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반올림 산재인정 투쟁의 성과 /2016.10

반올림 산재인정 투쟁의 성과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 변호사

 

 

 

224명의 피해 제보. 57명의 산재보상 신청. 8개의 질병(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뇌종양, 난소암, 다발성신경병증, 폐암)에 대한 13명의 산재인정. 2007년부터 시작된 삼성반도체 산재인정 투쟁의 성과다. 2011년 법원이 처음으로 반도체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했을 때, 모두들 기적 같은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회사의 자료 은폐와 근로복지공단의 부실한 재해조사는 계속 되었고, 무거운 입증책임을 노동자 측에 떠안기는 산재보험법의 문제도 여전했다. 그 와중에 만들어진 이러한 성과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싸움의 진정한 성과를 알려면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밝힌 산재인정의 근거들을 보아야 한다. 예컨대, 법원은 일부 판결에서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 규명이 어렵게 된 사정”들을 나열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재해조사를 잘못한 점, 회사가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구비하지 않거나 제출하지 않은 문제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업무기인성에 대한 엄격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거나 “이러한 사정은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정황으로 참작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난소암에 대한 산재인정 판결에서는 “발병률이 낮고 그 발병원인이나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 대하여는 의학적으로 다수의 연구가 이루어진 질병에 비하여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문기관인 산업보건연구원과 폐질환연구소가 작성한 ‘역학조사 보고서’에도 인상적인 내용들이 나왔다. 회사의 자료 미비나 은폐, 조사 거부 등을 적시한 후, “직무를 세세하게 구분하여 판단하기보다는 생산직 여성 내지는 여성 오퍼레이터라 보고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거나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당수준의 유해물질 노출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긍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직업병 문제와 관련된 과거의 판결문이나 공단 측 보고서에서 찾기 힘들었던 내용들이다.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있는 부분보다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더 많이 드러났다. 예컨대 재해자가 취급한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규명하려 해도, 그 제품의 이름과 성분, 노출 정도 등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가 관련 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관련 자료들을 진작 폐기해 버렸고, 국가도 그러한 상황을 계속 방치해 왔다는 문제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법원과 공단도 ‘업무환경이 얼마나 위험했느냐’와 함께 ‘업무환경의 위험성을 알 수 없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 ‘그러한 정보 부족이나 정보 은폐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 5개월 후면, 황유미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다. 유미 씨의 아버지는 삼성전자 본관 앞 노숙농성을 1년 째 하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산재인정 여부를 다투는 법적 공방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런데 그러한 법적 공방들의 가장 중요한 성과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소 허무한 감이 있다. 우리는 여러 사건과 소송을 거치며 피해자들이 처했던 업무환경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알게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 속에서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위험이 은폐되거나 규명되지 않은 채 그 공장 안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그토록 은폐되고 규명되지 않은 위험이 더 이상 회사와 공단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해석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회사와 정부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정보 부족의 문제가 재해노동자의 불이익을 귀결되는 ‘입증책임’의 문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 산재보험법상질병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의 전환 혹은 분배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한, 은폐되고 규명되지 않은 위험에 대해 노동자들이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여,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도록 해야 하고, 해당 사업장의 전ㆍ현직 근무자들은 그 자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UN ‘인권과 유해물질ㆍ폐기물 특별보고관’과 UN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여 각각 담당 분야와 관련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후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보고서 모두 산재인정 과정에서의 입증책임 문제와 알권리 문제를 주요하게 지적했다. 어쩌면 10년 가까이 이어져 오고 있는 반올림 산재인정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데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산재보험법상 입증책임문제’와 ‘노동자 알권리 문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싸움의 진정한 성과를 만들어 낼, 제2라운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특집 5.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2016.1

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선전위원회

 

 

2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3주기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크지 않았고, 승객들도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은편에 멈춰 선 열차에 불이 옮아 붙고, 기관사와 소방본부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 한 사이에 희생자가 크게 늘어 결국 192명이 사망했습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결국 기관사만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36일 고() 황유미 9주기 

질병과 죽음으로, 삼성반도체의 직업병 문제를 드러냈던 고() 황유미 님의 기일입니다. 반올림과 노동단체들은 매년 3월 초, 반도체 산업 직업병 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열어 왔습니다. 조금씩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고, 조금씩 더 많은 연대가 형성되고, 조금씩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모제이지만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긴 농성 뒤인 내년 추모제는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4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이제 4월은 이전의 4월이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20164월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한 달입니다. 한국 사회에 국가의 역할, 안전의 의미, 피해자의 권리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이나 결과도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4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추어 열리던, 살인기업 선정식이나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도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51일 노동절 

노동절의 시작도 노동자들의 집회에 경찰이 발포해서 사람들이 죽고, 그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노동자들이 경찰을 공격했다는 조작으로 노동운동가들을 사형시키는 공안 탄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내건 노동자들의 행진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6년 상반기는 노동개악과 관련된 싸움이 계속 될 것 입니다.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을 열어버리는 노동개악.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하는 투쟁으로, 우리 삶을 지켜냅시다.

