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 2020.05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일본은 '과로사'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과로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2019년까지 의미 있는 법적 노동시간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1년 동안 하루 24시간, 365일 일을 시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용주들이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과로사 역치'라고 불리는 월 80시간의 연장근무보다 20시간이나 많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과로사 현황

1980년대에 노동법률가, 의사, 노동운동가들이 함께 '과로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과 질병의 숫자는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과로에 의한 뇌혈관, 심혈관질환 혹은 그 사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보상을 신청한 사례는 모두 877건입니다. 이 중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승인된 것은 238건 뿐이고, 이 중 8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업무상 과로에 의한 질환으로 승인된 것이 253건, 이 중 9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0여 건의 과로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는 4일에 한 명씩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하거나, 2~6개월 동안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한 경우에만 과로사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됐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로사 사례가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급성심장사'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고 있는지 제대로 정보도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과로사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되었다. 그럼에도 2015년 일본의 대기업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하던 다카하시 마쓰리 씨가 과로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블랙기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 ANN 방송화면 캡쳐

 
일본의 블랙기업과 과로자살

과로자살은 말 그대로 과로에 따른 자살이라는 뜻입니다. 과로자살은 장시간 노동이나 업무의 양적, 질적인 변화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년 자살을 포함해 과로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820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이 중 정부가 산재로 인정한 것은 465건이고, 이 중 76건은 노동자의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습니다. 과로사 피해자들이 주로 40대~50대의 남성 노동자들인 데 비해, 과로자살은 성별에 관계없이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과로자살이 매년 늘어가는 이유는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블랙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일터 괴롭힘을 생각해보면, 465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은 아주 명확합니다. 경찰청에서 자살 사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2천여 건의 자살은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 중 100건도 안 되는 사례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재인정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들

이렇게 많은 사례들이 보고도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1) 과로사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자료를 모아 산재보상을 신청해야 하고 2) 유가족이 스스로 과로의 증거를 충분히 모았을 때에만 정부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노동자 가족들이 산재 보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그대로 숨겨지게 됩니다. 그 죽음이 과로에 의해 발생했거나, 다른 업무 관련 문제와 관련이 높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노동자나 유가족이 신청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방 노동 관서에서는 먼저 나서 회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가족이 최소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의심을 하고, 이 노동자가 극심한 장시간 노동이나 일터괴롭힘 혹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과로자살로 보고되는 데 필수적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고용주들은 직장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를 강요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많은 경우에서, 자살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유가족들이 중요한 증거를 성공적으로 수집한다 해도, 정부가 그 죽음을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승인하고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들이 그 질병이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례는 877건이었지만, 그 중 238건만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승인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 유가족 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일본의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노동자들은 수백시간에서 심하면 수천 시간에 해당하는 자신의 삶을 일하느라 빼앗기게 됩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나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 2020.04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쉽게 억울하고, 억울한자리에 놓이는 곳이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도 그랬다. 조연출로 입사한 뒤, 청주방송에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의 조연출과 연출 업무를 했다. 매년 정규직 PD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자유롭게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고, 공무원들과 협의하여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 정산하는 등의 대외 업무도 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용 서류를 써 냈다. 모두 청주방송 PD로서 한 일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2018년 문제가 생겼다. 동료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인건비 증액과 인원 보강을 나서서 요구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고가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종료라고 했다. 억울한 마음에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소장을 접수한 지 14개월이 지난 뒤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과는 패소. 재판 과정에서 CJB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재학 PD를 위해 나선 증인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고인을 돕기로 했던 증인 한 명이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했다. 1심 선고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억울하고 억울하다는 말만 하며 울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받자마자 곧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끝까지 싸워보겠다 다짐했지만, 분노와 억울함이 더 컸다. 결국 202024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1956개 단체가 모여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 이재학 PD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방송계의 오랜 문제인 무늬만 프리랜서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얼마 전인 323일 이재학 PD49재가 있었다.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책위의 싸움에 대해 들었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기 위한 싸움

이재학 PD의 경우,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법정 투쟁을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전에 미디어오늘에 소송 과정이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알고 있던 분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이재학 PD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방송 산업 내에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방송작가, 독립PD 등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다. 방송작가나 독립PD들은 개편 때 잘리면 그만이다. 그런 경우 한 건, 한 건 법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재학 PD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도 중요한 과제지만,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회 한 번 잡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49재는 같이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청주방송 앞에서 작은 집회로 진행했다. 조계종에서 천도제를 지내주셨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지난 227일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합의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합의하에 대책위원회와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첫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고인이 억울하다고 한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회사는 합의서에서 진상조사위 꾸리고 성실하게 임하겠다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을 방송사 내부위원이 아니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재학 PD1심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의 증언을 방해하고, 중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런 행동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합의서 쓰고, 사과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적당한 외부위원을 찾기 힘들다며 위원 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회사 내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논리인데, 그렇게 되면 방송사 직원, 노동자들이 제대로 진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일단 대책위 추천 진상조사위원들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9재가 끝나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했다. 1~5층 돌면서 직원들도 만나고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전 보도국장인 고위 인사가 배석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도 청주방송 모기업인 건설사의 이두영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청주방송 음해세력이라고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뒤로 회사 분위기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례적으로 요구하여 꾸리게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PD억울함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학 PD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도화선이 된 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동료들의 처우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본인이 당했던 불공정함 뿐 아니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밝히는 게 고인의 명예회복에도 중요하다. 이후, 문제제기 과정에서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위증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러면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학 PD가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회사와 함께 다시 짚어보면서, 회사도 반성하고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재학 PD14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에서는 홈페이지 리뉴얼한다면서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 보기도 삭제하고 있다.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재판도 이어가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여, 고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밝히는 것, 그야말로 노동자였다는 걸 밝히는 게 중요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방송 펑크낼 거야?’

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 중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방송국이 왜 후진적으로 운영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이 유난히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중소제작사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외주편성 비율을 정해두게 된다. 외주제작사에 방송 기회를 일정 정도 이상 줘서, 외주제작사를 키워서 방송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외주제작사의 직접고용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IMF이후에는 고용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예로 들면, 100명 중 5% 정도가 방송사 정규직이다. 나머지 95%의 비정규직도 고용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프리랜서, 파견, 도급 등등. 아예 무계약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구두계약조차 없는 상태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짤리는일도 여전히 많다.”

