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에세이-과로자살 거둬내기] 일본의 과로자살 다시보기: 덴츠의 기이한 시간과 지리멸렬한 시간 / 2017.12

일본의 과로자살 다시보기:

덴츠의 기이한 시간과 지리멸렬한 시간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두 차례의 과로자살사건

일본에서 과로사 문제는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과로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들어서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과로사가 비정규직에까지 확대되는 한편, 과로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과로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사례가 바로 덴츠의 1991년 입사 2년차 대졸 남성 신입사원의 과로자살 사건(이하 ‘1차 덴츠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996년 첫 재판에서 업무기인성을 인정받았으며, 2000년 상고심은 원심에서의 유족 측의 부분적 패소 부분도 파기 환송하였고 무엇보다 과로자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최고재판소 판결로 기록되었다. 이 판례는 이후의 과로자살 소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덴츠 사측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덴츠에서 25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는 신입사원이었고, 스물 네 살이었다.

2016107일 유족인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高橋幸美)의 기자회견 발표를 통해 덴츠에서 201512월 다카하시 마츠리(高橋まつり)씨의 과로자살 사건(이하 ‘2차 덴츠 사건’)이 발생하였고, 20169월 노동재해로 인정받았음이 밝혀졌다. 그밖에도 1차 덴츠 사건 이후 20136월 당시 30세의 남성 사원이 과로사한 바 있고, 20146월 간사이 지사가, 그리고 20158월에 본사가 노동기준감독서의 장시간 과중노동 관련 시정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입사 1년차였던 다카하시 씨의 201510월에서 11월 사이 1개월간의 시간외노동은 105시간에 이르렀다. 10월 이후 소속 부서 인원이 14명에서 6명으로 줄어들면서 담당 기업도 늘어났다. 그밖에도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각종 접대,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맡았고, 회식 후에는 선배 사원에게 늦은 밤까지 지도를 받기도 했다. 11월 들어서는 상사에게 업무를 줄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되려 폭언을 들어야 했다.

 

기이한 시간’: ‘자기신고제를 통한 덴츠의 시간기록 조작

덴츠에서 월100시간을 넘는 잔업으로 고통을 겪은 것은 다카하시 씨뿐만이 아니었다. 다수의 30대 중견 사원들도 장시간 과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측은 월 잔업시간 상한을 원칙적으로 5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시업 및 종업시간을 신고하고 상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다카하시 씨의 유족과 대리인이 산재 승인을 얻기 위해 길게는 월130시간에 이르기도 했던 다카하시 씨의 잔업 시간을 계산한 방식도 사측의 자료가 아닌, 건물 입·퇴관 기록 등이었다.

덴츠 사원들은 자신의 근무시간을 직접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1개월분의 근무시간에 대해 관리자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명목상 규정상의 초과근무 상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근무기록을 조작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다. 소정근로시간 대로라면 오전 930분에 출근하여 오후 530분에 퇴근할 터인데, 실상은 오전 840분에 출근하여 밤12시에 퇴근하는 것이었다. 더욱 기이한 사실은 분명 15시간20분 동안 건물 내에 있었는데, 기록상으로는 기껏해야 1~2시간 초과근무 한 것으로 된다는 것이다. 해당 노동자는 업무 종료시간 이후 3~4시간 잔업을 계속하면서 그 중 3시간 정도를 자리 비움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사측에서 근무시간을 파악할 때 자리를 비운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렇게 해당 노동자는 밤9~10시쯤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도 않은 채 기록상의 퇴근을 한 후 다시 기록상으로그리고 사적인 이유로 제 자리로 돌아와12시까지 잔업을 하는데, 이 시간은 자기계발 활동 등 개인적인 용무를 본 것으로 기록된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 속에서 암암리에 만연된 근무시간기록 조작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성과압박과 내부경쟁 심화의 배경

덴츠는 오래 전부터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더불어 높은 업무강도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덴츠의 사원수첩에 적혀 있는 열 가지 수칙(이른바 귀십칙鬼十則)에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목적을 완수할 때까지 죽어도 손에서 놓지 말라’, ‘수동적인 인간이 되지 말고 항상 한 발 앞서 알아서 움직여라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덴츠의 성과압박 및 내부경쟁 강화와 이에 따른 장시간 과중노동 관행 지속의 배경으로 2001년 이루어진 주식 상장과 미디어환경의 변화 또한 꼽을 수 있다. 덴츠는 인터넷 광고부문에서 후발주자였다. 뿐만 아니라 TV광고수입의 감소로 인해 2009년 덴츠는 10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덴츠의 경영관리체제는 사원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방식으로 변해갔다. 이후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스마트폰 보급과 SNS 이용 증가라는 흐름 속에서 모바일 광고를 핵심으로 한 인터넷 광고의 매출 비중 증가가 약50%에 이를 정도였다.

