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2014.08.13,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53&page=1&category2=203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1)


김경근(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시간 노동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평균인 연간 1700여 시간보다 500시간 정도 더 길게 일한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보다 자그마치 3달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은 몇십 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년 내내 일한다.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여겨질 것만 같았던 장시간 노동이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선거 캠페인이 등장했듯,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깨닫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과정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한편, 단축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 위기의 순간이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노동시간의 통제권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 노동시간은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같은 시각에 시작하여 같은 시간동안 작업하고 같은 시점에 일을 마쳤다면,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더욱 더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배치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나아가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개인별로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가 노동자들의 ‘시간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선택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관건은 노동시간의 통제권이다. 


장시간 노동의 원인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유독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임금 : 저임금과 낮은 기본급 


우선 임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적으며,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이다. 게다가 복지제도는 열악하다. 따라서 잔업·특근을 동반한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고임금 노동자도 잔업·특근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고임금이 잔업·특근의 결과라는 점, 즉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고임금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역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명목상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존재하지만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제도 자체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질적인 제재까지 미약한 것이다. 


거기에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다. 약속된 시간만큼 일하는 것은 이른바 ‘칼퇴근’이라 불리며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휴가 일수 자체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돈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관점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규범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일터에서 자본과 노동의 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소비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낙은 갖고 싶은 물건들을 ‘지르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힘들 때면, 물건을 사고 다시 행복해진다.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 중독’ 혹은 ‘소비와 노동의 악순환’으로 설명한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결국 임금을 받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 부여가 적으며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 커진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는 주장이 결정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한국의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노동현장의 권력 변화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공포와 불안에 의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차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의식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포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오래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IMF 경제 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극심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고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언제 일거리가 줄어들지, 일자리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잔업과 특근이 다 떨어져서 법정 노동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은 임금 자체가 워낙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불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시간 노동만이 곧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의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믿음직한 방패가 되지 못했고 점점 더 힘이 약화되어 갔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기업의 권력 강화 


무엇보다 일터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구조조정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자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에서,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선택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러한 자기 위안은 고용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IMF 위기 이후 재편된 작업장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시간당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다. 또한 소비를 좀 더 줄이려는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꿈꾸도록 강요당했다. 그러한 꿈에 익숙해지고 만족하게 된 것은 사후적인 결과일 뿐이다. 지금처럼 오직 장시간 노동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다른 꿈을 꿀 수는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업장 권력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시간의 중요성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일터에서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의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여가와 가족의 문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터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현재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본인의 건강과 여가 그리고 가족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고리이자, 둘 모두의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



[언론보도] 산재보상보험법,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대안미디어 너머, 2014.07.21)

대안미디어 '너머' 기고 (http://www.newsnomo.kr/)

링크 : http://www.newsnomo.kr/news/articleView.html?idxno=77

 

산재보상보험법,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rotefarhe@hanmail.net

 

 

7월 초 사무실로 한 통에 전화가 왔다. 자신의 시동생이 산업재해(이하 산재)를 당했는데 조선족이라 한국말도 잘 못 하고 의사소통이 힘든지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하셨다. 연구소 연락처는 민주노총 조합원인 이종사촌 동생이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물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산재를 당했는지 여쭤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산재보험청구 뭐가 이렇게 어렵나

 

산재를 당한 이OO 씨는 작년 7월부터 경기도 안성에 있는 유리공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지난 5월경 유리 놓는 틀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한편 이씨는 사고 당시 바로 병원을 가지 않고 통증을 참은 채 몇 일을 일했다. 그러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회사에 얘기해서 회사 직원과 함께 병원에 갔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를 찍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씨는 돈도 없었고, 보호자가 있는 경북 문경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으면 이후 문제에 대해서 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단다.

