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2018.0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요긴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이 해결된 후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잇몸까지 쓰는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잇몸까지 상하고 나서는 더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얼마 전 출장을 나간 곳에서 방아쇠 수지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났다. 에어건(air gun)을 온종일 쓰면서 방아쇠를 수시로 당기니 검지 쪽인대에 전형적인 방아쇠 수지가 생겨버렸다.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아봤지만, 그때뿐이고 어차피 검지를 계속 쓰면 더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이제는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왼손, 오른손, 검지, 중지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 있었으면 아플 일도 없었겠다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물건을 처리하는 동안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조금만 신경을 못 써도 하자가 생기곤 하니 손가락이든 자세든 바꿀 틈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은 일에 검지 대신 중지를 쓰는 것, 이 대신 잇몸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식품 포장하면서 철끈을 돌려 묶느라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겼던 다른 노동자는 오른손을 수술받고 아껴 쓰는 동안 왼쪽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겨버렸다. 자동차 정비를 하던 노동자는 테니스 엘보우를 치료받는 동안 어깨의 충돌증후군이 심해졌다.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는 이가 깨지고 결국 잇몸마저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평생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전업주부든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을 직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은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정 상 그것이 자세와 관련된 것이든 잦은 사용과 관련된 것이든, 개인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든 오랜 시간 근골격계가 변형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직업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이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 노동자에게 요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 의자 및 책상의 좋지 않은 구조, 활동량이 적어 생기는 복부비만,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수많은 직업과 관련하여 파생된 요인들이 요통의 원인이 되겠지만 결국 그 노동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비로 병원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산재는커녕 공상조차 이야기하지도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산재해줘야 하는거 아냐?’라는 전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을 상사로부터 듣기도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 안 좋은자세로 앉아있어서 그래요. 계속 앉아만 계시면 안 돼요. 한 시간에 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세요.’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을 당연히 가장 오랜시간을 들이고, 불편한 자세를 강제하는 노동자의 직업에서 찾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직업 관련한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손실일수의 약 25%, 98억 유로의 생산 손실(2009년), 조기 은퇴하고 조기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이유 중 정신 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 치료, 재활, 간병에 연간 250억 유로 사용 등 실제 사회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독일의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에는 지속해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예방 대책이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 관련 손실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명백한 재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조차 공상처리를 강요하여 산재를 은폐하며, 질판위에서는 아직도 퇴행성 질환은 직업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니 앞서 사무직 노동자의 예와 같이 직업 때문이지만 건강보험으로 치료되는 많은 경우는 확인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려는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직업 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크기조차 확인이 안 되고 대부분 자비로 치료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알아서 기꺼이 잇몸을 내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사업주가 나서서 환경을 개선하려 할 것인가.

이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이를 신청할 방법도 매우 간소화 시켜야 한다. 다른 질환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감기처럼 흔하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있는 질환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성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과 꼭 같은 과정을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을까, 현재는 제대로 된 질환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직업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이 더 이상 건강보험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만큼의 재정 부담을 그 원인 제공자인 사업주에게 산재 보험금 인상 등으로 물어야 한다. 근골격계 사고의 예방, 작업 환경에 대한 인간공학적 개선, 작업 간 휴식 시간을 통한 근골격계 피로 회복 등의 대책은 관리 감독만으로 해결되기보다, 직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을 사업주가 제대로 지게 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산재보상 권고안에 대해 (매일노동뉴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산재보상 권고안에 대해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승인 2018.08.27 08:00

지난 1일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9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15대 과제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중 ‘산재보상 실태와 개선 권고안’은 18개 부분, 65개 세부 권고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권고안의 기본 방향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528

[성명]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즉각 답하라! - 금속노조 농성 119일차에 부쳐

[성명]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즉각 답하라!

- 금속노조 농성 119일차에 부쳐


연이은 폭염속에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금속노조의 농성이 119일째 지속되고 있다. 산재예방제도가 일터에서 무력화 되어 온 현실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금속노조가 지난 4월 11일부터 농성을 전개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월 중대산업재해 대책을 내놓았고, 올해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산재예방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제도가 현장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제도개선이나 보완 등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하반기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마련한 ‘중대재해 발생 시 전면 작업중지 원칙’이 일선의 현장에서 여러 차례 무력화 됐다. 지청의 근로감독관과 공무원이 작업중지의 범위를 임의로 축소하고, 작업중지 해제시 반드시 진행해야 할 심의위원회를 졸속운영 하는 문제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칙이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바로 잡고, 사업주와의 결탁 의혹에 대해 제대로 감찰하라는 목소리는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가 내놓은 산재예방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일터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위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의 전문가인 노동자들이 산재예방 역량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예방제도에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폭발, 누출 등의 화학설비 등에 대한 예방제도인 ‘공정안전보고서 제도’, 일터의 모든 유해위험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는 ‘위험성 평가제도’는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이에 대해 실질적 참여 보장을 명시하라는 요구가 과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다. 산업재해에서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이 필수이며,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노동자가 재해예방의 실질적 역량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시급히 금속노조의 요구에 답하라!