이 업계에서는 그래도 방송은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말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송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 외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간 특례업종으로 밤샘노동을 당연히 해 온 것이다. ‘방송 펑크 낼 거야?’라는 말이면 모든 게 정리돼 왔다. 우리가 관행이라 부르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나 서열 문제도 심각하다. 꼭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직군별로나 고용 형태 별로 서로 이해도 높지 않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다. 같은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라서 임금 차이도 크고 위계도 심하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차이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스템이 제대로 돼야 한다. 직군별로, 맡은 역할이나 일한 연차 등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든지, 표준적인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계는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여기서는 10만원인데, 할래?’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척하는 방송사, 거기서 비롯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노동, 과로사와 안전문제, 저임금과 폭력적인 직장 문화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도 4~5년 정도의 일이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2016년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방송작가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결성되면서 이제야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방송계에서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투쟁에서도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는 고용 불안이 너무 크니 불안해하고 있다. 회장 말 한마디에 사내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하고, 대책위에 도움을 주던 분이 힘들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방송계에서 몇 년간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장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현장 노동자 모임하면, 누가 알까봐 걱정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방송 현장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주먹구구식 구조이다보니,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관계도 쉽지 않다. 제작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도 하고, 이 사이에서 단결이나 연대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 문제제기나, 싸움이나, 연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무늬만 프리랜서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처우 개선이나 조직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다. 그래서 지상파 4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안에 제3, 4의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 PD가 해고되기 전, 동료들의 처우개선 문제제기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런 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용기를 냈던 사람이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게 안타깝다. 장시간 노동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한 처우에 목소리 한 번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재학 PD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책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련 실태조사도 하고 있고, PD 외에 다양한 방송직군 증언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도, 방송계 노동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처지에 놓인다고 한다. 재택근무하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정규직도 있지만, 일당 받는 직군들은 방송 하나 취소되면 생계에 직격타를 입는다. 반대로 별다른 예방 조치 없이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장시간 촬영을 강행하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이재학 PD의 죽음에 대해 청주방송의 책임을 묻는다.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정신질환과 자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2020.05

정신질환과 자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정여진 업무상 정신질환 연구팀

 

1. 들어가며

정신질환과 자살 모두 논란이 많은 영역이다. 현재 정신질환 자체를 부정하는 고전적인 반정신의학적 도전은 잦아들었다고 하더라도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그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신질환에 대한 공식적으로 내려진 명쾌한 정의는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임상가들은, ‘상당기간 지속되는 인지적, 정서적, 지각적(perceptual), 행동적, 기타 심리적인 역기능적 변화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신체질환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논쟁이 더욱 활발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필자는 정신질환의 특수성, 특히 분류와 진단에 있어서의 특수성을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자살과 정신질환과의 연관성과 그 논란에 대해서도 덧붙이고자 한다.

 

2. 신체 질환과 다른 정신질환 진단의 특징

정신질환의 증상과 징후는 단순히 개인의 생존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인 관계나 직업적 수행을 포함한 사회적 기능의 변화를 통하여 그 실체를 드러낸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아볼 수 있다. 그런데 생물학적 현상보다 심리학적 현상, 그보다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더 높은 층위에 자리할수록 더 복잡한 기제들의 조합에 노출이 되며, 의도를 갖고 실천하는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개방된 체계에 가까워진다.1) 이러한 이유로 정신질환의 원인부터 증상의 발현까지 여러 층위의 무수한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인지 알기가 대체로 (신체질환보다) 어렵다. 더구나 사회적 규범에 따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이러한 정신과 행동의 변화는 달리 평가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정신질환의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가 정신병적(psychotic)이라면, 현실적으로 정의를 내리기보다 어떤 때정신병적이라고 하는지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2)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었다고 판단될 때 어디서부터 현실검증력(reality testing)’이 손상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신체질환 역시 정의와 진단기준을 둘러싼 무수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 자료와 근거(유전학, 역학 등의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임상적 지침 역시 개정과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건은 신체질환이건, 정신질환이건 당시의 과학적 근거들에 뒷받침된 최선의 결론이었는지 여부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진단기준이나 척도상 절단점을 단지 잠재적인 합의로 받아들여야 한다.

끝으로 정신질환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확실성을 지닌다. 뚜렷한 예측 인자들이 부재하는 데다, 당사자의 성향이나 인지기능, 사회적 자원 등의 상호 작용으로 증상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증상이 고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사회적 관계는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 간에 형성되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정신질환의 증상이 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거꾸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증상의 발현이나 중증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연히 진단명은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진단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진단은 자의적인 딱지 붙이기(labelling)을 지양하고, 치료에 있어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 사회적 지원, 법적 배/보상 등의 사회적 개입의 준거를 마련하여 이를 정당화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질환의 진단 분류는 자연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자연과학적 근거들이 등장한다면 한 질환이 두셋으로 나뉘거나 분류 체계상 거리가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사회 환경적 변화로 인해 더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어폐기된 진단도 적어도 일부 생길 수 있다. 덧붙여 병인론적 기제가 밝혀지지 않은 점들이 많아 신체 질환에 비해 월등히 현상학적인 방법을 많이 쓴다는 점도 상기한 불확실성에 더 기여하고 있다. 증상은 각기 특정한 패턴으로 군집하여 나타나므로, 우리는 서로 다른 정신질환을 논할 수는 있다.3)

그렇다면 정신질환은 왜 생기는가? 가장 간단한 대답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유전이라는 말은, 가족력이 있다는 뜻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재까지 적지 않은 유전학적 성과들이 진단분류학에 기여하고 있는데, 흔한 오해와는 달리 유전학이 곧 결정론은 아니다. 반대로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는 결정론도 있을 수 있다. 최근 환경적인 영향이 유전자 일부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한다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 주목을 받고 있다.4) 사족으로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하여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생물학적 치료만 가능하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한편, 환경적 요인에는 초기 생애적 환경(대개 정신치료는 여기에 초점을 둔다)도 있으나, 출생 전 태내 환경, 물리적/화학적, 사회적 환경 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신질환이 나타나는 이유는 생물학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는 여지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증상이 발현되는 것은 물리적, 화학적 뇌손상 때문이기도 하고, 이른바 신경전달물질 간의 불균형과 조절실패에 대해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의학적 처치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과연 이들을 문제의 원인이라고 일컫는 것이 온당한가? 차라리 질환을 구성하는 결과가 아닌가? 조현병, 우울장애, 자폐증, ADHD등 환자들의 뇌발생상의 기능적, 구조적(비특이적) 이상의 근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5)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개입이 무척 중요할 법한데도, 정신질환에 대한 1차적 예방-질환 발생의 결정 요인에 대한 개입-은 신체질환에 비해서도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정신질환만큼 개인화, 의료화가 문제인 영역이 있는데 바로 자살이다.

