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노동자 건강권의 바로미터 -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인터뷰 / 2018.07

노동자 건강권의 바로미터

-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최근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공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실제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 영업비밀 포함 여부가 핵심이 아니다. 우리 사회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하고 있는지 혹은 기업의 이윤과 영업비밀을 우선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우리 사회가 우선시 하고 있는지의 바로미터다. 지난 6월 23일 이 문제로 투쟁하는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를 만나 지난 경과와 최근 상황, 이후 계획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논란이 시작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올림이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고 황유미 씨를 시작으로 직업병 피해노동자가 일했던 노동환경에 대한 자료가 필요했어요. 그중 하나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였죠.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해 림프 조혈계 암에 대해서는 현장조사가 있었지만, 현장조사 이전 자료도 있어야 해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계속 필요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가 필요했나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제일 필요한 이유는 삼성 반도체, LCD 공장에 대한 자료가 있기 때문이죠. 작업환경측정 제도의 한계가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현재 기록뿐만 아니라 과거 현장에 대한 기록도 필요한데 삼성이 스스로 기록을 내놓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는 노동자나 시민이 정부 기관인 고용노동부를 통해서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은 이 자료를 요청했었던 것이죠. 2013년에 정부가 종합진단 보고서라고 반도체, LCD 공장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가 있기는 한데 여기에도 과거 자료는 없었거든요.”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한 적이 있나요?

“대한민국 국민은 정보공개법에 의해서 고용노동부가 가지고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결과를 볼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이전까지 고용노동부는 이 내용을 일부 가리고 보여주거나, 아예 안 보여주거나 그래왔죠. 결국 2014년에도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고용노동부가 삼성 온양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어요. 그때 1심은 졌는데 2심에서 이기면서 올해 2월에 고용노동부가 자료를 공개했어요.”

법원에서 굉장히 크게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네요.

“고등법원에서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했어요. 하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설령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있다고 해도, 이 자료는 해당 노동자나 지역 주민 등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요한 정보니까 비공개하거나 보호할 수없다는 거예요. 세 번째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지금까지 삼성이나 노동부는 해당 직업병 피해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지도 않았던 제3자가 예전 자료를 요구한다면 보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정보공개는 법적으로 이해관계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어요. 이후에 반올림과 함께하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다른 삼성 공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요.”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얘기가 궁금합니다.

“법원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가 내부 정책이자 지침을 바꿔요. 앞으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면 다 제공하기로요. 그래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죠. 결정 이후에 구체적으로 자료를 언제쯤 받을지를 고용노동부가 법률 대리인들과 상의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거죠.”

삼성이 손을 쓰기 시작한 건가요?

“네. 삼성 직업병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무사 님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복사본을 받으려고 고용노동부에 갔는데 자료를 못 받고 있다는 거예요. 이유를 확인해보니 갑자기 국민권익위원회가 작업환경측정 정보공개 제공을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는 앞으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인하려면 삼성이 소송을 취하하거나, 소송에서 패소해야 가능하다는 거에요. 결국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자료를 얻으려고 10년을 싸워서 이제야 길이 열렸는데 다시 소송으로 자료를 받으라고 하니 산재인정까지 더 오랜 시간 기다려야겠죠.”

반올림 활동가들 심경은 어땠나요?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악했죠. 오후 2시까지 오면 자료를 카피해주겠다 해서 갔는데 가처분이 걸려있어서 못 준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해요. 이후에 삼성이 행정소송 5개를 걸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동원해서 반도체 전문가랍시고 삼성과 이해관계가 물려있는 사람들이 자료 공개를 또 막고 있으니 삼성이 이거 막으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쓸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직업환경의학 의사나 산업위생을 하는 분들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른바 노동보건을 한다는 분들은 다들 경악했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왜? 아니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지? 라며 다들 황당하다고 해요.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이럴 수도 있다고 말씀을 하세요. 이유가 뭐냐면 어떤 사업주가 자기 현장을 측정한 결과를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걸 좋아하겠냐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럼요 작업환경측정이 좋아서 이걸 하면 막 기쁘고 행복해서 하는 건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안전보건 조치가 즐거워서 시행하는 사업주가 어디 있겠어요. 노동자 건강이 귀하니까 사람 목숨이 귀한 거니까 사업주를 강제하는 거죠. 강제를 안 하면 방치하게 되니까요.’”

