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모집기간, 20.07.27~20.08.21)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약칭 한노보연)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독자연구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연구 공모 사업을 통해 청소년 노동 및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산재환자 복귀 연구, 미스터리 쇼핑과 서비스노동, 플랫폼 알고리즘과 디지털 노동자 일중독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노보연 자체적으로 주간연속2교대 변화의 영향,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등의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연구 공모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1.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 1)

- 노동보건과 관련된 자유 주제

(현장참여 연구방식인 경우)

 

2. 지원 자격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인 및 단체

 

3. 접수 시기

2020.7.27.(월)~2020.8.21(금)까지 

 

4. 공모 심사 및 채택 통보

1) 심사 : 2020.8.22.(토)~2020.9.6(월) 자체 심사

2) 통보 : 2020.9.8 (화) 전화 또는 메일로 안내 

*심사 과정에서 연구자와 협의하여 연구계획이 수정 또는 보완 후 채택할 수 있습니다.

 

5. 연구 기간

6개월~1 (제출된 연구계획서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6. 연구비 지원액

- 500만원 내외로 심사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지원비 지급 시기는 연구 계획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7. 연구결과 제출

연구가 종료된 후 2주 이내에 연구보고서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전자 파일로 제출합니다.

 

8. 연구 과정 공유

연구 진행시 연구과정에 대한 진행 경과를 공유하여야 하며 1회의 중간보고서 제출을 합니다.

 

9. 연구결과 공유

1) 연구결과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부토론회 또는 공식연구발표(최소 1회 이상)를 통해 공유되고 보고서 전자 파일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2) 연구보고서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 지원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10. 공모 방법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이메일로 접수

(서류접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공식창구로 접수되지 않은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11. 갖추어야 할 서류

소정의 서식에 따른 연구 공모 지원서, 연구계획서, 예산 계획서 등 필요한 사항

노동보건연구 지원서식_2020.zip
0.03MB

 

12. 문의 사항

02-324-8633 (서울사무실 번호)

kilshlabor@gmail.com 

* 통화가 안될 경우 메일로 문의사항 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 

[토론회]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과 알권리

[토론회]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과 알권리
- 2019년 청소년 플랫폼 구축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발제>
1. 각국의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매체 현황과 국내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 
: 2019년 청소년 플랫폼 구축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2. 알권리는 살권리다
: 알권리에서 배제된 청소년들
-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

<토론>
1. 이수정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2. 피아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3. 이순환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 중등직업교육정책과)
4. 김태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일시: 2020년 7월 23일 (목) 오후2시
- 장소: 재단 숲과나눔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606, 금정빌딩 6층)
- 참가신청: bit.ly/알권리토론회

- 문의: 02-324-8633 
- 주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알권리 토론회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알권리 토론회 :2019년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구축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 청소년의 노동안전보건 알권리의 필요성을

docs.google.com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 2020.05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강충원 후원회원,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방역저지선이 뚫렸다", "전사, 영웅" 등의 단어부터 재난 극복을 위한 총동원 체제, 고양된 어조로 전하는 뉴스속보 등 흡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같은 재난은 일상을 잊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속한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분들의 발길 또한 끊어졌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정되었던 안전보건교육과 운동교실, 집단상담, 찾아가는 이동상담이 모두 취소되었다. 국가적 재난에 모든 공공기관의 의료진들과 정신보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동원되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응하고 있지만, 내방과 출장 없이 멈춰버린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는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과 계약한 실적목표 이외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는 민간위탁사업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가 21곳이나 있지만, 그림자처럼 멈춰 있었다. 그래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 '우리회사 주치의' 관계를 맺은 사업장, 센터와 연결된 돌봄노동자, 이동노동자, 항공 관련 업종, 문래동 철강단지의 소공인 사업장, 대중교통 운전기사, 자동차 정비업체, 분진노출 사업장 등에 산업용 마스크를 전달하고 방역수칙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손씻기는 물론 방진용 마스크 착용을 꺼려하던 분들이 이번 기회로 보호구 착용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생겼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한다는 체면은 세운 것이다.



코로나19로 돌아보게 된 일할 권리, 건강할 권리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과 A보험회사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환자로서의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아플 때 쉴 권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다. 2015년 우리는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서울삼성병원과 같이 큰 병원도 감염관리가 되지 않으면 더 위험한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것으로는 감염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 전반의 감염위기상황에서는 반드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에는 병원이송노동자, 보안노동자 등 서울삼성병원이라는 대기업 원청에서 관리되지 않던 수많은 병원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근건센에서도 이전까지 3~4개의 콜센터사업장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었음에도, 조밀한 책상배치와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노무관리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상담사들의 감염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사업장의 보건관리가 기초서비스 제공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 회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생활유지를 위한 논의와 더불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   또 다른 판데믹에 맞서,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한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보건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pixabay

 

건강할 권리와 함께 일할 권리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문제보다 실직문제가 더 큰 고민인 노동자들도 있다. 서울·서울서부 근건센 2곳에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소속의 학교급식종사자들의 작업환경개선과 보건관리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가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보건관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학교급식소는 "기관내구내식당업"이라는 유권해석으로 현재는 산안법이 적용되어 각 학교별로 급식설비의 개선과 함께,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조리종사자의 직위도 교육공무직으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방학 기간에는 무급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며, 사실상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2달 정도의 방학, 즉 실업 기간에 근건센에서 아픈 몸을 쉬면서 재활운동과 건강관리를 받는 분들도 계셨는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보건관리사업도 함께 연기되었다. 5월부터 개학하기로 된 것은 다행이지만, 교육청에서 발표한 개학 이후 학교급식 운영방안은 여전히 조리종사자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감염관리, 환기관리 대책이 부족하다. 인력충원 없는 부담 증가가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영향, 급식종사자의 건강이상 발생 시 유급병가 부여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취약한 사업장들의 감염관리/산재예방체계를 갖춰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많아진 사업장도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겨를도 없이 마스크 생산업체가 24시간 비상가동을 시작했다. 마스크 생산량 확보를 위해 정부는 사업체들에 추가고용지원금을 제공했고, 근건센은 생산업체의 건강관리 긴급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보다 몇 배를 더 생산하게 된 노동자들은 피로누적과 과로, 수면문제, 근골격계 문제를 겪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건센 지원의 문제점은 사업주 요청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량확보가 중요했고,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업주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노력에 노동자 건강을 관리한다는 구호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제조업체의 건강지원을 나갔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근건센이 연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규모사업장, 취약작업환경사업장, 건강실태조사 고위험 사업장 등 이름도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노동자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는 어쩌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또 다른 판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장의 감염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실적 중심의 예방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급작스런 위험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조성과 공공보건 지원체계 확립의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전환 가운데서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근건센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조금 더 담대하게! -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 인터뷰 / 2020.05

노동자 건강권 쟁취, 조금 더 담대하게!

-반올림 이상수 활동가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인터뷰하러 가는 길, 마치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 것 마냥 들썩거렸다. 5년 넘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와 동고동락했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올해 1월 말 각자 둥지를 틀게 됐다. 오랜 시간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묵묵히 걸어온 이들이 독립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22일 오후 구로구 반올림 사무실에서 2017년부터 상임활동가로 일해 온 이상수씨를 만나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 그리고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나누었다.

반올림과의 만남, 다시 만난 세계

가장 첫 질문으로 반올림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상수씨 본인 역시 삼성전기에서 PCB(인쇄회로기판)를 연구, 개발하는 일을 했다. 1999년에 입사해서 11년 조금 넘게 일을 하고 퇴사했다. 이때의 경험이 상수씨를 반올림 투쟁에 함께하게 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활동가를 만나게 됐는데 저에게 뭘 많이 물어봤어요. 제가 일했던 곳에서 사람이 병에 걸리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으니까요.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몇 번 자문도 하게 됐죠. 법정 증언도 했어요. 이후 농성을 하게 되면서 농성장에 직접 가기도 했어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죠.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프셨던, 돌아가신 분들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았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현장에 대해선 잘 안다고 할 수 있었죠. 자세히 들여다보니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 게 LCD(액정표시장치)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걸 배웠어요. 중요한 계기가 됐죠."

그곳의 모습이 상수씨에겐 아직도 선명하다. 다양한 색깔의 화학물질이 목욕탕 크기의 어딘가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기도 하고, 거대한 기계들이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소음 등 일단 공장에 들어선 순간 압도된다.

하얀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에 들어선 순간 누구나 멍해지는 걸 느낀다. 기압 자체가 다르다. 온도, 습도, 불빛 등 환경 요인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 반도체 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 환경오염도 없고 더불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위험하지 않은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올해 2월 기준 삼성 계열사(전자산업 분야)의 직업성질환 제보현황을 보면 총 588건, 그중 사망은 179건에 달한다. 상수 씨가 일했던 삼성전기에서도 제보가 25건, 사망은 17건에 달한다.