 

3. 자살과 정신질환, 그리고 논란

먼저 자살과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교과서인 Synopsis Of Psychiatry를 보면, 최대 95%의 자살 성공자들에게 정신질환이 있었으며, 우울증(80%), 조현병(10%), 치매나 섬망(5%), 알코올 의존(25%)이 차지한다고 한다. 정신과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12배가량 자살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기반하여 현 산재보상보험법 상 원칙상 자살을 고의적 자해의 일부로 보고, 산재 보상의 대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정신적인 이상 상태에서 실행했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고려할 때 대부분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지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왜곡된 인지가 현실검증력의 저하와 동의어인지도 의문이 남는다. 앞서 현실검증력 저하 상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은 언급하였다. 또한 정신질환의 결과로서의 자살이 틀림없다고 할지라도 그 개인의 동기는 고통으로부터의 탈출, 타인에 대한 복수, 자기 징벌 등 여러 양상을 보일 수 있기에 개인의 의도가 어디까지인지를 고려한다면 더욱 복잡하다.

물론 질병에 의한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장점이 있기는 하다. 남겨진 이들에게 적잖은 위안을 주며, 업무상 자살에 대한 보상을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럼에도 자살의 의료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은 작지 않다. 어려운 철학적인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 정신질환의 사회적 관리나 예방에 관한 주류의 행보를 본다면 충분히 우려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운 나쁘게정신질환이 걸린 탓으로 되어, 고위험군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발견과 전문가에 의한 개인 치료가 강조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살이 발생한 사회적 경제적 맥락은 삭제되어버리고 만다.

 

4. 맺음말

이상으로 짧게나마 정신의학의 전통적인 견해,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필자의 관점에 대해 다루었다. 최근 일과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활동가들의 고민도 깊어진 것으로 안다. 전술하였듯이 정신질환과 자살에 관한 논란의 지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일터의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질환과 질병이라고 부르는 결과에 이르기 전에 각종 위험요인들, 특히 환경적 요인을 통제하는 1차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신체 건강에 대한 사회환경적 요인의 중요성도 인정하지 않는 의사나 기타 전문가들이 대다수인데,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1) 베르트 다네마르크 외 저. 이기홍 역. 2005. 새로운 사회과학방법론 : 비판적 실재론의 접근. 파주 : 한울아카데미.

2) Fulford, B. 2004. Insight and delusion: from Jaspers to Kraepelin and back again via Austin In X. Amador Ed, Insight and Psychosis, Awareness of illness in Schizophrenia and related disorders 2nd ed, pp. 51-78.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3) Sims, A. . 김용식, 김임렬, & 정성훈 역. 2003. 마음의 증상과 징후(3)서울 : 중앙문화사.

4) 그리고리 L. 프리키온, 애너 이브코비치, 앨버트 S. 융 저. 서정아 역. 2017. 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 : 더이상 스트레스에 반응하지 않는 방법서울 : 한솔아카데미.

5) Sadock, B., Sadock, V., & Ruiz, P. 2015. Kaplan&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 Behaviora Sciences/Clinical Psychiatry (11th ed). New York: Wolters Kluwer.

[연구리포트]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 2020.04

노동시간 연구동향 살펴보기 건강영향을 중심으로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센터장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노동시간 관련 연구, 정책, 언론 동향에 대해 일터에 싣고자 합니다. 연구 분야는 의학분야와 사회학 분야를 나누어 각 분야별로 3~4개월에 1회씩 노동시간 관련 동향을 다루게 됩니다. 이번 4월호에서는 노동시간과 건강을 주제로 다룬 최근의 의학 분야 연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노동시간과 건강의 문제를 다룬 연구는 장시간 노동이나 교대근무가 건강에 나쁘다는 우리의 직관을 확인하게 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근거가 됩니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 노동시간 관련 연구에서도 우리의 현실을 왜곡하고 잘못 해석한 연구들이 잘못된 정책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연구가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실천연구, 현장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결과를 사회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것은 연구결과의 사회화를 위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연구들은 노동시간의 어떤 요소를 다루느냐, 노동시간과 어떤 건강영향의 문제를 다루느냐, 어느 집단의 문제를 다루느냐, 연구방법이 타당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연구인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동시간은 주로 노동시간의 길이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을 일정하게 정의하고, 이의 영향을 분석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간에 일하느냐의 문제, 즉 교대제와 야간노동의 영향을 다루는 것도 노동시간 연구에서 중요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노동시간의 밀도를 다루는 노동강도의 문제나 직무스트레스와 같은 노동의 질적요소 등도 노동시간을 다룰 때 노동시간의 주요한 요소로 정의하거나 고려하게 됩니다.

노동시간의 건강영향은 그동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뇌심혈관계질환을 중심으로 많이 다뤄졌는데, 최근에는 암발생이나 악화, 유산이나 불임과 같은 생식독성, 간 질환에 대해서도 다뤄지고, 문제음주나 흡연, 약물중독과 같은 건강행태, 결근이나 프리젠티즘과 같은 생산성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산업구조, 기술의 변화를 반영하여 과거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구들이 최근 들어 서비스, IT, 공공영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시간 연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 설문조사로 현재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질문하는 연구도 있고, 노동시간의 구체적인 요소를 변수로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건강 문제를 증상만 다루기도 하고, 객관적인 질병을 확인하여 노동시간과 관련성을 보기도 합니다. 장기간 관찰하며 건강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면접을 통해 노동시간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 밝히기도 합니다. 더 좋은 자료를 만들어 진행하는 연구가 더 좋은 연구가 되겠지만, 자료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우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는 연구비를 지급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적거나 감추고 싶은 연구이기도 해서, 좋은 자료를 확보할만한 시간과 돈, 접근의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비를 누가 냈고, 연구자가 누구이고, 자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연구가 진행된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노동시간과 건강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학술지는 영국에서 발간하는 직업환경의학(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북유럽직업보건학회에서 발간하는 스칸디나비아 직업환경보건 학술지(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일본에서 발간하는 직업보건학술지(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그리고 우리나라 직업환경의학회에서 발행하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Annals of Occupatioanl and Environmental Medicine)가 있습니다. 모두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국내 학술지도 영문으로 작성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필자는 많은 학술지 중에 영국과 북유럽, 한국에서 발간한 학술지를 중심으로 최근 6개월 동안 노동시간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5개의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연구

