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다큐멘터리 <사수> 경기 상영회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연대의 상영회

다큐멘터리 <사수> 경기 상영회


- 일시: 2018년 12월 27일 목요일 저녁7시

- 장소: 메가박스 수원남문점

* 상영 후 감독 및 유성기업 노동자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 문의: 김혜인 (010-4935-4772), 이상배 (010-9423-8851)


주최: 민주노총경기도본부, 금속노조경기지부, 공공운수노조경기본부, 노동당경기도당, 민중당경기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경기도당, 정의당경기도당

[언론보도] "포스코 부당해고 철회하고 산재 대책 마련하라" (매일노동뉴스)

"포스코 부당해고 철회하고 산재 대책 마련하라"최근 한 달 산재사고만 5건 … 금속노조 "회사 반노조 정서가 산재로 이어져"
  • 양우람
  • 승인 2018.12.20 08:00







금속노조가 노조간부를 해고하고 되풀이되는 산업재해를 방치하는 포스코에 “반노동행위를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와 산재는 노동자에 대한 살인”이라며 “포스코의 부당해고와 산재 무대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753

[기자회견] 산재와 해고는 노동자에 대한 살인이다 포스코의 반노동행위를 이제는 바로잡자

산재와 해고는 노동자에 대한 살인이다

포스코의 반노동행위를 이제는 바로잡자


겉으로는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현상이다. 포스코에서 유독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성 해고를 당하는 것도 모두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노동자를 관리의 대상으로만 볼 뿐인 포스코의 낡은 기업문화가 만든 결과다.

포스코는 2018년 유독가스 유출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올해만도 모두 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우리가 포스코를 죽음의 공장이라 부르는 이유다.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포스코의 자세는 왜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지 알려준다. 포스코는 ‘하청노동자는 우리 직원이 아니니 책임 없음’이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재해속보’뿐이고, 사고는 결국‘노동자의 부주의 탓’이라며 직원들을 몰아세우는 현장교육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지난 한 달 사이 포항과 광양에서 다섯 건의 노동재해가 또 발생했다. 포스코가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를 지키지 않고 ‘사고가 날 것 같다’는 현장의 문제 제기를 수차례 무시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오른쪽 팔을 잃었고, 정규직 노동자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세계 일류의 철강기업이라 자임하는 포스코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노동자와 인간의 생명을 귀중하고 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부품처럼,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는 포스코의 낡은 사고방식이 연이은 산재사고를 만드는 이유고 원인이다.

노동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기업은 노동자의 권리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포스코는 명령에 복종하고 부품처럼 일해야 하는 노동자가 감히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노조경영’의 족쇄를 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의 깃발을 들었을 때, 포스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주노조를 탄압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정규직 노동자의 금속노조 가입이 현실로 나타나자 포스코는 제 버릇 버리지 못하고 추석 명절에 인재창조원에 몰래 모여 금속노조 와해를 모의했다. 그 음모의 현장과 전모가 언론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시민사회의 분노를 불러왔지만, 포스코는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히 노동자가 회사의 비행을 폭로했다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징계에 넘겼다. 그리고 3명의 동지를 해고하고 2명의 동지를 정직시켰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서만 원청, 하청 모두 합쳐 4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그것도 당일 통보하고 당일 공장 밖으로 내쫓는 비열한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우리는 포스코의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 만행을 검찰에 고소한 데 이어 오늘 추가로 법원에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접수한다. 금속노조는 지금껏 사용자의 적대적이고 비상식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파괴 행위를 단 한 번도 지나치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사용자의 도발에 대해 그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물었다. 포스코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것은 구호가 아니다. 현실이다.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도 살인이고, 노동자의 존엄을 부정하는 것도 살인이다. 지금 포스코는 스스로를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기업이 고용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애쓰지 않는 것은 범죄다. 기업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도 범죄다. 거울 앞에 선 포스코의 눈에 보이는 것은 세계 일류의 대기업인가 사악함과 부도덕함으로 뭉쳐진 추악한 범죄집단인가. 스스로 확인해보라.

금속노조로 뭉친 포스코 원청과 하청의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요구한다.


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위험한 현장을 근본부터 개선하라!

노동조합을 적으로 보는 낡은 경영을 당장 청산하라!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한 노조탄압을 중단하라!

어용노조 알박기 포기하고 민주노조 교섭권을 인정하라!

부당징계 철회하고 노조와해 시도 사과하라!


2018년 12월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경남지부 비앤지스틸지회, 광주전남지부 비앤비성원지회 ․ 현대제철지회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 현대제철순천단조비정규직지회 ․ 성원지회,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충남지부 세일철강지회 ․ 알테크노메탈지회 ․ 현대제철내화조업정비지회 ․ 현대제철당진하이스코지회 ․ 현대제철지회 ․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포항지부 동일산업지회 ․ 현대제철지회 ․ 현대종합특수강지회) 금속노조 법률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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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박세민을 석방하라!

[성명]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박세민을 석방하라!


지난 12월 6일 울산지방법원은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울산지방법원은 검찰의 집행유예 구형을 비웃듯 실형을 선고했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곁에서 일상을 보내며, 재해노동자의 아픔을 나누고, 치료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섰다는 이유로 박세민 동지는 구속됐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겁박하고, 죄를 묻겠다는 법원의 판결에 우리는 분노한다. 