 

상황을 듣고 산재신청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지역의 민주노총에 계신 노무사님에게 상담을 받아보자고 말씀드렸다. 며칠 뒤 만나서 상담을 받았고,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노무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몇 날 며칠 애가 달았을 보호자와 시동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 캡쳐 화면

 

오늘날 산재 노동자의 현실이 바로 이렇다. 말로는 산재 신청을 혼자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일하러 갔던 가족이나 동료가 하루아침에 죽거나 다쳤는데, 맨 정신으로 병원과 관공서에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또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업주 날인을 받아야 하는데 산재 신청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시비를 걸고 보는 사업주들과 다툼이 없을 리 만무하다.

 

어렵사리 신청해도 승인까지 하세월

 

게다가 대개 산재환자들이 노무사를 수임해 어렵사리 산재 신청을 해도 승인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사고성 재해의 경우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승인되지만, 질병의 경우는 언제 산재 승인이 될지 기약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업무관련성을 본인이 입증했다 해도 산재승인 받기가 매우 어렵고 오랜 걸린다. 공단에서 불승인을 받으면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설사 승인을 받는다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기본급 70%의 휴업급여는 일상생활을 보장하고 산재 요양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힘들게 산재인정을 받아도 이 모양이다. 게다가 산재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찾고 이용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하루 24시간 중 한 두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니 온전히 요양 치료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경제적으로 힘들고, 요양 기간은 끝나가는 데 몸은 여전히 아프다. 다시 현장에 복귀해서 일할 수 있을까? 일하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편히 이룰 수 있는 노동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현실이 이렇다보니 산재보험이 대체 왜 존재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 1일은 한국 사회 최초의 사회보장제도 산재보험보상법이 도입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50년 동안 46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고 9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당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산재보험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서 산재보험 도입 50년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치렀다. 산재보험 발전에 공을 세웠다는 연구자,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을 수여하고, 산재보험으로 삶의 용기를 얻었다는 노동자들의 수기를 공모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누가 봐도 산재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용 프로그램이다.

 

 

현재 공단은 산재 당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법과 제도를 운운하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5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체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겠다’는 공단이 제 역할을 다하는 날은 언제일지 마음 한 편이 무겁다.

[언론보도] 산재'불인정'으로 재정 누수 막을 수 있겠나(2014.04.18. 곽경민)

※ 한노보연 곽경민 회원의 글로 월간 <일터>에 기고한 글을 다듬어 <오마이뉴스>에 게재하였습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1141&PAGE_CD=N0001&CMPT_CD=M0016

 

 

 

 


산재 '불인정'으로 재정 누수 막을 수 있겠나

[직업환경의학 전공의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①]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 참관기
14.04.18 14:54l최종 업데이트 14.04.18 14:54l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흡연을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 

공단검진 안내 팸플릿에서 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홍보하는 문구이다.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 왠지 낯설지 않는 이 문구는 얼마 전 참석하였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하였다.

흔히들 '질판위'라 줄여서 말하는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에서 2008년 7월부터 설치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심의 및 판정위원회를 말한다. 직업환경의학 전공의인 나는 얼마 전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인 선생님을 따라 서울지역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배석하여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질판위의 산재 불인정 이유, 의사인 내가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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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건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니 후반부엔 아주 짧은 논의만 하고 바로 표결로 이루어져, 나중에는 위원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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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판정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들어서니 위원장을 비롯한 6인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이 회의용 원탁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의 자리인 참관석에 앉으니 오늘 심의할 안건 자료가 올려져 있다. 10여건의 심의안건이 상정되어 있고, 상병명을 보니 오늘은 근골격계질환만 심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안건은 양쪽 수지(손가락)의 레이노증후군이다. 진동 폭로력이 확인되었고, 레이노 스캔에서도 양성으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산재승인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레이노 스캔을 한쪽만 했으니, 한쪽 손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표결에서 한쪽에 대해서만 '부분인정'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레이노증후군은 대개 양쪽으로 오는 질환으로, 실제 임상진료에서도 양쪽 다 증상이 있더라도 한쪽만 레이노 스캔을 해서 양쪽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단하는 프로토콜(one-hand protocol)을 따른다. 그런데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위한 것이니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에 토대를 해야 한다며 '부분인정'이라 했다.