첫 번째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는 영국에서 발간한 직업환경의학 학술지에 실린 출퇴근 시간과 건강관련 행태(Commuting time to work and behaviour-related health: a fixed-effect analysis).” 입니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로 통근시간이 길어지는 것과 신체활동의 감소, 수면장애, 문제 음주 등이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신체활동의 감소는 비만, 심혈관계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최근 장시간노동과 심혈관계질환의 관련성을 설명할 때 자주 활용하는 중간단계의 건강지표입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시간을 단지 일하는 시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비록 출퇴근 시간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삶의 영역으로 노동시간의 개념을 넓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노동시간의 영역으로 정의할 수도 있고, 혹은 노동시간의 영역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삶의 영역은 노동시간에 영향을 받는 시간입니다. 또한 거주하는 장소와 직장의 거리는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한국에 적용해 본다면, 일단 도시, 농촌의 결과가 좀 다를 듯합니다. 워낙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출퇴근 시간의 영향은 미미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두 번째 소개할 연구는 북유럽 저널에 실린 한국에서 장시간노동과 사고, 자살의 관련성,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이혜은 선생님이 1저자로 쓰신 논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계청 사망자료와 연계해서 분석한 논문으로 노동시간과 사고, 자살에 의한 사망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입니다. 45~52시간 근무자가 35~44시간 근무자에 비하여 자살 위험이 3.89, 52시간 초과 근무자는 3.74배로 높게 나왔고, 연령, , 소득수준,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이 동일하다고 통계적으로 보정한 이후의 결과입니다.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비교적 다수 있었지만, 자살과 관련이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준 연구는 매우 드물고, 통계청 사망자료와 같이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하였고, 단면 연구가 아닌 시간을 두고 관찰한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확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는 나라가 드물고, 자살의 발생이 높은 나라에서 진행할 수 있는 연구였습니다. 산재보상에서 근거로 제시되어야 할 논문이지만, 무엇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속 야간근무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

세 번째 소개할 연구는 앞서 논문과 같이 북유럽 학술지에 실린 덴마크 연구로, “연속적인 야간근무 횟수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에 미치는 효과(The effects of the number of consecutive night shifts on sleep duration and quality).” 입니다. 경찰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인데, 야간노동을 연속해서 할 때, 어느 정도로 연속해서 근무하면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야간 노동을 안 할 수 있으면 좋고, 불필요한 야간 노동을 줄이는 노력이 먼저여야 하지만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 공공영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일부는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야간노동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건강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깁니다.

한노보연에서는 좋은 교대제는 없다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교대제란 없습니다. 심지어 공공영역에서도 불가피한 야간 노동이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4시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24시간 공공서비스의 필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연속해서 수행하는 야간노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시간과 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 교대제란 없습니다.

 

노동시간과 탈모의 관련성

네 번째로 소개할 연구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 실린 노동시간과 탈모약 복용의 관련성(Relationship between working hours and probability to take alopecia medicine among Korean male workers: a 4-year follow-up study).” 입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시간과 탈모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반영한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노동시간이 긴 집단에서 탈모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뚜렷이 높았습니다. 탈모가 있는 것과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시간 노동이 탈모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시간 노동의 영향이 매우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장시간 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역시 국내에서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제목은 장시간노동과 결혼상태 변화의 관련성, The association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marital status change: middle-aged and educated Korean in 20142015”. 여성의 노동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40시간 이하인 경우보다 이혼, 별거의 가능성이 4.2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 특징적인 결과는 남성의 노동시간은 결혼상태 변화와 관련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노동시간의 영향은 직접적인 건강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 건강을 매개로 건강행태, 건강문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노동시간의 영향이 젠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도 확인됩니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우리나라 가정에서 고정화되어 있는 성역할, 양육의 책임 등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국내에서 노동시간과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국내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고, 심혈관계질환이나 우울증을 넘어 탈모, 수면 등 다양한 건강영향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행태, 사회적 건강 등을 연구주제로 삼기도 하고, 노동시간의 길이뿐 아니라 야간노동의 주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입니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한국은 과로자살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 2020.0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한국은 과로자살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최민 / 상임활동가 

 

 

 

대만과 일본, 한국의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일하는 활동가입니다. 동아시아는 역사적, 문화적 공통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공통점 중 하나는 노동시간이 길고, 과로사와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일상적인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 일본의 노동인권과 노동자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NGO들이 모여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세 나라의 과로사나 과로자살 사건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처한 상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터의 주인이 되어 과로사나 과로자살이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만들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을 통해 공통적인 문제 양상을 발견하고, 동아시아 국가 차원에서 공동의 대응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국의 '과로자살'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과로사 못지않게, 과로자살이 뜨거운 이슈입니다. 과로사는 조금씩 변화를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전까지 매주 68시간까지 합법적으로 일 시킬 수 있던 조항이 바뀌어 이제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운수업이나 감시 업무 등은 여전히 이 조항의 예외가 되어 무제한 노동을 시킵니다. 결국 많은 택시운전기사나 경비노동자들이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연장노동시간 제한이 엄격해지자, 노동강도가 높아진 일터도 많습니다.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과로자살은 최근에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자살률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2018년 총 1만3670명이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OECD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습니다. 교통사고사망자 수의 3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던 1998년 급격히 증가했고, 그 뒤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로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회경제적 변화 상황에서 자살률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괴롭힘과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고 있다'는 인식은 최근에야 높아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자살예방대책 역시 사회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 자살에 대한 인식 개선,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와 정신보건 서비스 강화, 정신의학적 고위험군 관리에만 맞춰져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자살자는 '유리 멘탈'이라는 낙인이 강해 일 때문에 발생한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노동자의 자살이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2019년 연말과 2020년 연초에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과로자살(Karo-jisatsu)이 여러 건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업무과정에서 발생한 과중한 스트레스로 인해 노동자가 선택한 자살을 모두 과로자살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이런 정의는 먼저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이슈가 된 일본의 사례를 따른 것입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하는 과로자살은 '업무 관련성 자살'(Work-related suicide)과 같은 말입니다. 2019년 12월 5일,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시범사업의 동료지원가였던 25살 뇌병변장애인 설요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취업을 원하는 중증장애인 참여자를 발굴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에게는 한 달에 60시간 일하면서 4명의 참여자를 발굴해서 한 명당 5번씩 상담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임금은 고작 66만 원이었습니다. 사업을 주관한 공공기관은 중간 실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 동안 받은 임금 일부를 반납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실적 채우랴 실사 준비하랴 부담이 컸던 설요한씨는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생을 저버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11월에는 42세의 경마 기수가 자살했습니다. 한국에는 공식 경마장이 세군데인데, 그 중 부산경남경마장에서만 지난 10년간 7명이 자살했습니다. 이번에도 그 경마장이었습니다. 문중원씨는 경마장 운영과 관련된 비리를 고발하고, 말을 타다 다쳐도 보상도 받지 못하며, 위험한 말이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기수의 현실을 알리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고용상 지위가 노동자가 아니었기에 통계상 산업재해로 계산되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의 죽음 역시 '노동자가 일 때문에 선택한 과로자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두 사건을 모두 과로자살이라고 부릅니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성과 압박과 경쟁 구조에 노동자가 벌거벗은 채 던져져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가 무기력과 절망감으로 이어지는 순간 노동자 자살은 어디서든 발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동아시아만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직장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후 자살 사건이나 프랑스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연달아 발생한 자살 사례들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플랫폼이다, IT 혁명이다 하면서 노동자가 점점 더 개별화되는 지금, 더 많아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듭니다.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가 이런 걱정스러운 상황을 바꿔나가는 작은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동아시아과로사감시] 웹페이지 개설!

