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 2014.4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선전위원회

 

대한민국은 여전히 중대재해, 산재사망 왕국이다. 노동부의 2013년 산재 통계를 보면, 2013년 한 해 동안 1929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매일 5.3명이 사망하는 것이고,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보상된 사망 건수만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된다.

 

현재 중대재해에 대한 투쟁은 주로, 현대제철을 비롯한 삼성, 대림, SK 등 대기업의 하청 비정규 노동자 사망에 대해 원청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업살인법 제정 투쟁은 사망 재해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법 제정이 실현된다면 사망 재해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그 책임을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살인법’이 입법화되더라도 실제 사망 재해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동시 병행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작업중지권’의 실현이다. 이른바 ‘사회적 여론과 관심’을 모아내고, 입법 과정을 통해 기업살인법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현장의 주체 즉 노동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통해 노동재해를 근절하는 노력과 시도가 맞물려야 만이 건강한 일터의 실현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장에서의 노동자 관점에서의 안녕한 질서를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쌓을 수 있다.

 

따라서 입법운동은 홀로 성립할 수 없으며 현장 주체의 실천 의지가 결합하여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과 안전에 관한 현장의 저항권, 노동자 현장질서를 구현하는 ‘작업중지권’은 현실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활동은 그 자체로 노동자 입장에서 현장질서를 구현하는 집단적 일상 활동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2013년 추석 연휴, 이화여대 식당에서는 환풍기가 고장이 난 상태에서 식당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했다가 결국 한 명이 근무 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어지러움과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느낀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돌아가면서 바람을 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길 반복하며 일을 하는 동안, 식당과 학교 측은 환풍기 고장을 방치했다. 결국, 3일 동안 이렇게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쓰러져 응급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관련 기사 : 일터 118호, 작업중지권이 꼭 필요한 이유)

 

 이 사례는 작업 중지권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기본적인 권리인지를 보여준다. 작업중지권은 무엇보다 먼저, 노동자 자신의 생명과 건강에 어떠한 위험을 초래하는 작업을 거부하여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하해성 조직차장은 위 사건을 겪으면서 신규 조합원뿐 아니라 조합 활동 경험이 많은 분회 간부들도 이런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작업 중지권을 행사해야 할 상황 판단과 이어질 구체적인 행동을 단위 활동가,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거부하고,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위험을 예측하고 인지하는 힘, 위험의 시정을 요구하는 힘, 위험이 해소될 때까지 작업을 거부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업 중지권에는 현장 통제권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3월 27일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 엔진 고마력 써브 공정에서 작업자가 4바늘 꿰매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의원들은 “작업재개 표준서”에 기초하여 조합원 설명회 시간을 요구하였으나, 회사 측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전체 대의원들이 엔진공장에 집결하고, 해당 엔진공장 조합원들이 고마력라인을 세우면서 생산이 이틀간 중단되었다.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는 올해 들어, 집회, 텐트 농성, 구사대 폭력, 노사 양측 고소·고발 등 노사 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한 조합원은 “안전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 별개의 사건으로 갈등하고 있지만, 핵심은 회사 측이 노조활동을 옥죄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은 생산 손실뿐 아니라 현장 통제권 측면에서 작업중지권 행사를 극도로 꺼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장 장악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작업중지권의 행사 범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했을 때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중지권은 지금 당장, 모든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작업 중지권이 행사되기 위해, △ 위험을 어떻게 인지할 것이며 △ 필요한 조치를 어떻게 요구할 것인가 △ 상급 단체 및 시민사회·법률 단체의 지원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 어떤 후속 조치가 취해졌을 때 작업을 재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이 제시되고 현장에서 쉽게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실제 투쟁 사례를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화여대 식당에서 노동자들이 환풍기가 수리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을 때까지 작업을 거부할 수 있기 위해, 현대자동차에서 회사 측의 작업 중지 거부가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사회적 연대가 형성되기 위해, 폭설이 내리고 한파가 오면 택배 노동자나 우편집배원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기 위해 사문화되어 가는 ‘작업중지권’을 복원하고 실현하는 현장의 기획과 실행을 준비하자.

  

* 중대재해[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

1.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2.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3.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 작업중지[산업안전보건법 제 26]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여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집] 2.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 2014.4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다'


최민 선전위원장

 

2013년 한 해 동안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만 9명이 사망했다. ‘죽음의 공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 중 대부분이 하청, 외주업체 직원이다. 고로(용광로) 3기 공사 기한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작업하면서 사망 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망사고가 잦아진 2012년 9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5명이 사망했다. 추락사고, 질식사고, 협착사고. 다양한 사고로 15개의 우주가 닫혀버렸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 2012년 9월 - 2014년 사망 사고 일지>

 

▲ 2012년 9월 5일 : 철 구조물 해체 작업 도중 철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사망
▲ 10월 9일 : 크레인 전원 공급 변경 작업하던 도중 감전, 추락 사망
▲ 11월 2일 : 작업발판 설치 중 발판 붕괴로 해상으로 추락 사망
▲ 11월 8일 : 풍세 설비 설치 작업 중 추락 사망
▲ 11월 9일 : 기계 설치 작업 중 기계에 끼어 협착 사고 사망

▲ 2013년 5월 10일 : 전로에서 노동자 5명, 아르곤 가스 누출로 질식 사망
▲ 10월 29일 : 제강3기 건설 현장 8층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 사망
▲ 11월 26일 : 전기로 가스 유출돼 작업하던 중 사망
▲ 12월 2일 : 철강공장 지붕에서 안전진단 중 추락해 사망
▲ 12월 6일 : 제철소 고로 보수 작업 이후 쓰러진 뒤 사망(심근경색)

▲ 2014년 1월 27일 : 슬래그 처리 작업 중 고온 냉각수에 빠져 화상 사망 

 

사망의 원인은 단순한 사고 뿐 아니라 장시간노동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12월 6일에는 고로의 바람구멍 근처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일하던 중 탈진하여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만 37세의 젊은 나이였다. 죽은 노동자는 11월 한 달 동안 단 3일 쉬었다. 고로 바람구멍 앞은 방열복을 입지 않으면 다가가기도 어려울 만큼 뜨거운 곳이다. 고열 작업은 에너지 소모가 많으므로 일반 작업보다 여유율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젊은 노동자는 죽기 직전 일주일 동안 62시간을 근무했고, 한 달 내내 주 평균 54시간씩 근무했다.

 

절단 사고는 한 달에 한 건은 계속 생겨요

 

사망 사고가 이 정도니, 중대재해가 아닌 사고는 일상다반사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활동가들은 ‘절단 사고는 한 달에 한 건씩은 꾸준히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한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고는 산재 처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진 공장에서 천장크레인을 운전하는 김○○ 씨는 2013년, 일하기 위해 크레인에 탑승하던 도중 발을 헛디뎌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발가락이 골절됐다. 그렇지만 현대제철도, 하청업체인 크레인회사도 김 씨의 골절을 책임지지 않았다. 탑승 도중 충분히 주의하지 않은 김 씨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 씨는 발가락을 본인 부담으로 치료했다. 나중에 잇따른 사망사고로 인해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된 후에야 이 사건도 산재로 처리되었다.

 

원청의 예방 노력이라는 것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20m 가까운 높이의 스카이웨이는 크레인 상부를 점검하는 노동자들이 다니는 길인데 위험천만하게도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추락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야 사고가 난 구간에만 난간이 만들어졌다. ‘정말 사고를 예방하려면 비슷한 위험이 있는 곳을 찾아내 예방조치를 해야 하고, 단번에 하기가 어렵다면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분 섞인 항변이다. 원청의 미흡한 조치들은 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죽음의 공장’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려는 임시조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는 현상일 뿐이다

 

비정규직 지회 활동가들은 사고는 현상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정규직, 하청·외주·도급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안전사고 위험이 예견돼도 비정규직 노동자나 노조는 원청에 개선요청을 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하청은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이후 현대제철은 안전관리 인력을 200명으로 확대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2,500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위험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구조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공정과 개선이 시급한 곳에 이 돈이 제대로 쓰일지는 미지수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차별적인 저임금은 안전을 무시한 장시간 노동을 낳고, 이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작년 12월 사망한 젊은 노동자가 1주일 평균 54시간씩 근무하고 받은 기본금은 110만 원. 잔업수당, 휴일수당, 공휴수당을 합쳐 한 달 200만 원을 받으며 일했다. 현재 당진공장 하청 노동자들은 3조 3교대로 자유로운 휴일 사용이 매우 어려우며, 작년부터 주휴일이 보장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하여 동료들이 대근을 해야만 쉴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의 현안은 2013년 노사합의를 이룬 운송노동자들의 주 1회 유급휴일 보장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금삭감 없는 주 1회 휴일 보장이 되지 않으면, 생활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할 수밖에 없는데,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인 것이다.

 

10년 정도 근무하는 동안 4번 이상 소속 회사가 바뀌는 현재의 불안한 고용 상태가 해결돼야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나 처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 안전 문제는 비정규직 철폐 투쟁, 전 사회적인 노동자 연대 운동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이곳 활동가들의 판단이다.

 

살아남은 자의 투쟁

 

사망 사고 발생 후, 현장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그 작업에 다시 노동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산재 처리나 사고 예방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다 보니 어떤 조치가 새로 취해졌고,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당연히 현장에는 분노와 불안이 쌓였다. 2013년 5월, 전기로 보수 공사 도중 아르곤 가스 누출로 인해 5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질식사했던 협력업체 한국내화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여기에는 이런 분노와 불안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사측에 건의하고 요청하였지만, 무엇 하나 개선되지 않았고, 조직적으로 요구하고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이 모이게 되었다.