대체 삼성은 왜 이렇게 하는걸까요?

“표면적인 이유와 속내가 조금씩 다를 거 같은데요.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 첫 번 째, 지금까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를 막은 이유는 이렇거든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 삼성이 쌓아 올린 정보가 누출 → 외국 동종 업계가 삼성 경쟁력을 쫓아 →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 타격’ 이 논리죠.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는 핵심 영업비밀이 담겨 있지 않아요. 애초에 담을 수 있는 포맷이 아니거든요. 

두 번째, 반도체 전문가들 말이 아무리 작은 정보라고 해도 조각조각 모으면 추정이 된다. 반올림은 추정하기 어렵겠지만 전문가들은 추정하면 자료를 다안다는 거예요. 저번 국회 토론회 때 나왔던 서울대교수 한 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일정 기술을 맨바닥에서 찾으려면 6만년이 걸린대요. 그런데 조그만 자료라고 해도 하나하나 모으면 2.5년 만에 따라 잡는 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제가 이 주장에 관해서 묻고싶은 게 있는데요. 일정 기술을 가지려면 6만 년이 걸리는데 삼성은 그걸 어떻게 몇 십 년 만에 해냈을까요? 자기들도 기술을 훔쳐서 가능했던 거라 남들도 훔칠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세 번째, 반도체 산업은 여러 차례 공정을 뺑뺑이 돌리는 거로 수익을 내는 산업이거든요. 그래서 공정배치도와 속도가 경쟁력이고 단가를 결정해요. 그래서 삼성 주장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들어 있는 간단한 공정 모식도가 영업비밀이 된다는 거예요. 이점에 대해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님이 하신 말씀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공정 배치도는 고유기술이 아니고 장비를 운영하려는 방안인데 이걸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노동자들 몇 시간 근무시키는지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비밀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걸 영업비밀로 인정해주면 현장에 법이나 사회적인 규율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져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요. 저는 이 주장이 맞다고 생각해요.”

표면적인 이유 말고 삼성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면 외국 동종업계가 삼성 경쟁력을 따라오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주적나라한 삼성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고 봐요. 삼성은 단 한 푼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거에요. 단 하루라도 경쟁자에게 따라잡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거죠. 그리고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주장은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거냐 문제라고 봐요. 기업이나 스포츠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인데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고 나를 부당하게 따라오는 걸 막고 싶어해요. 그런데 그걸 막고 싶다고 해서 가령 운전할 때 옆 차가 법규를 위반하면서 내 차를 추월한다고 해서 내가 그 차를 받으면 안 되잖아요. 삼성이 경쟁력을 우선할 수는 있는데 그게 노동자 시민의 건강권과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는 거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국회에서 영업비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친기업 전문가들은 반올림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에 영업비밀이 없다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그럴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있냐,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알려지면 배합해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주장을 해요. 그런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다른 기업들도 이미 다 알고 진행하고 있어요. 삼성만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에요.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다른 기업이 따라 올 거라고 주장하는데, 지난 역사상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자료를 토대로 따라왔다는 통계를 단 하나라도 들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도 없어요. 반면에 법학 전문가들은 이야기가 조금 달랐요. 일단 국가 핵심기술이라는말이 곧 영업비밀은 아니라는 거예요. 국가 핵심기술정보는 해외로 유출하지 말라는 거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현장에서 실제 측정을 하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글쎄요. 지금까지 직접 삼성 편드는 사람은 못 봤어요. 다만 너희 집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진 찍어서 아무한테나 공개한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주가 좋아하겠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도 사업주가 싫어하는 건 당연한데 그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죠.”