대만의 OSH-Link, 일본의 POSSE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각 단체가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자기 나라의 과로사, 과로자살 이슈를 다룹니다. 

사이트는 영어로 운영되고, 소식은 한노보연 일터와 
홈페이지에서 한글로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첫 번째 글로 한국의 과로자살 소식을 알렸습니다. 
많은 활용 부탁드립니다.

https://sites.google.com/view/kwea/

특집2. 문중원을 대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자세 : 노동자 자살로 본 자살예방정책 / 2020.02

문중원을 대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자세 : 노동자 자살로 본 자살예방정책

 

최민 상임활동가

 

201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총 13,670. 10만 명 당 자살률은 26.6명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새로울 것도 없게 느껴지는 이 숫자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루 37명이 자살한다. 2시간에 3명꼴이다.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률의 2.9배다. 자살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순위 1위이고, 40, 50대에서는 사망원인 순위 2위다. 연령을 표준화하여 비교했을 때, OECD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높고, 자살자 수가 많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교통사고 사망률이 14.7명에서 9.1명으로, 38% 줄어들 때 자살은 오히려 2.4% 증가했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28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증가한 나라는 한국 포함 8, 자살률이 10명 이상 증가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04년부터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자살예방정책은 자살을 줄이지 못하는가?

 

우리나라 자살예방대책의 흐름

 

2003OECD 가입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10만명 당 24)을 기록한 뒤, 정부는 2004<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기본계획에서는 자살의 원인에는 생물심리학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으나, 결국 80%는 우울증을 거쳐 자살하므로 현대 의학이나 경제적 여건상 변화시키기 힘든 생물심리학적 요인이나 사회경제적 요인보다 자살에 이르는 길목에 있으면서 조기발견을 통한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을 주요 사업대상으로 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효율적이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우울증 상담 및 치료율 증가, 자살시도 및 충동률 감소, 자살사망률을 2010년까지 18.2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였다.01 한국에서 자살률이 IMF 사태와 신자유주의 도입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기본적인 배경을 무시한 채, 아예 처음부터 의학적이고 정신건강적 문제인 우울증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효과는 없었다. 200324.0이던 자살률은 200724.8명 수준에 머물렀다.

200812월 발표된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이에 대해 스스로 정신보건사업위주의 활동이었고, 자살의 다양한 사회환경 요인을 포괄하지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대신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한국에서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97년 경제위기 및 03년 신용카드문제때문이었다고 처음으로 진단하였다. 특히 이전 계획에 언급되지 않았던 실업률, 소득양극화, 가계부실, 사회적 지지망 약화 등 다양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복지부에서 주도하던 자살예방 대책을 국무총리실 주도의 범정부적 대응으로 전환하고, “개인의 정신보건분야와 사회환경적 접근을 통해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02

 

하지만 종합대책에서 선포했던 사회환경적 접근은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못했다. 이후 매년 발간되는 <자살예방백서>는 경제위기, 사회안전망 약화, “경쟁심화로 인한 상대적 스트레스의 증가의 문제는 본격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대신 우울증 등 정신질환 증가의 요소는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있다.03 이후 발표된 <3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16~2020>과 문재인 정부에서 3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보완계획이라고 2018년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역시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서도 우리나라 자살의 특성을 실업률에 크게 영향을 받고, 경제적 문제가 자살의 직접적 동기 중 23.4%를 차지하고, 조선업 구조조정 등 지역경제 침체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 추진과제는 복지대상 등 자살고위험군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외에는 없다.04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자살예방정책은 사회적 원인에 대한 해결보다 자살에 대한 인식개선,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와 정신보건 서비스 강화,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 고위험군 관리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책 방향은 실제로 한국사회 자살의 특징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과학적이다. 문제의 구체적 특성과 원인을 외면한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20년 2월 5일 오전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회>가 열렸다.