 

비정규직 지회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중순부터 원청인 현대제철 노동조합과 원하청 연대회의를 격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하청 노동자들이 느끼는 안전 문제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간접적인 통로라는 한계는 뚜렷하다. 그러나 지금의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력이나 현재 노동자 연대 운동의 수준에서 비정규직 지회가 곧바로 산보위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은 사고라는 ‘현상’에 대해서 같이 대응을 모색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014년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위원회에서는 철강분과 공동요구안을 포함한 임단협 요구안으로 투쟁하기로 하였다. 철강분과 공동요구안에는 △교대제 개선과 월급제 실현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권 확보 대책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개선과 동등처우가 포함된다. 원칙적인 수준이지만,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공동의 투쟁 과제로 설정하고 임단협에 명시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매달 한 명씩 죽어 나가는 현장에서 살아남아 일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압박과 공포, 불안일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계속 일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죽음의 공장을 살만한 일터로 바꾸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전 사회적인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존을 걸고 싸우는 이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응답할 때이다.

 


 

죽음의 공장을 살만한 일터로 바꾸기 위해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조민구 지회장 인터뷰'

 

 

- 지회를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2012년 10월 15일 설립되었습니다. 노조인정과 고용 보장, 처우개선을 주요 과제로 투쟁해 왔으나 아직 조직률은 10%가 안 되는 실정입니다. 올 해 첫 임단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현재 당진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27개 협력사가 있고,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만 7천 5백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회사에서는 외주협력사, 관계사 등으로 이름을 달리 부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시 1차, 2차로 나누어 차별적으로 대우하려고 합니다. 이런 2차 하청 차별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죠.

 

- 유독 당진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만들면서 그 어디보다 이곳이 생산 제일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게다가 공장을 계속해서 새로 지으면서, 아직까지도 생산력을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회사에서는 최대로 생산성을 밀어붙이면서 최대생산량, 최고 생산속도 등을 확인하고 있구요. 실제로 그런 과정에서 택타임이 줄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서 노동자들을 압박하니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죠.

 

- 안전사고에 대한 회사 대응은 어떤가요?

1월에 사망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노동부나 회사 모두 당황하긴 했죠. 2013년의 근로감독관 상주, 2차례의 특별근로감독 등이 효과가 없었던 셈이기 때문입니다. 노동부에서는 한 명만 더 사망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하고, 회사에서는 안전 관리자를 늘리고 투자를 늘린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안전 관리자 자체가 6개월 임시직입니다. 1주일 교육받고 현장에 투입됩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저 안전 관리자가 사고 나게 생겼다’고 걱정하죠.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 조치로는 사고를 줄일 수 없다고 봅니다.

 

[특집] 1.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 2014.4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의 산재사망 현황을 짚어 본다.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에서 살만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나누고, 생명을 지킬 권리, 현장을 바꿀 권리를 되찾아 올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제안한다.

 

[특집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림으로 본 산재사망'

선전위원회

 

매년 삼풍백화점 3.8개가 붕괴된다 

 

 

빙산의 일각 - 매일 5.3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일 5.3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하지만 1,929명에는 사업장 외 교통사고, 출퇴근 재해, 체육행사, 폭력행위, 사고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사고 사망자는 제외되어 있다.

더욱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거나 사업주의 압박 등으로 노동자 본인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은폐된 사망 사고들은 모두 통계에서 제외된다.

 

 

 

 

 

산재왕국 대한민국 - 사고성 사망 만인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 독일보다 3배, 미국보다도 2배 가까이 사망률이 높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사망 규모’를 추정하면서 사고로 인한 사망은 업무와 관련된 전체 사망의 14% 규모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질환, 전염성질환, 발암물질 노출로 암에 의한 사망이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산재로 승인된 사망 중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산재사망자 수

2013

2012

사고

1,090 (56.5%)

1,134 (60.8%)

질병

839 (43.5%)

730 (39.2%)

 

 

 

단 47명!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직업 관련 유해요인에 의한 사망이 전 세계적으로 85만 명(1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노동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11만 8천 명 규모일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2013년, 한국에서 산재로 인정된 직업성 암 사망은 모두 47건이었다.

 

 

 

 

 

 

 

 

위험의 이동 

<박종식, 조선산업의 사내하청 산재 집중, 현황과 대책, 2013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

3배 -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위험에 내몰 뿐 아니라 위험을 영세한 자본, 가난한 나라로 전가시킨다. 대표적으로 산재가많은 조선산업에서 원청의 재해자수는 감소하지만 하청 재해자수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고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사내 하청노동자가 원청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높다.

 

 

2배 - 전체 산재 사망의 58%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 사업체에서 발생하며 5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00인 이상의 대기업 노동자보다 산재로 사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다.

 

 

하늘을 언제까지 가릴 수 있을


한국에서는 매년 삼풍백화점이 3.8번씩 무너지고 있으며, 하루에 5명씩 일하다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정부에서 인정할 통계일 뿐이며 반올림 사례와 같은, 산업재해가 분명하나 정부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수없이 시도되고 실제 발생하고 있는 은폐된 산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산재사망 만인율에 있어서도 독일의 사망만인율에는 출퇴근 재해가 포함되어 있으나 한국은 그렇지 않으므로 실제 규모는 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단 47명만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처참한 한국의 직업성 암 문제와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산재사망의 문제. 산업재해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읽는 동안에도 발생하고 있다. 하늘을 가리는 손바닥을 치워버릴 수 있는 힘, 새로운 하늘을 만드는 힘, 그 힘의 조직을 다시금 마음먹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 - 4월’이기를 바래본다.

 

 

  • 이름 2014.04.30 10:53 ADDR 수정/삭제 답글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홍보하는 좋은 활동을 하시는데요 그래도 인용한 것들은 출처를 밝혀주셔야죠. 인용한다고 copyright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인용한 줄 넣는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텐데요. 직접 작업한 것도 아니시면서 무단으로 도용하면 양심에 찔리지 않으신가요?

  • 한노보연 2014.05.13 13:57 신고 ADDR 수정/삭제 답글

    저희 연구소와 발간하고 있는 잡지 '일터'에 대한 관심에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우선 지적하신 출처와 관련하여 설명을 드리면,

    1. 2013년 산재 사망자 숫자 및 하루 사망자 수, 사업장 규모에 따른 사망자 수, 규모에 따른 만인율, 직업성 암 인정 건수 모두 노동부 2013 산업재해 발생 현황입니다. 비슷한 이미지가 전에도 있긴 하지만, 저희가 새로 확인하고 재가공한 자료입니다.

    2. 사고성 사망 만인율도 '정부 나라지표'에 나와 있는 것이라서 따 온 것인데, 그 챕터에 정부 자료라는 말이 없어서 오해하셨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림 등은 모두 저희가 새로 제작한 것입니다.

    3. ILO 보고서는 2003년에 나온 '숫자로 본 안전' 보고서입니다.

    4. WHO 보고서는 2010년 '세계 질병부담' 보고서입니다.

    5. 그림을 그대로 따 온 것은 조선산업에서 하청과 원청 사망 만인율 그래프입니다. 박종식/금속노조 노동연구원 비상임 연구원이 2013-4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에 실은 '조선산업의 사내하청 산재 집중, 현황과 대책'에 있는 그래프이고, 홈페이지에는 출처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저희 편집상의 실수로 오프라인 잡지에 출처가 표시되지 못 해서, 저자에게 직접 연락드리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종이 잡지에서 출처가 누락된 실수는 저희 잘못이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희 연구소와 일터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ph 2015.05.04 11:45 ADDR 수정/삭제 답글

    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 2014.4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Dr. 아이유

 

우리가 자주 보는 조그마한 어선이나 낚싯배는 보통 FRP[각주:1] 선박이라고 하는데 이런 어선이나 낚싯배를 만드는 공정은 매우 간단하다. 나무로 형틀을 제작해서 왁스를 바르면 그 위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바른 유리섬유를 겹겹이 붙이고 건조하여 탈형 한다. 탈형된 FRP 선체에는 수지를 머금은 딱딱한 유리섬유밖에 없다. 여기에 온갖 세간들을 집어넣고, 장비를 붙이고 엔진을 넣는다. 선박의 겉은 그라인더로 연마하여 롤러로 도장을 하고 이름을 새기면 작은 항구에서 많이 보는 흔하디흔한 고깃배가 된다.

 

FRP 선박 제조작업장은 폴리에스테르 수지 때문에 냄새가 매우 많이 난다. 필자도 FRP 선박제조회사에 가서 유리섬유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발라서 여러 겹으로 붙이는 현장 바로 옆에서 작업을 지켜보는데 지독한 냄새 때문에 오래 관찰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공장에서 52세 때부터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하였는데 아들이 산재신청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 노동자는 과거 약 18년간 4명 정도 승선하는 조그만 고깃배의 선원으로 일하다가 이후 4년간 냉동창고에서 냉동꽃게를 운반하는 작업을 한 후, 52세 때부터 약 15년간 FRP 선박 제조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만 하는 작업을 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잘 안 들려 말도 못하였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복잡한 일은 하지 못하다 보니 월급도 매우 적었고, 심지어 임금체불도 있어 소송 중이라고 했다.

