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③] 정신건강에 대한 보호·예방 책임 미흡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③] 정신건강에 대한 보호·예방 책임 미흡유상철 공인노무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유상철
  • 승인 2018.03.08 08:00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근로기준법은 2조에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32조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안전보건법 5조에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사업주 의무가 명시됐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139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공동토론회안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공동토론회>
-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바꾸자!


○ 일시 : 2018년 3월15일(목) 14시~17시
○ 장소 : 서울NPO센터 주다 교육장1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9길 39 부림빌딩 1층, 2층)


■ 사회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발제 :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입장 
-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토론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산업안전국장)
- 천지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산재팀장)
-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 전성호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상임활동가)


■ 참가자 토론

<공동주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생명안전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언론보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분석해 보니] 보호대상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했지만 근기법 근로자 정의는 그대로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분석해 보니] 보호대상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했지만 근기법 근로자 정의는 그대로김영주 장관 과거 발의한 ‘노동자 자료청구권’ 제외
  • 이은영
  • 승인 2018.02.26 08:00










정부가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보호대상을 넓히고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물론 원청과 발주자(건설)에게도 산재예방 책임을 부담시켰다. 법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권에 넣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927








[입장]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입장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입장

(2018.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 전부 개정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와 개정안의 취지에 대한 입장

산업안전보건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노동 관련법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꾸준히 부분 개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원청의 위험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모든 면에서 더욱 취약한 하청으로 이전되는 사업 형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둘째,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고용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셋째, 다양한 형태의 노동재해에 따른 노동자의 주체적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 넷째, 정신건강의 침해로 인한 문제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노동자의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 여섯째,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행 산안법이 이러한 변화와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큰 폭의 법 개정의 요구가 새 정부 들어 더욱 커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9일 정부는 다음과 같이 제안이유를 밝히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대상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히고, 발주자도급인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주체를 확대하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을 상향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여 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함. 아울러,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대피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하고 긴급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함. 한편, 생산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산업현장에서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생산공정에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특히,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질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국가가 관리하기 위하여 유해하거나 위험한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구성성분 등 일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함.”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의 취지는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하다. 노동자와 노동안전보건운동진영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가 일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개정이 아닌 전부개정, 법률의 전면손질이라고 하기에는 그 철학적 방향과 내용이 빈약하다. 모름지기 전부개정이라 한다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이라는 개념을 직업안전보건으로 전환하고, 신체적 건강에 국한된 규율을 정신적 건강까지 확대하고,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의 개념에서 확장된 노동력을 매개로 사업에 관계하는 자를 기본 보호대상으로 설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업이익을 취하는 모든 자를 법의 수규자로 하며, 노동자의 참여와 거부의 권리를 개별 및 집단에게 부여하여 노동자를 권리주체로 명확히 설정하고, 알 권리가 전면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제출된 전부개정안이 이전과 비교하면 도급사업자(원청)의 책임성,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보, 보호대상자의 확대 등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대통령의 인식이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개정 이유를 고려한다면, 행정부로서 개정의 현실적 고려를 한다 하더라도, 미흡한 지점이 다수이며, 전부 개정안은 상당 부분 보완되어 재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2. 주요 내용에 대한 입장

1) 법의 보호대상 확대

개정법안 77(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 78(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79(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 등은 변화되는 다양한 고용형태 속에서 노동자 보호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플랫폼(platform) 노동자 중 유독 배달중개업의 이륜차 배달노동자만을 특정하여 보호 대상으로 한 점은 법의 위계적 차원에서도 걸맞지 않고, 보호 대상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개정법안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나름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하고, 보호 대상의 확대나 사업주의 책임에서는 효과적인 규정이 부재하다. 그러면서, ‘일하는 사람의 의무에서는 의무만을 규정 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근로자에서 확장된 일하는 사람의 개념을 명확히 중심 개념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가 법의 보호대상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자리매김하여야 함에도 의무만을 규정하고 권리를 배제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 회사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 강화