이후 소송 진행하는 것을 포함해서 이 문제를 둘러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삼성이 소송을 빨리 철회해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법률 활동가들 생각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다시는 삼성이나 기업들이 이런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거 같아서 이 문제는 소송에서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남는 제일 문제가 산재 피해자들이에요. 삼성이 말로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당사자에게는 주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러질 않고 있어요.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이나 법원이 기업이 작업장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감추거나 방해하면 산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줘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라는게 대체 뭐냐, 어떤 절차를 통해 영업비밀을 주장하고 그걸 인정할 것이냐, 영업비밀이라고 하면 어느 선까지 보호할 것이냐 등을 총괄하는 공적 기구를 만드는 게 필요한 거 아닐까 고민중에 있어요. 여기에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몇 년 전 법률 활동가들이 전문가들과 영업비밀을 심의하고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국회에 발의도 했는데 아직 통과되지 않았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법안을 들여다보고 지금 상황에 맞춰서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건 제도적인 부분이고 운동적 차원으로 보면 화학물질이나 현장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하고 정보를 받아보고 감시하는 그런 운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꼭 산재신청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회사나 지역에서 무슨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알고싶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싸움을 만들었으면 해요. 제생각에 지금까지 영업비밀에 관한 법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는 법이 나빠서나 국회의원이 나빠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이 조직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반올림을 비롯한 몇몇 단위들이 간혹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당사자가 나서서 소송도 불사하고 이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도록 하는 투쟁이 없었거든요. 이런 활동 없이 지혜롭고 선한 전문가들이 법안을 만들고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는 건 전혀 역사적이지 않은 기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노보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도 그렇고 노동안전보건운동 진영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말씀하신 고민을 반올림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농성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후 반올림 활동에 있어서 이 문제는 굉장히 주요한 의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반올림이 지금까지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첨단전자산업 대기업 중심, 산재 인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전자산업 노동자 인권과 건강권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영업비밀과 알 권리 문제를 고민했으면 해요.”

특집2.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 2018.07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권동희 회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


2013년도 여름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소개로 한 노동자가 찾아왔다. 한국GM 군산 공장 도장부 소속 노동자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산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된 상태였다. 사안을 보니 근무 기간(3년)이 짧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및 역학조사에서 원인 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불승인되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서를 보니 “작업환경측정 결과 상 벤젠 및 포름알데히드 측정결과도 없고, 타사의 자동차 도장공장의 노출 자료에서도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노출 기준인 TWA 0.5 ppm을 넘는 수치는 없다”고 하였다.

그 노동자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GM에 입사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니 농협에서 사무원으로 일을 했다고 답했다. 그전에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했다. 군대에서 뭘 했냐고 하니, 방위산업체에서 일했다고 했다. 방위산업체에서 선반 가공 업무를 했고, 부품을 닦느라 가끔 신나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 회사에 다니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이 노동자의 사건은 3년의 소송 끝에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2016. 12. 20. 선고 2013구단53144판결 (1심확정))

오래전 대우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해서 산재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회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상 벤젠이 검출된 바가 없고, 근무 기간이잠복기보다 짧은 10개월 이어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2003년 7월 이전까지 10ppm 이하의 벤젠농도는 작업환경측정에서 ‘적합’으로 판단하였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1997년도 ‘벤젠’에 대한 마지막 측정을 하였는데 그 당시 “최대 5.0ppm ~ 최소 0.9ppm”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역학조사를 담당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97년 이후에 벤젠이 검출된 바 없기 때문에 1997년 이후벤젠이 검출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이 노동자도 10개월 근무하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다행히 이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어 사실상 벤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단기간 과다한 노출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누3285판결(대법확정))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현재 기준 및 일부 인자에 대한 측정결과일 뿐이다. 사용자들은 당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위험인자에 대해서는 거의 측정하지 않았고,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측정을 해왔다. 이로 인해 측정결과가 당시 기준보다 낮거나 측정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없거나 낮다고 볼 수 없다. 작업환경측정결과서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측정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이다.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즉시 노동자에게 배포되어야 한다. 현재 다수의 노동조합조차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보고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사용자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가 무엇인지, 어떠한 의미인지, 자료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지 등을 거의 알지 못한다.

