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다시 투쟁의 시간... / 2019.12

특집3. 역행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 2019.12

역행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노동안전보건 정책 행보

 

퇴진 촛불의 결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정책 이념과 이론이 취약한 상황에서의 인기관리를 핵심목표로 갖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다분하다. 노동자·시민의 생명안전과 관련 공약과 정책을 발표했으나 인기관리의 맥락에서 속도 조절을 해왔고, 최근에는 오히려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2017년 대선시기 세월호 광장에서 진행된 '대선후보 생명안전 서약식'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직접 서명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제·개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비롯한 생명안전 관련 공약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20177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했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 외주화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안전의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 사망사고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다,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8, 범부처 합동으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20181, '국민생명안전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사고성 산재사망 절반감소 대책을 포함했다. 이후 환경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환경미화원 안전대책, 2019년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 등 각종 안전대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대책은 휴짓조각으로 전락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약속을 파기했다. 오히려, 생명안전제도의 개악과 후퇴가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월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해 국민안전 약속 서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가습기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모습

 

김용균이 없는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에 대한 유족과 사회적 투쟁으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의 도급금지에는 구의역 김 군도, 태안화력의 김용균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없다. 대선 공약에서는 산업현장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제개정, 상시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하도급 전면금지를 명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도급금지의 범위를 22개 사업장으로 극단적으로 축소해서 입법 예고를 했고, 국회를 통과했다. 자본과 국회 핑계를 대던 정부는 하도급하려면 노동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도급승인조차도 4개의 화학물질 설비 해체작업으로만 한정했다.

 

건설현장에서는 해마다 600명이 사망한다. 그중 20%가 넘는 사망사고는 건설기계 장비에서 발생한다. 장비 사고 중 65% 이상은 굴삭기, 덤프, 이동식 크레인 등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원청 책임 적용 대상으로 이들을 제외한 채 2개만 규정했다. 사고 다발 기종은 아예 빠진 것이다. 원청 책임 강화 전면 적용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하위법령에서 사무직 노동자만 사용하는 사업장은 적용을 제외했고, 사고가 다발하는 에어컨 등 전자제품, 통신 설치·수리·정비작업도 빠져있다. 법의 구멍은 실제 산재 사망사고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지난 117일 오전10시 경 경기 남양주시의 한 건물에서 통신 개통 작업을 위해 홀로 건물 외벽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을 하던 KT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KT새노조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T서비스 남·북부에서 총 6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중 외주화가 진행된 KT서비스 남부의 경우 같은 기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쳤는데, 이 중 3명이 협력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을 두고 더 위험의 외주화는 없어야 한다던 문재인 정부였다. 이후 진행된 특조위는 노동의 외주화가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였다. ‘외주화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노동의 불안전성을 높인다. 외주화는 고용을 외부화 할 뿐만 아니라 위험 역시 외부화한다. 이때 위험은 단순히 위험이 외부로 전가되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동태적으로 파악하면 원-하청 관계에서 새로운 위험이 형성된다.’는 점을 규명하였고, 이로부터 위험의 외주화는 원-하청 관계에서 새롭게 구조화된 위험의 형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특조위의 권고는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와 조선업 노동자의 죽음 이후 꾸려진 사고조사위원회는 위험의 외주화가 산재사망의 주범임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권고는 보고서 활자로만 남아있다.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참여 사고조사위원회는 조선업 산업재해 조사위원회 이후 열린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1월 국가인권위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 증진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 개선 불법 파견 근절 노동 삼권 보장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도급 금지 작업 확대, 생명안전업무 기준 구체화, 산재보험료 원·하청 통합관리제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내뱉은 말이 이행되지 않으니, 인권위까지 나서게 된 처참한 상황이다.

 

위험의 외주화, 자본에게 책임 물어야

 

곧 김용균 노동자의 1주기다. 위험의 외주화에 의한 죽음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11일부터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김용균 분향소를 설치하고,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 철강,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18일부터 조사위원회 권고 즉각 이행 촉구, 위험의 외주화 금지·중대재해 기업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 투쟁에 나섰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가 문재인 정부의 인기영합을 위한 말 잔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위험의 외주화는 구조화된 위험이다. 노동을 분할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며, 원청의 책임을 지운다. 노동자와 시민의 힘으로 사회에 드러낸 위험의 외주화.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사용자, 자본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자.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 시켜 노동자·시민의 생명안전을 지켜내고,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과 정부 관료에게 조직적 책임을 묻기 위한 연대와 투쟁에 함께하자.

