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자료집]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자료집]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2019.05.15(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

발제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승인과 직장내괴롭힘 법안이 가지는 의미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노무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투쟁 경과와 의미 그리고 향후 과제
김경희(서울의료원 간호사,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대책위)

토론 
최원영 간호사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190516_간호현실_자료집.pdf
1.94MB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시간의 의미를 묻는 하나의 방식, 마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 / 2019.05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시간의 의미를 묻는 하나의 방식, 마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 

 

 

김직수 /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당신 인생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이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답하는 사람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모든 텍스트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 읽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생 단 한 권의 책' 부류의 질문에서 유독 불리한 작가가 있기 마련인데 한국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작가로 미시마 유키오를 꼽고 싶다. 

우리 사회는 그를 '천황 만세를 외치며 할복자살한 극우파 작가'쯤으로 고정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작가의 생애와 사상이 그의 작품과 별개인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명백히 그의 작품에 다른 결이 존재함에도 이를 사상하고 단순화하는 것은 극우 사상만큼이나 해롭다. 그의 작품들을 일련의 사회적 메시지로 읽고자 하는 경우 그가 제시하는 '처방'은 위험할지언정, 그의 '진단'은 놀랍도록 날카로우며 당대의 진보적 지식사회의 그것에 비하더라도 참신한 것들이 적지 않다.

흔히 미시마의 작품은 '심미주의적' 경향을 띤 것으로 이야기되며, 실제로 그의 작품들에서 직접적인 정치적 언급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심지어는 일본의 근대 문학이라는 직접적인 카테고리를 다루면서도 좀처럼 미시마를 언급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는 그가 내세우는 '아름다움'에 관련되며, 더욱 정확히는 그가 아름다움을 내세우게 만드는 현실의 '추악함'에 관련된다. 

그의 작품으로 <가면의 고백> <금각사> <비단과 명찰> <풍요의 바다> 등이 흔히 언급되는데 이런 '대작'들과 비교되면서 흥미 위주로 가볍게 쓰인 소설로 평가받는 책이 <목숨을 팝니다>이다. 하지만 나는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간에, 이 책을 시간과 그 의미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작품으로 꼽는다. 전후 일본인들이 그들의 시간을 살아내는 모습에서 미시마는 어떤 추악함을 읽어냈던 것일까.

미시마가 자위대의 궐기를 호소하며 할복자살한 1970년으로부터 2년여 전에 쓰인 이 작품은 하니오라는 한 청년의 자살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하니오는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일컬어지는 광고업계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석간신문을 읽다가 갑자기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석간신문을 읽다가 글자가 바퀴벌레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의 충동을 느낀 것이다. 그가 읽던 신문에는 공무원의 스파이 행위, 도쿄를 뒤덮은 스모그, 하네다 공항 폭탄테러, 은행강도 사건 등 온갖 '추악한' 일에 대한 기사들이 가득했지만 그는 그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하루'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 살아 봐야 의미가 없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하니오가 생각해낸 답은 그가 '열심히 일하는 착실한 사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살에 실패한 하니오는 회사를 그만두고 신문에 목숨을 판다는 광고를 낸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어느 자산가 노인은 젊은 아내의 외도에 복수하기 위해 하니오에게 함께 죽어줄 것을 요청하고 어떤 꼬마 아이는 흡혈귀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하니오가 피를 바쳐 기쁨을 주기를 원한다. 자신을 대신해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주기를 원하는 의뢰인이 나타나는가 하면, 하니오가 첩보전의 희생양이 되어 주기를 요구하는 스파이 집단도 의뢰인으로 등장한다. 하니오는 그저 무덤덤하게 의뢰를 받아들여 충실히 수행한다. 공교롭게도 사건들이 해결되는 가운데 하니오는 계속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 ACS(아시아 컨피덴셜 서비스)라는 비밀조직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드리워진다.

