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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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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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이훈구 동지를 추모하며 02

특집 05

위험성평가, 노동자 손으로!

■위험성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 무엇이 어려운가요?”

■노동자 참여,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시작

지금 지역에서는 15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 연이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근본대책 마련 요구

알아보자, LAW동건강 17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연구리포트 20

2021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발생현황 이슈페이퍼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4

정부기관의 인력남용으로 인한 과로사, 감찰원으로부터 시정요구 받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징수원의 안전

현장의 목소리 30

게임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손발 맞춰가는 사이 노동안전 활동도 무르익어

문화로 읽는 노동 38

저 너머의 굴뚝은 언젠가 찾아온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중년의 불청객, 화병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왜 여전히 ‘용역자회사’인가

발칙 건강한 책방 50

아이의 눈길로 담아낸 아픔과 회복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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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_알아보자LAW동건강]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박경환 회원, 노무사

 

고용노동부는 2021.08.18.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위한 휴게시설과 근로조건의 기준을 개선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 노동자나 노동조합, 시민단체에서는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 제도의 일부 개선을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늦었지만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노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현행 아파트 경비업무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

 

아파트 경비 업무는 감시 업무만 수행함으로써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적 근로에 해당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감시적 근로자 승인 절차는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 따른다. 해당 규정에서는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외에 감시적 업무가 본래의 업무일 것 24시간 격일제 근무의 경우 수면시간 또는 휴게시간을 8시간 이상 확보할 것 근무장소 외에 노동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을 것 등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감시적 근로 승인 신청을 접수한 경우 반드시 현장에 가서 근로조건 실태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살펴보면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는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휴게시간도 충분히 보장되어 있으며, 휴게시설도 별도로 있어 편하게 수면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실은 감시적 업무 승인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열악했다. 먼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초소 내 감시 업무만 수행할 수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감시 업무 외에 화단관리·가지치기·청소 등의 환경관리 업무와 주차 차량관리나 택배관리 등의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산재 접수 건 중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건에서 노동자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2.7시간, 휴게시간은 평균 3.08시간으로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은 하루 8시간이 되지 않았다. 휴게시간에도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입주민의 민원, 주차·택배 관리로 인하여 사실상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독립된 휴게시설 또한 갖추지 않은 사업장이 많았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독립된 휴게시설이 존재하지 않아 경비초소에서 간이침대나 의자에서 수면을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독립된 휴게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무초소에서 너무 멀어 가기 힘들거나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못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경비초소에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 주차나 택배관리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교대제의 형태로 근무함으로써 건강에 부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교대근무는 생리적 리듬을 변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교대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질병의 발생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의 59.52%가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적 근로자의 대표사례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하나 고용노동부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 비율은 2015~2020년 동안 평균 93.7%에 달한다. 신청 건수 100건 중 93건은 승인이 된다. 사용자가 신청을 하게 되면 대부분 승인이 되는 것이다. 승인의 유효기간도 없었다. 승인 요건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승인을 행한 노동청에서는 이를 쉽사리 취소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또한 승인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승인처분이 취소된 이후에 대해 발생한다. 승인처분 취소로 나아가는 긴 기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위와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 승인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개정을 하게 된 것이다.

 

휴게시설 기준의 구체화

 

현행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서도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 마련을 승인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부재하다. 이에 근로감독관들은 현장조사를 하더라도 그야말로 별도 휴게시설만 있으면 해당 요건은 충족하였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1.08.21.자 개정안에서는 수면 또는 휴게시설에 여름 20~28, 겨울 18~22도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유해물질이나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일 것,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창고와 같이 수납공간으로 활용되지 않는 곳일 것,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의 물품이 구비되어 있을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근로조건 기준의 강화

 

현재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 제1항 제5호에서는 근로자가 감시적 근로자로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 확인서 등에서 명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받겠다며 근로계약서 등에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 적용 제외를 기재하였을 때, 불안정한 고용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이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있으나마나한 조항인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짧을 것,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입주민 등이 인지할 수 있도록 외부 알림판 부착, 근무초소 소등 조치,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할 것, 월평균 4회 이상의 휴무일이 보장될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다.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을 영위하는 경비업자는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도록 할 수 없다. 그러나 2020.10.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가 신설되어 공동주택에 경비원을 배치한 경비업자는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일부 공동주택 관리업무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2021.10.21.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무 외에 주차, 택배, 환경관리 등의 관리업무도 합법적으로 겸직하게 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에 따르면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직하게 되는 경우 이는 불승인 대상이다. 경비업무 외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감시적 근로 승인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2021.02.18. 고용노동부 설명자료에 의하면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업무의 시간·빈도·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겸직하더라도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10월 정도가 되어서야 고용노동부의 최종 결정을 알 수 있겠으나, 경비원을 비롯한 감시적 근로자에게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취지에 반하는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