개정법안 제13조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표이사(업무집행지시자)를 포함하고, 매년 회사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벌칙도 부과하였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서 종종 벗어나 있는 대표이사에 대한 책임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대표이사의 책임과 의무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안전과 보건조치의 미비로 인한 재해에 법률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3)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시 작업중지 강화

개정법안은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였다. 그러나 개정법은 현행법을 분리하여 재배치하고, 대피 노동자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내용적 진전이 없다.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급박한 위험은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여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기에 최소한 급박한 위험과 더불어 산안법에 규정된 안전과 보건조치가 미비할 경우 노동자의 중지(거부 및 대피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해야 하며, 동시에 근로자대표, 산안위 위원 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를 실시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작업 재개 시에도 해당 작업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재해가 발생하고 실시되는 사업주 또는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산업안전감독관을 충원하고 권한을 확대한다고 해도 전국의 사업장을 포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있어 관건은 사업주의 인식전환과 법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 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호의 대상이자, 예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땅히 그에 부합하는 권한과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작업중지 뿐 아니라 개정 산안법의 전반의 중심 고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과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는 작업중지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4)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 강화

개정법안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한 절차를 마련하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업중지 해제 절차에 있어, 근로자 대표, 산안위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노동자 측 관계자와 해당 작업 노동자의 의견 청취 또는 동의 여부에 대한 규정이 부재한 점은 매우 우려되는 지점이다. 현장 안전보건에 있어 일하는 사람의 주체적 참여를 언제나 고려하여야 한다.


5)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 제한 등

개정법안에서는 도금, 수은, 납 등 12개 물질에 한정하여 도급을 금지하고 있고, 도급금지 범위확대에 대한 논의나 절차 관련 조항이 전혀 없다. 원청이 적격 수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안도 적격기준의 세부 내용을 찾을 수 없고, 이를 위반 시 처벌 조항도 없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6)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확대/건설공사에 관한 특례

개정법안에는 도급의 정의, 원청의 책임범위 확대, 건설업에서 발주처 책임강화 등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나 현장의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는 명확히 정리되지 못했다. 발주처의 책임강화도 건설공사로 한정함에 따라, 하청의 산업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학산업단지, 제철소, 발전소 등에 대한 근본 대책도 누락되었다.


7) 고객응대근로자의 보호

개정법안이 보호대상을 정보통신망 등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국한하여,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고객응대 노동자를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객응대 노동자인 금융노동자의 경우 금융관련법에서 선언적 수준에서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산업안전법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보호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개정법안은 이들 노동자 역시 보호대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고객응대노동자들의 건강장해는 정신건강의 침해로 시작됨을 주목하여야 하며, 고객응대업무 뿐 아니라 각 산업에서 정신건강의 침해가 날로 심각해지는 지점 역시 착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신건강장해 예방에 대한 보건조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규율되는 규칙에서 고객응대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노동자의 정신건강장해 예방을 규정하여야 하지만 개정법안은 이를 누락하여, 결과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매우 국소적으로 다루고 있다.