계속하여 상정된 안건들의 심의과정을 참관하였지만, 논의와 결과가 충분히 연계되지 못하여 과연 전문성이 있는 결론을 내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업무관련성이 확실하여 '인정'된 안건도 있었으나, 불인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불인정되는 사례 중 논의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없었지만, 표결에 붙인 결과 '불인정'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관련성은 인정되나 상병명이 업무내용과 달라 '불인정'되는 경우, 심지어는 상병명을 잘못 적어서 '불인정' 되는 경우도 있었다. 

10여건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니 후반부엔 아주 짧은 논의만 하고 바로 표결을 진행해 나중에는 위원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안건들이 다 처리된 이후 위원장은 "우리는 의학적이고 과학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산재보험 재정이 부당하게 누수 되는 것을 막을 책무가 있다"는 발언으로 마무리 하였다. 

그 말을 지금에 와서 다시 떠올리니 담배소송 홍보문구처럼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산재노동자의 선량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하며

앞서 얘기했듯이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는 업무상질병에 대한 판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신설된 판정위원회이다. 하지만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가 신설된 이후 2008년 이후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질병 산재승인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물론 단순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때문에 산재 승인율이 감소하였다고 얘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의 변화, 업무상 질병 신청의 증가 등이 산재 승인율 감소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객관성과 전문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일관되지 않고 통상 의학 및 과학적인 기준보다 보수적으로, 그리고 표결에 의한 불인정, 불승인을 계속하는 것은 산재 신청인 당사자들에게는 개선책이 아니라, 오히려 개악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판정위원회가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기구일까?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가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가 아닌, 산재노동자의 선량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것일까? 질병판정위원회를 빠져나오면서 우리의 과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곽경민은 한림대학교 직업환경의학전공의입니다.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에 실린 기사를 다듬은 것입니다.


[언론보도] 삼성, 노동자 죽어가는데 '안전'홍보에만 열올려

※ 한노보연이 참여하고 있는 전자산업 여성노동자 건강권 모임소개와  

    최민 회원(비상임활동가) 인터뷰 기사입니다.

       

※ 출처 : 미디어충청

            http://www.cmedia.or.kr/2012/view.php?board=total&nid=78537

     

 

 


 

 

"삼성, 노동자 죽어가는데 '안전' 홍보에만 열 올려"

삼성직업병 피해자 영화 ‘탐욕의 제국’ 상영...여성건강권 간담회도 열려

2014-03-07 09시03분|김순자 현장기자(cmedia@cmedia.or.kr)
13개 시민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106주년 3.8 여성의날 충북공동투쟁기획단’은 6일 오후 7시 청주시 롯데시네마에서 ‘탐욕의 제국’ 무료상영회를 열고, 최민 전자산업여성노동자건강권모임 활동가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탐욕의 제국’ 상영회는 3.8충북기획단과 고(故) 황유미님 추모 충북기획단과 공동으로 준비됐다. 선착순으로 예약 받은 100석은 모두 채워지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상영관 계단을 자리 삼기도 했다.


최민 활동가는 “전자산업여성노동자건강권모임은 전자산업분야 뿐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보건 차원에서 일하는 여성의 건강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활동을 만들자는 취지로 모인 사람들의 모임”이라 모임을 소개했다. 