다카하시 씨도 인터넷 광고 담당 부서에 배치되어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하였으며, 자료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문제는 덴츠가 대기업임에도 환경변화에 적응하려 시도하지 않고 중소영세기업과 같은 노동방식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의 광고와 달리 인터넷 광고는 조회 수 등을 근거로 사후적으로 대금이 지급된다. 인력 충원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덴츠는 업무량 증가의 부담을 기존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광고업계 괴물의 탄생과 그 군사적 기원

앞서 언급한 열 가지 수칙은 어떤 측면에서는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를 계속해 왔던 상황을 반영하는 적극적인 사원상()이라 볼 수 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적극적인 수준을 넘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도전정신을 강조하는데, 이는 전쟁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덴츠의 초기 성장과정과 관련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덴츠는 메이지 시대 말기에 설립된 일본전보통신사를 전신으로 한다. 현재의 사명인 덴츠’(電通)는 한자로 전보통신의 줄임말인 전통이다. 일본전보통신사는 아시아 침략전쟁 기간에는 국책회사인 만주국통신사로 이어져 광고 업무 외에 정보기관으로서의 업무, 나아가서는 관동군과 만주국에의 자금조달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전 이후 해체된 만주국통신사는 미점령군(GHQ)과의 밀월관계 하에서 덴츠로 복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 만주철도 직원이나 군 간부 등을 대거 받아들였으며, 전범을 포함한 기존 임원들도 그대로 기용되었다.

현재까지도 덴츠는 정부와 자본의 미디어 길들이기 혹은 언론통제의 핵심 고리이다. 덴츠는 광고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닌 광고회사인데, 일본 내 전체 광고업계 매출 가운데 덴츠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에 이른다. 업계 2위 규모인 하쿠호도(博報堂)의 매출은 덴츠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미디어의 영향력, 특히 TV 영향력은 막대하다. 덴츠와 하쿠호도 2개사의 매출 가운데 이른바 일본의 ‘4TV 네트워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70%에 이르며 이익규모로 치면 90%에 달한다. TV의 경우 활자매체에 비해 광고 의존도가 큰 데다, 광고주 모집의 상당 부분을 덴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덴츠 사건이 드러난 이후 10월 중순경 이시이 나오(石井直) 사장 명의로 사원들에게 한 통의 문서가 배포되었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현대> 20161112일자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대체로 인사노무관리상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개선의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으나, 정부는 물론 미디어로부터도 억울함과 당혹스러움을 호소하는 듯한 논조 역시 띠고 있다. 덴츠는 정관계 주요 인물들의 자녀가 대거 연고채용 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다른 기업에서 발생하면 화제될 만한 성희롱 사건 등이 조용히 묻힌 사례도 많다. 덴츠는 광고주와 관련된 스캔들을 무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각종 사건의 무마 의혹이 끊이지 않는 기업이다.

 

준비된 역공세에 대비해야

1차 덴츠 사건은 노동성이 노동재해 인정기준 개정에 착수하는 주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노동재해 인정 또한 확대되었다. 문제는 사측의 대응도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관리직으로 하여금 사원 동향을 감시하여 노동재해 발생 시 재판에 이를 경우 제출할 반대증거를 수집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12월부터 의무사항으로 도입 실시된 스트레스 체크 제도와 관련해서도 노동자 개인의 자질이나 건강관리 등의 요인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2차 덴츠 사건이 보도되고 정부의 과로사방지백서가 발표된 직후, 사측에서 조직한 학계 등의 인사들에 의해 과로자살의 원인을 개인화하거나 기업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식의 논조의 몇몇 언론 투고가 이루어진 것(물론 이들은 덴츠 만큼이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역시 사측이 항시적으로 방어 내지는 역공세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2016년 말 이시이 사장은 결국 사임하였으나, 덴츠는 건재하다.

2차 덴츠 사건 이후 덴츠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기존의 노동관행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왜 하필 과로사방지백서 발표일에 맞추어 2차 덴츠 사건을 공개하고 이후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차 덴츠 사건이 여론의 커다란 주목을 얻은 이유는 사망한 다카하시 씨가 도쿄대 출신에 갓 졸업한 신입사원인데다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는 수요측 요인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베 정권의 필요라는 공급측 요인이 더 커 보인다. 덴츠를 노동개혁의 본보기로 삼아 재계를 길들이고 지지율도 챙기자는 것이다. 덴츠는 건드려도 쓰러지지 않기 때문, 혹은 쓰러지지 않도록 광고주인 정부와 재계가 뒷받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비롯하여 일본 정부는 덴츠에게 안겨줄 광고 일거리가 아주 많다. 최근 근로감독 등이 강화되면서 규모가 작은 편인 외식업계와 IT업계가 자신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울상을 짓는 배경이기도 하다.