8)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제출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관련하여 비공개 정보에 대한 사전 승인제도를 도입하고 비공개 승인의 유효기간(3)을 정하는 한편, 대체정보 기재의무를 규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관련 심의(비공개 승인 여부와 대체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며(개정안 제115조 제6), 심의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노동계의 참여를 구체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심의를 위해 제출되어야 하는 자료와 그 자료의 보관, 공개에 관하여도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주체로 하여금 물질안전보건자료 기재 내용에 대한 근거 자료를 보관하도록 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5항은 기존에 사문화된 규정으로 평가되던 현행법 제41조 제11항을 개정한 것인데, 정보 요구권자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하거나 직업성 질환 발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가 발생하는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경우”), 대상 물질을 양도제공하는 자 또는 이를 취급하는 사업주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여,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며, 개별 근로자에게 정보 요구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역학조사 기관이나 질병판정위원회의 경우 당연히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해당 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개별 근로자도 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정법안 제115조 제6항이 비공개 심의를 산재보상보험예방심의위원회에 맡기고 있으므로, 결국 제115조 제5항의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를 동 위원회가 갖게 될 것이므로, ‘심의위원회도 정보제공의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현행 물질안전보건자료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유해 성분만을 기재하도록 하였고(개정안 제113조 제1항 제2), 다만 유해하지 않은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였다.(동조 제2). 물질안전보건자료가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전달하는데 충실하도록 개정한 것은 수긍이 가나, 전체 성분 물질에 대한 정보를 고용노동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향후에라도 해당 물질을 취급한 노동자가 그에 대한 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동조 제2항에 따라 수집된 정보의 관리, 공개에 대한 규정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한편, 현 고용노동부장관이 의원으로서 대표 발의하였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과 발의에 참여하였던 화학물질의 영업비밀 남용금지에 관한 법률()’ 등에 이미 담겨 있던 노동자의 자료청구권 및 자료공개 등의 문제의식이 이번 개정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은 매우 유감이다.


3. 이외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입장

1)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 확대의 필요

현행법 제61조의2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개정법안 제22조로 하여 제2장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속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것 이외에는 어떠한 추가 개정내용이 없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필참 성원이며, 주로 노동자 조직 추천으로 선임되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임에도 불구하고, 작업 현장에서의 별다른 권한(예컨대 대체정보로 기재된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 정보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 자료열람권, 작업중지권 등)이 없으므로 인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제도가 유명무실한 현 상황을 주목해야 함에도, 개정법안이 이에 대해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럽고, 노동자의 참여와 권리 보장에 대한 정부의 기본 태도가 무엇인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 지점이다.


2) ‘보건조치로서 정신건강 예방 의무의 편입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행법은 신체건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체와 정신의 조화라는 측면에도 부적합하고, 증대되는 정신건강의 문제에도 적정하지 않다. 따라서 전부 개정의 시점이라면 보건조치규정에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에 대한 예방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여, 고객 응대 뿐 아니라, 일터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노동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3)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심의 배제 대한 제재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비록 전 사업장에서 구성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하는 중요한 법률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매우 모순된 규정에 의하여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법 불비 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현행법 제19조 제2항에서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각호의 사항을 심의하지 않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경우 이에 따른 별다른 벌칙조항이 없다. 의결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되나, 아예 명시된 심의()을 올리지 않으면, 사업주 임의대로 할 수 있다. ‘공정안전보고서작성이나, ‘안전보건개선계획을 수립 시 반드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이 있음을 상기한다면, 19조 제2항 위반의 벌칙이 없는 것은 분명한 법 불비 사항이다. 전부개정안에서는 이 점이 개선되어 사업주의 악의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절차 무시를 제어하여야 한다.

 

4. 결론

정부의 개정안은 방향에 있어 일부 타당하나, 그 내용은 부실하여 전부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강조한 생명존중, 노동존중 그리고 산업재해의 획기적 감소의 핵심 관건은 일하는 사람의 참여와 권리 보장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의 부분을 포함하여 구체화되어야 한다.

첫째, 보호대상의 확대가 일하는 사람으로 전면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특수고용이니 플랫폼 노동이니, 하청이니 구분하여 보호할 이유가 없으며, 그 수규자는 이를 통해 사업 이득을 보는 자로 하면 된다.

둘째, 보호 대상자는 보호의 대상임과 동시에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의 주체, 정보청구와 수합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셋째, 신체건강과 동시에 정신건강이 보호예방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전부개정의 취지에 걸 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개정법의 정부 감독권한의 명확화와 강화 및 벌칙의 강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변화된 고용 지형과 관계에서 현장의 안전과 건강을 누가 어떻게 지속적이며, 즉각적으로 나서서 예방하고 감시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

 

산안법전부개정안 최종입장_오탈자수정본_1802.hwp

산안법전부개정안 최종입장_오탈자수정본_1802.pdf

[언론보도] 고용불안 노동자 ‘우울증 위험’ 고용안정 때보다 2.7배 높아 (경향신문)