 

“저희 아버지가 일했던 공장은 냄새가 아주 많이 나고 각종 유해물질이 많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은 아버지의 폐암은 이런 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을 하면서 (유리섬유) 먼지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FRP선박회사에서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의 폐암이라 산재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유리섬유나 지독한 냄새의 원인인 폴리에스테르 수지, 그리고 형틀에 바르는 왁스까지 아직은 폐암과 관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장작업에 대해서도 물어봤으나 도장작업은 하지 않았고, 바닷가에 있는 야외 공장의 도장작업장은 유리재단 작업장과는 반대쪽 끝에 있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판단되었다. 아들에게는 이러한 이유로 현재로서는 산재 승인 가능성이 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 괴롭다. 해마다 많은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불승인 처분을 받아야 하는 이 현실 자체가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는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노동자가 아프면 그것이 직업적 원인이든 비직업적 원인이든지 간에 우선 치료해주면 안 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만큼 보상 (상병보상) 해주면 안 되는가?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재보험이든 건강보험이든 상병보상을 하는 것은 산재신청 자체가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는[각주:2] 지금의 현실에서 바로 적용하기 힘든 방법일 수도 있으나, 산재 불승인 노동자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솔깃한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산재도 예방할 수 있으면서 이 괴로운 상황에서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든 사람이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1.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s [본문으로]
  2. 산재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장 재해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장은 해당 질병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게 되리라 판단한다. 만약 산재 승인이 되면 당연히 사업장은 해당 질병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 2014.4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김형렬 소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고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편집자 주>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노동시간 관련한 연구들을 작년부터 <일터>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201310월호와 11월호에는 노동시간센터()에서 수행한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와 건강영향 실태 연구, 20138월호에는 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수행한 장시간노동과 비만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육체적 노동을 하는 남성에서 장시간 노동은 비만의 위험성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이번호에는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 가능성도 뚜렷이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의 장시간 노동이 아이의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데...

 

여러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심혈관계질환, 수면장애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당뇨, 고혈압, 비만 등과의 관련성도 밝혀졌다. 특히 비만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주목을 받아왔는데, 일을 오래하면 힘든데 왜 비만이 생기는지 잘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을 오래할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수면시간의 부족은 당대사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비만이 생기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장시간 노동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노동자의 생활에 영향을 주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부족을 일으켜 비만에 이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비만은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등과의 관련성도 잘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이 비만을 통해서 이렇게 다양한 건강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시간 노동과 건강의 문제가 노동자 자신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의 건강과 관련이 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 연구는 엄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의 관계를 밝힌 연구로, 아이의 성별에 따른 영향의 차이도 보고자 하였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연구가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적이 있는데, 이들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들의 TV 시청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들의 적절한 신체활동이 줄고, 칼로리가 높은 정크푸드의 섭취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국내에서 매년 수행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2008~2010년 자료를 이용하여 29,235명 중 6세에서 18세 자녀 2,016명과 직업을 가진 어머니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아이의 비만은 2007년 한국 청소년 성장 기준에 따라 95% 이상이거나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였다. 어머니의 노동시간은 한 주에 40시간 미만, 40~48시간, 49~60시간 미만, 60시간 이상으로 구분하였다. 자녀의 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엄마의 체질량지수, 교육수준, 가정의 소득 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별도로 분석하였다. 이런 층화와 보정을 통해 어머니의 노동시간에 따라 자녀 비만의 위험도를 분석하였다. 이때 40~48시간 노동하는 것을 ‘기준집단’으로 하였고, 다른 시간 노동하는 경우, 그들의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을 제시하였다.

 

연구 결과는?

 

<표>에서 제시한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집단에서 결과에 대한 위험 확률의 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 라는 값이면, 기준집단에 비해 해당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2배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자 아이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 아이의 경우, 어머니가 주 49-60시간 일하는 경우, 40-48시간 일하는 어머니의 자녀에 비해 비만일 가능성이 1.89배 높았고, 60시간 초과해서 일하는 엄마의 자녀는 비만일 가능성이 1.94배 높았다 (표).

 

<표>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과 자녀의 비만과의 관계

 

자녀의 성별

엄마의 주당 노동시간

비만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남자

< 40

1.26 (0.87~1.81)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0.91 (0.56~1.48)

> 60

1.11 (0.65~1.89)

여자

< 40

1.20 (0.78~1.84)

40 ~ 48

1 (기준집단)

49 ~ 60

1.89 (1.13~3.15)

> 60

1.94 (1.08~3.48)

* 자녀의 나이, 가정의 수입, 엄마의 체질량 지수, 교육 수준을 보정한 결과임.

 

연구결과에 대한 고찰

 

1)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수록 자녀의 비만 확률이 높아졌다.


이는 몇몇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결과로서, 국내에서도 어머니의 장시간 노동이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6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여아는 2배에 가까운 비만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관련성의 정도가 상당히 높았다.

 

2) 남아보다 여아에서 어머니의 노동시간과 자녀 비만의 관련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아에서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남아의 경우 신체활동의 정도가 여아에 비해 일반적으로 높아 어머니의 노동시간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3)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이 40-48시간 노동하는 어머니의 자녀들보다 남녀 모두에서 비만의 위험이 높았다.


이는 40시간 미만 노동하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아, 사회경제적 위치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된다. 최근 부모의 교육수준, 학력, 직업에 따라 자녀의 비만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 좋은 영양섭취에 의해 비만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부유한 집안일수록 영양섭취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비만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의 의미

 

1) 본 연구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혔다.

 

2) 여성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실제 필요한 생활임금을 얻기 위해 강제되는 유형이 많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자녀를 돌보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가 장시간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자녀에 대한 죄책감을 갖는 방향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또한, 주 40~48시간 노동을 표준 노동이자 기준 집단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기준 집단이라고 말하는 이 노동시간은 여러 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규정된다. 본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주 60시간 초과 노동은 많은 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매우 이례적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노동시간이다.

 

* 이 연구는 2013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에도 실렸습니다

 

[만평] 지워지는 사람들 / 2014.4

 

 

<일터> 통권 123호 / 2014.4

 

 

 

 

 

20

특집

  1. 2013년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2.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투쟁

  3. 작업중지권의 실현으로 중대 재해를 막아내자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의 산재사망 현황을 짚어 본다.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에서 살만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나누고, 생명을 지킬 권리, 현장을 바꿀 권리를 되찾아 올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제안한다.

03

뉴스

해고, 징계... 노동탄압에 자살 소식 이어져 코레일 순환전보 대상자, 발레오공조코리아 해고자 자택서 자살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노조 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 질환 산재인정받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l 정하나

14

연구소 리포트

엄마의 장시간 노동과 아이의 비만 l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형렬, 이고은

1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l Dr.아이유

33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당신에게 일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l 김세은

34

현장의 목소리

버스준공영제가 말하지 않는 비밀 l 재현

38

문화읽기

걸그룹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날 깨우네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사용자의 재량에 내맡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우리 사업장 위험성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l 안재범

44

이러쿵저러킁

바쁜 한국을 떠나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l 김정

47

성명서

삼성전자()는 수원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을 공개하라!

48

후원

3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Tel : 02-324-8633

Fax : 02-324-8632

E-mail : laborr@jinbo.net




[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2014.3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3년 6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위험성 평가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고 신설된 법안인 만큼 미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사업장이 시끌시끌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교육에 500명씩 신청자가 몰리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노동자(노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황이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특집1]

위험성 평가의 이해


흑무 상임활동가

 

1. 위험성 평가란

 

41조의2(위험성 평가)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의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내용 및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한다.

1항에 따라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조치하는 방법, 절차, 시기,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 위험성 평가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고시 제2012-104]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을 통해 정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결정하고 감소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유해․위험요인이란 유해위험을 일으킬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것의 고유한 특징이나 속성을 말하며 다음 표와 같은 것들이다.

 

용어

위험요인

유해요인

분류

()

1. 기계기구, 설비 등에 의한 위험요인

2. 폭발성 물질, 발화성 물질, 인화성 물질, 부식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요인

3. 전기, , 그 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요인

4. 작업방법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5. 작업 장소에 관계된 위험요인

6.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요인

7. 그 외의 위험요인

1.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한 유해요인

2. 방사선, 고온, 저온, 초음파, 소음, 진동, 이상기압 등에 의한 유해요인

3. 작업행동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유해요인

4. 그 외의 유해요인

 

 

 

2. 위험성 평가의 방법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해당 사업장에서 사업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총괄 관리하고,
-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에게 위험성 평가의 실시를 관리하게 하며
- 관리감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위험성의 추정, 결정,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실행을 하게 하며
-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를 참여하게 하고,
- 기계·기구, 설비 등과 관련된 위험성 평가에는 해당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 안전·보건관리자의 선임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사람을 지정하는 등 그 밖에 위험성 평가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것

 

1. 유해·위험 방지 계획서(법 제48)

2. 안전·보건진단(법 제49)

3. 공정안전보고서(법 제49조의2)

4.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안전보건규칙 제657조부터 제662조까지)

5. 그 밖에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서 정하는 위험성 평가 관련 제도

 

3. 절차
위험성 평가는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으로 진행된다. 

 

(1) 평가대상의 선정 등 사전준비
① 실시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 실시의 목적 및 방법, 실시 담당자 및 책임자의 역할, 실시 연간계획 및 시기, 실시의 주지방법, 실시상의 유의사항


② 대상 : 위험성 평가는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③ 사전 조사 : 사업주는 다음의 사업장 안전보건정보를 사전에 조사하여 위험성 평가에 활용하여야 한다.

 

 - 작업표준, 작업절차 등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사양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의 유해·위험요인에 관한 정보
- 기계·기구, 설비 등의 공정 흐름과 작업 주변의 환경에 관한 정보
- 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사업으로서 같은 장소에서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급을 주어 행하는 작업이 있는 경우 혼재 작업의 위험성 및 작업 상황 등에 관한 정보
- 재해사례, 재해통계 등에 관한 정보
- 작업환경측정결과, 근로자 건강진단결과에 관한 정보
- 그 밖에 위험성 평가에 참고가 되는 자료 등

 

(2) 근로자의 작업과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할 때 업종, 규모 등 사업장 실정에 따라 ① 사업장 순회점검 ② 청취조사 ③ 안전보건 자료 ④ 안전보건 체크리스트 ⑤ 그 밖에 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 중 어느 하나 이상의 방법을 사용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①번 방법을 포함하여야 한다.