역공세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일본은 과로사와 과로자살 뿐만 아니라 넷우익으로도 유명하다. 스스로를 다그치던 다카하시 씨는 자살 전 친지들에게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졌다’, ‘자고 싶다는 생각 외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살기 위해 일 하는 건지, 일 하기 위해 사는 건지 모르겠다’, ‘내일이 올까 두려워 잠을 못 이루겠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니 진심으로 죽고 싶다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사건이 보도된 뒤 인터넷 공간에서는 멘헤라를 비난하는 혐오성 댓글들 역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멘헤라정신건강(멘탈 헬스)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로서, 차별적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전, 그것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 과로사대책위를 구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과로사예방센터가 만들어지는 등의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저 앞의 어딘가에 복마전 혹은 지리멸렬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에서 과로자살이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매개로 한 죽음의 형식으로만 공식적인 재해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한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노동재해 인정만큼이나 문제를 개인화하는 흐름을 차단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 흡연의 원인은 무엇인가 (매일노동뉴스)

흡연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사승인 2017.11.23  08:00:01

-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흡연이 건강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금연을 하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해 매우 현명한 선택임을 부정할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담배를 판매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모순된 행동과 정책이라 하더라도 금연을 위한 공중보건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흡연과 담배산업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논쟁이 있겠지만, 오늘 지면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은 왜 흡연을 하는가? 혹은 왜 금연을 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152

[기자회견] 장시간 노동, 과로사 근절을 위한 안전보건시민단체부문 기자회견


■ 기자회견문

노동시간 특례로 죽어가는 노동자, 시민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국회는 여야가 이미 합의했던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폐기하라!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국회가 제대로 된 국민보호법을 만들도록 지속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 11월 15일의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이후 안전보건부문, 종교계부문, 청년부문, 법조인부문, 노동부문 등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제 조직의 부문별 릴레이 기자회견이 그것이다. 공동대책위원회의 노동안전보건부문 시민사회단체들은 총취업자의 50%가 일하고 있는 노동시간 특례업종의 조속하고 무차별한 폐기를 주장한다.

매년 31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로 죽고, 매년 550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로 인한 자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사회에서 어떤 노동자도 안전할 수 없지만 합법적으로 죽을 수 있는 이들 특례업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2017년 현재에 와서도 좌시한다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식한다.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7월31일 법안심사소위에서는 26개 업종에서 16개 업종을 제외하고 10개 업종도 이후 추가 현황조사를 통해 폐기를 적극 검토하는 듯하더니 8월, 9월 국회에서는 아예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반대 속에 특례폐지 법안이 표류하면서 노동자, 시민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국정감사 중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2016년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는 487건으로 매달 3.6명의 특례업종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또한,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 (459명 승인 기준)의 28.1%가 특례업종 노동자로 드러났고, 버스, 택시 등 육상운송업은 3년간 134건의 과로사 산재신청에 35건이 인정받아. 업종별 과로사망 만인률이 다른 업종보다 3배가 많다. 그러나, 산재통계는 1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집배 노동자를 비롯하여 산재보험이 아닌 다른 연금 통계는 제외된 것이어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아니라 故 이 한빛 피디를 비롯하여 방송, 영화를 비롯한 전 산업에서 과로자살의 문제는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만 죽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9월에는 택시사고로 2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11월에는 김포에서도 하루 18시간 일한 시내버스 운전기사 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등굣길 봉사활동에 나섰던 노인 2명이 치여 그중 1명이 사망했다. 사업용 교통사고 사망자중 1위인 택시는 지난 5년간 1,157명 사망으로 가장 많았고, 그중 법인택시가 735명에 달했다. 이는 1일 15시간의 장시간 노동으로 개인택시 보다 긴 장시간 노동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노동시간 특례 폐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이틀 연속 18시간하루 18시간 일하고 월 27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7월 교통사고의 운전기사 노동자는 해고에 금고 3년형을 구형받았고, 김포사고 기사도 구속되었다. 노동자의 과로사망이 이어지고, 졸음운전 교통사고 등 시민안전 위협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동자만 처벌받고, 장시간 노동을 구조적으로 만들었던 노동시간 특례 폐기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노동자는 스스로 죽거나 시민을 죽여야만 하는 기가 막힌 형국에 빠져있는 것이다.

안전보건시민단체부문에서는 11월 국회에서 반드시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폐기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한다. 노동시간 특례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기업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시간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대표적인 노동적폐 악법이다. 만약 11월 국회에서도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특례 폐기를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연달아 죽어나가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을 방치하는 동조자가 되는 것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1월 22일

건강한노동세상, 과로사예방센터, 노동건강연대, 반올림,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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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이주노동조합 우다야 위원장 님의 발언 전문입니다. 


동지여러분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노동자 없이는 이 세상이 멈출 것입니다. 우리의 노동력 없이는 사업주들이 돈을 벌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무시하면서 우리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 보다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동자가 육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노동자도 정해진 시간에 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노동자를 기계처럼 무제한으로 일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라는 것을 정부와 사업주들이 알아야 합니다.

한국에는 이주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역시 장시간 노동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휴일 없이 노예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일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한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2~13 시간씩 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주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월급을 받으려면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도 해야되고 장시간 일도 해야합니다. 지금까지 네팔 노동자들만해도 한국에서 136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중 39명이 원인 불명으로 죽습니다.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과로사인 것입니다. 다른 나라 노동자들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노동시간 특례 59조 조항이 폐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의 생명보다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주에게 우리 노동자들이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국회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제대로 나서야 합니다.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폐기해서 앞으로 과로사하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노안단체 기자회견 보도자료_171122.hwp

노안단체 기자회견 보도자료_171122.hwp


[기자회견] 노동자 무제한 이용권! 근기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11월 국회에선 반드시 폐기하라!