고용불안 노동자 ‘우울증 위험’ 고용안정 때보다 2.7배 높아

일자리가 불안정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뚜렷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했고,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져 건강을 해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굳어지는 가운데 훨씬 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에는 이런 환경이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132156025&code=940702#csidxfd26473ba49e0c7bd314e0911994bd5 

[언론보도] 일터 정신건강 예방의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

일터 정신건강 예방의무 필요하다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김재광
  • 승인 2017.12.14 08:00







건강에 있어 육체와 정신을 따로 떼어 내어 생각할 수 없음에도, 흔히 육체적 위험과 건강에 비해 정신적 위험과 건강을 등한시하거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정신건강 위험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572

[연구리포트]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 2017.8

게임산업 노동자 노동실태와 건강 연구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2016년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 업체에서 과로 자살, 과로사로 추정되는 젊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랐다. 201611월 넷마블에서의 세 번째 죽음이 알려진 후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급히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설문 응답자의 월 노동시간은 평균 257.8 시간으로 5인 이상 기업체 상용직 노동자보다 월 평균 90시간 가까이 더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게임개발자연대에서 시행한 게임개발 노동자 노동환경 조사 결과 역시 월 평균 205.7시간으로,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당시 설문조사는 주로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그 자체의 실태를 밝히는 데 집중했기에,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노동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사회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실시했다. 후속 연구는 후속 설문조사, 심층 면접조사, 신체활동량과 활동 중 혈압 측정, 게임산업 변화 연구, 포괄임금제와 노동시간의 총 5개 영역으로 진행 중이며,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이 중 설문조사 결과이다. 설문조사는 321일부터 426일까지 5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621 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다. 성별 정보가 없는 1명을 제외한 620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설문 참여자 중 남성이 400, 여성이 220명이었다. 20~30대가 대부분이었고, 대졸 이상 학력자가 2/3 가량 되었다. 기혼자가 28%로 적었다. 절반 정도는 성남/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1/4은 강남과 서초 지역, 15.5%가 구로/금천 지역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54.4%가 모바일 게임 개발 회사에서 일한다고 답했고, PC/온라인 게임개발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29.4%였다.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시를 주로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응답은 10% 정도였다.

업무별로는 아티스트가 가장 많았고 전체 응답자의 1/3이 넘었다. 기획자가 22.9%, 프로그래머가 21.8%였다. QA/CS/운영 담당은 8.4%, 인사/총무/마케팅 등의 사업부는 5.5%, 개발관리를 맡은 관리직은 4.0%였다.

회사 규모는 50인 미만이 22.7%, 100인 이상이 63.1%였다. 응답자의 35.2%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한다고 응답해, 이미 게임 개발 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95% 이상의 노동자가 상용직이라고 답했고,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절반 가까웠다. 파견, 용역 업체를 통해 임금을 지급받는 비율은 1.8%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연봉 협상 결렬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3%, 팀 해체시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43%가 넘어, 정규직이라고 해도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용 불안정 특징은 이직 경험에도 드러난다.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4.2%였다. 대부분 20~30대인 응답자들 4명 중 3명은 이직 경험이 있어 게임 노동자들의 이직이 잦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노동하나?

임금은 남녀 모두 80% 이상이 연봉제로 받고 있었다. 월 급여 전체 액수는 세 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62만원부터 800만원까지 분포하고 있었고, 중위값은 296만원이었다. 3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50%가 넘었다.

포괄임금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연장 및 휴일 근로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는지, 그렇다면 그 연장수당은 일주일 몇 시간 분인지 묻자, 87.7%의 응답자가 연장 수당이 월급에 일괄 포함돼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그 포함 분이 몇 시간분인지 응답한 경우는 61명에 불과했다. 실제 본인의 근로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 하고,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산업 노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이다. 크런치 모드가 아닌 일상적인 경우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았다. 중위수는 주당 50시간이었다. 40시간 포함하여 그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0% 가량이었고, 40~48시간 이내로 근무한다는 응답이 24% 정도 됐다. 뇌심혈관질환이 발생했을 때, 과로로 인한 업무관련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기준인 60시간을 초과하여 일한다는 응답이 남녀 모두 10% 정도에 해당했다.