 

(3) 파악된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사업장 특성에 따라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및 중대성의 크기를 추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에는 가능성과 중대성을 곱하거나, 더하거나, 행렬을 이용하는 방법 등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어느 것이든 사용될 수 있다.

 

(4) 추정한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위험성인지 여부의 결정
사업주는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추정 결과와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을 비교하여, 해당 유해·위험요인별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기준은 위험성 결정을 하기 전에 사업장 자체적으로 설정해 두어야 한다.

 

(5) 위험성 감소대책의 수립 및 실행
- 사업주는 위험성을 결정한 결과 허용 가능한 위험성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험성의 크기,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를 고려하여 ① 위험한 작업의 폐지·변경, 유해·위험물질 대체 등의 조치 또는 설계나 계획 단계에서 위험성을 제거 또는 저감하는 조치 ② 연동장치, 환기장치 설치 등의 공학적 대책 ③ 사업장 작업절차서 정비 등의 관리적 대책 ④ 개인용 보호구의 사용 등 위험성 감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감소대책을 실행한 후 해당 공정 또는 작업의 위험성의 크기가 사전에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의 범위인지를 확인하고, 위험성이 자체 설정한 허용 가능한 위험성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는 경우에는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될 때까지 추가의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중대재해, 중대산업사고 또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성으로서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잠정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종료한 후 남아 있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게시, 주지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6) 위험성 평가 실시내용 및 결과에 관한 기록
사업주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① 위험성 평가를 위해 사전조사 한 안전보건정보 ② 평가대상 공정의 명칭 또는 구체적인 작업내용 ③ 유해·위험요인의 파악 ④ 위험성 추정 및 결정 ⑤ 위험성 감소대책 및 실행 ⑥ 위험성 감소대책의 실행계획 및 일정 등 ⑦ 그 밖에 사업장에서 필요하다고 정한 사항을 담은 기록물을 남겨야 하며 사업주는 기록물을 3년 이상 보존해야 한다.

 

 

4. 위험성 평가의 실시 시기
- 위험성 평가는 최초평가 및 수시평가, 정기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하여야 하며 최초평가 및 정기평가는 전체 작업을 대상으로 한다.
- 수시평가는 다음 표에 해당하는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해당 계획의 실행을 착수하기 전에 실시하고, 계획의 실행이 완료된 후에는 해당 작업을 대상으로 작업을 개시하기 전에 실시하여야 한다. 다만, (5)번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재해발생 작업을 대상으로

 

(1) 사업장 건설물의 설치·이전·변경 또는 해체

(2)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등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3)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등의 정비 또는 보수

(4) 작업방법 또는 작업절차의 신규 도입 또는 변경

(5) 중대산업사고 또는 산업재해(휴업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경우에 한정한다) 발생

(6) 그 밖에 사업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 정기평가는 최초평가 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1) 기계·기구, 설비 등의 기간 경과에 의한 성능 저하 (2) 근로자의 교체 등에 수반하는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지식 또는 경험의 변화 (3) 안전·보건과 관련되는 새로운 지식의 습득 (4) 현재 수립되어 있는 위험성 감소대책의 유효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특집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산업위생전문가 박두용 교수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도 노동자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위험성 평가 도입의 배경과 단위사업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산업위생전문가인 한성대 박두용 교수를 만났다. 박두용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위험성 평가’를 주장해왔으나 정작 지금 시행되는 위험성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위험성 평가가 도입된 맥락과 배경은 어떤 것인가?

 

1980년대 들어 영국과 미국에서 위험성 평가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이윤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거나 위험 유해 산업의 해외 외주화를 진행하였다. 그렇게 유해 산업으로 인한 부담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유해물질 측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는 산업 위생 기술적 측면에서 포화 상태였다. 현재 사용하는 측정 기술 등이 대부분 1970년대에 개발이 완료되어, 기술적인 면에서는 더 발달할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험 관리, 경영을 강조하는 흐름이 생겼다.

 

그중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노동자 스스로에 의한 사업장 위험성 평가’였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다루고 있는 물질, 자신이 하는 작업, 자기가 속한 작업장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전까지 전문가가 모든 것을 해 주면서 주체를 객체로 만들어왔다면, 이제 스스로 평가를 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해나가자는 것이 위험성 평가의 철학이고 정신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여전히 유해산업이 존재하고 재래형 재해도 잦으며, 아직도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서 정착되어 있지 않다. 또 스스로 작업장을 평가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현장에서 스스로 나서서 위험성을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작업환경측정을 해서 객관적으로 수치를 보여주고, 이에 기반을 둬 안내와 감독을 해 줘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산재를 제대로 신고하지도, 모두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사업장 평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작업장 유해요인을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전에는 위험성 평가를 위해 전문가가 측정하고, 측정치의 의미를 해석해주고,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거칠더라도 그 평가를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해성을 1-4점으로 나누고, 물질 사용량을 1-4점으로 나누어, 각 점수를 곱해서 위험도를 표현해 볼 수도 있다. 벤젠을 사용한다면 유해성은 4점을 주고 쓰는 양이 거의 없으니 양은 1점을 주어 위험도는 4점이 된다. 톨루엔을 예로 들면 유해성은 2점이고, 쓰는 양도 적어서 1점을 매기면 위험도는 2점이 된다. 이때의 위험도 숫자는 절대적인 의미가 있지 않지만, 여러 물질 사이의 위험도를 비교하면 최소한 그 사업장에서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벤젠은 향기도 좋고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 유해성을 2점 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과정이 2-3년 지나면 노동자나 부서, 사업장끼리 소통을 통해, 혹은 정부 감독이나 전문가 안내를 통해 결국 정보가 교류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 용역’ 이런 식으로 위험성 평가 자체를 다시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올해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본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 역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위험도 평가 방법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사업주나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각 사업장의 유해성을 평가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산업의 위험성’과 같이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 ‘벤젠의 위험성’과 같이 특정 물질이나 유해요인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와 대안 마련이다. 개별 사업장에 도움을 준다면, 노동자나 사업주가 한 위험성 평가에 대해 안내해주거나 여러 종류의(화학물질, 근골격계 질환 등) 위험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도록 돕고, 우선순위에 맞는 적절한 개선 대책을 제안해주면 된다.

 

소규모 사업장, 영세사업장에서는 이런 종합적인 위험성 평가가 가능할까.

 

위험성 평가가 제안된 배경이 전문가 손을 빌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직접 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실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먼저 적용되었던 방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들 자신에 의한 평가’라는 위험성 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안전보건이 권리로 정착되고, 자기 작업장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져야 한다.

 

 

[특집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김재광 선전위원

 

형식적인 평가로 끝낼 것인가


지난 몇 년간의 시범사업을 지나, 올해 3월 13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위험성 평가가 전면적으로 적용된다. 현장 안전보건활동에서 위험성 평가는 어떠한 의미가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위험성 평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다른 조사나 조치와 마찬가지로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현장 활동에 임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특정한 위험요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위험성의 등급을 정한다는 차원에서 다른 조사와는 구분된다. 다시 말해 위험성 평가는 안전보건점검에 있어 종합세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작용을 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의 재해 예방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현장의 위험을 차분하게 추적, 점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사항을 조망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안전보건 점검이 그러하듯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재해를 예방하고자하는 의지가 각별하지 않다면 노사 모두 형식적으로 대하는 요식 행위에 머물 수도 있다. 또, 현장의 모든 안전보건활동은 결국 현장 노동자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참여를 독려하여 결국 현장 조직활동에 강화에 있다는 점을 잊는다면, 최대한 잘한다고 한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부서가 현장조사에 참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할까?

 

 현장을 다시 보는 계기로 삼자


위험성 평가의 준비과정부터 노동조합 및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 그리고 현장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은 모두 위험성 평가의 대상으로 한다. 다만, 매우 경미한 부상 또는 질병만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우선 우리 현장의 과거 재해(부상과 질병)를 먼저 점검하고, 과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예견 가능한 재해를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때 화학물질이나 위험한 기계 기구 등 물리, 화학적 위험 뿐 아니라,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부족,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 육체 및 정신질환, 스트레스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평가에 포함시키자.


이를 위해 우선 현장에서 실시된 각종 조사와 점검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무엇인지,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구비되어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작업량, 작업속도, 인력 현황, 노동성격, 교대제 현황, 심야노동, 조직문화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험성 평가의 기초적인 과정이며, 동시에 그 동안의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우리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들 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현장 안전보건예방 상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를 준비하자


박두용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본 것처럼, 위험성 평가의 중심 철학은 현장 주체에 의한 평가와 개선이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위험성 평가의 핵심이다. 위험성 평가는 6단계의 절차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전 과정에서 해당 현장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 사전에 현장노동자들의 교양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으나, 한편 자신의 업무의 위험성에 둔감하거나 정보가 부족한 모순된 상황이 현장에 엄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파악, 추정하는 것에서부터 위험성을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능동적인 현장노동자의 태도가 결국 이 평가의 질을 결정할 것이며, 향후 안전보건예방에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또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는 위험성 평가가 시작되기 이전에 선제적인 현장 교양과 활동 목표를 현장노동자들과 공유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험성 평가를 통해 대책 마련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여 종합적인 안전보건예방 대책과 동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애써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평가의 실용성을 설득해야 한다.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 대책을 만드는데 있어, 현장의 준비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선전활동을 통하여 일련의 과정과 대책을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대책의 사후 경과와 효과를 치밀하게 탐구하고 대중적으로 보고함으로써 평가의 생명력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현장 종합보고서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만들자

 

위험성 평가를 통해 현장의 안전보건상태가 일순간에 혁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의의를 말했지만, 위험성 평가는 여러 조사나 점검 중 하나일 뿐이고, 금년에 전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 규정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과 안전보건활동가는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리 활동가들이 이러저러한 조사와 점검을 일순간에 혁신할 태도로 임해야만 그나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사나 점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이번 위험성 평가가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 상태가 어떠한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현장의 안전보건과제를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근거가 되어야 될 것이다.