2018년 8월 7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성명] 고용노동부의 ‘산재처리절차 간소화’개선안에 대한 반올림 논평

[성명] "산재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고용노동부의 산재처리절차 간소화 개선안을 환영한다”

- 고용노동부의 ‘산재처리절차 간소화’개선안에 대한 반올림 논평

   

지난 6일 고용노동부(장관 김영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종사자, 산재인정 처리절차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오랫동안 문제제기 되어왔던 산재노동자의 과중한 입증 부담을 덜고, 좀 더 쉽게 산재처리 되도록 하기 위한 안으로 반올림은 이번 노동부의 개선안 발표를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선안을 통해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의 판결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사례와 동일 또는 유사공정 종사자에게 발생한 직업성 암 8개 상병(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악성림프종, 다발성경화증, 뇌종양, 난소암, 유방암, 폐암)에 대해 역학조사를 생략하는 등 향후 업무관련성 판단과정을 간소화 △ 8개 상병 이외에도 앞으로 법원 등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사례가 추가되는 경우에는 해당 상병을 추가하여 개선된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 이 외의 다른 업종에서 발생하는 직업성 암에 대해서도 업무관련성 판단 절차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산재신청인 권리보호 확대를 위해 

△ 산재입증에 필요한 사업장 안전보건자료를 공유하여 재해원인 규명에 활용토록 조치 

△ 신청인(대리인 포함)이 사업장 현장조사에 동행할 수 있도록 참여를 안내하고, 

△ 사업장에서 자료제공을 거부하거나 현장조사 등을 거부하여 사실관계 확인을 못한 경우에는 신청인 주장에 근거하여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 신청인이 요청할 경우 역학(전문)조사 보고서를 처분 결정 이전에도 사전 제공하여 신청인의 알권리가 보호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고용노동부는 산재노동자들의 입증부담에 대해 계속 외면해 왔었다. 유해화학물질 정보에 대한 알권리 등도 철저히 가로막혀 왔었다. 이에 대법원(2017년 삼성전자 다발성경화증, 뇌종양 대법원 판결)은 ‘부실한 역학조사, 사업주의 비협조에 대해 업무관련성 판단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고용노동부의 개선안은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것이다. 재해노동자와 유족의 고통을 처음으로 헤아린 고용노동부의 이번 개선안을 환영하면서, 앞으로는 고용노동부가 더 이상 과거의 적폐를 반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이번 고용노동부의 개선안 발표에 반발하는 입장을 냈다. 경총은 “역학조사를 생략하는 것은 직업병 발생을 야기할 수 있는 해당 공정의 유해화학물질 사용여부나 노출 수준에 대한 검증 없이 무조건 산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증 없이 심사하는 것은 산재보험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경총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해당 공정의 유해화학물질 사용여부나 노출수준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 사업주가 유해화학물질 정보에 대해 영업비밀 등 핑계로 정보를 은폐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해 왔던 탓이 크다. 이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사업주의 비협조에 대해 노동자측에 유리하게 판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이다. 무엇보다 산재보험 기본취지는 노동자 보호에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경총의 부당한 입장에 흔들리지 말고, 산재노동자 보호와 재해 예방을 위한 개혁조치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 

  

2018. 8. 9.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일터> 통권 174호 / 2018.08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74호 / 2018.8

특집 : 질판위 10년 평가와 과제 


4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바란다 

10 왜 

13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 노동자 직업병 산재인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16 노동자에게 필요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18 [지금 지역에서는] 

향남에서 '우편물에 담긴 일과 건강에 관한 토크콘서트' 열려

20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뜨거워지는 지구, 노동자 보호는?

22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노동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24 [연구 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2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폭염 속 노동시간 

30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36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4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의 삶도 바꾼다 

4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폭염 속에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50 [노동자 건강 상식]

당뇨 이야기 

52 [문화읽기] 

사당동 더하기 25

54 [이러쿵저러쿵] 

문송면 · 원진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위 활동을 돌아보며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의 삶도 바꾼다 / 2018.08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의 삶도 바꾼다-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부장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건설노조 토목분과 노동안전보건 담당자 회의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이준상 노동안전부장의 모습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건설 노동자들이다. 목수, 철근공,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상가, 주택, 빌라, 아파트의 다양한 건물을 완성해 나가는데 이들의 땀과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환경은 위험천만하다. 건설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 소식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최근에는 전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0년 경력 베테랑 목수 노동자가 폭염 중 계속된 작업으로 정신을 잃고 추락해 사망했다. 광주에서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이하 광전본부) 노동안전부장 이준상님을 지난 7월 19일에 만났다.
"목수 일을 3년 정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쳐서 산재로 쉬는 중에 노동조합 지도부가 투쟁하다 구속됐고, 건강이 회복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 만 4년 됐네요."

10여 년이 넘은 광전본부는 목수 중심의 200여 명 조합원의 규모였으나 2014년 말 현장 투쟁이 크게 벌어지면서 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 그 과정에 함께 했던 이준상님에게 노동조합은 소중한 곳이다.

"원래는 급한 시기에 활동하고 다시 현장 일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간부도 부족하고, 큰 투쟁에 승리해서 조직도 확대되니 여러 일이 생겼죠. 그때 마침 전기원지부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신청 하는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조직사업 경험은 부족해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관련 법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현장을 돌아보니 아픈 사람이 정말 많았던 거죠. 그때부터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0년까지 산재 사고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5년간 건설업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총재해자 수는 11만 878명이다. 사망재해도 문제지만 추락과 부딪힘 등 전형적인 재래형 사고가 흔하다. 도대체 왜 건설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걸까.

"단순히 사고 문제만 놓고 접근할 것은 아닙니다. 건설 현장은 근본적, 절대적으로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확보되지 않아요. 불법 하도급 문제도 심각하죠. 짧은 기간 안에 부족한 비용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깐 당연히 급하게 공사 기간을 맞추게 되죠. 그러면 안전문제는 뒷전이고요. 이게 가장 핵심적 문제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 역시 이렇게 방치되어 일한 지 너무 오래됐어요. 안전시설이 부족하지만 갖춰져도 불편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는 거죠."

현장에서 계속해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노력을 하는 와중에도 이준상님의 눈길은 노동안전보건 영역으로 향한다.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제를 물었다.