구속의 사유는 2017년 9월 6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지사장과 금속노조의 면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다툼 때문이다. 사건 발생당시 30여 건에 달하는 산재신청 재해조사가 부실하고, 부당하게 실시된 것을 바로 잡고자, 지사장 면담을 요구한 것이 구속의 사유란 말인가!

울산지방법원은 당시의 면담이 ‘적법한 절차 없이’, ‘다수의 위력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잘못된 관행과 사고’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적법한 절차없이’ 부실·부당하게 재해조사를 실시한 것이 과연 누구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산업재해 불승인을 남발하여 재해노동자를 다시 한번 고통에 빠뜨린 것이 누구인가. 수없이 많은 노동자가 겪고 있는 아픔을 가벼이 여기고, ‘공공기관의 위력으로’ 무시한 이들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노동자의 아픔과 고통에 눈감고 ‘잘못된 관행과 사고’로 문제를 야기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의 처사를 문제삼지 않고, 정당한 항의면담에 앞장 선 노동조합 활동가를 구속한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을 즉각 석방하라! 

2018. 12. 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안내] 다큐멘터리 '사수' 서울 상영회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연대의 상영회

다큐멘터리 [사수] 서울상영회

일시: 2018년 12월 17일(월) 저녁7시

장소: 인디스페이스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 3층)

* 상영 후 감독 및 유성기업 노동자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최: 유성범대위 민주노총 금속노조

문의: 박성환 민주노총 문화국장 010-8429-5002    백일자 금속노조 문화국장 010-9010-5274

[간담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안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안내


2018년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습니다. 연장 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 노동시간특례업종 축소, 18세 미만 연소노동자 최대 노동시간단축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번 개정은 연장근로 주 12시간을 당연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18년 7월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어 아직 시행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노동시간센터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 전반적 상황을 조망하고, 노동운동의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연속 간담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일정

1. 제조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19시

- 발제: 박현희,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

- 토론: 김영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노동시간센터 회원


2. 우편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0월 24일 (수) 19시

- 발제: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

- 토론: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 


3.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 19시

- 발제: 공공운수노조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4. 유통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수) 19시

- 발제 및 토론: 추후 공지


5. 사무직 간담회

- 일시: 2018년 12월 5일 (수)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간담회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사전 신청을 해주세요

02-324-8633, laborr@jinbo.net 

[연극] 노동안전뮤지컬 빨간우산 안내


노동안전 뮤지컬 빨간우산

- 일시: 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저녁6시

- 장소: 민주노총 안산지부 1층 대강당

- 극단: 동네풍경 

- 주최: 금속노조 경기지부, 민주노총 안산지부, 안산노동안전센터 


[교육 안내] 실전에 사용하는 노동인권교실


<실전에 사용하는 노동인권교실> 

- 일시: 2018년 10월 11일~18일, 11월 1일~15일 목요일 저녁7시 (총 5강)

- 장소: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금천구 디지털로9길 47 한신IT타워 2차 306-1호)

- 대상: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직장인, 알바생 누구나

- 신청: 010-9814-8672 

- 참가비: 무료


1. 10월 11일 (목) 19시 / 임금이란 무엇인가? (김요한 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전략조직국장)

2. 19월 18일 (목) 19시 / 노동3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

3. 11월 1일 (목) 19시 / 근로기준법 주요 위반사항과 대응 · 해결책 (송예진 노무사,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

4. 11월 8일 (목) 19시 / 노동자 건강권 배우기 (권종호 의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5. 11월 15일 (목) 19시 / 노동인권, 주인공을 찾다 (이정미 국회의원, 정의당대표)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미래 


[성명]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즉각 답하라! - 금속노조 농성 119일차에 부쳐

[성명] 고용노동부는 금속노조의 요구에 즉각 답하라!

- 금속노조 농성 119일차에 부쳐


연이은 폭염속에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금속노조의 농성이 119일째 지속되고 있다. 산재예방제도가 일터에서 무력화 되어 온 현실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금속노조가 지난 4월 11일부터 농성을 전개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월 중대산업재해 대책을 내놓았고, 올해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산재예방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제도가 현장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제도개선이나 보완 등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하반기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마련한 ‘중대재해 발생 시 전면 작업중지 원칙’이 일선의 현장에서 여러 차례 무력화 됐다. 지청의 근로감독관과 공무원이 작업중지의 범위를 임의로 축소하고, 작업중지 해제시 반드시 진행해야 할 심의위원회를 졸속운영 하는 문제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칙이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바로 잡고, 사업주와의 결탁 의혹에 대해 제대로 감찰하라는 목소리는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가 내놓은 산재예방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일터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위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의 전문가인 노동자들이 산재예방 역량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예방제도에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폭발, 누출 등의 화학설비 등에 대한 예방제도인 ‘공정안전보고서 제도’, 일터의 모든 유해위험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는 ‘위험성 평가제도’는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이에 대해 실질적 참여 보장을 명시하라는 요구가 과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다. 산업재해에서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이 필수이며,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노동자가 재해예방의 실질적 역량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시급히 금속노조의 요구에 답하라!


2018년 8월 7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특집3. 왜 / 2018.08

- 최근 불승인 사례를 중심으로 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안재범 (운영집행위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2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 10주년 기념식을 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질판위가 지난 10년간 심의 안건만 9만 2000여 건에 이르며 직업병 인정률은 2010년 36.1%, 2013년 44.1%, 2017년 52.9%로 상승했고 판정위원도 218명에서 550명으로 대폭 늘었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도 여전히 질판위의 엉터리 심의와 부실한 운영능력으로 인해 억울한 불승인 처분이 나오고 있다. 재해자는 이미 정신적·물리적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산재 승인 여부까지 다퉈야 하는 탓에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최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에서도 2건의 산재 불승인건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질판위 심의 내용을 확인했다.