"반올림 운동 그 자체가 인상적이에요. 개인적으로 이전에 거쳤던 전업활동가는 아니지만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이래저래 받았던 좌절, 상처가 치유되는 기간이기도 했어요. 반올림의 운동은 산재피해가족운동이기도 하면서 활동가, 시민, 의사, 법률가, 언론인 등 각자 자기 몫을 해냄으로써 불가능했을 과제를, 다들 버거웠을 과제를 끌어안고 성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노력을 신뢰하게 됐죠."

촛불 투쟁 그리고 희망

반올림과 인연을 맺게 된 이후부터 상임활동을 하는 지금까지 가장 기뻤던 때가 언제였는지 떠올려 달라고 했다. 그는 2018년인 2년 전 삼성전자와 맺은 협약을 떠올렸다. 전자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알리게 된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11년, 중재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일군 의미가 큰 성과였다.

"기뻤어요. 사실 2015년 10월부터 시작한 농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2015년 10월 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가 수용해서 만들어진 조정위원회가 열렸지만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가 아닌 자신들이 만든 보상위원회 때문에 조정위 권고안을 미루자는 입장을 발표했어요. 저희는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거예요. 2016년엔 삼성전자가 옴부즈만 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회 전체 인식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냐였어요.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2016년 11월 말부터 광화문에서 촛불이 벌어지면서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당시 광장에서 황상기 아버님이 중앙 연단에서 연설도 하셨죠. 그때 우리가 맨날 하는 방진복 다잉 퍼포먼스를 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되게 낯설어했거든요. 그런데 해가 바뀌고 연초에 퍼포먼스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낯선 이에게 설명도 해주시더라고요.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준다고 느꼈어요. 촛불을 거치면서 생긴 힘이 농성을 지속할 수 있게 했고, 그렇게 버틴 힘으로 협상까지 갔다고 생각해요. 사회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반올림의 시작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죽음이 계기가 되었고, 진실에 다가갈수록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님이 밝혀졌다. 황유미씨 산재 신청을 준비하면서 미국의 IBM, 타이완의 RCA 공장 등 암으로 죽어 나간 젊은 노동자의 이야기가 한국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08년 본격적으로 반올림 이름을 사용하면서 활동 목표를 '직업병과 환경오염이라는 반도체 산업 세계화에 대한 폭로와 저항'으로 설정한 것도 그 까닭이다.

담대함으로 나아가는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꿈꾸다

최근 상수씨와 반올림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다. 바로 서울반도체의 이가영씨 산재 사망과 대학교 현장실습생 방사능 피폭 사고 그리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이다. 이가영씨는 서울반도체에 2015년 2월 입사했다. 그리고 2년 뒤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았고, 2018년 9월 림프종이 재발했다. 그는 유해 물질에 대한 교육,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주야 2교대로 장시간 근무했다. 어렵게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산재 취소 소송까지 냈다. 게다가 회사는 올해 1월 14일 직원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설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한 내용의 사내 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7월에는 서울반도체에서 대학생 현장실습생 방사능 피폭 사고가 있었다. 안전장치가 임의로 해제된 반도체 결합검사용 X선 발생장치에 손을 넣고 작업을 하다 피폭을 당한 것이다. 이들 역시 현장실습 첫날부터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 것이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가 피해자 가족과 함께 대응하면서 학교와 업체 측에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 합의와 이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현장실습 나가기 전 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애쓸 예정이다.

▲   작년 8월 27일 안산시청 앞에서 "서울반도체 및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건강권 회복을 위한 안산시흥지역 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안산시흥지역의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곳이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 반올림

  
"서울반도체 사건은 악랄한 기업의 문제고, 방사선 피폭 사고입니다.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주된 주인공으로 얘기해왔는데 방사선도 등장한 거죠. 게다가 피해자로 현장실습생까지 생긴 거예요. 저는 대학생도 현장실습을 한다는 걸 이번 계기로 알았어요. 고등학생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서울반도체에 노동조합도 있었지만 노조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고서야 뒤늦게 산재 사고를 알았어요. 회사는 이가영씨가 산재 인정받았을 때 그걸 되돌리겠다고 취소 소송을 냈어요. 고인이 살아있을 때 그 소식을 듣기까지 했고, 결국 돌아가시면서 장례 투쟁까지 해서 비로소 소송 취하가 됐죠.

산업기술보호법 개악도 저희에겐 매우 중요한 사건이에요. 개정된 걸 알고 나서 분노와 허탈이 뒤섞였어요. 노동자의 알권리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간신히 진전되는 와중에 누군가 반칙을 써서 바꿔놓은 느낌이었죠. 10년 만에 산재인정 받은 삼성LCD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가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냐'는 거에요. 회사 다닐 때 극기훈련을 가서 나무에 매달려 떨어지면 혼나고, 물에 들어가서 숨 차는 훈련을 받았었데요. 말도 안 되는 복종훈련을 받은 거죠. 그런 걸 가르칠 시간은 있었으면서 정작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던 거죠.

그런 배경이 있어 산업기술보호법 대응 활동에 특히 한혜경씨와 김시녀 어머니가 활동을 열심히 하셨어요. 저는 알권리라는 건 기본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지 일하는 사람에게만 공개하면 되는 문제인가 싶어요. 당연히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청년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반올림은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유해 물질에 대한 알권리, 사업장의 유해환경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개정법 시행 바로 이틀 전 2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작업환경보고서 일부 비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산재 입증, 나아가 작업장의 안전보건 조치를 사전에 할 수 있는데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에 내몰린 것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결국 3월 5일 반올림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는 헌법소원 투쟁에 돌입했다. 이 싸움은 한국 사회의 노동자 알권리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느냐의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싸움이 될 것이다.

상수씨는 마지막으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훨씬 담대하게, 꿈을 같이 꾸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8년 김용균 죽음 이후 한국사회의 안전에 대한 감수성 자체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전의 성과를 기반으로 담대한 진전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됐다는 것은 전체 사회 운동 속에서 유기체적으로 놓일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함께 성과를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 2020.04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쉽게 억울하고, 억울한자리에 놓이는 곳이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도 그랬다. 조연출로 입사한 뒤, 청주방송에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의 조연출과 연출 업무를 했다. 매년 정규직 PD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자유롭게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고, 공무원들과 협의하여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 정산하는 등의 대외 업무도 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용 서류를 써 냈다. 모두 청주방송 PD로서 한 일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2018년 문제가 생겼다. 동료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인건비 증액과 인원 보강을 나서서 요구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고가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종료라고 했다. 억울한 마음에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소장을 접수한 지 14개월이 지난 뒤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과는 패소. 재판 과정에서 CJB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재학 PD를 위해 나선 증인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고인을 돕기로 했던 증인 한 명이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했다. 1심 선고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억울하고 억울하다는 말만 하며 울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받자마자 곧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끝까지 싸워보겠다 다짐했지만, 분노와 억울함이 더 컸다. 결국 202024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1956개 단체가 모여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 이재학 PD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방송계의 오랜 문제인 무늬만 프리랜서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얼마 전인 323일 이재학 PD49재가 있었다.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책위의 싸움에 대해 들었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기 위한 싸움

이재학 PD의 경우,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법정 투쟁을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전에 미디어오늘에 소송 과정이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알고 있던 분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이재학 PD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방송 산업 내에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방송작가, 독립PD 등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다. 방송작가나 독립PD들은 개편 때 잘리면 그만이다. 그런 경우 한 건, 한 건 법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재학 PD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도 중요한 과제지만,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회 한 번 잡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49재는 같이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청주방송 앞에서 작은 집회로 진행했다. 조계종에서 천도제를 지내주셨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지난 227일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합의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합의하에 대책위원회와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첫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고인이 억울하다고 한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회사는 합의서에서 진상조사위 꾸리고 성실하게 임하겠다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을 방송사 내부위원이 아니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재학 PD1심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의 증언을 방해하고, 중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런 행동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합의서 쓰고, 사과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적당한 외부위원을 찾기 힘들다며 위원 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회사 내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논리인데, 그렇게 되면 방송사 직원, 노동자들이 제대로 진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일단 대책위 추천 진상조사위원들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9재가 끝나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했다. 1~5층 돌면서 직원들도 만나고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전 보도국장인 고위 인사가 배석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도 청주방송 모기업인 건설사의 이두영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청주방송 음해세력이라고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뒤로 회사 분위기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례적으로 요구하여 꾸리게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PD억울함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학 PD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도화선이 된 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동료들의 처우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본인이 당했던 불공정함 뿐 아니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밝히는 게 고인의 명예회복에도 중요하다. 이후, 문제제기 과정에서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위증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러면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학 PD가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회사와 함께 다시 짚어보면서, 회사도 반성하고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재학 PD14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에서는 홈페이지 리뉴얼한다면서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 보기도 삭제하고 있다.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재판도 이어가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여, 고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밝히는 것, 그야말로 노동자였다는 걸 밝히는 게 중요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방송 펑크낼 거야?’