"가장 먼저 근골격계 질환 사업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1~2년 이내에 관심을 둔다고 바뀌는 영역은 아니에요. 구조적, 관행적 문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죠. 2~3년 동안 기초를 쌓고 안정화 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노동조합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핵심이죠. 건설현장에서 산재를 은폐하기 위한 공상 처리도 너무 흔하고 노동자들 역시도 익숙해서 이런 것들을 바꿔야 근골격계 질환도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겠죠. 최근 하는 중요한 고민입니다."

목수로 일을 하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여러 좌충우돌이 있었다. 물론 이준상님에게도 노동안전보건 영역이 쉽지는 않았다.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데도 어떻게 돌파해 나가며 꾸준히 활동해올 수 있었는지 노하우가 궁금했다.

"방법보다는 당장 목적의식 때문에 여기저기 부딪혔어요. 그냥 했죠. 하다 보니 알게 되더라고요. 현실적 한계는 직면했지만, 생각도 못 했던 일이 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죠. 더디게 가더라도 갈수는 있겠더라고요. 여기저기 자문도 구하고, 자료도 찾아보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되더라고요."

지금도 많은 조합원과 산재 문제로 상담하고, 술잔도 기울이지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조합원은 마음 한편에 있었다. 이준상님에게는 그분들이 힘들더라도 다시 활동을 다짐하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2015년 말에 처음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을 냈던 조합원 두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분은 60대 중반이었고, 한 분은 50대 초반이요. 처음에 조합원들에게 꼭 산재 인정받을 거라고 했는데, 조합원들도 안 믿었어요. '노가다 골병'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건설 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있었던 거죠. 산재가 되겠냐, 안 되는 거 해서 회사 불편하고 우리 불편하게 하지 말자는 인식이요. 두 분 다 수술하고 집에서 요양 중인데 산재신청 설득하려고 집까지 찾아갔어요. 가족들도 만났고요. 그렇게 신청하고 결국 인정받았죠. 너무 기뻤어요. 본인도 어려울 거로 생각하면서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생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소식을 듣고 나서 그분들이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물론 아쉬운 경험도 있다.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받고 나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전체 교육을 해보자 결심했어요. 한달 반 동안 조합원 대상으로 하루 2시간씩 교육을 했어요. 산재신청 기본 절차, 법적 구조, 사측 압박 문제 등에 대해 이해와 설득시키고 교육했죠. 교육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소음성 난청 문제를 얘기하더라고요. 교육 때 소음성 난청 있는 분들을 개별적으로 면담 받아서 취합해보니 350명 중 10% 정도 해당됐어요. 알아보니 소음성 난청은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길래 안전보건공단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죠. 특히 건설노동자들은 검진을 받으려면 일을 하루 빼야 하는데 그러면 일당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업체 찾아가서 설득해서 특수검진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죠. 산재신청 추진도 했는데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환경측정도 준비가 안 되어있어서 장기적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노동조합 조직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접게 됐어요. 노동조합에서 집중하고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죠. 일단 상황을 파악한 수준에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어서 굉장히 아쉬워요."

그간 경험을 토대로 본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변화들이 이준상님을 비롯해 건설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에너지가 된다.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죠. 쉽게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받는 게 지금 구조에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분명 인식은 변했죠. 조합원들도 많은 상담을 해와요. 초기에 본인의 질병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했어요. 몸이 경쟁력인 건설 현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고용 문제이기도 하니까 동료와 경쟁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요. 사회 관심은 둘째치고 노동조합도 관심이 없으니 본인이 참고 버텼는데 지속해서 사업을 하다 보니 주변 동료들도 건설현장에서 골병든 게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고, 우리가 얘기할 수 있고 산재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최근 노동조합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현장에도 있지만, 생활 전반에 놓여있다. 바로 '휴식' 문제다. 건설현장은 촉박한 공사 기간 때문에 날씨 영향만 없다면 주말, 공휴일 없이 매일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몸은 지치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집에 돌아가서 바로 기절하듯 자도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은 삶은 위태롭다. 

이런 문제에 대해 7월 12일 국토교통부는 공공 건설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공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 현장부터 견실시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 공사로부터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며, 적정 공사 기간을 확보하는데 일요일 휴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한 것이다. 올해 9월부터 시범 도입되며 내년 상반기에는 모든 공공 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안정적 휴식이 보장되는 건 정말 중요해요. 그러기 위한 전제는 일상적 고용문제가 안정화 되고, 임금이 보전이죠. 쉬고 싶고, 그러면 정말 좋은데 건설현장 작업 특성상 눈, 비가 오면 쉬어야 해요. 그리고 공사가 끝나면 다른 현장에 가기 전까지 일을 못 해요. 당연히 생계 위협을 받죠.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준상님은 정부와 건설 자본의 건설 노동자 안전, 건강 문제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지적했다.

"무지하고 무관심해요. 피상적으로 건설 노동자들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구조는 전무해요. 여전히 빠른 시일 안에 공사를 끝내서 이익금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 수단으로 활용하죠. 그나마 최근 전국 토목건축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이 힘을 가진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 개별 노동자들의 안전, 복지, 건강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진 않아요. 굉장히 형식적이죠."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어요. 그런데 누구도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어떻게 하는 게 잘 되는 거라는 조언을 해줄 사람이 많지 않아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죠. 일단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지금부터 시작하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분명 변해가는 흐름이 있어요. 건설노조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노동조합에서도 하면 좋은 사업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구조적으로 사업에 대한 장기적 대책과 관심,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노동조합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인 거죠."

