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 2017.9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내 노동시간 기록에 대한 권리가 내게는 없다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한 IT 노동자는, 10년간 일하던 중 계속된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걸려 폐절제 수술까지 받게 됐다. 큰 수술 후 복귀했지만, 그 다음 해까지 완쾌되지 않아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회사는 수술한 이듬해, 휴직 상한기간 1년을 채운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까지 당하고 나니 억울했다.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고 폐 절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점을 입증해 산재 인정을 받고자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면역력이 떨어질 정도로 과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해고까지 한 회사가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적지만 1천 427시간의 시간외근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간외근로를 강요당했다는 점을 입증한 1심 판결 이후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단의 심사 결과는 요양불승인 처분, 결국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았다. (2016.6.2. 서울고법, “폐 잘라낸 SW개발자 산재 인정하라"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602151425)

올 해 5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법정 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체불이 대대적으로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전체 노동자 3250 명 중 2057 명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체불된 연장 근로수당은 44억 원이나 됐다.

그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던 회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기록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건물 출입 기록 880만 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찾아내 분석해서 잡아낸 것이다.

이 팀은 파리바게뜨에서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사건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임금을 떼먹던 회사 내 별도의 서버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찾아낸 것이다. (2017.8.6.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 노동법 위반 꼼짝 마)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5733.html)

노동시간 기록과 보관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 노동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다. 체불임금, 불법적인 연장근무 적발을 목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고 버티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적발할 수 없다. 건강 문제때문이든, 떼어먹힌 임금 때문이든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 노동시간 기록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위 두 사례는, 체불임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본인의 장시간 노동을 밝혀내고 인정받은 노동자의 노력과 신기술로 무장한 성실한 공무원에 의해 장시간 노동 실태를 숨기려던 회사의 장막을 거둬낸 사례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두 사례를 미담으로 기억할 것인가? 애초에 노동시간 기록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나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는 없을까?

노동시간법을 따로 제정하여 노동시간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기록을 2~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은 각각의 노동자가 노동한 시간, 그에 해당한 보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은 정규 노동시간, 연장근로 시간, 일요일 노동시간, 초과 노동시간 등을 모두 분류해서 기록해둬야 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보수도 따로 기록해둬야 한다. 기록 보관 기간은 2년이다. 영국의 경우는 최대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시간을 따로 기록을 남겨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도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 시간을 기재하고, 이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를 표시한 노동자의 목록도 작성해서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기록된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예방으로

기록과 보관은 활용을 위해서다. EU 노동시간 관련 가이드라인은, 각 나라에서 국내법으로 이런 노동시간 기록을 법적 의무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노동부 등 관할 주무 기관의 감독 하에 두도록 권유하고 있다. 관할 주무 기관이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의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보관할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도록 미리 제한한다고? 과로로 산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노동시간 기록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려고 해도 노동시간 기록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어떤 상황이 더 적절할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 2017.8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구인 공고>

모집직종 : 병원 및 공공시설 경비원

경력조건 : 관계없음

학력 : 학력무관

고용형태 :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12개월

임금조건 : 월급 1,690,000원 이상

식사(비) 제공 : 미제공

근무시간 : (오후) 4시 30분 – 익일 (오전) 8시 30분 (휴게시간 9시간 근무시간 7시간)

소정근로시간 : 48시간 (“소정근로시간" 이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1주 동안 근로하는 근로시간을 말합니다)

근무형태 : 주 7일 근무


학교경비원으로 검색하면 상당수의 구인공고가 이렇게 뜬다. 위 내용은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의 경비원을 구하는 공고이다.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학교를 지키지만 이 중 휴게시간이 노동시간보다 길다. 실제 이 노동자는 하루 16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임금을 지급받는 “소정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에 불과하다.