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 중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방송국이 왜 후진적으로 운영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이 유난히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중소제작사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외주편성 비율을 정해두게 된다. 외주제작사에 방송 기회를 일정 정도 이상 줘서, 외주제작사를 키워서 방송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외주제작사의 직접고용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IMF이후에는 고용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예로 들면, 100명 중 5% 정도가 방송사 정규직이다. 나머지 95%의 비정규직도 고용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프리랜서, 파견, 도급 등등. 아예 무계약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구두계약조차 없는 상태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짤리는일도 여전히 많다.”

이 업계에서는 그래도 방송은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말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송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 외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간 특례업종으로 밤샘노동을 당연히 해 온 것이다. ‘방송 펑크 낼 거야?’라는 말이면 모든 게 정리돼 왔다. 우리가 관행이라 부르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나 서열 문제도 심각하다. 꼭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직군별로나 고용 형태 별로 서로 이해도 높지 않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다. 같은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라서 임금 차이도 크고 위계도 심하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차이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스템이 제대로 돼야 한다. 직군별로, 맡은 역할이나 일한 연차 등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든지, 표준적인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계는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여기서는 10만원인데, 할래?’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척하는 방송사, 거기서 비롯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노동, 과로사와 안전문제, 저임금과 폭력적인 직장 문화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도 4~5년 정도의 일이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2016년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방송작가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결성되면서 이제야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방송계에서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투쟁에서도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는 고용 불안이 너무 크니 불안해하고 있다. 회장 말 한마디에 사내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하고, 대책위에 도움을 주던 분이 힘들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방송계에서 몇 년간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장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현장 노동자 모임하면, 누가 알까봐 걱정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방송 현장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주먹구구식 구조이다보니,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관계도 쉽지 않다. 제작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도 하고, 이 사이에서 단결이나 연대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 문제제기나, 싸움이나, 연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무늬만 프리랜서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처우 개선이나 조직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다. 그래서 지상파 4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안에 제3, 4의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 PD가 해고되기 전, 동료들의 처우개선 문제제기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런 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용기를 냈던 사람이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게 안타깝다. 장시간 노동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한 처우에 목소리 한 번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재학 PD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책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련 실태조사도 하고 있고, PD 외에 다양한 방송직군 증언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도, 방송계 노동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처지에 놓인다고 한다. 재택근무하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정규직도 있지만, 일당 받는 직군들은 방송 하나 취소되면 생계에 직격타를 입는다. 반대로 별다른 예방 조치 없이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장시간 촬영을 강행하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이재학 PD의 죽음에 대해 청주방송의 책임을 묻는다.

[문화로 읽는 노동] 상공인들의 노동을 찾아서 :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 / 2020.05

상공인들의 노동을 찾아서 :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

최혁규 문화사회연구소

 

노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리는 노동자를 어떻게 상상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노동자를 어떤 방식으로 재현해왔는가? 노동자를 기록한 대부분의 사진은 노동 현장을 포착하거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전자든 후자든 포토제닉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노동자의 손과 표정 그리고 땀을 사진적 표현의 중심에 놓곤 한다. 이를 통해 투박하고 강인한 노동자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일종의 숭고미를 그려낸다. 이는 비단 노동자라는 대상을 다룰 때만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행위를 사진 이미지로 기록해 보여주고자 할 때 흔히 취하게 되는 전략이다.
 

▲   그림 1.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노동자역사 한내, 2015, 한내), 『연장전: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노순택·박점규, 2017, 한겨레출판), 『어제와 오늘 2』(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2007, 눈빛). ⓒ 알라딘

 


노동자에 대한 지배적인 재현과 상상

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르포르타주의 목적으로 찍은 사진부터 예술 작품으로서 촬영된 사진까지, 일상적인 삶을 포착한 사진부터 투쟁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출간한 <사진과 함께 보는 노동자역사 알기>에 수록된 사진들이 있다. 이 사진집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사진들을 집대성한 자료로써, 노동운동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노순택이나 정택용 같은 작가들의 사진은 노동자들의 일상과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밀착해 예외적인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그들의 희비를 포착한다. 또한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과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집은 일반적인 민중들의 생활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로 노동의 풍경을 살펴보기에 충분하지 않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공장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포스트포드주의로 전환되었고, 노동력에 이어 인간의 생각과 감정도 교환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은 육체노동과 지적노동 그리고 감정노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분되었고, 노동을 구획하는 시공간적 경계도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노동자에 대한 상상과 재현은 기존의 공장 노동자의 형상에서 그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노동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기록하거나 우리가 놓쳤던 노동의 역사적 이미지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  그림 2. 『다시 보는 청계천 1965-1968』(구와바라 시세이, 2017, 청계천박물관),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1973-1976』(노무라 모토유키, 2013, 눈빛), 『청계천 사람들: 삶의 투쟁의 공간으로서 청계천』(최인기, 2017, 리슨투더시티). ⓒ 알라딘

 

 
어디에도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소상공인의 노동

소상공인 집단의 계급적 위치가 모호하기 때문일까? 소상공인 혹은 소상공업 노동은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는 것 같다. 대개 소상공인은 혼자서 일하거나 한두 명의 직원들을 둔 채 일하고, 한 사업체의 경영자이지만 동시에 노동자로서 쉬는 날 없이 일한다. 그리고 업체에 고용된 임노동자들은 때로는 사장 이상으로 업체 경영에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처하기도 한다. 일종의 소규모 업체가 가진 운명공동체적 성격 때문이다. 이러한 소상공인들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식당과 카페 같은 곳에서부터 시장의 상점이나 공방과 공업소 같은 곳들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주요 담론에서 소상공인들의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는 필요시 소상공인들을 항상 국가의 중요한 경제적 주체로 호명하지만, 정작 이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 운동은 소상공인의 애매한 계급적 위치 때문인지, 아니면 노동조합법 바깥에 있기 때문인지, 이들을 노동운동의 주체 혹은 노동운동에 연대하는 주체로 인식하지 않는다.

임금 문제만을 두고 본다면, 소상공업 사장과 노동자는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들은 착취와 수탈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노동을 다룰 때 이들의 노동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노동문제에 있어서 어디에도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자들이다.



청계천 일대 상공업, 그곳에서 포착한 삶으로서의 노동
 

이들의 모습과 역사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은 서울의 주요 상공업 지역인 청계천 일대이다. 청계천 일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중심업무지구이면서 역사적으로 오래된 상공업 지역이다. 이 지역의 근현대적 형성은 전후 도시 빈민들의 역사와 함께한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청계천변에 판자촌을 형성해 살기 시작했고, 이들은 넝마 줍는 일을 하거나 매각된 식민지기 물품이나 미군 부대에서 나온 군수품 등을 변형하거나 분해해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에게 노동은 생존과 직결된 삶 그 자체였다. 196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판자촌 강제 철거에도 불구하고, 노점에서 시작된 상공업 행위는 점차 주변 주거 지역으로 확산되어 지금과 같은 광범위한 상공업 상권을 만들었다. 이 상권은 청계천을 따라 신설동과 황학동 일대에서 동대문을 지나 을지로 입구까지 길게 이어진다.
   
일찍이 청계천 일대의 도시빈민과 상공인에 주목한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은 청계천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 중순의 청계천 일대의 모습에 주목했던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구와바라 시세이, 1970년대부터 청계천 일대에서 사역하면서 도시 빈민들의 삶을 기록한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정치인이자 빈민운동가였던 의원 고 제정구, 1980년대 말부터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이 일대의 상공인들을 기록한 사진작가 이한구1), 청계천 일대 상공인들의 노동과 투쟁을 기록한 빈민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최인기2) 등이 있다.

어떤 이는 청계천 도시 빈민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어떤 이는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강제 퇴거의 위기에 놓인 청계천 상공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담아낸 사진은 그 누구도 기록하지 않았던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찍은 역사적 증거물이자, 도시빈민과 상공인의 삶을 증명하는 투쟁의 무기였다. 이는 현재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반대 투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록이자 다가올 미래를 향해 있는 이미지

노동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가 노동을 기록하고 표현하고 상상하는 방식은 꽤 단순하다. 청계천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노동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들은 그동안 우리가 노동을 이야기할 때 잘 떠올리지 않았던 소상공인들의 노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 긱 노동자(gig worker) 등 노동의 형태가 점차 파면화되고 다양해지면서 노동자를 상상하는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청계천 사람들의 노동을 기록한 작가들의 사진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향해 있는 이미지이다. 어쩌면 이 사진들은 청계천 사람들의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찍혔는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이한구의 청계천, PROLOGUE
http://www.artkoreatv.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84

2) 청계천·을지로 개발에 저항하는 사람들(최인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97402

[문화로 읽는 노동]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 2020.04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채은 선전위원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약 갱신, 트레이드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가리킨다. 난롯가에 둘러앉아 여러 가지 정보와 소문이 오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명쾌하고 정확한 몸값

필자는 꽤나 야구광이다. 한동안은 야구 경기 일정에 맞춰 삶을 계획하기도 했을 정도였고, 특히 우승팀을 가리는 진승부가 벌어지는 일명 가을야구 시즌에는 거의 야구에만 빠져있을 정도였다. 야구는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는데, 예를 들면, 타율, 타석, 타수, 득점,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볼넷 등을 통해 각 선수의 능력치를 숫자로 표현하고 이는 명쾌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이다. 이러한 야구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90만 달러까지 된다고 했잖아요. 근데 50만 달러만 써서 허접한 애를 데리고 온 거예요?”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애라서요.”