[연구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 2018.08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한 노동자의 폐암으로부터 시작된 노동안전보건활동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이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같은 넓이의 지하 2층은 수하물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수하물은 얼기설기 놓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간다. 수하물처리시설은 기본적으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지보수업무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천공항 지역지부 노동조합을 통해 17년간 24시간 교대로 하루의 1/3을 수하물시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보냈다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건강한노동세상은 이 노동자에 대한 산재 요양신청을 진행했다. 또, 수하물시설관리공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찾아 원청인 인천공항공사,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6곳 등 총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을 진행했다. 고발 이후 고용노동부 인천중부지청장 면담을 통해 수하물시설관리 작업현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도 감독을 요구하였다.

고발 이후 노사 입회하에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작업환경측정미실시, 안전 보건교육 미실시, 산업재해 미보고 등 실태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8개 업체에 총 1억 여 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또, 현장 환경에 대한 조사에서 분진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는 조사되었지만, 노조는 미세먼지 등의 추가적인 분진조사와 환기장치의 추가 설치 및 충분한 가동, 청소작업 도구 및 방법 개선, 무엇보다 안전보건 사항에 대해 노사 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끝에 원청인 인청공항공사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후 수화물시설관리지회에서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노동안전보건교육과 함께 전반적인 작업환경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폐암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분진, 소음, 협소한 공간, 중량물, 어두운 작업환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은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2. 수하물시설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수하물지회 조합원 21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은 45세, 평균 근속연수는 8년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도 44.2%로 높게 나타났다. 주간노동시간은 77.6%가 8~9시간 사이로 일하고, 야간노동시간은 60.1%가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주관적으로 희망하는 업무량을 조사해보니 평균 희망업무량이 주간은 82%, 야간은 70%로 줄이고 싶다고 응답해 야간노동에 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동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72%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간에 중량물 작업인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점검 및 모터 수리작업을 하는 주간보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작업현장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심각성에서 1위 분진, 2위 소음, 3위 협소한 공간, 4위 중량물, 5위 조명(어두움) 순으로 꼽았다. (환산점수가 낮을수록 심각하다고 느낌)


근골격계질환 설문조사에서는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율은 허리, 어깨, 목 순으로 나타났으며, 1개 부위 이상 통증을 호소한 노동자는 84.4%로 나타났다. 이는 수하물시설의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을 진행할 때 모터와 벨트의 무게가 20~40kg으로 작업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수동으로 운반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어깨에 지고 이동하기 때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 유무 및 정도, 통증의 지속시간, 통증의 빈도 등을 조합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 유무에 대해서 설문했다. 각 조합의 결과에 따라서, 통증호소자, 관리대상자, 유소견자 등으로 구분하였으며, 한 부위 이상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NIOSH)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응답자는 2.5%, 인천대 기준으로 근골격계 질환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작업환경에 대한 신속한 개선과 면밀한 의학적 검진과 관리가 요구되는 응답자는 43.6%로 조사되었다.


3.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에서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17명 중 52%가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답할 만큼 많은 수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골병을 앓고 있다. 협소한 작업공간으로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강요받고, 중량물인 모터와 벨트의 수리 및 교체작업으로 허리와 어깨가 병들고 있다. 얼마 전 허리로 요양신청을 했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가 요양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모터와 벨트 교체 작업이 상시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다. 수하물시설관리는 고장이 나거나 교체가 필요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시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1회 작업의 노동강도가 훨씬 높은 작업으로 결국 노동강도의 증명도 당사자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은 다소나마 공기 순환이 이루어져 작업현장 온도가 내려갔고, 추락위험이 있었던 곳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며, 분진청소 방법도 그저 공기중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 흡입의 방식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설관리책임자인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적인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원청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후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량물 취급과 협소한 공간에 따른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협의체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특집5. 노동자에게 필요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 2018.08

노동자에게 필요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08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여 설치된 업무상 질병 판정 전문기구다. 뇌심혈관계질환을 비롯하여 근골격계 질환 및 암 등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이 어려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다. 과거 업무상 질병의 경우 전문성 부족 및 편파적인 판정으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업무상 질병이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인정이 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 노동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판위가 설치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질판위 설치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질판위가 노동자의 업무상질병 인정에 큰 기여를 했을까? 대답은 '아니다' 일 것이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매우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뇌·심혈관계질환의 경우 인정률이 질판위 설치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결과를 초래했다.

질판위 10주년을 맞이하여 근로복지공단 심경우 이사장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업무상 질병 전문 판정기구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자평했으나 노동계에서는 질판위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고 심지어는 질판위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설치 목적 잊지 말아야 

첫째, 질판위의 공정성 및 전문성이다. 질판위 구성은 정부, 노동자 단체, 사용자 단체 각각 1/3로 구성되어 있으나 위원장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출신 등 정부 인사가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판정에는 참여하지 않으나 부당하게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노동자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질판위 위원장을 공단 출신보다는 공정하고 산재보험에 이해도가 높은 외부 민간인 전문가로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질판위를 산재보험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가 아닌 노동부 직속 독립기구로 확대하여 더욱 공정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그리고 신속한 판정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질판위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전문성도 문제다. 질판위 위원들 중 산재보험 제도와 업무상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위원이 얼마나 될까? 질판위에서는 임상 의사를 비롯하여 변호사, 노무사 등 추천 전문가의 능력에 대해 검증은 하고 있지 않다. 과연 이러한 임상 의사를 비롯한 추천 전문가들이 이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능력도 검증 안 되고 노동현장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판정을 맡긴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개인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노동자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질판위 심의를 2단계로 구분하여, 1차 단계에서 임상 의사의 참여 상병을 확인하며, 2차 단계에서 법률가 및 직업환경의학 의사 등이 참여하여 업무 관련성을 심의하는 구조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017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이 25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질판위에서 2008년부터 10년간 연이어 활동한 위원 수는 58명이었다. 위원은 임기 2년에 4회 연임할 수 있다. 10년 임기가 불법은 아니지만, 일부 위원들이 장기 연임하면서 일부 심의위원들의 '독식 구조'가 형성돼 판정이 경직되고, 새로운 유형의 판정에 적응하기 어려워 노동자들이 산재 판정에서 불리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을 어기고 노사 동수를 맞추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진행한 사례도 2008년부터 최근까지 169차례였다. 위원들에 대한 검증과 부당한 회의 진행은 금지해야 한다.

