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일본 철도 JR 3사의 외주화와 안전 위협 / 2019.03

[연구리포트]

 

 

 

 

  일본 철도 JR 3사의 외주화와 안전 위협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에서는 공공부문의 핵심 사업이 일찍부터 민영화되어 왔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하에 지역별로 분할민영화 된 이후 전력, 철도, 우정사업 등의 부문에서 실질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외주화와 그에 따른 숙련공백 발생 및 비정규인력의 증가였다. 특히 철도사업은 1980년대 초중반부터 노동유연화와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시기에 추진되었으며, 특히 노동조합 파괴와 그를 통한 유연화에의 저항 차단이 병행되었다.

 

 

일본의 철도사업 민영화는 나카소네 내각(1982년 말~1987년 말) 시기에 노동자파견법(1985)과 함께 추진되었으며, 1983년경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87년부터 실시되었다. 그러나 분할 과정에서 상하분리가 병행되지는 않았다. 누적된 채무 역시 정부가 일반회계로 떠안았고, 지역별 독점체계가 구축되었다. 다만, 홋카이도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지역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경영지원자금 제공과 더불어 홋카이도 신칸센의 신설 등에 따른 정부의 시설투자지원 등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여객철도의 지배구조는 민영화 이후로도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여객철도는 공공성을 포기하였다.

 

 

민영화 이후 일본여객철도의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은 대규모 외주화 

민영화 이후 JR각사의 가장 큰 외적 변화는 조직구조상의 변화이다. 우선 민영화 직후 JR각사는 국철이 통합적으로 운영하던 각 사업을 특성별로 나누어 사업본부를 신설하였다. 대표적으로 신칸센사업본부와 철도사업본부를 나누고, 영업부를 신설한 것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는 JR각사의 본사 및 지사 규모를 축소하면서, 대대적인 외주화를 실시하였다. 두 차례의 조직상의 변화를 관통하는 내용적 변화, 즉 경영방침은 공공성의 포기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다. 

 

민영화 이후 사업 다각화와 다운사이징에 집중해 왔던 일본여객철도는 대중교통요금 공공성을 외면해 왔고, 또 적자노선 폐지를 추진하여 보편적 권리로서의 이동권을 침해해 왔다. 그런데 외주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이제는 안전위협과 시민불편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주화가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인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닌 공적 서비스 제공주체로서의 책임을 외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시설, 영업, 차량 등 부문 간 유기적인 수평적 협력이 필요한 철도사업 부문에서, 분사화 형태의 외주화를 통한 수평분업 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외주화는 불법파견, 고용 및 노동조건 악화, 숙련공백으로 인한 기술력 저하, 대형사고 발생과 같은 안전위협의 증대, 사고대응 부실화 등에 따른 시민불편 증대와 같은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자회사 인력의 절반은 본사 정년퇴직자, 나머지는 기간제 비정규직... 재하청 규모도 상당 

그렇다면 일본여객철도는 왜 자회사 방식의 외주화를 추진하였을까? 최근 정년퇴직자가 대량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60세 정년퇴직 이후로도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여야 했다. 이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회사 설립 및 계열사의 자회사 형태로의 재편을 통해 퇴직자들을 외부화한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더불어 추진되었다. 따라서 퇴직자들의 자회사로의 이동과 더불어 기존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들 가운데 사측에 비협조적인 노조의 조합원을 전적 등의 형태로 외부화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JR각사가 본사 인력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자회사를 중심으로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그러던 중 본사 관리자 출신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외주업체의 임원 및 간부층은 증가하는 반면, 현장 인력은 부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외주업체들 또한 2차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JR동일본은 외주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외주업체 측에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설, 장비, 비품, 기구, 원자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외주업체는 사실상 노동력만을 제공하고 있어 위장청부, 즉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5~6년 후면 JR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이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는데, JR은 외주화를 통해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나, 숙련공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심화시키고 있다. 