노동자. 시민 죽음 방치하는 국회를 규탄한다.

무제한 장시간 노동 강요하는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하라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무제한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 악법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방치하는 국회를 강력히 규탄하고, 11월 국회에서 노동시간 특례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매년 31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로 죽고 시민안전도 위협받는 장시간 노동사회에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시간의 모든 규제를 넘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731일 법안심사소위에서는 26개 업종에서 10개 업종과 노선버스 제외 가 합의로 부분 축소만 논의하더니, 8, 9월 국회에서는 아예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반대 속에 특례폐지 법안이 표류하면서 노동자, 시민의 죽음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정애 의원실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4- 2016년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는 487건으로 매달 3.6명의 특례업종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또한,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 (459명 승인 기준)28.1%가 특례업종 노동자로 드러났고, 버스, 택시 등 육상운송업은 3년간 134건의 과로사 산재신청에 35건이 인정받아. 업종별 과로사망 만인률이 다른 업종보다 3배가 많다. 그러나, 산재통계는 1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집배 노동자를 비롯하여 산재보험이 아닌 다른 연금 통계는 제외된 것이어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 한빛 피디를 비롯하여 방송, 영화를 비롯한 전 산업에서 과로자살의 문제는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만 죽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9월에는 택시사고로 2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11월에는 김포에서도 하루 18시간 일한 시내버스 운전기사 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등굣길 봉사활동에 나섰던 노인 2명이 치여 그중 1명이 사망했다. 사업용 교통사고 사망자중 1위인 택시는 지난 5년간 1,157명 사망으로 가장 많았고, 그중 법인택시가 735명에 달했다. 이는 115시간의 장시간 노동으로 개인택시 보다 긴 장시간 노동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노동시간 특례 폐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이틀 연속 18시간하루 18시간 일하고 월 27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7월 교통사고의 운전기사 노동자는 해고에 금고 3년형을 구형받았고, 김포사고 기사도 구속되었다. 노동자의 과로사망이 이어지고, 졸음운전 교통사고 등 시민안전 위협이 지속되고 있지만 노동자만 처벌받고, 장시간 노동을 구조적으로 만들었던 노동시간 특례 폐기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노동자, 시민의 죽음이 지속되어야 하며, 노동자만 처벌받아야 하는가?

 

오늘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11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폐기할 것을 다시한번 강력히 요구한다. 노동시간 특례는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기업이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시간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대표적인 노동적폐 악법이다. 만약 11월 국회에서도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특례 폐기를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연달아 죽어나가는 노동자, 시민의 죽음을 방치하는 동조자가 되는 것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171115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특례기자회견자료1115.hwp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 2017.10·11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종호 선전위원


#1 마타와 존은 만 12세, 만 10세, 만 5세, 6개월의 네 아이의 부모로, 마타는 치과 간호사, 존은 자동차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마타는 주 2일 16시간, 존은 주 4일 36시간인데 하루 9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는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직 아기인 막내는 하루는 보육시설에, 하루는 존과, 나머지는 마타와 함께 보내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존이, 다른 하루는 할머니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부터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한 시간 반 정도 돌봐주고 있다.

#2 아나와 케이스는 만 5세, 만 3세 두 아이의 부모로, 아나는 사회복지 기관장의 비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12시간 일한다. 목요일 하루는 종일 근무로 8시간 일하고, 4시간은 자택 근무를 한다. 목요일 하루는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일하고 있는 케이스가 아이를 돌본다. 이 부부는 둘 다 당분간 이렇게 육아휴가를 파트타임으로 받아 사용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날 때는 육아휴가를 다 쓰고, 둘 다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

#3 여름방학 후 부터, 아나는 주 2일 종일근무 16시간에, 자택근무 4시간을 해야하고 케이스는 주 5일 근무를 해야 한다. 아나가 근무하는 주 2일은 엄마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조금 늦게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는 대신, 아빠가 이틀 일찍 퇴근을 하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인 3시 30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오기로 했고 직장에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일찍 빼달라고 신청한 상태이다.