둘째, 질판위의 신속성이다. 2008~2017년 상반기까지 질판위는 3970건의 심의 처리기한을 넘겨, 산재 판정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문진국 의원은 지적했다. 2015년 최장심의 기간이 916일이었던 사건도 있었다. 심의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 노동자의 고통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역학조사,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산재병원의 업무 관련성 조사 등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업무 관련성이 높을 경우 질판위를 거치지 않고 소속기관에서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노동자를 위해 설립된 질판위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 인력풀 확보와 위원장 위촉방식, 처리기간 및 회의 구성의 개선이 시급하다.

셋째, 보상과 예방의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을 경우 이는 개 별 노동자의 문제가 아닌 사업장 전체 노동자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업무상 질병 발생을 노동부에 통보하고 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사업주에게 예방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감독하여야 한다.

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 1조에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생략)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며,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있다. 질판위 또한 산재보험 운영 목적에 따른 운영을 하여야한다.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 질판위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필요한 질판위가 되어야 한다


특집4. 질병판정위원회 10년 노동자 직업병 산재인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 2018.08

질병판정위원회 10년 노동자 직업병 산재인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질판위 도입 이전 직업병 산재심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되었고, 민주노총은 불공정·불승인 남발과 장기간 소요되는 산재심사의 문제를 제기하며 '독립적· 객관적 심의기구'와 '선(先) 보장 후(後) 평가제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2006년 산재보험제도 노사정논의에서 직업병심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구성'이라는 단 한 줄로 정리됐다.

그러나 그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 없이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2008년 제도가 도입됐다. 또 뇌·심질환 등 직업병 인정기준이 나빠지고, 오히려 산재 불승인이 남발되면서 민주노총은 질판위 해체 투쟁을 진행했다. 

이후 2012년 ~2013년 질판위 운영과 직업병 인정기준 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민주노총은 질판위에 추천 위원을 보냈다. 또 질판위원 워크숍, 지역별 간담회를 진행하고, 2016년 2월 초부터는 민주노총 내부 질판위 사업단을 통해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일부 제도 개선을 이뤄냈다.

2012년에는 상병별 심의, 직업환경의학 위원 확대, 사업주 제출 자료 제공, 위원장과 공단 추천 산재보험 전문가 역할 제한, 근골과 뇌심의 현장재해조사 강제 등이 이뤄졌다. 이와 더불어 '역학조사 의뢰에 대한 공단본부 심의, 신청인과 대리인 참여 보장 등의 제도 운영과 퇴행성 근골· 뇌심질환 만성과로·직업성 암 등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도 진행됐다. 

이후 한 달여간 농성 끝에 근골격계 재해조사 시트가 만들어졌다. 2016년에는 '상병미확인'으로 불승인이 남발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소위를 구성하고 재심의하도록 했다. 

또 근골격계 재해조사 동영상 제출 시 당사자 확인, 질판위 위원의 회의참석 균등 배분, 회의자료 일체 사전 제공강화, 위원장 의결권 제한 준수 등으로 제도가 개선됐다. 민주노총 추천 질판위원을 상대로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 노동부와 공단에 제출하고 노사정 논의를 추진하는 과정 등으로 이뤄낸 것이다. 또 금속노조가 심각한 운영 문제를 일으키던 서울 질판위 위원장 퇴진 투쟁을 전개한 끝에 위원장이 바뀌기도 했다.

끈질긴 싸움, 산재 승인으로 이어져

그동안 질판위의 전향적인 심사 승인 뒤에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있었다. 공공운수노조의 철도 지하철 노동자 정신질환 문제, 유성기업 등 금속노조의 투쟁, 전기원 노동자의 전자파 직업병에 대한 건설노조의 투쟁, 압구정동 경비노동자의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산재 인정 투쟁, 유산과 불임·성희롱의 산재인정, 라돈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지하 공간 직업병, 지게차·청소자등의 디젤에 의한 직업병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산재신청, 재해조사, 역학조사의 전 과정에 개입하고, 불승인에 대한 소송까지 끈질긴 노동조합의 대응 투쟁은 산재 승인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른 노동자의 산재승인과 새로운 직업병 인정기준의 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투쟁 또한 마찬가지다. 반올림에서 진행한 전자·반도체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인정 투쟁은 직업성 암 인정기준의 개정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입증 책임 완화, 추정의 원칙(작업 또는 노출기간, 노출량 등이 충족되면 반증이 없는 한 인정하고, 충족 못할 경우에도 의학적 인과관계 있으면 인정)도입 등의 큰 계기가 되었다. 질판위 문제와는 다르지만 광주의 남영전구 수은중독 대응도 중독사고 산재신청 처리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졌고, 제주 이민호 군의 산재보상 대응 투쟁도 유족급여기준에 대한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질판위 해체·제도 개선 투쟁을 현장과 중앙에서 이어가면서 답답한 마음에 속이 터지는 상황을 한 두 번 겪은 것이 아니다. 직업병 산재심사승인 과정에서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노동자의 권리는 정부와 공단의 안일한 운영, 보수적인 전문가 위원들의 태도에 번번이 좌절되었다. 너무도 상식적인 문제만 갖고도 수많은 집회와 제도개선 논의를 거쳐야 했던 순간마다 "정말 질병판정위원회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의 반복이었다. 