의뢰인들이 화폐를 매개로 하니오에게 해결을 요청하는 문제들은 질투, 연민, 공포, 충성과 같은 다양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인간 군상을 통해 미시마는 전후 일본 사회의 다양한 모순, 보다 정확히는 의미의 상실과 관계의 파괴를 보여준다. 기업사회로의 변모가 계속되면서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 빠진 경제동물이 되어버린 노동자, 교환의 대상으로 전락한 사랑, 아무도 서로를 돌봐 주지 않는 파괴된 공동체, 의롭지 못한 일로부터 등을 돌리는 나약한 기회주의 등 이 모든 것들은 하니오의 죽음을 통해 해결될 터였다.

"세계가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하면 죽어도 후회는 없다는 기분과, 세계가 무의미하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어디서 서로 화해하는 것일까. 그러나 결과가 어떻든 하니오에게는 죽음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ACS로 의심되는 검은 손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하니오는 계속해서 무의미의 연쇄 속으로 떠밀려갔다. 그들은 끊임없이 하니오의 뒤를 쫓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는다. 하니오는 그저 자유롭고 싶었다.

"하니오는 무의미에서 시작해, 그 무의미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그 의도는 다양하지만 화폐를 매개로한 의뢰인들의 요구에 목숨을 거는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부정 그 자체가 하니오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한편 ACS의 존재는 고도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다룬 또 다른 역작인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인간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들의 그늘 아래 등장인물들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무의미한 삶을 계속하게 된다는 점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목숨을 팝니다>에서는 주인공 하니오가 목숨을 파는 거래 행위를 계기로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하니오의 공감 능력에 의해 그들이 지닌 문제가 드러난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모모가 평범하지만 '신비한' 능력을 통해 잿빛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심장으로 느끼는 시간의 의미를 일깨워준다면 하니오는 자신은 이미 한 번 죽었다는 사실에서 깨달은 삶의 의미, 시간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이다.

전후 일본 사회의 자본주의적 고도성장의 이면을 미시마는 한 청년노동자의 자살 시도라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로부터 불러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의 선택이 만연한 세상을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과로 자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전후 일본인들이 그들의 시간을 살아내는 모습에서 미시마는 어떤 추악함을 읽어냈던 것일까. 미시마는 전후 일본 사회의 자본주의적 고도성장의 이면을 한 청년노동자의 자살 시도라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로부터 불러낸 것이 아닐까.

갑자기 과로 자살을 언급하는 이유는 광고회사에서 그저 열심히 일하다 어느 날 죽음을 선택하는 하니오의 모습이 필자에게는 과로 자살자의 하나의 전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미시마가 하니오의 자살 시도의 동기를 일일이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저 열심히 일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작중 하니오의 언급은 흘려듣기 어렵다. 미시마의 작품 가운데 보기 드물게 직접적으로 노동쟁의 사건을 다루었으며 <목숨을 팝니다>와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소설인 <비단과 명찰>에서도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적 노사관계가 파탄을 맞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시마가 철저한 평등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천황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이었다. '질서의 회귀'를 통해 근대를 극복하고자 했던 그에게 자본주의 체제와 그속에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의 노예가 되어 무의미한 세계에 직면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못했던 것이리라. 잘 알려져 있듯 미시마는 '안보투쟁'의 한복판에서 도쿄대학 전공투 학생들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긴장뿐만 아니라 묘한 상호 존중과 공감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것은 이들의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절대자'를 중심으로 하는 질서의 회복을 통해 그것을 넘어서고자 한 의지였다. 미시마에게 그 절대자가 '천황'이었다면, 전공투 학생들에게 그것은 '프롤레타리아'였다. 오늘날의 68혁명에 대한 해석의 틀을 빌리자면 전공투가 탈물질주의적 좌파였다면, 미시마는 탈물질주의적 우파였다.

