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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8%의 기적: 과로자살 사건이 행정법원에서 승소할 확률 / 2021. 03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8%의 기적: 과로자살 사건이 행정법원에서 승소할 확률 황이링(Huang Yi-Ling) 대만 OSHLink 활동가 2017년 2월 11일, D국제물류기업에서 13년 반 동안 근무해 온 윈윈(가명)은 언제나처럼 혼자서 새벽 4시가 넘도록 회사에서 야근했다. 퇴근 카드를 찍고 대문 밖 통로로 걸어 나가다가 약 1시간가량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120미터 높이의 담을 넘어 11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40살이 채 되기도 전에 그녀의 삶이 그렇게 끝났다. 이것이 건물 CCTV에 기록된 마지막 모습이었다. 윈윈은 2003년 회사에 입사했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 비서에서 시작해 승진을 거듭했다. 2013년 고객서비스 부서 책임자 자리에 오르며, 대만의 수출 화물을 차질없.. 더보기
[현장의 목소리] 기업-노동자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투쟁. 일하는 이들의 무사한 삶을 위해 - 뉴코아노조 김석원 부위원장 인터뷰 / 2021. 03 코로나는 증가 추세에 있던 온라인 소비를 단번에 새로운 보편으로 이끌어냈다. 동시에 비대면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강도와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었다. 재편된 유통산업의 다른 한편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노동자들이 있다. 코로나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에 내재한 각종 문제들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매출/이윤 하락,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키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구조조정의 좋은 핑계거리가 되었다. 국내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바로 이 흐름의 한 가운데에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작년 하반기에 이랜드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항했던 뉴코아 노조의 부위원장 김석원 부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속한 뉴코아노조는 이랜드노조와 함께(뉴코아는 ㈜이랜드리테일로.. 더보기
[문화로 읽는 노동] 이 치열한 무기력을 / 2021. 03 [문화로 읽는 노동] 이 치열한 무기력을 - 제니퍼 M. 실바의 책 채은 선전위원 세대를 구분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 시절을 특징짓는 '공통적인 것'들을 추상화시켜 만들고는 입으로 전하고 온갖 얘기에 널리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X세대, IMF세대 뭐 이런 것들 아니던가. 참 명쾌하다. 단어 하나로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단어만 떠올려도, 그 시절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를 한 순간에 군더더기 없이 느끼게 된다. 나도 이젠 옛날 사람이 되어서 내 시절을 구분 짓는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아~ 나 때는 말이지~'가 저절로 나오려고 한다. 아! 당연히 '라떼'를 시전하지는 않는다. 볼품없어 보여서 말이다. '라떼'는 그래도 괜찮았던 걸까? 나는 IMF 사태 때 학창 시절을 .. 더보기
[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 2021. 03 [연구리포트] 여성노동자의 화장실은 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지안 집행위원 연구 배경 화장실에 자유롭게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엄의 문제이며 동시에 건강과도 직결돼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그동안 다수의 일터에서는 화장실 문제가 고충 처리 수준으로 다뤄지거나 별거 아닌 일로 치부되면서, 노동환경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축소돼왔다. 최근 여성노동자의 화장실 이용과 관련된 문제들이 건설업, 서비스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과 직종을 망라해 드러나고 있다. 건설 현장에만 여성노동자가 13만 명으로 이는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10%를 차지하는 수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터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서비스업도 심각하다. 2018년 백화점‧면세점 .. 더보기
[일터3월_특집3]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 2021. 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필요한 규제와 절실한 지원 경기동부 근로자건강센터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규모가 큰 국내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책임을 부여하고 규제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소규모 사업장은 대부분 법조항이 적용 예외로, 법 규제의 '빈 곳'에 남아있다. 2019년 산재발생현황을 보면, 국내에서 산업재해를 입증 노동자 10만 9242명 중 8만 3678명(76.5%)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산업재해는 더 많이 발생하지만, 법적 규제는 덜 받는 곳이 바로 '작은 사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환경을 만드는 데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 바로 전국의 안전보건공단 산하 근로자.. 더보기
[일터3월_특집2] 작은 사업장의 위험에 맞선 지역 연대활동의 현재와 가능성 / 2021. 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의 위험에 맞선 지역 연대활동의 현재와 가능성 최진일 회원,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총체적 난국' 작은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일 것이다. 혹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정책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과제라고 말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자체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예방적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한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근로자건강센터의 관리감독과 지원은 263만 2955개의 작은 사업장에 쉽사리 닿지 않는다. 예방조치는커녕 산재발생에 대한 사후적 조치로서 산재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의 수.. 더보기
[일터3월_특집1]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 2021.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류현철/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는 길고도 질기다. 왕족‧귀족과 평민‧노예라는 혈통으로, 섬기는 신과 믿음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족이나 인종과 피부색으로, 남성과 여성 혹은 기타의 성별로 차별해왔고 불평등을 당연시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차별과 불평등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지속되고 있다. 중세시대 차별의 잔혹성에 비하자면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나 21세기 노동의 현장에서 차별은 만연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안전 수준이 높아졌으며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경우에는 위험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금전적 보상의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하거나 더 위험해졌으며, 위험.. 더보기