여러 제도개선이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산재노동자들은 본인의 신청 건이 다뤄지는 회의에 어떤 위원이 참여하는지, 질판위 심의자료에 회사에서 어떤 근거로 산재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공단에서 조사한 내용의 결과는 무엇인지, 산재 불승인이 어떤 근거와 이유로 된 것인지와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지난한 투쟁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 유지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1회 심의당 3-4건이지만, 산재심사는 여전히 13건을 넘고, 일반적인 소송은 1건당 수차례의 재판이 열리지만, 질판위는 1번 보류를 하더라도 많아야 2회 정도의 심의에 건당 7분 내외를 넘지 않고 처리되고 있다. 

질판위 심의기간의 문제는 졸속심의가 되지 않으면서도, 처리기간도 단축되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안고 있다. 장기간 소요되는 직업병 심의문제는 대부분 질판위보다는 역학조사 기간의 장기화 문제여서 이 또한 추가적인 과제이다. 이는 역학조사, 재해조사, 질판위의 인력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질판위의 형식적 심의건수를 축소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당연인정기준 혹은 추정의 원칙'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당연인정기준의 도입은 경총의 주장이 많았다. 그 이유는 당연인정기준화 되어 있는 외국의 직업병 리스트가 상당히 엄격하고 좁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노총은 당연인정기준의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외국과 달리 질병판정위원회가 직업병 인정기준보다 보수적인 판정이나 불승인 남발을 많이 하는 상황에서 당연인정기준은 제도 취지와 달리 불승인 남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당연인정기준을 도입하는 외국의 경우에도 산재신청 건수 대비 승인율이 낮거나 한국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추정의 원칙'은 그와는 별도로 입증책임의 문제와 연동되어 기간의 승인사례가 질판위 심의나 판례로 축적되어 있고, 산재가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을 못하거나 없다면 산재로 인정한다는 의미에서 제도의 취지나 한국적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이후에는 상병별로 당연인정기준과 추정의 원칙을 적재적소에서 발휘, 직업병 심사에서 산재 불승인이 남발되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산재 불승인 남발, 질판위만의 책임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현재 질판위 위원들의 전문성·객관성을 현격히 높여야 한다. 아울러 산재 심의 자료·결과 공개에 대한 비밀주의가 타파되어야 한다.

그동안 산재 불승인 남발은 질판위 책임 문제로만 여겨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직업병 인정기준, 현장재해조사, 역학조사를 비롯하여 근골격계 등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2013년 이후 프랑스와 독일, 일본, 대만 등의 산재 심사·승인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국가별로 중요과제는 달랐지만, 기본 심사·승인절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한국에서 직업병의 심사와 승인은 어떤 절차로 이뤄져야 하는가'를 두고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단체들은 민주노동당 초기 시절의 '선 보장 후 평가, 독립적 심사·승인제도'라는 슬로건 외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산재 심사·제도의 종합적 측면보다는 부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름'만 있는 개선 과제를 제출한 채 10년을 흘려보냈다.

민주노총은 질판위 해체 투쟁에서 질판위 위원 추천으로 조직 내 논의를 진행하면서 두 가지를 같이 논의했다. 하나는 위원 추천으로 전체 노동자의 산재 불승인 남발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의 참여로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아 나가자는 것이다. 그동안 참여를 통한 불승인 남발 축소 및 운영과 인정기준 등의 부분적인 개선은 진행되어 왔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산재 심사·승인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대안 모색의 시작을 제안 드린다.

특집3. 왜 / 2018.08

- 최근 불승인 사례를 중심으로 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안재범 (운영집행위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2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 10주년 기념식을 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질판위가 지난 10년간 심의 안건만 9만 2000여 건에 이르며 직업병 인정률은 2010년 36.1%, 2013년 44.1%, 2017년 52.9%로 상승했고 판정위원도 218명에서 550명으로 대폭 늘었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도 여전히 질판위의 엉터리 심의와 부실한 운영능력으로 인해 억울한 불승인 처분이 나오고 있다. 재해자는 이미 정신적·물리적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산재 승인 여부까지 다퉈야 하는 탓에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최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에서도 2건의 산재 불승인건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질판위 심의 내용을 확인했다.

[사례①] 의사가 "업무-질병 관련성 높다"는데도...

재해자는 10년간 하루 평균 11시간 정도의 주야교대 근무를 하였으며 주 업무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수량에 맞게 손으로 옮겨 팔렛트에 적재를 하고, 적재된 물건을 지게차를 이용하여 배송차에 상차해주는 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경 참을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되어 병원에 내원하여 MRI를 찍은 결과 '경추추간판 탈출증 제6-7번 간', '경추의 염좌 및긴장'의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해당 지사는 재해조사·평가결과 재해자가 해온 전체 공정이 목에 부담을 주는 정도가 최대 7점 중 6점이라고 평가했다(지게차 작업 6점, 피킹 작업 6점, 빵 피킹 작업 6점, 제품 제고 체크 6점). 

자문을 맡은 임상의와 직업환경의학의도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 임상 자문의사 의견 : 진료 기록상 상기 진단명이 확인됨.

○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사 의견 : 2007년부터 약 10년간의 근무경력 및 업무 내용, 작업 자세 등을 고려한 결과 높은 높이의 적재물을 지게차를 이용하여 적재 및 하차작업 등이 경추부터의 과도한 신전이 이루어져 부담 작업으로 업무 관련성이 높음.