[사례①] 의사가 "업무-질병 관련성 높다"는데도...

재해자는 10년간 하루 평균 11시간 정도의 주야교대 근무를 하였으며 주 업무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수량에 맞게 손으로 옮겨 팔렛트에 적재를 하고, 적재된 물건을 지게차를 이용하여 배송차에 상차해주는 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경 참을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되어 병원에 내원하여 MRI를 찍은 결과 '경추추간판 탈출증 제6-7번 간', '경추의 염좌 및긴장'의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해당 지사는 재해조사·평가결과 재해자가 해온 전체 공정이 목에 부담을 주는 정도가 최대 7점 중 6점이라고 평가했다(지게차 작업 6점, 피킹 작업 6점, 빵 피킹 작업 6점, 제품 제고 체크 6점). 

자문을 맡은 임상의와 직업환경의학의도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 임상 자문의사 의견 : 진료 기록상 상기 진단명이 확인됨.

○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사 의견 : 2007년부터 약 10년간의 근무경력 및 업무 내용, 작업 자세 등을 고려한 결과 높은 높이의 적재물을 지게차를 이용하여 적재 및 하차작업 등이 경추부터의 과도한 신전이 이루어져 부담 작업으로 업무 관련성이 높음.


그러나 질판위는 결국 불승인을 판정했다. 사유는 이렇다. "신청인은 지게차 작업 외에도 패킹 작업을 병행하여 1일 4시간 정도 지게차 작업을 수행하고 렉의 위치도 3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상적인 자세로 작업을 하는 비율이 상당하여 반복하는 작업 빈도가 낮다는 판단으로 업무 부담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불승인 판정을 하였다.

[사례②] 팔을 사용하는데... "팔꿈치 부담작업 아니다"

재해자는 완성차 사내하청에서 근무하는 여성조합원이며 1997년에 입사하였고 재해 발생공정으로 직종을 전환한 것은 8년 정도였다. 주업무는 차량의 출하 전 검사를 하는 공정이며 구체적으로 차량의 휴즈박스, 도어, 트림, 본네트, 트렁크 등을 손과 팔을 이용하여 올리고 내리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2인 1조로 일 3백 대 정도 하였다.

이로 인해 수년 전부터 손,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의 통증으로 퇴근 후 병원에서 약물과 물리치료를 하였으며 2017년 11월경 업무 수행이 도저히 어려워서 주치의로부터 'M770 내측상과염'을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하였다. 해당 지사 임상 자문 및 업무 관련성 자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임상 자문의사 의견 : : 진료 기록상 상기 진단명이 확인됨.

○ 직업환경의학과 자문의사 의견 : 장기간 근무 기간 및 작업 내용을 고려한 결과 반복적 상지 및 손사용으로 인한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됨.


그러나 질판위는 결국 불승인을 판정했다. 사유는 이렇다.

"신청인이 수행한 작업 내용상 팔을 사용하는 작업 자세가 신청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팔꿈치 부위 부담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두 건의 사례만 보더라도 질판위가 얼마나 부실한 운영과 엉터리 심의를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두 사례 모두 임상 및 직업환경의학 자문 의사는 모두 질병이 확인되며,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지사의 재해조사결과 역시 재해자의 전 작업공정에서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불승인 판단 근거는 매우 추상적이며, 직업환경의학 자문의사 자문결과와 해당 지사의 재해조사결과, 재해자가 제출한 자료에 전부 반하고 있다. 불승인 판정의 핵심적인 근거가 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 의견은 단지 모두 동일하게 "상병은 확인되나 업무 관련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했을 뿐이다.

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가 어려운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될 수 있는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라는 이유가 빠져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판정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승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불승인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심사 청구나 재심사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판위가 근로복지공단 의견과 반하는 결정을 하려면 최소한 질판위 위원장은 심의안건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고, 설령 불승인 판단을 내리더라도 명확한 근거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질판위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설치배경과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심의위원 구성부터 심의안건의 검토, 심의회의 절차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문제로 고군분투해가며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이제는 다른 판단을 해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특집1.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 2018.0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재현 선전위원장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06년 12월 노사정 합의 이후 2008년 7월 1일 발족했다. 질판위는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 질환 등 업무 관련성 평가가 어려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질판위원은 변호사 또는 공인노무사, 의사,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 5년 이상 종사자 등이 판정위원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7월 산업안전강조주간을 맞아 질판위 10년 기념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근로복지공단 심경우 이사장은 아래와 같이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업무상질병 전문 판정기구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연대하여 업무상질병 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질판위는 10년간 9만 2000여 건의 산재를 심의했다. 10년간 판정 위원은 218명에서 550명으로 확대되었다. 


질판위 10년... 성과보다 아쉬움 크다

2008년 질판위 발족 이전 업무상질병 불승인율은 2007년 54.6%에서 질판위 발족 이후 56.5%, 2009년에는 60.7%로 증가했다. 연도별 업무상 질병 산재 불승인율 현황을 질병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2007년 59.8%에서 2008년 84.4%, 2009년에는 84.4%로 증가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2007년 44.7%, 2008년 42.5%, 2009년 46.3%이었고, 정신질환의 경우 2007년 69.5% 2008년 68,2%, 2009년 74.5%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당시 업무상 질병 승인율이 계속 감소하자 노동계는 질판위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산재를 협소하게 판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엉터리로 진행되는 재해조사로 인해 질판위의 객관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까지 낮아졌다.