최민 활동가는 “오늘이 황유미 씨의 7주기이다”며 “7년전에는 황유미님의 사연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반도체산업은 청정산업이고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자랑스런 산업이라는 인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진복은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는 20대의 여성노동자들이 암으로, 이름도 모르는 희귀병으로 죽어가고, 당사자들이 삼성의 책임을 묻는 산재투쟁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밝혔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의 유해에 대한 산업 역학조사의 연구가 부족하고, 원인규명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책임을 강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생식건강 등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사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최근, 다산콜센터 이슈가 있었는데, 감정노동은 여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감정건강은 노동권으로 이어지는 노동문제이다. 저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고용불안이 모두 감정건강과 연계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의 교대근무는 생리불순, 불임, 조산, 유산 등과 함께 유방암의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며 “예를 들면 설연휴 등 명절 때 야간교대근무를 마치고 온 며느리는 쉴 수 없다. 사회적 압력은 여성노동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인정 이후에 삼성에서는 작업환경 개선이나 안전장치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삼성이 알려져 있는 발암물질을 모니터링을 하고 설비를 개선한다고 하는데, 삼성계열사에서도 피해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삼성이 마련한 안전장치를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학물질 개발에 따른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없고, 유해물질 발생우려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 특히 건강한 여성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삼성은 기업의 책임이라 인정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삼성은 안전하다는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답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전자쓰레기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에 대한 문제는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전자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자본은 전자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고수출의 형식으로 쓰레기를 인도 등지에 버리고 있다. 전 세계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김설해 생활교육공동체공룡 활동가는 “고 황유미님 추모기획단은 삼성의 성실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서명과 SNS프로필을 고 황유미 추모로 바꾸는 것, 황유미 7주기 및 반도체산업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 위원 모집 등의 추모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7일 성안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는 반올림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순서가 준비돼 있다”고 추모주간 참여를 독려했다. 

106주년 3.8여성의 날 충북공동투쟁기획단은 상영회에 이어 7일 충북여성노동자 행진 및 여성의제를 중심으로 한 충북시국회의 촛불집회를 주최할 계획이다. 

 

 

 

 

 

[언론보도] 소외된 이들의 벗되어 세상을 치료하며(2014.01.27 공유정옥)

※ 한노보연 비상임활동가 공유정옥 회원 인터뷰 기사입니다.

       

※ 출처 : 인터넷 의협신문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839

 

 

 


 

 

소외된 이들의 벗되어 세상을 치료하며…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사회에서 의사라는 신분으로, 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위원은 전문의라는 직함보다는 전문의 자격을 가진, 노동보건 운동가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다.

반올림과 반올림이 하고 있는 활동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를 위해 짬을 내어준 공유정옥 연구위원은 지금껏 만나본 의사들과는 또다른, 너른 의미의 인술을 펼치느라 동분서주하는 전문의였다.


 

 

    

 

 

.... (전략) .....

 

근골격계 질환·철도사 공황장애… 노동권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공유정옥 연구위원은 2010년 6월, 미국 공중보건학회 의 '2010 산업안건보건상' 국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반올림의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준 상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포상이라기보단 반올림이 받은 상인데,

단체로는 받은 경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반올림을 알릴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지만 마음은 불편했어요."

 

공유정옥 연구위원이 생각하는 '운동'이란 여러 사람이 함께 이뤄내는 것이다. 세상의 작은 변화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바뀌게 된다.

10년째 반올림 활동을 하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그렇게 함께 조금이라도 바꿔나가는 것이다.

 

 

"직업환경의학, 즉 산업의학을 전공했어요. 현장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일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전부터 활동해오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상근으로 활동하게 됐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 건강권 관련 실태 조사나 문제 해결방안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노동자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과 해결책, 지하철 기관사 자살의 조사 및 연구 등으로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교대제 야간 노동에 관한 연구-문제점과 대안을 연구해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노동자 환경과 건강에 대해 화두를 던졌어요. 심야노동을 없애는 흐름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죠."

 

.... (후략) .....

 

 

 

[언론보도] 밤을 잊은 몸, 서서히 부서지는 몸


※ 한노보연의 연구보고서가 야간(심야)노동과 건강과의 관계를 짚은 한겨레 기사에 상당부분 인용되었습니다.


※ 출처 : [한겨레 토요판] 밤을 잊은 몸, 서서히 부서지는 몸 - 암을 부르는 교대근무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9269.html


같은 기사의 일본판 링크 입니다. 
     http://japan.hani.co.kr/arti/culture/16492.html





사회

사회일반

밤을 잊은 몸, 서서히 부서지는 몸


교대근무는 야간근무를 필요로 한다. 밤에 일하기를 밥 먹듯이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힘들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토요판] 몸 / 암을 부르는 교대근무


..... (전략)

교대근무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야간근무 자체의 부담이다. 

밤에 졸음을 참고 일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사고 위험도 높다. 

