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유연 노동시간과 정신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영향 미리보기 / 2019.07

[연구리포트] 

 

 

유연 노동시간과 정신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영향 미리보기 

 

 

이혜은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올해 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였다. 노동계의 깊은 우려와 반대에 불구하고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결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조항으로 ‘근로일간 11시간의 휴식 의무화’ 가 더해졌으나 그마저도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무산될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용어 자체는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이니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제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탄력근로를 찬성하는 경영계에서는 “사용자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근로자도 근무시간이 줄고 휴일이 늘어나는 등 일과 생활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고 포장한다. 과연 탄력근로 확대가 ‘주당 최대근로시간 52시간’의 효과를 무력화시키지 않고 제도를 안착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보다 탄력근로의 단위기간이 훨씬 긴 선진국들 사례 (물론 그들의 전체 노동시간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짧기에 단위기간 만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 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으나 기존의 유럽 연구에서도 유연노동시간에 대
한 우려를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유럽근로환경조사의 응답자 21,505명에 대해 분석한 연구01에 의하면 유연한 노동시간을 일하는 경우 (하루 노동시간이 매일 같지 않거나, 매주 근무일수가 일정하지 않거나, 하루 중 일하는 시간대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비율이 건강문제에 따라 1~12% 가량 높았다. 요통, 두통, 불안, 스트레스, 사고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건강 상태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유럽 국가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1400~1800 시간 정도로 약 2,000시간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짧은 상태였음에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불과 얼마 전까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까지도 가능했기에 사실상 굳이 탄력근로제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인 연장근로를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유연하게’ 일했다. 따라서 기존의 데이터를 이용해 탄
력근로제 확대가 가져올 영향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취업자를 대표하는 근로환경조사의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하여 유연한 노동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의 특성과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2. 연구 대상과 방법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는 2017년 근로환경조사 자료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를 대표하는 데이터이다. 연구대상은 시간제 노동자를 제외한 전일제 임금근로자로 한정하였다. 그 외에도 불안정 고용과 시간선택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주당 근무시간 30시간 이하의 단시간 노동자와 근무시간대는 일정치 않지만 탄력근로제와는 별개의 비전형노동시간인 교대근무자 역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주요 분석 항목의 결측치가 있는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총 분석대상자는 대표성을 반영하는 가중치를 적용했을 때 28,345명이었다.


유연 노동시간은 1) 매일 노동시간의 길이가 같다 2) 매주 근무일수가 같다 3) 매주 근무시간대가 같다 의 3가지 문항에 하나라도 ‘아니오’로 응답한 경우로 정의하였고 모두 ‘예’로 대답한 경우 비유연 노동시간으로 간주하였다. 주요 결과변수인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은 지난 12개월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모든 빈도 분석과 평균 계산, 로지스틱회귀분석은 가중치를 적용하여 수행하였다.


3. 연구결과

3.1 유연노동시간 노동자는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전체 분석대상 28,345명 중 5066명 (17.9%)이 유연 노동시간에 해당하였다.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와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의 인구학적, 직업적 특성 분포는 다음 표 1에 비교하였다. 비유연 노동시간 군에 비해, 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은 남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사무종사자의 비율이 다소 낮고 대신 판매종사자, 기능원과 장치/기계 조작 종사자 등 제조업 생산직에 해당하는 직업군의 비율이 높았다.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의 경우,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 이하인 경우가 약 60%를 차지하였으나, 유연노동시간 노동자들의 경우, 약 40%로 훨씬 낮은 비율을 보여 유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길었다. 월평균 소득은 유연 노동시간 노동자들이 조금 높았는데, 유연 노동시간의 경우, 장시간 노동과 비전형 노동시간 (야간, 휴일 등)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이 소득을 높였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탄력근로제의 확대 시 양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노동조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평균 주당노동시간으로 층화하여 유연노동시간 여부에 따라 노동시간 관련 노동조건을 비교해보았다. 주당 노동시간을 31~40시간, 41~52시간, 53시간 초과로 나눠서 비교해보면, 모든 노
동시간 분류에서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 나쁜 결과를 보인 항목이 많았다. 같은 노동시간 일하는 경우, ‘유연하게’ 일하는 노동자는 밤 근무, 저녁 근무, 토요일 근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 날짜, 11시간 미만 휴식하고 다시 일한 경험이 ‘유연하지 않게’ 일하는 노동자보다 많은 것이다. 이미 주 평균 52시간 한계를 지키고 있어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당 노동시간 41~52시간 그룹의 경우, 유연노동시간 군이 밤 근무 횟수, 저녁 근무 횟수,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횟수가 모두 많았고, 특히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횟수는 2배 가량, 11시간 이상 휴식하지 못한 경험은 2.5배가량 높았다.


3.2 유연노동시간과 정신건강

그림1 주당 노동시간과 유연노동시간 여부에 따른 우울/불안 증상
*성별, 연령, 직업군, 업종, 소득을 보정한 결과임


노동시간과 유연 노동시간 여부에 따른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의 위험은 다음 그림 1과 같다. 법정노동시간인 주당 노동시간 31~40시간 이면서 비유연 노동시간인 노동자를 비교군으로 했을 때, 노동시간이 길고 유연노동을 하는 경우에 우울증상 및 불안증상의 위험이 컸다. 특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에도 유연노동시간 노동자의 우울증상은 비교군의 3.37배, 불안증상은 3.78배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오히려 주당 평균 53시간 이상 노동하는 비유연 노동시간 노동자의 위험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4. 마치며
본 연구 결과는 하루 근무시간의 길이나 주당 근무일수가 불규칙한 경우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라도 야간 근무, 휴일 근무, 하루 장시간 노동 등 나쁜 노동조건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우울증상과 불안증상의 위험이 3배 이상 매우 높아짐을 보여주었다.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상한제로 조금이라도 노동자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원한다면, 성급한 탄력근로제의 확대는 막아야 할 것이다.

 

* 각주

01 Costa G, Akerstedt T, Nachreiner F, Baltieri F, Carvalhais J, Folkard S, Dresen MF, Gadbois C, Gartner J, Sukalo HG, Härmä M, Kandolin I, Sartori S, Silvério J.Flexible working hours, health, and well-being in Europe: some considerations from a SALTSA project. Chronobiol Int. 2004;21(6):8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