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123호 / 2014.4

 

 

 

 

 

20

특집

  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2.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3.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의 산재사망 현황을 짚어 본다.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에서 살만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나누고, 생명을 지킬 권리, 현장을 바꿀 권리를 되찾아 올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제안한다.

03

뉴스

해고, 징계... 노동탄압에 자살 소식 이어져 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자택서 자살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노조 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 질환 산재인정받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l 정하나

14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l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렬, 이고은

1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l Dr.아이유

33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당신에게 일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l 김세은

34

현장의 목소리

버스준공영제가 말하지 않는 비밀 l 재현

38

문화읽기

걸그룹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날 깨우네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사용자의 재량에 내맡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우리 사업장 위험성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l 안재범

44

이러쿵저러킁

바쁜 한국을 떠나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l 김정

47

성명서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라!

48

후원

3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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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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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2014.3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3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위험성 평가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고 신설된 법안인 만큼 미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사업장이 시끌시끌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교육에 500명씩 신청자가 몰리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노동자(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황이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특집1]

위험성 평가의 이해


흑무 상임활동가

 

1. 위험성 평가란

 

41조의2(위험성 평가)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내용 및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한다.

1항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조치하는 방법, 절차, 시기,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 위험성 평가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고시 제2012-104]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통해 정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유해․위험요인이란 유해위험을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것의 고유한 특징이나 속성을 말하며 다음 표와 같은 것들이다.

 

용어

위험요인

유해요인

분류

()

1. 기계기구, 설비 등에 의한 위험요인

2. 폭발성 물질, 발화성 물질, 인화성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요인

3. 전기, ,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요인

4. 작업방법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5. 작업 장소에 관계된 위험요인

6.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7. 그 외의 위험요인

1.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한 유해요인

2. 방사선, 고온, 저온, 초음파, 소음, 진동, 이상기압 등에 의한 유해요인

3.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유해요인

4. 그 외의 유해요인

 

 

 

2. 위험성 평가의 방법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해당 사업장에서 사업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고,
-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에게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관리하게 하며
- 관리감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위험성의 추정, 결정,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실행을 하게 하며
-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참여하게 하고,
- 기계·기구, 설비 등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에는 해당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 그 밖에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것

 

1.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법 제48)

2. 안전·보건진단(법 제49)

3. 공정안전보고서(법 제49조의2)

4.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안전보건규칙 제657조부터 제662조까지)

5. 그 밖에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서 정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제도

 

3. 절차
위험성 평가는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으로 진행된다.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① 실시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 실시의 목적 및 방법, 실시 담당자 및 책임자의 역할, 실시 연간계획 및 시기, 실시의 주지방법, 실시상의 유의사항


② 대상 : 위험성 평가는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③ 사전 조사 : 사업주는 다음의 사업장 안전보건정보를 사전에 조사하여 위험성 평가에 활용하여야 한다.

 

 - 작업표준, 작업절차 등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사양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의 유해·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공정 흐름과 작업 주변의 환경에 관한 정보
- 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사업으로서 같은 장소에서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급을 주어 행하는 작업이 있는 경우 혼재 작업의 위험성 및 작업 상황 등에 관한 정보
- 재해사례, 재해통계 등에 관한 정보
- 작업환경측정결과, 근로자 건강진단결과에 관한 정보
- 그 밖에 위험성 평가에 참고가 되는 자료 등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때 업종, 규모 등 사업장 실정에 따라 ① 사업장 순회점검 ② 청취조사 ③ 안전보건 자료 ④ 안전보건 체크리스트 ⑤ 그 밖에 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 중 어느 하나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①번 방법을 포함하여야 한다.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사업장 특성에 따라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및 중대성의 크기를 추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는 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하거나, 더하거나, 행렬을 이용하는 방법 등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어느 것이든 사용될 수 있다.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결과와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을 비교하여, 해당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은 위험성 결정을 하기 전에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해 두어야 한다.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 사업주는 위험성을 결정한 결과 허용 가능한 위험성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험성의 크기,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고려하여 ① 위험한 작업의 폐지·변경, 유해·위험물질 대체 등의 조치 또는 설계나 계획 단계에서 위험성을 제거 또는 저감하는 조치 ② 연동장치, 환기장치 설치 등의 공학적 대책 ③ 사업장 작업절차서 정비 등의 관리적 대책 ④ 개인용 보호구의 사용 등 위험성 감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감소대책을 실행한 후 해당 공정 또는 작업의 위험성의 크기가 사전에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범위인지를 확인하고, 위험성이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추가의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중대재해, 중대산업사고 또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성으로서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잠정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종료한 후 남아 있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게시, 주지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① 위험성 평가를 위해 사전조사 한 안전보건정보 ② 평가대상 공정의 명칭 또는 구체적인 작업내용 ③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④ 위험성 추정 및 결정 ⑤ 위험성 감소대책 및 실행 ⑥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계획 및 일정 등 ⑦ 그 밖에 사업장에서 필요하다고 정한 사항을 담은 기록물을 남겨야 하며 사업주는 기록물을 3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

 

 

4. 위험성 평가의 실시 시기
- 위험성 평가는 최초평가 및 수시평가, 정기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하여야 하며 최초평가 및 정기평가는 전체 작업을 대상으로 한다.
- 수시평가는 다음 표에 해당하는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해당 계획의 실행을 착수하기 전에 실시하고, 계획의 실행이 완료된 후에는 해당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5)번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재해발생 작업을 대상으로

 

(1) 사업장 건설물의 설치·이전·변경 또는 해체

(2)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등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3)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등의 정비 또는 보수

(4) 작업방법 또는 작업절차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5) 중대산업사고 또는 산업재해(휴업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발생

(6) 그 밖에 사업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 정기평가는 최초평가 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1) 기계·기구, 설비 등의 기간 경과에 의한 성능 저하 (2) 근로자의 교체 등에 수반하는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지식 또는 경험의 변화 (3)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 (4) 현재 수립되어 있는 위험성 감소대책의 유효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집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산업위생전문가 박두용 교수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도 노동자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성 평가 도입의 배경과 단위사업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산업위생전문가인 한성대 박두용 교수를 만났다. 박두용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위험성 평가’를 주장해왔으나 정작 지금 시행되는 위험성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 맥락과 배경은 어떤 것인가?

