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성명서]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 13주기를 추모하며

 

세상 어디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으랴!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죽음들이 있다. 2007211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고로 10명의 보호 외국인이 화마 희생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주민 관련 단일사고로는 가장 많은 이주민이 희생당한 참사였지만 이제는 서서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주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 정부는 이 사건을 제대로 기억하고 우리사회를 위한 교훈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여느 다른 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덮어버리고 기억을 지우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대한민국정부가 이주민을 대한 수준이 어떤 것인지 그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참사이후 1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외국인 보호소의 인권유린 실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2016년 청주외국인 보호소에서는 직원들의 일상적인 욕설과 폭행, 환자에 대한 보호소 측의 치료거부 등으로 인해 보호외국인이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2019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는 보호 외국인이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대한변협이 2015년 발간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외국인보호소가 구치소 또는 교도소와 사실상 동일한 구금시설이라며 외국인 보호시설 내 보호외국인들의 처우는 여러 측면에서 수형자의 처우보다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류 기간을 초과하거나 취업 자격 없이 일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추방하는 정책이 지속되면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도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살인적인 폭력단속이 자행되고 있으며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유린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비극적인 죽음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보호소의 시설개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운영체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정부는 20여 만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여 죽음과도 같은 강제 단속과 추방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이들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20211

단속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

경기지역이주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