그러게 잘난 놈이면 50만 달러에 왔겠어요? 자기 몸값이 자기 능력이잖아요.”

대화 속 야구선수는 몸값50만 달러밖에 안 되는 허접한 선수. 부상도 있고, 소위 잘 나갈 수 있는 기간이 지난 상태에 있는 그냥 그런 선수. 만년 꼴찌팀 드림즈는 50만 달러에 선수를 기용하고 비용 절감의 이득을 얻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잉여비용은 새로운 선수를 사는 데 사용된다. 적은 금액에 굉장히 효과적인 쇼핑을 마친 셈인데 마음 한편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

어디 야구팀뿐이겠는가?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일터도 마찬가지이다. 할당된 업무에 대한 평가는 매년 이루어진다. 기업들은 S, A, B, C, D의 등급으로 개인과 팀의 성과를 정량화하고 이에 따라 그 해의 성과급과 다음 해의 연봉, 즉 몸값이 정해진다. 최고의 등급을 받으려면 단순히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 따라서 경쟁이 시작되고, 경쟁은 과한 노동을 가져와 연장근로, 야간근로는 늘 있는 일이 된다. 게다가 옆 동료는 더이상 동료가 아니고 내가 이겨야 할 대상이 된다. 최하위 등급은 반드시 누군가가 채울 것이고, 나는 최하위 등급을 받아서는 안 되니까. 능력 있는 자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고, 능력 없는 자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경쟁으로 인해 켜켜이 쌓여있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배제의 도화선이 되고, 이는 일터괴롭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명쾌하고 정확한 숫자로 인한 서열화는 인간의 본질과 가치를 몰살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짜리 사람인지가 우선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받는 연봉이 깎이게 되는데, 당신의 지금 성능으론 그 가격을 주지 못하니 좀 더 일하고 싶으면 떨어진 성능만큼 하향된 가격대를 받아들이기를 권유받기도 한다. 여기에 인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터를 구성하고 있는 기계이거나 인적 자원’, 물건만이 남는다.

우린 가끔 나는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을 가졌으며,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얼마짜리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각자의 본질에 관심이 없다. 대학 입학 성적, 학점, 시험 점수 등 온갖 테스트를 통한 수치, 월급, 연봉 등 각자가 얻어 낸 숫자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그렇기에 진짜 가치를 알아봐 주는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 비록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이 강한 것일지라도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속에서 우리가 숫자로 남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몰인격을 인정하는 애석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짜 가치를 알아준다는 것은 뭘까?

이와 관련해, 드라마 속 한 장면 중, 포수 서영주에 대한 서사는 꽤 인상적이다. 야구 포지션 중, 포수는 가장 중요하지만 투수의 빛에 가려진 안타까운 자리이다. 사실 포수는 야구 경기 전체를 읽어내는 포지션이기에 그라운드 안의 감독이라고도 불리는데 말이다.

극 중 서영주는 만년 꼴찌팀 드림즈의 포수다. 현재 야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개인의 능력치를 높이는 것과 몸값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모든 선수의 연봉 삭감의 위기 상황에서도 본인의 입장만을 고수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수 서영주는 온갖 고질병에 시달린다. 포수는 경기 내내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해야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방향에 쉽게 따라가려면, 혹은 도루하는 선수들을 즉각 방어하려면, 순간적인 자세 변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로 인해 땅바닥에 편하게 엉덩이를 대고 앉지 못하고, 엉덩이를 공중에 띄워 앉은 것도 아니고 서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여야만 한다. 이를 보여주듯 극 중 포수 서영주의 무릎은 물로 가득 채워져 있고(그래서 늘 물을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치질 등 항문 관련 질환 등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허리 또한 망가진 상태이다. 이렇게 몸이 망가졌으니 그만큼 보상받아야겠다는 독한 맘으로 연봉 협상 과정에서 거칠게 행동한다. 그렇게 고집을 꺾지 않고 사납기만 하던 포수 서영주는 단장 백승수의 한 마디에 이 마음이 누그러진다.

 

다치지 말고 뛰세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는 단순한 말이나 운동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대접을 받았다고 느낀 것일까. “지금 저 걱정해 주시냐고요.”라는 포수 서영주의 대사는 그가 진정 원했던 대접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우승을 위해 몸을 망가뜨려야만 하는 야구선수에게 당신의 건강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말 한마디, 나는 당신이 다치지 않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 바란다는 내심의 의사가 닿는 순간 그 선수는 인적 자원이 아니라 인간이 된 것이다.

일터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숫자에 따라 매겨지는 거짓된 가치를 벗어나고 싶은 것. 그건 알고 보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히 조직 내 부품이 되어, 그리고 항상 평가의 대상이 되어, 앞으로 계속 사용될지 혹은 폐기되어 버려질지 모르는 처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격체가 되는 그 순간. 우리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주하려는 것. 사실, 그게 서영주와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정신질환과 자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2020.05

정신질환과 자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여진 업무상 정신질환 연구팀

 

1. 들어가며

정신질환과 자살 모두 논란이 많은 영역이다. 현재 정신질환 자체를 부정하는 고전적인 반정신의학적 도전은 잦아들었다고 하더라도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신질환에 대한 공식적으로 내려진 명쾌한 정의는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임상가들은, ‘상당기간 지속되는 인지적, 정서적, 지각적(perceptual), 행동적, 기타 심리적인 역기능적 변화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신체질환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필자는 정신질환의 특수성, 특히 분류와 진단에 있어서의 특수성을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자살과 정신질환과의 연관성과 그 논란에 대해서도 덧붙이고자 한다.

 

2. 신체 질환과 다른 정신질환 진단의 특징

정신질환의 증상과 징후는 단순히 개인의 생존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인 관계나 직업적 수행을 포함한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 통하여 그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아볼 수 있다. 그런데 생물학적 현상보다 심리학적 현상, 그보다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더 높은 층위에 자리할수록 더 복잡한 기제들의 조합에 노출이 되며, 의도를 갖고 실천하는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개방된 체계에 가까워진다.1) 이러한 이유로 정신질환의 원인부터 증상의 발현까지 여러 층위의 무수한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인지 알기가 대체로 (신체질환보다) 어렵다. 더구나 사회적 규범에 따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이러한 정신과 행동의 변화는 달리 평가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정신질환의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정신병적(psychotic)이라면, 현실적으로 정의를 내리기보다 어떤 때정신병적이라고 하는지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2)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었다고 판단될 때 어디서부터 현실검증력(reality testing)’이 손상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신체질환 역시 정의와 진단기준을 둘러싼 무수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 자료와 근거(유전학, 역학 등의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임상적 지침 역시 개정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건은 신체질환이건, 정신질환이건 당시의 과학적 근거들에 뒷받침된 최선의 결론이었는지 여부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진단기준이나 척도상 절단점을 단지 잠재적인 합의로 받아들여야 한다.

끝으로 정신질환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확실성을 지닌다. 뚜렷한 예측 인자들이 부재하는 데다, 당사자의 성향이나 인지기능, 사회적 자원 등의 상호 작용으로 증상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증상이 고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사회적 관계는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 간에 형성되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정신질환의 증상이 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거꾸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증상의 발현이나 중증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연히 진단명은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진단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진단은 자의적인 딱지 붙이기(labelling)을 지양하고, 치료에 있어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 사회적 지원, 법적 배/보상 등의 사회적 개입의 준거를 마련하여 이를 정당화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질환의 진단 분류는 자연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자연과학적 근거들이 등장한다면 한 질환이 두셋으로 나뉘거나 분류 체계상 거리가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사회 환경적 변화로 인해 더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어폐기된 진단도 적어도 일부 생길 수 있다. 덧붙여 병인론적 기제가 밝혀지지 않은 점들이 많아 신체 질환에 비해 월등히 현상학적인 방법을 많이 쓴다는 점도 상기한 불확실성에 더 기여하고 있다. 증상은 각기 특정한 패턴으로 군집하여 나타나므로, 우리는 서로 다른 정신질환을 논할 수는 있다.3)

그렇다면 정신질환은 왜 생기는가? 가장 간단한 대답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유전이라는 말은, 가족력이 있다는 뜻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재까지 적지 않은 유전학적 성과들이 진단분류학에 기여하고 있는데, 흔한 오해와는 달리 유전학이 곧 결정론은 아니다. 반대로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는 결정론도 있을 수 있다. 최근 환경적인 영향이 유전자 일부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한다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 주목을 받고 있다.4) 사족으로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하여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생물학적 치료만 가능하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한편, 환경적 요인에는 초기 생애적 환경(대개 정신치료는 여기에 초점을 둔다)도 있으나, 출생 전 태내 환경, 물리적/화학적, 사회적 환경 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신질환이 나타나는 이유는 생물학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증상이 발현되는 것은 물리적, 화학적 뇌손상 때문이기도 하고, 이른바 신경전달물질 간의 불균형과 조절실패에 대해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의학적 처치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을 문제의 원인이라고 일컫는 것이 온당한가? 차라리 질환을 구성하는 결과가 아닌가? 조현병, 우울장애, 자폐증, ADHD등 환자들의 뇌발생상의 기능적, 구조적(비특이적) 이상의 근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5)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개입이 무척 중요할 법한데도, 정신질환에 대한 1차적 예방-질환 발생의 결정 요인에 대한 개입-은 신체질환에 비해서도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정신질환만큼 개인화, 의료화가 문제인 영역이 있는데 바로 자살이다.