특집2.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 2019.12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

 

2018년 이후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여러 정책 토론회, 보도자료를 통해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63%를 기록해 2017년보다 19.1%포인트 상승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20196월까지의 승인율에서도 65%로 이어져 승인율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각 질환별로 승인율을 살펴보면, 2016년에 비해 2017년도 승인율이 뇌심혈관계 질환은 10.6%p 상승(22.0%32.6%), 정신질환은 14.5%p 상승 (41.4%55.9%), 근골격계질환은 7.5%p 상승(54.0%61.5%), 직업성 암은 2.6%p 상승했다(58.8%61.4%).

 

고용노동부의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뇌심혈관계질병 인정기준)’ 고시 개선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노동부는 20181월 개정한 고시를 시행하여 평균 업무시간이 주 60시간이 안 되고 52시간에 미달해도 교대근무, 해외 출장, 책임의 증가, 높은 육체 강도 업무, 휴일 부족 등 질적인 요소를 반영하여 과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업무상 질병을 판정하는 데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추정의 원칙을 만들어 작업(노출)기간·노출량 등에 대한 인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반증이 없는 한 해당 사례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암, 희귀 질병, 특정 직종의 근골격계질환 등에서 이와 같은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었다.

 

 

구분

2014

2015

2016

2017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승인

직업성암

215

86

129

188

92

96

228

134

94

303

190

113

 

(40.0)

(60.0)

 

(48.9)

(51.1)

 

(58.8)

(41.2)

 

(61.4)

(37.3)

<> 직업성 암 신청, 승인율 변화

 

 

산재 신청 증가했나?

 

2018년 산재신청 건수는 128576건으로 2017년에 비해 24860(21.9%p) 늘었다. 출퇴근 중 사고를 산재보상 대상으로 확대하고, 노동자가 사업주의 확인 없이도 산재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지 않을 경우, 진단서만으로도 산재신청이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여전히 많은 병원의 의사가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산재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산재요양 신청서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서류가 아니라, 해당 병원에서 해당 상병으로 진료를 받고 있음을 써주는 것인데, 이에 관해 부담을 느끼거나 귀찮은 이유로 써주지 않는다.

 

애초에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환자의 신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치의나 자문의사의 판단으로 산재절차가 밟아질 수 있어야 한다. 20% 이상 신청 건수가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재해율은 1%를 넘지 않고 있다. 독일, 캐나다 등이 3% 수준임을 생각하면, 신청하지 않는 재해, 질병이 아직도 너무 많다. 산재신청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청과 승인절차를 더 간소화하고, 산재신청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뒤따라야 하고, 산재요양의 질을 개선하고, 작업 복귀 프로그램이 강화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신속한 처리 이루어지고 있나?

 

산재보험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다. 그러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신청과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은 신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2018년 근로복지공단은 16건의 업무상 질병 사건을 처리했고, 이들의 평균 처리기한은 166.8(근골격계질환 108.7, 뇌심혈관계질환 103, 직업성 암 341, 정신질환 179일 등)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는 자신의 병이 직업병으로 승인되기 전에는 치료에 소극적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병이 잘 낫지 않을 것이고, 산재 노동자의 복귀는 더 늦어진다. 장애가 남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손해다. 몇 가지 조치는 당장이라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와 공단 자문의 소견이 업무관련성이 높다라고 판단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승인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단계적으로 2주 혹은 4주 이내 요양 기간의 질병부터 실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직업성 암은 당연 인정기준을 확대하여 그동안 직업성 암으로 인정된 유사 사례를 정리하여 전문조사 없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바로 판단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자문의사에 의해 바로 판단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 직업병 인정, 여전히 어렵다

 

최근 5년간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2014137, 2015165, 2016183, 2017213, 2018268명으로 총 966명이다. 이 중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은 총 522건으로 승인율은 약 54%에 불과했다. 아직 정신질환은 산재신청도 적고, 업무상 질병 판정에서도 개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으로 확진된 사례라면 환경요인과 관리 요인을 중심으로 업무관련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산재신청과 승인 사례가 늘고 (특히 사망 사건), 예방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지역별 승인율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6개 지역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주요 질병에 대한 승인율의 차이가 현저히 드러났다. 근골격계질환 산재판정 결과는 평균 승인율이 최저 60.4%에서 최고 86.7%까지 편차가 컸다. 지역별로 업무관련성이 높거나 낮은 질병만 신청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직업병을 인정하는 위원회의 판단 절차와 과정, 인정하는 기준의 차이가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위원회의 위원장이 갖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고, 위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구성의 변화 또한 필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비롯한 업무상질병판정을 위한 여러 심의회의 체계상 변화가 필요하다. 그 중 임상의사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심의회에 참여하기보다는 업무관련성평가에서 상병을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즉 심의 전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고, 업무관련성을 평가하는 것은 법률적 판단, 사회적 판단 중심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심의마다 다뤄지는 건수를 제한하여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위원회별로 구성 위원 수를 줄여 (현행 7명에서 4~5명 수준), 위원회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입안·시행되어야

