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느긋하게 다니는 버스를 꿈꾸며 /2016.12

느긋하게 다니는 버스를 꿈꾸며

- 시내버스 운전사 엄도영님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버스가 왜 이렇게 다니지?

시내버스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버스를 타면 여러 풍경도 보고, 상념에도 잠기고, 가끔 졸아도 되는 여유를 누린다. 하지만 직접 운전하시는 분은 어떠실지. 주유소 일을 하시다 2009년도부터 평택에서 7년째 시내버스를 운전하시는 엄도영 님을 만났다.


“입사해서 1년 정도 일을 하는 동안 ‘버스가 왜 이렇게 다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전을 해보니까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빨리 달려야 하더라고요. 노선을 혼자 운행하는 게 아니어서 배차 간격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배차 시간도 맞추고 너무 짧게 보장된 휴식시간을 늘리기 위해 그렇게 운전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달리는게 저한테는 힘들더라고요.”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 자동차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이 노조에 배차시간을 운전기사의 근무환경을 고려해서 조정하라는 요구를 누누이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사고가 나서 그만두는 동료들을 계속 봐왔다고 한다.


“사망 사고가 3년에 2건 정도 있었어요. 이렇게 하다가는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 애들도 학생이고 가족들도 버스를 타는데 이런 운전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배들이 복수노조 만들자고 제안해 왔어요. 그래서 ‘신호위반 하기 싫어서 노조를 탈퇴한다.’하고 민주노조에 가입했어요. 당시 선배들은 과속, 신호위반, 임금 때문만은 아니었고 18년 동안 해온 조합장을 바꿔보자는 생각도 있었죠.”


강경한 민주노조 조합원은 일당백

회사를 그만둘 때 조합원들이 월급에서 20만 원씩 모아서 주는 전별금을 포기하면서 236명 중 13명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만만치 않았을 민주노조 설립 무용담을 잠깐 들었다.


“처음에 너무 힘들었죠.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사고 나면 무마되는데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았죠. 제 운전 습관대로 교통법규를 지키며 다녔더니 한 달 반 정도는 아침만 먹고 점심 저녁을 못 먹으며 일했어요. 저쪽 노조에서 회유해서 한 명을 빼 갔어요. 그래서 12명이 1년 7개월 정도 버텼죠. 한국노총 노조 위원장 선거가 있었고 우리 측과 연대한 후보가 당선되었죠. 그런데 그쪽에서 우리 조합원 중 사고로 해고된 분이 계셨는데 복직시켜 줄 테니 민주노조 없애라 하더라고요. 민주노조 안에는 사측에 보고하는 불량 조합원도 있었지만, 어처구니가 없었죠. 내부논의를 한 끝에 두 명이 남고 나머지는 한국노총으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냈어요. 결국, 해고자 복직은 안 시켜줬죠.”


그런데 마지막 남은 둘 중 한 분이 지난 5월에 회사를 사직하셔서 지금은 홀로 민주노조를 지키고 계신다고 한다. 머지않아 의기투합하실 분 만나실 것 같다고 한다. 그때까지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강경한 민주노조의 힘은 일당백이에요. 두 명이 있어도 꿀릴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힘들어요. 활동시간도 보장 못 받고, 쉬는 시간에 조합비로 다니죠. 둘이 있을 때는 같이 나눌 수 있었는데 혼자니까 아무래도 활동영역이 좀 좁아졌죠. 다행히 얼마 전 10년 전에 잃어버렸던 친구를 찾은 듯한 사람을 만났어요. 기뻐서 어제는 잠이 잘 오더라고요.”


줄어드는 회사수입을 휴식시간을 줄여서 만회?

매년 자가용 신규 등록 대수가 늘어나면 승객은 줄어드니까 버스회사는 수입이 줄지만, 시청에 운행 신고한 6회전을 운행해야 시에서 보조금을 받으니 배차시간을 무리하게 짜고 이것은 짧은 휴식시간으로 운전기사들이 고스란히 감내한다고 한다.


“1회전을 갔다 와서 대기실에서 쉬고 있으면 사무실 배차하는 사람이 와서 앞 차 나갔으니 나가라고 해요. 그러면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대부분 나가요. 저희는 안 나갔죠. 한 노선을 1회 운행하면 시간이 2시간 50분에서 3시간 걸리는데 최소 15분은 쉬어야 하지 않냐고. 시청에도 요구하고 시민단체에도 알리고 해서 많이 바뀌었죠. 지금은 운행시간이 3시간 10분으로, 휴식시간은 30~40분으로 늘어났어요.”