학교 숙직실에서 밤에 잠을 잔다면 그건 노동이라고 봐야 하는가? 이런 상황을 볼 때 현재 한국에선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학교 내에서 잠을 자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깨어나 이를 처리하기를 원하기에 야간경비라는 직무로 고용했다. 노동의 강도는 매우 낮을 수 있지만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대기하는 시간이라면 역시 노동의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경비원, 당직근로자 등 업무가 간헐·단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휴게시간·대기시간이 많은 경우를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자로 부르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어떻게 책정하고 규제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한국은 감시 단속 근로자의 경우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 7일 하루 16시간 일하는게 가능하다. 게다가 형식적으로는 주 48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것으로 평가되니 어떻게 보면 노동시간 규정에서 벗어나지도 않는 셈이다.

영국의 경우 대기시간에 대해 노동시간으로 보는 경우와 보지 않는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당직의 의미인 “on call”은 사업장 내에 있을 경우에는 노동으로, 사업장 밖에서 당직일 때는 노동이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노동시간 규정보다 좀 더 완화해서 야간노동시간이나 휴식시간 규정 등에서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나 최대노동시간 규정 (17주간 평균 주당 노동시간 48시간)은 감시단속 노동자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핀란드 역시 사업장에서의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노동시간법 4조의 ‘노동시간의 정의’에 의하면 일하는 데 사용한 시간, 노동자가 사업주의 처분(배치)에 따라 일터에 존재하도록 요구되는 시간을 노동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시간법 5조 ‘대기시간’에서는 노동자가 대기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최소 절반은, 임금이나 이에 상응하는 정규 업무 중 휴가 시간으로 보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예외 없이 법적으로 최대 가능한 노동시간 규제 (주당 평균 노동시간 40시간) 를 받는다.

결국 이런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매일 16시간 경비업무, 혹은 24시간 맞교대와 같은 근무형태는 불가능하게 된다. 고령노동자들이 주로 하게 되는 아파트 경비업무의 경우 전국적으로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수행되지만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16시간 혹은 17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주간에 3시간, 야간에 4-5시간 (비록 경비초소에서 합판에 박스 깔고 잠을 청하는 시간일지라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당 노동시간은 실제 아파트에 출근해 있는 84시간이 아닌 56-59.5시간으로 계산된다. 이런 노동시간 계산을 보고 있자면 뇌심혈관질환의 만성과로 인정기준인 주당 평균 60시간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작년에 열악한 학교경비원의 노동환경과 연이은 뇌심혈관질환 사건으로 이슈가 되면서 서울의 학교에서는 이제 1인이 주7일 근무를 하지 않고 2교대를 하는 근무형태로 바뀌었다. 전체 임금 총액은 떨어지긴 했으나 시간당 임금수준은 올리면서 개선을 하였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당장 핀란드처럼 갈 수는 없겠지만 감시단속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대로 산정하고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많은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 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 2017.7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 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권종호 선전위원


과로로 쓰러질 당시 재해자의 나이는 45세였다.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로 10년을 넘게 일해온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 재해자의 업무는 만들어진 제품의 검수와 포장, 운반 등이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제품을 처리하려면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었다. 이미 3개월이 넘도록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지만, 일감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창 일하고 있던 오전 11시쯤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과정에서 재해자는 의식을 잃었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혈압약 하나도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던 그가 쓰러진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재해자의 근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뇌출혈이 발생하고도 남을만하다. 쓰러지기 전 1주간은 주6일 출근, 62시간 18분 근무했고 그 전 4주간은 총 24일, 261시간 27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 21분을 근무했다. 그 전 12주간은 총 778시간 32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을 근무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견디고 자주 바뀌면서 재해자의 업무 강도가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결국, 여러 정황으로 재해자의 뇌출혈이 업무 관련성 질환으로 승인되긴 했지만, 발생 전에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표준형 일반 노동자의 노동 시간