 

 

[연구소 리포트]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 2014.3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푸우씨 집행위원장

1. 연구 배경

 

“회사 설립 20년 만에 처음 알게 된 근골격계 질환과 유해요인조사”


애경그룹과 일본 JSP 자본합작으로 EPP/EPE Foam 제품(자동차부품, 포장재, 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코스파는 1991년 4월 음성에서 공장가동을 시작해 김천까지 생산시설을 확장하였다. 24시간 돌아가는 장치산업의 일반적인 특성이 그러하듯이 코스파 또한 12시간 주야 맞교대와 장시간노동, 협소한 공간에 빼곡하게 자리한 생산설비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중적인 소음, 성형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물을 사용하여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습도, 음성 공장에서 상시로 이주노동자나 용역을 고용해야 할 정도로 확인되는 인력부족 등 다양한 근골격계 유해요인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2년 5월 13일 음성과 김천에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코스파 노동자의 집단적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은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다. 따라서 2013년 노조설립 1년을 경과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첫 번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2. 연구 과정

 

“유해요인조사는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현장의 일상을, 노동자의 몸과 삶을 제대로 꼼꼼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

 

노동부가 2004년부터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로 제도화했지만, 갓 노조가 출범한 코스파 노동자에게는 ‘근골격계’도 ‘유해요인조사’도 낯설고 생소한 것이었다. 따라서 무엇보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조합원 전반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양 지회 확대 간부 수련회에서 “근골격계직업병과 유해요인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간부교육을 먼저 진행하였고, 이후 음성과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였다. 교육을 마무리한 후 양 지회 간부들과 대충지부 간부, 연구진이 함께 ‘유해요인조사의 목표와 방향 수립-실행점검-대안토론-사업마무리와 평가’를 공동으로 책임질 기획팀을 구성하였고, 기획팀 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착수하였다. 먼저 기초인적사항, 급여, 노동시간 등의 노동조건, 근골격계 증상 유무, 직무스트레스 등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교육을 통해 실시(전체 노동자 104명, 응답자 86명, 82.6%)하였다. 그리고 양 지회에서 부서별로 인간공학평가 등 현장조사를 함께할 인원을 선발해 현장팀을 구성하여 집중적인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현장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와 현장조사 결과 자료를 가지고 기획팀에서 대안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근골격계 유증상자 중 증상이 ‘중간정도로 심하다’, ‘심하다’라고 답변한 노동자와 의사와 면담을 희망하는 노동자 전 인원(설문조사 응답자 86명 중 44명, 51.2%)을 대상으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진찰을 수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음성과 김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설명회를 진행하여 이번 조사를 마무리하였다.

 

3. 연구의 주요 결과

 

1) 근골격계 질환,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코스파 노동자들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은 신체 어느 한 부위 이상이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속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인 기준 1에 해당하는 경우가 70명(81.40%), 증상이 ‘중간 정도로 심하다’인 기준 2에 해당하는 경우가 44명(51.16%)이었다. 이는 2012년 시행된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이 바로 확인된다. 경기지부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은 기준 1이 44.7%(최소 18.2%~최대 65.9%), 기준 2가 34.1%(최소 9.1%~최대 61.5%)이었다. 코스파 노동자들은 기준 1의 경우 경기지부 평균치는 물론 최대치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기준 2의 경우 경기지부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최대치보다 약간 낮은 유병률을 보였다. 특히 코스파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이 34.3세로 2012년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조사” 대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 41.1세에 비해 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 발포부서, 딜렘퍼 청소                             ▲ 발포부서, 원재료 투입                     

 

2) 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온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파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36명(47.38%)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그중 공상처리 했다고 응답한 1명을 제외한 35명(46.05%)은 개인 비용으로 치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코스파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 업무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는 지극히 개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일부 부서의 노동자들은 과다한 작업량과 반복동작과 같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까지 길어 개인적으로 치료받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3) 굽히고, 젖히고, 쪼그리고, 비틀고...


코스파 생산현장은 좁은 공간에 설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설비에 맞춰 노동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목을 뒤로 젖히고, 쪼그리거나, 비트는 일을 해야 하는 업무가 상당하여 전체 생산 공정의 상당수가 노동부가 고시한 11개 부담작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지나치게 협소화하여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간과, 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해당할 정도로 인간공학적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업공정의 전반적인 위험요인의 노출 수준을 평가하는 ANSI-Z365로는 43개 작업 중 27개 작업이 ‘저위험성 초과작업’으로, 목, 허리, 팔, 팔꿈치 등 상지부담을 확인하는 RULA에서는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이 4단계인 ‘즉각적인 작업자세 변경’ 결과가 나왔으며, 역시 소수 일부 공정을 제외한 모든 평가 대상 작업에서 비특이적 작업자세와 전신부담을 확인하는 REBA에서 3단계 ‘위험단계 높음, 곧 조치가 필요함’ 이상의 결과가 도출됐다.

 

4)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키는 노동조건


2개의 생산시설 중 음성공장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이 김천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음성 공장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김천에 비해 길고, 노후화된 설비 등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작업물량이 많아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4. 현장 개선, 무엇을 바꿔야할까?


1)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종합 대책 마련해야


노동조합에서 이번 유해요인조사를 거치면서 양 지회에 노동안전보건부서를 신설한 것처럼, 회사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할 부서와 담당자를 선임하고, 장단기 계획의 수립, 실행, 점검 및 평가를 위해 노사가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협의 기구가 실제 기능하려면 이 기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활동 시간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 산재처리 등 공적인 방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물론, 요양 이후 원직 복직에 대한 불안감, 요양으로 인해  동료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우려하여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당장 즉각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자가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휴식과 함께 마사지와 찜질, 작업 전후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등 자가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회사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3)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 장·단기적 대책 동시에 마련해야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이번 유해요인조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스파의 경우 작업공정의 특성상 설비 규모가 크고 의존도가 높지만 설비 자체가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장단기 대책을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피로방지 매트 도입과 입좌식 의자 제공, 높낮이 조절 가능 작업대 도입, 철재 계단 이동시 무릎 부담 완화를 위한 충격완화 매트 설치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4)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노동조건 개선이 중요해


과다한 작업물량과 장시간 노동 등 일부 노동조건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위험요인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런 노동조건 개선은 그 자체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이 실질 임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월급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적절한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보장도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 2014.3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곽경민 회원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흡연을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
 
얼마 전 공단검진 안내 팜플렛에서 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홍보하는 문구이다.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 왠지 낯설지 않는 이 문구는 얼마 전 참석하였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게 하였다.


같은 기관에 계신 선생님께서 전공의인 나에게 시간이 되면 본인이 질판위원으로 가는 서울지역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에 배석하여 참관하는 건 어떠냐고 해서 질판위에 참석하였다.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1년차로 경험이 일천한 나에게 첫 번째 질판위 참석이다. 자료를 보니 20여 명의 심의안건이 상정되어 있고, 상병명을 보니 오늘은 근골격계질환만 심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 지긋한 위원장이 있고, 6인의 위원(직업환경의학의사 1인, 신경외과의사 1인, 정형외과의사 2인, 영상의학의사 1인, 인간공학 전문가 1인)이 회의용 원탁 책상에 앉아 있다. 첫 번째 심의안건은 오늘 유일하게 재해자의 진술이 있는 안건이다. 위원장은 “신청서와 자료에 있는 내용은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여기에 없는 내용만 짧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하다 요통이 생겨 산재를 신청한 30대 남성의 진술이 있었고, 질판위원들의 몇 차례 질문이 이어졌다. 재해자 진술이 끝난 후 위원회의 짧은 토론이 있었다. 업무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상병이라는 의견들이 있어서 산재승인으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좀 있으신 위원 한 분이 빈정대는 말투로 ‘옛날이었으면 이건 불승인’이라는 말을 던진다. ‘옛날드립’을 여기에서도 듣게 될 줄이야... 결국 표결로 가게 되었고, 다수의견으로 첫 번째 안건은 ‘산재 인정’이 되었다.


 

다음 안건은 양쪽 수지의 레이노증후군이다. 진동 폭로력이 확인되었고, 레이노스캔에서도 양성으로 나타나 어렵지 않게 산재승인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의학의사가 레이노스캔을 한쪽만 했으니, 한쪽 손에 대해서만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결국 표결에서 한쪽에 대해서만 ‘부분인정’으로 결정이 되었다. 레이노증후군은 대개 양쪽으로 오는 질환으로, 실제 임상진료에서도 양쪽 다 증상이 있더라도 한쪽만 레이노스캔을 해서 양쪽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위한 것이니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며 ‘부분인정’이라 한다.


 

이후로도 ‘객관적’이라는 이름의 주관적인 논의들이 이어졌다. 반대 의견이 없어 인정될 것 같은 안건도 표결에서 ‘불인정’되는 경우도 있었고, 업무관련성은 인정되나 상병명이 업무내용이 달라 ‘불인정’되는 경우, 상병명을 잘못 적어서 ‘부분인정’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여건을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려니 후반부엔 아주 짧은 논의만 하고 바로 표결로 이루어져 위원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건들이 다 처리된 이후 위원장은 ‘우리가 의학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산재보험 재정이 부당하게 누수되는 것을 막는 책무가 있다’는 류의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니 담배소송 홍보문구처럼 ‘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재정 누수를 방지할 책무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흔히들 ‘질판위’라 줄여서 말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업무상질병에 대한 판정의 공정성 및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2008년 7월부터 설치한 판정위원회이다. 하지만 질판위가 신설된 이후 근골격계질환 및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질병 산재승인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산재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고자 객관성과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불인정,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으니 개선책이라고 나온 것이 오히려 개악책이 된 것이다. 이런 질판위가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기구일까?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가 아닌 산재노동자의 선량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백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일까? 우리의 숙제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 하루였다.

