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⑦ - 독일과 한국의 여성 노동자 안전보건 / 2019.05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전면계정안에 주는 메시지 ⑦ 

- 독일과 한국의 여성 노동자 안전보건 

 

 

천지선 / 회원, 변호사 

 

 

<머리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일곱 번째 글로 독일의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 문제를 다룬다.
  


들어가며- 여성노동자 보호?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018년 3월 27일 "우리는 보호가 아닌 권리를 원한다"라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제33조 제5항 후문에서 여성의 노동을 현행 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라는 내용 등이었다.

여성에 대한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들이 여성에 대한 보호를 무조건 환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여성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처우를 원하지 '보호'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무엇이 평등하고 공정한 것이냐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형식적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한 경우도 많고, 반대로 형식적으로는 불평등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평등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임신·수유 여성노동자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그 상태에 적합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금융권의 여성 지원자에 대한 채용성차별 사건, OECD 최고라는 성별임금격차에서 드러나듯이 여성은 여전히 채용,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받고 있고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보호'라고 표현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독일과 한국의 임신·수유 여성노동자 산업안전보건제도

독일은 모성보호법(Mutterschutzgesetz, 2017. 5. 23. 개정)이라는 별도의 법률이 있다. 이 법은 크게 근로시간적 건강보호, 사업장 건강보호, 의료적 건강보호, 해고보호, 모성보호를 위한 급여, 벌칙규정 등을 두고 있다. 이 중 대한민국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 법의 적용범위, 여성의 건강보호, 태아 산재 보험 적용 등을 살펴보겠다.

가. 적용범위

대한민국은 모성보호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두고 있고,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 한정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 모성보호법은 다른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제도와 같이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독일 모성보호법의 적용범위에는 직업훈련 및 실습 중인 여성, 장애인 여성, 제3세계 봉사자 여성, 정신적 동업조합, 교회의 구제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공동체의 회원으로서 공공분야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 이 기간 중 외부교육훈련에 참가하는 여성, 가내근로 종사여성, 경제적인 비자영업으로 인하여 유사노동자로 간주되는 여성, 교육훈련 행사 또는 초중등학교 또는 대학교 교육훈련의 범위 내에서 의무적으로 주어진 실습에 참여하는 초·중등 여학생 및 여성 대학생 등이 포함된다.

나. 건강보호- 노동시간 관련 보호, 위험성 평가 및 보호조치,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업무 등

대한민국도 위험한 장소에서의 근로 금지, 시간 외 근로 금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금지,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쉬운 근로로 전환, 임신기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허용,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의 제한(노동자 동의 필요), 유급 수유시간의 허용 등 다양한 모성보호제도를 두고 있습니다만, 실효성과 세심함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노동시간 관련 임신여성 및 수유여성의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독특한 점은 일종의 동의 철회 조항이다. 교육훈련시설의 야간근로는 여성의 명확한 설명 등을 요건으로 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데, 이때 여성은 위 설명을 "언제나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없는 조항이다.

독일 모성보호법도 사업장 건강보호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중 감탄한 점은 사업주에게 "모든 업무에 대해" 임신 또는 수유여성 및 그 아기가 노출되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종류, 크기 및 기간에 따라 평가하고, 이에 대해 보호조치가 필요한지를 밝히며,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 여성에 대하여 유럽연합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에 노출되는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사용 금지 조항이 있지만, 지극히 좁은 범위의 예외만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는 2010. 7. 12.에 개정되어 이후의 새로운 물질이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 할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도 특정하고 있지 않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함께 생식독성 물질, 태아세포돌연변이성 물질, 발암성 물질, 태아손상 유해물질 등을 사용하는 업무도 유해·위험업무로 규정되길 기대한다.

독일 모성보호법은 임신여성에 대한 금지 업무 또는 작업으로 "임신여성이 임신 5개월이 경과한 후 현저하게 움직임이 어려워 상시적으로 서서 있어야 하고 그 업무가 매일 4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나 "성과급 업무 또는 작업 속도를 높임으로써 보다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타 업무", "일정한 작업속도의 컨베이어벨트업무", "주어진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 등도 포함하고 있다. 세심함도 세심함이지만, 성과급 업무나 노동 템포에 속도를 맞추는 작업을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로 파악하는 관점이 놀랍다.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⑥-산업재해보험 ② / 2019.04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⑥

-산업재해보험 ②

 

 

 

 

임혜인 / 회원, 노무사  

 

 

 

 

<머리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섯 번째 글로 산업재해보험 문제의 두번째 내용을 다룬다. 