물론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전복적 시도들을 '실패'로 기억하고 있지만, 삶과 그 본질로서의 시간의 의미를 묻는 목소리에 다시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과로 자살로 스러져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들의 죽음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19.04.30, 서울신문)

[단독]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입력 : 2019-04-30 18:04

출처: pixabay

사망을 포함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2016년 1911건(승인 421건), 2017년 1809건(승인 589건), 2018년 2241건(승인 925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으로 병을 얻거나 사망하면 산재라는 인식이 최근 강해지면서 신청 건수가 늘었다”면서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과로사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01001006

 

[단독]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지난해 3~12월 산재 중 43명만 인정 대기업 2곳 빼곤 영세사업장 노동자 “대한민국 과로사회 확인해주는 자료”일주일에 최대 52시간만 근무하도록 근로기준법이 바뀐 뒤에도 가족의 과로사를 호소하며 유족이 정부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가 102명(사망 노동자수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직 지켜지지 ...

www.seoul.co.kr

 

<일터> 통권 183호 / 2019.5

 

 

[특집]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1.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2. 건설기계노동자, 산재법 확대적용의 명암을 들여다보다
3. 위험은 노동시간 규제가 없는 곳, 가장 낮은 위치로 전가된다 
[지금 지역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는 건강한 집배노동의 씨앗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세지⑦
[연구리포트]
서울성모병원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봄을 타고 전해 온 땅을 일구는 농민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세상]
[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일터의 안전이 사회의 안전을 만든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시간의 의미를 묻는 또 하나의 방식,
미시마 유키오의 『목숨을 팝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탄력적 노동시간제의 문제점
[노동자 건강상식]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문화읽기]
부재는 끝나지 않고, 어디에나 있다
[발칙 건강한 책방]
과로자살의 행렬을 멈추기 위하여
[이러쿵 저러쿵]
평양을 다녀와서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시간센터]201904 월례토론 "과로자살"

소식이 늦었습니다. 

2019 4월 월례토론은 '과로자살' (가와히토 히로시 저, 김명희/노미애/다나카 신이치 옮김, 한울, 2019)의 역자인
시민건강연구소 김명희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했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과로자살이 사회 문제가 된 일본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서 과로자살을 막거나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봤습니다. 
먼저, 과로자살 통계가 제대로  집계돼야 하겠고, 
자살예방정책에서도 일터의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명희 선생님은 무엇보다 노동자 운동, 사회운동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발제문과 책 소개, 오마이뉴스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월례토론은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님을 모시고 5월 16일 진행 예정입니다. 

 

노동시간센터_2019041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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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자살 책 보러 가기 

 

과로 자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5시간 이상 자고 싶다. 한 달 초과 근무 200 시간이 넘는 가혹한 근무를 견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스물 넷, 입사 2년차 공사 감독자가 일기에 남긴 말이다. 저자는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

www.aladin.co.kr

과로자살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 일본 사례로 본 한국의 과로자살 문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목표 완수"... '귀신 10칙' 배포한 회사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 북토크] 일본 사례로 본 한국의 과로 자살 문제

www.ohmynews.com

 

[언론보도] 노동시간 줄면 경쟁력 떨어질까 (19.03.25, 주간경향)

노동시간 줄면 경쟁력 떨어질까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2019.03.25ㅣ주간경향 1319호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운동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자본의 권력관계가 변함에 따라 법과 제도에 기댄 일괄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민 노동시간센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제도를 통해 노동시간의 양을 줄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고용형태가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시간 단축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시간을 노동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3181412431&code=115



[기자회견]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서울아산병원 특별 근로감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 일시 : 2019년 3월 14일(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고용노동부 동부지청 앞

○ 주최 :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순서

발언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경재 변호사

발언2. 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발언3.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엄지

