춰야 하고, 정부는 안전한 건설 노동환경을 갖추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 그 너머의 문제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18년 타워크레인 사고 집중 점검, 2019년 건설현장 추락재해 집중 점검, 2020년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질식사고 집중 점검 등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건설현장에서 두드러진 사고유형별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에 관심과 의지를 갖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노동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엔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았거든요. 그러니 현실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선택을 하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사고들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죠.

특정 의제에 집중하더라도 여러 사고 형태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일도 병행이 되어야 해요. 각각의 사안에 대한 세부대책 또한 마련되어야죠. 종합대책이 부실하면 그걸 탄탄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야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건별로 대응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워요. 단편적인 방안만 내놓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이슈화된 특정 사안에만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그만큼 노동부 내 산업안전 관련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요?"

강한수 위원장은 사안별로 집중해서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해당 사안을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집중점을 옮겨갈 때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타워크레인 집중점검에서 추락사 집중점검으로 정책의 강조점을 바꿔 갈 때,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안전수준이 정말 올라간 것인지 평가하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의 역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역량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기만 하는 것이라면, 안전관리가 누적되거나 증대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서 이 점에 유의해서 산재예방정책을 검토·수립·시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19년, 추락재해 예방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효과가 정말 나왔는지도 앞으로 지켜보면서 평가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과연 실제로 추락재해가 줄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죠. 무엇보다 사망재해에 초점을 두고 했던 것인데 추락사로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아차 사고'가 있었을 것이잖아요.

또한 사망자만큼 중경상의 부상자도 많을 것이고요. 추락사가 줄었다면, 그만큼 중경상 사고도 함께 줄어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해요. 집중을 통해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사망사고 외에 다른 추락 관련 산재들도 줄어야 제대로 된 정책효과가 아닐까요?

나아가 파급효과가 있다면, 화재사고, 질식사고 집중점검으로 옮겨갈 때 추락 관련한 안전점검 또한 지속할 수 있을지도 평가가 필요하고요. 결국 중요한 문제는 집중점을 옮겨갈 때, 감독을 안 한다고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집중사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촉발제가 될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요."
   
제대로 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하려면?
   

"만약 안전 장구 미지급으로 착용하지 않아서 다치거나 죽었다면, 그걸 누구의 잘못으로 규정해야 하나요? 그럴 때 미착용으로 노동자 과실로 규정하는 게 타당할까요? 만약 지급했다면, 순시가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에게 안전벨트와 안전모 착용하라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노동자들도 착용했죠.안전관리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바로 '자율규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한 조건일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점검, 관리·감독을 통해 현장에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함께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을까?

"한국의 사업주들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관리·감독에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할 거예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근로감독관 나왔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 '이때만 바짝 조심하면 괜찮을 거다' 등. 예를 들어 중대재해가 발생했어요. 해당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이 나오죠. 그러면, 너네 한 번 정신 차려 보라면서, 온갖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물리죠.

이렇게 징벌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아무리 준비해봤자 걸릴 거 다 걸린다, 평소에 신경을 써도 못 피해간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회의적인 정서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집중점검정책이 끝나면, 다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현대건설, 포스코 등 대기업 건설현장의 경우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꾸리고 운영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도 소규모 건설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관리가 되는 현장과 아닌 현장의 차이가 별로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다시 말해 건설현장 간 차이가 없는 것이죠.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제나 시공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에요. 안전조치가 온전히 이뤄지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건 어느 건설현장이 부족한 것이죠. 포스코의 경우엔 CCTV를 설치하고 안전관리자를 곳곳에 두고서 구역별로 상시 점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전조치, 안전교육, 안전설비, 작업현장을 점검한 뒤 작업을 개시하는 안전관리 절차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아요. 안전점검 이후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죠. 작업 자체를 전문건설사에 위임하고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감시·감독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식인 거죠. 결국 강압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게 되죠. 안전패트롤 운영이 그 연장선에 있어요.

문제는 안전관리자는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만 패트롤은 하청을 준다는 점이에요. 안전관리자들이 모든 현장을 다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팀 인력 중 일부를 용역으로 사용해요. 안전팀이 관련한 지시를 하고, 패트롤은 손발이 되어 돌아다니죠. 하지만 건설현장 안전 관련 지식과 권한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점검이 어려워요. 물론 작업자들이 유해위험요인을 일하면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예컨대, 한 건설현장에 패트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고 있죠. 타설 작업할 때, 펌프카가 엄청난 압력으로 콘크리트를 쏴요. 타설 지점에서 도킹을 잡은 사람, 옆에서 라인에 맞게 골고루 뿌리는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 등이 여럿 모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문제는 펌프카의 바퀴가 떠 있는 채로 작업이 이뤄진다는 거예요. 쏘는 방향에 따라 특정 부위에 하중이 쏠리죠. 그때 지반침하로 인한 펌프카 전도가 자주 발생해요. 그러면 이 작업자 서너 명 중 한 명은 늘 사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늘 있다면, 타설 작업 전에 지반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지반침하 위험이 있다면 타설작업을 중지하고요. 작업 재개 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요. 그런 안전점검, 중지 및 재개 의사결정이 현장의 패트롤이나 안전팀을 통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검체계가 갖춰진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럴 권한과 역량이 부족해요. 더욱이 공사기간을 맞추는 게 최우선 원칙이다 보니, 안전점검할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작업중지하고 점검하는 데 따른 책임을 누구도 지기 싫어하게 되고요."