문제는 밤샘을 일상적으로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조가 2011년 펴낸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에 사례가 잘 나와 있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누리집(클릭)에 가면 볼 수 있다). 

주야 맞교대 근무를 14년째 하는 금속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교대근무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야간근무는 절대 적응이라는 게 없어요. 야간근무 한 지 20년 됐다고 해서, 

야간근무 할 때 팔팔하고 쌩쌩하고 잠도 안 자도 된다거나,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고 하는 건 없어요. 

야간 1년차든, 10년차든, 30년차든 적응이라는 것을 절대 할 수 없어요.” (보고서 10쪽)


 (후략).....




[언론보도] 2014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한노보연 19위(한경)

한경비지니스에서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 '여성/노동' 부문에서 한노보연이 19위를 하였습니다. 





한국경제 [2014 대한민국판 브루킹스] 100대 싱크탱크

*출처: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4011000945000381&mode=sub_view

한경비즈니스가 6번째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를 선정했다. 
195명의 전문가들이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여성·노동, 환경 등 5개 부문에서 뽑은 최고의 싱크탱크들이다.


...(중략)...


싱크탱크들을 경제·산업, 정치·사회, 외교·안보, 여성·노동, 환경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해당 부문 전문가들이 점수를 매기고 그중 상위 100개를 가려냈다. 

경제·산업은 상위 40위, 정치·사회는 상위 25위, 외교·안보는 상위 15위, 여성·노동과 환경은 상위 10위까지 100대 싱크탱크에 들어간다. 


(후략)


※ 그림 출처 : 
한국경제 [2014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노동연구원 1위 굳히기… 대학 ‘약진’

국책 연구소 강세 속 한국노동사회연구소 5위 ‘기염’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4011000945000211&mode=sub_view


[언론보도] "우체국 비정규직, 저임금·중노동 시달려" (연합뉴스)

※ 한노보연 연구사업이었던 우편집중국 비정규 집배노동자 연구보고서 관련 기사 입니다.

※ 출처 :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667114

 

 


 

"우체국 비정규직, 저임금·중노동 시달려" <보고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열린 '우정사업본부 내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건강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12.24 ji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우정사업본부 내 우편집중국 비정규직(우정실무원)들이 저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는 24일 노동자운동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동 발표한 '전국우편지부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보고서'에서 우정실무원들이 열악한 근무 조건에 노출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편지부 근로자 본인의 급여를 포함한 가구원 소득 총액은 표준생계비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55.8% 수준으로 조사됐다.

표준생계비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데 드는 비용을 뜻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우편지부 근로자의 임금이 현재 수준보다 2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정실무원의 처우를 개선하라'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열린 '우정사업본부 내 우편집중국 비정규직 건강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13.12.24 jihopark@yna.co.kr


보고서는 또 저임금으로 근로자들이 기본급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시간 외·연장 근무를 선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 단체가 벌인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체 우편지부 근로자의 48%는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을 '임금인상'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 심야노동 등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수면장애 및 각종 질환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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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여성' '노동자'의 몸과 건강을 말한다 (2013.10.18. 최민)

 

※ 한노보연 운영집행위원 최민 회원의 글입니다.

※ 출처 : 웹진 글로컬포인트 창간준비호 http://blog.jinbo.net/glocalpoint/12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이미, ‘전자산업은 섬유, 의류 사업과 함께 대표적인 경공업으로서 젊은 여성 노동자(아마도 근로자라고 했겠지만)들이 많은 업종’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단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0년 현재 국내 전자산업(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및통신장비제조업)에 고용된 전체 노동자는 40만 6천여명이고, 이 중 남성이 25만여명, 여성이 15만여명이라고 한다. 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 남성이 74%, 여성이 26%인데, 이 업종에서는 남성이 62%, 여성이 38% 이니 정말 전자산업에 여성 노동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 ‘전자산업’에는 반도체 제조업, 전자부품제조업,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업, 마그네틱 및 광학매체 제조업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전자산업에 여성노동자가 몰리는 현상은 전지구적이다. 전자산업의 전지구적 국제분업과 이에 따른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전자산업 유입을 살펴보면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좀 오래된 자료이지만 2000년 경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완, 체코, 쿠바, 필리핀, 태국 등 많은 국가 특히 전자산업에서도 주로 부품생산과 하청을 담당하는 국가들에서 여성 노동자 비율이 모두 50%를 넘었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홍콩은 전자산업 노동자의 79%가 여성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전자산업 여성노동자 비율이 41.2% 가량 되었다.)

