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입장] 메르스 사태, 정부는 국민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5월 20일 첫 감염자 발생 이후 3주가 되었지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8일 현재, 87명이 감염 확진되었고, 2,500여명이 격리 조치되고 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 중이다. 


3차 감염자의 지역적 확산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격리조치자의 규모로 보건대 병원을 벗어난 지역사회로까지 전염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초기대응은 물론이고, 확진 환자와 격리대상자 관리, 국민의 알권리 보장, 보호와 예방을 위한 조치 등 전반에 걸쳐 부실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메르스 괴담자는 엄벌로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나, 300만 명이 감염돼야 재난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국민안전처의 발언을 듣거나, 6월5일에야 다분히 형식적인 메르스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기업대응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대응을 보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치료약이 있었던 신종 플루(2009년)때나, 사스(2003년), 에볼라(2014년)때처럼 국내 감염자 수가 거의 없었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유례가 없었던 대량의 격리 대상자 규모, 다수의 3차 감염자, 지역사회 확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알려진 치사율도 30~40%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즉, 전염되면 오로지 자신의 면역력의 힘만 가지고 이겨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다. 치료제도 없고, 제때에 제대로 치료할 시설도 태부족한 현실에서 전염력과 치사율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응하는 국가적 대책에는 일하는 노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때 지난 지침을 발표한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면피용 대응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특히 확진환자와 격리대상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에는 보호 예방을 위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여느 바이러스 질환처럼 메르스 감염 역시 그 질병의 경과에 당뇨, 신장, 폐질환 등의 기저질환과 개인의 면역력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부는 노동자들의 면역력 증진을 위해 장시간노동과 심야노동에 대한 각별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하루 17시간 넘게 운전해야만 하는 평택 버스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는 평택, 화성의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노동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에 취약한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밤샘하는 노동자들은 메르스 감염의 발병과 병증의 중증도에도 그만큼 취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경제 위축 운운하며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뒷전으로 두지 말라.


지난 6월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메르스 대응조치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국민들도 과도하게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은 선에서 보건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이러한 시각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불러올 수 있음을 현 정부의 내각은 아직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설령 공기 전파의 가능성이 없다한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고 책임이어야 한다.


둘째, 메르스사태에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인 조치에 책임을 다하라.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임을 모르는가.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휴업을 하고 있다. 확산을 막고 보호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이 '과로'하지 않도록 사업주에게 강력히 권고하고 사업주는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로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과로의 기준은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법정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지 않도록, 그리고 일하는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심야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노동강도에 맞는 적정한 물량으로 줄이고 생활 임금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메르스 감염이 확산될수록, 특히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되었을 경우, 과로로 인한 단순 감기와 메르스 감염의 구별이 쉽지 않은 점은 노동자 개인에게나 지역사회 모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시기에 과로를 피하는 것은 특히나 중요하다.


셋째, 사업주는 메르스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현장에 건강하게 복귀할 때까지 유급으로 병가를 보장해야 하며, 격리 조치만이 필요한 경우에도 2주간의 유급 휴직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실질적으로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과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조치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야 하며,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여 상병급여로 보장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윤과 생산성을 좆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야 함을 말해주지 않았던가? 정부는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5년 6월 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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