결국 2016년 금속노조는 질판위 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질판위원장 퇴진을 위한 농성 투쟁에 돌입했고, 그해 위원장이 사퇴했다. 서울질판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전체 업무상 질병 사건 30%를 서울이 담당하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2017년 서울질판위원장 교체 이후 전체 업무상 질병 승인율은 52.9%로, 전년도(44.1%)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이 승인율은 2008년 질판위 발족 후 가장 높았다.

심지어 2010년~2017년 상반기까지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심의위원도 627명에 달한다. 결국 질판위는 일부 회의에 참여하는 심의위원이 독식하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화학물질과 위험한 작업환경 등 업무상 질병에 대해 질판위원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판정하는 데 있어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반올림이 반도체 직업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99명인데 이중 인정받은 사람은 29명에 (약 29%)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질판위 평균 승인율 52.9%, 직업성 암 승인율이 61.4%인 것을 고려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이렇듯 질판위가 새로운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를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가지고 판정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심지어 산재 문제에 있어서 신속한 보상과 요양 이후 복귀도 문제가 생겼다. 질판위가 2008년~2017년 상반기까지 3970건을 법적으로 정해진 기한을 넘겨 처리했기 때문이다.

질판위 심의 과부화도 문제다. 2017년 상반기 기준 한 질판위원이 반나절에 13.6건을 다루고 건당 13분 정도를 다룬다. 이는 노동자가 일하다 왜 병에 걸렸거나 죽었거나 자살했는지 등을 판정하기에 매우 부족한 시간이다. 판정위원에게 사전에 제출해야 할 자료 역시 늦게 제출되면서 더욱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 결과 실제 산재신청을 했던 유족들이 질판위가 노동의 질적 특성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을 내리는 것, 질판위원들의 성의 부족, 전문성 부족 등이 산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2015년은 916일간 심의하기도 했다. 결국 이 피해는 산재 인정을 기다리는 아픈 노동자들이 입게 된다.

아픈 노동자, 더 아프게 하지 말자

물론 성과도 있다. 질판위 출범 후 업무관련성 전문조사(특별진찰)가 확대되고, 소위원회 운영이 내실화되면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미확인 질병에 대해서는 심의 기회가 한 번 더 제공하도록 했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재해조사 초기 단계부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투입해 신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법원 판례조차 반영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던 뇌·심혈관계질환 산재인정 기준이 완화되었다. 특히 재해조사 결과 유해요인 노출 수준이 당연 인정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을 도입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이제라도 변화가 시작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산재보험이 아픈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보장하고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질판위가 업무와 관련한 질병의 원인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산재승인 여부에만 중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직업병을 예방할 것인가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인터뷰 / 2018.07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같은 현장에서 일하지만 업체가 다르다고 말도 못섞게 했다.”

“아내가 출산하기 직전인데 네가 가서 뭐 할 게 있냐고 응급차 부르고 계속 일하라고 했다.”

“아버지 임종도 못 지켜드리고 현장에서 일해야 했다.”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일해왔다. 회사가 하라는 대로 길들여져서 그게 문제인 줄도 몰랐다던 그들이, 최근 노조를 만들고 인간임을 선언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UPH 속도에 내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속도에서 일하겠노라 외치며 투쟁에 나섰다. 이후 10년, 20년 일해도 바뀌지 않던 현장이 개선되고 있다. 투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현장에 다녀왔다. 인터뷰는 지난 5월 30일에 황원준 부지회장, 오성민 조직부장, 박흥일, 서동영 노동안전보건부장이 함께 했다.


▲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노동조합으로 하나된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조합원들  


‘그렇게 할 거면 집에 가라’

“현대모비스 화성지회는 기아자동차에 직서열 납품하는 회사고 최근까지 8개 업체가 있었어요. 지금은 노조를 만들고 나서 조직 체계 개편한다고 3개 업체로 통합해서 정리한 상황이에요. 주로 하는 일은 자동차 운전석, 엔진 바디 등을 만들어요. 아무리 밤낮으로 일해도 월급은 늘 최저임금이에요. 물론 성과급은 있지만요. 10년을 일하나 이제 막 들어오나 월급이 같아요.”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비인간적인 대우로 인해 작업자들은 수시로 일을 그만뒀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회사가 무조건 집에 가라고 했어요. 일하다 부품에 불량이 나도 집에 가라, 아프다고 해도 집에 가라 그랬죠. 일을 조금 늦게 하거나 못해도 집에 가라고 압박하고요. 어떻게든 집에 가라고 하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면서 일하려고 하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은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라 많이들 그만뒀어요.”

이렇게 노동자들이 그만두면 남은 이들은 더 고되게 일해야 했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최대한 늦게 채용하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았다.


변화를 싹틔운 축구 동아리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바로 옆 라인에 있어도 서로 대화를 전혀 못 했기 때문에 누가 다쳤는지 그런 걸 전혀 몰랐어요. 그나마 같은 업체에서 사고가나면 알 수 있었는데, 회사가 본인 부주의로 다쳤으니 개인 비용으로 치료받든지 그냥 출근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산재처리는 꿈도 못꿨어요. 산재 신청하면 인생이 망가지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세뇌를 시켰거든요.”

