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월례토론] 운전노동자의 건강수준과 노동안전보건운동


운전노동자의 건강수준과 노동안전보건운동

-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일시: 2017년 8월16일(수) 저녁7시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문의: flyyy0302@gmail.com, 02-324-8633


* 관심있는 분들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에세이]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2016.4

나쁜 노동시간 단축도 있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하루 8시간 노동을 부르짖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노동운동 역사의 핵심 주제였고, 현재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수정당들도, 심지어 경총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가? 어떤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고 있는가?


여전히 장시간노동, 하지만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2014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은 연 1770시간인데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300시간 가량 많은 2057시간을 기록했다. 멕시코(2327시간), 칠레(2067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독일(1302시간), 네덜란드(1347시간), 프랑스(1387시간)와 비교하면 무려 절반을 더 일한다. 우리가 12개월 일하는 사이, 유럽 노동자는 8개월만 일한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게 길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속도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00년엔 1년 평균 노동시간이 2512시간이었으니, 14년 동안 500시간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상당히 보편화된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지난 대선 때 나왔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주 40시간보다 짧은 노동을 하는 단시간 근무 노동자의 증가 추세로 인해 평균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장시간 근무 노동자의 줄어든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늘어난 단시간 근무 노동자들의 비율도 OECD에서 이야기하는 연평균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처럼 고용이 안정화되어 있고, 사회보장이 잘된 상태에서 일하는 단시간 노동과는 사뭇 다른 단시간 노동자의 확대는 우리가 바라는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원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연동되는 다음의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닐 수 있다.


노동강도 문제, 노동시간은 줄어들었는데 일을 끝내고 나면 '녹초'

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생산되는 자동차 대수도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 속도를 높이거나, 줄어든 물량만큼 임금을 줄이려 할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임금이 줄어드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결국 생산량 유지를 선택하게 되고 생산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질 것이다. 노동시간은 줄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힘들게 일해야 한다면 이건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 교대제

야간에 일하면 1시간 적게 일할 수 있거나 하루 적게 일해도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하루 24시간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교대제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야간노동을 하려는 노동자가 없다면, 야간노동을 하면 높은 임금을 주거나 노동시간을 줄여주어 야간노동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야간노동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의 혼란을 가져와 호르몬 불균형을 가져오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 심장질환, 위장장애 등을 발생시키며 유방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발암물질과 같다고 알려져 있다. 노동 시간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야간노동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비공식적 노동시간의 연장, 집에서도 일하는 사람 늘어

"오늘 회사에 안 나와도 돼. 그 일만 끝내서 내일 보고해." 

"차라리 하루 10시간 일해서 회사에서 일 끝내고 나머지 시간을 마음 편하게 보내고 싶어요." 

집에 와서도,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도 해야 하는 회사 일 걱정. 쉬고 있을 때도 울리는 카톡, 문자, 이메일.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우리의 휴식 시간. 집에 와서도 끝나지 않은, 회사에 있는 시간만 단축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업무시간 종료 후 상사가 휴대전화 메시지로 황급히 업무지시를 하는 한 통신사의 광고 장면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생소한 개념이 입법 예고돼 화제가 되었다. (출처 : 올레광고 캡쳐)


임금과 연동되어 있는 노동시간 문제, 돈을 벌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에 반대하는 현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의제가 만들어지고 노동조합과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막상 이를 가장 반대하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시간제 임금을 받는 대다수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감소가 결국 임금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은 생활 임금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문제다. 기본급이 매우 낮거나 없는 임금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활임금이 유지되는 구조이다. 생활임금이 위협받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는 이유 (출처 : K전기,I콘트럴스 장시간 노동의 주요원인 조사 결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2015)


인력확보가 먼저다,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는 노동자

운전노동자는 이들의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대부분 나라에서 법적으로 장시간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유럽, ILO, 일본 등 하루 9시간 이상 운전금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운전시간을 제한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경기도 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17시간씩 운전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루를 쉬고, 그 다음 날 또 하루 17시간을 운전한다.

만약 이 회사 차량이 30대라면 이런 방식의 교대를 하려면 최소 60명의 운전노동자가 필요하다(아무도 개인 경조사가 없어야 하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50명 정도만 고용한다. 그러면 휴일 없이 3일 연속 17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10명의 노동자를, 실제로는 20명 정도의 노동자를 더 뽑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의 버스는 그렇게 하고 있다. 더 많은 운전기사를 채용해서 하루에 9시간씩만 운전한다. 경기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우리는 3일 연속 하루 3시간만 자며 17시간씩 운전하고 있는 운전노동자들의 버스를 타고 있다. 인력확보가 없는 노동시간단축은 우리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다. 아니,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


노동시간단축은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는 여러 복잡한 고려 요인들이 얽혀 있어서 이것만을 주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정책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임금구조, 퇴근 후 문화, 작업현장의 노동 구조,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체계, 소비와 생산 그리고 고용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성장논리에 대한 반성과 대안, 교육과 복지의 사회적 책임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연동되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드는 곳들이 있다. 기본소득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정의당은 연봉 3천만 원 보장, 노동당은 월 30만원 기본소득 보장), 교육, 복지의 확장을 노동시간 단축과 연동하여 설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사람들이다. 좀 더 나아가면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임금삭감도 없고(혹은 조금 벌어도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교대·야간 근무도 안 하고, 노동시간을 줄일 만큼 인력도 충분하고, 집에서는 진짜 푹 쉴 수 있고,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만큼의 일을 하는, 그러면서도 짧은 시간 일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시간에세이]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2015.9

‘나인 투 나인 9 to 9’의 사회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회원,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일까? 내 상상엔 이렇게들 답할 것 같다.

 

초등학생 :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다.”
중학생 : “일하기 싫다.”
고등학생 : “글쎄 안 하면 좋겠지만, 조금만 하고 놀고 싶다.”
대학생 : “나도 일할 수 있을까?”
취업준비생 : “일만 하게 해준다면 24시간 한다.”
직장인 : “퇴근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하면 소원이 없겠다.”

 

이 질문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 세기 전 ‘노동’에 관심을 가졌던 사상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일치된 답변을 했다. 태양의 도시』의 저자인 16세기 사상가 캄파넬라는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시간은 하루 5시간 노동이라고 썼다. 15세기 철학자·정치가이자 신학자였던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인간에게 적당한 노동은 오전 3시간과 오후 3시간, 합해서 하루 6시간 노동이라고 보았다. 당신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고 싶은가? 그리고 실제로 몇 시간 일하는가? 시간제 근무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하루 8시간 이상, 10시간에서 12시간 일하지 않을까? 물론 그 이상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최근 인터뷰한 여러 기업에서 실제 근무시간은 ‘나인 투 나인(9 to 9)',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2시간이 가장 많았다.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하는 데 바치는 셈이다.‘나인 투 나인’이 왜 나쁜가? 열심히 오래 일해서 승진하고 월급도 많아져 아파트 평수를 늘리고 낡은 차도 바꾸면 좋은 삶이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긴 시간 노동으로 잃어버리는 것은 없을까? 건강, 가족과의 저녁식사, 아이들의 웃음소리, 친구, 영화, 산책, 운동, 여행, 늦은 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 읽기, 광화문 집회 가기...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노동의식의 역사

 

인간의 역사에서 ‘노동’이 오늘날처럼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불과 2~3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이후부터다.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기독교 신화에 따르면.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낙원,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아무 일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의 노여움을  사 에덴에서 쫓겨나게 된 아담과 이브는 “땀 흘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으리라”는 저주의 메시지를 받는다. 이처럼 서구인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기독교 사상에서 노동은 신의 처벌이었다. 중세시대까지 서구에서 노동은 사회적 하층계급의 의무였다. 노동은 안 하면 안 할수록 좋은 것이었다. 오죽하면 중세의 귀족들이 글씨 못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고 글씨를 쓰느라 모양이 망가진 손을 가진 이를 경멸했을까. 생계를 위해 글씨를 써야했던 사람들은 낮은 계급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자. 그들이야말로 선택받은 계급이었다.