 

산재로 승인받는 것보다 질병이 걸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로사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의 제도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근골격계질환의 문제는 인간공학적인 작업환경 개선으로, 정신질환은 과로, 직장 내 괴롭힘, 폭력, 감정노동 등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정책들이 뒤따라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와같은 노동정책의 변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우려스러운 행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탄력근로제 확대, 30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 상한제 실질적 유예, 특별근로허용제 도입 등 장시간 노동 사회로 회귀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40시간 법정근로시간 조차 무력화 시키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돌아봐야할까. 이처럼 오히려 예방이 아니라 직업병을 늘리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모든 일하는 이들의 건강할 권리가 보장되고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가 취한 방향이라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노동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은 어디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집1.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 / 2019.12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

 

최민 상임활동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2022년까지 자살 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 주도로 관계부처가 함께 하는 자살 예방 국가행동 계획, 교통안전 종합대책,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집행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돼 간다.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을 노동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여러 부처가 공동의 행보를 시작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10월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6개 대형 건설사 현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징벌적 현장 점검'12월부터 특별 점검 형태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사에 영향력이 큰 국토교통부의 감독이 노동부의 부족한 관리, 감독 인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넘어 건설 현장을 바꾸는 지렛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산재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현재 정부의 접근 방식만으로, 2022년까지 산재 사망 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더디게 줄어드는 산재사망사고, 건설업은 오히려 증가

 

2018년부터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정부에서는 2018년 사고사망만인율 8% 감소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2018년 사고사망자 수는 971명으로 2017964명보다 더 증가했다. 노동부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 사망이 증가했고(10), 이전 년에도 사망했지만 유족급여를 뒤늦게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궁색했다.

2019년은 2018년보다는 사고 사망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3/4분기 산업재해 발생 현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12월 발표 예정), 상반기까지의 현황을 보면, 20196월말까지 사고사망자수는 465명으로 2018년 상반기보다 38명이 감소해 7.6%의 감소율을 보였다. 사고사망만인율은 0.2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2p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줄긴 했지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구분

2018.

16

2019.

1~6

증감

 

증감률

ㅇ 사망자수

1,073

1,115

42

3.9

- 사고 사망자수

503

465

-38

-7.6

- 질병 사망자수

570

650

80

14.0

ㅇ 사망만인율

0.58

0.60

0.02

3.4

- 사고 사망만인율

0.27

0.25

-0.02

-7.4

- 질병 사망만인율

0.31

0.35

0.04

12.9

ㅇ 건설업 사고사망자수

235

229

-6

-2.6

ㅇ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

0.86

0.97

0.11

12.8

 

게다가 안전보건공단과 노동부가 전력 집중하고 있는 건설업의 사고 사망자는 여전히 전체 사고 사망의 49.2%229명이나 됐다. 2018년 상반기보다 6명 줄었을 뿐이다. 2.6% 감소해서, 전체 사고 사망자수 증감율보다 낮다. 산재보험 대상 건설업 노동자 수가 줄어, 사고사망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2018년 상반기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0.86, 2018년 전체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1.65, 2019년 상반기 건설업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0.97이다. 2018년 전체 사고사망의 49.9%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는데, 그 비율도 큰 변화가 없다.

 

사고 유형으로 보면 떨어짐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84(39.6%)으로 여전히 가장 많다. 2018년 상반기에는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73명으로 34.4%였고, 2018년 전체를 통틀어 보면 376명으로 38.7%였다. 떨어짐 재해가 오히려 소폭 늘어나고 있으며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아직 각 업종 내에서 사고 유형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세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매우 더딘 속도로 감소하고 있을 뿐이며, 그 효과 역시 정부가 자신 있게 집중했던 건설 현장, 추락사고 예방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연말에 발행할 ‘2018년도 산업재해분석에서는 2018년부터 해온 추락사고 예방 중심, 건설업 안전 비계 설치 중심의 사고사망재해 예방활동에 대한 중간 점검과 진지한 평가가 제출되어야 한다. 건설업에서 추락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그 효과는 어떤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런 예방 활동이 앞으로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이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

▲ 지난 11월22일에 '문재인정권 생명안전제도개악분쇄!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투쟁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노동자 단속 대신 권한과 책임 있는 자를 찾아라