이상은 네덜란드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례다. 유연한 노동시간 제도와 노동시간에 따른 차별의 금지 조항 등을 통해 기본적인 보호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육아를 위한 시간에 자율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독일, 영국, 핀란드 등의 근로 기준 관련 법률을 살펴보면 일·가정 양립에 관한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를 입양했다면 입양된 아이와 부모의 적응을 위해 2주에서 4주의 입양 휴가를 주게 되어있는 것, 미성년자 혹은 직업 교육 중인 자가 출산한 경우, 낳은 아이의 조부모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게 하는 것, 노동자가 임신했음을 알리면 고용주가 노동자의 업무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이나 작업 전환 등을 시행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들에게 이러한 사례와 제도는 꿈같은 이야기다. 맞벌이하던 부부는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지 종일 육아 시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빠의 육아 휴직도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인사상의 불이익과 경제적 어려움을 생각해 쉽게 포기해버리게 된다. 육아휴직을 적절히 사용한다 하더라도 1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매우 짧아 네덜란드의 사례와 같이 일상적인 단시간 노동이나 출퇴근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육아를 위해 퇴사나 종일 보육 위탁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의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별도의 법을 통해 꾸준히 발전되어 가고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 대한 보호도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행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74조의 2. 태아 검진 시간의 허용'을 보면 임신 중 태아 검진과 관련된 시간을 임금 삭감 없이 확보해주도록 되어있고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은 연차 사용을 강요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4년부터 같은 법 74조 7항에 임신 중 일정 기간 동안의 매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도 임금 삭감 없이 가능하도록 명시했지만 이에 대한 신청도 시행도 거의 되지 않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은 부족사회를 한참 벗어난 현대사회에서도 아직 통하는 진리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온 마을이 아닌 사회와 제도가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 한국 노동연구원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 연구원은 "영유아 자녀 양육지원,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 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의 차이뿐만 아니라 제도 사용이 가능한 기업문화와 육아·가사가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선진국은 높은 고용률과 함께 출산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의 노력이란 이런 것이다. 단순한 제도의 차이에 더해 사용 가능한 기업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나아가 노동 시간으로 차별받지 않으며 유연한 변경이 가능한 노동 시간 제도의 적용 등 아이의 양육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 많다.

[언론보도] 장시간 업무 당연시 문화 바뀌어야... SNS 업무 금지 로그오프법 검토를 (서울신문)

장시간 업무 당연시 문화 바뀌어야… SNS 업무 금지 로그오프법 검토를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회사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유가족들이 죽음을 입증해야 하는 현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취재 도중 만났던 유가족은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다녔어요’라는 질판위원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만두고 싶다’와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릿속에서 부딪칩니다. 법과 제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간다면 ‘죽을 정도로 일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1116006003&wlog_tag3=naver


[언론보도] 양·시간만 따지는 과로 기준… 직업별 업무 강도·교대제 등 체계화해야 (서울신문)

[단독] 양·시간만 따지는 과로 기준… 직업별 업무 강도·교대제 등 체계화해야

입력 : 2017-10-09 22:38


[서울신문 특별기획-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과로의 구체적 판단 근거 필요하다

정부의 과로 판정 기준에는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이거나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한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이 평상시보다 30% 이상 많아진 경우’라고만 간략히 적혀 있다. 과로 여부를 결정할 때 ‘업무의 강도나 책임,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어 판정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탓에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는데도 어떤 노동자는 업무상 재해로 승인받고 누군가는 승인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업무의 질적 특성을 고려해 과로 여부를 결정하도록 판단 기준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1010003006&wlog_tag3=naver#csidxb97fc90de5f208ea1d9b1675c3beb59

특집 1.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 2017.9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권종호 선전위원


1998년 IMF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출범한 노사정 위원회에서 사측과 정부는 노동계에 정리 해고 및 비정규직 채용요건 완화 등 고용 안정 성의 포기를 강요하였다. 그 반대 급부로 노동 계에 제시한 것은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이었 다. 기존의 법정 기본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연평균 2,880시간을 근무하던 한국 사회 노동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논의였다.

1998년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미 1,900시간으로 (주 40시간 * 50주) 2,000시간보다도 적었다. 다시 말해 이미 기존의 OECD 국가 들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한국만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 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는 잘 이행되었을까?

각종 노동시간 통계 자료¹⁾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까지도 연간 노동시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1998년 시작되었 는데, 차일피일 제대로 된 법제화를 미루기만 했을 뿐 진행된 것은 없었다. 노동계가 매년 대규모의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지속해서 요구하자 2004년이 돼서야 주 40시간 법제화가 이루 어졌다.

그러는 사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2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양산되었고, 이후 2015년까지도 이러한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즉 개선해주겠다던 노동시간 단축은 2004년까지 미뤄두기만 하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그림1] 비정규직 노동자 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그림2] 주6일 근무 비율 높은 직종 TOP10 (KBS 뉴스갈무리)


그럼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된 이후 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잘 이루어졌을까?

노동시간은 2011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였다.

왜냐하면, 2004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려 7년에 걸친 단계별 시행을 부칙 상에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 이후 다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 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에 달한다. 이는 2015년 OECD 평균인 1,766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 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으로 보기엔 매우 비정상적인 수치이다. 심지어 2011년까지 주 40시간 근로가 완료된 상태인데도 말이다.

