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 2019.10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김미숙 대표, 권미정 상임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출근 길,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가수 나얼의 이란 곡이다. 귓가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 노래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가 즐겨듣던 노래다. 이제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하는 이들이 그를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다. 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일하다 죽었다. 그의 죽음은 도대체 노동자가 왜 일을 하다 죽어야만 하는지를 우리 사회에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노동자들의 싸움이 되.. 더보기
월 간 「일 터」/[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 2019.10

김용균이라는 빛,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간절한 바람을 그리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김미숙 대표, 권미정 상임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출근 길,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 눈을 감아본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가수 나얼의 <바람기억>이란 곡이다. 귓가를 타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 노래는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가 즐겨듣던 노래다. 이제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하는 이들이 그를 떠올리며 노래를 듣는다.

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 씨는 일하다 죽었다. 그의 죽음은 도대체 노동자가 왜 일을 하다 죽어야만 하는지를 우리 사회에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노동자들의 싸움이 되었다. 그 싸움의 결과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구성되었고, 지난 8김용균은 작업지시, 업무수칙을 위반한 게 아니라 지시를 너무 충실히 지켰기 때문에 죽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규명이 되기까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의 죽음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916일 공공운수노조에서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 대표 김미숙 씨(고 김용균 어머니)와 권미정 상임활동가를 만났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준비위 상임 대표(왼쪽)와 권미정 상임활동가(오른쪽)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겠다며 인터뷰 내내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권미정 상임활동가와 김미숙 대표에게 출범 준비 과정과 재단의 의미가 어떤지 물었다.

권미정 준비위 출범은 5월에 했다. 출범 이후 사업의 가닥은 몇 가지가 있다. 비정규직 철폐의 중요성은 특조위 조사결과로도 나왔다. 하청구조 자체가 노동자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측면에서 실제 노동안전문제와 비정규직 철폐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재단준비위는 두 가지 모두를 지향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안전하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일구는 재단으로 가겠다는 모토가 그래서 나온 거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위험하니까 외주화 되는 것도 있고, 외주화되면서 더욱 더 책임과 권한이 분리되어 위험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이런 구조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주체가 서려고 할 때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낭독노래극을 진행했고, 지금은 북콘서트(지난 9월 24일) 준비에 바쁘다. 간담회도 열심히하고 있는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청년단체,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 등 여러 곳에 가고 있다. 우리가 요청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문만 보고도 연락을 먼저 주셔서 하고 싶다고 얘기해주시는 곳들도 있다.

김미숙 용균이가 일했던 곳을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게 만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철폐해야 하고 직접고용이 되어야 한다.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앞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계속 그럴 것이다. 산재 사고가 완전히 없어지긴 어렵겠지만,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역할을 재단이 했으면 좋겠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개별적으로 대응하긴 쉽지 않다. 꾸준히 대책을 세워서 같이 목소리 내고 뭉쳐서 알려야 한다. 재단은 우리 사회가 이 운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한다. 연대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김미숙, 권미정 두 사람은 현재 재단준비위원회 대표와 상임활동가를 맡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출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투쟁의 현장 곳곳에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김미숙 용균이 사고 이후 광화문에 가서 발언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편지를 많이 받았다. 많은 분께서 자기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 보내줬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무시를 당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 한 장, 한 장을 울면서 읽었다. 많은 분이 마음에 와닿는 편지를 써주셨다.

권미정 재단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메일로 가입을 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사연이 많다. 어떤 분은 본인이 일하면서 받은 수당을 보내주셨는데, 몇십 원 단위까지 보내주셨더라. 잘못 보낸 줄 알고 연락을 드렸더니 일부러 다 그대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잘 쓰이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셨는데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또 다른 한분은 주춧돌 기금(일시 후원)을 보내주셨는데 많이 보태고 싶지만, 본인 형편이 어려운 사연을 알려주시면서 1만 원을 보내주셨다. 그 돈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기나긴 싸움을 거쳐 특조위가 구성됐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하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진상조사를 거쳐 구조/고용/인권, 안전/보건/기술, -제도 개선 3개 분야에서 22가지 권고안이 제출됐다. 또 권고안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이행점검위원회설치를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김미숙 특조위 권고안 22개가 나왔다. 여전히 안전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다. 안전펜스 몇 개 설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고안이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권미정 중요한 것은 이게 과연 발전소에만 해당하는 문제인가다. 2000년대 초반 이뤄진 발전소 민영화 이후 노동자의 고용구조와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명했다. 그 결과 용균이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전에는 산재 사고를 보면 그 순간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전후 사정과 자초지종만 살폈다.

반면, 특조위는 역사적 과정 전반을 살폈다. 그 결과 발전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권고안 이행이 잘 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바꿔내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공공부문에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 적용 범위를 확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해당 발전소 그리고 전 영역으로 확장될 때 조사 결과가 사회적 의미를 비로소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도 함께하면서 모임 명칭 그대로 다시는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힘쓰고 있다. 김미숙 씨에게 다시는에함께하는이유, 또 어떤 활동을 해나갔으면 하는지 물었다.

김미숙 ‘다시는’에 있는 산재피해 가족들은 서로 말을 안 해도 아픔을 안다. 만남만으로 의지가 많이 된다. 올해 1월부터 만나게 됐는데 그때 위로 차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나 역시 용균이 사고가 있었을 때 도대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고 막막했다. 또 이런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시는’이 그 사람들의 손도 잡아주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함께 하면 좋겠다.

사단법인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는1026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권미정 씨는 재단이 우산과같은 역할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권미정 사회에서 소외받고 약자인 수많은 노동자의 큰 우산이 되면 좋겠다. 보호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엮어내는 거 말이다. 우리는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협동이어야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고 그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용균재단은 투쟁하고 연대하는 조직이고, 그러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안전 문제를 함께 담아내려는 새로운 운동이라 본다. 앞으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각자 할 수 있는 바를 조금씩 내서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 후원하기

CMS (자동출금) 후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실 개인과 조직은 http://bit.ly/김용균재단 으로 신청.(이메일로도 가능)


주춧돌 후원
부정기적으로 일시적 후원하실 개인과 조직은 후원계좌로 입금하시고 전화나 이메일 보내주세요. (02-833-1210,
yongkyun2019@gmail.com)

후원계좌
기업은행 149-102525-04-012 김용균재단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