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행복한 보육이 시작되는 길목 /2017.1

행복한 보육이 시작되는 길목

 


정경희 선전위원



아이 봐준 공은 없다는 옛말이 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13년째 어린이집에서 아이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시는 이수현 선생님을 뵙고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초보 교사도 베테랑 관리원장도 겪어야 하는 하루일과

이수현 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주변에서 아이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아이를 돌보는 일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어린이집 초보 교사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교과서에서는 아이의 행동이나 발달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 배웠지만,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르거든요. 처음엔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은 아이에게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고, 예전 같지 않아서 부모님께도 맞춰야 하는 게 힘들었죠.”

 

지금은 관리원장을 맡고 계실 정도로 베테랑이 되셔서 가급적이면 선생님들이 8시간 근무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일이 생기면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보육 교사의 하루는 어떤지 들어보았다.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청소부터해요. 그러다 아이들이 오기 시작하면 교실에서 아이들과 하루 일상이 시작되죠. 950분부터 아이들 손 씻기고 간식 먹이고 나면 첫 수업을 시작해요. 두 시간 수업을 마치면 아이들 점심시간에 선생님들도 같이 드세요. 점심시간은 굉장히 스피드하게 갈 수밖에 없는 게 눈으로는 아이들 보면서 밥 먹고, 다 먹으면 아이들 양치를 시켜주고, 먹은 자리 뒷정리까지 하셔야 하기 때문에 따로 점심 식사나 티타임은 전혀 가질 수가 없죠.”

 

정신없이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면 곧바로 오후 일과가 시작된다고 한다.

 

오후일과는 연령별로 좀 달라요. 4세까지는 보통 낮잠을 자기 때문에 낮잠시간에 일하세요. 5세부터는 바깥활동까지 3시에 정규수업이 끝나면 종일반 친구들은 남아서 통합수업을 하죠. 정규수업을 마친 아이들과 함께 오후 간식을 먹고 정리하고 차량 한번 갔다 오시면 4시 반 정도죠. 남아있는 친구들 을 챙기기도 하면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다음 날 수업준비, 일지 쓰기, 부모님 문자나 전화가 온 것 대응하고 나면 6시에요. 그럼 청소하고 6시 반에서 7시에 퇴근하는 거예요.”

 

힘들고 빠듯한 하루 일과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 여쭤보았다.

 

아이들이 울지 않고 집에 돌아갔을 때죠. 아이들이 돌아갈 때 찡그리거나 아프고 가면 그게 다음 날까지 선생님 마음에 남아있어요. 엄마가 오셨을 때 엄마 오늘 재미있었어.’ 하고 가는 애들, 가기 전에 안아주는 애들이 있을 때 좋죠. 하루를 그 아이가 잘 보냈다는 뜻이니까요.“

 

점심시간은 전쟁을 치르는 시간

언론에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들 중 식사와 관련된 내용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가 1시간이 안 되는 시간에 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업무 부담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먹기 싫어하는 아이는 밥을 던지기도 하니까요. 어머니들이 편식하지 않게 잘 먹이기를 원하니까 선생님들이 억지로 먹인 경우도 있지 않나 싶어요. 예전에는 원장님이 잔반 많이 나오는 반에는 지적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어머니들이 먹기 싫어하면 줄여 달라 하시고, 저희도 싫어하는 반찬은 적게, 좋아하는 반찬은 많이 주며 유도를 해서 먹이려 노력하죠.”

 

점심시간이 선생님들에게는 전쟁을 치르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화제를 드셔야 하는 선생님들도 있다고 하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드실 현실적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점심시간을 개선하는 방법은 경기도에서 평가인증을 통과했을 경우 파견해주는 4시간 보조교사제를 활용하는 거죠. 그런데 순번을 너무 많이 대기해야 해요. 나이가 어린 반의 경우 누가 한 명을 먹여주기만 해도 도움이 많이 되니, 보조교사가 절실히 필요해요. 그러면 선생님도 좀 더 여유 있게 식사를 하실 수 있고 아이에게도 더 신경을 쓰고 돌아볼 수가 있겠죠.”