 

 

72일 고() 문송면 기일 / 74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72일은 1988년 당시 열다섯 살이던 고() 문송면 님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날입니다. 수은 증기가 뿌옇던 작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폭로되고, 나이 어린 노동자의 직업병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고, 산재 추방을 위해 서로조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매년 이 즈음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를 엽니다. 정부는 매년 7월 첫 번째 월요일을 산업안전보건의 날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박제화하는 장애인의 날처럼, 지금 산업안전보건의 날에도 노동자는 빠져 있습니다. 그런 산업안전보건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1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1970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해 평화시장 의류노동자들의 참혹한 일터를 고발하였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20세에 이미 6년 전후의 경력자로, 하루 14시간 7일 내내 일하고 있었습니다. 눈병, 신경성 위장병, 호흡기장애, 폐결핵에 대한 호소도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결국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전태일을 기리며 매년 11월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1230일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보건조치 도입.

200235일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 88명이 집단요양신청을 하였고, 이 중 74명이 집단 산재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는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 투쟁은 집단적으로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IMF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이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실로 20021230일 사업주 의무에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것을 포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의 시작입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근골격계 예방프로그램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2016년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2002~2003년처럼 현장의 활력을 만드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추모성명] 삼성전자 폐암 피해자 이지혜 님을 애도하며

[추모성명] 삼성전자 폐암 피해자 이지혜 님을 애도하며 

- 삼성은 스물 아홉에 암으로 숨진 고인의 영정 앞에 사죄하라


오늘, 2015년 12월 27일, 또 한 분의 삼성전자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한 후 폐암에 걸렸던 이지혜 님(1986년생, 여성)이 3년 여의 투병 끝에 오늘 낮 12시 경 눈을 감았다. 이로써 올 한해에만 삼성전자 반도체, LCD 사업장에서 병을 얻어 숨진 노동자가 6명, 지금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사망자 수는 총 76명에 달한다.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안 생계를 돕기 위해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 취직했다. 2003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삼성전자 천안사업장과 탕정사업장에서 근무했다. LCD 생산라인 내 ‘액정’ 공정에서 주로 GT(Glass Test. 액정의 불량여부를 검사하는 일) 업무를 담당했고, 인력이 부족할 경우 엣지(Edge. 액정의 가장자리를 연마하는 일) 업무도 지원했다. 생산 중인 LCD 판넬의 화질검사ㆍ가압검사 등을 하여 불량품을 찾아내는 일, 불량품을 폐기하는 일, 설비와 작업장 바닥을 유기용제로 청소하는 일 등을 했다.


어려서부터 7년 넘게 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했고, 업무 중 수시로 공업용 아세톤과 IPA를 취급하였다. 고온의 리페어 설비에서 제품을 꺼낼 때, 주변에서 설비 PM(유지ㆍ보수)을 할 때, 설비 변경을 위해 라인 내 설비를 해체할 때, 정전으로 인한 설비 셧다운이 일어날 때 등등의 상황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과 가스에도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연마작업을 할 때나 불량품 폐기 작업을 수동으로 직접 할 때는 각종 분진에 노출되기도 했다.


고인은 입사 전 매우 건강했고, 평생 흡연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퇴사한 다음 해인 2012년 말경부터 폐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다니다, 그 이듬해 2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항암치료에 따른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이 이어지던 중, 2013년 2월 고인의 오빠가 반올림을 찾았다.


고인은 반올림과의 상담에서 업무에 관한 기억들을 힘겹게 떠올렸다. 일하던 중 각종 유기용제 냄새와 무언가 타는 듯한 정체 불명의 냄새들을 계속 맡았다고 했다. “강력한 환기시스템으로 냄새를 맡을 새가 없다”는 삼성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못박았다. 안전보건 교육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국소 배기장치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동료들이 피부질환, 생리불순, 유산 등을 겪었다는 말도 했었다.


