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 2019.02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최민 상임활동가

 

  201812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의 장례가 사망 62일 만인 201929일 치러졌다. 출근을 앞두고 새로 산 양복을 입어보고 쑥스러워하던 젊은이가 결국 헤드랜턴 하나 받지 못해 위험하게 일하다 비명에 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한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었다. 그의 삶과 죽음은 2016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 하다 숨진 김 군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에게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컵라면이 있었지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힘이 없었고, 21조 매뉴얼을 지키는 회사가 없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이 논평한 대로 최근 주요 사고와 노동재해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를 청년의 죽음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용균이 일했던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연료운영팀 60명의 팀 전체 평균 나이는 39.1세다. 40대 이상이 43%. 구의역 김 군이 일하던 은성 PSD에도 특성화고 현장 실습으로 취업한 10, 20대가 많았지만, 73%30대 이상이었다. 청년의 사고, 청년의 노동재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지, 산재 사고의 주요 위험군이 청년은 아니다. 2017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 964명 중 34세 미만은 74명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7.68%에 불과하다. 무상 사고 사망자 중 35%60세 이상의 고령노동자다. 전체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80%45세 이상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고령노동자 비율도 높아져 사고 발생 건수도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고령 노동자가 건설일용직, 재활용 사업 등 재해율이 높은 업종에 분포하고 있어 고령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더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다. 연령별 전체 사망자 중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25~29세 사망자의 2.24%, 30~34세 사망자의 1.62%가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약간 높지만 젊은 나이에 외인성 사망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은 제외했다.)

 

청년 일자리가 아니라, 모두의 일자리가 위험해지고 있다.

 

  청년 노동자의 사망에 애통한 마음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일하다 죽는 것은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있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것이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린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청년들이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린다기보다, 우리의 일터 자체가 위험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20187월 열린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 및 노동안전보건과제 대토론회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산재 사망률이 1988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자살을 제외한) 사고성 사망률이 산재 사망률보다 더 빠르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의 사고 사망률이 낮아지는 만큼 산재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터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는 사고사망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산업재해를 중심으로 한 분석이다. 일터 괴롭힘, 감정노동, 성과 압박과 같은 일터에서의 정신적 유해요인 등 최근 새롭게 문제로 제기되는 위험을을 생각해보면 산업재해일터의 위험은 사실상 우리 노동세계 곳곳에 오히려 가까이 와있다고 볼 수 있다.

 

불안정한 노동은 안전을 위협한다.

 

  21세기 내내 지속한 불안정한 일자리, 비정규직의 증가는 전반적인 직장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김용균의 사고 이후 왜 비정규직이 더 위험한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 더 위험하고, 꺼려지는 일을 비정규직, 외주의 형태로 내려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위험하다. 같은 일을 해도, 직무 스트레스가 높으면 사고위험이 증가한다. 심리적, 물리적 업무 부담이 많고, 지원과 보상은 적어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업무상 사고, 재해 발생 비율이 높다.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과 스트레스는 재해 발생률을 높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이내에 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2017년 업무상 사고 사망의 64%615건이 6개월 미만의 근속 기간에 발생했다.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서 근속기간이 특히 짧아서 더욱 그렇지만, 건설업 사망자를 제외한 사고 사망자 458명 중 43%196명이 6개월 미만의 근속기간에 사망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근속기간이 짧아지고, 불안정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채용과 퇴사, 이직이 빈번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과 정보제공을 받기 어렵다. CJ대한통운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청년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한 뒤, 하청업체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안전관리, 안전교육이 미흡했다고 진술했다. 매일 채용이 이루어지는 상하차현장에서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근속 기간이 짧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이런 명시적 지식을 제대로 전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체험을 통해 습득해야 할 암묵적인 지식도 얻기 어려워진다. 이런 지식은 주로 장인 도제 관계나 일터의 선후배 관계처럼 지식을 보유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얻게 된다. 매뉴얼로 작성돼 있지 않아도 선배가 하는 작업 위치와 형태를 보며, 좀 더 안전하고 수월한 작업 방식을 익히게 되는 게 대표적이다. 모두가 단기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계에서 이런 암묵적 지식의 전달은 불가능하다. 파견 노동자로 이루어졌던 반도체 하청업체에서 몇 년에 걸쳐 여러 명의 노동자가 실명에 이르도록 높은 농도의 메탄올에 중독됐던 사건은,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통이 없을 때 위험이 어떻게 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아래로 내려오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는 노동자를 취약하게 한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청) 노동자는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다하더라도 원청의 결정과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현장 상황에 직접 대응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3%에 불과해 집단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모든 조건이 상호작용하여 불안정노동자를 위험하게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이제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이런 위험이 젊고 앳된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 전체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안과 위험에 내몰린 불안정 노동자의 연대만이

 

  물론, 노동자에게 적대적이고, 계층에 따라 깊이 분절된 신자유주의 말기 상황에 본격적으로 임금노동에 뛰어들게 된 세대들이 갖는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죽음의 일터 상황을 목격하면서 자기 직장의 위험이 다른 일터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 김용균에게는 노동조합과 동료들이 있어서, 한해에 2천여 명에게 발생하는 다른 산업재해 사망과 달리 뉴스 단신으로 처리되지 않고 한국 사회에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청년 노동자를 더는 죽음의 일터로 내몰지 말자, 청년노동자를 보호하자고 외치는 대신, 먼저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 죽음의 일터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불안하고 위험에 내몰린 청년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모든 불안정 노동자들이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읽어내고, 세대와 관계없이 동료로, 조직된 노동자로 함께 싸울 때야,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보여주는 우리의 현재가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