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2)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2)

- 현장조사 과정을 중심으로



아이구 상임활동가

 


어떤 공정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200명 규모의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 사업장의 경우, 전체 공정 중 중복되는 공정을 제외하고 총 70개 공정 을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을 선택하면서 주목한 점은 첫째, 현장의 노동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둘째, 자신 의 노동은 물론이고 다른 동료들의 노동을 제대로 보며 셋째, 작업자가 하는 노동 전체를 담을 수 있도록 조 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험정도와 생산 점유 및 기여도 등 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하는 모든 노동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노동과 동료작업자들의 노동에 대한 고충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실질적인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출발점입니다. 개선과제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때, 실질적인 개선을 추진해 나갈 힘을 만들 수 있습 니다. 위험성평가 사업의 목표인 실질적인 개선은 다수의 현장 조합원들이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참여를 가질 때 가능합니다. 선택한 공정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실제 노동과정에 대한 경험을 부풀리거나 축 소하려는 경향을 가급적 줄이면서, 작업자의 경험과 목소리를 최대한 담고자 했습니다. 물론 현장조사 이전 에 조합원 교육과 설문조사를 통해 기본적인 노동조건과 유해위험요인을 조사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 쳐 조사하고 정리・분석하여 기록한 내용은 이후 개선활동은 물론이고, 지속해서 수정・보완을 해 나갈 기본 적인 자료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현장 참여형 현장조사, 어려움과 희망을

회사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소모적 비용으로만 인식합니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새 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과 경험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A 사업장의 경우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보건경영방침을 천명하고 있고, 전문경영인의 발언은 안전보건문제에 대해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사고 후 수습을 반복하는 현실이었습니다. 현장의 노동과 목소리를 꼼꼼하게 살피지 못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보호예방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호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과 예산, 인력과 시스템 등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집행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현장참여입니다. 안전보건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인 현장 노동자들의 능동적이고 일상적인 참여가 보호예방 시스템 구축에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노사합의로 어느 기관을 설정하거나 노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성평가를 하더라도,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은 현장의 참여입니다. 현장참여는 실제 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만이 아니라, 위험성평가의 목표-과정-개선 등 후속과정 전반에 대한 참여와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유해위험요인을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현장참여는 회사 차원에서 비용의 문제와 생산 차질로 인식되는 현실을 넘어야 하고,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활동력과 활동경험의 부족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넘어야 합니다. 현장조사단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하루 집중교육과 실습으로 시작했습니다.

 

A 사업장의 경우 위험성평가와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를 동시에 하기로 했습니다. 공정선택과 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기초로 하여, 4시간은 기본적인 이해와 조사 도구에 대한 교육을 하였고, 4시간은 연구진 2명과 현장조사단 6명이 함께 현장조사 실습을 하면서 조사역량을 키웠습니다. 하루 역량 강화 교육과 실습 이후 5주에 걸쳐 한 주에 2일 각 8시간씩 현장조사를 하였습니다. 연구진은 한사람이 한 공정씩 맡아서 조사하였고, 현장조사단은 두 사람씩 3개 조로 나눠 한 공정씩 조사하였습니다. 실제 처음해보는 조사 도구와 방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조사 과정 내내 현장 조사 후 바로바로 어려움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노동에 대한 이해와 정리가 부실한 현실이었습니다. 생산을 중심으로 한 표준작업서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노동과 몸을 중심으로 한 정리내용은 없었습니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안전보건문제를 사후처리 중심과 담당자 중심으로 임해왔던 현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현장조사를 마칠 때 즈음, 현장 노동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노동자와 노동을 중심에 두고 현장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사 과정 내내 강조하고 공유했던 문제의식은 위험성평가를 마치고 보고서를 내면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절반가량을 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장조사 과정을 통해 현장조합원들의 관심과 목소리를 모으고, 노동 자체를 주목하고 기록하여 현장개선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실제 집행할 역량에 맞는 목표와 조사를

A 사업장은 교육, 설문, 면접,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정리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핵심 개선방향과 다양한 개선과제를 도출했습니다. 부서별 조합원들 20명 내외의 단위로 8차례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A 사업장처럼 할 수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사정이 달라서, 실제 집행할 역량에 맞는 목표설정과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 하고 말 위험성평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힘이 없거나 노사합의로 추진하기 어려워 사측 주도로 하고 있다면, 노동조합 상집 수만큼 또는 확대 간부 수만큼의 공정이라도 조사를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유해위험요인을 바꿔나갈 또 다른 절반의 걸음,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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