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 2017.6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 반노동적·반인권적 계절 이주노동자 도입실태와 문제점



이나래 상임활동가



요 며칠 집에서 장아찌를 만들기 위해 끓이는 간장 냄새가 진동했다. 마늘종, 양파, 깻잎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흔히 식당 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이다. 맛이 있기도 하지만,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부담 없이 이런 종류의 채소를 접할 수 있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그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심각하다.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 확대하는 정부

정부는 올해부터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3월 13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단기 취업(C-4)비자로 농번기에 입국해 1~3개월(90일 이내) 체류하며 지정된 농가에서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제도다. 체류 기간연장은 허용되지 않으며, 재입국은 농번기 때만 가능하다.

법무부는 제도 도입 취지를 ‘농번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농민과 지자체의 숙원을 반영’하는 것이라 밝히며 2015년 10월부터 시험 시행했다.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의 이주노동자를 법무부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이주노동자를 내주고, 지자체는 이주노동자를 농가에 배정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은 이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농가를 책임지는 이주노동자

우리나라 농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 고령화와 주민 축소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이 자리를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이주노동자이다. 한국 거주 농업 이주노동자는 2016년 3월 법무부 기준 2만 4,281명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칠 경우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농업 분야에 2003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면서 932명의 농업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들어왔다. 초창기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보다 농축산업은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점점 농축산업의 이주노동자 수가 증가한다. 2009년에는 2,000명으로 건설업과 같고, 2010년부터는 건설업 1천600명, 어업 1천100명에 비해 농축산업이 3천100만 명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올해 2017년에는 건설업 2천400명, 어업 2천600명에 비해 약 2.5배에 달하는 6천600명이 농축산업에 도입될 예정이다.


인권과 노동권이 실종된 계절 이주노동자의 현실

점차 한국에 정착하는 이주노동자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장시간노동에 저임금, 임금체납, 언어폭력과 폭력, 성희롱과 성폭력 등 온갖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계절 이주노동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단체로 입국해, 각각 농가로 배정되고, 취업 기간이 종료되면 단체로 출국한다. 취업 기간은 3개월로 제한되어 더 일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기간 동안 일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는 무척 강하다. 이때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철저히 ‘이용’당한다. 그리고 그 기간이 종료되면 농번기가 아니란 이유로 쫓기듯 출국당한다. 그리고 지정된 농가에서만 일해야 하고, 사업장 이동 역시 불가능하다. 이들은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당한다. 문제가 있는 사업장일지라도 꾹 참고 근무해야 한다.

이미 시범사업을 한 괴산군에서 계절 이주노동자들의 3개월 치 임금을 근로계약이 끝나고 귀국하는 시점에 현금으로 지급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괴산군은 월급을 제때 받게 되면 사업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농축산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 휴게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당한다. 취업 기간이 3개월 미만인 비정규직은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므로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다. 아픈 몸을 치료하는데 돈을 다 써 수중에 돈 한 푼 남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는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이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취급하고,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체류 정책의 최우선 목적은 ‘정주화 방지’이다. 값싼 저임금의 노동력이 필요해 이주노동자들을 들어오게 하지만 장기간 일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오직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만 급급해하며 정작 이주노동자들의 반인권적‧ 반노동적 문제는 내버려 두고 있다.


계절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폭력적인 노동강도 강화, 사회보장 박탈하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미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노력은 하지도 않은 채, 정부와 지자체는 오히려 문제가 더욱 악화할 소지가 있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며 반인권적‧ 반노동적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