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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2016.6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3년에 출범한 알바노조는 당시만 해도 "야 거기 알바!"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며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알바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싸움을 하며 만들어온 노동조합이다. 알바노조가 꾸준히 싸워온 덕분에 "그게 가능해?"라고 했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시기 알바노조가 현장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리고 오는 6월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지금, 어떠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일 알.. 더보기
월 간 「일 터」/[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2016.6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3년에 출범한 알바노조는 당시만 해도 "야 거기 알바!"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며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알바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싸움을 하며 만들어온 노동조합이다. 알바노조가 꾸준히 싸워온 덕분에 "그게 가능해?"라고 했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시기 알바노조가 현장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리고 오는 6월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지금, 어떠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일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을 만났다.


▲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 본인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조 대변인 최기원입니다. 대변인이 있는 노동조합이 드문데 언론이나 정치적인 역할을 중요시 하는 노동조합이다 보니 대변인이 있고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 저 또한 이전엔 알바는 그냥 용돈을 벌기 위해 혹은 사회 경험을 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제일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얘기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더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 노동자'로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알바 노동자가 용돈을 벌기 위해서든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어떤 이유로든 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지 않는가. 그럼 그에 따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권리는 늘 제자리에 있다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처음엔 알바연대를 만들고 이후 노동조합 창립까지 이어졌다."


- 아무래도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조합원들이 하는 일이나 업종이 굉장히 다양할 것 같다.

"저희 조합원들은 주로 알바를 채용하는 요식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요즘엔 워낙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서 콜센터, 건설일용직,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에도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다. 


알바노조가 다른 노동조합과 또 하나 다른 특징이 있다면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업종이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바노조엔 지금 당장은 알바 노동자가 아니어도 알바 경험이 있거나 알바를 할 기회도 많이 있는 대학생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겪는 부당한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여러 사례가 있는데 최근 알바노조가 주목하고 있는 사례는 맥도날드 '45초 햄버거'와 '17분 30초 배달제'다. 지금 맥도날드는 햄버거 주문을 받으면 45초 이내에 만들어서 내보내야 한다. 배달 주문의 경우 접수부터 배달까지 17분 30초 안에 마쳐야 한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이 촉박하게 일을 하니까 라이더(배달 노동자)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전부 노동자 과실이라고 한다. 햄버거를 빨리 만들다 보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는데 팔토시나 장갑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


알바 노동자들 사이에서 맥도날드는 그나마 시급을 잘 지켜서 주는 곳이라 "돈 벌려면 맥도날드 가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마저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방치하는 상황이다 보니 알바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마음 편히 일할 수가 없다.


- 알바노조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최저임금 1만원인 것 같다. 어떻게 1만원 요구가 만들어진 것인가?

"최저임금 1만원은 엉뚱하면서도 굉장히 도전적인 의제였다. 처음에 1만원을 제기했을 당시 시급이 4860원이었는데 적어도 2배는 인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1만원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러 연구결과나 자료들을 검토해 보니 OECD 가입 국가들 최저임금이 평균 1만원 가량 되었다. 


최근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이 8.5달러인데 주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곳이 있다. 한 곳에선 조례를 통해 15달러로 인상했다.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 dollar)이라는 최저임금인상 시민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의 국가 경제 규모나 1인당 GDP 등 조건을 봤을 때 지금의 최저임금은 굉장히 낮고 1만원은 가능하다고 봤다.


- 지금은 워낙 사회화가 되었지만 처음 1만원을 제기했을 당시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영세 자영업자들 부담이 높아지는 부분을 어떡할 거냐, 알바들 다 잘린다, 이런 반론들이 있었다. 알바 노동자 당사자들도 사장님과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영세 자영자가 힘든 이유는 인건비가 아니라 높은 임대료, 프랜차이즈업체 본사에 납부하는 수수료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금의 경제 환경을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고용률이 떨어질 거라고도 하는데 해외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해고가 늘어나거나 고용률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노동자의 생계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선(시급1만300원, 8.5유로) 이른바 저임금 나쁜 일자리가 20만800개 줄어든 반면 사회보험 적용도 받는 좋은 일자리는 71만3000개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또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지만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보고는 없다.


- 그래서일까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알바노조에서 볼 때 어떤 지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현재는 노동자측, 사용자측, 공익위원 각각 9명씩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때 사용자측은 매번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자 측은 1만원을 요구하면서 대화가 잘 안 되고 끝에 가선 매번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럼 공익위원이 중재하면서 안을 던지고 대체로 그 선에서 최저임금이 관철된다. 결국, 이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는 꼴인데 이분들은 고용노동부가 추천하는 인사들이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노동자들 권리에 대해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분들이 다수다. 전체 노동자 중 1/5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데 대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 추천 인사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비민주적이고 파행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바노조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저임금 자체가 자본과 노동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역학관계가 반영되는 만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최종 결정은 대표성을 갖는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 알바노조는 조합원의 권리문제를 넘어서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렇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조합원들 내에서 거부감이나 이견은 없는지 궁금하다.

"알바노조는 정치 활동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사업주에게 강제력이 없어서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기대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와 자본이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점을 캠페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그래서 알바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싸움에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우리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불안정한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결국은 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그래서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 이제 6월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알바노조에게는 한해 중 가장 바쁜 시기일 것 같은데 올해 어떤 투쟁들을 계획하고 있나?

"총선 때 야당이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했는데,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자문해봤을 때 야당이 과연 20대 국회가 열리는 6월에 최저임금을 인상할까 생각해보니 아닐 것 같았다. 더민주가 2020년, 정의당은 2019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고 했는데 야당 계획대로라면 올해 적어도 15%는 인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2017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향후 최저임금 1만원이 가능할지 판가름난다고 보고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 경총과 전경련을 압박하는 '만원 버스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 6월 투쟁을 넘어 향후 알바노조의 목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불안정 노동자가 안전한 일자리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싸우는 노동조합이 되고 싶다. 근데 이건 굉장히 모순적이다. 불안정 일자리는 사라져야 한다. 그 과정까지 싸울 것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맥도날드나 SPC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전국적인 알바노조 지부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적인 과제로는 최저임금 1만원과 알바 노동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 불안정한 노동과 삶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본소득을 꿈꾸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 모든 알바 노동자들과 일터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알바 노동자들은 당당한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상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그 권리는 앉아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할 수밖에 없으니 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가장 앞서서 투쟁하는 알바노조와 함께 싸우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일터 독자분들께는 최저임금은 한국의 불안정/비정규직 노동자 900만 명의 삶을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올해 최저임금 투쟁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