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안전한 삶과 일터를 만들자 / 2019.07

[현장의 목소리]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안전한 삶과 일터를 만들자

 

 

나래 / 상임활동가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만 15건. 전부 충북에서 발생한 사고의 건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13일 제천시 한 업체에서 화학물질 폭발사고가 터져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사고는 충북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4년 7개월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폭발·파열·화재나 화학물질 누출·접촉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총 100명에 이른다. 부상자도 2천169명에 달한다. 유해 위험물을 취급하지만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총 1천228곳에 달한다.


과연 대한민국에 안전한 곳이 있는지조차 의문인 현실에서 ‘자본의 탐욕으로부터 안전한 삶과 일터!’를 핵심 키워드로 삼는 충북노동자시민회의가 작년 9월에 출범했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과 활동을 이어나고 있는지 소집권자이기도 한 조남덕 씨를 지난 6월 25일 화요일 청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충북 노동자시민회의 소집권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 지부장 조남덕

 

“저는 자동차 계기판을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23년 정도 됐습니다. 한 곳에서만요. 그리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충북노동자시민회의(이하 노동자시민회의)는 유튜브에 한 청년 노동자가 나와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의 삶이 바뀔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동영상이 주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촛불의 힘이 실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터가 바뀌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그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죠. 그쯤 충북지역의 다이옥신 소각장 문제, 라돈침대 문제가 부각됐던 때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일터를 바꾸고,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의 개입을 통해 활동하는데 그 과정에 노동이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지역과 노동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고심했죠. 동시에 유해화학물질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역의 단체와 노동조합이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고, 작년 9월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공부도 하고, 운영위원회 회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과 안전, 건강을 키워드로 삼는 조직이 생겨나면서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물었다.

“다들 처음에는, 특히 노동조합의 경우 ‘뭐지?’ 이런 분위기가 있었죠.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보통 정해진 A, B, C가 있는데 노동조합이 유해물질, 환경문제를 갖고 뭔가 해보자고 하니깐 취지는 공감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 이익 투쟁 말고 환경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에서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전전을 하며 확인한 것은 반응을 적극적으로 주시는 분의 경우엔 내용에 공감하며, 노동자들과 이 문제에 나서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연락을 주기도 하셨고요. 충북이 워낙 대기질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거든요. 더불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는 제기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일터의 담벼락을 뛰어넘는 것. 그것이 노동자시민회의의 출발점이자 도전이기도 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모여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사고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천 사고와 관련해 관심이 많습니다. 활동을 아직 왕성하게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카드 뉴스도 제작하고,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거죠. 또 다른 활동은 대기오염물질 조작사건과 관련해서 노동조합도 찾아가고, 간담회도 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어요. 사업장 전면 실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이었죠. 이때 많은 기자가 찾아와서 솔직히 놀라기도 했어요. 지역사회의 노동자들이 공장 밖을 나와 환경문제, 유해물질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이만큼의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자시민회의는 본인 스스로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을까.


“사실 사고가 나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알기 쉽지 않아요. 사고가 난 현장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도 이것이 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럴 때 ‘당신 삶에 어떤 영향이 있어요.’라고 해석해주고,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것들이 차단되어야 우리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계속 설명해주는 것, 그리고 각 일터와 내 일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죠. 그런 활동이 우리의 1차
목표입니다.


제천 사고의 경우에도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한정될 수밖에 없어요. 정보가 워낙 차단되어 있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와 기업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죠. 노동자시민회의가 확인한 것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자기 사업장, 자기 안전문제가 아니고서는 지역과 함께 하겠다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에요. 그것을 앞으로 해나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걸 본 거죠. 이런 것들이 계속 필요합니다. 또한 이런 것들이 충북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연결 되어야 하고요.”

 

노동자시민회의 회원들이 지역에서 거리 선전전을 진행하는 모습. 이들에게 거리에서 시민과 노동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가장 최근 이슈가 됐던 제천 화학폭발사고의 경우에도 노동자시민회의 가 갖는 주요한 문제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학폭발사고가 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시민회의를 포함한 지역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사고가 난 공장은 유해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취급하는 화학업체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동안 여러 번의 위험 신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고를 겪은 후 노동자 시민회의 역시 고민이 깊어졌다.

“저희가 평상시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에 정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 확인됐죠. 위험을 평소에 관리·감독 하지 못했고, 지자체 역시 현황 파악도 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 상황 자체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시민회의가 계속 주장한 것은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고, 관리되고 있는지 지역과 일터의 노동자들이 알 수 있도록 언제든 자료를 요구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었어요. 어떤 대책위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피해 보상 얼마로 끝날 뿐이고, 제도적 변화는 없을 거란 생각이 이번 사례를 통해 재확인된 거죠. 사실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같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6년 7월 26일, 조남덕 씨 본인 역시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직접 경험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일 반복되는 화학물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공단 내에서 ‘티오비스’라는 화학물질 2개, 드럼 300리터가 유출 됐는데 그 자체로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유해물질인 황화수소가 생성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반경 300미터 지역엔 대피령이 내려졌다. 사고 공장과 콘티넨탈의 지도상 직선거리는 300미터였다. 하지만 당시 콘티넨탈엔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콘티넨탈 직원들은 가스 누출사고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 결국 당시 지회장이었던 조남덕 씨는 조합원들을 대피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용자 측은 조남덕 씨를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했고, 회사의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했단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했다. 현재 대법원에 가 있는 상태다.


“최근 사고를 보면 우리 사업장 상황과 겹쳐 보여요. 일하는 공간에서 엄밀히 말하면 노동자에게 위험을 거부할 권리가 없어요. 특히 이번 산안법 개정을 보며 더욱 걱정되는 상황이죠. 자꾸만 노동자들 스스로 위축시키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간다면 어느 누가 자신과 일터의 안전을 위해 권리를 행사하려고 할까요?”


일터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알권리 역시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권리는 아래로부터, 위험 노출이 쉽게 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란 곳이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SK하이닉스 공단이 있어요. 근처에 5천 세대가 넘는 주거지역이 있고요. 실제 비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냄새가 많이 나요. 신고해도 지자체는 알았다고만 하고요. 해당 주민들은 이상한 걸 알아요. 그런데 답답한 게 냄새로 아는 것 외에도 어떤 것이 위험한지 알아야 하는데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어요. 앞으로 공장이 더 들어올 텐데, 주민이나 노동자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죠. 무엇보다 주민과 노동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해줘야 해요.


노동자시민회의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터가 안전해야 지역 시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거예요. 노조가 있는 사업장보다 노조가 없는 곳,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곳 등 여기서 노동자시민회의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전을 지키는 주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노동자, 지역 주민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