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요양보호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 2014.9

요양보호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



재현 선전위원



지난 8월 16일 일산에 위치한 수요양원 조합원분들과 인터뷰를 위해 길을 나섰다. 같은 일산이지만 요양원은 주변엔 차도 다니지 않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 산골짜기에 타운으로 조성된 곳에 있었다. 주변에 인기척이라고는 오로지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렸다.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하게 지어진 요양원 건물들을 지나고 지나, 가장 구석에 있는 요양원에 다다르니 로비에 농성장이 보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소속된 일산수요양원 분회 조합원은 모두 요양보호사들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에,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으로 참고 버티다 지난 4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자 사업주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돌연 폐업을 단행하고, 요양보호사를 해고한 이후 하루아침에 바뀐 사업주가 비조합원 요양보호사를 고용해서 일산수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처음엔 돈도 벌면서, 봉사할 수 있는 일 요양보호사 일이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할 때도 많아요. 제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어머님이 5년간 식물인간이셨어요. 당시 저희 집에서 모셨었는데, 돌아가신 후에 보니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이 있더라고요. 병간호 했던 경험도 있고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저는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분통이 터져요.”


일산수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은 한 달에 10번 출근에 24시간 일했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3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사업주는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그나마 지급하던 식대도 뺏으려고 했다.


“야간이나 휴일에 일해도 수당 같은 건 없어요. 올해 노동조합 만들고 처음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수당 받은 거 말고는요.”



요양보호사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에 출근해서 인수인계를 위한 팀원 미팅을 한다. 미팅이 끝나면 그때부터 온종일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규칙적으로 국민체조도 시키고, 기저귀 갈고, 끼니에 맞춰 식사도 챙긴다. 그리고 수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환자들 목욕을 시킨다. 요양보호사 1명당 7~8명씩 환자를 맡다 보니 다들 가장 힘든 일이 목욕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법으로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가 2.5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현실과는 너무 다르죠?”


“지금 사업주는 80이 넘은 자기 엄마를 요양보호사로 고용했다고 보고한대요. 요양보호사를 환자 수에 맞춰서 고용해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는 거죠. 문제는 다른 요양원들도 다르지 않은데, 나라에서는 왜 이런 걸 묵인하는지 모르겠어요.”



24시간 온 종일 환자들과 씨름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환자분이 따귀를 때린 다던가 얼굴에 침 뱉고, 머리카락도 쥐어뜯고, 욕하고 성희롱도 하고, 도둑질했다고 의심하고, 그럴 땐 정말 힘들어요. 요양보호사가 자기 맘에 안 들면 사무실 직원한테 가서 고자질하고 그러는데, 문제는 직원들이에요. 무조건 환자들 말만 믿고, 요양보호사들이 잘못 했으니 맞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해요. 같은 말이라도 ‘선생님 힘드셨죠.’ 이 한마디면 되는데,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사실 환자들이 그러는 거야, 치매 환자도 있고 하니까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사무실 직원들이 그러는 건 정말 참기 힘들 때가 많아요.”


요양보호사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직원들은 환자보다 요양보호사를 더 무시하고, 이러니 보니 보호자도, 환자도 요양보호사를 무시한다. 한편, 그럼에도 요양보호사 일을 계속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환자들이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예쁠 때도 많고요. 대개 애 키울 때 그런 마음이 드는데, 요양보호사는 봉사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없으면 정말 못해요. 농성 시작하고는 병원에서 막으니까 병실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지금도 환자들 보고 싶고 그래요. 우리가 농성하면서 아침 선전전하고 있으면, 환자들이 창문으로 우리를 막 불러요. 빨리 투쟁 끝내고 환자들 곁으로 가야죠.”



얘기를 듣다 보니 생계도 책임져야 하고, 아무리 꼬집고 때리고 해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환자들을 뒤로하고, 평범한 40~50대 여성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결의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월부터 회사가 근로 체제를 바꾸려고 했어요. 그때 노동조합에 문의했죠. 그 뒤로 5월에 가입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사업주는 바로 폐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교섭에도 딱 한 차례 응하더니 줄곧 거부했어요.”


이 한 차례 교섭에서도 사업주는 상급 단체인 공공운수노조에 ‘돈을 기부할 테니 노조를 없애 달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섭을 요청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병원을 방문하면 무단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어이없는 행동을 일삼았다. 그러다 7월 5일 사업주는 폐업 공고를 냈고, 하루아침에 요양원을 인수하는 새로운 사업주가 기존 요양보호사 40명 중 17명은 재고용하고, 나머지는 요양보호사 신규 채용을 단행했다.


“저희가 7월 말이 대부분 계약 만기 시점이었는데, 퇴직금을 안 주려고 계약기간이 1년이 안 돼서 폐업 공고를 한거죠.”



더구나 새로운 사업주는 신규 채용 시 입사 지원서에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쓰게 하면서 사실상, 채용과정에서 조합원을 배제했다. 그 일을 계기로 요양보호사들이 다들 화가 많이 났고, 본격적으로 노조에 가입했다. 


“사업주가 바뀌었는데 요양원 대출 이자를 전 대표가 지금도 내고 있대요. 잔금도 안 치렀다 하고. 이러니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고 위장 폐업했다고 확신하는 거죠.”


한창 무더운 7월 6일 시작한 농성도 어느덧 40일을 넘어서고 있지만, 사업주는 대화의 의지도, 태도 변화의 조짐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병원 로비 농성장에서 쓰지 못하게 단전, 단수까지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 보다는 오히려 지금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동안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같이 일했지만, 근무 시간도 병실도 각자 다르고 서로 데면데면하게 인사 정도 하는 관계였는데 어느덧, 매일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친해지고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다만 솔직히 더는 이 시간이 길어지면 어떡하지 걱정은 돼요.”


“우리는 이제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다른 데 가서 일할 수도 없어요. 일산, 파주 요양원장들이 모여서 일산수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은 절대 채용하지 말라고 했데요. 이번에 새로 온 요양보호사가 보호자에게 말해준 얘기를 전해줘서 알게 됐어요. 실제로 이력서를 내도 일산수요양원에서 일했다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데요. 어떤 요양원 협회 간부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요양보호사가 요양원 상대로 어떻게 이기겠느냐 했다는데. 정말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저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2010년 기준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요양보호사는 약 23만여 명이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요양보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는 굉장히 미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의 요양보호사들은 본래 돌봄 노동 외의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거나, 근로기준법 위반 등 노동권 사각지대, 산재·직업병, 성희롱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 여기 일산수요양원 요양보호사들의 투쟁이 지금의 현실을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돌봄 노동하고 있는 일산수요양원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계절을 넘기지 않고, 하루빨리 농성장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요양보호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갈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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