 

1980년대 들어 영국과 미국에서 위험성 평가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이윤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거나 위험 유해 산업의 해외 외주화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유해 산업으로 인한 부담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유해물질 측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산업 위생 기술적 측면에서 포화 상태였다. 현재 사용하는 측정 기술 등이 대부분 1970년대에 개발이 완료되어,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발달할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험 관리,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이 생겼다.

 

그중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전까지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 주면서 주체를 객체로 만들어왔다면, 이제 스스로 평가를 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해나가자는 것이 위험성 평가의 철학이고 정신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유해산업이 존재하고 재래형 재해도 잦으며, 아직도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 스스로 작업장을 평가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현장에서 스스로 나서서 위험성을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작업환경측정을 해서 객관적으로 수치를 보여주고, 이에 기반을 둬 안내와 감독을 해 줘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산재를 제대로 신고하지도, 모두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사업장 평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작업장 유해요인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전에는 위험성 평가를 위해 전문가가 측정하고, 측정치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거칠더라도 그 평가를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해성을 1-4점으로 나누고, 물질 사용량을 1-4점으로 나누어, 각 점수를 곱해서 위험도를 표현해 볼 수도 있다. 벤젠을 사용한다면 유해성은 4점을 주고 쓰는 양이 거의 없으니 양은 1점을 주어 위험도는 4점이 된다. 톨루엔을 예로 들면 유해성은 2점이고, 쓰는 양도 적어서 1점을 매기면 위험도는 2점이 된다. 이때의 위험도 숫자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지 않지만, 여러 물질 사이의 위험도를 비교하면 최소한 그 사업장에서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벤젠은 향기도 좋고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 유해성을 2점 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2-3년 지나면 노동자나 부서, 사업장끼리 소통을 통해, 혹은 정부 감독이나 전문가 안내를 통해 결국 정보가 교류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 용역’ 이런 식으로 위험성 평가 자체를 다시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올해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위험도 평가 방법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사업주나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각 사업장의 유해성을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산업의 위험성’과 같이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 ‘벤젠의 위험성’과 같이 특정 물질이나 유해요인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와 대안 마련이다. 개별 사업장에 도움을 준다면, 노동자나 사업주가 한 위험성 평가에 대해 안내해주거나 여러 종류의(화학물질, 근골격계 질환 등) 위험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도록 돕고, 우선순위에 맞는 적절한 개선 대책을 제안해주면 된다.

 

소규모 사업장, 영세사업장에서는 이런 종합적인 위험성 평가가 가능할까.

 

위험성 평가가 제안된 배경이 전문가 손을 빌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직접 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실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먼저 적용되었던 방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들 자신에 의한 평가’라는 위험성 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 정착되고, 자기 작업장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져야 한다.

 

 

[특집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김재광 선전위원

 

형식적인 평가로 끝낼 것인가


지난 몇 년간의 시범사업을 지나, 올해 3월 13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위험성 평가가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현장 안전보건활동에서 위험성 평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위험성 평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다른 조사나 조치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현장 활동에 임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특정한 위험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위험성의 등급을 정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조사와는 구분된다. 다시 말해 위험성 평가는 안전보건점검에 있어 종합세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작용을 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의 재해 예방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현장의 위험을 차분하게 추적, 점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사항을 조망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안전보건 점검이 그러하듯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해를 예방하고자하는 의지가 각별하지 않다면 노사 모두 형식적으로 대하는 요식 행위에 머물 수도 있다. 또, 현장의 모든 안전보건활동은 결국 현장 노동자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참여를 독려하여 결국 현장 조직활동에 강화에 있다는 점을 잊는다면, 최대한 잘한다고 한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부서가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할까?

 

 현장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삼자


위험성 평가의 준비과정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다만, 매우 경미한 부상 또는 질병만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우선 우리 현장의 과거 재해(부상과 질병)를 먼저 점검하고, 과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예견 가능한 재해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때 화학물질이나 위험한 기계 기구 등 물리, 화학적 위험 뿐 아니라,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부족,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 육체 및 정신질환, 스트레스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평가에 포함시키자.


이를 위해 우선 현장에서 실시된 각종 조사와 점검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무엇인지,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구비되어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현황,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초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그 동안의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우리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들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현장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준비하자


박두용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본 것처럼, 위험성 평가의 중심 철학은 현장 주체에 의한 평가와 개선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위험성 평가의 핵심이다. 위험성 평가는 6단계의 절차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전 과정에서 해당 현장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현장노동자들의 교양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나, 한편 자신의 업무의 위험성에 둔감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모순된 상황이 현장에 엄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파악, 추정하는 것에서부터 위험성을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능동적인 현장노동자의 태도가 결국 이 평가의 질을 결정할 것이며, 향후 안전보건예방에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위험성 평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선제적인 현장 교양과 활동 목표를 현장노동자들과 공유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험성 평가를 통해 대책 마련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여 종합적인 안전보건예방 대책과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평가의 실용성을 설득해야 한다.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대책을 만드는데 있어, 현장의 준비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선전활동을 통하여 일련의 과정과 대책을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책의 사후 경과와 효과를 치밀하게 탐구하고 대중적으로 보고함으로써 평가의 생명력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현장 종합보고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자

 

위험성 평가를 통해 현장의 안전보건상태가 일순간에 혁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의의를 말했지만, 위험성 평가는 여러 조사나 점검 중 하나일 뿐이고, 금년에 전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는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리 활동가들이 이러저러한 조사와 점검을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만 그나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사나 점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번 위험성 평가가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 상태가 어떠한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과제를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근거가 되어야 될 것이다.

 

 

<일터> 통권 122호 / 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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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 1. 위험성 평가의 이해

  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20136,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와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03

뉴스

삼성을 바꾸자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출범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2013년을 달구었던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과 건강

불안정한 청소년 노동 지옥의 문을 열다

11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바이럴마케터, 원경 씨의 하루 l 재현

15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함께 맞는 봄, 지금 여기! l 김세은

16

연구소 리포트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l 푸우씨

20

칼럼

새로운 10년의 첫해, 탄탄한 토대를 만들자 l 김형렬

22

문화읽기

내가 꿈꾸는 병원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고 l 김정수

23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l 곽경민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이러쿵저러쿵

또 하나의 가족, 이이령?! l 이이령

44

일터 다시보기

진짜 교육, 진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어느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고 l 정경희

46

성명서

고교현장실습생 사망, 책임지는 자는 왜 없는가?