안전비계를 지원하여 사망사고를 줄인다는 것은 매우 좁은 목표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접근이다. 사고 사망이 매우 높은 한국 상황에서는 이런 접근이 효과를 일부 발휘하기를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는 단순한 인적 오류가 아니라 기업의 안전 문화부재 및 시스템 실패와 관련성이 높다는 최근의 연구를 고려한다면, 실제로 지금까지 2년 동안 정부의 산재 사망 사고 감축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 없이, 지금처럼 얼마 안 되는 행정력을 특정 업종에 총동원해 따라다니는 방식으로는 절대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예를 들어, 원청이나 실사용주의 책임성 강화, 실질적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부여, 안전에 최상위 가치를 부여한다는 기업들의 명시적 선언과 이에 걸맞은 실천 등이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더 시급한 일일 수 있다. 안전공단에서 2018년 제출했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가 산업현장에서 권한과 책임 있는 자가 산업안전보건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적 접근 외에 이런 거시적인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이며, 얼마나 추진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업주는커녕, 노동부 자신도 이런 시각을 제대로 장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1121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이륜차 안전운행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및 단속이라는 보도 자료를 냈다. 최근 3년간(’16’18) 이륜차 가해 사고로 연평균 보행자 31명이 사망하고 3,63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연평균 812명의 이륜차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특히 이륜차 탑승자 중 배달 종사자가 많아 이륜차 사고 예방은 교통안전과 산재사망사고 줄이기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운전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21일부터는 이륜차 사고가 잦은 곳과 상습 법규 위반지역에서 고위험 위반행위를 암행 단속하고, 난폭운전 등에 대한 기획 수사도 추진한다고 한다. 국민이 좀 더 편리하게 공익 신고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국민제보앱 화면에 이륜차 신고 항목을 별도로 신설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산재 사고를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탓으로 보는 접근이다. 배달 종사자들이 왜 난폭운전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사고는 줄지 않는다. 노동자의 위험 행동과 단속사이에 숨바꼭질만 벌어질 뿐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고 고정급이 보장되면 훨씬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안전배달료등을 도입해서 배달 단가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서울신문, 2019.11.21.) 배달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 등의 이름으로 고용 관계를 넘어서는 노동력이 점점 증가하고, 정부는 이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위험은 여러 형태로 증가할 뿐이다.

 

노동 정책 전반이 변해야 산재 사망 줄어든다

 

그런 점에서 산재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임금과 고용 등 노동정책 전반에서 함께 고민돼야 한다. 하지만 산재사망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노동정책 전반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1812월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이후 석탄화력발전소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에서는 다단계 고용 구조 자체가 책임의 공백을 낳고, 새로운 위험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설비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어도 약속했던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는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구의역 사고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대안으로 직접 고용이 제안되었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계획은 여전히 자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 중심이다.

 

201910월에도 선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철도노조는 32교대에서 42교대로 전환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라며 파업을 진행했고 지난 1125일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측과 잠정합의하였다. 당시 코레일 사측에서도 최소한 1,800명 이상은 충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에서는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회사 측 주장마저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아쉽게도 노조 핵심 요구안이었던 인력충원에 대한 확답을 이끌지 못해 과제로 남았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는 언어, 문화 등의 이유로 산재 사고 고위험군이 되기 쉽다.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와 흔한 사고예방을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 등을 교육해야 한다. 지금은 입국한 노동자가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을 뿐, 사업주들은 관련 교육을 받을 의무가 없다. 사업주들에게는 외국인고용관리 교육을 실시하며 그 내용은 주로 고용허가제, 출입국관리법, 외국인근로자 노무관리기법 등이다. 산재 발생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발생 시 고용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제재도 없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별 사업장 교육과 감독으로 2018135, 20196월까지 42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산재 사망사고 줄이는 것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산업안전보건정책뿐 아니라 고용, 임금 등 노동 정책 전반을 바꿔야 한다. 지난 수십 년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뒷전인 채로 경영을 하고, 이윤을 남겨 온 세상이다. 전 사회적으로 노동자 권리가 증진되고, 노동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과정을 통해서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지켜질 수 있다.

 

산재사망사고는 그 사회 노동권의 수준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존중정책이라던 약속을 모두 버리고, 유예하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줄어들길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자, 노동조합에 더 적극적으로 손 내밀어야 한다. 주체들의 안전보건활동 참여가 행정력의 공백을 메우고, 현장의 문화를 바꿀 것이다. 건설노조에서 얼마 전부터 국토교통부와 함께 현장안전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법적 근거도 없고, 큰 현장 중심의 소수 현장에, 예고한 날에만 방문하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 노동조합이 이렇게 사업장을 수시로 드나들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현장을 바꾸고, 위험하다 싶으면 멈출 수 있을 때야 사망사고가 줄어들 것이다. 노동권을 키우고,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는 정책이다.

 

[토론회]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와 시사점

연구결과 발표 토론회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와 시사점

일시: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14시~17시30분
장소: 프란치스코교육회관(정동) 212호
주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사회: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대표 발제: 지방정부 노동정책 실태 및 개선 방향 -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보조발제
: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
: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
지정토론
: 나상윤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 최정명 (경기본부 수석부본부장)
: 이진숙 (인천본부 정책국장)
: 이광규 (민주노총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