그 결과, 건설현장의 자율안전점검을 하더라도 대부분 작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좁혀지게 된다. 안전패트롤이 상주하면서 돌아다녀도, 노동자들이 안전장구를 잘 착용했는지, 작업자가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충실히 하고 있는지 등 작업자 개인에 대한 규율 위주로 점검한다. 사람의 행위만 통제하려는 방식 말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강조하는 것에 반발감만 생긴다고 토로한다. 작업환경은 별로 바뀌지 않는데 노동자들만 못살게 굴고 귀찮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왜 이런 행위자 규제 중심의 안전조치만 이뤄지게 되는 것일까? 이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원인 분석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판이 고장 나서 또는 난간이나 낙하 방지망이 없어서 추락하면 그때는 누구에게 과실이 있는 건가요? 자동차 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주로 따지죠. 하지만 도로 설비가 부실했다면, 차선이나 신호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싱크홀 같은 게 생겨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잖아요.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 안전불감증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해요."

강한수 위원장은 건설현장의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건설현장의 안전시스템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이 주위를 살피지 못했거나 실수를 했더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서 건설현장 안전점검 보고서 및 개선 계획들을 제출한다. 하지만 건설현장 사고원인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과실, 특히 개인 부주의로 기록되어 있다. 추락사 또한 개인이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해서, 부주의로 발을 헛디뎌서 죽은 것이라고 적혀있기도 한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었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추락사의 경우에도, 정말 노동자 개인만 탓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노동부가 작년 한 해 시스템 비계를 건설현장에 널리 도입하기 위해 취했던 여러 노력은 특기할만하다. 추락사가 벌어지는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은 개인의 기저질환, 부주의 등으로 기록되고, 대책도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사고 원인을 무엇으로 규정하는가, 사고 조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사고조사를 재검토해서 원인 규정부터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안전설비 부실, 작업 개시 전 안전조치 미비, 장구 미지급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도 필수적이에요. 만약 안전조치하라고 잔소리만 한다고 행하는 건 아니잖아요. 스스로 할 마음이 들어야지요. 물론 마음을 먹어도 소홀하게 될 수 있으니 자극을 주거나 독려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겠죠.

다시 말해, 건설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죠. 집중사업 이후 건설사의 태도를 바꿔내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겠죠. 우선 유인책이랄까요. 적정공사기간 및 적정공사금액을 보장하고, 안전관리비 계상 및 집행 등에 건설사가 안전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재해율이 평균 미만일 때, 입찰 시 PQ점수를 조정해주거나 산재보험요율 줄여주는 것도 그렇죠.

문제는 유인만 제공하는 것으론 불충분하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건설사들이 악용할 수 있어요. 적당히 재해율 지표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산재은폐를 하거나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만 조치하는 것이죠.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요.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나중에 걸리면 벌금만 내면 되고, 소송 가면 변호사만 잘 쓰면 된다는 식이에요. 책임을 적당히 지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요. 그마저도 하청업체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하고. 건설사들의 태도 변화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일정한 강제가 필요하니, 과태료나 벌금 강화, 경영책임자 처벌, 공공기관 공사 수주나 시공 자격 박탈 등의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죠. 잘못을 확실히 밝히고 강력히 처벌해야, 적당히 넘어가야지 하는 수준 이상으로 안전에 관심을 쏟을 테니까요.

비유하자면 지금은 공부하는 사람이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기보다는, 책상이 없어서, 의자가 불편해서, 더운데 에어컨이 없어서, 필기구가 안 좋아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공부할 수 있도록 이거저거 사달라고 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요. 물론 이렇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요.

모든 걸 정부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것도 필요해요.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유리한 것만 챙기려고 하는 것은 막아야죠.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게 면밀히 감독하고,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확실히 처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규모 건설현장 관리 방안도 고민해야

추락사 예방을 위한 집중안전점검을 할 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도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며, 시스템비계와 같은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는 일이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비계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비계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등의 지원책 시행, 현장 안전점검 확대 등의 안전정책만으로 충분할지 되짚어봐야 한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조치가 미비한 이유는 단지 안전설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까? 또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은 단지 안전관리체계를 갖출 만한 인적,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서일까? 왜 이런 안전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되풀어 볼 필요가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이 안전점검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건설업의 경우 면허등록을 해야 해요. 신고제로 이뤄지죠.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서는 종합건설업, 전문건설업 등 영업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토목·건축·산업환경설비 등의 내용에 따라, 법인과 개인의 경우에 따라, 자기자본금 기준이 책정되어 있어요. 갖춰야 할 전문인력의 규모도 있고요.

그런데 자기자본금이나 소지면허 등에 허위기재사항이 많고, 면허대여의 문제가 있어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서 일만 따고 다시 도급을 주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현장의 실제 관리자와 서류상 책임자가 다르거나, 더욱이 관리책임자 자체가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그러니 시공 능력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능력 자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건설업체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이죠.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단순히 소규모라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규모여도 현장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운영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는데, 그것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업체들을 난립하게 해놓고 영세하다고 봐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고 행정기관이 무책임한 것이죠.

무엇보다 건설현장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 건물을 짓는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잖아요. 시공능력이라는 것도 건물 자체를 지을 수 있느냐의 능력인데, 건물을 짓는다는 건 마냥 세우는 게 아니라 튼튼한 건물을 안전하게 짓는 걸 묻는 거잖아요. 그러니 건설업 허가를 더 강하게 규제하고 더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규모에 상관없이 각 현장별로 안전관리책임자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관리자 선임 기준도 조정하고, 선임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드는 것은 단지 특정 사고유형만 점검하는 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집중과 선택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해당 전략이 다양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마련하는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조치가 작업 과정 전반에서 사전에 실행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정책,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