[만평] 이러고 있다... / 2014.3

 

 

<일터> 통권 122호 / 2014.3

 

 

 

 

   26

특집

    위험성 평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1 1. 위험성 평가의 이해

  2. 위험성 평가의 철학은 주체에 의한 평가

  3. 위험성 평가, 현장 활동에 달려있다

20136,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에 위험성 평가가 신설되었다. 3월 법 시행을 맞아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위험성 평가의 이해, 활용방안, 현장대응에 대해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성 평가와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03

뉴스

삼성을 바꾸자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출범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2013년을 달구었던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과 건강

불안정한 청소년 노동 지옥의 문을 열다

11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바이럴마케터, 원경 씨의 하루 l 재현

15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함께 맞는 봄, 지금 여기! l 김세은

16

연구소 리포트

2013 코스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무엇을 남겼나? l 푸우씨

20

칼럼

새로운 10년의 첫해, 탄탄한 토대를 만들자 l 김형렬

22

문화읽기

내가 꿈꾸는 병원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읽고 l 김정수

23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질판위는 산재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인가? l 곽경민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이러쿵저러쿵

또 하나의 가족, 이이령?! l 이이령

44

일터 다시보기

진짜 교육, 진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어느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고 l 정경희

46

성명서

고교현장실습생 사망, 책임지는 자는 왜 없는가?

48

후원

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64-140

Tel : 02-324-8633

Fax : 02-324-8632

E-mail : laborr@jinbo.net




[연구소 리포트]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를 통해 살펴본 노동조건 개선방안 연구 / 2014.2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를 통해 살펴본 노동조건 개선방안 연구

 

한노보연 김세은

 

 

 

 

 

 

1. 연구 배경과 목적
정부의 제약산업 정책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이 시행되면서 인력감축이 이루어졌으나 신규 인력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되어왔다. 한편,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제약영업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주요한 직무스트레스요인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연구는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 강화 요인을 조사 및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며, 제약노조의 정책역량 강화를 통한 산별 집중사업 계획 및 추진 등 노동조합의 실천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2. 연구 결과
※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가 진행되었으나 지면관계상 설문조사 결과 위주로 싣습니다.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인적 특성
설문조사는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962명과 바이엘코리아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는데 그 중 총 714명이 참여하였다. 설문 참여자 중 남성이 82.4%을 차지하였고, 평균 연령은 35.96세로 30대가 가장 많았다(63.4%). 한편, 참여자의 근무기간은 평균 8.2년으로 10년 이하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64.5%), 이번 연구의 주요 대상인 영업직(85.7%) 이외에 사무, 물류, 기술직에서도 일부 참여하였다.

 

2) 사회경제적 조건
설문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포함한 급여총액은 ‘6천만 원 이상 7천만 원 이하’가 2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반면 인센티브를 제외한 급여총액은 ‘4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가 26.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총 급여에서 차지하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편, 설문 참여자들이 직무 수행을 위해 자신의 돈을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부담 비용은 한 달 평균 ‘20만 원 이상 40만 원 이하’인 경우가 3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으며, 월 60만 원 이상 부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5%에 달하였다.
1일 고객 방문 횟수에서는, 참여자 중 영업 노동자의 경우, 12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28.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3) 노동강도
보그지수(Borg scale)는 평소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6-20점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는 간단한 조사도구이다. 본 설문참여자들의 보그지수 평균값은 13.39점으로 ‘힘듦’ 수준으로 나타났다(13점 힘들다, 15점 매우 힘들다). 참고로 이 도구를 이용한 다른 업종의 조사 결과는 모 자동차공장 노동자 12.6점(2005년), 증권산업 노동자 13.2점(2008년), 발전 노동자 11.9점(2013년) 등이었다.

 

한편, 설문 참여자들이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 원인으로 지목한 1순위는 과도한 영업(판매)목표, 2순위는 일상적 구조조정(인력 감축), 3순위는 영업외 부수적 업무 증가였다. 인원감축에 따른 인력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은 인원이 목표를 채워야하는 현실, ‘글로벌→아·태지부→한국지사→팀’ 순으로 하향식으로 목표가 부과됨에 따라 현실조건에 맞는 목표 조정의 어려움, 영업 현실과 맞지 않는 회사 방침, 노동의 결과가 숫자로만 판단되는 상황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외국계 제약회사의 일상적 구조조정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규채용이 거의 없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인원 감축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감은 노동강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노동강도 강화 원인 3순위는 영업외 부수적 업무 증가였다. 노동자들은 심층인터뷰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영업 외에 조사, 보고 등의 부수적 업무가 증가하였다고 토로하였다.

 

4) 직무스트레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외국계 제약회사 남성 노동자들에서 직무요구,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문제가 직무스트레스의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물리환경, 직무자율, 직장문화 또한 전국 참고치의 평균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 목

남성

평균

참고치

점수의 의미

하위25%

하위50%

상위50%

상위25%

물리환경

54.8

33.3 이하

33.4-44.4

44.5-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물리적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다

직무요구

60.3

41.6 이하

41.7-50.0

50.1-58.3

58.4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자율

57.8

41.6 이하

41.7-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관계갈등

62.5

-

33.3 이하

33.4-44.4

44.5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관계갈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불안정

81.3

33.3 이하

33.4-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업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조직체계

42.0

41.6이하

41.7-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조직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않다

보상부적절

47.7

33.3 이하

33.4-55.5

55.6-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보상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적절하다

직장문화

43.4

33.3 이하

33.4-41.6

41.7-50.0

50.1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장문화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다

 

한편, 여성 노동자들에서는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문제가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었음을 확인하였고, 물리환경, 직무요구, 직장문화 항목이 전국 참고치의 평균을 상회하였다.

 

항 목

여성

평균

참고치

점수의 의미

하위25%

하위50%

상위50%

상위25%

물리환경

50.3

33.3이하

33.4-44.4

44.5-55.5

55.6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물리적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다

직무요구

62.3

50.0이하

50.1-58.3

58.4-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자율

50.0

50.0이하

50.1-58.3

58.4-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관계갈등

57.9

-

33.3이하

33.4-44.4

44.5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관계갈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불안정

73.7

-

33.3이하

33.4-50.0

50.1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업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조직체계

35.5

41.6이하

41.7-50.0

50.1-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조직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않다

보상부적절

43.3

44.4이하

44.5-55.5

55.6-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보상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적절하다

직장문화

46.9

33.3이하

33.4-41.6

41,7-50.0

50.1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장문화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다


5) 감정노동
감정노동의 빈도는 업무 중 얼마나 자주 감정노동을 하는가, 감정표현의 주의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 표현을 얼마나 고객에게 잘 주의하여 전달 및 표현하는가, 감정의 부조화는 감정노동의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과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표현이 서로 맞지 않을 경우 경험하게 되는 불편한 느낌이나 갈등상태를 평가한다. 설문 참여자들의 감정노동 총점은 33.3점이었으며 하위영역 중 빈도는 11.7점, 주의는 10.7점, 부조화는 10.9점이었다.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2010년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감정노동 연구를 살펴보면 간호사의 감정노동은 평균 29.63점이었으며 하위 영역(빈도,주의,부조화) 중 가장 평균이 높은 것은 빈도(10.44점)였으며 가장 낮은 것은 부조화(8.81점)였다. 이와 비교해 설문 참여자들은 감정노동 총점과 하위영역 점수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6)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일반인의 정신건강 수준을 측정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는 PWI 단축형(Psychosocial Well-being Index - Short Form, PWI-SF) 설문을 이용하여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설문 참여자들 중 단 0.8%만이 건강군에 속하며, 48.7%는 잠재적 스트레스군, 50.4%는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이 도구를 사용한 최근의 연구들과 비교해보면 2007년 모 자동차회사 판매노동자 43.5%, 2008년 증권노동자 44.2%, 2012년 모 손해보험 노동자 50.7%, 2012년 백화점/대형마트 판매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는 각각 32.1%, 39.6% 등이었다. 이를 통해 외국계 제약 영업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는 당장 치료를 요하는 질환 상태를 뜻하지는 않으나, 현재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각종 정신질환의 위험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결과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제약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직무별로는 영업 노동자들이 영업 외 직무 노동자들에 비해 고위험 스트레스군의 비율이 더 높았다(51.6% vs 43.1%).

 

7) 우울수준
설문 참여자들의 우울 수준은 정상군은 26.7%에 불과했으며 위험군은 73.3%에 달했다. 설문 참여자들의 우울 수준을 이 도구를 사용한 다른 조사와 비교해보면 2010년 일부 은행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위험군은 20.6%였고, 2009년 사회보험 노동자 연구의 위험군은 23.0%였다. 2009년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모든 업종을 통틀어 위험군은 15.9%였으며, 금융 기관 및 보험관련 업종의 위험군 비율은 14.8%로, 이번 연구 참여자들의 위험군 비율은 다른 집단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았다.