 

 

달라진 대형사고 발생 배경, 그리고 시민불편 증대 

그동안 대형사고를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민영화의 정치적 목표였던 노동조합 약화가 지적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대형사고는 외주화의 부정적 측면이 겹쳐져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철이 모두 담당하던 업무를 복수의 외주업체가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노동안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JR동일본은 잘 정비된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본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철도산업에서도 위험의 외주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일본 철도의 안전신화역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5107명이 사망한 JR서일본의 후쿠치야마선 사고는 민영화에 따른 결과, 즉 노동조합 약화의 직접적 폐해였다. 이후 다양한 안전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이 흐른 뒤 지난 2014JR동일본의 가와사키역 탈선 사고라는 대형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그 배경에는 JR이 꾸준히 추진해 온 외주화가 놓여 있다. 이전에는 국철이 담당하던 보안담당, 노선개폐책임자, 중기안전감독자, 중기운전작업자 등의 업무를 외주화된 6개사가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분할민영화 및 JR 출범 이후 2013년까지 노동자 사망을 포함한 중대재해를 당한 노동자수는 342명이다. 이 가운데 JR 사원은 67명인데 반해, 하청노동자는 275명에 이른다. 이는 JR동일본의 차량부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주화와 인력감축으로 인해 외주하청에 각종 사고발생이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주화는 사고 대응 역량의 약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자회사 역무 노동자는 이전부터 운전 취급이 금지되어 있고, 자격 및 숙련을 결여하고 있어서 사고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000년대 후반 이후 역무 외주화가 심화되면서, 사고 대응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위장도급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업무 분리로 인해, 현장교육훈련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충분한 현장경험과 숙련을 결여한 자회사 노동자들이 사고 대응을 함으로써,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밖에도 시민불편 증대 가운데, 역무 외주화가 자동화 및 인력감축과 함께 추진되면서 교통약자가 겪는 불편 또한 증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승객과의 접점인 역무는 대부분 자동발권기와 자동개찰구로 대체되었으며, 아예 무인화되어 문제 발생 시에는 원격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대응하는 역이 늘어났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직접적인 인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은 주변화되고 있다.

 

시설부문에서도 역무 부문에서처럼 사고 등 문제 발생 시 대응하는 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JR동일본 측이 시설 및 설비의 관리만을 담당하고, 현업 분야는 전적으로 외주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JR동일본으로부터의 출향자들 역시 검사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문제 발생 시 JR동일본 측과의 매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JR동일본 측이 시설부문에서 대규모의 기계화, 자동화 중심의 인력감축 및 외주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JR동일본 직원들은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의 작업 및 자체 측정 결과와 자동화 시스템 상의 불일치가 자주 일어남에도, 최종적인 관리 책임을 지니고 있는 JR동일본 측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외주화와 안전 위협

일본의 공공부문에서는 민영화 이후 자회사로의 분사화 방식을 중심으로 외주화가 확대되어 온 반면, 한국의 공공부문에서는 최근 비정규직,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하여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안정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각 공공기관들은 기존 조직구성원의 반발, 임금 및 직급체계 통합의 어려움, 예산상의 제약을 이유로 자회사 형태로의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인 고용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자회사 형태는 기존 간접고용의 문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민간부문 사내하청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 등을 고려할 때, 직접고용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의 자회사 설립 과정은 제대로 된 자회사 설립을 회피하고 기존 하청업체를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외주하청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점 또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는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이 협소하게 적용될 때의 문제점 또한 보여준다. 역무 외주화의 경우, 본사 측에서는 자회사 역무책임자(관리자) 이외에 조반장급을 포함한 노동자들에게는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인명사고 발생 시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 내에서도 끊임없는 위장도급 논란의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공공부문 인력확충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원청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있고, 현장에서는 노동조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위험작업의 상당 부분이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는 등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무엇보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현대제철에서의 유사한 사망사고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남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 김용균 노동자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주목하면서 현장에서의 점검과 대응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