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 규탄한다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 규탄한다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 확대돼야 한다



결국 2월 19일 탄력근로제 개악 경사노위 합의안이 나왔다. 우리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주에 64시간(52시간 제한+연장근무 12시간)까지 노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현행 제도에서도 최장 6주까지 연달아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어제 개악안으로는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대되어, 주당 64시간씩 3개월까지 연달아 일해도 문제가 없게 된다.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한다고 하나, 하루 13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주당 64시간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 심지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는 서면합의로 무시할 수도 있다. 4주 동안 주당 64시간 일한 뒤 발생한 뇌심혈관질환은 산재로 승인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과로사를 조장하는 길을 연 것이다.


사람은 하루 단위로 일하고 쉬어야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우울이나 불안증상, 불면증이나 수면장애, 피로 등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미 국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수많은 연구가 하루 노동시간이 증가하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산재 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주당 노동시간 제한 외에도, 하루 노동시간 규제도 필요하다. 야간 노동이 포함된 경우에는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나라도 많다. 오히려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사회는 법으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노동자가 상당수다. 특례업종, 감시단속, 농립·어업 등 1차 산업, 사업장 밖 간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 휴게시간에 대해 전혀 보호받지 못 한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매일 자신의 삶을 돌보기 위한 하루 휴식시간 권리까지 빼앗기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노동시간 규제의 범위 역시 오히려 넓어져야 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율성도 침해한다. 1주마다 교대 일정이 정해지는 마트 노동자, 무자비한 스케줄링 프로그램에 따라 밤늦게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뒤 몇 시간 후 새벽에 다시 출근해 매장 문을 여는 커피숍 노동자, 매 분 매 초마다 핸드폰에 뜨는 문자에 따라 일해야 하는 택배· 배달 노동자 등, 지금도 나날이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기 결정권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3개월 이상의 탄력근로제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2주 전에야 본인이 어떤 날 몇 시간 일할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의 계획에 따라, 정해진 때 정해진 시간만큼 노동에 투여되는 노동자는, 생산의 부품일 뿐 자기 계획을 가진 ‘인간’이 아니다. 


과로사 조장하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자기 필요 시간과 노동시간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규탄한다. 오히려 하루 노동시간 제한, 야간 노동 제한, 노동자의 노동시간 결정권 확대 등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 


2019년 2월 20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