 

동양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양반 남성들은 농사나 수공업에서 면제되었고 글을 읽을 자유와 책임이 주어졌다. 노동은 노비와 농민, 여성의 몫이었다. 한 예로, 『구운몽』, 『사씨남정기』의 저자 서포 김만중은 양반 가문이었지만 벼슬을 그만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의 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과거에 급제한 양반들은 관직을 얻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양반계급 남성들은 과거 준비를 하며 일생을 보냈고 먹고 살기 위한 농사와 길쌈, 수공업은 농민과 여성과 수공업자 그리고 노비들이 수행했다.

 

노동이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자 권리가 된 것은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서구의 프로테스탄트혁명을 거치며 직업은 신이 내려준 소명(calling)이 되었고 부(富)는 근면의 표식으로 신의 선택을 예고하는 기호(a sign)가 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호는 고아나 가난뱅이, 알콜 중독자들을 가둬 강제노동을 시키는 구빈원(救貧院)에서부터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은 노동자가 될 권리를 부여받으며 노동자가 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 안의 일중독 DNA, 다른 욕구를 억압한다

 

한국인들은 오래 일한다. 세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휴가가 적어 연간 노동일수가 많고 1일 노동시간도 길다. 또 노동을 그만두는 시점, 최종 은퇴연령도 높다. 지난 세기말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의 퇴직 연령을 높여 연금 수급시점을 늦추려는 법안이 통과 되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강한 저항이 있었던 데 비해, 한국에서는 노동자들 스스로 퇴직을 늦추고 싶어 한다. 70살까지는 일하고 싶다는 것이 내가 만나본 중고령 노동자들의 희망이었다.

 

한국인들이 장시간 노동지향의 DNA를 갖게 된 것은 20세기 산업화의 산물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압축적 성장기를 거치면서 한국인들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길고 긴 레이스에서 쉼 없이 뛰고 또 뛰었다. 그 결과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한 빈곤국에서 아시아의 용(龍)이 되었고 세계적인 대기업도 몇 개 등장했다. 인터뷰하며 만난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길고 늘 피곤하며, 가족과 함께하거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들 중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임금이나 승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찬성하는 사람보다는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사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도 걱정스럽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 만난 한 여교사는 자신들은 오후 4시면 퇴근해 집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궁금했다. ‘4시에 퇴근해서 뭘 하지?’ 반대로 그녀는 한국에서는 7~8시에 퇴근한다는 나의 말(더 늦게 퇴근하는 곳도 많지만 말하기가 창피했다)을 듣고 물었다. “그 시간까지 회사에서 뭘 하나?” 일과 가족을 양립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모휴가 등 가족돌봄 시간을 넉넉히 준다는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에서 내 눈에 띄었던 것은 수많은 공원, 산책 나온 아이들과 부모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놀잇감이었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수많은 결사체들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은퇴한 노인들도 서너 개의 사회적·정치적 모임에 소속해 있으며 토론과 정치참여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을 비롯한 EU 국가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적 참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몇 해 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EU와 같은 설문조사를 했는데,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가족생활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많았지만, ‘사회 참여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매우 적었다. 사회 참여에 대한 욕구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휴식과 가족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정치적 활동에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힘들 것이다. 너무 긴 노동시간은 인간의 내면에서 다양한 욕구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

 

짧아진 노동시간이 가져다 준 삶의 변화

 

노동시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나는 남성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남성들의 구술 생애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남성들이 어떻게 일중심적인 삶을 살게 되었고 그것이 한국의 남성성과 가족, 젠더관계에 가져온 변화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려는 목적에서였다. 그때 인터뷰한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

 

Q. (과거에) 선생님은 일요일 날 쉬실 때에 보통 뭐하셨습니까?

박영수(가명) : 쉴 때 그때는 주로 자는 경우가 많았었어요... 그 전에는 주로 잠을 많이 잤어요. 피곤하니까... 주야간 하고 오면. 그것도 야근, 며칠씩 일주일 내내 야근할 때가 있어요. 그리되면 그 다음 일요일 날은 꼼짝을 못해요. 그냥 하루 죙-일 잤어요.

 

Q. 직장을 바꾸신 후, 좋은 점이랄까요, 그런 게 있으십니까?

박영수(가명) :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내가 책을 볼수도 있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금요일 날 5일 근무인데도, 우리는 한 십 년전부터 5일 근무를 했어요. 저는 금요일 한, 세시 되면 와요, 집에. 한가하니까. 그 대신 그 전에 일은 다해놓고 오죠.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아요. 근데 저 사람(부인) 같은 경우 토요일 오전근무까지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하고 시간이 안 맞아요. 어딜 갈라면 금요일 날 오후에 가면 딱 좋은데, 그럼 한 이삼일 쉬잖아요. 저 사람은 토요일 날 오전까지 근무를 하니까 오후 돼야 시간이 나거든요. 저 는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아요. 책도 볼 수 있고 밭에 정원에 쑥도 캘 수 있고, 나물도 있으니까. 가을 같은 때 밤도 딸 수 있고. 그게 한 가지가 제일 좋아요.

 

일요일만 되면 피곤에 지친 몸을 누이고 밀린 잠을자는 일상과, 주 5일제 근무로 책을 읽고 운동하고 들로 나가는 삶에 대한 진술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매우 다른 정서를 담고 있다. 때로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해야 하는 지치고 피곤한 모습과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을 쉬는 덕분에 책도 읽고 자연도 즐기는 서정적인 인간의 모습,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터뷰에 응한 박영수 씨는 "시간이 많은 게 제일 좋다"고 되풀이했다. 일에서 벗어난 ‘시간’이 자기 삶에서 어떤 다른 의미를 갖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중독’은 일이 곧 자아의 중심이며 일 이외의 다른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태, 일이 없어지면 자신의 삶도 끝난다고 느끼는 의식상의 특징을 말한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 역군이라는 이름 아래 일중독을 보편적 정서로 만들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일중독은 좋은 삶이라는 20세기적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00여 년전 토마스 모어나 캄파넬라는 어떻게 5~6 시간 노동을 주장했을까? 생산과 배분이 적절히 통제되는 사회에서는 부의 지나친 불균형을 막을 수 있고 덕분에 사람들은 너무 오래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은 사회적 불평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속의 일중독 DNA가 지워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시간 단축요구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가야 한다.