사고가 나도 모를 정도로 교류가 없던 현장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축구동아리였다고 한다.

“회사에서 사내 복지를 너무 안 하니까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진행하려고 축구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업체별로 팀을 만들어서 시합도 하고 연습하면서 인사도 하고 서로 현장에 관해서 이야기도 하면서 노조를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도 자동차 부품회사고 일도 많아서 다들 지역에서 오고 싶은 회사 아니었냐고 묻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지인 소개로 많이 오지만 대부분 못 버티고 그만둬요. 아예 소개를 못 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내가 일하면서 인격 모독당하고 자존감 떨어져서 언제 그만둘까 그러는데 누구를 데려오기는 창피하죠. 지역 공단이 워낙 열악해서 밖에서 봤을 때는 좋아 보이는데 자랑할 만큼 좋지 않아요.”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어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자동차 하청업체에 노동조합이 많은 줄도 몰랐어요. 그나마 동료들끼리 술 먹으면서 ‘노조가 있었으면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무관심했던 노조를 어떻게 하게 된 건지 물었다.

“일하면서 부당한 게 너무 많았어요. 지인이나 친인척이 사망했는데 조문을 못 가게 하거나, 아내가 출산이 임박했는데 응급차 불러서 가면 되지 네가 거기 가서 뭐하냐고 일이나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지인 결혼식도 그냥 봉투나 하라 그러고. 아버지가 많이 위독해서 돌아가시기 직전인데 임종을 못 보게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3명이 해야 할 일을 2명이 하고 사람은 계속 그만두고 채용은 늦고 이러니 친구나 지인들하고 약속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결혼한 분들은 더 힘들어했고요.”


계약직 채용합니다

“현대모비스와 도급 계약을 맺는 상황이다 보니 사장들 대부분이 현대차나 모비스 출신이에요. 보통 5년 정도 계약을 하는데 그 기간 안에 돈을 남겨야 하니까 사람을 자르거나 계약직을 쓰거나 사람장사를 하죠. 연차를 강제로 보내서 돈을 남겨 먹고요. 결국 모든 피해는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해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현재는 업체 사장들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들은 현대모비스에 충성을 다해야 계약 기간을 연장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게 된다.


사람 없으니까 철야 하고 집에 가라는 회사

“예전엔 하루 10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했어요. 1조가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19시 반에 업무 마치고, 2조가 20시 반부터 시작해서 다음 날 7시 반까지 이렇게요. 매주 교대했고 한 달에 주말 특근이 한 번, 많으면 세 번 있었어요.”

만일 급여를 덜 받더라도 몸이 힘들어서 상시주간 업무만 하게 하는 조치가 있었는지 물었더니 절대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아마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집에 가’ 그랬겠죠.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엔 현장에서 무슨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 스스로도 ‘남들 다하는데 야간 뛰기 싫으면 집에 가야지, 혼자 왜 유별나게 굴어’ 이렇게 생각하고 말했을 거예요. 회사에 길든 거죠.”

조합원들은 장시간 노동 못지않게 조금도 쉴 틈 없는 빡빡한 노동밀도가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도했다.

“저희는 직서열이다 보니 기아차가 하라는 대로 맞추느라 늘 오버타임하고 개처럼 일했어요. 2시간 일하고 10분 쉬어야 하는데 4시간 연속 일하고 쉬는경우가 태반이었죠. 아침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더 일찍 오라고 해서 청소시키고 조회 수당은 안주고 그랬었죠. 점심시간 40분 중에서 20분간 밥 먹고 남은 20분은 또 일했어요. 퇴근 시간 넘기면 통근버스 잡아놓고 계속 일 시키고요. 만일 피치 못 할 사정이 생겨서 반대조에 한두 명이 빠지면 철야까지 뛰었어요. 주간에 출근해서 야간까지 뛰고 다음 날 점심시간까지 일하다 퇴근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일하고 돈은 주간 근무 2번 한 거로만 쳤어요. 일하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일하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노조 만들었다고 하거든요.”

2013년 주간연속2교대로 전환하면서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똑같아서 오히려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연차나 휴가는 제대로 썼는지 휴식은 어떻게 취했는지 물었다.

“기본적으로 인력 운영이 빡빡해서 연차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아파도 일했는데요. 연차 수당안 주려고 강제로 쉬게 할 때만 쉬었어요. 날짜는 회사가 며칠 전에 정해줘요. 다음 주 화·수·목 이렇게 쉬라고요. 이러면 어디 여행도 못 가요.”


‘그냥 여기에 싸인해’

“출근 시간에 청소시키면서 조회도 같이하는데 수당으로 월 2~3만 원 줬어요. 회사는 그걸 안전교육이라고 주장했어요. 한창 일할 때 사인하라고 종이가져오니까 다들 내용 확인도 못 하고 서명했어요.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서류를 꼭 일할 때 가져 왔어요.”

“사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취업규칙을 자세히 읽어보면, 관리자한테 반동분자로 찍히고 면담했어요.”

작업환경측정의 경우 외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도 회사에서는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노동자들을 지정해서 그들만 측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 만들고 당시 8개 업체와 통합 산보위를 하자고 제안해서 지난해 4/4분기부터 시작했거든요. 산보위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개선을 위해서 돈, 시간, 인력, 실행방안 등을 논의하는데 진행이 너무 더디더라고요. 회사와 노동조합의 눈높이도 너무 다르고요. 산안법을 알고 보니까 현장에 위험한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1/4분기까지 협의를 계속 했는데, 회사가 돈 안 드는 건 바로 개선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개선을 안 하고 산보위도 파행시키더라고요. 그래서 회사가 우리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산안법을 준수해서 안전과 생명을 보장받을 거라고 엄포를 놨어요.”

