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를 만나다 / 2019.01

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를 만나다

- 놀이치료사 박선영 님 인터뷰 

나래 (선전위원) 


놀이로 '치료'를 한다는 사실, 많이 낯설다. 치료 행위는 보통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이해된다. 병을 낫기 위해선 필요한 치료이지만, 만약 아동의 마음이 아프다면? 방법은 달라진다. 놀이를 매개로 마음이 아픈 아동과 가족, 더 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놀이치료사다. 지난 1월 2일 박선영(가명)님을 만나 놀이치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박선영 님의 일터 [출처: 박선영]


박선영님은 30대 초반으로 2012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 2017년 출산과 함께 1년 6개월 가량 육아휴직을 한 뒤 다시 복귀해 놀이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곧 경력단절로 이어져 불안함이 크기도 하지만, 다행히 당시 일했던 기관에서 4대 보험을 들어줘 출산 및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주변 놀이치료사의 부러움을 샀던 경험도 동시에 떠올렸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47%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어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는데 공부하면서 뭔가 나랑 잘 안 맞는 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고요. 저는 일대 다수가 힘들어요. 일 대 일, 일 대 소수는 편한데 말이죠. 그래서 제 꿈을 찾으려고 이런저런 워크숍에 참여해봤어요.

마침 대구에서 재활심리학회 워크숍이 열려 참여했어요. 그 중 3시간짜리 한 과목이 놀이치료였죠. 놀이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확 끌리더라고요. 그때부터 놀이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알아봤어요. 저에게 터닝포인트였죠."


프리랜서로 감춰진 놀이치료사의 노동조건

놀이치료사의 하루는 오후에 시작된다.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마치고 치료를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주로 만나는 아동의 연령은 아주 어린 경우는 15개월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다. 치료 40분, 부모상담 10분 총 50분 동안 일을 마치면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제대로 쉬진 못한다. 치료 기록을 남겨야 하고, 장난감 정리, 다음 상담 준비도 연이어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시간 마다 상담 하나를 하는 셈이다. 보통 하루 4~5건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간다.

전문적 지식과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자격증 취득, 세미나 참가 등 밀도 높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무에 대한 높은 요구에 비해 안정적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놀이치료사는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만약 본인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길 원해도 애초에 파트타임, 프리랜서 등 형태의 구인만 한다. 그렇다 보니 임금은 상담 건당 보수를 책정하고, 4대 보험엔 가입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역마다 치료비용도 다르다.

"저희는 정해진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임금인상도 거의 없죠. 5백 원 올리기도 힘들어요. 자격증 하나 더 따면 본인이 요구해요. 안 받아주면 나와요. 개인이 협상하는 거에요.

게다가 지역마다 책정 비용도 달라요. 서울은 1건당 3~4만 원, 경기도의 한 지역은 센터장들끼리 맞춰 2만2천 원으로 정해졌어요. 강원도의 경우 2만5천 원~3만 원까지 준다고 하더라고요. 차이가 많이 나죠. 심지어 1건당 1만5천 원 받는 분도 봤어요."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의 매력

"저는 놀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아동이 지니고 있는 발달적ᄋ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역할을 해요. 최적의 발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놀이치료가 끌렸던 이유는 바로 스스로 힘을 갖게 한다는 점이었어요. 치료사는 조력자인거죠. 제가 강제로 아동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놀이치료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매력이 있고, 지금도 좋아하는 점이예요."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 그렇다면 놀이가 어떻게 치료로 작용하는 걸까? 인터뷰 전 사진을 통해 본 놀이실의 색이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색부터 강렬한 빨간색 장난감까지 색이 다채로웠다. 다채로운 공간에 발을 디딘 아동과 놀이치료사 간의 치료 과정을 물었다.

"처음에 아동이 오면 놀이실을 설명해줘요. 여기서는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놀이를 하는 곳이고 소중한 곳이라고도요. 참고로 발달치료와 심리치료는 방식이 달라요. 심리치료의 경우 아동 주도적으로 아동이 선택하는 놀이를 읽어주고 반영해주고 촉진시켜줘요. 놀이실 안에서 아동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죠. 거의 아동이 선택한 놀이를 하고 그 흐름을 끌고 가는 식이에요.

반면 자폐, 지적장애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발달 놀이치료의 경우 치료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놀이를 제안하고 아동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요. 두 치료 방식이 다르죠. 아동의 상태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예민한 치료사는 심리치료와 발달치료를 중간에 섞어서 하지 않아요. 왜냐면 본인의 치료 태도가 흐트러진다고 생각해서요.

치료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만약 아동이 나무를 꺼내요. 그럼 제가 '어? 나무 장난감을 꺼냈네'라고 하면서 그 놀이를 그대로 읽어줘요.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요. 그러면서 아동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의미가 없는 것은 의미를 부여해주는 거죠.