 

자살 예방 대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노동자 자살

 

자살 예방 대책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노동자 자살이다. 세계 어디서나, 자살 사망자의 상당수가 경제활동인구이며, 자살로 사망하는 많은 사람은 사망 당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터에서 자살의 원인을 찾거나, 자살예방활동을 벌이는 것은 자살예방정책의 관심사다. 특히 자살 위험이 높은 농부, 경찰, 소방관 등의 직업군에서 자살예방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특정 직업군에서 자살위험이 높다는 것은 직업과 일터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예방활동은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에서 노동자는 빠져있다시피 했다. 1, 2차 자살예방정책에서는 직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년 발간하는 <자살예방백서>에서도 직업군에 대한 분석은 매우 단순하여, 직업군별 사망자수만 제시될 뿐, 사망률도 분석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되는 자살 노동자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제야 정부가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경찰청 조사 기록을 확보하는 등 자살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을 시작하면서 외면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는 사망 전 평균 3.9개의 스트레스 사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사망에 이른다. 스트레스 사건 중 정신건강 관련 문제가 84.5%로 가장 많았지만, 직업 관련 스트레스 사건이 68%로 뒤를 이었다.05 자살자의 70%가량은 사망에 이르는 여러 요인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이 직업적 스트레스 사건이라는 것이다. 직장 내 대인관계, 퇴직 및 해고, 이직 또는 업무량 변화 등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자살 경로의 시작점인 첫 번째 위험 요인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것이 업무부담이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자살 동기는 정신적 건강 때문일지라도, 그 정신적 건강 문제가 시작되는 요인이 업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심리부검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서 얘기했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을 위한 시도 중 하나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되려면, 자살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사건 중 하나로 밝혀진 직업 관련 스트레스에 대한 개입이 자살예방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위성 대신 근본적인 접근을

 

설날 아침, 세종로에서 차례상을 받은 42세 고 문중원을 보라. 문중원은 지난 11월 말, 마사회의 부정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초반의 경마기수다. 그러나 공기업 마사회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터괴롭힘에 대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까지도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이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마사회 관리감독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 정부가 뭔가 배우고 달라졌다면, 벌써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문제를 이렇게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는 경마 성적이 좋지 않아서, 누구는 빚이 많아서, 누구는 성격이 충동적이어서라는 핑계 뒤로 숨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란 제대로 살기 위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인간답지 않은 삶도 참아내라는 알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지금과 같은 접근으로는 자살을 줄일 수가 없다.

 

아래 표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자살대책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후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 일본의 자살대책기본법의 기본이념 조항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1998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자살률이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제정된 법이지만 기본 이념과 정책 방향이 다르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자살률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한국은 여전하다. 당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자살예방정책은 훨씬 폭넓어져야 한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와 건강을 증진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로부터 안전한 건강한 사회(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 추진방향)”는 요원할 것이다.

 

일본 자살대책기본법06

2조 기본이념

1)자살이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인 대처로서 실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2) 자살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 및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점이라는 사실에 입각, 단순히 정신 보건적 관점뿐만 아니라 자살의 실태에 즉각적으로 대응되도록 하지 아니하면 안 된다.

 

01. 보건복지부, 자살예방대책 5개년계획, 2004.

02. 보건복지가족부(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2008.

03. 전주희, 과로자살의 사회적 인정과 배제를 넘어:‘과로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다, 2007.

04. 관계부처 합동,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2018.

05. 중앙자살예방센터,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2019.

06. 일본 자살대책기본법. 보건복지가족부(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2008에서 재인용.

특집1. 노동자 자살,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함을보여주는 비극적 저항의 몸짓 / 2020.02

노동자 자살,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함을보여주는 비극적 저항의 몸짓

김영선 회원,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7명의 자살이라는 강렬한 몸부림의 의미

 

부산경마공원에서 7번의 자살이 이어졌다. 7번이나 반복된 자살 사건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죽음을 통해 이곳의 문제밖으로 알리려는몸부림이 강렬한 흔적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통도 없고 편히 숨 쉴 곳엘 가기 위해’, ‘경마장은 참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드는구나. 내 자존심 또한 남아나질 않게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떨어뜨린다 도대체 부산에서 몇 번의 자살 시도냐 경마장은 내 기준으로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되는구나’, ‘한 달에 많이 서면 12번의 당직을 섭니다. 이게 어찌 사람 사는 일입니까 이제 조금은 쉬어야겠네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했는데, 너무 많이 힘들어 이제는 내려 놓으려고요. 너무나 많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정말 제가 정신병자가 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예요 이제는 그런 쳇바퀴에서 벗어나려 합니다같이 기수, 말관리사들의 유서는 이미 다단계 위계 구조의 모순과 경쟁 장치의 폭력성을 여러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었다.

 

유서의 메시지는 문제 지향적이었고 타자 지향적(탄원형)이었다. 자살을 일종의 의사소통 과정으로 읽은 <자살, 차악의 선택>01의 저자 박형민의 논의를 참조하면, 일곱 번의 자살은 (무엇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실천이자 (무엇에 대한) 분노의 신호로 저항적인 의사소통의 하나였던 것이다.

 

노동자 자살을 정치화하기

 

<죽음의 스펙터클>02의 저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노동과 자살이 결합되는 양상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두드러지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매일 같이 서로 간에 전쟁을 벌이도록 하는 경쟁 구조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무기력, 절망감과 같이 정서를 사막화하는 등 노동자들의 삶을 한없이 나락으로 내몬다고 한다. 모욕감과 비참함을 강화하는 일터에서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쌔끈한경쟁 이데올로기들이 사실은 폭력과 모욕을 그럴싸하게 합리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동시에 노동자 자살은 오래된 모순이 관통하는 지점으로 발전국가 이후 고착된 제도 지체, 정상화된 장시간 노동,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취약한 노동권 등의 역사적 병폐들이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비극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의 자살은 오래된 구조적 병폐들이 관통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이후 경쟁 장치들이 덧대져 발생하는 결과다.

 

노동자 자살은 이렇게 발전주의의 잔재와 신자유주의의 현재가 교차하는 어느 곳에서나 되풀이될 수 있는 일반화된 구조적 위험으로 읽혀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자 자살을 나약한개인의 특수한 문제인 양, 타자화하는 통념들이 난무한다. 이는 많은 노동자 자살 사건에서 사측이 보이는 공통적인 첫 번째 반응이자 의외로 강력한 프레임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연결 짓기도 하는데, 노동자 자살에 대한 해석이 자기 관리담론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식의 통념은 노동자 자살을 개인적인 이유나 예외적인 일로 환원하는 자본 친화적인 언어들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된다. 자본의 언어와 꽤 닮아 있는 일상 통념들은 노동자 자살이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착취적 생산관계에 따른 산물임을 은폐하는데 복무하게 된다. 자살 사건 그 자체의 정치성을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일탈로 탈정치화하려는 자본의 시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파고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출처: pixabay

노동환경을 비추는 렌즈로서의 반복 자살

 

노동자 자살을 개인 문제로 환원해 업무와의 연관성을 끊어내려는 자본의 프레임에 대항하는 한시적인방법론으로 자살의 반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복 자살을 통해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얼마나 어떻게 막 취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로써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개인 문제로 협애화하는 통념들이 얼마나 조약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복 사례는 큰 관심을 들이지 않더라도 여러 형태로 발견된다. 앞서 언급한 마사회 말관리사기수의 자살부터 넷마블 개발자를 포함한 IT노동자, 방송노동자, 우편집배원, 사회복지공무원, 도시철도 기관사, 대한항공 승무원,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노동자, 현장실습생, 증권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자살까지.