재해자는 일반 제조업 노동자이다. 이러한 제조업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 시간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노동자 표준형 시간 기준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기본 노동시간 주 40시간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 12시간을 더해 최대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그 이상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어 고용노동부의 징계 대상이 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정 근로 시간이 주52시간에 휴일 근무(8+8) 시간을 더해 주 68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렇게 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먼저 EU의 권고안을 살펴보자. EU에서 권고하는 노동시간 기준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주 48시간이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일반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며 만약 예외가 적용되어 주 48시간을 넘는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초과한 근무 시간은 4개월 이내에 보상되어야 한다. 즉, 약간의 노동 시간 증감이 있더라도 4개월의 평가 기간 이내에서 평균 노동 시간은 주 48시간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고는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 4개월간 138시간의 연장 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주 40시간에 연장 근무는 138시간/17주(4개월)=8.12시간/주, 즉 주당 8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4개월간 연장 근무를 포함한 48시간의 근무를 규정하고 있다. 핀란드는 이에 더해 연간 연장 근로를 33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4개월 138시간의 연장 근무도 1년 내내 가능하지는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국은 17주의 평가 기간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6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시적인 장시간 근로는 가능하지만, 4개월 혹은 6개월간의 규정된 평가 기간 이내에 충분한 휴식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 시간 제한 방식을, 앞서 이야기한 재해자의 근무 형태에 적용해 보자. 재해자는 이미 4개월간 최대로 할 수 있는 노동 시간 816시간(= 48시간 * 17주) 중 778시간을 12주 동안 끝내버렸다. 남은 5주간은 38시간만 근무하고 쉬어야 하고, 월급은 급여에 연장근로 수당까지 모두 포함해서 받게 된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한다고 해도 17주 중 3주 이상 강제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적어도 그만큼은 쉬어야 인간다운 삶,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이러한 내용으로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가 입법되었지만, 이를 기만하는 행정해석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안 되면 행정해석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했으니 비정상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과 핀란드의 야간 교대근무 / 2017.6

한국과 핀란드의 야간 교대근무


최민 상임활동가


2조 2교대로 일하는 한국 노동자 A씨와 B씨

경기도의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18년째 일하는 A씨. 18년째 교대근무 중이다.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한 주씩 돌아가면서 한다. 주간 근무는 아침 9시부터 오후 7시 40분까지(점심시간 40분)이고, 야간 근무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40분까지(식사 40분)이다. 하지만, 2시간 잔업은 기본이고, 물량이 많을 때는 야간작업 시 4시간 잔업도 한다. 야간 때도 주 6일 근무하고, 주간 때는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 저녁에 퇴근해서, 월요일 저녁부터 다시 야간 근무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은 확실히 야간 끝나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A씨와 동료들 사이에는 근골격계 질환도 아주 흔한데, 다들 이런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근무 형태를 개선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완성차 공장에서 일하는 B씨의 사정은 조금 낫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작된지 만 4년이 좀 넘었다. 그 전에는 B씨도 주·야간 각 10시간 일하고[각주:1], 주말 특근도 해왔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후 지금은 전반조일 때 8시간 10분 일하고 오후 3시 40분에, 후반조일 때는 8시간 20분 일하고 0시 40분에 마친다[각주:2]. 주간연속 2교대제 시작 전에는 노동강도가 높아질까, 급여가 줄어들까 우려도 컸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전의 야간 노동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뒤늦게 몸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될 때에는 후반조 근무가 9시간 20분이었는데도, ‘이 9시간 20분과 야간근무 때 10시간과는 단순한 1시간 차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때보다 야간 근무 시간이 더 줄어든 지금은 더욱 그렇다.