놀이 중에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충분히 좌절감을 느꼈지만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요. 사실 부모와 지낼 때 그런 것들을 놓칠 때가 많거든요. 놀이치료사는 그런 것들을 다 들여다봐주죠. 아동에게 수용해주는 느낌을 주는 거예요."


아동의 상태와 양육자의 노력, 환경에 따라 케이스 마다 다르긴 하지만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2~3년 동안 치료를 한다. 심리치료의 경우 아동이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빠르게 빨아드리고, 자기를 드러내는 친구들의 경우 치료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친구들의 경우 더 기다려준다. 발달 놀이치료의 경우 길게 5년 동안 치료를 한 아동도 있다고 했다.

박선영님은 무엇보다 놀이치료는 치료를 받는 아동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8년 동안 많은 아동과 부모를 만나면서 경험한 사실이다.

"부모가 엄청 중요해요. 저는 일단 어머니에게 어떤 점이 아이를 키우는데 힘든지 들어봐요. 사실 기술이 부족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저해되는 것도 있거든요. 만약 그런 양육팁을 알면 '그래서 그랬구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양육팁을 알려주기도 해요.

치료 방향도 사실 부모가 어느 정도 정하는 것이거든요.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부모 상담 때 숙제처럼 부모에게 어떤 것들을 해달라고 내줄 때가 많아요. 이번 주는 이런 것들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죠. 당연히 성실히 하는 부모가 치료 결과도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데, '놀이치료 시작할 때 어머님이 함께 해야 하고, 본인은 1주일에 40분을 만나지만 어머니는 그 외 시간을 엄청 많이 보내고 있기 때문에 어머님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치료는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얘기해요.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죠."


성대 결절에 걸리는 치료사들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치료실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치료사 입장에서 치료를 할 때, 사람을 항상 마주해야 하는 일의 어려움이 있진 않은지 궁금했다.

"아직도 치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본인 아이 치료하는 걸 비밀로 해달라고 하기도 하죠. 저는 처음에 병원에서 일을 배웠는데, 거기서는 한 아동이 여러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많이 그래요.

그런데 사설센터에 와보니 협업하는 과정이 없더라고요. 세 명의 치료사가 한 아동을 치료하는데 서로 지원하고 소통하지 않는 거죠. 각자 하는 거죠. 물론 치료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체계가 없는게 아쉬운 점이에요. 아동들이다 보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 가는데 그런 곳들과 연계되면 치료에도 훨씬 좋을 텐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않아요.

만약 어린이집에 연락해 아동 생활이 궁금하다고 물어보면 반응이 반반이에요. 어떤 선생님은 받아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완전 싫어하고 정보를 줄 수없다고 해요. 업무 외 일로 취급하기 때문이죠. 사실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쉽죠. 조력자가 필요하고 같이 하는 회의나 과정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긴 해요. 그래서 주변 놀이치료사들과 교류를 통해서 많이 풀어요. 동시에 노력도 하죠. 치료를 해주기도 하지만 자기 문제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치료에 엮이면 안되기 때문에 주의하기 위해 자기 분석이란 걸 받기도 해요. 일종의 상담이죠."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보람에 찼던 경우도 많다고 했다. 치료를 마치고 종결할 때 뿌듯한데 바로,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라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소통이 잘 안됐는데 종결할 때 최소한의 사회 규칙을 알게 되는 등의 변화를 함께 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기쁘고 보람찬 경험, 어렵고 힘든 점을 이야기 하면서 놀이치료사가 많이 겪게 되는 신체적 건강의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우스갯소리로 항상 앉았다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 더 들어서 무릎 아프겠단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직업적으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목이 정말 아파요. 특히 언어치료사의 경우 성대 결절을 많이 겪어요. 그래서 저도 목이 안다치게 하려고 노력해요. 직업적으로 말을 크게 하고, 또박또박 하려는 직업적 습관이 모두 있죠."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부모도, 자녀도 행복할 수 있어요"

박선영님이 그동안 일 해오며 최근 두드러지는 문제 사례는 바로 아동의 영상물 중독이다. 자녀와 놀아주기 힘들고, 어려운 부모의 조건에서 아동의 영상물 노출은 하지 않기 어렵다. 부모의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심야노동은 바로 부모와 아동이 보내는 절대적 시간을 줄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과 부모의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하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측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적 요인이 바뀌어야 해요. 상담하면 보통 어머님들이 많이 오세요. 아버님들이 오는 경우는 굉장히 적죠. 어머님만 아이를 보는 경우 주 양육자의 스트레스도 증가해요. 만약 아버지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양육에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양육의 질은 높아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놀이치료사가 치료사로서 신념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어요"라는 자신의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