<표1>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 (사회진보연대)


<표2>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 비교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표1, 2²⁾>는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 시간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노동시간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사실 각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35시간을 빼면 한국의 주 40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영국은 주 48시간이 법정 기준이며 연장근로는 1 주 60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고, 일본은 연장근무 15시간을 포함하면 주 55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영국과 일본은 각각 연간 노동시간이 1,674시간, 1,719시간으로 한국의 2,113시간에 비하면 연간 400시간(근무일 50일, 2개월 이상) 정도 적게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되고 2011년까지 실제 적용이 완료되도록 했지만, 노동부는 2004년 바로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12 시간 연장 근로 외에 토, 일 휴일근로로 16시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을 내리게 된다. 결국, 주5일 근무를 위해 고용 불안정을 감수하면서 쟁취한 노동시간 단축이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 하나로 다시 주 6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아예 무시할 정도의 예외 업종들이 수도 없이 많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정과 제약사항이 매우 자세하게 되어있다. 즉, 이러한 예외 업종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예외로 인정되지 않고 대부분 노동자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업무 강도가 낮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24시간 맞교대(주 84시간 근무)가 자행되는 경비직도 독일 등에서는 법정 근로시 간을 준수하게 되어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 예외 업종은 너무 광범위하다. 먼저 최근에 가장 논쟁이 되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사업을 보자. 법에 정해진 특례업종이 1. 운수업, 물품판매 및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및 위생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현재 사회복지사업)이다.

이러한 업무는 1일 24시간 내내 근무도 가능하고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은 딴 세상 이야기이다. 쉬지 않고 일만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상황치고는 너무 광범위한 것 아닌가? 이러한 특례업종의 선정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사업에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광범위한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다수의 국민이 아닌가? 그들의 편의와 건강은 안중에 없는가? 또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상시적인 일손이 필요한 업종이라고 꼭 근무시간을 늘려야 하는가? 인력을 충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되는 업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58조의 주간근로시간제에 해당하는 업종(대표적으로 택시 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제한도 휴일, 휴게에 관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 63조의 적용제외 업종(농림, 축산, 어업 등의 일차 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업무 - 대표적으로 경비 및 시설관리) 등 매우 많은 업종이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기준이 있음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형태의 포괄 임금제'를 통해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라는 핑계로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쟁취한 줄 알았던 노동시간 단축, 주5일 근무제는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이다. 98년부터 이어져 온 꼼수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주 68시간이 되어버 리는 행정해석의 문제, 너무 광범위한 특례업 종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정된 후에도 주 68시간 문제는 총 5년의 유예기간을, 특례업종은 전면폐지가 아닌 일부 폐지를 하겠다고 하니 이미 당연히 주어졌어야 할 권리임에도 또다시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하는 꼴이다. 이러한 논의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내용은 당장 시행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지금 당장 시행해도 이미 늦었다는 점, 고통받는 노동자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the 300, "통계는 평균 주 41시간 근무…" 진짜 직장인의 삶은?
2) 표 2 박지순, 근로시간과 휴일에 관한 각국의 법규정

[노동시간 에세이]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 2017.9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최민 상임활동가, 과로자살 연구팀

잇따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이미 잘 알려진 세 건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에서 얘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마이스터고등학교 전자과에 재학 중이던 A 씨는 식품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조리육 포장 일, 힘들어도 참고 하던 중 회식 때, 나이가 많던 입사 동기에게 공개적으로 머리를 밟히고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가해자는 폭행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주말 동안 회사를 떠나 집에 있는 동안, 용기를 내 회사에 신고하고 현장실습을 중단하기로 결심했지만, 그 뒤 벌어질 상황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나 컸다.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회사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¹

B 씨는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지만,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학교에서는 식당 취업을 추천했다.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벌칙’ 명목으로 2시간 먼저 나오는 일이 잦았다. 정리하다 보면 퇴근 시간인 밤 10시를 넘기는 것도 일쑤, 보통 11시나 11시 반쯤 퇴근했다. 오픈 준비와 마감을 모두 해야 하는 ‘오마벌칙’은 막내인 B씨에게만 적용됐다. 취업 직후부터 시작됐고, 전체 근무일 중 절반 정도에 해당했다. 언어폭력이나 성적 괴롭힘도 심했다. 고인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차라리 입대 해야겠다 결심하고,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그 날, 그는 선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뒤, 오후에 매장을 나가 생을 마감했다.

C 씨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다. 매일 달성해야 하는 통화 숫자와 해지방어율이 정해져 있었다. 회사는 매일 아침 전체 센터의 실적을 공지하며 수시로 압박했다. 각자의 실적은 상대평가로 성과급 결정에 반영되었다. 수습 기간에는 3등급이었지만 정식근무 이후에는 선배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실적은 9등급, 실적급은 4만 원에 불과했다. 해지를 방어하는 동시에 상품 판매 영업도 해야 했다. 이 역시 매일 실적 목표가 제시되고 있었고, 실적을 못 채우면 업무종료 후 남아서 영업 전화를 돌리거나 영업을 잘 한 사람의 콜을 듣고 공부해야 했다. 고객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날도 있었지만, 고객들을 응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실적을 채우지 못해 상사로부터 받는 압박이 더 커보였다고 한다.²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부모는 참고 다녀보라고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틀 뒤 고인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현장실습생에게 가해지는 이중의 괴롭힘³