기자회견문 낭독



기자회견문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인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아직까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고 병원 현장의 변화 역시 미미할 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사건 발생 직후 고인이 ‘예민한’ 성격이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면서 고인의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하려 했다. 하지만 고인의 사망 이후 밝혀진 내용들로 서울아산병원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인을 비롯한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들은 조기출근과 연장노동을 일상적으로 경험하였고 고인의 경우 입사 후 통상적으로 3~4시간을 초과근무 하였으며, 이로 인해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하였고, 체중이 13kg이나 급격히 감소할 정도였다. 특히 고인이 사망한 2월에는 출근한 8일간의 초과근무시간이 무려 45시간 이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은 이러한 초과근무에 대하여 수간호사가 예외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한 수당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이 장시간 노동과 시간외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만연해있으며, 신규간호사 교육에 대한 관리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보건 상의 조치가 부재했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지난 2018년 7월 10일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는 서울아산병원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요구되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였다. 하지만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故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최종 판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상 재해 즉 구조적인 문제임이 밝혀졌고 이는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 명백해진 판결이다. 하지만 지난해 고인의 사망 직후 실시된 고용노동부 자율개선점검사업에서 서울아산병원은 단 한건의 위반사항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하였고 이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계속 은폐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을 연장근로와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및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상 조치 미비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의 특별근로감독과 임시건강진단명령을 재차 촉구하며 서울아산병원의 기소가 필요함을 알리는 바이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울의료원의 故 서지윤 간호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들 이전의 병원 노동자 자살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었다. 만약 박선욱 간호사 사망 이후 아산병원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서울의료원도 더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시는 시민대책위의 의견을 반영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또 다시 우리의 동료가, 우리의 가족이, 우리의 친구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토론회에서 고인의 가족은 “노동 현장은 실험실과 달라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이 했다는 대책은 실험실 쥐에게 약을 줄이는 정도의 발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겪었던 문제들은 여전히 서울아산병원의 신규간호사들이, 한국사회의 수많은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들이며 서울아산병원 스스로도 해결할 의지가 없는 문제이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제대로 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고용노동부는 서울아산병원 특별근로감독 실시하라!

- 고용노동부는 서울아산병원 임시건강진단명령 시행하라!

- 장시간 노동, 시간외수당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하라!

- 신규간호사 방치, 산업재해 유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하라!


2019.03.14.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안내] '과로자살'의 저자 가와히토 변호사와 함께 하는 한-일 과로자살 문제 세미나

'과로자살'의 저자 가와히토 변호사와 함께 하는 한-일 과로자살 문제 세미나







[성명서] 서울아산병원 故 박선욱 간호사 산재 인정 서울아산병원장은 이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 산재 인정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와 과중한 병원업무가 근본 원인

서울아산병원장은 이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가 승인되었다. 36,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작년 215일 이후 사건을 지켜본 수많은 간호사들과 시민들, 그리고 유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질병판정서에 나와 있지 않은 표현인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내용을 추가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으로 매우 유감이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위중한 생명을 다루는 중환자실의 특성상 간호사의 실수는 생명과 직관되어 있어 항상 정신적 긴장을 유지하여야 하는데, 고인은 짧은 교육기간과 충분하지 않은 교육내용으로 업무가 미숙한 상태에서 중환자 간호업무를 맡게 되었고’, ‘중환자실에서의 교육과정과 긴박한 업무수행이 고인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지고’, ‘특히, 간호사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 직장내에서의 적절한 교육체계 개편이나 지원 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자기 학습과정에서 일상적인 업무내용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인정하였다. 태움의 근본적인 원인인 신규간호사 교육체계의 문제, 과중한 업무의 문제가 인정된 것이다. 공동대책위는 인력부족으로 간호사에게 제 시간에 다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 부과되는 것,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신규간호사에게 극심한 압박감을 주는 것 등이 병원에 의한 구조적인 태움이라고 주장해왔다.