48

후원

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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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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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 2014.2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현재 50인 이상의 전임보건관리자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의사, 간호사 및 산업위생기사가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보건관리대행(이하 보대)을 받고 있다. 이 보대 업무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산업보건전문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다. 필자 역시 2년 전부터 지방의 소규모 보대업체에서 보대업무를 하며 100개가량의 사업장 노동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하지만 내가 만난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필요와 동떨어져 있는 형식적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보대의 주요 업무는 처방 및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건강검진결과를 토대로 하는 건강 상담과 간이검사(혈당, 혈압, 간이콜레스테롤 검사), 그리고 현장순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통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체감적으로 도움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검진 결과로 진단 가능한 질환에서 투약이 필요한 노동자를 병원에 의뢰하게 되거나,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으로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 특수검진 결과 관찰이 필요한 노동자(요 관찰자)들의 증상이 작업과 관련성이 있는지, 작업 전환을 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경우도 그렇다. 물론 후자의 사례는 전자보다 훨씬 적다. 어쨌든 현실에서 약물치료 의뢰는 위에 언급한 질환으로 제한되고 추적 상담 시에도 혈액검사가 제한되어 반복되는 생활습관 상담만으로는 만족감을 주기 어려워 노동자들이 정기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병을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작업 관련 증상을 가진 노동자가 알아서 상담을 받으러 오기 힘든 면도 있고, 짧은 상담시간 안에 유해공정 노동자를 모두 상담하기도 힘든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근무시간 내 상담을 기피하여 점심시간 내 상담을 계약 시 요구하는 사업장도 다반사인 현실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공적 서비스임에도 민간시장에 완전히 일임되어 있다는 것이다. 계약 주체가 사업주인 관계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서비스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와 맞물려 악순환한다. 그래서 많은 사업장에서는 노동부 감사에 대비하는 형식적 서류업무에 능숙하고 서비스 질과는 무관한 단가가 싼 보건대행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노동부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보건대행서비스가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업보건서비스 중 매우 큰 부분이라면 현재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상담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외래치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투약이나 정밀검사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니 어느 과로 가세요”라고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 1차 진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진료의뢰서를 의료진이 사용하도록 한다면 좀 더 책임 있는 의뢰가 되어 보대서비스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약물치료는 필요 없으나 관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한 내당능장애, 고지혈증 등의 질환에서는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검사 등의 혈액검사를 의료법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또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서는 뇌심혈관발병위험도나 심혈관위험지수 등의 성과지표를 사업장에 제공하도록 하여 성취정도 및 추이를 노동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현장 파악은 위생기사의 업무로 되어 있지만, 의사 역시 건강위험요인을 확인하여 적극적으로 상담에 이용하도록 현장 위험요인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생기사의 상태보고서 작성 의무를 의사에게도 부과해 건강위험요인 상태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성과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놓여 있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장 담당자를 만나는 간호사들이 계약 해지의 두려움으로 사업장 담당자들과의 관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업무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보대이용을 독려하는 사업주도 일부 있지만 이에 무관심한 사업주 역시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보대팀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이런 사업장에 검진결과마저 입수되지 않아 유소견자마저 파악되지 않으면 상담 인력이 없어 업무자체가 힘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전반적 변화나, 노동부의 보대업무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 변화는 ‘3자지불제도’나 ‘보대업체의 지역별 제한’과 같은 공공성 강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공공성강화 방안은 꼭 논의되어야 한다.

일단 당장에는 노동부의 치밀한 감시 감독과 체계적인 기관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만 상담을 강요하는 사업장 재제를 명확히 하고(현재의 갑을 관계에서 보대업체는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사업장의 무작위 감사와 노동자모니터링 방법이 유효하겠다),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며, 유소견자의 상담율이 일정기준 이하로 낮은 사업장 역시 재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또 보대 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지표와 같은 보대업무의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게 하고, 서비스 질 평가를 강화하여 질 저하가 명확한 기관은 업무정지와 같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터> 통권121호 / 2014.2

 

 

 

 

 

24

특집

  1.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 비교 연구의 의미

  

  2.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조합원들의 일상생활의 변화

 

  3.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노동자의 건강 변화

두원정공에서 시행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밤샘노동 철폐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03

뉴스

논란 중인 노동부의 울산 산재모병원 추진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늘려라

08

연구소 리포트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를 통해 살펴본 노동조건 개선방안 연구 l 김세은

14

칼럼

자회사 꼼수를 통한 민영화 l 연아

17

문화읽기

<또 하나의 약속>엔 안 나오는 진짜 마지막 컷 l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

20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l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선전국장 이정호

3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하여 l 최민

39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을 만나 다시 태어났어요l 홈플러스 노동조합 선전국장 김국현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2013년 안식년 휴가를 다녀와서 l 아이구

47

일터 다시보기

전북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를 읽고 l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영

48

후원

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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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통권120호 / 2014.1

 

 

 

 

        26

특집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지난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노보연 송년회에서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앙케이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세계적 기업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와 공공의료에서의 안전보건 뉴스가 눈에 띕니다. 올 한해,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동안전보건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03

뉴스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영광 한빛원전 l 연아

07

지금 지역에서는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즉각 실시

하라!!!

0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어떤 신인배우의 수상소감 l 정하나

10

연구소 리포트

우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l 재현

18

칼럼

우리가 안녕하기 위하여, 공공성을 지키자 l 최민

20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아는 것이 힘이다?! l 이영일

23

문화읽기

무엇을 선택하는게 옳은가!?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를 보고 l 최민

3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층층이 쌓인 불안, 어떻게 무너뜨릴까 l 흑무

39

현장의 목소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 시도에 맞선 34일간의 여의도 천막 농성을 마무리하며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두원정공 프로젝트를 마치며 l 김보성

46

성명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박근혜정부는안전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철도사유화를 막는 투쟁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한 싸움이다!