A, B 씨의 사례에서는 모두 일터 괴롭힘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일터 괴롭힘은 일터에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위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누군가의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뜻한다. 일터 괴롭힘 연구자들은 공통으로 일터괴롭힘의 바탕에는 권력 불균형이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일터 괴롭힘의 피해자는 지위가 낮거나,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거나, 소수자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보통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괴롭힘의 과정에서 그 열등한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 점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일터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사회에 만연한 나이주의, 청소년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들 수 있다. 청소년의 나이에 따른 차별에 근거한 일터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방화문을 만드는 업체에서 일하는 한 현장실습생은 한 달 중 1주일가량 잔업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잔업을 하는지 미리 알 수가 없다. 퇴근할 즈음 갑자기 ‘오늘 야근해라’고 하면 거절하지도 못한다. 이렇게 갑자기 야근 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 애들’이다.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청소년이고, 어린 노동자는 어른 말씀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의 동기는, 다른 직원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보완이 필요해서 ‘보완하세요’라고 쪽지를 보냈더니 ‘보완하세요?? 너 지금 몇 살이니?’라는 답을 받았다. 동기의 선배가 대신 사과했는데도, 상대방은 사과하지 않았다.

나이 어린 현장실습생은 성인보다도 쉽게, 일을 제대로 못 한다거나, 알려줬는데도 왜 따라 하지 못 하냐는 압박과 폭언, 폭력의 대상이 된다.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세차를 맡은 현장실습생은 첫 출근 했던 날의 기억을 묻자 ‘욕을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첫날이니까 ‘당연히 잘 못 하고’, ‘잘 못 하니까 욕먹으면서 배우는’ 날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청소년이라는 점 외에 ‘현장실습생’이라는 점은 이들이 일터괴롭힘에 더 취약하도록 강제한다. 현장실습생 취업률을 유지하려고 하는 학교 정책은 오히려 일터괴롭힘을 호소하는 학생에게 ‘참으라’고 강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청소년 노동자보다 현장실습생을 일터괴롭힘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한 현장실습생의 담임 교사는 SNS로 ‘회사를 그만두면 학교에 대한 배신’이라고 문자를 보냈고, 선임과의 갈등으로 퇴사를 원하는 학생이 세 차례나 요청할 때까지 복교 요청을 묵살했다.

현장실습 자살자들의 자기평가 과정

일터 괴롭힘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열등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더라도 괴롭힘의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할만한 사람’이 되어간다. 예를 들어, 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일에 투입해버리면, 그 사람은 일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학력이나 성별 때문에 차별당하던 사람은 이를 비판했을 때 조직에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매도되거나, 차별을 못 견뎌 일을 그만두면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일터괴롭힘 피해자는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며, 한 현장실습생 인터뷰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를 실패자로 평가하고, 자신이 쓸모없거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과정은 자살자가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인식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는 자기 인식 과정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이런 자기 평가 과정은 일터 괴롭힘에 시달리던 A, B 씨 사례뿐 아니라 과도한 실적 압박에무방비로 노출됐던 C 씨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사실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일터에 ‘실습생’ 신분으로 취업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게 만드는 밑그림이 된다. 거기에 C씨가 다녔던 전체 회사 차원에서 강도 높게 추진되는 실적 경쟁이나 압박이 이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박형민은 일부 자살에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성’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자살자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숙고하여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자신과 삶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자살자는, 자신이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자기 죽음을 통해서만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⁴⁾

청소년은 특히 성인에 비해 사회적 자원이나 경험,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다른 선택지에 대한 사고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신이 죽음을 통해서만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은 특히 그들이 가진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는 더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좌절될 때 성인에 비해 더 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한다는 기존 논의도 숙고해봐야 한다.⁵⁾

실제로 A 씨의 경우 회사에 직장 동료의 폭력을 고발했으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문제 상황을 직면해야 했고, B 씨의 경우 사직을 결심했으나 이에 대한 직장 상사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다. C 씨도자살 이틀 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 그날 자살 기도가 있었지만, 부모님은 힘들어도 이겨내 보라고 응대했다. 자살을 ‘차악의 선택’, 능동적인 행위라고 볼 때, 비교적 저임금에 구하기 어렵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던 이들임에도, 죽음을 결심한 순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처지처럼 느꼈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함께 생각하기

파견형 현장실습 그 자체가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부추기고, 대안을 구하는 행위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습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일터에, 실습생이라는 취약한 상태로 내보내지고, 취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는 사직을 가로막는다. 부모와 교사는 흔히 ‘참아보라’는 격려 이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한다. 이런 다양한 모순이 응축된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우리에게는 남아있는 질문들이 있다. ‘청소년’이자 ‘실습생’에게 가해지는 노동권 침해, 처음 맞닥뜨린 일터에서 겪은 압력과 스트레스, 가족과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폭력적인 질서. 이런 어려움은 다시 어떤 경로를 통해 우울감, 자살사고, 자살 행동으로 이어졌을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임금의 일자리, 졸업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일자리, 돌아갈 학교도 아직 남아 있는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혹시 현장실습생 외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터에서의 문제 때문에 자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이건 정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에게 좀 더 고유한 문제일까? 대학신입생이나 사회초년생의 자살과 한국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은 어떤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떤 측면에서 다를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되짚어 보는 과정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서 출발하여 일하는 청소년의 노동 과정과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 이로 인한 자기 평가와 자기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모두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청소년 노동자, 실습생 노동자로서의 노동권 침해와 이런 침해가 자살 사고나 자살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청소년 자살’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현장실습 노동과정의 경험과 그 고통, ‘현장실습 대책 논의’에서 다루지 못했던 ‘자살에 이르는 심리적, 인지적 경로’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시간에세이] 과로자살의 위험을 거둬내기 위하여 / 2017.8

