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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 노동자 건강 이야기]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 2018.01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실태 파악이 우선이다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올해는 근로자 건강센터에서 일하게 되다 보니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방문해서,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의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해서 화학물질에 대한 중독사고나 안전문제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이었다. 아마도 이 작업장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사업장보다 더 위험하고 더 해로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규모 사업장, 하청 사업장과 파견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은 평소 안전과 보건에 관한 근로감독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다른 사업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을 것 같지 않다. 중독사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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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 노동자 건강 이야기]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 2018.01

위험이 집중되는 열악한 사업장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올해는 근로자 건강센터에서 일하게 되다 보니 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방문해서,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의 실태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의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해서 화학물질에 대한 중독사고나 안전문제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이었다. 아마도 이 작업장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이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사업장보다 더 위험하고 더 해로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소규모 사업장, 하청 사업장과 파견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은 평소 안전과 보건에 관한 근로감독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다른 사업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을 것 같지 않다. 중독사건이 발생한 작업장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작업장의 안전보건문제와 관련해서 느꼈던 점을 기술할 것이다.

작년 여름 소화기 제조 공장에서 발생하였던 간독성 물질인 HCFC-123 중독이 생겼던 사업장을 방문해서 재해 노동자를 조사한 적이 있다. HCFC-123으로 인한 간독성 문제는 비교적 잘 알려 있지만, 특검이나 작업환경측정 물질은 아니어서 현재 관리가 되지 않는 화학물질이다. 그래서 이를 취급하는 사업장은 이 물질에 대한 노출관리가 안 되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게 소화기 제조공장의 작업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소화액을 소화기에 충전하는 작업에서 작업자들이 호흡기와 피부로 고농도로 노출돼서 사업장을 방문해 확인하였다. 그 결과 작업과정 공학적으로 개선 국소 배기장치와 같은 환기시설이 미비하였다. 유기용제 노출을 줄여 줄 수 있는 적절한 보호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날이 더워지면서 끓는점이 낮은 HCFC-123이 대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작업자의 피부와 호흡기를 통한 고농도 노출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에서 독성간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해로운 작업환경 때문에 한 명의 노동자가 독성 간염으로 사망하였고, 2명은 간 수치가 많이 올라가서 독성 간염으로 입원 치료를 하였다. 이 재해의 특징은 젊은 노동자가 희생되었고 파견업체서 파견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피해자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하면 5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의 육체노동자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에서 안전 보건관리의 실패로 일어나 사건이었다.

또 다른 사업장은 화학물질 보관 탱크에 점검하러 들어간 노동자가 화기 물질에 의한 질식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이었다. 다행히 구조가 되었지만 끔찍한 중독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 사업장도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작업자들이 다루고 있었고, 화학물질 중독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현장은 관리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급성중독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저장 탱크에 송기 마스크와 같은 안전 장비도 없이 들어가서 저장 탱크에서 작업한 것은 안전 수칙에서도 많이 벗어난 일이었다.

내가 방문해서 조사했던 사업장이 한국의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의 현실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취업자 노동 환경을 조사를 분석해보면 제조업의 육체 노동자들이 더 해로울 수 있는 작업환경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고 같은 직업군에서도 정규직보다 임시직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 해로운 환경에서 일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된다, 하지만 한국의 작업장에서는 직업적 노출은 잘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안전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많이 발생해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크레인 사고가 한국의 작업장 안전문제를 현실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경험한 중독사고와 취업자 노동 환경 조사 결과와 같이 많은 생산직 노동자, 특히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좀 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안전을 위한 화학물질 관리는 무방비상태이며, 어쩌면 위험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선 현재 산업재해와 중독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제조업의 생산직 노동자, 건설업의 일용직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대책 마련의 기본이자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 하청업체, 파견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는 더욱더 파악되고 있지 않다. 이렇게 취약한 노동자의 산업재해와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