 

사실 간호사들에게는 이러한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인정받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서울아산병원은 고인의 사망을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가며 책임을 회피하여, 유족의 마음에 비수를 꽂고 많은 간호사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채용면접에 온 예비간호사들에게 부적절한 질문으로 충격을 주었고, 신발 벗고 양말만 신고 일하라는 수면양말갑질이 세상에 알려져 내부 간호사들의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1, 서울의료원에서 또 다른 죽음이 발생하면서 간호사들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사람이 죽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병원은 간호사를 연료로 태워서 돈벌이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 온 사람들과, 장례식장에 찾아와 울던 딸 같은 간호사들을 생각하며 모진 시간을 버텨온 유족이 있었기에 산재승인이라는 결과를 쟁취할 수 있었다. 죽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서울아산병원은 말하고 싶었겠지만, 간호사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그런 현실을 바꾸는 희망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이 소중한 결과를 더 큰 투쟁의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이제 서울아산병원은 고인과 유족, 그리고 1년 넘게 지켜보는 수많은 간호사와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포함하여 모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201938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명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승인.hwp


[언론보도]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합의란 이름으로 자행하는 차별 (매일노동뉴스)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합의란 이름으로 자행하는 차별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9.02.28 08:00







결국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에 노사정이 합의했다. 그러고는 겸연쩍었던지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와 임금보전 대책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임금 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지급이나 할증률 조정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애초 장시간 노동 문제는 노동자들의 건강·안전과 결부된 문제였다. 노동시간을 연간 1천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는 정부의 공약 달성은 돈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사회구조와 인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할진대 또다시 건강권과 돈의 문제를 결부시킨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085

[안내] 2019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

2019년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



3월) "유연근무제와 페미니즘" 북토크

- 국미애 (성평등 정책연구자)

-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저녁7시

4월) "과로자살" 북토크

-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역자)

- 2019년 4월 18일 목요일 저녁7시

5월)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시간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 2019년 5월 16일 저녁7시


신청 및 문의: laborr@jinbo.net  / 02-324-8633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언론보도] 과로사 ․ 과로사고 막자면서 ‘과로 합법화’로 가자고요? (안전넷)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삶은 ‘고무줄’이 아니야 !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과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바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시간의 ‘회복’을 바란다."

https://weeklysafety.blogspot.com/2018/12/blog-post_4.html

[언론보도]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국민일보)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 2018-10-06 05:00

김모(57)씨의 남편은 지난해 1월 사망했다. 그는 한 주에 70시간 넘게 일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날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 쓰러졌다. 김씨는 5일 “진작 일 좀 덜 했으면, 아휴…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시행 100일을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회한이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37755&code=61121111&cp=nv

[연구보고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과로자살 : 사례 비교 연구 (2018)


연구 참여자 (소속)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선영 (연세대), 천주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예동근 (부경대),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강민정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 순서는 보고서 목차 순 


본 연구 <신자유주의 시대의 과로자살 : 사례 비교 연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7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 사업의 일환으로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연구기간: 2017.9.1~2018.8.31)


- 1 과로자살 20180831 (최종보고서) ◆ n2.pdf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 2018.09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 공공운수노조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2004년 개봉했던 영화 <인어공주>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 배우 전도연과 박해일이 출연해 아름다운 섬마을의 풍광과 부모님의 과거 시절로 돌아가 비로소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극 중 전도연은 아름답지만 거친 바닷속을 힘차게 헤엄치는 해녀로, 박해일은 섬마을의 몇 안 되는 가구에 반갑고, 슬픈 소식을 전하는 우체부(집배원)으로 나온다. 영화 속의 우체부 박해일은 아름다운 섬마을을 오토바이로 타고 다니며, 보람있게 살아가는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2018년 집배원 노동자의 표정에 행복함을 찾기란 어렵다. 작년 19명, 올해 14명의 집배원이 노동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희망은 있다. 작년 한 해 장시간 노동 근절,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외쳤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을 지난 8월 24일에 만나 집배 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을 없애기 위한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았다.

허소연 선전국장은 집배노조가 출범한 2016년부터 함께 했다. 노동조합 일을 하기 전 대학교에서 학생운동하며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계기였다. 