 

일터의 은어는 노동의 상태를 경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렌즈라고 볼 수 있는데, 노동의 고통을 표상하는 언어들은 반복 사건의 현장 속에서 주로 발견된다. 간호노동자의 태움’, 방송노동자의 디졸브’, 사회복지공무원의 깔때기 현상’, 우편집배원의 겸배’, 화물운송노동자의 따당’, 근로기준법 59조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자무제한이용권’, 게임노동자를 포함한 IT노동자의 크런치모드’, ‘구로의 등대’, “갈아 넣다”, 서비스물류노동자의 클로프닝 등이 그러하다. 은어들에 나타난 업무 프로세스나 관행, 노동자 태도나 인식은 상당히 자조적이고 냉소적이다. 또한 자유와 권한을 잃은 상태, 고갈된 느낌, 무력감, 불만족, 관계 철회, 심신의 회복력 저하 등의 소외 상태를 내포하고 있다.

 

반복 사건들에서 보여지는 노동자 자살의 공통 원인을 추려보면, 과도한 업무량, 빠듯한 인력, 권위주의적인 조직 체계, 자존감을 갉아먹는 직장괴롭힘, 버틸 것을 무한정 요구하는 감내 문화, 느슨한 관리감독, 솜방망이 처벌, 위계적인 기업관계, 취약한 노동권리, 과도한 경쟁 장치, 반인권적인 실적 압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세 개의 원인들이 얽히면서 노동자의 자존감, 희망, 존엄을 극한까지 파괴하는 지점에서 자살은 발생한다. 문제적인 원인들이 중첩되면서 야기하는 고통은 필연적이고 구조적인 비극을 유발하는 것이다. 예외적이거나 우연적인 비극이 아니란 얘기다. 지금까지의 반복된 자살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바다.

 

과로 사회에 남겨진 자들의 몫

 

야만의 상태에서도 노동자들은 조금만 더 버틸 것을 요구하는 주문을 받는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일상적으로 그렇다.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것은 아직 과도하다대한민국도 좀 더 일해야 한다’, ‘10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100시간 동안 일할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럴 자유를 빼앗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설교들이 대표적이다. 한편 원래 그래, 관행이야’ ‘옛날에는 말이야 더하면 더 했어’ ‘이 정도도 못 버티면 어디서 뭘 할 수 있겠어’ ‘유리멘탈이다등은 일상 차원에서 반복되는 감내의 언어들이다. 이는 과로+경쟁 체제에 복무케 하는 효과를 낳고 노동자의 삶을 질식시키고 만다.

 

도대체 얼마나 버티고 참아야’ ‘얼마나 더 감내의 한계치를 끌어올려야한단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감내를 주문하면서 과로 체제와 경쟁 시스템을 재생산하려는 자본의 어법이 새로운 화법은 아니더라도 여전한 힘으로 작용함을 주지하고 더 이상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파국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자살은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한 비상상태를 보여주는 행위이자 더 이상 이렇게는 취급당하지 않겠다는 비극적 저항의 표식이다. 남은 자들의 몫은 살아가는삶이 아닌 죽어가는삶으로 우리네 삶을 내모는 비참의 상태에 대해 망자들이 알리려 했던 그 목소리의 결을 제대로읽어내는 것이지 싶다.

 

01. 자살, 차악의 선택 : 자살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 박형민 저. 2010. 이학사.

02. 죽음의 스펙터클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범죄, 자살, 광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저. 송섬별 역. 2016 반비.

 

[공동성명] 2월 27일 문재인 정권의 故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농성장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에 부쳐

잔인하다 문재인 정권!
정권의 침몰은 여기서부터임을 경고한다
ㅡ2월 27일 문재인 정권의 故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농성장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에 부쳐

 

2020.02.26 108배를 마치고 긴급 브리핑 중인 문중원 기수 유족과 시민대책위원회



문중원 기수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태도가 분명해졌다. 고인의 돌아가신 지 90일, 시신이 정부종합청사 앞에 놓여진 지 62일이다. 공공기관의 갑질과 부조리에 타살당한 죽음이 한국마사회와 문재인 정권에 의해 방치된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국민의 죽음 앞에서도 정부는 그 책임이 있다. 그 죽음이 억울할 때 정부의 책임은 더욱 크고, 그 죽음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발생했다면 더욱 큰 책임이 있고, 그 죽음이 연이어 벌어지는 죽음이라면 너무나 큰 책임이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4명의 죽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국마사회장이 임기를 시작하고 두 명째 죽음이다. 300여 명 남짓한 기수와 마필관리사 중에 일곱이나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같은 공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

오늘(2월 26일) 종로구청은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와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시민대책위 농성장으로 통보했다. 90일이 되도록 한국마사회가 죽인 이 억울한 죽음을 방치하더니, 억울한 죽음 앞에 이를 보호할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는커녕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공권력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고인의 죽음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 한국마사회를 찾아간 문중원 기수의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목을 졸랐던 공권력이 썩어빠진 한국마사회를 비호하는 행보를 반복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진심을 드러내고 있다. 100일 전에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대통령에게 보내는 108배로 호소하고 있는 유가족에게 이 정권의 실체는 잔임함 그 자체다. 

정부가 입장을 정했다면 우리 시민대책위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문재인 정부가 야만과 폭력을 동원해 이 억울한 죽음을 덮어버리려 한다면, 우리는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 잔인함과 야만성을 폭로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이 모든 국민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는 명분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오판이라는 것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내일 행정대집행을 모든 힘을 다해 막아낼 것이며, 죽어서도 죽지 못한 문중원 열사와 썩어빠진 한국마사회가 시비를 다투고 있는 추모 공간인 시민분향소와 농성장을 사수해 나갈 것이다. 그 위에서 안일하게 줄타기만 하다가 이제야 폭력 침탈로 입장을 정리한 청와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게 할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민심을 저버리는 납득할 수 없는 문재인 정권에게 경고한다. 정권의 침몰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2020년 2월 26일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기수 진상규명.책임자처벌 설 전 해결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

[기자회견문]

 

갑질과 부조리로 죽임을 당한 문중원 기수,

죽음마저 갑질 당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 정부도 공범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마사회의 또 다른 이름은 흔히 복마전이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수많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개 사기업도 아니고, 대한민국 공기업이 복마전이 돼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입니까. 더욱이 그 복마전 마사회에서, 한두 명도 아니고 벌써 일곱 명째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두 명씩 죽어갈 때 실질적인 사용주인 마사회와 감독 책임자인 정부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했다면, 구조를 제대로 바꾸었다면 또 다른 죽음은 없었을 것입니다.