지난 1년간 크런치 모드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크런치 모드를 경혐했다는 84%의 응답자는 1년에 평균 5, 1회당 24일의 크런치 모드 시기를 보낸다고 답했다. 이들이 표시한 크런치 모드 회수와 1회당 크런치 모드 날짜 수를 곱하면, 크런치 모드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게임산업 노동자들은 1년에 평균 70일을 크런치 모드로 보낸다.¹ 이 크런치 모드 기간의 하루 근무 시간은 평균 14.35시간이었다.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이 17시간이 넘는다는 응답도 19.7%나 됐다.

지난 1년 동안, 출근 후 퇴근까지의 시간이 12시간이 넘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87.6%, 24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9.0%나 됐다. 심지어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7.9%, 48시간 이상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9.2%나 됐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회사에서 책정하는 개발 기간이 너무 짧거나 자주 변동되기 때문이다. 노동자 교육과 훈련에는 투자하지 않으면서, 불합리한 개발기간을 들이밀며 노동자를 쥐어짜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개발자로의 자긍심이나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상처받기 마련이다. 개발사는 사실상 대형퍼블리셔의 하청업체라는 응답이 64%나 됐고, 지금 개발하는 게임이 성공해도 본인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응답 역시 63%나 됐다.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응답이 60%가 넘었지만, 60세가 되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은 6.6%에 불과했다. 게임개발자로서의 일을 사랑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60세까지 일을 지속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장시간 노동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폭력적이었다. 지난 1개월 간 언어 폭력을 당한 적 있다는 답변이 남성은 25.5%, 여성은 39.5%나 됐다.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을 당했다는 응답도 7.3%, 27.7%로 높았다.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남성 24.0%, 여성 31.4%나 됐다. 이는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언어폭력 경험은 남성은 3.6, 여성은 6.1, 원치 않는 성적 경험은 남성 24.3, 여성 16.3,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 역시 남성 12.6배 여성 17.4배로 높은 결과다. 자유롭고 권위적이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개별 노동자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노동환경이라는 결과다.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은 어떤가?

지난 12개월 동안 건강문제로 결근한 적이 있거나,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건강 문제로 결근했던 경험이 64.6%,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이 71.6%에 달했다. 응답자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 4차 근로환경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20대 게임개발 노동자의 경우 일반 노동자에 비해 건강 문제로 결근한 비율은 3.75,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은 4.02배나 높다.

정신건강도 심각했다. 우울증이 유력하게 의심되는 비율이 남성 32.5%, 여성 51.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한다는 응답도 남녀 각각 2.8%, 5.0%에 달했다. 자살 시도 경험도 2.1%였다. 우울증 의심 비율은 연령대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일반 인구에 비해 3~5배 높은 수준이고, 자살 시도 경험 역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0.4%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우울증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아도 결과는 비슷했다. 전체 620명 중 104(16.8%)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응답이 25(4.0%, 진단 받은 사람 중 비율은 24.0%)이었다. 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4년 직장인 성인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우울증 조사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비율 7%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 노동시간 특성과 우울증상, 자살 


주당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지난 1년 중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가장 길게 머문 시간, 크런치 모드 시기 하루 노동시간 등이 증가할수록 우울증상, 자살사고 위험이 모두 증가했다.

성별, 교육수준, 나이, 월 급여, 결혼여부, 고위험 음주 여부 등을 모두 보정한 결과다.