이후 노동조합은 안전센서를 끄고 일하던 공정에서 센서를 켜고 일하며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부품 생산이 늦어지면서 기아차가 납품을 드문드문 받았고, 결국 라인을 멈추게됐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화성 때문에 라인이 끊어져서 손해를 봤으니 작업자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 할수 있다고 협박했다.

“문제는 이때 회사가 소장을 조합원들이 현재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본가로 보내서 가족들이 다 알게된 거예요. 그래서 괜히 걱정 끼치고 개별 조합원도 괴롭고 두렵고 그랬어요. 노동조합에 소장을 보냈으면 단체로 싸우면 되는데 개인에게 보냈으니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어요.”

회사가 징계위를 열어 처벌하려고 하자 노동조합은 전체 카톡과 SNS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간부 회의, 통합지회 회의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모든 조합원이 ‘나도 징계하라’는 내용의 변론서를 쓰고 대표이사 항의 방문을 하러 가는 등 투쟁에 나섰다.

“이 정도 되니까 회사가 징계위가 열리기로 한 당일에 고소를 취하했어요. 안전센서 켜고 일했던 설비는 3일 만에 80% 정도 개선했고, 민·형사상 소송하겠다고 한 조합원한테는 사과문도 발송했어요.”


투쟁으로부터 얻은 것, 자신감

“저희가 이 투쟁을 하면서 얻은 것은, 적어도 회사가 뭐 때문에 개선이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거에요. 회사는 단 며칠이면 바꿀 수 있더라고요. 산안법에 대한 회사의 인식 수준이 밑바닥에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정신 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거 같은데 개인은 힘이 없지만, 개인들이 뭉치니까 이런 힘이 나온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합원들은 투쟁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투쟁 과정 자체가 좋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현장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사고순간부터 대응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조합원들 인식도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는 거 같아요. 이제 매달 한번 통합으로 현장점검도 하려고 준비 중이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서 노안 관련 교육이 있으면 반드시 참여해서 공부하려고 해요.”


앞으로는 아픈 동료들이 없었으면

“산안법, 산재법을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는 단순반복 업무를 많이 해서 근골 문제가 심각하든요. 어떻게 아픈 사람을 치료받게 하고,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프지 않은 조합원이 없는데 지금은 마땅한 대책이 없네요.”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쉬운 건 아닌 거 같아요. 저도 시작하면서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은 못 했거든요. 물론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힘든 건 현실인 거 같아요.”

“앞으로 조합원 중에 아프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일을 마쳤을 때도 건강하고 편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걸 위해서 올해 위험성 평가나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시행을 고민하고 있어요.”

“노동안전보건 문제는 회사와 협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조합원이든 간부든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는데, 오해가 쌓이게 두거나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처음 노조 만들 때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특집3.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 1973년생 금속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 2018.06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973년생 금속 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나래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1973년생 15살 문송면. 그는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2개월 만에 수은중독에 걸려 숨졌다. 가난했기 때문에 그 시절엔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모두가 서울로 몰려들었다. 문송면도 그런 사연을 안고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혼자 서울까지 올라왔다. 

문송면은 병원을 전전한 지 한 달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은중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서울대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맹독성 물질인 수은에 관한 설명, 교육도 하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15세 청년 노동자를 밤낮으로 일만 시켰다. 이 사건은 많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장례식 때는 영등포 로터리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노제를 치렀다. 노동자, 활동가, 의료인, 시민들이 일터를 안전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쳤다. 그의 죽음은 원진레이온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알리고, 직업병 문제가 이슈화되는데 큰 발화점이 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견뎌왔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구의역 청년 노동자, 청년 드라마 PD, 메탄올 실명 사건,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등 1973년과 2018년을 교차하는 노동자들의 아픔, 죽음 그리고 희망을 2018년의 문송면과 만나고 싶었다. 지난 525일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자동차 엔진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현호 님을 만나 30년 전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현호 님은 1973년 문송면 님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신한발브에 다니며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고향도 충남 서산이라고 했다. 만약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본인도 충남에 살면서 우연이라도, 어쩌면 문송면을 만나지 않았을까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문송면 님이 서울에 올라와 수은공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수은중독에 걸릴 회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까요? 제가 일한 곳도 구로였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신한발브에 입사해서 노동조합운동 할 때까지 살아계셨으면 벗으로, 동지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30년 전 문송면 님이 일했던 온도계 공장은 액체 수은이 깔렸고, 수은증기가 가득했다.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직접 수은을 온도계에 주입했다. 결국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조금 지나 이상 증후가 나타났고 불면증, 발열, 두통 등에 시달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떨까? 

"제가 다니는 신한발브라는 곳은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원재료를 절단해서 열로 가열하고, 프레스로 성형해서 성형된 원재료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는 소음입니다. 소재 운반, 포장, 기계 장착할 때 중량물 취급도 많아요.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오일미스트, 분진이 많이 날려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해요. 설비가 비좁게 들어서 있어서 노동자들이 많이 부딪혀 찰과상, 좌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모든 재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죠." 