 

 

   

 

        <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 우울수준 >                                                < 음주 >

 

 

 

8) 음주
알코올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 총점에 따라 설문 참여자들을 정상군(AUDIT 점수가 총점 7점 이하), 문제음주군(AUDIT 점수가 총점 8점 이상 15점 이하), 알코올남용군(AUDIT 점수가 총점 16점 이상 19점 이하), 알코올의존군(AUDIT 점수가 총점 20점 이상)으로 분류하여 살펴보았다. 설문 참여자 중 정상음주군은 21.6%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정상음주군의 3분의 1 수준에 미쳤다. 문제음주군에서 알코올의존군으로 올라갈수록 국민건강영양조사(2010)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2009년 사회보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와 비교했을 때에도 알코올 남용 또는 의존(AUDIT 16점 이상)군 비율이 21.8%인데 반해 이번 설문 참여자들의 알코올남용군과 의존군 비율은 40.4%에 달하여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우울을 비롯하여 알코올 의존도 또한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제언
본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노동조건 개선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고용불안 해소 및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원충원의 필요성
: 현실적으로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인력충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목표 부과 시 제약영업 노동자의 의견 반영 필요성
: 과도한 목표부과가 직무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이는 하향식으로 부과되는 목표 부과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비공식적 노동시간의 감축 및 지원방안 마련의 필요성
: 정규 노동시간 외 발생하는 비정규직 노동시간 감축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비공식적 노동시간에 대하여서는 대체휴무제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한다.

 

- 윤리규정 현실화의 필요성
: 제약영업 노동자들은 영업활동 중 현실과 괴리된 윤리규정으로 인해 상당한 직무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회사별로 해석이 달라지거나 이중적인 잣대가 적용되는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합동토론회 등을 통해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 정신적 소진에 대한 해소방안 마련의 필요성
: 감정노동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건강관리 프로그램, 힐링 프로그램 등 정서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개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 출산휴가 등의 적극적 보장
: 제약영업 노동자 중 특히 기혼여성들의 경우 비공식적 노동시간이 증가하면서 일-가정 양립을 상당히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사용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를 통한 건강관리의 필요성 - 영업 및 영업외 분야
: 영업 및 영업외 분야의 노동자들의 안전에 관한 조치, 보건에 관한 조치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 완화, 보호구 지급, 안전보건교육 등)

[특집]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 비교 연구의 의미 / 2014.2

두원정공에서 시행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밤샘노동 철폐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특집1]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 비교 연구의 의미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김경근

 

* 본 특집 내용은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노동자의 삶과 건강>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고서 원문은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주력 생산하는 곳으로 생산품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이다. 두원정공은 1997년 경영상의 위기를 맞아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하였고, 당시 한국노총 소속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사측 제시안을 모두 수용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 사측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공세적으로 진행한다.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

이러한 일련의 상황 속에서, 2001년 노동조합 선거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내걸고 나선 ‘민주집행부’가 당선된다. 당시 노조집행부는 당선 직후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 신규 물량 확보 투쟁 등을 전개하며 무너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한다. 노조집행부의 헌신적인 리더십 하에 전개된 투쟁의 승리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가 견고해진다. 물론 사측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니, 고용조정은 당연하다’는 담론을 유포하지만, 이러한 사측의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으로 번번이 좌초된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선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다. 2007년 주간연속2교대제 토대 마련 작업, 2008년과 2009년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으로 해소된다. 그리고 2010년 10월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시행된다.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형태는 다른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같은 ‘10+10 교대제’였다.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어, 두원정공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했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 잔업이 사라져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고,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든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두원정공 생신직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이다.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근무시간표
* 자료출처 : <201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위원자료>

오전반(시업/종업)

시간

구분

오후반(시업/종업)

시간

구분

08:00-10:00

2시간

노동1

16:00-18:00

2시간

노동1

10:00-10:10

10

휴식1

18:00-18:40

40

식사

10:10-12:00

1시간 50

노동2

18:40-20:30

1시간 50

노동2

12:00-12:40

40

식사

20:30-20:40

10

휴식1

12:40-14:30

1시간 50

노동3

20:40-22:30

1시간 50

노동3

14:30-14:40

10

휴식2

22:30-22:40

10

휴식2

14:40-16:00

1시간 20

노동4

22:40-24:00

1시간 20

노동4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위한 논의 초기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반발은 매우 컸다. 가장 컸던 반발은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였고, 이와 함께 20년 가까이 적응해 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견해도 제출된다.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사측은 이에 따라 잔업과 특근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까지 최대한 늘려서 운영하다가,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동시에 전면 중단해 임금이 감소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물량이 줄어든 현실에 맞게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과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내세워 조합원을 설득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으로 임금 보전이 가능하게 하여 조합원들의 불만을 해소해 가는 등 유연한 대응을 펼친다.

 

3무원칙에 입각한 교대제 변화의 결과는?
현재 두원정공에서 실시한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3년을 경과해 안정화된 상황에 있다. 두원정공에서 실시 중인 주간연속2교대제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3무원칙(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한 소중한 사례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노동운동 진영에서 고용을 유지하며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제기되고, 도입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두원정공 사례처럼 ‘3무원칙’이 지켜진 교대제 변경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건이다. 이와 함께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했으나,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근무형태 변경으로 개선된 사례를 두고, 직접적으로 전후를 비교한 연구가 없었던 상황에서, 두원정공에서 실시된 주간연속2교대제가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이 이루어진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의 변화에 대한 관찰과 평가를 위하여 수행되었다.

 

[특집2]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조합원들의 일상생활의 변화
'여가와 가족생활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김보성

 

1.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일상생활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 제조업 생산직 중에서도 자동차산업 생산 현장에는 주야 2조 2교대제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이 견고하게 뿌리 내려왔다. 이는 철저하게 일 중심의 시간 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시험하고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파괴한다. 가족 및 사회로부터 탈구되어 있는 작업장의 시간성 때문에 노동자들은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만을 배타적으로 강요받게 된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 일련의 작업장 구조조정의 흐름은 노동자들의 의식 속에 불안을 깊이 각인하여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임금소득활동에만 더 몰입하도록 만든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두원 노동자들 역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었으며, 가족과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피로에 지쳐 신경이 예민해진 남편, 집에서는 항상 잠만 자는 아빠가 가족들의 머릿속에 박힌 남편과 아버지의 이미지였으며, 남성 노동자들은 사실상 ‘돈 버는 재미’ 외의 다른 가치를 추구할만한 육체적․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2.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과 여가생활의 변화
1) 시간의 변화와 삶의 변화
전반적으로 이전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이 이루어질 때에 비하여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여가활동이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패턴 역시 적지 않게 변화했다. 자유 시간의 확대와 이에 따른 여가의 다변화가 가장 일차적인 생활상의 변화이다.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헬스, 달리기, 걷기 등의 스포츠 활동과 등산, 온천여행 등의 짧은 여행을 자주 즐기게 되었으며, 동호회 활동도 더욱 활발히 하게 되었다. 또한, 가사노동이나 자녀 돌보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가족 외식이나 영화나 공연 관람을 더욱 자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간 사용 패턴의 변화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재성찰․탐색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유 시간을 적극적으로 누리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돈 버는 재미’ 외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두원정공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배경에는 고용조정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자,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경험이 달라졌다. 이제는 고용 안정만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미뤄두었던 운동을 시작하고,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가족과 시간을 갖고 더욱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계획하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활동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 이외의 활동이 가지는 가치에 새롭게 눈뜨고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에 일에 미쳐 살 때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행복하니까.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좋으니까. 좀 오바하면 옛날보다는 조금 즐거워요. 출근할 때, 옛날보단.” (A1, 남성 조합원, 연속2교대)

 

가족 구성, 자녀의 연령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 개선을 경험한 조합원들도 다수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를 통해 확보된 자유시간의 많은 부분을 가족과 함께, 혹은 가족을 위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애들이 첨에는 싫어했어요. 귀찮아하더라고. (…) 집에 오면 항상 아빠가 있으니까. 컴퓨터도 마음대로 못 하고, TV도 맘대로 못 보고, (…) 살살 꼬셔서 이제 밖에 나가서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하면서 조금씩 관계가 좋아진 거죠. (…) 일 년 훨씬 지나보니까, 학교 갔다 와서 아빠가 없으면 전화를 해요. 오늘 어디 있는 거야? 전화를 해요. 좀, 당연히 가까운 관계인데, 막, 그냥, 말뿐인 게 아니라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A1, 남성 조합원, 연속2교대)

 

2) 미완의 변화: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소득’으로 회귀의 움직임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여가생활과 가족생활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이와 사뭇 다른 결의 움직임 또한 존재한다. 잔업과 특근 선호, 그리고 추가적인 임금노동과 소득에 대한 지향이 그것이다. 이는 투쟁을 통해 확보한 자유시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로,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소득’으로의 자발적 회귀라 볼 수 있다.