과로자살의 위험을 거둬내기 위하여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하반기 동안 '과로자살'에 대한 문제를 다룬 노동시간에세이를 연재한다. 앞으로 여러 필자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회복지사,이주노동자, 외국사례 등을 비롯해 여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과로자살의 행렬 한복판에서

장시간 노동이 유발하는 문제들은 널려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과로자살을 들 수 있다. 과로자살은 과로사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고의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는 행위를 일컫는다.

생경한 어휘다. 과로와 자살, 딱히 납득될만한 조합은 아닌듯하다. 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설명하는데 과로자살을 사례로 드는 건 꽤 불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과로로 인한 자살 사건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34세 사회복지 공무원이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그는 자살 전 3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할 만큼 격무에 시달리다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만 쌓여만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는 심경의 일기를 남기고 열차에 투신했다.

언뜻 드문 일이고 예외적인 사례라고 치부할 수 있다. 또한 자살의 원인은 다양한데 과로만으로 설명하는 건 억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억지스럽고 예외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해에만 4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했다.

왜 과로자살이 반복 발생하는가?

비극의 공통분모는 한 사람이 2~3인분의 일을 짊어지게 하는 업무구조에 있었다. 현장에서는 사업은 늘어나는데 반해 정작 담당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깔때기 모양처럼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깔때기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이럴 때면 사회복지 공무원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살인적인 초과에 시달린다.

과로자살의 원인은 업무적인 요인 외에도 개인 요인, 경제 요인, 제도 요인, 사회문화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장시간 노동, 과도한 업무, 병영적 조직문화, 직장내 괴롭힘, 억압적 노무관리, 가족 문제, 생활고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들이 맞물린 비극이다. 한 사람이 목숨을 포기한다는 결정까지 수많은 복잡성을 고려하면 자살의 원인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특정 작업장에서 자살이 반복된다면, 공통의 구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가설에 기초해 자살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작업장을 분석한다면, 죽음을 야기하는 구조적 위험의 공통 요인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하지 않던가. IT개발자, 드라마 PD, 대기업 연구원, 로펌 변호사, 지하철 기관사, 우편 집배원, 현장실습생, 은행원, 증권맨, 제약 영업사원, 대학교 교직원, 지자체 공무원, 서비스센터 기사, 항공사 승무원, 대기업 협력업체 직원 등 반복된 자살 그 자체가 과로사회의 구조적 위험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다.

어떠한 시간 구조에 발을 딛고 있느냐에 따라 삶의 결은 달라진다. 시간 구조는 나를 구성하는 생각, 관계, 감정, 현재와 미래, 사랑, 행복, , 희망까지 모든 것을 모양 짓는 핵심 변인이다. 시간 구조가 어떻게 조직되고 구성되느냐에 따라 삶의 결은 물론 사회의 질까지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장시간 노동은 우리네 삶을 쪼그라들게만드는 폭력 그 자체다.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과로자살

우리가 과로자살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과로자살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들의 업무에 기인한 자살은 있어 왔다. 그렇지만 과로자살 현상은 90년대 중반 이후 30~40여분 마다 1명 꼴로 자살하는 자살의 폭증이라는 맥락에서 진단하고 해결해야할 새로운 문제다. 이전의 과로자살과는 어떻게 다른지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적 압박이나 성과 평가 같은 개별화된 경쟁 장치가 극단적인 경우 자살까지 내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로자살을 유발하는 새로운 위험 요인들을 포착해 제거해 나가는 작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죽음의 스펙터클을 쓴 프랑코 베라르디는 끊임없는 경쟁이 노동자들의 삶을 한없이 불안정하게 만들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매일 같이 서로 간에 전쟁을 벌이도록 하는 경쟁 구조는 극도의 스트레스, 무기력·절망감 등 정서의 사막화, 모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이데올로기가 폭력과 모욕을 그럴싸하게합리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이러한 곳에서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한다.


[언론보도] 노화로 '근육마름병' 오듯..한국인들 과로로 '시간마름병' (경향)

노화로 '근육마름병' 오듯..한국인들 과로로 '시간마름병'

김유진 기자 입력 2017.09.04. 21:5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세계 2위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1764시간)을 놓고 보면 1년에 3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과로는 한국인들을 ‘시간마름병’에 시달리게 하는 주범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기고한 글에서 시간마름병이 “건강 문제를 비롯해 관계 단절, 소외 , 자살, 돌연사, 대형사고까지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일에 치여 가족과 교감이나 자신에 대한 성찰, 공동체 참여 등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http://v.media.daum.net/v/2017090421533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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