18년 동안 일 한 본인 역시 작년에 어깨에 염좌가 생겨 치료를 받았다. 주변에 요양 중인 동료들도 있고, 요양까진 아니더라도 파스로, 물리치료로 버티는 이들이 많다. 2017년에만 현장에서 드러난 재해가 50건인데, 드러나지 않은 재해는 더욱 많다. 2014년도에는 경기도에서 재해율 2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했다.

[출처: 김현호]


김현호 님은 공장의 유해화학물질과 중량물 취급, 소음, 비좁은 공간 등도 문제지만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도 본인을 비롯 동료들을 신체적·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장은 주간·야간 맞교대로 돌아갑니다. 주간근무는 오전750분에 시작해서 오후53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2시간 잔업이 있는 날은 저녁730분까지, 4시간 잔업은 저녁930분에 끝나요. 야간근무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6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잔업이 있으면 오전 8시까지 일 하죠. 보통은 잔업이 있어요. 제가 알고 있기론 71년에 신한발브가 창립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근무시간표예요."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단축에 대한 노동운동의 요구와 싸움이 있었기에일궈낸 결과였다. 하지만 완성차 1차 하청업체인 신한발브에 바로 적용되진 못했다. 만성피로, 소화불량이 일상인 조합원들에게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철폐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1969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필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돼 왔습니다." 전태일도, 1988년 문송면도, 2018년 김현호도, 장시간·심야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인간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대체로 맞겠지만, 절대 틀린 게 바로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적응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입니다. 제가 주야 맞교대를 18년 동안 일을 했지만 절대 적응할 수 없는,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게 바로 심야노동이고 교대근무입니다." 

일터에서 다친 동료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그에게도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제가 2000년에 입사하고 얼마 안돼서 아내가 아이를 낳았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샤워하고 방바닥에 잠깐 누웠다 일어났는데, 제가 일어났던 자리에서 아이가 쭉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딪 혔어요. 제 몸 자체가 오일미스트에 쌓여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동료들이나 저 역시도 중량물 취급 작업 하면서 재해를 입게 되고, 이 재해를 산재로 받지 못하고 공상조차도 쉽지 않았죠. 동료들이 그렇게 다치는데도 회사의 반응은 '너가 잘못해서 다쳤잖아, 너가 다친걸 우린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아이의 넘어짐으로 김현호 님은 세상을 다르게, 좀 더 곧게 바라보게 됐다. 그런 그에게 1973년 동갑내기 문송면 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문송면 님이 돌아가시고 10년 후쯤 제가 27~28세에 신한발브에 입사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문송면, 원진레이온 등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송면 님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노동자의 안전, 사회 전체 안전에 대한 내용들을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인식을 확장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윤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 안전이 먼저 고민되고 우선시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죠. 이 문제는 결코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자본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터에서 일하고, 아프고, 다치는 노동자가 직접,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몸으로,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진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 그런 인사를 문송면 님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언론보도] 개운치 않은 판결 (매일노동뉴스)

개운치 않은 판결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8.06.07 08:00
  • 댓글 0







사상 초유의 헌정유린 사태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정부의 재판거래가 드러나며, 법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했으나 말잔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애초 편파판정을 마음먹은 심판이 있는 경기에서 공정한 게임은 불가능하다. 이를 모르고 경기에 나선 선수들만 놀아난다. 권력 편에서 작동하는 사법체계에서 권력 바깥에 위치한 이들, 많은 노동자들이 억울한 희생양이 됐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965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과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다 (2) / 2018.05

현장과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다 (2)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최진일 조합원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황재민씨 산재 인정 투쟁에 돌입

"황재민씨 산재는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보니 워낙 복잡한 문제여서 이것저것 확인할 자료가 많이 필요했다. 회사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는 자료에 대해서도 반박할 근거를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내용적인 준비를 마치고 근로복지공단에 갈 때도 이미 불승인한 사건을 재심사해달라고 요청하는 초유의 일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다. 동료들도 마음이 통했는지 사전에 무슨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끝장을 보고 갈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생각보다 쉽게 재심사를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사가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점, 노동조합이 대응해서 싸우고 있는 점, 공단 내 여러 복잡한 문제로 잡음을 만들면 안 되는 상황으로 인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운이 좋다면 좋았다. 다시 산재를 신청하면서 현장 재해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근로복지공단과는 이야기가 풀리는 데 문제는 회사를 설득하는 거였다. 회사는 현장 조사를 하면 노조에서 누가 참여할 거냐, 민주노총 조합원은 때려죽여도 참여시킬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논의해서 노조 추천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훈구 활동가가 현장에 들어가기로 결정해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나오다 보니 회사는 물론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컸다.

"동료가 일하다 다쳤는데 산재를 신청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재해 조사를 나오고 산재 인정까지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처음인지라 현장 이슈가 됐었다. 이후 투쟁 끝에 결국 황재민씨는 산재를 인정받았다. 다들 고생 많이 했는데 무엇보다 황재민씨가 장해가 계속 남을 건데 그나마 산재를 인정받아서 앞으로 남은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당장 보상을 얼마 받았느냐보다 굉장히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었다."

산재인정 투쟁 이후 조금씩 변화하는 현장

"동료들이 산재인정 투쟁 전체를 지켜봤기 때문에 현장에 민주노조가 있다는 게 알려졌고, 저 친구들이 몇 안 되지만 제대로 활동한다는 인지도가 생겼다. 그리고 현장 노동조건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체조를 근무시간 15분 전에 의무적으로 했는데, 현장조사가 시작될 즈음 체조를 자율적으로 바꿨다. 설비도 변화가 있었는데 자동차 테일게이트(뒤 뚜껑)과 후드(앞뚜껑)를 이송하는 리프트를 설치했다. 설치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은 황재민씨 산재 인정 이후 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나갔다.