반올림은 2013년 7월 고인의 폐암에 대한 산재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본격적인 재해조사를 벌인 것은 그해 11월의 일이었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현장조사는 2014년 4월에서야 이뤄졌다. 그때는 이미 고인이 주로 근무했던 천안사업장 3-4라인은 철거되어 남아 있지 않았고, 고인이 수동으로 했던 일들은 모두 자동화가 되어 있엇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1월, “정확한 유해물질 노출정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ㆍLCD 공장 폐암 피해자는 총 여섯 명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발표한 보상제도에서 “현재까지 국내외 반도체 역학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관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질환군”으로서(보상지원 ‘나’군 질병) 폐암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강행하고 있는 한시적 보상절차에서 폐암을 배제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ㆍLCD 공장에 다니다 폐암에 걸린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채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올해 9월 삼성이 교섭 약속을 파기한 채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한 직후, 직업병 피해자 56명은 “삼성의 독단과 기만에 분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안에 이지혜 님의 가족도 참여했다. 반올림은 그러한 피해자들의 분노와 절규를 담아 오늘로써 82일째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며 한시적인 보상을 강행하고 있다. 독단적으로 정한 보상기준을 내세워 그로부터 배제된 피해자들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삼성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언론들은 이러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삼성은 언제까지 이들의 질병과 고통을 개인에게 전가할 것인가. 언제까지 이들의 고통에 눈 감은 채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거짓말을 양산할 것인가.


이지혜 님은 만 17세에 입사하여 10대 후반과 20대의 절반 이상을 삼성 공장에서 고된 노동으로 보냈고, 27세에 폐암에 걸린 후에는 고통스런 투병으로 보내다가 오늘 만 29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삼성의 독단과 파렴치, 언론의 차가운 외면 속에 또 한 명의 젊은 생명이 그렇게 꺼져갔다.


▪ 삼성은 이지혜 님의 죽음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

▪ 삼성은 독단적인 보상절차로부터 배제된 피해자들과 이 독단성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절차를 마련하라.

▪ 삼성은 외부 독립기구가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2015년 12월 27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공동성명] 삼성은 직업병 문제에 대한 조정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노동안전보건단체 공동성명]


삼성은 직업병 문제에 대한 조정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라

 

 

 

723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관점과 해법은 매우 협소했다.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반올림과 교섭하기로 합의한 뒤에도 더 이상의 사과나 재발방지대책은 필요없고,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몇몇 피해자들에 대해 우선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만 2년의 시간을 끌어왔다.

 

이런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장한 조정이었기 때문에 201412월 조정이 개시되고 난 후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삼성이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사과), 최소한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보상하며(보상), 앞으로 이런 고통을 겪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는(재발방지대책) 반올림의 최소한의 요구가 혹시 조정 과정을 통해 희석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다행히 이번에 발표된 조정권고안은 이런 우려를 상당히 덜어내었고,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삼성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인 해결을 위한 조정으로서 다음 몇 가지 방향과 최소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유의미하다.

 

첫째,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기부를 바탕으로 공익법인을 만들고, 이를 통해 보상과 예방대책을 이 공익법인이 수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자가 직접 하는 것에 비하면 투명성과 공정성, 지속성과 안정성 면에서 더 나은 방안이다. 다만 현재 조정권고안에서는 공익법인 재원의 안정성과 사업의 독립성을 삼성전자의 선의와 진정성에만 의지하고 있어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공정성과 전문성을 더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 그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지속성을 위해 확인된 피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후 추가될 수 있는 피해자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법인 재원의 규모와 조성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더하여, 이 법인이 회사의 입김과 관계없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규정이 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보상에 대한 조정권고안은 업무 연관성에 따른 보상사회적 부조로서의 지원을 동시에 채택하였다. 삼성은 애초 엄격한 기준을 세워 업무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피해자에게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었고 반올림은 피해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였는데, 조정안은 이런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할 수 있도록 보상의 성격을 재규정한 것이다. 다만 이런 절충 때문에 현재의 조정안에 따르면 상당수의 피해 노동자들이 질환의 종류나 근무기간, 퇴직 후 잠복기 등을 이유로 보상에서 배제된다. 이로 인해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다시 한번 지연되지 않도록 보상 대상이 확대되어야한다.

 

셋째, 조정위가 보상 대상에 해당하는 모든 피해 노동자들에게 기존의 요양비와 장차의 요양에 소요되는 실비를 보상하도록 권고한 점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만 병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임금 보전은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일부 질환에만 국한하도록 하였고, 사망 시의 보상이나 위로금도 업무관련성이나 산재인정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어,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사회적으로 덜어낸다는 조정위 자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은 개선을 요한다.

 

넷째, 조정위가 권고하는 사과의 내용은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애초 요구에 비해 구체성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노동자 건강권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 사업주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노동건강인권선언으로 담아내어, 사과의 성격을 단순한 과거 청산보다 한단계 끌어올린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반올림에 제보해온 숫자만 따져도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200여 명의 노동자가 건강과 생명을 잃었다. 고 황유미님의 사망 이후 이번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이번 조정권고안이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온전히 위로하고 반도체 LCD 산업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실현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으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첫 걸음으로 삼을 수 있다.