특집 3.자동차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2015.8

자동차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김보성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부품사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과 사내하도급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와 사내하도급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먼저 자동차 부품사의 상황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완성차를 정점으로 하여 위계적으로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종속적 기업 관계를 고려할 때, 물량조절은 주간연속 2교대로의 전환 시 부품 업체가 고려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없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 부품업체는 언제든지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품업체 노사는 물량보전 방안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물론 사내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경우 부품사는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속적인 기업 구조 속에서 완성차에 의한 강제적인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온 부품사는 이러한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는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과 같은 방식의 문제해결을 꺼리게 된다. 노조 역시 이러한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한 채 제한적인 설비투자 및 인원충원을 받아들이거나 업체가 제시하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에 타협하게 된다. 

결국 부품사 노사는 노동강도를 조정하여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을 검토하게 된다. 이것은 현대자동차 노사가 취한 해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이 부품업체에는 보다 많은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완성차에 비해 부품업체들의 노동강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즉 편성효율이 더 높고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 역시 최대치에 보다 가깝게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품사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물량보전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거나 물량의 일부를 보다 낮은 가격에 하도급업체에 넘겨주는 외주화를 검토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 산업 부품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외주화의 가능성, 비정규직 노동력 활용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자동차 산업 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계기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채용 비용에 대한 부담을 원청사에 비해 훨씬 많이 느끼며 편성효율과 설비의 작동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부품사들의 경우, 외주화와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유인을 훨씬 많이 느낄 수 있다. 즉, 주간연속 2교대제가 수직 계열화 되어 있는 원청과 1-2-3차 밴더의 기업간 구조가 보다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계기로 한 작업장 구조조정과 도입 부담의 외부 전가 


▲  사업장 L사례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발굴된 사례로, 여기서는 다른 유노조 사업들과 비교를 위하여 발췌하여 다루기로 한다 (배규식 외, 2013)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한 임금-물량 보전 양상은 <표 1>과 같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양상을 살펴보면, 1) 사내하도급 인력을 통해 비용 절감 및 노동강도 완화(R사). 2) 원청과의 도급계약 변경을 통해 24시간 공정의 외부화 및 내부 노동강도 완화(D사). 3) 그 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 전에 이미 노동강도를 강화시켜놓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한 기업이 임금보전을 대가로 다른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사례도 발견되었다(J 사). 이들은 모두 유노조(금속노조) 직서열 부품업 체들로, 물량보전을 위해 UPH를 향상하고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것 외에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 급을 활용하여 노동강도와 교대제 전환비용을 조정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이에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무노조 업체 L 사업장의 경우, 사내하도급 업체와의 도급 계약에서 임금보전을 전제로 인력충원 없는 UPH 상승을 관철시켰다. 재정적 여력이 작은 중소부품업체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활용하여 인력충원 없이 극심한 노동강도의 강화가 예견된 교대제 전환을 관철시킨 것이다. 네 사업장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유노조 사업장에서는 임금보전과 더불어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노사 간의 쟁점이 되었으나,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임금보전을 대가로 기계적인 UPH 상승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이 크게 쟁점이 된 것으로 확인되는 사업장이 모두 직서열 업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서열 업체들은 대부분 치밀한 준비와 내부조직화 없이 현대차의 근무 형태 변경과 더불어 자동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였다. 현대차가 교대제를 전환했으므로 당연히 따라 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내부적인 큰 고민 없이 현대차 모델을 동형화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직서열 사업장에서 8/8+1의 근무형태가 도입되었고 임금보전은 물량보전과 맞교환 되었다. 

그러나 부품업체들은 이러한 맞교환에 있어 완성차에 비해 보다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자동차산업 기업사슬에서의 위치상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에 비해 재정적 여력이 빈약하고 노동강도가 이미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보전과 물량보전을 맞교환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부품업 체들의 경우, 상황에 따라 사내하도급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하여 문제를 우회하고자 유인을 보다 크게 받을 수 있다. 

물론 비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은 임금 부담을 낮추고 노조와의 갈등을 우회하고자 할 때 기업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지들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반드시 직서열 부품업체에서만 비정규직과 사내외 하도급 노동력 활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른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완성차나 여타 제조업 분야에서도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고용유연화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직서열 부품업체들이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미비했던 상황에서 완성차의 합의안을 그대로 모방하며 교대제 전환을 추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내하도급과 비정규직의 활용이 전환 비용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완성차-1차-2차 밴더 간의, 유노조사업장-무노조사업장 간의,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작업조건에 대한 격차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동 내부의 분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준비된 교대제의 전환, 전환 시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확인은 중요하다.

특집 2.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 2015.8

자동차 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에서 나타난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전주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지는 지루하고 소소한 싸움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하면 흔히 현대, 기아, 쌍용 등을 떠올리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갑을 오토텍, 동희오토, 한라공조 등의 생소한 이름을 가진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이다.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 위해 들어가는 2만~3만 개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을 자동차 부품사라고 한다. 이 부품사들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작동하지만 이 기업들 사이에는 지배와 위계가 존재한다. 

기계를 완성하는 기업,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 사이에 불공정 거래와 자본의 추가적 수탈이 가능한 것은 자본 그 자체의 힘이다. 그 위계들의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자들이 있고, 노동자들은 자본의 위계에 따라 또 다시 분할된다. 완성차 정규직-완성차 비정규직-협력사 정규직-협력사 비정규직. 여기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자동차를 만드는 검은 피부와 하얀 피부의 노동자들이 줄 세워진다. 

현대자동차, GM대우, 쌍용차, 기아, 르노삼성의 이름에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각기 구조조정과 정리 해고의 상처와 투쟁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동료들을 보내야 했고,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으로 동료들의 일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생산성 질주를 시작했고, 스스로 초국적 자본이 되었거나 초국적 자본의 하위파트너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극에 달했다. '나도 언젠가는 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을 왼쪽 가슴에 지니고 일해야 했고 그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잔업과 특근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끌었던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을 이끌고 있다. IMF 위기가 각인시킨 불안의 흔적이 장시간 노동으로 남아 '연봉 1억 원 현대차 귀족노동자의 신화'를 완성한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이럴진대 완성차 기업에서 물량 오더를 받고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실상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품사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수십 년 일해 왔다는 것이다. 


"왜 여태까지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싸움을 시도 조차 못한 거죠?" 

"인식을 못했거나 아니면 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저희들이 그러니까 심야노동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고. 사실은 저희들이 교육을 받기 전에는 심야노동, 오히려 야간을 뛰면 낮에 볼일도 볼 수 있고 더 좋은 거 같은데. 이렇게 심야노동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런 것들을 몰랐던 거죠. 또 야간 들어가야 돈이 되니까. 야간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 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또 장시간 노동? 장시간의 기준을 저희가 몰랐고 스스로도 이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각이나 이런 게 없었고. 그래서……예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일 했거든요." 

1998년 정리해고 도입이후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자본은 보다 본격적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데 골몰했으므로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국가와 자본이 한목소리로 내는 경영합리화에 묻힌 소음에 불과했다. 

2002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되어 언론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축하했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줄어든 법정 시간만큼 더 많은 초과노동을 해야 했다. 고용불안을 떨치지 못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초과노동을 온 몸으로 흡수했다.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해야 하지만, 자동차 자본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거래로 이뤄진 다단계 하도급 체계를 구축하면서 완성차 노동자와 부품사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벌렸다. 

