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터부터 좋게 만들어요!
- 노동인권 시민단체 활동가 복성현 님 인터뷰
문영 한노보연 실습 학생
시민단체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는 복성현 활동가 말에 먼저 떠오른 것은 SNS의 시민사회활동가 ‘대나무숲’ 페이지였다. SNS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친 대숲에서 따온 ○○대숲 페이지가 흔하다. 시민사회 활동가 대숲도 그 중 하나다. 활동가들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감정노동과 여러 소진 문제를 터놓는 글들이 종종 익명으로 게시되며, 활동가들이 기명 또는 익명으로 공감의 댓글을 단다.
저는 제 일자리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올해 4월부터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로 시민단체 ‘우리동네노동권찾기’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복성현 활동가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든 얘기가 하나도 없단다. 지금 일하는 곳 말고,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으로 취직해서 일했던 곳의 이야기를 주로 풀어내겠다는 그를 말렸다.
복성현 활동가는 “이전 직장은 제가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말하는 노동과 너무 괴리감이 커서,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다가” 지금의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일터의 어떤 요소들 덕분에 일자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환하게 웃음꽃이 피는지 하나하나 들어보았다.
우리의 노동부터 좋게 만들자, 이런 분위기가 있어요.
"제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고 느껴요. 업무도 제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정도지만, 많으면 미뤄라!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전에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했을 때는 야근을 많이 했어요. 신고가 몰려서 바쁜 기간에는 야근을 계속했죠. 한 달에 일주일은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오전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인데 사실 ‘칼퇴’라는 말도 되게 이상해요. 퇴근은 제때 하는 게 맞잖아요. 칼퇴도 지금은 잘 돼서 그 외의 시간도 제 시간으로 쓸 수 있어요.
일하는 중에도 그래요. 그 전에는 회사에 있는 동안엔 일해야 한다, 세무사님이 이런 게 있으셨거든요. 개인 SNS나 인터넷을 아예 못 하고 업무시간에 다른 일 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할 일을 다 하고 일하는 척도 했어요. 바쁠 땐 계속 일이 몰렸고요.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도 일이 많아서 열심히 하게 되고, 그랬었죠.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받고, 그래서 잘 처리해낼 수 있어요. 사업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야근하게 되면 다른 시간에서 빼 주세요.
보통 일주일에 주말 이틀이 제 시간이잖아요? 회사에 얽매여 있을 때 주말에는 ‘아 또 회사 가면 이거 해야 해. 하기 싫어.’ 이런 생각이 되게 많았는데, 지금은 ‘주말에는 뭐 하고 놀지?’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은 비슷할 텐데도 느끼는 시간이 되게 다르더라고요."
임금 부분에서는 어땠을까. 이전에는 최저임금보다 못 받았었다고 했다.
"7시간 근무에 115만 원이었는데 일단 기본 일하는 게 8시간이었거든요, 그러면 최저가 안돼요. 그것 때문에 싸웠어요. 제가 자취를 안 했는데, 만약 자취했으면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제대로 나와요. 160만 원. 이 정도면 생활은 그래도 가능하죠."
동료와의 관계도 물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 한 명, 한 명을 헤아리는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대표라는 직함이 강압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상사들로부터 여러 이유로 혼났다. 배우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서툴러서, 고졸로 취업했으니 대졸보다 더 조심하고 꼼꼼해야 한다며 챙겨준다는 이유로. 지금은 경험 많은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배울 것도 많다고 했다. 힘든 일이 없다고, 힘들다면 사이가 너무 좋아서 같이 노느라 힘들다며 함빡 웃는다.
일이 좀 더 일상이고 삶 같아요. 이 일로 제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저희 단체에서 맡은 주 업무는 재정이에요. 그리고 단체 사업인 고졸 노동인권 동아리 운영을 돕는 보조일을 하고, 노동인권 교육도 고등학교로 나가고 있습니다. 원래 제가 회계만 하는 걸로 여기 들어왔어요. 교육 나가서 얘기도 해주고 싶었는데, 제가 부족할까봐 걱정됐었어요. 처음엔 보조강사로 같이 나갔고,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 과정을 마치고 나니까 수업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강사 양성 과정 듣는 시간도 업무 시간에 다 포함됐고요. 일을 잘 해내는데, 새로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항상 많아요. 저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가서 친구들 보는 것도 좋고, 강의하기 위해서 제가 항상 공부하니까요. 이전 회사는 제가 그냥 돈 벌러 간 곳, 그렇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좀 더 제 일상이고 삶 같아요."
복성현 활동가는 단체사업으로 진행하는 고졸취업동아리 ‘처음처럼’을 매우 아낀다. 자신이 고등학교 때 가입해 활동했던 동아리다. 작년 10월에 만들어져 이제 2기를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오셨던 활동가분을 통해 알게 됐고,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나오다보니 어느덧 단체의 할동가가 되어 고등학교로 인권 교육을 나가고 있다.
"처음엔 친구들도 만나는 재미로 나갔었는데 종종 배우거나 다른 활동도 해요. 노동인권교육도 듣고요. 노동절에 같이 강의 듣고 행진도 하고, 캠페인도 했어요. 누가 어떤 내용을 배우고 싶다고 의견을 내면 알아보고 가능하면 자리를 만들어요. 친구들이 연애강의 듣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얘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동아리에서 노동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어, 내가 하는 노동도 이상한데’, 이런 인식도 생겼고, 친구들에게도 ‘그거 잘못 된거야’, 얘기해주다보니까 친구들 인식도 높아졌고요. 같이 캠페인도 다니게 됐어요."
노동인권단체 활동가들 역시 동아리 소속으로, 모임이 있을 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목성현 활동가에게 노동에 대해 돌아볼 계기가 됐다. 직접 일하기 전 학교에서 한 번 들었던 노동권 강의는 사실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회상한다. 현장실습으로 취업해서 일하며 친구들을 만나면, 갓 취업한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거의 일자리의 힘듦에 대한 토로다.
그런 이야기들을 동아리 모임에서 활동가들과 나누며 노동에 대한 인식이 싹텄다. 노무사를 대상으로 준비한 노동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동아리에서 함께 듣기도 했다. 프로그램 성원들의 청소년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도 되었다. 동아리 구성원 중에서 노동인권 강사 활동에 관심이 생긴 친구가 있다고 한다.
"저는 이런 동아리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 인식부터 올려야, 사회가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 텐데, 이 학생들이 노동자가 되는 거잖아요. 노동권에 대한 얘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아리를 안 했다면 내 권리가 침해당하는 걸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학교에선 ‘기업가 정신 교육’ 이런 걸 과목으로 넣는다고 하는데 다들 사장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등학교로 노동인권교육을 나가면 동아리 ‘처음처럼’에 대한 안내도 한다. 동아리에 관심을 보이고 가입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있다. 그 친구들이 백성현 활동가는 참 반갑다. 특성화고는 곧 현장실습 명목으로 취업을 나갈 시즌이다. 취업을 나가면 오직 회사를 위한 시간밖에 없고, 회사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회를 만든 게 미안하다고,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 성현씨의 말투에 무게가 실린다. 일을 나가게 될 여성들을 떠올리며 회사에서 여성들이 커피타오기 등의 잡일을 맡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노동’이 스스로에게 돈벌이만 뜻하기보다는 경험이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의미가 크다는 백성현 활동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활동도 더 하고 싶고, 사진도 해보고 싶고, 동물 커뮤니케이션도 해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필자의 물음에 “다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백성현 활동가는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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