48

후원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안뉴스] 철도 민영화 이어 ‘의료 영리화’ 반대 뜨거워진다 (한겨레)

기사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주소를 클릭해주세요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18476.html

 

철도 민영화 이어 ‘의료 영리화’ 반대 뜨거워진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2014.01.05 21:34

 

지난해 말 철도파업에서 불붙은 민영화 논란이 이번엔 의료계로 옮겨붙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한 관련 단체는 물론 의사협회·약사회 등 의료분야 직능단체들까지 가세해 의료 민영화(영리화)에 반대하는 집단휴업과 대규모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후략)

<일터> 통권119호 / 2013.12

 

 

 

특집

2    2 0 1 3  현 장 연 구  나 눔 마 당

  -((1)  한 노 보 연  10 년 의  연 구,   성 과 와  과 제

(    (2) 앞 으 로 의  10 현 장 성 과   계 급 성

(    (3) 올 해 의  현 장  연 구

2008,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된 현장연구 나눔마당은 10주년을 맞은 연구소가 그간의 현장연구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자세로 현장연구를 계속해나갈지 짚어보는 자리였습니다. 또한, 연구소가 많은 역량을 투여했던 노동시간센터()의 주간연속 2교대제 변화 전후 비교 연구를 비롯하여 2013년 한노보연이 진행했던 연구 사업의 과정 및 결과를 발표하고 그 성과와 의미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현장연구 나눔마당 1<한노보연 10년의 연구, 성과와 과제> 발표 및 토론 내용과 2, 3부에서 공유한 다양한 연구 사업 내용을 소개합니다.

03

뉴스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삼성직업병 피해자 6년만의 첫 교섭, 파행으로 끝나

피해자 교섭단 자격시비로 논의는 시작도 못해

08

연구소 리포트

버스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 l 청이

14

칼럼

집배원노동자의 중대재해,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 l 김동근

17

사진으로 보는 세상

연대의 바늘 <강정의 코> l 최민

1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폐암에 걸린 선원의 억울한 이야기 l Dr.아이유

3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영업과 실적의 현장에서 사람을 외치다! l 정하나

36

문화읽기

죽지 않고 산다”, 살기 위해 산다

- KT 노동자들의 이야기, 다큐 <산다>를 보고 l 정하나

38

현장의 목소리

저희는 부당해고에 맞서 1년째 투쟁하고 있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콜센터 상담원 노동자들입니다 l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분회 조합원 유은영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안녕하세요, 한노보연 신입회원 이태진입니다 l 이태진

46

일터 다시보기

“2012년 노동안전보건 10대뉴스를 돌아보며 l 재현

47

기자회견문/긴급논평

[기자회견문]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하여 공개사과, 정당한 보상, 노동자 건강권 실현대책을 힘모아 쟁취합시다

[긴급논평] 현대제철 당진공장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 비통한 심정으로 현대제철을 규탄한다!!

48

후원

1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폐암에 걸린 선원의 억울한 이야기 / 2013.12

폐암에 걸린 선원의 억울한 이야기 

Dr. 아이유

A씨는 과거 40년 전부터 20년 이상 외국선박에서 선원으로 근무하고 폐암을 진단받은 후 산재요양 신청을 하였다. 다행히도 A씨는 폐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한 뒤 재발이 없어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A씨는 20년 이상 기관사로 근무하며 선박 내 기관실에서 매일 생활하였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기관실에 있는 각종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폐쇄된 기관실에 있는 각종 배관의 보온재를 뜯고 다시 감는 일을 반복하면서 보온재에 함유된 석면에 계속 노출되었다. 기관사 일을 그만둔 후 폐암이 진단될 때까지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가스를 공급하는 장치를 만들고 설치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이때에는 폐암 유발물질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A씨도 자신의 폐암이 선박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석면에 노출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선원법에 따라 해양항만청에 산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해양항만청은 폐암이 발생한 지 3년 뒤에 신청하였다는 이유로 산재 신청조차도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A씨에게 과거 수행하였던 일(기관사)로 인해 발생한 폐암이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은 맞으나, 선원으로 근무하였기 때문에 선원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해당 선박은 산재보험 적용사업장이 아니므로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는 산재 보상은 인정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였다.

 “해양항만청에서도 인정을 못 해주겠다 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산재가 안 된다고 하면 나는 억울해서 어떻게 합니까?”

나는 석면피해구제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통지서를 가지고 한국환경공단에 신청하면 석면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보상 금액은 산재보상에 비해 적다”고 이야기하였다. A씨는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근로자가 산재를 당했을 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로는 민법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청구권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을 비롯하여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선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주택법,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산재보상을 신청할 수가 있다. 