2006년 이후에도 주간연속 2교대제에 대한 요구는 이어졌다. 커다란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노동자들은 참으로 길게, 지루하리만치 요구했다. 이때 현장 노동자들 일부는 여전히 특근과 잔업을 하게 해달라고 간부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2012년 현대자동차 노사가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완성차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무엇이 변했을까? 보통 새벽1시부터 5시까지는 공장에 불이 꺼진다. 주야맞교대로 24시간 돌아가던 공장이 그나마 몇 시간이라도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잔업이 줄었다. 무조건 8시간 노동하고 2시간 잔업하던 것이 이제는 잔업할 틈 없이 교대를 해야 하니 강제로 줄어든 셈이다. 무엇보다 심야노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2조는 새벽 1시에 근무가 끝나고 1조는 6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여전히 야간노동과 새벽노동은 있지만 그래도 '노동자 모두가 잠든 시간'은 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음 겪는 사건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동료들이 모두 잠을 자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들 중 절반은 늘 깨어 있었다. 이들의 신체는 누군가 나 대신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들 수 있었던 것이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길고 지루한 싸움은 완성차에서 부품사로 번지고 있다. 모두가 잠자는 시간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노동자들의 신체와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이 변화의 방향을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의 두 번째 싸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 일깨우기 

2012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같은 해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65시간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아니란다. 그러나 같은 해 금속노조가 조사한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2,856시간이었다. 

이들은 한국노동자들 평균 노동시간보다 800시간을, OECD 노동시간보다는 1,000시간을 더 일했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한국사회의 노동시간 단축을 저지하고 있는 형세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해왔던 이유는 자신들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1 년에 1,000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못했기 때문" 이었고, 다른 나라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려면 동료들의 장시간 노동이 보이지 않고, 내가 장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망각하는 상태여야 한다. 인간의 신체는 분명 고통을 호소했을 것이다. 자본의 속도에 맞추는 인간의 신체는 급격하게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의 시간을 신체가 기꺼이 흡수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노동자들이 밤을 '심야노동을 할 수 있어서 수당이 붙는 쏠쏠한 노동시간'으로 인식했던 것은, 왜곡된 임금구조와 낮은 임금 때문이다. 화폐가 부르는 밤의 노래에, 장시간 노동이라는 굳은살은 노동자들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고, 급기야 "견딜만 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 느낌은 화폐가 덧씌운 느낌, 장시간 노동이라는 감각을 제거한 통증 없는 상태에 불과하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유성지회의 싸움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목소리였다. 

"유성기업이 밤에는 잠 좀 자자,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라는 타이틀을 걸고 싸울 때 우리도 집회에 참여했어요. 이렇게 싸우다보니 조합간부와 임원이 느낀 거죠. 아~ 밤에 왜 일을 해야 하나." 

주간연속 2교대제를 경험하고 있는 자동차 노동자들은 이제 다시는 심야노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이미 장시간 노동이라는 통각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잠자는 밤 시간'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만든, 싸워서 다시 찾은 공통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생산성과 노동시간 단축의 교전-제2라운드 

그래서 잠을 자는 시간은 이제 자본이 멈춘 시간이 되었다. 자본 측이 이를 그냥 두고 볼리는 만무하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이고, 이윤이란 시간당 생산성의 증대다. '시간이 줄었으니 생산성을 더 올려라.' 다른 한편 잠을 자는 시간은 노동자에게는 심야수당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동자들은 밤 시간을 두고 갈등했다. '밤에는 잠을 자야지'와 '죽으면 원 없이 잘 텐데, 임금이 줄면 안 된다' 사이의 간극은 1,000시간의 초과노동을 수 십 년 일한 만큼이나 깊다. 이러한 갈등을 파고들어 자본은 생산성과 임금을 연결하고자 했다. 

"임금보전 수준은 생산량 보존 수준과 연계하는 것이 회사의 기조다. "(Q사 관리자) 

완성차와 부품사 지회는 점심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없애고, 노조교육시간을 근무시간 밖으로 내밀면서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것도 모자라 "숨어있는 여유율"을 뽑아내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였다. 노동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UPH(시 간당 생산대수)를 10~15% 올렸다는데, 이 정도는 현장 노동자들에겐 "더는 못 올리는" 수준이다. 

완성차를 필두로 부품사들의 합의 과정에서 잡음이나 소란은 없었다. 심야노동을 철폐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싸움치고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완성차가 그렇게 매듭지었다. 생산성의 증대와 임금보전,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요구를 적절하게 조정했다. 완성차의 합의안은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어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에게 전달되었다. 

두 번째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선도적으로 전개하고 본격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했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패배다. 현대차 자본이 개입하고 공권력이 실행한 폭력은 주간연속 2교대제의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가 되었다. 인터뷰에 응한 50명이 넘는 부품사 노동자들은 유성기업의 투쟁에 대해 기묘하리만치 함구했다. 완성차 지부의 타결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타격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게 된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성의 이데올로기에 잠식된 현장에 있다. IMF 위기를 겪은 지금의 노동자들, 그 위기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자본의 생산성 증가 요구를 노동강도 강화로 흡수했다. 고정급이나 기본급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인 요구보다는 잔업과 특근에 따른 보상적 임금을 요구했다. 연쇄적인 구조조정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우리의 일터'라는 집단적 공간성에 균열이 심화되었고, 그 틈으로 생산성 이데올로기가 초과수당이라는 개별적 성과주의로 채워졌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기조는 "물량 수평이동" "임금 수평이동" 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임금은 보전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시간당 물량은 더욱 늘어났다. 임금은 하락하지 않고 고정되었지만 몸이 흡수하는 물량이란 몸이 견디는 한 더욱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시작한 싸움이 생산성을 둘러싼 교전으로 역전되었다. 

우리가 임금을 보전 받으려면 사측이 요구하는 생산성도 보전해주어야 한다는 기묘한 평등주의가 자동차 공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다. 1조와 2조 시간을 각각 8시간, 9시간으로 도입했지만 2016년 이후부터 8시간, 8시간으로 더 낮춰야한다. 지금의 기묘한 평등주의 논리 하에서, 1시간 더 줄인 만큼 1시간 분의 노동강도를 더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노동강도로 흡수하지 않은 단 1시간을 확보하는 싸움은 이 평등주의를 깨야만 가능하다. 

개별화된 임금을 전체의 보편적인 임금구조로 바꾸는 것, 시간급제가 아니라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바꾸어야만 한다. 생산성의 이데올로기를 깰 수 있는 지루하고 소소하고 지속적인 잡음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임금과 생산성의 고리를 끊어낸 '단 1시간' 을 확보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2라운드를 고민할 시간이다.

