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사용자에게 부속품 취급 당하는 산재 노동자 - 산재 노동자 유○○ 님 인터뷰 / 2018.04

사용자에게 부속품 취급 당하는 산재 노동자

- 산재 노동자 유○○ 님 인터

재현 선전위원장


장애인 노동자의 건강권을 고민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다 산재로 장애나 장해가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3월 13일 인천에서 한 노동자를 만났다.

일하다 언제 산재 요양을 갔던 건가요?

저는 1978년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업무는 자동차 지붕을 칠하는 업무였는데 이 작업을 하다가 낙상해서 허리 척추 1, 2번 4, 5번을 다쳤었죠. 그게 1998년 4월인데 산재를 인정받아서 그해 11월까지 쉬다가 현장으로 복귀했어요.

복귀해서 일할 때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그때만 해도 작업 발판이 낮고 미끄러워도 안전조치라는 게 특별히 없었어요. 그러다 사고가 나서 산재 요양을 받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2001년도에 해고를 당했어요. 해고는 왜 당했냐, 기준이 명확한 건 아닌데, 그때 IMF가 오면서 회사 관리자들이 정리해고자 명단을 만들었거든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다고 했는데, 산재를 나갔다 복귀한 노동자는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기본 5점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산재 노동자들은 쉽게 해고 대상자가 되었죠. 결국, 1,750명이 해고됐는데 100명 정도가 산재 노동자였고 심지어 요양 중이거나 통원치료 중인 노동자들도 쫓겨났어요.

정리해고도 그렇고 산재 요양 중인 노동자에게 해고는 불법 아닌가요?

노동부 찾아가서 항의하고 그랬죠. 당시에 정부가 400억인가 투자해서 정리해고자들 재취업 기회를 만들겠다고 희망센터를 운영했는데 저처럼 산재 요양을 받았거나 현재 요양 중인 노동자들은 희망센터에서 전화도 안 받아 줬어요. 일하다 다치고 해고당한 것도 억울한데 아무도 나를 받아준다는 곳이 없으니 동료들이랑 복직 투쟁에 전념했죠. 저랑 같은 처지인 산재 노동자 30∼40명 정도가 투쟁했는데 시간이 길어지고 생계가 어려워지니까 다들 떠나가고 5명이 남았어요. 그러다 2002년 12월 23일에 5명이 복직했는데 이미 저는 왕따였죠. 은근히 따돌린다고 해야 하나 동료들이 저랑 얘기도 안 하고 밥도 같이 안 먹고요. 회식이라도 있으면 저는 일부러 늦게 가요. 눈치가 보이니까. 회식자리 가보면 구석에 제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어요. 술따라 주는 사람도 없고 대화도 안 하고 저랑 누가 얘기라도 하면 관리자들이 뭐라 하고요.

대체 왜 그런 거예요?

제가 계속해서 산재 노동자 해고는 불법 아니냐고 복직시키라고 투쟁을 했으니까, 다시 현장을 시끄럽게 할까 봐 감시한 거예요. 하도 왕따 당하고 감시받으니까 나중에는 공황장애가 오더라고요. 지금도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잠도 안와요.

산재 이후 장해가 남으셨다고 들었는데 일할 때 눈치가 보이거나 압박감을 느끼거나 그런가요?

아무래도 능률이 떨어지죠. 근로복지공단에서 충분히 요양 기간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완전히 회복해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거든요. 열심히 일하려하는데 몸은 안 따라주고 동료들은 내가 못 따라가는게 보이니까 도와준다고는 하는데 마음이 계속 불편하고 눈치가 보이죠. 그러다 2016년 12월에 오른쪽 어깨가 파열돼서 산재 요양을 한 번 더 나갔고요.

장해가 남은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아시겠지만 산재는 로또고 고통이고 파산이에요. 산재 신청을 한다 해도 될지 안 될지 늘노심초사하고, 된다 해도 고통은 남아있고 산재가 안되면 돈이 없으니까 파산하고 가정생활은 불화가 생기고요. 주변에 장해가 남아서 이혼하고 사회생활 못하는 사람도 4명이나 봤어요. 장해 급여를 받으면 돈은 있겠지만 산재 노동자와 가족들 마음에 편안함을 주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중증장애인은 누군가의 보조가 필요하고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러다보면 우울증도 생기고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거죠. 그거 아시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거요.

산재 이후 현장에 변화가 없나 봐요?

작업장은 잘 안 바뀌어요. 설비를 투자해서 바꾸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부서를 바꿔준다고는 하는데 그래 봐야 작업에 부담이 있는 건 비슷하고, 저 같은 경우는 부서를 옮기고 싶어도 다른 라인 작업자들 물들인다고 바꿔 주지도 않았거든요.

요즘 경제도 어렵고 회사도 다시 위기라고 하잖아요. 어떤 심정인가요?

요즘은 잠도 잘 못 자요. 산재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인데 다시 희망퇴직서를 쓰라니 그냥 죽으라는 거죠. 장애나 장해가 없는 사람도 고통스러운데 정말이지 산재 노동자는 회사에 부속품이에요! 부속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