 

3. 자살과 정신질환, 그리고 논란

먼저 자살과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교과서인 Synopsis Of Psychiatry를 보면, 최대 95%의 자살 성공자들에게 정신질환이 있었으며, 우울증(80%), 조현병(10%), 치매나 섬망(5%), 알코올 의존(25%)이 차지한다고 한다. 정신과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12배가량 자살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기반하여 현 산재보상보험법 상 원칙상 자살을 고의적 자해의 일부로 보고, 산재 보상의 대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정신적인 이상 상태에서 실행했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고려할 때 대부분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지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왜곡된 인지가 현실검증력의 저하와 동의어인지도 의문이 남는다. 앞서 현실검증력 저하 상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언급하였다. 또한 정신질환의 결과로서의 자살이 틀림없다고 할지라도 그 개인의 동기는 고통으로부터의 탈출, 타인에 대한 복수, 자기 징벌 등 여러 양상을 보일 수 있기에 개인의 의도가 어디까지인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복잡하다.

물론 질병에 의한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장점이 있기는 하다. 남겨진 이들에게 적잖은 위안을 주며, 업무상 자살에 대한 보상을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럼에도 자살의 의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은 작지 않다. 어려운 철학적인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 정신질환의 사회적 관리나 예방에 관한 주류의 행보를 본다면 충분히 우려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운 나쁘게정신질환이 걸린 탓으로 되어, 고위험군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발견과 전문가에 의한 개인 치료가 강조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살이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맥락은 삭제되어버리고 만다.

 

4. 맺음말

이상으로 짧게나마 정신의학의 전통적인 견해,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필자의 관점에 대해 다루었다. 최근 일과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활동가들의 고민도 깊어진 것으로 안다. 전술하였듯이 정신질환과 자살에 관한 논란의 지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터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질환과 질병이라고 부르는 결과에 이르기 전에 각종 위험요인들, 특히 환경적 요인을 통제하는 1차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신체 건강에 대한 사회환경적 요인의 중요성도 인정하지 않는 의사나 기타 전문가들이 대다수인데,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1) 베르트 다네마르크 외 저. 이기홍 역. 2005. 새로운 사회과학방법론 : 비판적 실재론의 접근. 파주 : 한울아카데미.

2) Fulford, B. 2004. Insight and delusion: from Jaspers to Kraepelin and back again via Austin In X. Amador Ed, Insight and Psychosis, Awareness of illness in Schizophrenia and related disorders 2nd ed, pp. 51-78.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3) Sims, A. . 김용식, 김임렬, & 정성훈 역. 2003. 마음의 증상과 징후(3)서울 : 중앙문화사.

4) 그리고리 L. 프리키온, 애너 이브코비치, 앨버트 S. 융 저. 서정아 역. 2017. 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 : 더이상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는 방법서울 : 한솔아카데미.

5) Sadock, B., Sadock, V., & Ruiz, P. 2015. Kaplan&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Behaviora Sciences/Clinical Psychiatry (11th ed). New York: Wolters Kluwer.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 2020.05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신희주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 글에서 소개할 노동시간의 건강관련성을 다루는 논문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라 필자가 분류한 것들이다. 사실 노동시간은 배타적으로 사회학적 주제는 아니며, 다양한 사회과학과 의학·보건학적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학의 수많은 연구 주제들이 실제로 경제학, 역사, 철학, 정치학 등 사회학보다 등장이 빨랐던 오래된 학문들에서 다루어 왔던 것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문들은 학문 자체의 정통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변화된 요구에 맞는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회학 역시 인접학문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별개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과학기술, 의료·건강 분야까지 학제 간 연구가 이루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회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데 선구적으로 기여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은 이미 130여 년 전에 우울과 자살이 정신병리학적이거나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현상임을 강조하며,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자살의 현상을 사회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회학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의학과 심리학의 영역과도 처음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학문이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사회학적논문들은 노동시간을 구성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노동시간이 개인의 건강,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논문들이 수록된 학술 저널들 (Social Science & Medicine,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보건과 사회과학) 들의 제목들은 그 자체로 사회과학과 의·보건학을 접목하고 융합시키는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

소개할 첫 번째 논문은 주당 근로시간의 단축: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A shorter working week for everyone: How much paid work is needed for mental health and well-being?)이다.

이 논문은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 없는 미래에 대해 갖는 불안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쓰여 왔던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제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일상화되었으며, 노동의 공간까지 침투하여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직업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직업까지 위협하는 불안정노동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에 늘 존재해왔던 불안감이었지만, AI의 발전은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직업의 상실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대() 과소 노동 혹은 실업이라는 노동의 양극화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업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소외, 음주, 흡연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수입의 감소나 부재로 인한 빈곤의 확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은 개인에게 수입을 보장해주는 명시적 기능 이외에도 시간을 일상적으로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직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접촉, 구성원들 간 공유된 목적의식, 노동자의 정체성 형성 등의 잠재적 기능 역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논문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직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최상의 건강상태를 누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주당 노동시간이 필요한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본 논문의 몇 가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업 상태였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상태가 된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시간은 주당 1~8시간, 즉 일단 고용되어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2) 삶의 만족도는 주당 8시간 근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지만, 8시간 이상의 근무는 특별히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없다, 3) 이전에 실업이었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된 여성들은 20시간 이상 일할 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2, 3번의 결과에 대해 저자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일자리 여부나 높은 수준의 임금과 단선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수당 등의 사회복지 체계가 그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한다. , 연령이나 가족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간에 대한 수당(benefits) 수입이 노동시간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야심차게 던진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건강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적정 노동시간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일관된 결과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몇 가지 결과들로부터 삶의 질의 향상과 심리적 부담을 가장 적게 느끼는 노동시간은 주당 8시간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정상적 풀타임 노동시간이라 여겨지는 40시간 노동이 정말 정상적인가라는 상당히 공격적 문제를 던지는 한편, 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기 휴가 후 단시간 노동하는 업무로의 복귀 등의 혁신적 정책 또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병원노동자의 일·삶 균형을 위한 근무시간 변화

두 번째 논문은 근무 시간의 변화가 교대제 근무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일-생활 갈등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Are changes in objective working hour characteristics associated with changes in work-life conflict among hospital employees working shifts? A 7-year follow-up)인데, 이 논문은 핀란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를 이용한 병원 근무자들의 일-생활 균형에 관한 연구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워라밸의 대조적인 개념인 일-생활 갈등(work-life conflict)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심리사회적 위험요소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일과 가족생활 간의 불균형이 가장 대표적인 일-생활 갈등일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는 노동시간의 문제와 중첩되어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갈등은 그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직업 스트레스, 수면장애, 우울증, 병가의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으로는 생산성을 저해하여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생활 갈등을 발생시키는 노동시간 형태는 교대제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이나 주말노동 등과 같은 비표준화된 근로시간, 혹은 비상 대기업무 (on-call)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영향성을 연구한 다른 논문들과 대체적으로 일관된 내용을 보여주는데, 우선 교대제의 경우 오후(evening)근무나 야간(night)근무 비율이 증가할수록 일-생활 갈등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주말 근무가 빈번해질수록 역시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근무를 끝낸 지 11시간 이내의 업무 복귀를 뜻하는 급속복귀(quick return)48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역시 교대제 밤 근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건강 영향성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병원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경찰, 소방서 등과 함께 교대제 노동이 필요한 곳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야간노동은 신체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가족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야간노동의 환경 개선,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그에 따른 합리적 근무 스케줄의 구성 등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세 번째 논문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노동시간 불일치와 근로자의 건강과의 관계 분석이다. 노동시간 불일치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선호하는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불일치의 발생 원인은 장기계약, 일자리 불안, 규제, 정보의 비대칭성, 소득불평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46.5시간이며, 선호 노동시간은 45시간가량으로 원하는 시간보다 1~2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노동자들의 28.5% 가 과잉노동을 그리고 과소노동을 하는 비율은 11.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시간이 사용자와 노동자들 간의 동등한 교환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전제와는 달리, 노동력을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시간을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기에 개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적은 시간 혹은 많은 시간 일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작업량이 많거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때,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작업성과에 대한 압력이 증가할 때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이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생활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과소 노동은 비정규 및 시간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저임금, 직업 안정성의 저하, 삶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많은 경우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으며 알콜 의존성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한국에서의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주당 44~49시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이 일하는 경우 모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며,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노동시간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적어지거나 많아지는 경우 모두 부정적 건강영향을 띤다. 초과노동의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의 설명과 맥락이 일치한다. 과소노동의 경우에는 실제 노동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원하는 임금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되고, 나쁜 습관(알콜, 흡연, 신체활동의 제한 등)에 의한 건강 악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과소노동과 과잉노동에 대한 연령효과도 주목할만하다. 주로 가정을 가진 연령대인 30, 40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과잉노동에 대해 수용적인데, 이는 승진 등의 고용상 보상동기가 강해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장시간 노동을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보상이 있는 경우 장시간 노동과 건강 간의 부정적 관계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길