노동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직업병 인정과 신청을 위해서도 어떠한 유해요인이 있는지 등에 대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사업장에서 스스로 내놓는 경우는 없다. 또한, 우회적으로 관할 노동청에 대한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입수할 수 있음을 아는 노동자도 없다. 노동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등 노동조건 및 건강권에 대한 서류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법률상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서류에 대해서는 배포할 의무 및 요구할 권리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서의 당연 교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의무가 되어야 마땅하다.

특집1.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와 삼성의 몽니 / 2018.07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와 삼성의 몽니

류현철 운영위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1000일이다(18년 7월 2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가 직업병 노동자들의 산재를 인정하고, 삼성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위해 농성을 시작한 이후 그 많은 날이 지났다. 그동안 삼성반도체와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백혈병을 포함한 다양한 암과 희귀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줄을 이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유해화학물질 노출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다소 부족하여도 산재 요양을 승인하는 판정도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삼성은 그대로다. 노동자들의 산재를 판정하는 데 있어서 전향적인 변화에 비교해보면 오히려 퇴행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삼성이 벌인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소위 첨단 산업이라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세계적 기업인 삼성이 노동안전보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정신의 말단에도 이루지 못한다. 이미 다른 기업들에서는 전면 공개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두고 삼성은 왜 이러는 것인가? 독재정권 휘하에서 성장한 재벌가의 몽니에 불과한 무노조 경영방침을 ‘신화’로 포장하고 그것을 지키는데 엄청난 돈을 쓰고 패륜을 저지르는 것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그간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나타난 주요한 쟁점을 정리해본다.

삼성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는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는가?

그렇다고 볼 수 없다. 통상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의 형식에 핵심기술의 가치를 담기는 어렵다. 물론 시키지 않아도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챙겨 작업환경의 위험요인을 미리 챙겨보고 관리하자는 의지로, 법정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자세하게 공정을 정리하다 보면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법원의 2심판결에서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사건 보고서에는 라인명과 공정명, 근로자수 등이 기재되어 있을 뿐 공정간 배열이나, 각 생산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설비배치, 공정 자동화 정도, 인건비 관련 자료,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사용량·구성성분 등에 관한 기재는 별도로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피고가 우려하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배치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효과 등의 정보’, ‘제품 생산을 위하여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 사용량, 구성성분 등의 정보’ 등까지 알려지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에 반하여, 이 사건 측정위치도가 있어야만 원고는 해당 사업장 내의 어느 곳에서 어떠한 유해인자들이 노출가능하고 실제로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바, 이는 근로자의 생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 -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대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이미 법원에서 판단이 끝난 문제였다. 영업비밀인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판결을 통해 공개하라고 한 것임에도 대기업이 영향력을 이용해 논점을 흐리고 있다. 영업비밀을 보호할 정당한 절차를 이야기하기 전에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물질과 공정이 생산성과 이윤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옳은지, 그것을 영업비밀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부터 논해야 한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신청한 노동자에게만 공개하면 되는가?

아니다. 이 역시 법원의 판결을 인용한다. 