그러나 질판위는 결국 불승인을 판정했다. 사유는 이렇다. "신청인은 지게차 작업 외에도 패킹 작업을 병행하여 1일 4시간 정도 지게차 작업을 수행하고 렉의 위치도 3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상적인 자세로 작업을 하는 비율이 상당하여 반복하는 작업 빈도가 낮다는 판단으로 업무 부담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불승인 판정을 하였다.

[사례②] 팔을 사용하는데... "팔꿈치 부담작업 아니다"

재해자는 완성차 사내하청에서 근무하는 여성조합원이며 1997년에 입사하였고 재해 발생공정으로 직종을 전환한 것은 8년 정도였다. 주업무는 차량의 출하 전 검사를 하는 공정이며 구체적으로 차량의 휴즈박스, 도어, 트림, 본네트, 트렁크 등을 손과 팔을 이용하여 올리고 내리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2인 1조로 일 3백 대 정도 하였다.

이로 인해 수년 전부터 손,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의 통증으로 퇴근 후 병원에서 약물과 물리치료를 하였으며 2017년 11월경 업무 수행이 도저히 어려워서 주치의로부터 'M770 내측상과염'을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하였다. 해당 지사 임상 자문 및 업무 관련성 자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임상 자문의사 의견 : : 진료 기록상 상기 진단명이 확인됨.

○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사 의견 : 장기간 근무 기간 및 작업 내용을 고려한 결과 반복적 상지 및 손사용으로 인한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됨.


그러나 질판위는 결국 불승인을 판정했다. 사유는 이렇다.

"신청인이 수행한 작업 내용상 팔을 사용하는 작업 자세가 신청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팔꿈치 부위 부담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두 건의 사례만 보더라도 질판위가 얼마나 부실한 운영과 엉터리 심의를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두 사례 모두 임상 및 직업환경의학 자문 의사는 모두 질병이 확인되며,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지사의 재해조사결과 역시 재해자의 전 작업공정에서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불승인 판단 근거는 매우 추상적이며, 직업환경의학 자문의사 자문결과와 해당 지사의 재해조사결과, 재해자가 제출한 자료에 전부 반하고 있다. 불승인 판정의 핵심적인 근거가 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 의견은 단지 모두 동일하게 "상병은 확인되나 업무 관련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했을 뿐이다.

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가 어려운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될 수 있는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라는 이유가 빠져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판정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승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불승인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심사 청구나 재심사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판위가 근로복지공단 의견과 반하는 결정을 하려면 최소한 질판위 위원장은 심의안건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고, 설령 불승인 판단을 내리더라도 명확한 근거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질판위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설치배경과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심의위원 구성부터 심의안건의 검토, 심의회의 절차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문제로 고군분투해가며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이제는 다른 판단을 해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특집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바란다 / 2018.0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바란다 

유상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2012년 7월,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 사건 대리인으로 구술 심리에 참석했다. 당시 다른 심의위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 위원장만 50분 가량 집중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위원장은 이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를 세세하게 열거하면서, 대리인에게 반박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라는 태도로 심리를 진행했다. 당연히 사건은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방법원에서 승소한 뒤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업무상 재해로 최종 인정됐다. 

몇 개월 후 질판위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회의에 참석했다. 위원장은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악수했고, 아주 공손하고 차분하게 그날 심의회의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2018년의 질판위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몇년 간 질판위는 노동계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 운영 면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느껴질 정도가 됐다. 물론 세부사항에 대한 제도 개선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다양한 논의과정을 거쳐 제도 개선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2018년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 개선되면서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 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을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부담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나온다. 여전히 업무시간이 업무관련성 판단의 주요 지표다.

최근 진행한 사건의 노동자는 월요일 새벽 자택을 출발하여 전국의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AS 등 기술영업을 한 후, 금요일 야간 또는 토요일 새벽 자택으로 돌아오는 업무 형태로 일했다. 그리고 이 노동자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지가 자택으로 되어 있고, 자택을 산재보험 적용사업장으로 신고한 상태였다. 사건을 하면서 업무시간을 산정할 때 자택을 출발하여 거래처에 도착하는 시간을 모두 업무시간으로 합산하였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자택에서 나와 거래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업무시간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리인이 산정한 업무시간과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과정에서 산정한 업무시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업무시간은 근로계약상의 근로시간과는 다른 개념으로 업무를 위한 준비 및 정리 시간을 포함하여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지침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질판위 사건들을 종합하여 업무시간 산정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질판위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질판위, 노동과정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질판위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심의위원의 전문 분야에 따라 각각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있다. 질판위 심의 전에 심의안뿐만 아니라 제출 자료, 조사 자료 등 모든 자료를 심의위원이 검토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그러나 심의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일부 위원의 경우 심의안 이외 제출 자료에 대해 사전에 숙지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무사인 기자는 심의를 진행하면서 제출 자료를 근거로 재해자의 노동과정, 업무특성, 기계설비, 작업도구, 스트레스 요인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임상의의 경우 재해자의 구체적인 노동과정에 대한 이해보다 의학적 소견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전문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임상의, 직업환경의학과 외 산재 전문가로 참석하는 이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주관적인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제출 자료와 유사 사례, 판례 등을 근거로 심의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추천으로 질판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회의 참석 연락이 오면 반드시 참석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7일 전에 연락이 오는 관계로 일정 조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가급적 질판위에서 연락이 오면 조정 가능한 일정을 옮겨서라도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재해자의 노동과정과 업무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 할수록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업무관련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질판위 심의위원 수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심의위원들은 무엇보다 업무를 수행하다가 질병에 걸린 재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객관화시키고 업무관련성 판단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수많은 노력을 통해 개선된 제도를 사건에 반영하고 적용하여 현실에서 실현하는데 질판위 심의위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집1.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 2018.0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재현 선전위원장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06년 12월 노사정 합의 이후 2008년 7월 1일 발족했다. 질판위는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 질환 등 업무 관련성 평가가 어려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질판위원은 변호사 또는 공인노무사, 의사,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 5년 이상 종사자 등이 판정위원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7월 산업안전강조주간을 맞아 질판위 10년 기념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근로복지공단 심경우 이사장은 아래와 같이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업무상질병 전문 판정기구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업무상질병 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질판위는 10년간 9만 2000여 건의 산재를 심의했다. 10년간 판정 위원은 218명에서 550명으로 확대되었다. 