특집 1.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015.8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확대되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하고 있다. 주야 맞교대를 시행하던 20여 년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이 일부 완화되고 있고, 노동 시간과 야간 노동의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회에서 수행한 조사에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았고, 일상의 삶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미 활동을 기획하고, 자녀 돌봄이나 가사 노동에 대한 분담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주간연속 2교대 실시와 함께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 단축의 문제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인식된 점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간노동의 단축 효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하고, 토요일, 일요일 특근이 다시 시작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불완전한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사업장에서 교대제 변경과 함께 노동 강도의 증가가 있거나 예측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임금 감소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완성차 공장의 교대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이와 같은 문제는 예측했던 문제이거나 얻은 성과의 크기에 비해 작은 문제라고 판단하는 관점이 있다. 또 한 측면으로는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노동 시간 단축과 야간 노동 철폐를 만들어 나갈 기획과 현장 통제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교대제 전환의 흥정과 협상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장의 주간 연속 2교대로의 전환은 임금, 노동 강도, 고용(비정규직 확대)의 문제와 연동되어 몇 가지를 양보하거나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임금의 유지를 위해 생산물량을 더 늘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변화가 단위 사업장에서 고립되어 진행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에 부품사들의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이행의 과정에서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었는지, 조합원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떠했고, 사측의 대응과 투쟁방향을 설정해 가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확인과 평가를 통해, 향후 주간연속 2교대 뿐 아니라 이후에 벌어질 노동 시간 단축 투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초 자료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미 교대근무의 변화를 경험했거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단위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과 삶의 변화를 조사하고, 노동 시간과 생활의 변화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의 변화가 없는지, 있다면 구체적인 변화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38개 지회 51명의 조합 간부 및 조합원들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의 주요 내용은 교대제 변화 전후의 작업환경, 임금, 노동시간, 조합 활동에 대한 내용과 교대제 이행 과정에서 어려움, 조합원과의 소통, 사측과의 합의 과정 등이었다. 사업장 단위의 설문조사도 수행하였는데, 45개 사업장에 대해 교대제 이행 상황, 교대제 변화의 주요 내용, 작업환경의 변화, 교대제 전환의 주요 동력, 조합의 대응과 조합원 소통 등에 대해 설문하였다. 

또한 7개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교대제 이행 전후 건강과 삶의 변화, 특히 수면건강 및 건강행태, 취미 생활 등에 대해 물었고, 교대제 변경에 따른 노동시간, 임금, 노동 강도 변화에 대해 설문하였다. 진행했던 연구 결과 중에 부품사의 교대제 이행과정에서의 특징, 외주화 경향, 통상임금의 문제를 둘러싼 쟁점 등에 대해 주요 내용을 싣는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문제를 짚어 내고 논쟁을 제기하는 것은 노동 시간 단축과 심야 노동의 철폐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의 힘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실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노동시간에세이] 영화 <인타임>과 비슷한 우리네 자화상 /2015.8

영화 <인타임>과 비슷한 우리네 자화상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우리는 자주 "시간이 없다"고 되뇌곤 한다. 시간 빈곤, 시간 기근, 시간 박탈, 시간 소외, 시간 강박 등. 그것을 무엇이라 표현하든 핵심은 절대적인 시간 부족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이 부족할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텐데, 이번엔 영화에서 설명을 찾아보자. 영화를 보면 가끔은 정말 그런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영화 속 가상세계가 우리의 현실을 진짜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의 초 현실이 꼭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를 만들었던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주피터 어센딩>은 상당히 섬뜩한 영화다.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에 배두나가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다며 한국에서는 그녀의 출연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대사도 거의 없고 존재감이 미미한 배역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평점도 높지 않았고 관객도 많지 않았다. 다른 건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영화에서 우주의 모든 행성은 여러 왕족이 지배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아브라삭스 왕족의 권력이 가장 막강하다. 지구 또한 아브라삭스 왕족이 지배하는 농장 가운데 하나다. 지구의 인간들은 '농장의 수확물'로 그려진다. 아브라삭스 왕족은 우주 행성들을 지배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을 에너지 삼아 영원을 구가한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인데 시간 에너지는 수확물인 인간 생체에서 추출한 것이다. 아브라삭스 왕족은 인간 100명의 목숨이 담겨 있는 유리병을 이용한다. 유리병에 담긴 시간 에너지로 몇 번이고 세포를 교체하면서 10만 년을 살아간다. 이는 <매트릭스>에서 인체를 기계에 필요한 '배터리'에 비유했던 장면과 닮았다. 


영화 <주피터 어센딩>은 말미까지도 흐름이 다소 산만하고 늘어지기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외계 왕족의 인간 수탈이라는 이야기를 자본의 노동 착취라는 관점에서 읽는다면 메시지는 더욱 명쾌해진다. 왕족은 자본을, 아브라삭스 왕족은 독점자본을, 행성은 공장을, 왕족들의 행성 쟁탈전은 자본들의 경쟁을, 지구의 인간은 노동자를, 수확된 인체는 잉여와 축적을, 유리병에 담긴 인체 에너지는 착취의 결과물을 상징한다. 우리의 시간 빈곤의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 섬뜩할 정도다.


모든 비용을 시간으로 차감하는 세계


▲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 <인타임>


시간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꽤 많다. 대부분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다룬다. 기억에 선명한 <백 투 더 퓨쳐>부터 최근작 <어바웃 타임>이나 <타임 패러독스>, <엣지 오브 투모로우>까지. 그런 걸 보면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바꾸고 싶은 욕망은 보편적인가 보다.이외에 산업화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재치있게 그려낸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도 있다. 나이를 역행하는 한 남자의 순애보를 연대기적인 구성으로 그려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있다. 이 영화 또한 많은 사람이 회자하는 시간에 관한 영화일 것이다. 상상력 넘치는 여러 영화 가운데 <인타임>은 시간 그 자체라 생명인 가상 세계를 그려낸 영화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영화이고, 여러 면에서 다시 볼만하다.


<인타임>의 핵심 역시 '시간'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간에 대한 착취, 불평등한 시간의 분배가 핵심이다. 시나리오상 사람들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왼쪽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을 제공 받는다. 팔뚝에는 년, 주, 일, 시, 분, 초 단위로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이 시간으로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낸다. 이를테면, 커피 1잔은 4분, 버스 요금은 2시간,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 1대는 59년의 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시간(생명)과 재화의 교환은 전자화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비용은 자신의 시간으로 차감된다. 마이너스는 없다. 시간을 나타내는 숫자 13자리가 0이 되는 순간 그 사람은 즉시 사망한다. 시간을 다 쓴다는 것은 생명이 다함을 의미한다. 영화는 이렇게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가상의 미래 사회를 표현하고 있다.


한 장면을 보자. 주인공의 엄마 역 올리비아 와일 드는 은행에서 버스요금(1시간)과 약간의 여유 시간을 남겨 두고 밀린 이틀 치의 대출금을 갚는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려는데 버스 기사는 버스 요금이 올라서 2시간을 내야 탈 수 있다고 한다. 1시간 30분밖에 없었던 그녀는 '30분이 부족해' 버스를 탈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2시간 거리를 필사적으로 뛰어야 했다. 그래야 일당을 받은 아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만, 아들을 몇 미터 앞에 두고 시간을 다 써버린 그녀는 생을 마감하고 만다. 시간이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시간 낭비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매일매일 노동을 해도 시간이 빠듯하게 주어지니 항상 시간 부족인 사람들은 부산스럽고 걸음걸이는 빠를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생명인 세계'를 보여주는 <인타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 낭비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치 있게 그린다.


데이톤 사람의 모습은 우리네 자화상 


▲ 타임푸어란


<인타임>은 시간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데이톤'이라 불리는 구역의 사람들은 고작해야 하루 이틀 치의 시간(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일종의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표상한다. 남자 주인공인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데이톤 출신이다. 


