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그때 그 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 2018.02

그때 그 군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최혜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2년차이다. 2017년 상반기에는 컨설트 환자를 볼 기회가 있었다. 컨설트란 병동에 입원한 다른 과 환자들이 직업환경의학과 진료를 원하는 경우, 찾아가 면담 및 진찰을 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그렇게 의뢰된 환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에 대한 업무 관련성을 의심하는 경우에 주치의를 통해서 의뢰해달라고 부탁해서 이뤄지는 경우였다.

컨설트를 통해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군인이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었고 2017년 5월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았으며, 본인이 맡았던 부대 내의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에 대해 소견을 적어달라는 의뢰였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부대에서 전차 등의 모형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환기나 보호구 지급 등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꽤 오래 그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유기용제 노출 등에 의해 백혈병이 발병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처음 그를 만나러 갔을 때는 백혈병에 관한 두꺼운 전공 서적을 읽고 있었다. 간단히 질병력과 직업력, 취미 등을 이어 물어보았고 그가 사용했었던 여러 가지 도장 재료들의 성분이 무엇인지 물어 그 자료들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 공상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여서 걱정 반 기대 반인 모습이었다.

본인은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방신문에 이슈 인물로 선정되어 실린 적도 있으며 표창도 여러 번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공상 위원회에 병원 기록과 업무 관련성을 서술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끔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상사로부터 들은 차였다.

한편, 백혈병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하기에 더 이상 군에서 근무할 수 없어서 아쉽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군이 그의 일들을 인정하고 그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수용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의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었다.

과연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퇴원 후 혈액 내과 외래를 오가는 기록 사이에 직업환경의학과에도 두 번 방문한 기록이 있어서 확인해보았다. 교수님의 외래 기록에 따르면, 공상처리위원회에서 그가 제출한 모든 자료를 반려해서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 그를 방문했을 때 들었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공상이 쉽게 인정될 것 같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아직 이 방면의 일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탓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그런 상황에 대해 상담을 한다고 하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으나 뾰족한 대안이나 해줄 수 있는 조치는 떠오르지 않았다.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모르겠다.

이전에 군대와 같은 폐쇄적인 조직에서 보건관리가 잘 되고 있을지 의문이 들어 세미나 주제로 삼고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국내 연구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 행해진 연구도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좋은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이라크나 아프간전에 참전 후 발생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중에서 전쟁터 주변 주둔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진의 종류와 폐질환에 대한 것이 그나마 내가 궁금해 하던 영역과 비슷하여 정리해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군대에서 취급하는 전반적인 유해물질과 작업환경들, 그리고 군인들의 직업병 유병률이 궁금했었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좋은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면 전혀 그 방면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소 막연한 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군대 내의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와 그들의 건강상태와 함께 공상 심의 과정상의 합리성도 점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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