[출처: 집배노조]


“집배노조 설립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됐던 건 토요택배 부활이었어요. 기존 노조 체계로는 우리가 원하는 걸 이뤄낼 수 없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장시간 노동, 중노동 근절은 몇몇 사람에게서 나온 요구가 아니었어요. 기층에 있는 우정노조 조합원들에게부터 올라왔던 요구였죠. 그래서 노조를 새로 설립하게 됐어요. 당연히 설립한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이 상급단체여야 한다고 판단했고, 민주노총을 선택했죠. 그렇게 대중의 요구로 만들어진 노조이기 때문에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 없애기가 가장 핵심적 요구였습니다.”

지금의 집배노조는 2016년 전국의 집배원 ‘전국우정노조’를 탈퇴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가입을 결정하며 집배노조를 세웠다. 변화를 갈망하는 움직임은 2013년 집배원장시간 중노동없애기운동본부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화됐다. 우정노조에서 나온 노조들은 기존 노조에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토요 택배 폐지, 장시간 중노동 폐지 등 같이 싸우자고 말이다. 

“집배원분들은 대안적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토요 택배가 재개됐지만 위원장 간선제 등 기층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노동조합이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정노조는 오랜 역사, 큰 규모인 대단한 노조죠.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복수노조가 7개가 있고, 직종별로 분리된 현실에 대한 책임은 제일 먼저 생긴 우정노조에 있다는 것도 같이 통감해야 할 부분이에요. 복수노조를 만든 사람들이 노조가 없어서 새로 만든게 아니고, 기존 노조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이 사람들이 우정노조를 탈퇴한 이유 분석을 철저히 해야죠.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노조가 많아서 관리하기 힘든 측면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하는 부분도 있어요.”

집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받아 안고 활동하는 집배노조는 최근 새 식구를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여름에만 담양우체국, 북광주우체국, 춘천우체국 등 전국 곳곳에서 지부가 설립되고 있다. 

“공동의 승리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가 함께 뭉쳐 요구하면 실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요. 기존의 긴 역사 속에서 그런 성취감이라고 할 게 많지 않아요. 집배노조 설립 초기에도 ‘될까?’가 있었죠. 그런데 노조가 생기고 장시간 중노동 쟁점화시키고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도 요구하고, 집배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도 꾸려졌죠. 그건 상층부의 제도이지만 실제 일하는 분들에게 느껴지는 변화가 있었어요.


[출처: 집배노조]


정규직 집배원은 근속연수가 15년 정도로 길어요. 긴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바뀐 게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뭔가 바뀐 거죠. 하다못해 관리자들이 집배원을 대하는 태도, 표정이 바뀐 거예요. ‘왜 바뀌었을까?’ 했었을 때 집배노조가 생기고 난 다음에 변화한 걸 체감하고 있어요. 최근 가입하신 분들은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여태까지 보고만 있었는데 내가 가입하면 더 많이 바뀔까?’ 그런 기대와 희망을 품고 오시는 분들이요.”