“국민의 ‘알권리’, 즉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는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는 권리이고,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제정된 정보공개법도 제3조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여 정보공개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정보공개법 제9조가 예외적인 비공개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으로부터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하여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위 각 호의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증명하여야만 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공공기관은 자신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보공개의 예외로서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여부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대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삼성은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업무관련성 입증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공개할 용의가 있으나, 다만 해당목적이외로 활용되거나 누설되지 않도록 한다는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책임준수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알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제껏 삼성은 노동자들의 업무 관련성 입증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2016년 11월 29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반올림이 함께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2016년 10월까지 삼성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산재판정을 위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보낸 업무환경 관련 질의 및 자료제출 요청 77건 중 삼성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답변 자체를거부한 경우는 64건(83%)이었다. 일부 공개했던 자료들조차 영업비밀을 빌미로 먹칠을 하거나 공란으로 비워 보내는 것이 다반사였다. 더구나 거대자본의 이해를 지키는데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이 존재하는 한 직업성 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입증책임을 고스란히 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알 권리는 훨씬 더 엄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일부 언론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공개되면,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돼 반도체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 보호를 위한 정보공개는 필요하지만, 기업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알게 된 정보의 비밀보호 방침을 준수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 속에는 어떤 것이 영업비밀이 돼야 하는지, 건강과 생명에 유해한 물질 사용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지 하는 기본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비밀이 일단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알 권리와 기업 이윤추구 사이의 기계적 균형만을 다루고 있다. “알 권리 보장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될 것”이라는 논리는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작업중지권 발동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소송의 승소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단지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를 위축시킬 목적으로 절차와 방법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고 지루하고 비용이 많이 들수록 효과적인 소송을 남발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물질이나 공정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가?

안 되는 일이다. 보편적 상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상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영업비밀로 분류할 수 있는 주체는 화학물질을 양도, 제공하는 사업자이고 영업비밀로 분류되는 사유를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밝혀야 한다고만 돼 있어, 사업자가 영업비밀로 판단하면 영업비밀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와 주민 건강을 위해 물질이나 공정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미 법원은 분명하게 판결문에서 정리하고 있다.

“이 사건 보고서는 반도체 사업장인 삼성전자 온양공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기재된 문서로서,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어느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 물질 등의 유해인자가 검출되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하여 해당 작업장의 전·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해당 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 2017누10874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대전 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모든 유해물질이 생산현장과 일상에서 사용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게 되면 좋겠으나 아직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유해한 물질들은 영업비밀로서 숨겨져서는 안 되며 등록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유해하기에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더욱 유의해야 하고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하며, 지역 사회에서 관리 수준에 대해서 감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영업비밀 사전 심사제가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기업이 그 성분이나 함량 등을 영업비밀로 하고자 할 때 이를 심사하겠다는 영업비밀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화학제품 제조사들이 원료 성분을 확인하고 안전한지 검토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설사 기업 활동을 위해 영업비밀이 필요한 경우라도 제조하는 자는 필요한 사유를 명확히 밝히고, 영업비밀로 하는 물질과 성분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노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이에 대처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영업비밀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영업비밀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와 기업이 제시하는 예방조치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오히려 여러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런 조치가 이제야 제안된 것에 아쉬움이 크다.

삼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대 기업이 이윤에 눈이 멀어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감추고, 영업비밀 사전심사제가 시행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삼성은 영업비밀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직업병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받고있다. 이런 지탄과 의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쉽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전면공개하고,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언론보도] 노동·시민단체 "'위험의 외주화' 막는 법, 규제 아냐" 입법촉구 (연합뉴스)

노동·시민단체 "'위험의 외주화' 막는 법, 규제 아냐" 입법촉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위험물질을 제조·사용하는 작업을 하도급하지 않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조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7/12/0200000000AKR20180712077400004.HTML?input=1195m

[언론보도] 어이없는 위험유해 물질 중독 참사 왜 반복되나 (매일노동뉴스)

어이없는 위험유해 물질 중독 참사 왜 반복되나
  • 편집부
  • 승인 2018.06.29 08:00






외양간 못 고치는 게 아니라, 안 고치고 있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너무도 황망하게 하나의 생명이 사라졌다. 국소배기장치만 가동됐어도, 적정한 보호구만이라도 있었어도, 아니 그 작업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최소한의 주의나 표시만 있었어도 어이없는 참극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러니 더 절망한다. 불과 얼마 전 메탄올 중독이 발생했던 바로 인천의 공단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이것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절감한다. 하청의 맨 마지막 공장들이 모여 있는 바로 그곳은 제조산업의 온갖 위험이 집결하는 곳이기도 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407

송면이와 송면이들(2부)


[만화연재] 송면이와 송면이들

2부 원진노동자들 이야기

https://bit.ly/2MZl0Vu

1988년의 원진레이온이 이름과 대상을 달리한 채 30년이 지난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3회에 걸쳐, 연재를 진행합니다. 