누구에게나 시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며 삶 자체이다. 노동시간은 근본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을 구성하는 데에서 자신의 욕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노동하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노동시간에 의해 삶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그 삶의 위협 때문에 노동하게 되는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에 대한 학제 간 연구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노동시간과 삶의 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연구리포트]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 2020.01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선전위원회 편집

 

지자체와 교육청은 그 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 더불어서 관내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지역안전 의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지방 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고 노동안전보건과 지역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내오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행정 실태조사 결과 : 기구·조직, 조례 등

현재 지자체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서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기와 경남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직제가 편성된 곳도 서울과 경기에 불과하다. 경기의 경우에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어 형식과 내용적으로 가장 진전된 지자체이다. 서울은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반면, 전담부서와 산업노동안전 외부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지자체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해가고 있다. 경남은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전담부서는 아니지만 일자리 경제국 노동정책과에서 산재 예방 업무의 일정 부분을 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전담부서는 없으나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따라 설립된 노동권익위원회에서 관련 주제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고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서울, 경남, 부산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역할과 정책 기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정책 현황

감정노동과 관련해 조례의 적용대상은 사용자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울, 광주, 전북, 전남은 사용자와 더불어서 도와 공사, 용역 기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 및 개인계약 사용자로 정의하고 조례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과 광주시는 지자체장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개선계획, 실태조사, 권리보장교육, 실태조사 결과 필요시 경영평가 반영, 가이드라인과 모범 매뉴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지자체의 조례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의 대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의 지자체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보호 계획의 수립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무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할 수 있는 권능의 부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정책 실현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경남의 조례는 감정노동자를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위원회와 사업을 수행할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강원과 전남은 지원센터, 전북은 위원회에 대해서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전의 경우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별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한 조례의 이행수준에 편차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 광주, 경기는 조례에서 규정한 감정노동자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시행,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개소 등 이행수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역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계획수립, ‘경기도 감정노동자권리보장 위원회개최, 여성 감정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운영,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및 치유 전문 인력 양성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광주는 광주시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 종합계획수립,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광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위원회개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힐링 교육 등 지자체 차원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구체적 활동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관련 조례제정 현황

지자체별로 화학물질 안전과 지역사회 알권리와 관련된 조례는 2019831일을 기준으로 광역 12, 기초 35개 총 47개 지자체 (/구 조례 7개 포함)에서 제정되어 있다. 조례에서 규정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의 실제적인 수립 현황과 내용적 검토,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의 구성 및 실제적 운영여부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광역 : 경기, 충북, 인천, 전북, 부산, 광주, 전남, 울산, 경남, 충남, 강원, 대전

기초 : 군산, 양산, 광주광산구, 수원, 전남해남군, 여수, 평택, 영주, 청주, 나주, 포함, 울산남구, 성남, 파주, 구미, 의정부, 동두천, 익산, 창원, 경기도연천군, 김포, 서산, 아산, 충남태안군, 천안, 김해, 안산, 인천서구, 안양, 양주, 울산동구, 화성, 하남, 전주, 군포

 

지자체의 사업주로서의 의무 준수 현황

지자체장이 가지는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 준수 여부에 있어서는 서울과 강원, 충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안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산안법상 법적용 대상 인원과 안전보건관리체제, 산보위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의 경우에는 일부 산하기관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에 산안법 적용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혹은 법 규정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안법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안전보건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지자체 행정조직 내에 존재하고 조례에 따른 안전보건과 관련한 위원회와 지원센터를 운영 지원하는 자기 완결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및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성과 역할을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제정하지 않은 상태이나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직제를 설치하고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에 대해서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자의 보호에 있어서도 조례의 구성이나 이행수준도 높았다. 경기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하고 노동안전보건 행정 전담 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통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관리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직업건강 및 보건관리에 산하 의료원이나 관련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경남의 경우 최근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과 내용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으며 특히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 부분이 미진하였다.

결론 및 제언

현행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조례 제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방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등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으면서 국가, 지자체, 공기업, 사업주 및 근로자 등에 대하여 해당 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도록 할 뿐, 조례로 이와 달리 정하거나 조례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며,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산재 위험이 가장 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안법상의 규제는 느슨하고, 안전보건공단을 통한 지원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구조 왜곡이 심화되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동 노동, 방문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태는 기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개별 사업주 차원에서의 예방 의무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산안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들을 활용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관점으로 지자체의 정책을 풀어가는 전담부서가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사용자이며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에는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하여 지자체가 직접 고용, 위탁 도급 고용을 한 노동자,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의 노동자들이 있다. 지자체가 건설공사 및 각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하고 있고 지자체의 의회는 교육청 예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산안법을 준수해야 할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산안법은 사용자로서 안전조치, 보건조치는 물론이고 지자체 현업 노동자에 대해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보위 구성을 법적으로 강제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안법 적용대상별 노동자들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전보건체제와 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정 산안법은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의 책임도 전면 강제되고 이 조항은 당연히 지자체에도 적용된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도 공사계획, 설계, 시공하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반영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또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환경미화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도 지자체에 부여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법에 한정되어있는 적용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조치와 사업이 진행되도록 조례를 제/개정함으로써 실제적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시민의 안전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과 밀착되어 있는 화학물질 사고 등과 관련된 지역 안전은 노동부와 산안법으로만 해결되기 어렵다. 책임소재, 관할이 누구인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도, 재발방지도 방치해 왔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조례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에 직접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조례의 제/개정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지자체 내의 직제 구성, 조례에 기반한 위원회와 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서 기존의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과를 이뤄낸 의미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집1. 코로나19가 촉발한 물음,노동안전보건의 뉴노멀, ‘K-산재예방’은 가능한가? / 2020.05

코로나19가 촉발한 물음, 노동안전보건의 뉴노멀, ‘K-산재예방’은 가능한가?

 

박기형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 불안정 노동의 면면들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가동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삶에서 확보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확진자들의 동선이 한때 이슈가 되었다. 장거리 녹즙 배달을 하는 구로 콜센터 직원이나 슈퍼마켓 배송과 음식점 서빙 등 투잡을 뛰던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잠시 멈춤'을 할 수 없었다. 직장에서 거리두기를 하자며 장려한 재택근무 및 유급 휴직, 유급 돌봄 휴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먼발치의 얘기였다.

더욱이 물류·운송이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노동강도가 증가하는 곳들이 생겨났고, 심지어 코로나19 사태 초기 급작스러운 배송량 증가에 과로사한 쿠팡맨도 있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늘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한 결과, 지난 5월 6일 다행히도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의 기간을 끝내고,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여전히 감염 및 확산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 즉 일상의 회복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도래할 세계의 과제, 가치의 재정립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세계 전체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계속해서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며,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사망자 증가 추세 또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프랑스와 같이 G20에 속하는 국가들에서조차 마스크 지급 등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는 100여 년 전인 1918년에서 1920년 사이에 발병했던 스페인 독감과 가장 큰 차이로 지적된다. 스페인 독감의 경우엔 흑사병처럼 엄청난 사망자를 내고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 등 사회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피해가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 사회 내에서 불안정 노동을 드러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 타격을 가했다. 그로 인해 곳곳에서 국제 질서의 변동, 나아가 이 세계를 오랫동안 떠받치던 사회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전망하거나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증대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정부의 재정투입, 정부 지출 증대와 관련한 논쟁에서 두드러졌다. 이전 경제 시스템에서는 인과성을 중시했다. 일정한 제약 조건에서 어떤 변수가 달라질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어느 수준에서 시행할지 정할 수 있었다. 예컨대, 정부 지출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정부지출의 수준을 일정하게 예측해서 제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등의 경제 지표를 놓고서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지표의 변화를 예측·통제하는 등의 경제관리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경제 시스템의 변화가 더는 계산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위기를 일으킬 경제적 위험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언제 어디서 실현될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계산불가능한 위험, 즉 불확실성이 증대했다. 이로 인해 이제는 주식시장의 주식가격,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 등 경제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경제 위기에의 대처 방식 자체를 변경할 것을 요청한다.