"노동강도가 워낙 높으니까 현장에서 근골 환자를 찾는 캠페인, 잠깐 쉬는 시간에 앉을 수 있는 의자놓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장엔 의자랄 게 없어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박스를 깔고 앉았었다. 그래서 노동부에 진정하고 현장조사 하면서 현장을 휘젓고 다니니까 회사에서 의자를 주더라. 조금의 변화는 만들었는데 제일 문제인 노동강도 자체를 낮추는 것까지는 아직 못 가고 있다."

지역 활동을 고민하게 한 '행복한 서산을 꿈꾸는 노동자 모임', 행서모

"조합원이 소수다 보니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막연한 게 사실이었다. 사실 동희오토에 있는 활동가들은 지역에서 하는 역할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인데 현장에서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는 게 뭐랄까, 되게 아까웠다. 동희오토에서 민주노조 운동이 안 되고 힘든 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전체 비정규직 운동, 전체 노동조합 운동이 침체되는 거랑 분리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건 지역 운동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해보자 하는 고민을 하다가 행서모 활동을 고민하게 되었다."

행서모는 몇 달씩 지역 운동에 대한 토론과 의제별 소모임 등을 진행했고, 박근혜 퇴진투쟁과 세월호 3주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회원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기획들이 제출되었고 그중의 하나가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되기'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안전보건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모였다.



"한 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여기 모였던 사람들이 '노안활동가모임'를 구성해서 지금 두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 외에도 3.8 여성의 날 행사나 청소년 대상으로 헌법을 강의하거나 지역에 산업폐기물매립장, 소각장 등이 들어오는 문제가 있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같이 대응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새움터'라는 노동안전센터를 만들었는데 그 활동에도 함께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4주기 추모행사는 '안전사회를 위한 실천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안전과 생명에 관한 의제를 다루는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제가 상근자처럼 활동하고 있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요즘

"개인적으로는 지금 운동의 문제, 위기를 편하게 얘기해보자면 여러 '경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와 대중,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그렇다면 이런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지역 운동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조직 자체도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행서모는 대표자나 집행국을 두지 않고 여러 팀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개인들 차원에서는 수평적인 연대와 협력을 지향한다. 그런 지향에 맞게 모임을 운영할 생각이다."

최진일 조합원은 충분히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에서는 활동을 펼치기 막막했던 사람들이 지역에서 능력을 펼치는 것을 보면 즐겁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 동희오토에서 현장활동에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닌지 물었다.

"동희오토와 지역 활동,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데 솔직히 벌여 놓은 일이 많아서 그럴 시간이 없다. 동희오토는 노동조합 회의도 있고 하니까 논의를 하는데 사실 지금은 답이 안 나온다. 당장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주간 연속 2교대와 같이 현장에 쟁점이 있을 때 노동조합에 입장을 내고 선전하는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지역과 현장을 꼭 나눠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역에서 활동이 활발할수록 현장에서의 활동 시간과 고민이 부족한 문제는 계속 고민이 될것 같아 이점에 관해서 물었다.

"동희오토를 보면 현장 노동자들이 사측에 압도적으로 장악 돼 있다. 그러니 조합원을 조직하고 활동가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아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민주노조가 있다가 깨진 사업장이라 더 어려운 것도 같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활동가를 양성하는 데 관심이 없다. 오히려 활동가들이 자기랑 똑같은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거 그게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행서모는 굉장한 모순덩어리인 곳인데. 활동 목표나 방식은 활동가와 대중의 경계를 넘어서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한다. 그런데 실제로 행서모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피로와 스트레스를 견디며 활동을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좀 더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대중→조합원→간부→활동가→혁명가 이런 단계와 경계를 두는데 사람들은 무조건 단계적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결국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텐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활동의 끝은 조직을 만드는 거였다. 그런데 조직을 만들고 나니까 결국엔 여기도 저기도 조직만 다를 뿐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러면 그 조직은 활동력도 힘도 없다. 지금은 우리가 3.8 여성의 날 집회를 한다고 하면 어떤 내용을 준비해서 어떻게 그 운동을 발전시킬 건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열심히 뭔가를 했으니 그걸 계기로 모임이나 단체를 만드는 걸로 귀결되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행서모는 조직을 만드는 데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을 거다. 기존에 운동 관행과 질서와 다르게 의제와 가치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면서 틀과 형식을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조합 운동이 기존에 틀을 벗어나서 다른 활동을 고민해보거나 기획해보는 것 자체가 너무 없는 것 같아 이런 고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꿈과 목표는

"사실 동희오토 들어갔을 때 즈음 너무 나대지 말고 그냥 내 주변 사람들만 지키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아서 활동에 있어서나 개인적으로 꿈, 목표 그런 건 없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사회적 자아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개인적 자아가 부딪히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서산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물었다.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분들과 오래 같이 지내고 싶다. 비슷한 연배인 활동가들이 땅을 사서 같이 노후 대비를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 이제 저도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나이인가 싶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다.

"행서모가 만들어질 때 종종 하던 이야기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운동이 이 만큼 망했다 그럼 우리가 잘못해서 망한 거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밥 먹듯 하는 활동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는 의심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고 해왔던 방식에 대해 의심해봐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아차 하면 어떤 문제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하고 돌이켜보면 잘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앞으로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누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