2교대로는 새벽 1시 이후 일할 수 없는 핀란드

핀란드에서는 A씨처럼 일할 수가 없다. A씨의 노동시간 자체가 법으로 정한 주당 40시간이 훨씬 넘기 때문이라는 점은 지난달 살펴본 네덜란드의 경우와 같다. 핀란드에서는 52주간의 평균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 4주나 16주를 평가 기간으로 삼는 네덜란드보다 좀 더 노동시간 규제가 느슨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1년(52주)간 평균 주당 40시간 노동은 지켜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핀란드에서 야간 노동은 밤 11시부터 아침 6시 사이의 근무를 뜻하는데, 야간근무가 가능한 업무를 노동시간법에 명시하고 있다. 공공 도로나 거리 유지 청소, 신문· 잡지 등 미디어 업무, 업무 성격상 밤에만 수행되는 업무, 경찰· 병원· 경비· 숙박업 등이다.

A씨나 B씨가 일하는 일반 제조업처럼 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업종 외의 업종에서 야간 근무를 시키려면, 반드시 3개 이상의 교대로 나눠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A씨나 B씨처럼 2교대로 업무를 하는 경우는 01시까지만 업무가 가능하다. 01시 이후의 새벽 시간까지 일을 시키려면 반드시 3교대를 도입해야 한다. 2교대로 근무하려면, B씨 경우처럼 야간 잔업이 없는 주간연속 2교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한국의 교대제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낡은 형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교대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의 63.5%가 2조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각주:3] 노동자에게 미치는 야간 노동의 해악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가능하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 중 야간 노동(교대제) 관련 조항

●야간 노동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가능함. 야간 노동이란 23시부터 06시 사이에 최소한 3시간 노동하는 경우를 뜻함.

▶3개 이상의 교대로 나뉘는 업무

▶2개조로 나뉘는 업무는 01시까지만 허용

▶공공 도로, 거리, 비행장 유지와 청소

▶약국

▶신문, 잡지, 통신사, 그 외 미디어 업무, 신문 배달 업무

▶회사, 기관, 프로젝트에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정비 업무, 작업장의 정규 업무와 동시에 수행될 수 없는 업무

▶토탄 채취 시기의 토탄 지역

▶제재소 건조실

▶온실 및 건조실의 보일러실

▶노동자 동의 하에, 긴급한 파종이나 수확 업무, 동물 해산과 직접 관련된 업무, 병든 농장 동물 치료 등과 같이 업무의 성격상 연기할 수 없는 농장 업무

▶업무의 성격 상 거의 완전히 밤에만 수행되는 업무

▶기간기반 업무(period-based work) : 핀란드 노동시간법은 주당 40시간,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시간을 금하는데, 이 중 특수한 노동에 대해 1주일 대신 2주나 3주를 기본 기간으로 보고 평가하고 있음. 이 업무들은 3주 동안 120시간, 2주 동안 80시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음.

1) 경찰, 세관, 우편, 통신, 라디오 방송국(그러나 그 건설이나 기계, 수리 업무는 해당 안 됨)

2) 병원, 건강센터, 24시간 어린이집, 여름캠프, 기타 복지 시설, 교도소

3) 운하, 도개교와 여객선을 이용한 승객과 상품 운송

4) 선박과 철도 화물 적재 및 하역

5) 선박 시험 운영 동안 하는 업무

6) 공공도로가 아닌 곳에서 수행되는 단거리 목재 운반, 삼림 개량 업무, 기계임업 업무

7) 가사

8) 경비

9) 낙농업

10) 숙박, 음식 업체, 문화 여가 업체, 영화사


  1. 오전 8시~오후 7시, 오후 7시~다음날 오전 6시, 식사 1시간 [본문으로]
  2. 전반조 06시 50분 시작 오후 3시 40분 종료(식사 40분, 근무 8시간 10분), 후반조 오후 3시 40분 시작 다음 날 00시 40분 종료(식사 40분, 근무 8시간 20분) [본문으로]
  3. 2011년「기업체 노동비용 조사」부가 조사 [본문으로]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의 노동자가 네덜란드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한다면 / 2017.5

한국의 노동자가 네덜란드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한다면


콜라비 운영위원


어느 노동자의 이상한 근무 스케줄

수희씨는 모 지역의 어느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요금수납원으로 몇 년째 일하고 있다. 감정노동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미세먼지가 심각해질수록 걱정이 많지만, 이상한 근무 스케줄에는 당최 적응이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은 3교대로 일한다. 아침, 오후, 밤 근무를 초번, 중번, 말번으로 부르는데, 각각 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오후 10시, 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를 한다. 다른 영업소는 ‘초번-중번-말번’ 순으로 근무하는 곳이 많다는데, 수희씨네 영업소는 ‘말번-중번-초번’의 순으로 근무하는 게 보통이다.