 

탄력보육은 아이들이나 보육 교사 모두에게 독

보육 교사 1인당 만 0세는 3, 1세는 5, 2세는 7명 정원이나 탄력보육으로 인원을 초과할 수 있는데 만 1세는 6명까지, 2세는 9명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2015년에 초과 보육을 안 하겠다고 했었는데 원장님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난 다음에 2년만 유예를 주겠다고 한 거죠. 초과한 2명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절반만 나와요. 그래도 원장님들한테는 그것이 크니 대부분 다 하시죠. 교사 입장에서는 5월 초까지 적응하는 시기에 아이 한두 명 더 느는 것이 힘드니 너무 하신 거죠. 정부는 초과보육에 대한 지원금을 차라리 간식비나 난방비, 교재 도구를 늘려주는 것으로 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늘리는 건 너무 안 좋은 방향이에요.”

 

CCTV와 맞춤형 보육의 그늘

아동학대가 사회적 주목을 받으면서 대안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달았다. 그런데 일선에서 이것으로 인한 단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CCTV를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시는데, 당연히 보여드려도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심코 하시는 말씀이 힘들어요. 요즘에는 애가 한두 명이니까 우리 애는 절대 안 그래요. 선생님이 잘못 보셨어요.’ ‘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선생님이 안 보신 것 아니에요?’ 교사를 믿지 못하고 심하게 말씀하시면 속상하죠. 저희가 본다고 보지만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문제가생기거든요.”

 

박근혜 정부 들어서 오후 3시 이후에는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서 맞춤형 보육을 하겠다고 했다. 일선 현장에 얼마나 맞춰진 정책인지 여쭤 보았다.

 

원의 입장에서 싫죠. 매번 클릭해서 올리고, 등원일지도 써야 하고, 맞춤형 프로그램도 따로 짜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 프로그램을 다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30분 있다 가는 아이도 있고, 한 시간 있다가 가는 아이도 있는데 그 아이마다 다 맞춰서 짜줄 수가 없어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연장할 때마다 일일이 선생님들께 얘기해야 하니까 눈치 아닌 눈치도 보시게 되고, 또 일찍 가는 아이의 엄마는 원의 수입을 줄게 할까 봐 미안해하시기도 하고, 연장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우처로 따로 결제를 하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어요.”

 

정신은 안정제로 몸은 깁스로 버티는데 겨우 기본급 받지요

별난 학부모들뿐 아니라 재원생 받는 시기, 입학생 받는 시기에는 특히 선생님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석증을 앓은 적도 있는데 불안해서 안정제를 갖다 놓기도 한단다.

 

한 선생님은 자기가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해서 병원에 다녀오셨어요. 그런데 그 당시가 선생님 반 아이 중 많이 물리고, 때리는 아이의 어머니와 트러블이 굉장히 심했던 시기였든요. 일요일 저녁에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금요일 저녁에는 안정기에 접어드는 패턴을 보이다가 결국 아이가 원을 그만두고 나서야 선생님이 안정을 찾는 경우도 있었어요.”

 

2주 이상 입원치료를 할 정도가 돼야 병가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병원에 가는 시간 내기도 힘든 조건이라고 한다. 일하다 다쳐도 산재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린 반일수록 스킨십도 많이 해주고 안아주고 달래줘야 하니 허리통증이 제일 많고, , 손가락 인대가 안 좋으세요. 인대가 찢어져서 팔에 반 깁스하고 일하시는 선생님도 계시는데 정형외과를 안 가본 선생님이 없을 정도예요. 산재에 대해서 저희끼리는 얘기해요. 그런데 산재를 요구했을 때 해 주시는 원장님도 안 계실뿐더러 인정받은 사례도 없으니 답답하죠.“

 

4대 보험을 떼면 기본급 1,180,950. 거기에 경기도에서 평가인증을 통과하면 나오는 처우개선비 50만 원이 대부분 보육 교사의 급여라고 한다. 근무시간이나 노동 강도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급여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보육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필요한 것들

어머니들이 아이를 원에 보낸다고 했을 때는 선생님을 좀 믿어주시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의 말을 한 번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인간이기에 스트레스 주면 받거든요. 인격을 지켜주셨으면 해요. 원장님들도 마찬가지세요. 식비많이 나왔다고 싫은 소리하고, 커피나 차도 안 사주시는 분들 계세요. 자신의 이권보다 교사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정부에서는 원장의 이권에 영향 받지 않는 보육이 이루어지도록 보육 교사에게 인력 지원이라든지, 교육의 기회를 직접 지원하여 보육의 질을 높였으면 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아이를 맡아주셨던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힘들게 일하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육서에는 흔히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육 받는 아이가 행복하려면 누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겠는가? 이제 더는 보육 교사의 희생에 기대는 보육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한 보육을 위해 보육 교사 삶의 질이 필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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