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요구할 네 가지 A사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 2014.9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요구할 네 가지 

- A사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흑무 상임활동가



근골격계질환은 생산직 노동자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각자의 노동을 생각해보자.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허리, 목, 어깨를 두드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지 않나? 그렇다. 근골격계질환은 일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다. A사 사무직 노동자들 또한 심각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동조합의 끈질긴 요구로 그간 안전보건에 대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던 사측에서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꾸리기로 했다. 2014년 노동조합에서 실시한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보위에서 논의하고 요구하기 위해 정리한 것을 연구소리포트에 싣는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자.



사업주의 의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를 통해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키고,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그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A사 사무직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주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만일 두 손 놓고 있는 상태라면 법적으로 사업주의 각종 의무를 다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산보위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제도 중 하나다. 


1. 근골격계 질환자 찾기-치료하기-예방하기


A사 사무직 노동자 4명 중 3명은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기준 증상 호소자, 2명 중 1명은 지속적 관리 대상, 7명 중 1명은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각주:1] 


▸▸ 근골격계질환 상담실 설치 : 질환자 찾기 및 산재신청

근골격계질환은 한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A사 노동자들에게는 공동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근골격계질환자를 찾아 치료받게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큰 힘이며 동시에 주변 노동자에게는 근골격계질환이 직업병이며 우리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A사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방문하여 근골격계질환 상담과 치료를 하고 있다. 대상을 사무직 노동자까지 넓히자. 


▸▸ 근골격계질환 공동대책위원회 설치 : 예방 대책 마련

더 이상의 질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 또한 몹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14년 모범단협을 통해 근골격계질환 공동대책위원회의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A사에서 실시한 근골격계검진과 조합원 인터뷰에서도 예방을 위한 정해진 휴식 시간 제공, 스트레칭을 위한 공간이나 재정 지원, 근골격계질환 예방 교육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2. 작업환경 개선


근골격계질환을 비롯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노동환경에 대해 물었는데, 환기, 온․습도 등 사무실 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았고 사전 면접 조사에서도 제기되었던 의자 개선 요구가 뒤를 이었다. 


사무직 노동자에게 있어 모니터, 의자, 작업대, 마우스는 컨베이어벨트이며 공구다. 물론 고용불안정, 과도한 업무량, 불합리한 조직체계, 인력부족 등의 노동강도 강화 원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환기, 온․습도, 의자, 노트북, 모니터 등의 작업환경 개선 요구는 산적한 문제들 중 그나마 수월하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과제다.


▸▸ 노-사간의 총체적인 점검 필요

이번 실태조사에서 조합원들이 제기한 환기, 온․습도 등 사무실 환경, 의자, 모니터, 노트북, 기타 환경문제에 대한 추가 조사와 개선이 필요하다. 고가의 의자, 업무 특성을 반영한 노트북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하루 8시간 이상 이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심각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3. 업무상 사고에 대한 은폐 중단 : 산재를 산재로!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업무상 사고에 대한 은폐’였다. 


사무직 노동자에 대해 흔히 다치거나 아플 일이 없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업무 특성에 따른 재해의 발생은 사무직이라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업무상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 중 4일 이상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37명으로 66.7%였다. 업무상 사고는 당연히 산재보험의 대상이고 산재신청 요건이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자’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설문에 응답한 37명은 적어도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와 보상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산재처리를 한 사람은 단 3명뿐이었다.  


큰 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산재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1) 산재에 대한 지식 부족(산재인지 아닌지 자신 없음) 2) 아무에게도 조언, 지원 받지 못 하고, 작업 절차 준수 여부 추궁 등 복잡한 일만 생김 3) 고과 등의 이유로 개인 치료를 종용 받거나 안전관련 실적 저해가 두려워 개인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응답도 반복적으로 나타나 산재보상과 관련된 교육, 회사의 산재 은폐 시도 중단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합원의 안전보건 교육 강화 

알아야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노동자의 안전보건 기본 권리에 대한 조합원 교육 시행이 필요하다. 


▸▸ 모든 산업재해는 산재보상보험처리

산재 은폐를 방지하고 재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원칙을 세우고, 이에 맞게 처리하지 않은 경우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의 구체적인 요구와 지침을 A사에 맞는 방식(공동 선언, 단체 협약 등)으로 세워 사업주의 노력을 강제해야 한다.



4. 직무스트레스 완화 - 뇌심혈관계질환 대책 마련 


남성과 여성 조합원 모두 직무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각했고 한국인 참고치 상위 25%에 해당했다. 그 외에도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 문화 영역의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는 근골격계증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무스트레스가 높을 경우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국내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군에서 특히 목, 어깨 증상 유병률이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A사 사무직 노동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군은 직무스트레스가 낮은 군에 비해 허리 증상은 2.13배, 어깨와 다리 증상은 2.00배, 목 증상은 1.90배, 팔 증상은 1.84 배, 손 증상은 1.59 배 높았다. 다시 말해 일터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근골격계질환의 원인이 되며 동시에 결과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의 결과로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PWI)도 조사했는데, 응답자 중 건강군은 2.6%(54명)에 불과했고 68.0%는 잠재적 스트레스군, 29.4%는 고위험 스트레스군에 속했다. 


그런데 A사 설문 응답자들의 평균 나이 40세는 스트레스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때인 만큼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따른 예방 의무를 가진다.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공단의 <직장에서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발병위험도평가 및 사후관리지침(H-1-2013)>을 기본 틀로 활용할 수 있다.  


▸▸ 1차 : 직무스트레스 요인 평가와 개선

남/녀 조합원 모두 가장 큰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고용불안정(상위 25% 해당),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등을 지목(이상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했으며, 과도한 업무량, 불합리한 조직체계(이상 노동강도 강화원인)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았다. 조합원의 직무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 개선방안 실행 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2차 : 발병위험도 평가와 고위험군 관리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질환, 특히 뇌심혈관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은 노동자를 미리 발견하여 건강증진을 도움으로써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예) 발병위험도 조사(기존 건강진단, 문진, 설문, 검사 등) → 우선순위 설정과 개선 대책 수립(고위험 노동자, 고위험 부서 선별 / 개인적, 집단적 개선대책) → 개선 대책 실행 → 개선 결과 평가와 피드백 



조합원과 함께, 이제 시작이다!


A사는 그동안 A사 사무직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새로 꾸려진 산보위를 통해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다는 것이다. 쌓여있는 문제들 중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까?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바로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중요하게 느끼는 문제와 대안이 무엇인지 조합 내 체계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결과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조합원에게 묻고 답을 나누는 과정이 노동조합을 더 탄탄하게, 대안을 더욱 대안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1. 기준1은 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기준으로 ‘통증의 빈도가 1달에 1회 이상 발생하였거나 통증의 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된 경우’이며 증상호소자로 분류된다. 응답자 가운데 1,576명(75.4%)은 신체의 어느 한 부위 이상에 근골격계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기준2’는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49.3%(1,032명)가 기준2에 해당하였다. 한편, 증상에 따른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기준3은 14.2%(296명)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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