휴게실은 식당과 연결된 장소에 고작 짧은 평상이 있었고 식당에는 쥐가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노조에서 지적하고 요구하니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컨테이너 박스 한군데 금연실은 누워서 쉴 수 있게 대형 TV를 만들었고, 다른 곳은 탁자에 깔끔하게 유리도 깔아놨어요. 영업소 식당에서 한 분이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었죠. 시청 식당 위생 분야에 고발했더니 일주일 뒤에 바닥 새로 다 깔아주고 페인트 작업 해주고 주기적으로 점검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문제를 덮으려다 늘어나는 안전사고

차에 이상이 발생하면 정비사가 부족해서 바로 정비 안 되기가 일수라고 한다. 이럴 경우 예비 차를 운전해야 하는데 상태가 워낙 불량해서 상태 안 좋은 예비 차를 가지고 나가나 문제가 있는 자기 차를 가지고 나가나, 둘 중 하나는 사고의 위험을 두고 운전하게 된다고 한다.


“운행 중 시장에서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그 전전날 타이어 마모가 심해서 교체해달라고 했는데 타이어가 없다고 안 바꿔줬어요. 알고 보니 회사에서 결제를 안 해줬다더군요. 이 사고로 뒷바퀴 올라오는 부분에 앉았던 여성승객이 다리를 다쳤고, 철판이 뚫리면서 서 있던 승객들에게 파편이 튀어서 네 명이 병원에 실려 갔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지금은 타이어는 잘 교환을 해 주고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면 너만 조용히 하면 된다는 식이니 사고예방이 더 안 되는 거죠.”


아파도 찍히고 리스트 올라가니 참아

1회전 운전하는데 보통 3시간 정도 긴장된 상태로 앉아계셔야 하니 근골격계 질환이 많으실 것 같다. 아프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궁금했다.


“가장 힘든 건 무릎, 허리, 어깨, 목 아픈 사람이 많아요. 에어쿠션이 중요한데 10대 중 6대는 불량이에요. 방지 턱을 넘어갈 때 허리가 전기 통한 듯 찡한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디스크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요. 그런데 대부분 산재 신청하면 찍히고 리스트에 올라가니까 조용히 다닌다는 생각이죠. 산재 신청은 최근에 그만둔 동지가 교통사고 나서 했었어요. 저도 목 디스크 초기로 산재신청 때문에 입원했는데 병원에서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산재 신청 못 했죠. 대부분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있죠.”


이 밖에도 위장병, 치질, 기관지염 등 여러 질환으로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한다.


“새벽 5시부터 아침 식사를 주는데 이른 순번에 나온 기사들이 먹어요. 점심은 9시 반부터 1시나 2시까지, 저녁은 5시부터 8시까지고. 아침 6시에 아침을 먹은 사람이 한 번 돌고 오면 9시예요. 그때 점심을 먹지 않고 한 번 더 돌고 나면 점심을 놓치게 되니 아침 먹은 지 3시간 만에 점심을 먹어야 해요. 식사를 불규칙하게 먹으니 위장병도 심한 편이죠. 치질도 심해요. 버스 의자가 비닐로 돼 있어 추울 때는 얼음판이죠. 시트에 보통 열선이 들어가 있는데 돈을 아끼려고 옵션에서 그걸 빼요. 환풍기가 고장 난 상태에서 많이 다녀요. 특히 여름에 에어컨 많이 켜는데 겉에만 청소를 하고 필터는 청소를 안 해줘요. 타이어에서 나오는 먼지나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하죠. 밤에는 자동차 브레이크 등이 요즘 LED로 나와서 눈이 너무 부셔요. 그래서 시각적으로 많이 피곤하죠.”


서로 존중하며 존대어를 썼으면

일하다 보면 승객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본인 실수로 넘어져도 버스 안에서 다치면 인사사고로 처리한다니 취객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진상 승객들에게 겪은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까 한다.


“춥고 더운 날씨에 연세 드신 분들 오래 기다리시면 힘든 것 알아요. 그런데 타실 때 버스요금 동전을 던져요. 그럼 튀어서 요금함에 다 안 들어가도 그냥 들어가시라고 했는데 자리에 앉으셨어도 계속 투덜대고 거기에다 옆에 계신 분들도 거들면서 버스가 늦게 왔다고 운전기사에게 막말했을 때 좀 서운하더라고요.”


버스 완전공영제로 시민 안전과 버스노동자 안전 함께 만들어 가요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이후 교대근무도 하고, 근무시간이나 급여가 타 지역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근무조건이나 처우는 어떤지 또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 들었다.


“서울은 준공영제로 저희랑 월급이 30만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 달에 13개 만근을 했을 경우 세금 떼고 213만 원정도예요. 1년이 지나면 근속수당 만원이 더 붙는 것 말고는 없어요. 월급이 적으니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니에요. 하루 근무시간이 16~18시간이고 다음 날 자기 쉬어야 하는데 특근을 하면 다음 날은 자기 순번이니 또 근무하면 3일을 연속으로 일하는 거죠. 그러면 그 운전기사가 제정신으로 도로를 다닐 수 있겠어요? 꼭 돈벌이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버스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좀 더 느긋하게 다니는 버스,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같은 공간에서 많이 만나고 그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 나름대로 긍지가 있죠."


소신 있게 일하시는 분들이 자기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무환경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엄도영 님의 바람처럼 좀 더 느긋하게 다니는 안전한 버스는 버스를 운영하는 주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고 이것은 버스 완전공영제로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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