A씨의 폐암은 선박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산재법으로 보상받기는 어려웠고 선원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해양항만청에서는 폐암을 진단받은 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산재신청 자체가 안 된다고 하였다. 산재법에서는 재해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이후에 소멸하기 때문에 암을 진단받은 지 3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재해 사실을 인지한 것은 산재신청 바로 전이기 때문에 산재 신청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선원법의 적용은 그렇지 않았다. A씨에게는 우선 석면피해구제법으로 조금이나마 피해보상을 받으시고 선원법으로 보상받으시려면 직업성 암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낼 수 있는 대학병원의 교수를 소개해 드릴테니 나머지 과정은 노무사나 변호사를 찾아가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폐암 환자다. 폐암을 진단받을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고 항암치료까지 받으면서 현재까지는 별 일 없을지 모르나, 언제든지 재발할 수도 있고 또 갑자기 전이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폐암이 악화하여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해양항만청을 상대로 선원법에 따른 산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하거나, 선박회사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청구권을 제기하는 것이다. 만약 승소한다 해도 이 분이 그때까지 살아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A씨의 폐암은 명백한 업무상 질병이다. 그러나 산재법에 따른 보상도, 선원법에 따른 보상도 되지 않았다. 이를 어쩌란 말인가?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른 피해보상을 신청하여도 환경적 석면피해가 아니라 선원으로 근무하면서 발생한 폐암이라는 이유로 석면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A씨는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나는 A씨가 해양항만청을 상대로 소송하길 바란다. 앞으로도 폐암과 악성중피종이 발생한 많은 선원이 선원법에 따른 산재보상을 계속 신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직업성 암임에도 불구하고 진단받은 지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산재신청을 받지 않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애야 하지 않을까? A씨와 같은 노동자가 여기저기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런 일도 없애야 할 것이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얼마 전에 만난 외래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는데, 작업 도중 7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흉추 12번 골절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환자가 이런 산재를 당하였는데 당시에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 아니라 동료가 회사 차로 실어서 병원에 이송했다는 것입니다. 7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면 경추(목등뼈) 혹은 요추(허리뼈)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특히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송과정에서 잘못 옮길 경우 사지 마비 혹은 하지 마비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동료들이 그냥 옮겼다니!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당연히 119를 불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동료들이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 전에 KBS 추적 60분에서 산재은폐와 관련된 방송을 봤기 때문이죠. 당시 방송에 나왔던 회사와 같은 곳입니다. 방송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는데 119가 바로 옆에 있지만, 회사 차량으로 병원까지 이송하였고 의학 지식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이송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없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했던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작업과정에서 추락해 발생한 명백한 산재지만, 산재로 치료받은 것이 아니라 공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흉추 12번 골절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를 받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하지 저림과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2년의 세월이 경과한 진료에서 흉추 5~6번에 추가적인 압박골절이 발견되어 산재신청을 추가로 하기 위해 우리 병원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이 노동자가 애초에 산재로 처리됐다면 과연 다시 우리 병원을 방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추적60, “수치로만 안전한 나라’, 은폐되는 산업재해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하청업체에서 재해가 발생했는데 왜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환자를 실어 날랐을까요? 그것은 산재가 발생했을 때 받는 불이익 때문일 것입니다. 추적 60분에 방송된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근경색이라는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소방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실어 나른 것은 119를 부르는 순간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산재가 두려운 이유는 사내하청업체의 경우 산재 발생 자체가 원청인 현대중공업과의 이후 계약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없는 사내하청업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실제로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조장하고 있습니다. 산재 발생의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발생 여부를 하청업체의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20여 년 전 의과대학의 산재문제연구회에서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산재신청을 못 하는 상황에 분노하던 현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기가 찹니다. 아프고 다친 것도 서러운데 하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산재신청도 못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연구소 리포트]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2) / 2013.11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2)

 

한노보연

*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 결과를 [일터] 9·10월호와 11월호에 걸쳐 연재합니다.

 

III. 설문조사 결과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

1) 수면장애(일터 9·10월호)

2) 사고 위험; 교대근무자, 사고 경험 2배 높아

- 설문 참여자의 79.4%는 한 번 이상 사고로 다쳤거나 다칠 뻔한 경험이 있었다. 교대근무자의 54.9%가 이런 경험이 있어 주간고정의 27.5%보다 월등히 높았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밤 근무 중에 아차사고 및 사고로 다친 횟수가 2.06회로 다른 근무형태 및 근무시간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자의 경우 신체 리듬 교란과 수면 부족으로 사고 위험이 당연히 커지고 야간노동을 하면서 빈번해지는 아차사고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질병

빈도()

백분율(%)

위염 및 위(십이지장) 궤양

684

30.0

역류성 식도염

492

21.6

고혈압

465

20.4

불면증

373

16.4

만성 불안 및 우울증

141

6.2

당뇨

118

5.2

협심증, 심근경색

94

4.1

뇌졸중(뇌출혈뇌경색)

34

1.5

기타

82

3.6

 

3) 다른 건강문제들

- 교대근무 이후 진단받은 질병 중 위염, 소화성궤양(30.0%), 역류성 식도염(21.6%) 등 소화기계 질병의 유병률이 특히 높았다.

- 2011년 금속 수면연구와 비교할 때 위염,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뇌졸중 등 모든 질병에서 이번 연구 설문참여자의 유병률이 높았다. 양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에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철강 노동자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협심증, 뇌졸중 등 뇌심혈관계 질환 유병률이 일반 인구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교대근무, 야간노동, 직무 스트레스, 작업환경(고온, 소음), 높은 소진감 등 유해 노동 환경에 철강노동자들이 더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5. 노동 강도

1) 지금 하는 일, 얼마나 힘드십니까?

- 보그 점수는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계량화한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의 평균 보그 점수는 12.6점으로 힘듦에 가까운 수준이고, 13점 이상으로 힘듦혹은 매우 힘듦에 해당하는 경우는 46.8%에 달했다. 교대근무자들에서, 특근횟수가 많을수록, 한 달 노동시간이 길수록, 제강이나 공무 업무를 하는 경우 보그점수가 높아졌으며, 지회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3)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은 1위 교대근무, 2위 장시간 노동(잔업, 철야), 3위 설비 등 작업환경 문제(교대노동자)나 과도한 업무량과 다기능화(주간고정노동자)였다

 

 

 

4) 적정 노동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설문 참여자들은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5% 정도가 적절한 업무량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야간에는 그보다 10% 정도를 더 줄여야 심각한 피로를 겪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현재 부서 인원보다 30%가량 더 늘어야 적절한 인원이라고 평가했다.

 

6. 교대 근무의 문제점

1) 교대 근무, 뭐가 문제냐구요? 건강! 건강!! 건강!!!

- 철강 노동자들이 교대근무의 문제점으로 선택한 것은 생체리듬 파괴(35.4%), 수면부족/수면방해(26.8%), 건강문제(23.2%) 순으로 건강 관련 문제가 대부분(85.4%)을 차지했다.

 

 

 

 

2) 초과노동(잔업, 특근, 대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초과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 37.2% +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 19.1%)가 업무 관련 이유(‘내가 빠지면 전체 작업이 중단되므로’ 22.2% + ‘물량이 많아서’ 17.6%)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 나이별로는 30, 40대에서 연장근무수당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서의 응답이 높았고, 20, 30대에서는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두기 위해라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철강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 현재의 교대근무를 다른 형태로 개선한다고 했을 때 무엇이 중요하나요?