 

또 이들은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전자산업은 수출가공지역, 자유무역지역 등 특화 산업지역에서 수출 중심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지역은 꼭 해외 이주가 아니더라도 국내 빈곤지역에서 이주해온 젊은 여성, 남성 노동자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전자산업 사업주들이 특히 아시아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성별화된 문화와 생물학적 고정관념 때문이다. 여성들이 태생적으로 손이 날래고, 참을성과 꼼꼼함과 같은 타고난 특성 때문에 여성이 조립작업에 더 알맞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조립작업은 단순하고 숙련이 필요 없고 지루한 작업으로, 그것은 여성의 일이라는 성별화된 문화가 그것이다.

또 전자산업에는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많다. 젊다는 것은 임금 고용의 경험이 없거나 거의 없는 노동자들로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수준이 낮고, 노동통제가 쉽다. 많은 국가에서 단기계약직, 호출직으로 전자산업 조립 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래서 특히 계약직 직원, 훈련생, 호출식의 재택작업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이 특히 높다.


한국의 풍경


한국 풍경도 다르지 않다. 2005년 1월 12일 한국 LCD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8명의 태국여성노동자들이 ‘앉은뱅이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여성들은 노말헥산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여 부품을 세척하는 일을 했다.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사이, 법적 기준치의 5배를 초과하는 노말헥산에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다발성 신경장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걷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8명의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아, 무사히 치료받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전자산업 현장에는 수많은 이주,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2


 

전자산업에서 일한 이후 각종 질병을 얻게 된 여러 당사자들의 이야기들을 보면 군산, 속초, 강경 등 지방 실업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혹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10대 후반 여성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공장으로 이동하여 우르르 반도체, 전자 회사에 입사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가난한 지역의 젊은 여성들이 이주와 함께 생애 첫 임금 노동을 시작한다. ‘전자산업여성노동자건강모임’을 함께 꾸리고 있는 한 노동자도 벌교에서 상고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전자에 입사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웃는다. “그 때 네온사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니까요. 순천, 벌교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어요. 막 화려한 게 너무 좋았어요.”


 

이들은 노동권, 노동자, 노동조합 이런 말을 배우기 전에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판)가 얼마나 비싼지를 먼저 배운다. 당장 일하면서 사용해야 한다는 난생 처음 듣는 온갖 화학약품 이름과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 공정 이름을, 고등학생이 시험공부 하듯이 수첩에 적어가며 외운다. 하지만 그 물질들이 신체에 어떤 해를 끼칠 수 있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어떤 검사를 받아보아야 할지는 배우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여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것도 배우지 않는다.3


물론 전자산업에는 남성 노동자도 많다. 하지만 어디 나 그렇듯, 뚜렷한 성별분업이 있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서는 남자는 엔지니어, 여자는 오퍼레이터로 일이 나뉘어 있다. 엔지니어는 기기를 관리하고, 작업을 셋팅하고, 오작동 등이 있을 때 이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오퍼레이터는 기기를 직접 작동해서 실제로 반도체를 만드는 일을 한다. 물론 엔지니어의 작업도 안전하지 않다. 설비를 보수, 점검할 때 더 높은 농도의 약품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훨씬 더 일상적으로 다양한 물질에 노출되는 여성노동자들은 물질과 해당 공정에 관한 정보에 있어서 엔지니어와 비교할 수 없게 취약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 본인과 그 가족들을 인터뷰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에 한 남성 엔지니어의 고백이 나온다. 신입 시절 오퍼레이터들과 클린룸에서 함께 일하도록 배치 받았는데, 깜짝 놀랄만한 장면과 마주쳤다. ‘여사원들(오퍼레이터)’이 아무렇지도 않게 플루오린화 수소 HF(구미에서의 가스 누출로 문제가 되었던 불산의 액체 상태 물질이다.)에 웨이퍼를 담갔다 며 세척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시절 실험실에서 냄새만 맡아도 불임이 된다며 멀찍이 피했던 불산용액인데 ‘여사원들’은 뚜껑도 없이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며, 작업에 ‘퐁당퐁당’이라는 별명까지 붙여놓았더란다. 몇 년 후 한 조를 이뤄 ‘퐁당퐁당’ 작업을 하던 여성 2명이 혈액암인 백혈병과 림프종에 걸려 사망했다. 이들이 삼성반도체 암 문제가 공론화된 계기가 되었고, 재판을 통해 처음으로 질병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받은 황유미, 이숙영 씨다.4