이 비판에 따르면, 어느 수준으로 위험을 관리할 것인가, 어떤 관리 수단이 적합한가 하는 질문은 의미 없어질 것이다. 이제는 불확실한 위험에 맞서 무엇을 가장 우선해서 지켜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이 대두된다. 물론 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구성 및 운영해온 논리, 즉 리스크 관리의 관점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 이대로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더욱더 강하게 심어주었다. 결국 우리는 사회적 가치 자체를 문제 삼게 되었고, 가치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   지난 5월 2일, 38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 호나라

 

노동안전보건에서의 (뉴)노멀

코로나19로 촉발된 이러한 뉴노멀에 대한 요구는 노동안전보건영역에서도 유효하다. 혹자는 한 번이라도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노멀'인 적이 있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는 산업재해가 일상이었다. 매일같이 7명이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했다. 늘 삶의 위협을 감수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한국의 일터에서 정상적인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면,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지 않을까. 만약 정상적인 것이 항상 일어나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면, 만연한 죽음이라고 답했을 것이고, 만약 우리가 추구해야 할 규범적 상태를 의미한다면, 한 번도 정상적이었던 적은 없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상으로의 복귀, 정상으로의 회복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미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일상 곳곳에 잠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언제나 위험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등 차별받는 이들에게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이 이러한 문제를 더욱 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내 주었을 뿐이다.

그렇다. 산업재해는 언제나 극적인 방식으로만 주목받았다. 사망사고라는 형태를 띨 때야 비로소 회자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더구나 산재사망사고는 작업자 개인의 실수로, 안전보건관리자나 현장 책임자 몇몇의 책임으로 축소되거나 심지어는 은폐되었다.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조사하더라도 물리적 요인, 직접적 원인에만 집중하는 한계를 보였다. 위험의 외주화, 장시간 노동 등과 같은 일터의 구조적 위험은 그대로 남겨졌다. 안전설비 미설치와 같은 물리적 예방책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곳이 허다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와 'K-방역'이 노동안전보건 의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노동자들은 죽음의 일터라는 '일상적 재난' 상황에 처해있다.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 체계적인 검사·조사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왜 철저한 방역조치만큼 산업재해에 대한 철저한 예방조치가 취해지지 않는가? 위험으로부터의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은 가능하면서, 왜 일터에서의 작업중지는 이뤄지지 않는가? 재난에 맞선 국가와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은 왜 일터의 문턱 앞에서, 노동자들의 목숨 앞에서 늘 멈추는 것일까? 'K-산재예방'은 정녕불가능한가?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앞둔 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화재로 인해 38명 노동자가 사망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지만, 계속해서 비교되는 또 다른 참사가 있다. 바로 2008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다. 동일한 지역이면서, 작업 현장 상황과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점 모두 유사했다. 당시에도 폴리우레탄폼 작업에 따른 폭발·화재 위험과 샌드위치 패널로 인한 상황 악화가 지적되었다. '

법제도 상으로도 폴리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용단 등 화기 작업을 분리해서 진행할 것, 부득이할 시 비산 방지 커버 등 안전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도, 어떤 예방 조치도 없었다. 공정 분리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샌드위치 패널이 타면서 뿜어내는 유독가스를 예방하기 위해서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금지 등의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자재비용이 부담되었기 때문이리라.

결국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물류창고 건설 현장도 다른 건설 현장과 마찬가지로, 최소 비용으로 빠른 기간 내에 공사를 완료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공사 기간 연장, 해당 자재의 사용금지, 다른 물품으로의 대체 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이유로 위험을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냥 눈감아준 것은 아니다.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니, 위험 정도와 사고 발생 가능성을 계산해서 관리하면 된다고 보았다. 그러니 관리부실이 먼저 지적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관리만 잘하면 되는 문제인가?

코로나19 이후, 위험은 예측하고 관리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사회에서 위험은 복잡다단한 관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위험은 여러 요인의 복합적 작용을 통해 실현된다. 그에 따라 참사·사고·위기의 원인을 특정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이럴 때 위험을 예방하는 우리의 자세는 특정 원인을 통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천 물류센터에서 불이 난 것은 폴리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화기 작업으로 인해 폭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 원인을 밝혔다고 해도, 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었는지 답할 순 없다. 나아가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이러한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

이러한 산업재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이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예방대책을 수립 및 시행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점을 바꿔야 한다. 어떤 위험을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예측·통제할 것인가라는 위험관리의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물음은 이윤과 안전을, 삶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사회적 가치로 삼을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생명과 안전을 가치 있는 것으로 내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안전보건의 (뉴)노멀이다.

[카드뉴스] 청소년 노동자에게 일터괴롭힘이 아닌 평등한 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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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청소년 노동자에게 일터괴롭힘이 아닌 평등한 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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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동자에게 일터괴롭힘이 아닌 평등한 일터를! 

1. 2020년 3월 17일, 
오리온의 한 청년노동자가 
'그만 괴롭히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습니다.

2. 주변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사내유언비어와 교대제 변경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또한 상급자로부터 업무시간 외 불려다니며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한 일도 있었다고 전합니다. 고인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으로 오리온 익산공장에 입사한 22살의 '청년 여성노동자'였습니다. 

3. 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일터괴롭힘'은 다른 말로 '사내따돌림', '직장내괴롭힘', '태움'이라고도 합니다. 

4. 그렇다면 일터괴롭힘은 왜 '일터'괴롭힘이라는 명칭으로 부를까요? 
일터괴롭힘의 정의는 노동자의 지위, 업무와 고나련해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5. '일터괴롭힘'에서 일터의 범위는 어디일까요? 

6. 일터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일하는 사업장, 사무실, 현장 뿐 아니라 출퇴근 중, 집에서, 온라인이나 연락을 취하는 동안 등 공간적 범위를 넓혀 노동자의 일에 관련된 직간접적인 공간들을 통틀어 칭하는 말입니다. 

7. 일터괴롭힘에는 흔히 알고있는 '개인적, 대인간'의 괴롭힘 말고도 '조직적, 환경적' 괴롭힘, '업무 관련' 괴롭힘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합니다. 

8. 만약 직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압박을 준다면 이것도 일터괴롬힘일까요?

9. 그렇습니다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터괴롭힘 유형입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인사노무관리를 진행하는 것 또한 일터괴롭힘에 해당합니다. 

10. 일터괴롭힘은 일터의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청소년 노동자, 계약직, 단기직, 파업 참가자, 노동조합 가입자, 육아휴직 대상자, 저성과자...

11. 이 중 특히 취약한 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 노동자'입니다. 
일터에서 나이가 어리고 수습, 인턴 등 
낮은 직급일수록 상급자의 하대나 모욕 등 
일터괴롭힘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12. "8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일하고 너무 힘들어서 표정관리가 안됐는데 이사님께서 어깨를 치며 8시간도 못 버티면 관두라는 식으로 욕을 먹었고, 나중엔 해고를 당했습니다. 입고 오는 옷 지적도 상당하고, 추리닝을 입고 가자 그 옷 한번만 더 눈에 띄면 다리에 락스물을 붓겠다고.." 
실제 2019년 청소년유니온의 '청소년 감정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지고는 하는데, 
이는 일하면서 겪게 되는 손님의 부당한 요구나 사업주의 과도한 지시에 쉽게 노출되고, 순응할 것을 요구받는 등 일터괴롭힘으로 이어집니다. 

13. 위 실태조사이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당대우' 항목을 보면 
일터에서 감정노동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는 58%에 이릅니다. 이들 중 17명(6.75%)이 임금삭감 및 체불, 해고 등 강도 높은 부당대우(일터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14. 안전사고만이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2014년 cj제일제당 진천공장, 김동준 씨
2016년 분당 외식업체, 김동균 씨
2017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홍수연 씨

실제 이들 모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일터괴롭힘과 장시간 노동, 폭행 등으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15. 청소년 노동자의 일터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 학교에서부터 노동안전보건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 진행
②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일터에서 평등한 조직문화, 민주적 의사수렴 과정, 존중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교육 등 다양한 예방정책 마련
③ 무엇보다 청소년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일하는 동등한 노동자로 인정하는 변화가 필요!

* 이 카드뉴스는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2002 풀씨 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기자회견] 아시아나항공 비정규직 코로나 해고 한 달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비정규직노동자 코로나 정리해고 한 달. 대통령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 한다
- 수백조원 국민세금 재벌기업지원 속에 비정규직 해고는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의 시작, 가장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이 먼저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시작부터 일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권고사직으로, 월급 한 푼 없는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내몰렸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은 지난 5월 11일 정리해고되었습니다. 아시아나 하청회사들은 정부가 내놓은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았고, 원청인 아시아나항공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 하청노동자들을 먼저 잘라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10개 하청회사의 주인인 박삼구회장은 수 천 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도 하청노동자들의 실직을 막기 위해 단 한 푼의 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1년 예산에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재벌지원이 국민세금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이유로 250조가 넘는 재정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중 200조원이 기업에 대한 지원이고, 40조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노골적인 재벌들을 위한 지원입니다. 항공산업에 전체 8조원의 기업지원이 이뤄질 것이라 하고, 이미 3조원이 넘는 국민세금이 두 개의 항공재벌에게 지원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항공산업 관련한 고용유지지원책을 두 차례나 보완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도 수혜가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수 조원의 돈을 쏟아 붓고도 결국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 쫒기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일자리도 지켜내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지켜져야 합니다.
국민세금을 쏟아 넣는데, 최소한의 고통도 나누지 않고 노동자 먼저 잘라내는 행태는 누구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산업지원의 대가가 분명하게 있음을 지원기업에 확인시켜주어야 합니다. 항공산업 내 최상 위 지위에 있는 원청 사용자들이 하청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고 먼저’ 수순을 밟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현장지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말만으로 모든 고용을 지켜 낼 수는 없습니다.