이에 반해 '뉴 그리니치'라 불리는 구역의 사람들은 몇백 년, 몇천 년에 해당하는 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일종의 '시간을 독점한 사람들'인 셈이다. 여자 주인공 실비아 와이스(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뉴 그리니치 출신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데이톤의 일상적 풍경과 뉴그리니치의 그것은 많이 다르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을 시간의 소비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이런 처지에서 데이톤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매일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벌어도 벌어도 시간 부족에 허덕인다. 데이톤 사람들에게 매일의 고된 노동은 '생명 연장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이들에게 쉼과 여유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데이톤 출신인 윌 살라스가 뉴 그리니치 지역으로 넘어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윌 살라스가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식사 하는 내내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윌이 잘 생겼기 때문도 아니고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쳐다보는 것도 아니다. 걷는 속도나 먹는 속도가 이상하리만치 빨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넘쳐나는 뉴 그리니치 사람들에게 바쁨과 서두름이란 굉장히 낯선 것이었다.


타임푸어의 세계에서 '시간 권리'란

쉼과 여유 부리기가 불가능한 데이톤 사람들! 그것은 영화 속 가상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휩싸인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지하철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걷는 사람들. 뛰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가장 빠른 환승 칸을 찾는 사람들. "지난 석 달 중 한번 쉰 게 고작"이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 느릿느릿 가는 자동차를 보면 숨 막혀 하는 사람들. 신호대기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이라도 하면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들. 이런 모습은 수도 없이 많고 흔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다. 시간 박탈, 시간 빈곤, 시간 기근, 시간 압박, 시간 강박 등 어떠한 것으로 표현해도 핵심은 여유 시간의 부족에 있다. 시간이 빈곤한 세계에서 주체적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까? 이를 위한 시간 권리란 가능한 것일까? 


정말 가능한 문제설정일까? <주피터 어센딩>이나 <인타임>은 이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문제설정이라고 말한다. 영화가 보여주듯 시간 빈곤의 세계에서 자유시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든 것들은 허구에 불과하다. 자유시간이 가능한 세계, 그것은 비현실이다. 아브라삭스 가문이 지배하는 착취 시스템을 해체하지 못하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두 영화의 결말은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인타임>의 윌은 '시간 은행'을 폭파해 그곳에 꼭꼭 쌓아 둔 수억 년의 시간-생명을 데이톤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들의 노동 시간 차이와는 별개로 말이다. <주피터 어센딩>의 주인공은 시간 착취의 근원인 아브라삭스 가문을 처단한다. 물론 두 영화의 초현실적인 결말은 작금의 현실과는 판이하다.

[연구 보고서] K전기 / I콘트럴스 장시간노동의 주요원인 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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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가 수행하였습니다. 


[목차]

Ⅰ. 조사의 목적과 방법

1. 조사의 배경과 목적

1.1. 조사의 배경

1.2. 조사의 목적

2. 조사의 방법과 내용

2.1. 조사의 방법

2.2. 조사의 내용

3. 조사의 사업경과


Ⅱ. 설문조사 분석 결과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인적, 소득, 고용관련 특성

2. 노동시간

3. 잔업 및 특근

4. 장시간 노동 감수성 


Ⅲ. 요약 및 제언




<일터> 통권 134호 / 2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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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4차 산업재해 예방 5개년 계획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 (2015~2019) 파헤치기
1.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계획이었나
2. 안전한 일터, 국민 행복 시대는 가능한가?
3. 산재예방 5개년 계획, 노동자가 감시하자

 

03
[뉴스]
사내하청 노동자, 재해중 산재처리 비율 8.6%에 그쳐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삼성은 직업병이 아니라고 하는데...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네이티브 뺨치게 잘 가르쳐도 안정적으로 가르칠 순 없어요  l 정하나

 

12
[현장의 목소리]
나와 내 동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싸운다  l 재현

 

16
[연구소 리포트]
비자발적 실업, 뇌졸중 6배 높인다  l 김형렬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  l 쌀집아재

 

32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의사들은 왜 산재를 두려워하나요?  l 최민

 

34
[작업중지권 기획]
살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이진우

 

3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스마트하고 새로운 노동세계  l 노동시간센터(준)·한국학중앙연구원 김영선

 

40
[문화읽기]
웹툰으로 엿본 IT업계 그녀들의 사정  l 정하나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씹다 버려진 껌이 된 KTX 승무원 해고자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여성노동자, ‘노동’, ‘사회적인 것’, ‘건강’의 경계를 질문하다  l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영

 

46
[이러쿵저러쿵]
<일터>와 함께한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며  l 송홍석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특집] 3. End 2014, And 2015 / 2015.1

End 2014, And 2015



정리 : 선전위원회



선전위원회는 연구소 소장을 만나 지난 한 해 소회와 함께 2015년 새해 연구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2014년 노동안전보건 운동진영에게 의미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유산, 선천성심장기형 등의 발생에 대해 산재 인정이 된 사례,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산재 신청한 사건, 7년의 싸움을 통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故 황유미 씨 백혈병이 법원에서 최종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사건, 계속되는 중대재해·화학물질 폭발 사고,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보건 문제,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2교대 전환, 안전보건위험성평가 시행,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실시, 근로자건강센터 확대, 감정노동과 관련된 안전보건이슈 사회화 등등 그 어느 때 못지않은 중요한 사건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 중 감정노동과 유산의 직업병 인정, 노동자의 자살 문제 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가 노동자 계급 전체의 문제로 부각된 점이 2014년의 가장 큰 변화이자 과제였다고 생각된다. 


Q. 지난 한 해 노동시간, 특히 자동차 산업의 주간연속 2교대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후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노동시간단축은 자본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더는 시간을 늘려 생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자본에게도 비효율적일뿐 아니라,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에게 최대한의 여유를 주는 것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노동시간단축을 만들어 내느냐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한 이후 노동시간이 줄었지만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 역시 줄었고, 공장 운영시간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교대제 변화전과 동일하게 유지된 사업장들이 다수다. 노동시간단축이 겉으로는 노동자 계급에게 유리하게 보였지만, 결국 자본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줄고, 생산량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노동 강도가 증가하거나 비정규직의 투입 등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불안이 증가되는 변화가 있었다. 


임금, 노동 강도, 고용의 문제를 모두 쥐고 갈 수 있어야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포함한 생산과정의 변화에 대한 노동계급의 올바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노동시간센터(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부품사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 조사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 연구’는 이후 노동시간단축과 관련된 노동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지난 한 해 연구소는 집중사업의 하나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통한 공공영역 현장의 조직화와 공공성 강화’를 고민했었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작년 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철도산업 민영화, 공공병원의 폐쇄 및 병원노동자 해고, 공공병원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이슈 등 다양한 공공영역의 이슈가 있었다. 연구소에서 우편체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 문제에 관한 실태조사와 사회화에 개입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고, 기관사 1인 승무화 시도 등과 관련된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년 한 해 병원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이슈가 어느 해보다 부각되었던 시기였으나, 이를 주요 투쟁의 과제로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공공영역의 민영화 시도와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공공영역의 공적 내용을 지켜내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막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안전보건영역의 개입이 2015년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투쟁에 연구소도 함께 할 것이다. 