- 임금, 노동 강도, 고용 안정, 심야노동 축소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어느 것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고른 문제의식을 보여 교대제 개선 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IV. 제언

1. 교대제로 인한 건강문제 실태 파악 및 대책 수립

- 설문조사에서 철강 노동자들의 불건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선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사내 보건관리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종합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2. 교대제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1) 교대제 위험은 제거 불가능. 하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선은 가능!

- 철강사업장의 근무 일정은 야간근무가 낮이나 저녁근무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며, 연속 야간근무가 5일이나 된다. 이는 교대제 가운데에도 악영향이 더 큰 형태이다.

몇 가지 개선이 가능하다. 첫째 야간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여 야간작업 중에 느끼는 불편함이나 건강의 유해 요인을 줄여야 한다. 둘째, 조를 늘리면서 2~3일 주기의 빠른 순환으로 전환하고, 순방향(아침반저녁반야간반)으로 바꾸며, 야근한 날짜만큼 휴일을 보장하는 방안도 있다.

2) 실노동시간 단축이 관건

- 교대제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이번 설문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잔업을 포함한 1일 노동시간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고 있고, 여기에 대근, 특근 등 추가적인 노동시간이 더해져서 한 달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실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 이하로 줄이고, 하루 노동시간의 길이도 함께 제한하여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3) 노동강도 완화는 반드시 필요

- 현재의 교대근무를 개선할 때 노동강도 강화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였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며, 설문 참여자들은 30%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교대제 개선은 노동강도도 함께 줄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3. 교대제 개선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와 힘을 모아야

- 현장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현장의 다양한 이해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교대제 개선을 이루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의 이해는 부서별이나 나이별로 다를 수 있고, 심지어 현실상황이나 제약 때문에 실제 필요가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야간노동 최소화의 원칙, 하루 노동시간의 단축 등 교대제를 왜 개선하려고 하는지를 곱씹으며 조합원 교육과 토론/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요구들을 다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본조, 지부, 지회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집]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 2013.11

지난 109일과 11일에 걸쳐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유엔환경개발계획(UNEP) 주최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이 참여하는 이 화려한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미나마타 시민회관 한구석에서도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미나마타병 피해 주민들과 운동가들, 그리고 환경오염과 지역사회의 피해에 맞서온 28개국 36개 단체의 운동가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나흘 동안 중금속 문제에 대한 워크숍과 미나마타병에 대한 심포지엄, 그리고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현장 견학으로 이어진 이 자리에 한노보연도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수많은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번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된 수만 명의 삶

미나마타병, 그 고통의 역사

 

한노보연 공유정옥

 

미나마타를 배우다

일본 지명에는 귀에 익은 이름이 많다. 일단 도쿄는 수도로, 삿포로는 맥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으로(요새 나가사키는 짬뽕 이름으로 유명하다). 사실 미나마타는 수은 중독 때문에 기억하는 이름이지만 그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미나마타가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곳인지 2013년 10월 초에 직접 가본 뒤에야 배웠다.

 

작고 아름다운 미나마타

미나마타는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 서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도시다. 육지가 팔을 뻗듯 둥글게 바다를 감싸고 있어 그 안쪽 바다는 시라누이해라고 부르고, 시라누이해 한구석에 조그마한 포구를 담고 있는 만을 일컬어 미나마타만이라 한다. 미나마타만 주변으로는 작은 촌락들이 흩어져 있는데, 한눈에 다 볼 수 있을 만큼 몇 채 되지 않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형상이다. 시내에도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여느 시골의 작은 읍내 느낌이다. 작고 늙었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바닷가의 소도시, 그게 미나마타의 첫인상이었다.

 

국가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공장

1908년, 일본 카바이드 상회가 설립되고 미나마타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나중에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일본 질소비료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고(현지에서는 이 회사를 칫소라고 부른다), 이후 암모니아, 카바이드, 아세틸렌, 아세트알데히드, 염화비닐수지 등 일본 최대의 화학 공장으로 자라났다.

칫소 공장은 소규모 어업 말고는 산업 기반이 없던 미나마타 경제에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칫소라는 이름조차 붙이지 않고 그냥 “공장”이라 불렀다.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기업이 작은 어촌에 공장을 차렸다는 자랑스러움도 컸을 것이다. 칫소는 미나마타 지역에서 영주와도 같은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영주가 수만 명의 삶을 앗아가리라고는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으리라. 

 

최초 환자 발생마을. (사진촬영: 공유정옥) 

 

죽어가는 동물들

일찍이 1920년대부터 미나마타 어업 조합에서는 칫소 공장 폐수 때문에 생기는 피해로 골치를 앓았고 몇 차례 이 문제로 칫소와 보상 교섭을 갖기도 했다. 칫소는 매번 ‘앞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다시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소액의 보상금을 쥐어주었고, 어민들은 그 이상의 대책을 요구할 줄 몰랐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다. 미나마타만 안에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떠오르고, 빈 조개껍데기가 늘면서 바닷가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파래와 미역은 색이 바래지고 뿌리가 잘려 떠다니고, 나중에는 식용 해조류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어획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바닷새들이 눈에 띄게 둔해져 ‘장대로 두드려 잡을 수 있을 정도’였고, 까마귀 떼가 미친 듯이 하늘을 날다가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동네 고양이들은 땅에 코를 박고 맴돌거나 몸을 비틀며 펄쩍펄쩍 뛰다가 바다에 뛰어드는 ‘고양이 미친 병’을 보였다. 주민들은 불길한 징조에 불안했지만, 그 불길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관심을 두지 못했다.

 

1956년, 첫 미나마타병 피해자 발견

1956년 4월 21일, 칫소 미나마타 공장 부속병원 소아과에 6살 여자아이가 진찰을 받으러 왔다. 멀쩡하던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걷지도 못하며, 미친 듯이 소란을 피웠다. 이틀 뒤 만 세 살이 되어가던 여동생도 같은 증상으로 진찰을 받으러 왔고, 두 자매의 어머니는 옆집에 사는 아이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의사들이 동네에 왕진을 가보니 그들 말고도 비슷한 환자가 여럿 있었다.