질판위 10년... 성과보다 아쉬움 크다

2008년 질판위 발족 이전 업무상질병 불승인율은 2007년 54.6%에서 질판위 발족 이후 56.5%, 2009년에는 60.7%로 증가했다. 연도별 업무상 질병 산재 불승인율 현황을 질병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2007년 59.8%에서 2008년 84.4%, 2009년에는 84.4%로 증가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2007년 44.7%, 2008년 42.5%, 2009년 46.3%이었고, 정신질환의 경우 2007년 69.5% 2008년 68,2%, 2009년 74.5%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당시 업무상 질병 승인율이 계속 감소하자 노동계는 질판위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산재를 협소하게 판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엉터리로 진행되는 재해조사로 인해 질판위의 객관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까지 낮아졌다.

결국 2016년 금속노조는 질판위 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질판위원장 퇴진을 위한 농성 투쟁에 돌입했고, 그해 위원장이 사퇴했다. 서울질판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전체 업무상 질병 사건 30%를 서울이 담당하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2017년 서울질판위원장 교체 이후 전체 업무상 질병 승인율은 52.9%로, 전년도(44.1%)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이 승인율은 2008년 질판위 발족 후 가장 높았다.

심지어 2010년~2017년 상반기까지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심의위원도 627명에 달한다. 결국 질판위는 일부 회의에 참여하는 심의위원이 독식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화학물질과 위험한 작업환경 등 업무상 질병에 대해 질판위원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판정하는 데 있어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반올림이 반도체 직업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99명인데 이중 인정받은 사람은 29명에 (약 29%)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질판위 평균 승인율 52.9%, 직업성 암 승인율이 61.4%인 것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이렇듯 질판위가 새로운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가지고 판정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심지어 산재 문제에 있어서 신속한 보상과 요양 이후 복귀도 문제가 생겼다. 질판위가 2008년~2017년 상반기까지 3970건을 법적으로 정해진 기한을 넘겨 처리했기 때문이다.

질판위 심의 과부화도 문제다. 2017년 상반기 기준 한 질판위원이 반나절에 13.6건을 다루고 건당 13분 정도를 다룬다. 이는 노동자가 일하다 왜 병에 걸렸거나 죽었거나 자살했는지 등을 판정하기에 매우 부족한 시간이다. 판정위원에게 사전에 제출해야 할 자료 역시 늦게 제출되면서 더욱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 결과 실제 산재신청을 했던 유족들이 질판위가 노동의 질적 특성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을 내리는 것, 질판위원들의 성의 부족, 전문성 부족 등이 산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2015년은 916일간 심의하기도 했다. 결국 이 피해는 산재 인정을 기다리는 아픈 노동자들이 입게 된다.

아픈 노동자, 더 아프게 하지 말자

물론 성과도 있다. 질판위 출범 후 업무관련성 전문조사(특별진찰)가 확대되고, 소위원회 운영이 내실화되면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미확인 질병에 대해서는 심의 기회가 한 번 더 제공하도록 했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재해조사 초기 단계부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투입해 신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법원 판례조차 반영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던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인정 기준이 완화되었다. 특히 재해조사 결과 유해요인 노출 수준이 당연 인정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이제라도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산재보험이 아픈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보장하고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질판위가 업무와 관련한 질병의 원인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산재승인 여부에만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직업병을 예방할 것인가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재절차 개선, 사회적 확장 기대한다 (매일노동뉴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재절차 개선, 사회적 확장 기대한다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8.16 08:00







지난주 노동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종사자, 산재인정 처리절차 개선”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노동자의 과중한 입증부담 해소와 산재보호 확대 지원”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보도자료에 의하면 근로복지공단과 법원 판결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인정된 사례와 유사한 공정에서 근무한 종사자가, 백혈병 등 이미 승인된 8개 상병으로 산재신청을 할 경우 역학조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업무관련성 판단 과정을 간소화해 노동자의 과중한 입증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330

[언론보도] 오늘도 노동 현장을 찍는 1인 미디어, '미디어뻐꾹' (프레시안)

오늘도 노동 현장을 찍는 1인 미디어, '미디어뻐꾹'
[ACT!] 1인 미디어 활동가 '미디어뻐꾹' 인터뷰



1인 미디어의 시대다. SNS를 켜면 각종 먹방, 뷰티방송 등이 대세다. 한편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 제작사도 있다. 닷페이스, 지픽쳐스, 씨리얼, 스브스뉴스 등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기 쉬운 주제를 재치있게 접근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ACT!>에서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미디어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미디어뻐꾹'이다. 현장영상을 다루는 1인 미디어는 여럿 있지만 미디어뻐꾹은 노동분야, 특히 산업재해를 주로 다룬다. 최근에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모임인 '반올림'에 대한 영상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인터뷰도 역시 반올림 농성장이 있는 강남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06684&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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