[연구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 2015.1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김형렬 소장 ․ 최민 선전위원장



1. 서론

노동안전보건 분야에서 노동시간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상당히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노동시간 연구를 교대제(노동시간의 배치), 노동시간(절대적 노동시간), 노동강도(노동의 밀도)의 문제를 다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했을 때, 초기에는 교대제 관련 연구가, 최근 들어서는 절대적 노동시간 관련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글은 2014년 가을 직업환경의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노동시간 관련 연구를 국내외 학회지를 검색하여, 각각의 논문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구결과와 연구에서 사용한 연구방법을 고찰하고, 향후 보완되어야 할 연구방향에 대해 제시하고자 하였다. 향후 노동시간센터의 연구주제 설정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 방법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홈페이지와 최근 영문화한 웹사이트(www.aoemj.com)에서 Shift work, 교대, 노동시간, working time, working hour 등의 검색어를 사용하여 검색한 결과 1995~2014년까지 교대근무와 관련된 논문이 18편, 노동시간과 관련된 논문이 10편, 두 가지 모두를 다룬 논문이 1편, 총 27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예방의학회지도 동일한 방법으로 검색하여, 1986년부터 총 5편의 논문이 검색되었다. 그 외 pubmed[각주:1] 논문검색을 이용하여 shift work, Korea로 126개의 논문과 working hour, Korea로 47개의 논문을 검토하였다. 이 논문들 중에서 실제 노동시간과 교대제를 다룬 논문 49편을 검토하였다. 이들 논문의 논문 발간 시기와 주제는 다음 표1과 같다.


표 1. 국내 노동시간 연구 연도별 분포

논문 발행 연도 

교대근무

노동시간

1991~1995

5

 

1996~2000

4

 

2001~2005

10

2

2006~2010

6

 

2011~2014

12

10

 

37

12


이들 논문들을 검토하여, 각 연구에서 사용한 주요 독립변수와 결과변수, 연구의 주요 결과, 연구를 수행한 대상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3. 연구결과

1) 활용된 독립변수

교대제유무와 노동시간을 변수로 활용한 연구가 가장 많았고, 교대제의 다양한 형태를 변수로 하거나, 교대주기 등을 변수로 한 연구도 있었다. 노동시간 뿐 아니라 특근여부, 출퇴근 소요시간을 변수로 한 연구도 있었고, 엄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을 주제로 한 연구도 있었다.(표2)


2. 활용된 독립변수

독립 변수

논문편수

교대근무여부

23

교대제 형태

6

교대근무기간

5

야간 vs

3

출퇴근소요시간

1

주간노동시간

10

하루 노동시간

2

힘든 노동시간

1

특근여부

1

교대주기 (빠른, 늦은)

1

엄마의 노동시간

1

56

* 중복허용, 리뷰논문 제외



2) 결과 변수
노동시간과 교대제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을 밝힌 연구에서 주로 수면과 심혈관계질환의 영향과의 관련성이 많이 다뤄졌다. 소화기계, 신경계, 삶의 질을 결과변수로 활용한 연구도 다수 있었고, 골밀도와 결근, 건강행태를 결과변수로 분석한 연구도 있었다.(표3)

표 3. 연구에서 사용된 결과변수 분포

결과변수

논문 편수

수면

14

심혈관계, 비만

13

소화기계

7

신경, 정신계

5

삶의 질, 일반적 안녕상태

5

골밀도

2

presenteeism/ 결근

2

사고

2

면역기능

1

건강증진프로그램 요구도

1

흡연행위

1

치주염

1

신체활동

2

57


3) 연구자료
직접 조사를 진행하여 얻은 자료를 활용한 연구가 33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등 2차 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15개였다. 그 외 관련 연구들을 검토하여 정리한 논문이 1편 있었다. 주로 활용한 2차 자료로는 노동패널자료가 3건, 근로환경조사자료가 3건,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가 5건, 고령화연구패널자료, 급성뇌출혈연구자료, 직업성심혈관계질환 감시체계자료, 한국 간호사 서베이 자료가 각각 1건씩 있었다. 

4) 연구대상
연구가 진행된 대상은 제조업 노동자가 18건, 의료종사 노동자가 8건, 공공영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4건 등이었다. 그 외 동물실험 연구가 2편 있었다. 

5) 연구 설계
대부분의 연구는 설문지나 2차 자료를 이용하여 시간의 변화에 따라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동일 시간대에 측정하는 단면연구였고, 4개의 실험연구가 있었다. 일부 반복측정연구도 있었다. 일부 패널 연구를 이용하여 노동시간이나 교대제에 노출된 노동자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어떤 건강의 영향이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도 있었다. 

6) 노출 및 결과 평가 방법
설문지 방법을 이용하여, 노동시간, 교대제의 종류를 평가하고, 건강영향도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다. 20여개의 연구에서는 설문지 외에 다른 결과 측정방법을 사용하였는데, 혈압,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공복혈당, 심박동 변이, 비만 등이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회사 내 안전사고 일지에 기록된 사고, 사업장에서 사고로 인한 결근 등도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총림프구수, T림프구수, B림프구수, 대퇴골 경부 및 요추 골밀도 감소 위험, G-GTP와 같은 산화적 스트레스 지표, 심혈관계 사망 위험도, 소변 중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 등도 결과변수로 활용되었다. 수면일지 등을 통해 수면장애를 평가한 연구도 있었다. 

4. 그동안 연구에 대한 평가
연구에 사용된 방법을 평가하자면,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문제와 이로 인한 건강영향을 동일시간에 같이 측정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고,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문제를 파악하여 시간의 변화에 따라 건강의 문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는 종적 연구의 방식이 부족하였다. 이런 연구 방식이 좀 더 노동시간의 문제를 건강영향과 더 직접적인 인과성으로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노동시간의 변화 및 교대제의 변화에 따른 건강의 긍정적인 변화를 연구한 개입, 중재 연구가 부족했다. 특히 최근 들어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검진을 실시함에 따라 이들 사업장에서 좀 더 나은 교대제(?)를 제안하고 실행 전후의 건강영향을 제시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 영향에 대한 개입전후를 비교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노동시간의 문제가 모든 연령대의 노동자에게 동일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정을 벗어나 생애주기별 노동시간과 그 영향을 세분화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에게 결혼과 육아가 노동시간과 건강에 미치는 중재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고령 노동자에서도 장시간노동의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진행된 연구들이 전반적으로 젠더 관점이 부족하였는데, 여성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성별로 층화하여 여성노동자의 문제만을 별도로 분석한 연구가 많지 않았고(11개 논문), 대부분 성별을 다른 변수와 동일하게 혼란변수로 보정한 연구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남성과 여성노동자만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게 된다. 여전히 설문지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다. 

향후 좀 더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한 연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연구 대상자의 접근이 용이한 제조업과 병원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향후 교대제와 관련하여 주된 노동자 집단인 서비스업, 새로운 장시간 야간 노동 직군인 대리기사, 화물, 택배, 보육 서비스 노동으로 연구 대상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 대상 집단의 노동시장에서의 정치경제학적 맥락에 근거한 접근이 부족하였고, 이는 노동시간의 양극화, 단시간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 양산되는 정치경제학적 설명이 부족한 연구 상황을 낳고 있다. 향후 주간연속2교대 전환 후의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변화에 대한 연구, 노동시간과 교대제의 상호작용,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연구도 필요하다. 


