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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2017.4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교사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조사 이세영 후원회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교사’, 최근 중·고등학생 선호직업 1위로 언제나 손꼽히는 직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헬조선’에서 누군가에게는 이만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직업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달리 지금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와 성과급제로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5월,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기사들, 남성 교사만 섬에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대책 뒤에 누구도 교사의 권리나 안전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보기
월 간 「일 터」/[연구리포트]

[연구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2017.4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 교사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조사



이세영 후원회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교사’, 최근 중·고등학생 선호직업 1위로 언제나 손꼽히는 직업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헬조선’에서 누군가에게는 이만큼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직업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바라보는 모습과 달리 지금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와 성과급제로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5월, ‘흑산도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기사들, 남성 교사만 섬에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대책 뒤에 누구도 교사의 권리나 안전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두발·복장 제한 금지, 체벌 금지의 내용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학생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었으나 교사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쩐지 아직도 낯설고 먼 느낌이다. 201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 초·중·고 교사들의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등의 직업 환경을 설문 및 면접 형태로 조사하였다.


폭력 경험 실태 - “저게 교사냐?”, “아빠 보내서 겁주면 돼.”

이번 실태 조사 결과 많은 수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폭력은 교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심지어 폭력 경험 이후 그 장면이 떠오르거나 비슷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 왕따 경험이 있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억압적 심리를 교사들에게 막 퍼부었다. 심한 말을 많이 했는데 ‘저게 교사냐, 이게 교육이에요?, 왜 날 피곤하게 하는 거예요’와 같은... 알고 봤더니 이 아이가 청소년우울증이었다. 엄마도 우울증이고 가정적으로도 7년 정도 부모가 이혼 문제로 다투고 있다.”


“학부모가 찾아왔다. 내 앞에서 욕만 안 했지 ‘네가 뭔데’라는 식이었다. 복도에 나가서 엄마랑 이야기할 때는 나한테 들리도록 ‘X발’ 이런 욕도 했다. 그때는 정말 저 사람이 나를 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 심지어는 이 아빠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오는 게 아닐까,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하는 공포심도 있었다.”


“엄마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일이 생기면) 아빠를 보내면 된다. 대부분 교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가 한마디 하면 겁먹고 꼬리를 내릴 것이다.’ 이런 식으로...”


폭력 실태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을 들은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30% 정도로 나타났는데,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사 등 다양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성희롱 포함)을 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신체적 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학생,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동료와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해주는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폭력 실태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최근 1년 이내에 모욕적인 비난, 고함, 욕설을 들은 비율이 낮게는 20%, 높게는 30% 정도로 나타났는데, 가해자는 학생, 학부모, 동료, 상사 등 다양하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가,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이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행이나 성폭력(성희롱 포함)을 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는데, 신체적 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학생,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동료와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폭력이 발생해도 이를 중재해주는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 개인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의 경우, 서비스직처럼 직접적인 감정노동 위험 직업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원평가나 성과급제와 같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의 영향 및 교권 추락으로 점차 감정노동화 되고 있다. 감정노동 설문 결과, 여성 교사의 감정 노동 수준이 높게 나타났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다른 감정노동 위험 직군에 준하거나 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정조절의

요구 및 규제’ 영역과 ‘감정 부조화 및 손상’ 영역은 감정노동 고위험 직종 14개 중 각각 12위, 11위로 항공승무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조직의 지지 및 보호 체계’ 영역이 가장 심각했는데, 14개 직업군 중 2위로 보건의료원무행정직과 공공기관민원행정서비스직보다 안 좋게 나타났다.


교사의 우울 수준도 매우 높았다. 우울 설문(CES-D) 결과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우울증, 11.9%가 확실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령대별로 일반인구집단과 비교해도 더 높은 수치였다. 일반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일반인구집단보다 더 건강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과 교사가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교사의 직무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간제 교사의 경우는 유력 우울증 33.6%, 확실 우울증 18.1%로 정규교사보다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교사는 과연 편한 직업인가? - 장시간 노동, 만족도 저하 

조사 결과,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교사들도 상당수 있었는데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로사 인정 기준에 해당한다. 농촌 일반고 교사의 15.9%, 도시 일반고 교사의 11.8%가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일반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고에서 장시간 노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방과 후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감독 및 과도한 행정 업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승은 하늘이다’라는 말처럼 교사가 존중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인식의 변화, 경쟁 및 고립화, 사교육 의존 심화 등의 이유로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 직업 만족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교사가 사회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사고를 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다치거나 해도 그게 다 교사 탓이다. 교사가 안 가르쳤다, 교사가 학교에서 뭐 하느냐...”


“포털 사이트 댓글만 봐도,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도 제가 항상 겪은 게 ‘누구 엄마, 벌써 퇴근했어? 좋겠네, 나도 선생이나 할 걸. 좋겠어. 한 달이나 놀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나도 변명을 했다. ‘그게 아니라 방학 때 연수도 가고 출근도 하고.’ 요즘에는 ‘어, 너무 좋아. 자기도 선생 하지 그랬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점점 사람들과 대화를 끊게 된다. 고립되는 느낌이다.”


선생님이 건강해야 학생도 건강하다.

지금까지 교사의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그동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교사들의 많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였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직 교사의 직업 건강에 대한 논의는 걸음마 수준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교육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나는 경쟁으로 사회 전체가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흘러갈까. 학생 없이 선생님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선생님 없이 학생을 말할 수 없고, 교육을 말할 수 없다. ‘학생이 미래다.’라는 말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