주 5일 근무하는 곳도 있지만, 수희씨네 영업소는 주 6일 근무라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56시간이다. 스케줄은 조금씩 바뀌지만, 대개 ‘말말중중초초’ 이런 식이다. 말번에서 중번으로 넘어갈 때 아침 6시에 퇴근하면 다음 출근인 오후 2시까지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휴식시간이 8시간뿐이다.

중번에서 초번으로 넘어갈 때도, 오후 10시 퇴근, 오전 6시 출근이라 잠깐 자고 일어나 새벽 4시쯤에는 일어나야 한다. ‘말말중중초초’ 스케줄일 때, 마지막 날 초번 근무가 끝나고 오후 2시에 퇴근해 하루 쉬고 다음 날 말번으로 밤 10시에 출근하기 전까지 56시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가능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잠이 쏟아지기 일쑤. 퇴근과 출근 사이 시간이 부족해 토막잠을 자느라 쌓인 피로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노동시간 관련법을 적용해보면

수희씨의 사례에 네덜란드의 노동시간 법을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관련법을 살펴보면, 일단 주 6일 근무에 ‘말말중중초초’ 이런 스케줄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네덜란드의 노동시간은 4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55시간, 16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48시간이 상한선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간 근무가 16주 동안 16회 이상이면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수희씨의 경우, 보통 1주일에 평균 2회의 말번 근무를 하므로 16주 동안 야간근무 횟수는 16회를 훌쩍 넘는다. 이럴 때, 네덜란드 법에 의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을 넘길 수 없다.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하는 스케줄대로라면 수희씨는 통상 주 5일 근무해야 한다. 야간근무 횟수도 16주의 평가기간 중 최대 36회까지 가능하다.


퇴근과 출근 사이 휴식시간을 따져보자. 수희씨가 말번에서 중번으로, 중번에서 초번으로 넘어갈 때, 퇴근과 출근 사이 시간은 8시간뿐이다. 출퇴근 시 준비시간과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집이 가까운 곳이라고 가정해봐도 실제로 휴식이 가능한 시간은 6시간을 넘기기 어렵고 수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네덜란드 노동시간 법에 따르면, 근무가 새벽 2시 이후 끝나는 경우 최소 14시간의 휴식 시간을, 새벽 2시 전에 끝나면 통상의 주간근무자와 같은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네덜란드 법을 적용한다면, 수희씨는 말번 근무인 날은 아침 6시 퇴근 후, 최소 14시간이 지난 저녁 8시 이후에 출근해야 하고, 중번 근무가 끝나는 오후 10시 이후 14시간이 지난 다음 날 정오가 지나 출근해야 한다. 즉, 수희씨의 교대근무가 말번-중번-초번의 순서로 돌아간다면순방향 교대(아침-낮-밤)를 권고하고 있으나,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 네덜란드의 관련법이 정해놓은 규정을 벗어나지 않게 된다. 퇴근과 출근 사이 토막잠을 자는 일이 없이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근할 수 있을 것이고, 한 주간 쌓인 피로를 푸느라 쉬는 날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 네덜란드의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 주요 내용

주휴 : 주 5일 근무시 주당 36시간의 연속 휴식, 주 6일 이상 근무시 14일 평가기간 중 최소 72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32시간씩 나누어 두 번 제공 가능.

주당 노동시간 : 4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55시간, 16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48시간까지 가능. 그러나 1주일 60시간 초과 불가.