 

마사회가 이 죽음의 주범입니다. 경마기수와 말관리사들에 대한 모든 권한과 통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마사회가 7명을 죽인 것입니다. 마사회는 마사회장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경찰을 앞세워 가로막고, 몸싸움 과정에서 고인의 부인을 밀쳐 넘어뜨리고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고 목을 조르기까지 하는 천인공노할 패륜까지 저질렀습니다.

 

문중원 기수의 죽음에 사죄하고 책임자 처벌과 제도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마사회가 교섭자리에서 쏟아내는 말들은 고인의 유서를 들먹이며 정당성을 운운합니다. 다단계 하청구조도 모자라 노사관계를 부정하며 개인사업주 운운합니다. 통제하고 갑질할 땐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던 마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에는 개인사업주 운운합니다. 이런 태도의 마사회가 설 전 해결을 위해 교섭에 성실하게 나설 리 없습니다. 그저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교섭을 공전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섭 중임에도 동료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든 기수들을 협박하고, 인지수사를 하겠다면서 개개인에게 출석통지서를 보내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죽음의 공범입니다. 이 정권이 출범한 뒤 사망한 희생자만도 네 명입니다. 그런데도 마사회장을 임명한 청와대는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사회의 관리감독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적폐에 대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갖가지 핑계를 내세워 설립신고를 보완하라며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이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고인이 마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가족들이 차디찬 서울 길바닥에 스스로 나앉은 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데, 설 전까지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는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시민사회가 설 전 해결을 촉구하며 45일 동안 땅바닥을 기며 배밀이 기도로 과천 경마장에서 청와대까지 왔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찰의 근거도 명분도 없는 공무집행을 빙자한 행진 방해였습니다. 무관심과 방치도 모자라 경찰 폭력과 근거 없는 공권력으로, 절규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두 번 세 번 짓밟았습니다.

 

그 가족들이 청와대가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매일 대통령에게 SNS 메시지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50여 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여덟 번째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까?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문중원 열사 죽음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합니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한국마사회는 유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합니다.

마사회 비리의 피해자인 고인의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피해보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민사회를 대표한 우리 참여자들의 요구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시민사회를,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을 50여 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셨습니까라는 말이 튀어 나옵니다.

우리 시민사회는 강력히 요구합니다. 설 전 해결을 위해, 8의 문중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청와대가 나서십시오.

 

- 사람 죽이는 공공기관 대통령이 책임져라!

 

 

2020122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설 전 장례 성사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200122_[보도자료]시민사회기자회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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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2020.01.02, 매일노동뉴스)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01.02 08:00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말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과 근로감독이 가능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298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 매일노동뉴스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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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누구나 과로로 목숨 잃을 수 있어요” (19.12.12, 한겨레21)

출처: 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7976.html

“누구나 과로로 목숨 잃을 수 있어요”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강민정 운영자 인터뷰

 

제1291호등록 : 2019-12-12 10:26 수정 : 2019-12-12 10:42

 

과로사나 과로자살을 겪은 유가족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 동료, 친구들을 위한 안내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뒤 ‘과로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겪은 안도감, 원망, 죄책감, 고독감 등을 진솔하게 풀었다. 강민정(사진)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이하 유가족 모임) 운영자를 10월2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무실에서 만나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이하 안내서)에 담길 이야기를 미리 물었다. 2017년 7월 만들어진 유가족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과로사·과로자살 산업재해 승인을 위한 공부와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 안내서는 이르면 내년 중반 나올 예정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었나.

2018년 5월쯤 유가족들에게 제안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공고한 노동보건 연구 공모에 선정돼, 올해 10월 안내서 가안이 될 보고서를 완성했다. 목차 대부분이 유가족 모임에서 2년 동안 여러 차례 얘기한 내용이었다. 이후 4개월 동안 유가족들에게 일기를 써달라고 부탁해, 집필에 주로 참여할 유가족을 3명으로 정했다. 이들에게 가족이 숨진 직후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산재 신청 전후로 무엇이 궁금했는지 써달라고 했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7976.html

 

[특집일반]“누구나 과로로 목숨 잃을 수 있어요”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강민정 운영자 인터뷰

h21.hani.co.kr

 

[언론보도]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19.12.09, 미디어오늘)

출처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53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노동부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늘리자 노동계 집단 반발 “16년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달라?”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승인 2019.12.09 15:12

 

정부가 오는 1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를 지켜야 할 중소기업(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자 방송·노동계 단체, 산재 피해자 모임 등이 “주 52시간제 파기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며 집단 반발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용균재단 등 25개 노동·법조·언론·의학계 단체는 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추가로 유예한 정부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기존 계획대로면 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했고 50~300인 규모 중소기업엔 오는 1월까지 1년 6개월 준비기간을 줬으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8일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겠다’며 중소기업에 적용 유예 방침을 밝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53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 미디어오늘

정부가 오는 1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를 지켜야 할 중소기업(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자 방송·노동계 단체, 산재 피해자 모임 등이 “주 52시간제 파기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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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19.10.29, 경향)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입력 : 2019.10.29 22:12 수정 : 2019.10.29 22:14

 

출처: 경향



29일 장향미씨와 한국·대만·홍콩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향신문과 집담회를 했다. 집담회에는 대만 ‘OSH 링크’ 활동가 황이링·정추링, 대만 ‘TAVOI’ 활동가 리우니엔윤·린수전, 홍콩 ‘ARIAV’ 시우신만이 함께했다. 황이링은 2015년 대만 과로사 사례를 담은 <타이완, 과로의 섬>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장씨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가 자리했다. 장씨가 질문하고 활동가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죽음을 피해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문화에서는 과로사를 근절할 수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이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92212045&code=940702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장시간 노동과 이로 인한 과로사·과로자살 문제는 비단 한국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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