상처 난 곳을 후벼 파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닙니다. 
지난 5월 18일 거리로 내 쫒긴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들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친 작은 농성 천막을 종로구청과 경찰이 폭력적으로 뜯어냈습니다. 이날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광주의 정신을 잊지 않겠다 했는데, 같은 시각 일터에서 억울하게 쫒겨나 ‘살고 싶다’고 ‘해고를 철회하라’고 절규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부는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여전히 종로구청은 아시아나 항공 재벌의 편에 섰는지 이제는 농성 천막이 있는 곳을 감염병예방법 상의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천막이 뜯긴 자리에 다시 설치한 천막농성장을 철거하라고 매일 겁박을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난상황에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자들이 ‘악’소리도 내지 말라고 합니다.

대통령께 묻습니다.
항공재벌에 수 조원의 산업지원은 가능하고, 기한 없는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의 정리해고 철회는 불가능합니까? 
코로나19 재난상황의 모든 피해가 노동자로 돌려져서는 안 됩니다. 재난상황에서의 모든 해고를 금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난을 이유로 재난을 통해 탐욕을 채우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파렴치한 기업에 대해서는 마치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기업을 단호하게 처벌하듯 응징해야 합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하청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권과 사회적 안정에 대한 최악의 파괴행위이자 파렴치한 대표적인 깡패 경영인바,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을 통해 사람이 존중되는 위기극복의 길을 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20년 6월 2일
아시아나항공 하청노동자 코로나 정리해고 한 달. 
 대통령 직접 해결 촉구 시민사회 161개 단체 

(사)김용균재단,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사단법인 희망씨, KCTC지부, NCCK 인권센터, 강동노동인권센터, 강서양천 민중의 집 사람과 공간,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고양시노동권익센터, 공공운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CEVA지부, TC지부, CTC지부, KWE지부, 다코넷지부, 동진특송지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샤프항공지부, 성화지부, 쉥커지부, 세방지부, 신신물류지부,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 유센지부, 중진공파트너스지부, 지오디스지부, 진성종합상운지부, 부관훼리지부, 부산신항다목적터미널지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의료연대본부, 인천지역공공기관지부, 전국자치단체공무직본부, 한국마사회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야에서,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기독인연대, 기륭전자분회, 기아차 광주비정규직지회, 기아차 소하비정규직지회, 기아차 화성비정규직지회, 기찻길옆 작은학교, 길벗한의사모임, 나라풍물굿, 노동정치사람,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전선, 노동해방투쟁연대(준),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더불어 삶, 데모당, 라이더유니온, 마네트상사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연대, 문화인천네트워크,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회의, 민주노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반올림, 불교인권위원회, 비정규교수노동조합,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생명안전시민넷, 서울노동광장,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서울인권영화제, 성공회대학교 노학연대모임 가시 × 제 4대 인권위원회, 손잡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알바상담소, 연민동,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살기, 예술인소셜유니온,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울산 동구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인권영화제, 일과 노래, 자유언론실천재단, 은평노동인권센터, 작은책, 장애인노동조합,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연합,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전국학생행진, 전북평화인권연대,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 전태일재단, 정의당 노동본부,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 정일울산지부,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주권자전국회의,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 예수회 JPIC위원회,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철도고객센터지부, 청년광장, 청년전태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촛불교회, 평등노동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지엠 군산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향린교회,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형명재단 (161개 단위)

[기자회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선언

산재사망은 살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선언

 

정권과 자본은 단 한번도 노동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

동료의 죽음을 추모가 아니라 분노로, 투쟁으로 떨쳐 일어나자!

중대재해 사업장 노동자 선언

 

대한민국 천지에 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조선소에서, 제철소에서 건설현장에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곳에서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들이 매일매일 죽어가고 있다.

떨어져서, 기계에 끼어서, 불타서, 질식해서, 화학물질에 중독돼서, 너무 오래 일하다가, 괴롭힘을 당하다가, 일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고를 당해 죽고, 30년이 넘게 일하다가 병에 걸려서 죽는다. 매일같이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의 고통의 소리가 천지에 울린다. 노동자의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다. 그 누구도 죽기 위해 출근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산재사망율 전세계 1위 국가라는 오명을 40년째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방역 세계 1위라고 자화자찬하며 코로나 예방에는 온 힘을 쏟는 듯 하지만, 정작 노동 현장에서 매일 죽어 나가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사업주는 물론이고 정부도, 정치인들도 그 누구도 노동자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끔찍하기만 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었다.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 또 다시 동료를 잃고 가족을 잃고 가슴 치지 않겠다. 사업주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기계처럼, 노예처럼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다 죽어가는 동료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분노의 마음으로 우리들은 함께 선언한다.

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책임자 처벌을 위해 투쟁한다.

산재는 살인이다. 살인을 당한 노동자는 있어도 살인을 저지른 책임자는 없다. 노동자의 목숨값은 고작 400여 만원의 벌금으로 매겨졌다. 고작 몇 푼의 벌금으로 노동자의 죽음을 회피하는 자본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봐주며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한 우리의 일터는 결코 달라질 수 없다.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은 중대재해를 저지른 살인기업이라면 엄중히 처벌받아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노동자를 죽이고도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에게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

나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노동자가 차별 없이 일하는 사회를 위해 투쟁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죽어갔다. 사업주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조차 막지 않았다.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눈이 먼 사업주들은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겼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 내몰았다. 기본적인 사업주의 의무를 방기하고 노동자를 위협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당연시되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사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시키고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강제할 수 있어야 더 이상 비참한 죽음들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시키고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나는 문재인 정권의 거짓과 생명안전제도 개악을 분쇄하기 위해 투쟁한다.

노동자들이 같은 원인, 같은 사고로 죽어가고 있다. 한익스프레스 산재 사망 참사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산재 참사와 판박이다. 크레인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다른 지역에서 똑같은 크레인 사망사고가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국민 앞에 약속했지만 노동자 죽음의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산재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동자의 산재사망은 더 이상 현장에서 벌어지면 안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으로 하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무참히 짓밟고 살인기업과 손을 잡고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개악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말하는 국민에 우리 노동자들은 없는 것인가? 노동자가 사망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잠시 떠들고 마는 문재인 정권의 거짓말로는 우리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낼 수 없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농락하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정권에 대해 우리 노동자들은 그 죗값을 묻고 싸워 나갈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내 동료가 죽지 않도록, 2, 3의 비참한 노동자의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투쟁한다.

더 이상 내 옆에서 일하던 동지를 잃고 나서야 그 목숨값으로 우리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지 않겠다. 불안전하고 위험천만한 우리의 작업장을 그대로 방치하고 목숨을 잃은 동료를 추모하지 않겠다. 똑같이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엔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노동현장의 재해예방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노동자의 목숨값을 몇 푼의 값어치로 처리해 버리는 자본과 정권에게 그들의 죗값을 그대로 돌려줘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머리끈을 묶는다. 오늘 우리의 선언은 그 시작이다. 동료의 피가 마르기 전에 그 책임자를 처벌하고 더 이상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가 나서고 우리가 앞장설 것이다.

산재는 살인이다! 살인기업 처벌하라!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고 건강권을 쟁취하자!

노동자생명 외면하는 문재인정권 규탄한다!

함께 싸우고 함께 이기자! 노동자 건강권 쟁취하자!

 

2020527일 중대재해사업장 노동자 일동

 

[최종] 중대재해사업장노동자선언문(200527).hwp
0.24MB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입법 촉구 서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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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매년 1만명, 산재 유가족이 바라는 것(20.05.19. 민중의소리)

한 해 2천명이 산재로 사망하고 1만명의 산재 유가족이 생깁니다.  산재 유가족이 바라는 것, 산재 유가족 곁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최민 상임활동가의 글을 통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가운데)가 7일 서울 종각역 4거리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07 ⓒ정의철 기자

"사고를 겪으며 유가족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다. 왜 아침에 출근했던 내 가족이 무사히 퇴근하지 못했나, 사고는 왜 발생했는가, 일을 시킨 사장은 이 사고에 책임이 없는가, 무엇이 달랐더라면 그이는 살았을 수 있을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어떻게 하면 이 죽음이 헛되지 않을까." 

"‘유가족과 함께 할 사람’은 누구일까? 사고 조사가 길어져도 잊지 않고 지켜보며, 진짜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추적하고, 사고 이후 어떤 제도가 바뀌고 현장은 어떻게 달라질지 따져볼 언론, 노동자, 시민들이 바로 그들이 되어야 한다."

https://www.vop.co.kr/A00001488777.html

 

[건강한 노동이야기] 매년 1만명, 산재 유가족이 바라는 것

한국은 2019년 한 해 동안 산재로 2020명이 사망한 나라다.

www.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