우울증상 위험도는 크런치가 아닌 시기 장시간 노동과 관련이 깊었고, 자살사고의 경우 지난 1년 중 회사에 가장 오래 머문 시간이나 크런치 시기 하루 노동시간과의 관련성이 더 높았다. 과로하는 노동자들이 자살에 이르는 경우, 만성적인 과로가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기전이 작동할 뿐만 아니라, 급격한 초장시간 노동이 자살 사고나 시도에서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주당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본인이 60세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자리 지속성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이 증가할수록 부정적인 인식이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의 게임산업 장시간 노동이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과로사, 과로자살 뒤에는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쥐어짜는 크런치모드, 폭력적이고 적대적인 노동환경이 있었다. 해석하는 일은 끝났다. 중요한 것은 일터를 바꾸는 것이다.


* 각주

1)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도 6명이나 되었는데, 이들의 답변을 제외하면 1년에 평균 67일을 크런치 모드로 일하게 된다. 1년 365일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자들의 경우, ‘크런치 모드가 아닌 때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평균 67.5시간이라고 응답하여, 1년 내내 크런치 모드라는 응답과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집 4.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2016.1

먹고 살기 힘든 삶과 노동자의 정신 건강


 

 

해미 운영집행위원

 

 

 

거의 매일 스스로 살아남기를 멈추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린다. 혼자 살아가던 노인이 목숨을 끊고, 일하던 청사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공무원의 소식도 들린다. 새해 벽두 배달된 신문에서는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고 절망적이기만 한 청년들의 주된 정서가 무기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사가 있고, ‘행복을 주요한 국가지표로 삼아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도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4392.html?_fr=st1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24349.html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자신의 삶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멈춤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기력과 멈춤에는 경제생활문제(21.1%)’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4.0%)’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28.6%)와 가정문제(8.0%)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살 원인이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 제58. 2014. 실로 제 정신을 차리고 사는 게 버겁고 어려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그리고 그 성장이 더디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 속에 내쳐진 인간에게 백세 시대라는 말은 오히려 잔혹하기만 하다. 도대체 백 살까지 뭘 해서 먹고 살란 말인가. 노동자들은 서비스업의 급격한 성장과 서로가 서로에게 이 되고자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자신의 감정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고용불안정에 떨어야하고, 고용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 윗분들에게 자신의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감정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성실하고, 착하며, 능력이 있는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돌볼 틈 없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정서를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더 이상 한 일이다. 우울감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러지 말아야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억지로 활기찬 상태로 만들어가는 정서적 롤러코스터는 그 진폭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태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적 상태에 대한 관리에 실패를 하면 노동자들은 자살을 하기도 하고 실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2015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적응 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입법예고를 발표하였고,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작은 걸음이기는 하지만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고민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의 예방과 관리는 원인에 대한 접근, 중재요인에 대한 접근, 질병 자체의 조기진단과 관리, 질병이 있는 사람의 사회 적응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감정노동을 화두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는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감정노동문제로 묶인 일련의 사건들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고객을 만나면서 받는 스트레스, 계약을 연장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매출압박,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쟁적 상황, 불안정한 노동에서의 기본적 삶의 안전망 파괴 등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되어 있다. , 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 고용불안정의 완화, 경쟁적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그리고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증상의 발현을 줄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의 개선과 지지적 조직 문화 확립도 필요하다.


또한 이 사회 전체 인구 중 일정한 비율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2년마다 해고되던 노동자가 4년마다 해고된다고 해서 그들의 삶의 불안정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또는 다른 만성 질병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운 노동자는 이제 저성과자가 되어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병들면 당장의 벌이가 걱정이 되고 큰 병이라도 앓게 되면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건강보험이 의료비를 보전해 줄 뿐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을 보전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백세 시대에 정년퇴직을 하고도 이삼십년을 살아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자가 되어 최저임금에 알바를 고용하며, 그 동안 쌓인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하는 것도 여전하다. 노후의 삶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의 노동자들은 날품이라도 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도 여전하다. 금 수저와 흙 수저로 대비되는 헬조선의 새로운 계급은 기회의 평등을 앗아가며 무기력을 재생산하는 것도 여전하다.


스트레스는 항상 부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예측 가능하고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삶에 자극이 될 수도 있다.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일생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과 자신의 삶과 노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