 

“지금 주간근무만 상시 주간근무를 하시는 분들 중에 제가 알기로는 투잡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저만 해도, 당장 저만 해도 주간만, 만약에 근무를 주간만 한다면 투잡을 뛸 의향이 있어요. (…) 원체 일찍 끝나니까...” (A6, 남성 조합원, 연속2교대, 강조는 인용자)

 

3. 삶의 회복: 그 가능성과 질곡
이전의 노동시간 패턴은 노동자들의 육체적 활력을 고갈시키고 노동자들로부터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성찰해볼 기회 역시 박탈했다. 성장하는 자동차 산업의 잘나갔던 부품업체 정규직 직원이었던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작업장의 시간 리듬에 자신을 끼워 맞춘 채 일했다. 그러나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리더십과 조합원들의 단결을 바탕으로 고용 위기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내고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현실화시켜냈다. 잔업 없는 ‘8+8’ 노동시간 시스템을 정착시켰으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실현하는 데 한발 다가섰다. 가능성은 단지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변화의 실마리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적어도 이전보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생활시간을 통제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 시간을 누리고, 여가를 향유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에는 잊고 살던 삶의 가치들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는 작업장 시간제도의 변경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재구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시간을 둘러싼 투쟁’, 즉 ‘시간의 정치’를 통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점은 이러한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역동이다. 어렵사리 확보한 자유 시간을 추가적 소득을 위한 제2의 임금노동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특근 통제에 대한 불만과 특근 선호가 여전하다는 점. 이는 작업장 시간성으로의 자발적 회귀 그리고 일상을 포기하고 임금 보상으로 투항한다는 점에서 삶의 회복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것은 비단 몇몇 개인들의 선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반응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겪어온 공통된 역사와 집단적 기억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산업 초창기부터 자유 시간을 포기하고 일하면서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희생이 크면 클수록 크게 되돌아오는 임금이었다. ‘최소 기본급+시간 외 수당’의 임금 구조는 돈의 보상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군대식 통제라는 작업장 문화는 노동자들이 ‘돈 버는 재미’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97년 경제위기와 뒤이은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마음속 깊이 불안을 새겨 삶을 포기한 대가로 고용 유지와 임금 보상을 추구하는 것을 절대화하였다. 두원정공 노동자들 역시 1997년 이후 총 40%의 인원이 정리되는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특히 생산품의 특성상 점차 주문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과 이러한 상황을 혁신을 통해 타개해나가려고 하지 않고 고용조정만을 주문하는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러한 집단적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두원정공 노동자들 역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두원정공에서 거둔 2000년 이후 승리의 경험은 거대한 골리앗들이 쓰러져나가던 끝에 외롭게 지켜낸 승리였다. 그래서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이것이 강성 두원정공 노동조합의 승리와 성과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초상의 일면이며, 실업과 불안정 노동이 상존하는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노동자들의 ‘삶의 회복’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사업장 차원의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시대 근본적 불안을 해석하고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원정공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정착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도정에 섰다. 투쟁의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불안한 발을 떼어 앞으로 한 걸음 나가야 한다. 시간의 회복을 삶의 회복으로 진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특집3]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노동자의 건강 변화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해졌다'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이혜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후 건강영향으로는 근골격계 증상, 수면건강, 건강 행동, 심혈관계질환 관련 지표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 중 근골격계 증상과 건강 행동은 2010년과 2013년에 같은 항목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2010년부터 주간근무만 시행하였던 노동자(164명)와 2010년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교대형태가 달라진 노동자(104명)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수면건강은 2007년의 설문조사(주간근무자 301명과 주야 맞교대근무자 142명)와 2013년의 설문조사 결과(주간근무자 231명과 주간연속2교대근무자 150명)를 비교하였다. 심혈관계 질환 지표는 2009년과 2012년의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하여 주간근무 노동자(156명)와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변경된 노동자(102명)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심야노동 단축으로 근골격계 증상 완화
근골격계 증상은 전체적으로 73.5%에서 82.5%로 증가하였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조사 대상자들의 연령이 평균 44.8세에서 47.8세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과 증상 부위를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 근골격계 증상자의 비율 변화는 교대군(5.8% 증가)은 주간근무군(15.3% 증가)에 비하여 증가 정도가 10%가량 낮았고 특히 조립 등 업무와 연관성이 큰 어깨/팔/손 등 상지 부위 증상은 오히려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한 심야노동의 단축이 근골격계 증상의 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장 뚜렷하게 개선된 수면건강 
수면건강은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였다.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무 시 수면시간이 5시간 49분에서 6시간 20분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무 시 수면의 질이 나쁜 편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72.5%에서 39.7%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주간근무자의 경우에도 수면의 질이 좋은 편이라는 응답이 20%에서 32.6%로 증가한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교대근무자의 수면건강 향상에 주간연속2교대제의 시행이 큰 영향을 미쳤고, 주간근무자의 경우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의 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음주는 줄고, 운동은 늘고
건강 행동의 경우 흡연상태는 2010년에 비해 2013년에 흡연자가 오히려 소폭 증가(주간근무군 2.5% 증가, 교대근무군 2.9% 증가)하였으나 음주의 경우 전체 노동자에서 상당히 개선된 변화를 보였다. 특히 교대근무자의 경우 주간근무자와 비교하면 월 2회 이상의 음주자가 33.8% 감소하여 14.9% 감소한 주간근무자에 비해 현저한 변화를 보였다. 운동의 경우 주간근무자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전후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교대근무자의 경우 주 3회 이상 운동하는 비율이 22.1%에서 26.2%로 약간 증가하였다. 흡연과 달리 음주와 운동의 경우 여가의 활용과 밀접히 관련하는 지표로서 충분한 여가가 확보되어 음주보다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추구함으로써 건강 행동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된다.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 악화 둔화
건강진단결과를 이용하여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중성지방, 복부비만 등 전반적인 항목에서 악화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조사대상의 고령화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조사대상자를 교대근무에 따라 나누어 비교하였을 때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 중 고밀도콜레스테롤, 복부비만, 당뇨(고혈당)의 경우 교대근무자에서 그 악화 정도가 주간근무자에 비해 낮거나 오히려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을 때 주간근무자의 경우 8.2%에서 13.8%로 증가하였고 (+5.6%) 교대근무자의 경우 5.9%에서 7.1%로 증가하였으나 (+1.2%) 그 증가 폭이 주간근무자에 비하여 훨씬 적었다. 조사대상자들의 고령화를 고려하였을 때 이러한 결과는 심야노동 단축의 효과가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며 여가 확보를 통한 건강 행동의 개선이나 생체리듬 교란의 최소화 효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두원정공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3년 이후, 수면건강이 크게 개선되었고, 음주의 빈도가 감소하였으며 그 효과는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변경된 교대근무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근골격계 증상과 대사증후군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나이 증가와 함께 2010년보다 2013년에 악화소견을 보였으나 주간근무자를 비교군으로 설정하였을 때 교대근무자에서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영향을 고려할 때 두원정공과 같이 주간연속2교대제의 의의를 잘 살리는 교대제 변화를 현장 노동자의 주도적인 요구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 2014.2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현재 50인 이상의 전임보건관리자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의사, 간호사 및 산업위생기사가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보건관리대행(이하 보대)을 받고 있다. 이 보대 업무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산업보건전문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다. 필자 역시 2년 전부터 지방의 소규모 보대업체에서 보대업무를 하며 100개가량의 사업장 노동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하지만 내가 만난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필요와 동떨어져 있는 형식적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보대의 주요 업무는 처방 및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건강검진결과를 토대로 하는 건강 상담과 간이검사(혈당, 혈압, 간이콜레스테롤 검사), 그리고 현장순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통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체감적으로 도움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검진 결과로 진단 가능한 질환에서 투약이 필요한 노동자를 병원에 의뢰하게 되거나,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으로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 특수검진 결과 관찰이 필요한 노동자(요 관찰자)들의 증상이 작업과 관련성이 있는지, 작업 전환을 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경우도 그렇다. 물론 후자의 사례는 전자보다 훨씬 적다. 어쨌든 현실에서 약물치료 의뢰는 위에 언급한 질환으로 제한되고 추적 상담 시에도 혈액검사가 제한되어 반복되는 생활습관 상담만으로는 만족감을 주기 어려워 노동자들이 정기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병을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작업 관련 증상을 가진 노동자가 알아서 상담을 받으러 오기 힘든 면도 있고, 짧은 상담시간 안에 유해공정 노동자를 모두 상담하기도 힘든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근무시간 내 상담을 기피하여 점심시간 내 상담을 계약 시 요구하는 사업장도 다반사인 현실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공적 서비스임에도 민간시장에 완전히 일임되어 있다는 것이다. 계약 주체가 사업주인 관계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서비스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와 맞물려 악순환한다. 그래서 많은 사업장에서는 노동부 감사에 대비하는 형식적 서류업무에 능숙하고 서비스 질과는 무관한 단가가 싼 보건대행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노동부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보건대행서비스가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업보건서비스 중 매우 큰 부분이라면 현재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상담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외래치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투약이나 정밀검사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니 어느 과로 가세요”라고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 1차 진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진료의뢰서를 의료진이 사용하도록 한다면 좀 더 책임 있는 의뢰가 되어 보대서비스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약물치료는 필요 없으나 관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한 내당능장애, 고지혈증 등의 질환에서는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검사 등의 혈액검사를 의료법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또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서는 뇌심혈관발병위험도나 심혈관위험지수 등의 성과지표를 사업장에 제공하도록 하여 성취정도 및 추이를 노동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현장 파악은 위생기사의 업무로 되어 있지만, 의사 역시 건강위험요인을 확인하여 적극적으로 상담에 이용하도록 현장 위험요인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생기사의 상태보고서 작성 의무를 의사에게도 부과해 건강위험요인 상태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성과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놓여 있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장 담당자를 만나는 간호사들이 계약 해지의 두려움으로 사업장 담당자들과의 관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업무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보대이용을 독려하는 사업주도 일부 있지만 이에 무관심한 사업주 역시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보대팀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이런 사업장에 검진결과마저 입수되지 않아 유소견자마저 파악되지 않으면 상담 인력이 없어 업무자체가 힘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전반적 변화나, 노동부의 보대업무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 변화는 ‘3자지불제도’나 ‘보대업체의 지역별 제한’과 같은 공공성 강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공공성강화 방안은 꼭 논의되어야 한다.

일단 당장에는 노동부의 치밀한 감시 감독과 체계적인 기관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만 상담을 강요하는 사업장 재제를 명확히 하고(현재의 갑을 관계에서 보대업체는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사업장의 무작위 감사와 노동자모니터링 방법이 유효하겠다),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며, 유소견자의 상담율이 일정기준 이하로 낮은 사업장 역시 재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또 보대 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지표와 같은 보대업무의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게 하고, 서비스 질 평가를 강화하여 질 저하가 명확한 기관은 업무정지와 같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