  1.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제공 의학논문 데이터베이스 MEDLINE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무료 검색엔진 (http://www.ncbi.nlm.nih.gov/pubmed/) [본문으로]

<일터> 통권 132호 / 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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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2. 자살과 죽음

3. End 2014, And 2015


03

[뉴스] 

현대중공업 단협에 ‘노조 작업중지권’ 첫 규정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우리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산재인정투쟁  l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최진일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새해, 우리의 노동을 응원해줘  l 정하나


14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l 재현


18

[연구소 리포트]

국내 노동시간, 노동자 건강 연구 고찰과 향후 연구 방향  l 김형렬, 최민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l 쌀집아재


30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l 조성식


32

[작업중지권 기획]

사용중지와 작업중지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4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자본주의 시간경제에 가려진 그림자 시간노동을 찾아서  l 노동시간센터(준) 김보성


38

[문화읽기]

노동개혁? 있는 거나 제대로 보호하시지!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부가 말하는 2015년 노동·비정규직 대책이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을 다녀와서  l 이태진


44

[이러쿵저러쿵]

아이의 탄생과 육아  l 곽경민


46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l 경기이주공동대책위원회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일터> 통권 131호 /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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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체신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뉴스] 

분신 아파트 경비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인정 外  l 장영우


[지금 지역에서는] 

물고기 1만 마리 떼죽음,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l 재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기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l 정하나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l 재현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l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진하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하늘과 땅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투쟁 중  l 쌀집아재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은 일상의 전투다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쫓기는 노동, 여유 없는 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해미


[문화읽기]

거기 누가 있나요  l 김재광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경비노동자의 겨울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일터 다시보기]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l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조계석


[이러쿵저러쿵]

눈은 내리고 새해는 온다  l 생애 전환기 맞은 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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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건강 (2014.08.27,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808&page=1&category2=203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건강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4)

 

 

김인아 (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1. 장시간근무 & 야간근무의 건강영향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점차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시간근로제도에 대해 개선을 추진하고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법제화 하는 등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예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장시간노동 및 야간노동으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건강문제가 연구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며, 이에 김현주 등 (2011)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등 과중업무 수행 근로자 관리방안의 문헌조사결과를 요약 정리하였다.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점차로 증가해왔다. 주로 연구되었던 주제는 작업장 손상, 전반적인 건강, 심장질환, 수면장애와 정신건강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건강행동, 생식건강, 스트레스, 내분비질환 등이 있었다.

 

(1) 작업관련 손상

장시간 노동이 작업장 손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대체로 일관되게 작업장 손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가 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에서 주당 근무시간이 50~60시간을 넘는 경우 작업장 손상의 발생을 1.2~2 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 심장질환

장시간 노동의 심장질환에 대한 연구는 주로 고혈압,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등의 결과를 사용하여 수행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을 넘을 때에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을 1.5~2.3 배가량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3) 수면장애

일부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수면장애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보고하였으나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한 연구가 더 많았다. 최근의 코호트연구(Virtanen, 2009)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55시간 이상인 경우 수면증상이 2.2-6.7배가량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

 

(4) 정신건강

장시간 노동과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최근 대규모 표본을 이용한 연구 (Klepp, 2008)에서 장시간 노동이 우울 및 불안 등의 증상을 1.3-1.7 배가량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다.

 

야간노동의 건강영향

 

야간노동을 수반하게 되는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주로 수면장애, 위장관 증상 및 위장관 질환, 작업장 손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그 외에도 당뇨병, 간질, 갑상선기능 항진증 등의 악화, 뇌심혈관질환 및 암 발생, 생식보건의 영향 등에 대한 연구 등 광범위한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1) 작업장 손상

손상과 관련된 연구들에서 많이 사용한 연구방법은 사고가 일어난 시각 및 사고 노동자의 야간근무 스케줄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교대근무자들에게서, 야간 근무 시에 사고 발생률이 높았고, 특히 연속적인 야간 근무시에 발생률이 높았다. 또한 이전의 연구결과를 모아 메타 분석한 연구 (WagstaffSigstad, 2011)에 의하면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작업장손상 위험이 1.2~2.0배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2) 뇌심혈관질환

야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뇌경색에 대한 연구의 숫자는 많지 않으며, 위험도가 1.0~4.6배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되었으며 위험도는 0.9~2.2의 범위로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서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들도 보고된 바 있으며 아직 소수의 연구결과만 발표되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3) 우울증

교대근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으며 특히 여성, 장기간 교대근무자에게서 그 연관성이 더 잘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에서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우울증상 또는 우울증이 대략 1.4-6.0 배가량 더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4) 수면장애

교대근무와 수면장애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 단면연구로 수행되었으며 많은 연구들에서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교대근무자의 수면장애 유병률이 높은 것을 보고하였다.

 

(5)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를 인간에게 발암가능성이 있다(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 고 분류하였다. 특히 유방암에 대하여 연구가 주로 수행되었고 그 외에 대장암과 전립선암에 대한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유방암에 대한 연구의 경우 교대근무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교대근무자는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대략 1.5배 정도의 유방암 발생 증가를 보였다.

 

(6) 위장관계 질환

교대근무와 위장관계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로서 소화성궤양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잘 관찰되며 그 외에 기능성 위장장애와 위식도 역류질환의 위험 역시 높인다는 보고를 찾을 수 있다. 소화성궤양의 경우 교대근무자에게 대략 1.3-2.3배 정도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 주간2교대제 이후 긍정적 변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 세 가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이후 경험한 가장 긍정적인 변화’(세 가지 복수 답)를 항목*세대별로 살펴보면, ‘건강 개선의 경우 30대 응답 조합원의 48%, 40대의 69.5%, 50대의 70.78%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건강 개선효과를 많이 경험한 것이다. 또한 여가 시간 증대의 경우, 30대의 88%, 40대의 73%, 50대의 74.15%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30대의 조합원들이 여가 시간 증대로 인한 긍정적 경험을 보다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관계 개선의 경우, 30대의 40%, 40대의 38.5%, 50대의 36.51%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일수록 부부관계 개선의 경험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관계 개선은 세대별 차이를 가장 크게 드러냈는데, 30대의 60%40대의 39.5%가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50대의 경우 11.23%만이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긍정적 변화로 보고했다. 이러한 차이는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30-40대와 집중적 자녀 양육 시기를 이미 지나보낸 50대와의 차이를 반영한다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30대의 경우 여가시간 증대자녀와의 관계 개선경험 비율이 높고, 40-50대의 경우, ‘여가시간 증대건강 개선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 측면에서도 교대제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을 매우 나쁘다에서 매우 좋다까지 5점 척도로 질문하였을 때, 교대근무자의 야간 근무 시 수면의 질이 극적으로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 교대근무자가 야간 근무할 경우 수면의 질이 매우 좋다고 응답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고,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13년에는 매우 좋다가 3.5%, 좋다가 6.4%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매우 나쁘다는 응답이 2007년에는 27.9%, 나쁘다는 응답이 44.9%였는데, 2013년에는 각각 5.0%, 34.8%로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교대근무자의 야간 근무시 수면의 질 변화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주간근무자와 교대근무자의 주간 근무 시 수면의 질 점수 역시 모두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수면의 질은 나빠진다. 평균 연령이 200742.3세에서 201347.6세로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3. 노동시간에 있어서 제도와 단체협상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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