 

한편, 도심의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전자산업 부문에서는 ‘젊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2011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조사(여성 응답자 1,649명, 남성 응답자 1,339명)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남녀 모두 20-30대 젊은 노동자의 비중이 높았지만, 남성노동자들의 경우 40대 비중이 매우 낮은 반면, 여성노동자들은 40대에서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이들 40대 여성 노동자들은 주로 생산, 미숙련직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대기업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성노동자들을 전자산업 노동시장 내로 유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들은 저임금 여성노동력 시장을 찾아 기혼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노동시장으로 몰리거나, 비싼 지대를 감수하고 남아있게 된다. 40대 여성노동자들은 가족의 재생산 기능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떨어질 수 없어, 저임금을 감내하고 도심 주변에 있는 중소기업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전자산업 노동시장이 사업장규모에 따라 세대별로 양극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5


우리 몸과 건강을 얘기하자


전자산업, 특히 청정산업이라고 알려졌던 반도체산업에서의 건강문제가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얘기된 것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활동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반올림은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성과다. 그러나 암이 아니더라도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생리불순과 불임, 시력저하와 근골격계 질환, 수면장애, 위장장애, 탈모와 피부병 등 반도체 노동자들이 겪 는 건강 문제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심각하다. 는 건강 문제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여러 여성 노동자들의 증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생식 건강 문제와 마주치게 되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막 쓰러지고 그랬어요” “스트레스 때문인지 몇 달 씩 생리를 안 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냄새만 맡아도 고자가 된다고 하던 약품을 오퍼레이터들이 뚜껑도 덮지 않고 쓰고 있었어요”

 


이런 증언이 당사자 인터뷰 때마다,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다룰 때마다 나타났지만,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생식 건강 문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었다. 이는 비단 반도체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 건강 문제를 얘기할 때 젠더/섹슈얼리티/여성 등은 여전히 주변부 얘기이기 때문이다. 마치 노동자는 성이 없는 것처럼 한 덩어리로 다루는 법과 제도, 남성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여성 노동자들에게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연구풍토가 아직도 견고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으로서 겪은 경험과 질병은 본격적으로 문제화되지 못 했다.

 


반대로 ‘여성의 건강’을 ‘모자보건’과 동의어로 여겨온 일반적인 보건, 의학, 사회적 수준 탓도 있다. 특히 생식 관련 건강 문제라고 하면 주로 태아의 건강과 온전한 발달,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임산부의 건강 문제로 좁게 다뤄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태아와 임산부에 관련된 여러 연구 중 태아가 아닌 임산부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여성 건강’ 연구에서조차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또 보통 이럴 때 임산부의 건강 문제는 임신 이전부터 수행해오던 다양한 사회적 역할(학생, 노동자 등)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임신이나 출산은 그 여성의 사회, 경제, 문화적 지위나 배경과 무관한 것처럼 다뤄지기 일쑤다.6

 