 

“만 5세 4개월. 4월 28일부터 걷는 것이 비틀비틀해지고, 말이 불명료해지고, 물건을 쥘 수 없게 되었다. 5월 9일 물을 마시게 하면 자주 흘리고 사레가 들었다. 5월 10일 서지 못하게 되다. 5월 17일 사지가 경직되다. 5월 21일 폐렴이 생기고 경련이 빈발했다. 전신 경련이 심하고 몸이 변형되고 의식을 잃다. 5월 23일 사망.”

이곳은 미나마타 만 깊숙한 곳에 작고 가난한 어부들이 사는 자그마한 마을로, 밀물 때면 창밖으로 낚싯줄만 던져도 바로 생선을 낚을 수 있었다. 5월 1일 칫소 부속병원 원장은 미나마타 보건소에 ‘원인불명의 중추신경질환이 다발하고 있다’고 정식으로 보고했다.

 

괴질 대책위원회와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자 5월 28일, 미나마타 보건소와 시, 시의사회, 치소 부속병원과 시립병원 등이 모여 <미나마타시 괴질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생각해서 환자들을 병원에 격리하고 온 동네를 소독하러 다녔다. 그 덕에 환자의 가족이나 같은 동네 주민, 더 나아가 미나마타 출신 사람들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전염병 환자로 낙인찍혀 갖은 사회적 차별을 받았다.

석 달이 지나도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자, 괴질 대책위원회는 구마모토 의대에 원인 규명 연구를 의뢰하였다. 구마모토 대학은 미나마타병 의학연구반을 현지에 파견하여 집안에서 사용하는 음식물과 인근 바닷물, 어패류 등 온갖 것들을 열정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956년 11월, 구마모토 대학 연구반은 이 괴질이 전염병이 아니라 미나마타만 지역의 오염된 어패류 섭취에서 비롯된 중금속 중독으로 보인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확히 무슨 중금속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패류 섭취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뜻을 담고 있는 발표였다. 그러나 이 결과는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곡식과 채소를 사 먹을 돈이 없는 가난한 미나마타 어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해산물을 잡아 주식으로 삼고 있었다. 그것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인 줄도 모르는 채.

 

미나마타 사건의 책임이 있는 칫소정문(현재 JNC)    

 

12년간의 살인 방조

1956년 5월에 첫 환자가 보고되었고 그해 11월에 해산물 섭취로 인한 중금속 중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일본 정부가 미나마타병을 정식 공해병으로 인정한 것은 1968년 9월 26일이다. 정부는 12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칫소를 감쌌고, 칫소가 무사히 아세트알데히드 공장 문을 닫고 난 뒤에야 문제를 인정하고 나섰다.

그 12년에 대한 여러 자료를 읽다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가령 1957년 구마모토 지방정부에서 미나마타산 해산물에 대한 규제를 검토했을 때 중앙정부 후생성에서는 “원인 물질을 아직 모른다”며 이를 만류했고, 1958년에 후생성 자체의 과학연구팀이 “원인물질을 규명하기 전이라도 식품섭취를 통제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다음 해에 별 이유 없이 이 팀을 해산하고 미나마타병 조사를 수산청으로 이관시켰다. 한 정부 부서에서 칫소 공장의 폐수 방출을 금지하려 하자 통산성(무역, 산업 담당 부처)이 나서서 “칫소와 같은 시스템을 가진 다른 공장들 주변에서는 비슷한 환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칫소 공정이 원인이라면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환자들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폐수 규제를 가로막기도 했다.

한편 칫소는 공장 폐수를 사료에 타서 고양이에게 먹이는 실험을 통해 미나마타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미 1959년에 알고 있었지만, 이 결과를 철저히 은폐했다. 오히려 일본화학공업협회와 도쿄공업대학 교수 등을 동원해 “폭약설”, “아민 중독설” 등 엉뚱한 원인설을 내놓아 원인 규명을 교란한다. 

 

“이제 미나마타병은 끝났다.”

급기야 1960년이 되자 일본 정부는 “이제 새로운 환자 발생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962년에는 수산청에서 담당하던 일체의 연구도 중지시켰다. 더는 환자를 찾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연구는 1968년 공해병 정식 인정을 하기까지 6년 동안 완전히 정지되었다.

첫 환자 발생 후 무려 12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의 가난한 민중들이 오염된 해산물을 먹고 병들고 죽어가는 사태를 내버려뒀고, 이런 정부의 살인 방조 속에 칫소의 아세트알데히드 생산량은 1950년 5천 톤 미만이었던 것에 비해 1960년경에는 4만 5천 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2의 미나마타병 발생과 시민회의 결성

1965년, 미나마타에서 한참 떨어진 니가타시 부근 아가노 강 유역에서 미나마타병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강 유역에는 쇼와전공이라는 회사가 칫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아세트알데히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니가타 지역에서는 1964년부터 고양이들이 미쳐 날뛰다가 죽어가기 시작했고, 개와 돼지, 까마귀도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일 년 뒤 사람들도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니가타 미나마타병 연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했다. 환자 발생 다음 해인 1966년 초에 쇼와전공의 공장폐수가 오염원으로 지목되었으며, 몇 달 뒤에는 공장 배수구 근처에서 메틸수은을 직접 검출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13명은 1967년에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한편 미나마타에서는 1968년 1월에 <미나마타병 대책 시민회의>가 결성되었다. 이들은 니가타 지역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정부를 상대로 온전한 보상과 공해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동안 고용안정과 임금보전을 위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자신들 내부의 수은 중독 문제를 외면하던 칫소 노동조합도 1968년이 되자 달라졌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미나마타병과 싸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해 8월, 공장 문을 닫고 남은 수은 원액 100톤을 한국에 수출하려던 칫소의 시도를 막아낸 것도 노동조합이었다.