허소연 선전국장은 한 가지 기억을 꺼냈다. 조합원의 99%가 남성, 평균연령대도 49세다. 한 조합원의 가족이 요즘 출근할 때 왜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가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거의 죽지 못해 나가는 표정으로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집배원 그만두고 자영업이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얘기를 하고, 가족들이 서로 안타깝고 미안해하고. 하지만 최근 들어 근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진 않지만 본인이 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하다못해 정수기 밑에 물이 떨어져 미끄러운 문제를 관리자에게 말할 수 있는 것, 택배 쌓는 팔레트 철이 어긋나서 일하다 다칠 것같은 문제를 과거엔 알아서 조심히 사용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바꿔달 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배노조는 장시간 중노동 근절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집배노조의 핵심 요구는 장시간 노동 해결이에요.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 59조에 우편업이 제외되긴 했지만, 공무원 집배원은 현역 공무원이라 무제한 노동이 허용돼요. 우체국은 무료노동, 중노동이 허용된 사업장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내가 일한 시간만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투쟁을 주요하게 하고 있어요. 과로사 관련해서 우정사업본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사업장이지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형식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망사고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보고하고 원인 분석을 내놔야 하죠. 사고다발 군을 미리 찾아내 예방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집배노조에서는 그런 걸 요구하고 있죠. 그런데 정말 황당했던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 중 ‘잘 씻고 다니게 해라, 팬티를 잘 갈아입어라’ 이런 내용이 었더라구요. 그게 안건이었어요. 그게 뭘 뜻하는 걸까요? 집배 노동자들이 지저분하니 개인 위생관리 해라 이런거죠. 또 한 곳의 사례는 샤워시설이 고장 나서 1층 영업장으로 물이 새니까 아예 샤워를 못 하게 했어요. 그러면 안건 1번으로 샤워시설 문제를 다뤄야 하는거 아니닌가요? 모든 걸다 개인 책임으로 돌려요.”

이처럼 안전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우정사업본부의 태도는 노동자를 사고와 죽음으로 내몬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방우정청 거창우체국 소속 집배원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인력부족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일 하는 바람에집배원들은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려 한다. 토요택배를 비정규직 위탁배달원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집배노조는 당연히 반대하고 있죠. 고용형태에 따라 누구는 토요일에 쉬고, 누구는 일하고. 토요 택배완전 폐지 요구는 같이 쉬고, 같이 일하자는거예요. 택배업은 40대 남성분들이 많아요. 이 분들은 IMF 이후 정리해고 당하고 자영업, 물류사업으로 갔던 분들이죠. 정부는 그걸 악용해 열악한 일자리에 이 분들을 몰아넣고 있어요. 악순환이에요. 장시간노동이 만연해 오후시간에 택배를 못 받고, 밤늦게 받아야 하고, 그러니 밤늦게 배달을 해야 하죠. 어디서는 끊어내야 해요. 우정사업본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배달, 물류 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육체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정신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작년 7월 6일 한 집배원이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계단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틀 뒤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 21년 차 집배원이었고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존 업무 구역에서 7년 일했지만 업무 구역이 바뀌고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 주어졌다.

“처음 과로사를 생각했을 땐 노조도 협소하게 뇌심혈관계질환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로자살 비중이 뇌심혈관계질환만큼 높더라고요. 자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두는 분들도 많아요. 국민에게 서비스 제공하는 것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괴리가 심해요. 대부분 정신적 스트레스는 고객, 관리자에게 받아요. 

그런데 우체국에는 노동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시스템이 없어요. 오히려 집배원에게 알아서 잘 해결하라고 하죠. 이번에 기획추진단에서 집배원 1만5천 명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직무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정부가 집배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건강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게 사실 가장 화나고, 일이 안 풀리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우정사업본부는 개인이 건강관리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주장해요. 관리자들이 봤을때는 집배원들이 담배 많이 피고, 술 많이 마시고 그런거죠.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어요. 장시간 중노동 스트레스를 풀어낼 방법은 이분들에겐 가장 쉽게 담배와 술인 거죠. 사실 우정사업본부도 알 거예요. 원인이 장시간 중노동이란 걸요. 외면하는 거죠.”

근로기준법 59조 폐지를 위해 열심히 싸워왔던 집배노조 허소연 선전국장에게 노동안전 과제에서 장시간 중노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높아져야 해요. 그러려면 노조가 기본적으로 임금인상, 복지증진을 해야죠. 문제는 노조가 어떤 비전을 갖고, 사람들을 만날거냐예요. 적정의 일을 하면서 삶을 잘 유지해나가는데 요즘 화두죠. 이걸 위해서라도 노조는 장시간 중노동 관련 의제를 계속 가져나가야 해요. 안전 문제도 부차적인 게 아니죠.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노조에서 장시간 중노동, 안전 문제를 계속 다루는 것이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