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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 2014.6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 열사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신성여객지회 오동석 조합원 - 재현 선전위원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고 또다시 나 같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투쟁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결을 시도한 진기승 조합원. 그가 6월 2일 밤 9시경 우리 곁을 떠났다. 2012년 11월 부당해고 이후 힘든 생활고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왜 우리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유를 듣기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에서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오동석 조합원을 만났다. 진기승 조합원이 이렇게 마음 아픈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기승이랑 같이 지회 조합원 8명 정도가 모임을 하나 하.. 더보기
월 간 「일 터」/[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 2014.6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 열사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신성여객지회 오동석 조합원 -

 

재현 선전위원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고 또다시 나 같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투쟁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결을 시도한 진기승 조합원. 그가 6월 2일 밤 9시경 우리 곁을 떠났다. 2012년 11월 부당해고 이후 힘든 생활고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왜 우리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유를 듣기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에서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오동석 조합원을 만났다.


진기승 조합원이 이렇게 마음 아픈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기승이랑 같이 지회 조합원 8명 정도가 모임을 하나 하고 있는데 죽기 이틀 전 편의점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관리자 놈들한테 농간당하고 이용당한 것 같다고 억울해서 죽겠다고.

 

관리자 중 하나인 영업부장은 올해 2월 말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기승 조합원에게 월급 250만 원을 챙겨줄 테니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회사 관리자로 들어오라고 회유했다. 대신, 다시 회사 들어오고 싶으면 회장에게 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했고 두 번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진기승 조합원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존심까지 다 버렸다.

 

회사가 약속을 어겼다. 이후 몇 날 며칠을 힘들어하다 4월 15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나보고 마음의 결정을 해야겠다고 하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마음 다 정리하고 행정법원 판결 결과 기다리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는데 결국, 행정법원 판결을 10시간 앞두고 이렇게 됐다.

 

진기승 조합원이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노조에서 생계비 50만 원 주는 걸로는 고3, 고1 애들 키우기엔 턱도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끼 벗겠다고 했고, 조합에서 생계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서로 미안해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승이가 한 부모 가정이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애들 생계 때문에 합의 이혼을 했다. 그리고 4월 30일 그즈음 정부에서 집으로 실사가 나온다 해서, 자기 짐을 모조리 빼야 했는데 그마저도 옮길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려운 길을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날 오전만 해도 사무실에 와서 평소와 다름없이 얘기도 나누고,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더니 점심 먹기로 했다고 나갔었다가 그날 저녁 소식을 들었다. 누구한테 내색도 못 하고. 회사에 대한 부당함이 머릿속에 떠나지를 않으니까 회사를 믿지 말라는 그런 유언을 남기고 더는 회사를 이렇게 둬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그 길을 선택한 것 같다.


함께 동고동락 하던 동료였는데 마음이 아주 아프겠다

 

요즘은 잠도 잘 안 오고 마음도 안 좋다. 나쁜 생각이 들까 봐 겁이 나서 술도 못 먹는다. 나뿐만 아니라 전 조합원들 마음에 상처가 크다. 기승이는 우리도 못하는 일을 항상 앞에 나서서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오래 일했어도 노동조합 활동은 꿈도 못 꿨는데 기승이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그것도 야물게 하고 10년 넘게 차이 나는 동생인데 배울 게 많은 동생이었다.

 

지회는 진 조합의 자결 시도 이후 5월 6일부터 차고지 앞에 전 조합원이 무릎을 꿇고 승차거부투쟁을 전개했다.


특별히 무릎을 꿇고 승무거부를 한 이유가 있나?

 

기승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한국노총도 함께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자 무릎을 꿇었다. 승무거부 투쟁을 19일까지 진행했고, 싸움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생계도 힘든 터라 지금은 간부를 제외한 평조합원들은 현장에 복귀해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 걸까? 한국노총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7, 8일 이틀간 승무거부투쟁에 함께했다. 한편 지회는 19일까지 승무거부투쟁을 진행하면서 싸움이 장기화됨에 따라 조합원들의 생계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조합원은 현장으로 복귀했고 간부들은 승무거부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편 9일부터 매일 오후 4시 전주 도심에서 3보1배는 일을 쉬는 조합원과 간부들이 매일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사측과 시의 반응은 어떤가?

 

민주노총이랑 전북시민사회대책위가 5월 7일 7대 요구 사항을 정리해서 시에 전달했다. 사실 노동조합은 기승이 자결 전부터 언제든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매번 경고했다. 그럼에도 시는 부당해고와 계속되는 임금 체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는 이번 요구사항 중 다른 건 몰라도 진기승 조합원을 농락한 중간 관리자 3명은 반드시 퇴출하게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주시는 14일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부실경영에 대해 경영개선 대책을 버스사업주에게 요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출했다. 현재 전주 5개 시내버스 회사는 2013년 대중교통 시책평가에서 전국 최하위일 정도로 대중교통 현황이 열악하다. 그 결과 시내버스 이용자가 매해 줄면서, 버스회사 재정도 악화되어, 4개의 회사가 빚더미에 올라있다. 한편 이렇게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시는 보조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빚더미에 올라있는 버스 회사들이 적자가 늘어날수록 적반하장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시에 요구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버스를 운행하지 않겠다는 협박마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고향 선후배, 형님 아우 하는 지역에서 오래된 세력들이 운영하니까 무서운 게 없다. 도지사나 시장도 매번 민주당 놈들이고 뒤를 다 봐주니까. 그러니까 힘없는 조합원들만 짓밟는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목적이 승무거부는 아니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 목적이라 하면 버스 공영제 빨리하고, 노조탄압 문제 해결하고 관리자 3명은 꼭 처벌하는 거다. 개인적인 심경으로는 다른 건 몰라도 기승이가 억울한 선택을 하게 만든 관리자 3명은 꼭 몰아낼 거다. 그리고 빨리 한명자 회장이 옆에서 감언이설 하는 관리자들 말만 듣지 말고 제대로 정신 차리고 노동조합이랑 협의해서, 회사가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강직했고 앞장서서 동료 조합원들의 모범이 되었던,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다고 한 진기승 열사의 염원이 지금, 여기 구현될 수 있도록 모두가 다시 힘을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