그래서 반올림 활동가들 내에서 ‘여성 노동자 건강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직업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틀에 성인지적 관점을 강조하기 위한, ‘여성건강’ 영역에 ‘여성 노동자의 직업건강’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이 잘 나오지 않으면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여성 노동자 건강에 대한 경험과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데,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산업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과 증언이 훌륭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입소문으로만 떠돌던 얘기들을 꺼내고 나누면서 제대로 ‘문제’로 만들어보자, 한편으로는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나아가 함께 문제의 해결책, 개선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그래서 이 모임은 암을 넘어서 다양하고 심각한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다루려는 반올림의 새로운 발걸음이기도 하고, 그 동안 노동자 건강, 여성 건강 영역에서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던 여성노동자의 생식 건강을 우리, 여성노동자의 시각으로 만들어가려는 설레는 출발이기도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모임이 이제 시작 단계다. 모임 제안을 준비하던 모임까지 합쳐 이제 세 번의 만남이 있었을 뿐이다. 나를 포함한 직업환경의학 의사나 간호사도 있고, 전자산업 노동자 출신의 참가자도 있다. 여성활동가, 정책연구자, 관심있는 학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직은 모임을 함께 꾸리는 사람들 스스로도 이 모임의 정체성과 주제를 단박에 정리해서 말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임의 정체성과 주제를 정리해나가는 것 자체가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여성 건강 문제가 재생산 문제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여성 노동자 건강 문제를 결국 생식과 관련된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적절한 시작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 아주 명확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여성으로서/여성이기 때문에 누리거나 억눌릴 수 있는 사회적 건강, 정신건강 문제까지도 포괄해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고, 재생산 쪽으로 초점을 맞추되 남성 노동자들의 문제나 2세 문제까지도 폭넓게 다루는 전략을 취하자는 생각도 있다. 사실, 어느 쪽으로 초점이 모아질지는 앞으로 모임이 더 굴러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가 직업건강 영역에서나 여성건강 영역에서 모두 소외되어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 여성 건강 문제가 모자보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나아가 ‘모자보건’ 운동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편승하면서 가부장제 재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놓치지 말고 긴장감을 가지고 접근해나가자는 전망은 분명히 공유하고 있다.

 


모임은 일단 그 동안 반도체 노동자들의 증언에 자주 등장하면서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웠던 생리/월경 관련된 문제나, 임신지연 등을 먼저 다뤄나가기로 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이 문제들은 간과되어온 면이 크다. 워낙 생리 불순이나 임신 지연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서, 직업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같은 재생산 문제 중에서도 유산이나 선천 기형과 같이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 문제화되지 못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문제들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가 아니다. 만일 우리가 임신이 지연되어 고통받고 있다면, 작업 환경에서 임신을 지연시키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그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 의학적 관점에 국한되지 않는 접근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뚜렷하게 성별 분업되어 있는 현장, ‘건강한 모성’ 이데올로기 등이 모두 함께 사회적 낙인과 부담감, 고통의 원인이 된다. 이를 함께 제기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

 

접속과 연대를 확장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1980-90년대에 전자산업에 종사했던 당시 젊은 여성노동자가 매우 많았는데, 이 분들의 경험이나 이야기와 접속해볼 수 있는 단초를 찾아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굴지의 대기업 공장 노동자 뿐 아니라, 하청, 부품사업체, 지방의 공장, 가까운 중국 등 아시아 지역까지 전자산업 내 주변부 노동자들의 풍부한 경험과도 연결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이제 겨우 모임을 꾸리고, 서로를 소개하고, 한두 가지 함께 할 일들이 제안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아시아까지, 피해에서 저항까지, 유해한 화학물질에서 가부장제까지, 198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10대에서 50대까지,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힘나는 경험, 눈물 쏙 빼는 드라마, 다양한 이야기가 콸콸콸 쏟아지는 펌프질이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 주석

1. 테드 스미스 외, Challenging the chip 세계 전자산업의 노동권과 환경정의, 메이데이, 2009

2. 강희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말헥산(n-Hexan) 중독으로 인한 앉은뱅이병, 우리와 다음 통권 32호 2005년 3, 4월호

3.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사업주의 의무

4. 희정,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아카이브, 2011

5. 박준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실태조사, 월간 사회운동 통권 105호 2012년 3-4월호

6. 캐런 메싱, 반쪽의 과학-일하는 여성의 숨겨진 건강문제, 한울아카데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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