[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 2021. 02 [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조영훈/회원, 노무사 1. 신설 탄력적 근로시간제 대표적인 유연근무제 중 하나가 근로기준법 제51조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활용하여 일정 기간의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맞추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늘리고 줄이는 제도이다 2020. 12. 9.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단위기간이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인 탄력근로제 신설”한다고 밝혔다.2)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제51조의2에 반영되었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기존의 2주 단위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 역시 노동계에서.. 더보기
[만평] 그림자 노동… / 2021.02 더보기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인터뷰 / 2021.02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인터뷰 정경희/선전위원 영하 18도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의 '속헹'씨는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졌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를 만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주거환경으로 인한 문제를 자세히 들으려 1월 14일 낮 12시경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았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처음에 이주노동자에게 영상 제작 교육으로 문을 열었다가, 캄보디아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전해 듣고 그때부터 상담을 하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 더보기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 2021.02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김영선, 이유민, 정지윤, 류한소, 김지안, 최민, 장순원, 박경환/연구팀 1. 들어가며 는 증권, 여수신, 보험 등 사무금융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금융업 전체의 정신질환 상태를 다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사분석, 설문분석, 면접분석을 활용했다. 이는 정신질환의 추세, 실태, 의미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분석은 30여 년 간 미디어화된 금융노동자 자살 사건(109건)을 대상으로 자살의 분포와 추세를 파악했다. 설문분석은 조합원 1181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양상을 기술하고 집단별 차이를 구체화했다. 면접분석은 조합원 16명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질환의 독특한 분포가 조직의 구조적 요인들.. 더보기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 2021.02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이진우/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지난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플랫폼 노동자와 직역별 전문가(산업보건, 보건정책/형평성, 지역사회, 법률/노무)가 직접 참여하여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열린 방식의 포럼이다. 이 포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과 휴식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했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각 팀이 준비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 팀은 거점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과 휴식시간 확보방안을 아.. 더보기
[여성노동 건강상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 202.02 [여성노동 건강상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추혜인/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중장년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만큼 전체 요양보호사의 85% 이상이 5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고령자 노동에 대하여,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방문요양을 통해 제공하는 1대1의 고립된 노동과 성폭력의 위험에 대해서는 지난 에서도 여러 차례 조망한 적이 있다. 2020년 말인 11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서울시 장기요양 현장 성희롱 피해 근절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요양보호사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2.4%가 업무 중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을 했다. 서울시 전체 요양보호사 중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 아닐 것이므로.. 더보기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 2021.02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진재연/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 고 이한빛 피디 유서 중 2016년 10월 26일 tvN 드라마 의 조연출 이한빛 PD가 드라마 종영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2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 위험한 촬영 현장, 폭언과 모욕이 떠나지 않는 군대식의 위계적인 상하 관계, 다층적인 하청 관계. 위로가 되는 드라마를 만.. 더보기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 2021.02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윤성호/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난치병에 걸린 손자, 병원에서 희소식을 알려준다. 호주의 병원에서 치료해주겠다는 것. 그러나 영국에서 호주까지 항공권, 숙박, 입원비 등의 경비가 없다. 이미 손자의 병원비를 위해 집도 팔고 많은 부채에 아들과 며느리도 변변찮은 수입으로 벅차다. 집도 수입도 저축도 없어 거부당하고 기술경력도 자격도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낙심하며 길을 걷다가 '호스티스 구함'이라는 손으로 쓴 전단지를 보고 매기는 구멍이 뚫린 벽에 들어온 남성의 성기를 자위시켜주는 윤락업소에서 자발적으로 성노동자가 된다. 매춘 혹은 성노동은 늘 사회적 빈곤의 서사와 함께한다. 가용할 자원이라곤 육체밖에 없는 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