일요일 근무 : 1년에 최소 13번의 일요일은 쉬어야 함.

야간 교대근무 : 16주의 평가기간 중 최대 36회까지 가능. 연속 7일 넘지 못함.

야간노동시 근무시간 : 24시간 중 평균 8시간 초과 금지.

야간근무시 주당 노동시간 : 16주동안 야간근무가 16회 미만이면 주당 48시간까지 노동 가능, 16회 이상이면 주당 40시간까지 노동 가능.

휴식 시간 : 근무가 새벽 2시 이후 끝나는 경우 최소 14시간, 새벽 2시 전에 끝나면 최소 11시간의 휴식 시간 보장. 12시간의 야간근무 후에는 최소 12시간 보장. 3회 이상의 야간근무 후에는 최소 46시간 보장.



* 이 글은 실제 고속도로 요금소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나, 본문에 등장하는 노동자는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 2017.4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 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콜라비 선전위원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1981년에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산안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문제를 규제해왔다. 그러나 산업발전에 따른 재해의 대형화, 직업성 질병의 증대, 중소 영세기업에서의 재해 다발 등의 경향으로,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산안법이 제정된 것이다.

 

산안법은 다양한 관계 법령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업안전보건의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하는 코샤 가이드(KOSHA guide, 안전보건기술지침)의 경우는, 법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수준을 넘어 좀 더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 참고할 광범위한 기술적 사항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실제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제한점은 있지만, 상당히 다양한 주제의 코샤 가이드가 나와 있고 계속해서 제·개정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외형적으로 제법 번듯해 보이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재해는 왜 끊이지 않는가? 왜 높은 산재율은 변함이 없는가? 다른 나라의 기준은 한국의 기준과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한가? 이런 물음에 대해 올해 연구소에서는 산업안전보건의 국제 기준 또는 외국의 기준을 한국의 현황과 비교해보는 연구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다양한 분야의 기준을 비교·정리하여 더 나은 기준이 어떤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 모색하려 한다. 이후 정리된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학계와 관계 기관, 단체에서 쟁점화하여 현재의 기준을 실제로 개선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고자 한다.

 

몇 명의 연구소 회원들이 팀을 이뤄 비교 연구를 함께 진행하기로 하였다. 지난달 중순에 있었던 첫 모임에서는 전체적인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두세 조로 나뉘어 조별로 한 가지 주제씩, 동시에 두세 가지 주제에 대해 비교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결국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다 함께 진행하고 비교가 끝나면 또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식으로 진행해나가기로 했다. 비교할 주제로는 장시간 노동, 교대제, 청소년 노동, 알 권리, 작업중지권, 근골, 직업적 운전 등 연구소의 다양한 관심사가 비교 주제가 거론되었다.


그 중, 연구소에서 꽤 오랫동안, 또 지금도 계속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문제인 ‘교대제’를 첫 번째 주제로 정했다. 사실, 연구소에서 2015년에 발간한 책 <좋은 교대제는 없다>에서 한 장(6장 교대제에 대한 규제와 개선안)을 할애해, 교대제에 대한 국제기구와 해외 연구기관의 권고 내용을 소개하고 유럽 각국과 한국의 법적 규제를 대략 비교한 바 있다. 이번 비교 연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요목조목 비교해보고 따져보려고 한다. 첫 모임에서, 기준의 내용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이나 기준의 구체성 등도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에 동의하였고, 다양한 측면의 비교 항목을 목록화하는 작업을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나아가 더 넓게는, 내용이나 구체성 등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그런 기준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지 밝히는 것까지도 포함될 것이다.


사실, 모임에서 거론되었던 여러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차례로 모두 다 다룬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생각보다 훨씬 더 방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어쨌거나 연구팀은 첫걸음을 떼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계획대로 진행해나가면서 그 내용을 일터에 연재하며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작업이 변화를 위한 발판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의견이 있다면 기꺼이 나눠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