 

보상, 분열, 그리고 다시 투쟁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1969년에 미나마타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안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자 주민들은 매우 놀랐다. 하지만 정부의 보상은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고, “보상 처리 결과에 일체 이의 없이 따른다”는 확약서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정부 보상안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서게 된다. 찬성파는 모든 보상 문제를 후생성에 일임하겠다는 태도를 밝혔고, 반대파는 자주적인 교섭과 소송을 통해 칫소를 상대로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1969년, 전국 222명의 변호사가 참가하여 자주교섭파를 지원하는 변호단을 결성하고 마침내 칫소를 상대로 29가구 112명의 위자료 청구소송이 첫발을 떼었다. 1973년 3월, 4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승소를 쟁취한 환자들은 도쿄에 있는 칫소 본사로 찾아가 직접 칫소와 교섭을 하기 시작했다. 일부 환자들은 이미 1971년 11월부터 칫소 공장 앞에서, 12월부터는 도쿄 본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여 1년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투쟁에 소송에서 이긴 자주교섭파 환자들이 합류하여 투쟁이 점점 거세어지자, 마침내 1973년 7월, 환경청의 중재로 이후 새롭게 인정될 피해자들에게도 보상금과 의료비, 연금을 지원한다는 칫소와 환자들 사이의 협정서가 만들어졌다.

 

칫소의 구원투수, 다시 정부가 나서다

1970년까지 미나마타병 환자로 인정받은 수는 고작 121명이었지만, 1973년의 판결로 600명이 추가로 인정되었다. 게다가 앞의 협정서로 칫소는 이후 발생할 환자들까지 보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판결 이후 밀려든 신청자들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1976년에는 미처분자 수가 3천 명에 달하며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른다.

그 대책으로 1977년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인정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은 신속한 처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미나마타병 인정을 훨씬 엄격하게 하여 이후 약 3년 동안 2천 명의 신청을 기각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렇게 기각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더는 싸움을 이어갈 힘이 없었다. 1978년, 환자 4명이 기각을 취소해달라는 재판을 제기하여 승소했지만, 정부가 고등법원에 항소하자 3명은 소송을 취하했다. 남은 단 한 명이 대법원까지 가서 마침내 미나마타병임을 인정받은 것은 1997년의 일로,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2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로부터 미나마타병을 인정받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이 모여 집단 소송을 시작했다. 1980년에 시작하여 열여섯 차례에 걸쳐 원고들이 추가된 끝에 총 1,362명의 피해자가 원고로 나섰으며, 이후 1980년대 말까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시작되어 총 2천 명의 피해자들이 소송에 임하게 되었다. 이들 소송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면서 차례로 원고들의 승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소송에 패소한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여 문제 해결은 더뎠고, 피해자들은 이미 평균 70세를 넘은 노인들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1995년 들어 정부가 “정치적 해결”이라는 이름으로 화해를 제시하자 환자들 대부분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질긴 싸움으로 지켜낸 진실

이때 유일하게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계속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칸사이 지방으로 이주해 살고 있던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항소에도 끈질기게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2004년 대법원을 통해 중앙 정부와 구마모토현이 미나마타병의 피해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얻어내었다. 이 판결은 반세기 동안 숨어있던 환자들로 하여금 다시 인정 신청을 할 용기를 불어넣었고, 2006년까지 3천7백 명의 피해자가 새롭게 나타났다. 1천 명의 원고가 다시 재판을 시작하기도 했다.

소수의 끈질긴 싸움은, 칫소와 정부가 은폐하려 애써온 문제의 실체를 집요하게 드러냈다. 마침내 2009년 의회에서는 미나마타 구제법을 만들어 이전에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보상금과 의료비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구제 정책에는 2012년 7월 말까지 총 6만 5천 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한다. 2013년에는 대법원에서 1977년에 사망한 여성을 사망 36년 만에 미나마타 피해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미나마타 심포지엄. (사진촬영: 김세은)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나마타병의 피해자는 드러난 숫자만 수만 명, 미처 보상을 신청하지 못한 채 죽어갔거나 2세에게 태아성 미나마타병으로 이어질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 공장 하나가 남긴 상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끔찍한 규모다.

하지만 피해자 규모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은 미나마타 지역이 아직도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다. 칫소에서 미나마타만으로 방출한 수은 양은 70에서 150톤 정도라 하는데, 공장 폐수 배출구 주변에는 지금도 수은을 함유한 폐기물이 4미터 깊이로 쌓여있다. 공장에서 미나마타만 쪽을 향한 58만 2천 제곱미터의 매립지에는 수은농도가 25ppm에 달하는 151만 톤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다. 정부는 그 위에 14년 동안 60억 달러를 들여서 “에코 파크”를 조성했다. 엄청난 양의 수은을 전혀 정화하지 않은 채 벽으로 둘러싼 뒤 그 위에 흙을 덮은 것이다.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이 엄청난 수은이 순식간에 바다로 쏟아져 내릴 수 있다.

공장을 기준으로 미나마타만 반대쪽에는 하치칸이라는 저수지가 있는데, 콘크리트와 모래로 둘러싸인 56만 제곱미터 규모의 이 저수지에는 칫소 염화비닐공장에서 나온 오염물질들이 담겨 있다. 저수지 주변 주거 지역에는 땅으로 스몄다가 다시 땅 밖으로 삼출하여 나온 화학물질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오염물질들을 칫소와 정부가 책임지고 정화하지 않는 한, 미나마타 문제는 결코 끝난 게 아니라고 피해자들은 외치고 있다. 이미 목숨을 잃거나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수만 명에게 안겨준 가해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가며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미나마타에는 서러운 민중의 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 지배계급의 잇속을 위해 치러진 침략전쟁이 그러했고, 그로 인한 원폭과 패전도 그러했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역시 그러했듯, 국가와 경제의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안아야 했던 일본 민중들의 한. 단지 수은중독이라는 네 글자로 담을 수 없는, 담아서도 안 되는, 그 원통한 삶과 죽음 그리고 투쟁의 역사가 그곳에 있었다.

일본 정부는 미나마타병 문제가 잘 해결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국제 수은 협약에 미나마타 이름을 붙이자고 주장했다. 미나마타 피해자들은 이를 반대했다. 12년 동안 칫소의 살인을 방조하고, 다시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 피해자들을 기만해온 일본 정부가 그처럼 쉽게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피해자에게 제대로 보상하고, 미나마타의 오염된 땅과 바다를 정화하며, 앞으로 이와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은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담기지 못한 협약은 미나마타 협약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 이번에 채택된 <수은에 대한 미나마타 협약>의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11월 20일 현재 93개국이 서명하고 미국이 가장 먼저 비준한 상태다. 미나마타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대한민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수만 아니 수십만 민중의 삶을 앗아간 이 문제에 대해 우리도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