 

관건은 삼성이다. 조정권고안 발표 이후 삼성은 재계와 친기업 언론을 내세워 조정안이 산재법의 근간을 흔들고 경영권을 침해한다며 부정적인 선전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산재법의 근간을 흔드는 진짜 원인은 노동자에게 지우는 과도한 입증책임, 입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의 영업비밀 남용과 산재인정 방해에 있다. 또한 조정안이 권고하고 있는 옴부즈만제도의 경우, 경영권을 침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정권고의 강제력이 없어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설령 강력한 감사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그로 인해 경영권에 다소 불편을 겪는 것과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조정위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번 조정권고안은 삼성 직업병 문제의 해결과 예방을 위한 최소 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즉시 조정안을 수용하고 그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후속 과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또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되었을 경우, 기업이 스스로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이 이번 삼성직업병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5729


건강한노동세상, 광주노동보건연대,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알림] 유미가, 유미에게 '제8회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주모주간'

 

 

 

2007년 3,6, 23살의 노동자 황유미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8년의 싸움, 법원도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이제 삼성만 인정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직업병 노동자들의 삶이 아니라, 보상 기준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 많은 유미들이 직업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질병, 근무년도, 업종이 아닌 고통으로 얼룩진 이들의 삶을 기준으로 삼는 것 만이 진정한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제 8회 반도체 전사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합동추모주간 일정

 

3월 2일 (월) 오전 11시

- 반도체 전자산업 뇌종양 피해자 집단산재신청 기자회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

 

3월 4일 (수) 오후 2시

-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노동자 증원대회 (경향신문사 별관 금속노조 3,4 회의실)

 

3월 6일 (금) 오후 7시

- 고 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 전자사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 '유미가 유미에게'

 

문의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02.3496.5067 / http://cafe.daum.net/samsunglabor

 

[노안뉴스] 이럴 줄 알았다면 삼성에 절대 안 갔을 거예요 (미디어 오늘)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901

 

 

“이럴 줄 알았다면 삼성에 절대 안 갔을 거예요”
[전자산업 피해자 연속인터뷰①] 삼성전자 LCD 김아리씨… 혈뇨와 두통, 입사 3년 만에 만성신부전증

 

 

이하늬 기자
 

 

“삼성전자라는 큰 회사에 입사하게 됐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좋지 않은 살림에 보탬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함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되돌리고 싶었던 순간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김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며 쓴 편지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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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많은 고3 학생들이 11년전 그와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 “삼성이든 다른 곳이든 전자산업 생산직에 가는 건 자기의 선택이에요. 그런데 알고 가는 거랑 모르고 가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만약 제가 이런 걸 알았다면 전 절대 안갔을거예요. 돈이 중요하지만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을 거 같아요.”

[언론보도] 위험삼성을 멈추는 시민행동 ‘알아야 산다’에 함께해요 (대안미디어 너머, 2014.10.23)

이 글은 경기지역 대안미디어 '너머' 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http://www.newsnom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


위험삼성을 멈추는 시민행동 ‘알아야 산다’에 함께해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재현  |  rotefarhe@hanmail.net




고 황유미 씨 7년 끝에 산재로 인정받아

지난 8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이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생명을 잃은 고 황유미 씨와 고 이숙영 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인권사회 단체 ‘반올림’과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삼성의 거짓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전자산업 노동자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며 7년을 싸운 끝에 산재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반올림’은 현재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보상은 물론이고 삼성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이 나뉘는 안타까운 일이 있으면서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반올림은 지금까지 이 싸움을 지지하고 함께했던 수많은 노동자 · 시민들의 힘으로 삼성과 사회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된 만큼 이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알 권리 문제에 주목하는 반올림

반올림은 대한민국 반도체의 날 행사일인 10월 23일 부터 위험 삼성을 멈추기 위해 ‘알아야 산다’는 기조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권을 향해 다시 한 번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특별히 ‘알 권리’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2007년 고 황유미 씨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청전 산업으로 알고 있던 반도체 산업이 사실은 유해화학물질로 가득한 위험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만 내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알지 못합니다. 화학물질 정보를 알고 싶어도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알 방도가 없습니다.

산업재해 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질병과 업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입증하라고 합니다. 노동자가 무슨 화학물질을 사용했는지 알 방법이 없는데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사업주 등의 의무에 의해 해당 사업장의 안전 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의 힘 앞에 법도 별다른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반올림은 노동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삼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알 권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합니다. 



위험삼성을 멈추는 시민행동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권을 향해 달리다 ‘반달 공동행동’ 첫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와 함께 제 7회 반도체의 날 행사장인 63빌딩 앞에서 위험 삼성을 멈추는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집단산재신청, 삼성 LCD 공장이 있는 온양과 기흥 · 화성 반도체 공장 앞에서 알 권리를 위한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수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해당 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여놓고 구체적인 사과 한마디 없는 삼성의 책임을 묻고, 지금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와 수원 · 화성 지역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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