1부 문송면의 이야기

2부 원진노동자의 이야기

3부 30년 후의 송면이들 이야기

[언론보도] 라돈보다 사회적 배제가 더 위험하다 (매일노동뉴스)

라돈보다 사회적 배제가 더 위험하다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6.21 08:0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침대에서 암을 일으키는 방사능이 발생한다는 것.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떠오르게 만든 이 사건은 현재도 그 위험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보기 힘들다. 이 사건이 발표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소위 라돈침대에서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이 연간 1.37~13.74밀리시버트(mSv) 정도라고 발표했다. 이는 1년 동안 노출되는 자연 방사선이 1mSv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노출 수준이다. 많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은 곳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무방비 상태로 장기간 방사능에 노출됐다는 점은 걱정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238

[언론보도]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시장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시장이 필요하다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5.17 08:00
  • 댓글 0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겠지만 정작 국민 관심은 싸늘하다. ‘이슈·인물 없는 지방선거’라고 불릴 정도다.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싼 대형 이슈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여당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필자 역시 노동안전보건 관련 정책 수립과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선과 총선보다 지방선거에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583

[언론보도] 원진노동자·문송면 군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 발족 (연합뉴스)

원진노동자·문송면 군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 발족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추모조직위에는 문송면 군 유가족,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등 총 90여 개 단체가 참여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5/16/0200000000AKR20180516091800004.HTML?input=1195m

[언론보도] 공장노동 한달…컨베이어 벨트에 저주를 뱉었다 “망해라” (한겨레)

공장노동 한달…컨베이어 벨트에 저주를 뱉었다 “망해라”

등록 :2018-05-15 09:23수정 :2018-05-15 15:59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이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2009년 기자 네 명이 가장 낮은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은 <한겨레21> ‘노동OTL’ 연속 보도로 엎드려 좌절하는(OTL) 노동자의 초상을 전했습니다.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다시 같은 질문을 되뇌어봅니다.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등 거창한 혁신의 시대에 노동자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열심히 일해도 사는 게 팍팍하다는 노동자들은 어쩌면 더 작아진 것은 아닐까요?

깃발과 구호, 통계와 정책으로 살필 수 없는 날것의 모순을 <한겨레> 기자가 온몸으로 물었습니다. 더 낮게 웅크려(orz) 왜소해진 우리, 노동자의 삶을 ‘노동orz’가 정밀화로 그려냅니다. 첫번째 장면은 경기·인천 지역의 제조업 현장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4620.html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이야기] 진단보다 치료가 우선 / 2018.05

진단보다 치료가 우선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서울 시내의 지하철 건설 현장으로 출장 검진을 나간 날이었다. 새벽부터 때 묻은 작업복에 안전화 차림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한창 정선에서 채광이 한창이던 때 갱도로 내려가려는 광부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보는 1970년대 광부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던 것도 잠시, 이내 정신없는 문진이 시작되었다. 문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볼멘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매년 똑같은 폐기능 검사, 청력 검사를 뭐하러 하느냐." 
"검사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나아질 것도 없는 그런 검사들을 병원이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 
"차라리 그 돈으로 사람을 더 써주던가, 환풍기를 좋은 걸로 바꿔주던가, 소음이나 좀 줄일 수 있게 개선해 달라."

실제로 지하철 건설 현장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예를 들면, 지하철 건설 현장 위의 도로를 뒤덮은 철판 소음 같은 것이 있다. 밖에서는 그 위를 차로 지나면서 잠깐 소음을 접하지만 지하의 건설 현장은 그 소음을 직접, 그것도 작업 시간 내내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건설 현장 특성상 산재 사고의 위험이 크고 작업자들 간 의사소통을 하며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귀마개에 귀덮개 까지 할 정도로 차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때문에 다른 건설 현장에 비해 소음성 난청인 노동자들이 훨씬 많고 그 정도도 심각했다.

아무리 청력 검사를 하고 수십 명의 소음성 난청자가 나와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위험해서, 작업의 특성상 귀마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대로 청력 손상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럴 경우 매우 큰 소리는 줄여주고 주변의 작은 소리는 반대로 적정 수준으로 증폭시켜주는 귀덮개를 적절히 사용하면 청력 손상을 다소 완화 할 수 있다. 실제로 공항에서 일부 사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군에서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1만 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하철 건설 현장에는 매년 반복되는 청력 검사보다 위와 같은 보호구가 더욱더 절실하다. 이러한 보호구로도 부족하다면 추가적인 시설 개선도 필요할 수 있다. 즉, 검사를 통한 진단보다 문제 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가 시급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감기 환자가 폐렴으로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항생제 치료 없이 감기약만 주는 것과 같다. 좀 더 자세히 비유하자면 폐렴이 악화되는 것을 매년 강제적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확인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는 전혀 하지 않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물론 정확한 진단과 조기 발견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적절한 치료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폐렴을 다시 예로 들면,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는 폐렴의 원인이 되는 여러 종류 세균 중에 정확한 원인균이 세균 배양 검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정황상 예상되는 세균에 대해 효과가 좋을 것으로 보이는 '경험적 항생제'를 통해 치료를 먼저 시작한다. 더 큰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정확한 진단에 앞설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건강진단,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위험성 평가, 직무스트레스 및 뇌심 발병 위험도 평가 등 노동자들은 수많은 '진단' 과정을 매번 겪고 있고 이를 통해 발견된 노동 환경 문제들에 대한 개선 '처방'까지 그 안에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 현장을 바꾸는 '치료'는 얼마나 되고 있는가. '치료'에 해당되는 시설 및 보호구 개선, 인력 충원 등에 '진단'에 사용되는 비용만큼이라도 사용되고 있는가. '진단'으로 행해지는 항목을 일부 조정해서라도 '치료'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실제로 특수건강진단으로 청력검사를 재검까지 모두 시행하는 경우 비용은 6만 원 정도. 반면 귀덮개 정가는 18만 원 정도다).

핸드폰이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시대, 청소 로봇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그만큼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도 크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진단'과 '처방'에 사용될 비용이 있을 뿐 발전된 기술을 통해 '치료'하는데 쓰일 비용은 필요 없다. 누구도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건강진단을 위해 길게 줄지어선 노동자들 사이의 볼멘소리는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진단'과 '치료' 상황에 대한 당연한 불만인 것이다.

[알림] 한노보연 뉴스채널 개설 안내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뉴스 채널 개설 및 가입 안내 >


이윤보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안녕하십니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약칭 한노보연)입니다. 

저희 연구소 회원분들은 물론 후원해주시거나, 일터를 구독해주시거나, 노동안전보건문제와 연구소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회원, 후원회원, 연구소 발행 잡지 <일터> 구독자,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 대상으로 연구소의 다양한 활동 소식(기사 글, 토론회, 교육, 연대활동 등)을 보다 더 가깝게 전하고자 '뉴스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 가입 방법

1. 스마트폰이나 PC에 텔레그램(telegram) 어플/앱/프로그램을 설치한다.

2. 어플/앱 가입 후 아래 채널 링크를 누르면 채널에 입장 완료!   

https://t.me/joinchat/AAAAAFEbNGW_LNRJkD3vZQ

※ 채널은 연구소가 채널 입장한 분들에게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혹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02-324-8633으로 연락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