한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의 목적에 따르면 재해근로자에 대한 보상·재활·사회 복귀는 산재보험법이 달성해야 할 소명이다. 이하에서는 독일 산재법의 관련 내용 중 한국 산재보험법의 목적 실현을 위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산재보험급여의 직권 지급

독일의 법정 산재보험 급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해노동자에게 직권으로 지급된다. 이는 사업주 및 산재전문의사의 '산재신고의무'와 관련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사고의 규모와 상관없이 산재보험조합(이하 산재조합)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또한 산재전문의사는 재해노동자를 치료함과 동시에, 산재조합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산재보험요율의 인상 등으로 사업주가 신고의무를 해태하기도 하나, 재해노동자 본인 스스로 또는 동료를 통해 병원을 방문하기 때문에 사업주가 신고하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신고가 이루어진다.

 

산재조합은 조사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직권으로 조사해야 한다. 이때 조합은 피보험자인 재해노동자에게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독일의 산재신고절차는 산재보상을 위한 재해노동자의 신청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산재보상절차와 차이가 있다.

노동자나 사용자가 산재발생사실 또는 산재보상신청에 대한 현실적인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노동자의 경우 산재신청 후 보상지급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사업주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산재보상 신청조차 주저하며 적절한 보상 및 요양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재해노동자의 신청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산재보험급여의 직권 지급은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까지

독일은 직업재활을 넘어 사회재활까지 도모하며 이를 위한 세세한 부분까지 법률로서 보장한다. 독일의 사회재활급여에는 재해노동자가 지속적인 차량 사용이 필요한 경우 지급하는 '차량에 대한 보충급여', 산재로 장애를 갖게 된 재해노동자가 치료시설 이용을 위해 주거지를 개축·수리하거나 이사를 하는 등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주거지에 대한 보충급여', 재해노동자가 가계를 이끌어나가기 불가능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가계보조 및 어린이 돌봄비용' 등이 포함된다. 법률과 제도로서 재해근로자의 사회화를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의 산재보험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적극적인 사업장복귀관리

독일의 모든 사업장은 재해노동자가 1년 동안 계속하여 또는 단속적으로 6주를 초과하여 노동 불능이면 그 노동자에 대하여 사업장 복귀관리를 하여야 한다. 목적은 재해노동자의 노동 불능을 억제 및 예방하고 실직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
 

<사업장 복귀 단계>
1. 노동 불능 6주 초과 확인
2. 사업장복귀관리팀 구성
3. 해당 취업자와 최초 접촉
4. 해당 취업자와 대화
5. 해당 취업자의 동의하에 사업장 내에서 사례를 의논
6. 사업장 내에서 해결방안을 찾지 못 할 경우 외부 자문 활용
7. 확실한 사업장복귀대책 합의
8. 대책 시행
9. 대책의 효과 점검

 
  사업장복귀관리에 따른 독일의 재해노동자 직업복귀율을 따져봤을 때 사업장복귀관리에 따른 독일의 재해노동자 직업복귀율은 산재보험의 재활 관리와 추가·특별 직업재활을 받은 산재 노동자 통틀어 98%가 직업복귀가 가능했다.¹ 우리나라의 2018년도 재해노동자의 직업복귀율이 65.3%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독일과 같은 재해노동자의 사업장 복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상 재해노동자에 대한 보상, 재활, 사회복귀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살펴보았다. 독일은 재해노동자에 대한 보상-재활-사회복귀의 단계가 일련의 과정으로서 관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적 치료와 현금급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우리의 산재보험제도와 차별점이 있다. 독일과 같이 재해노동자에 대한 보상-재활-사회 복귀의 과정이 상호 연관되어 기능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산재보험 제도 또한 그 목적 실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1. DGUV(2018), Guidelines in Case Management of Work Accidents and Occupational Diseases/ Rehabilitation Management
in the German Social Accident Insurance, p. 40.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화학물질관리, 뿔뿔이 흩어져도 괜찮을까 / 2019.02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화학물질관리, 뿔뿔이 흩어져도 괜찮을까


김세은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화학물질 관리 문제를 다룬다. <머리말>

 

화학물질을 제조·취급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이렇게 생산된 다양한 제품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다양한 소비자들 역시 밀접한 노출 대상이 된다. 산업 현장의 화학 사고로 인해 노동자들은 물론 주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 화학물질과 관련된 큰 이슈를 경험하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과 인식도 높아졌다.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와 관련된 주요 법령은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이하 화평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화관법은 전체 화학물질을 포괄해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고, 화평법은 일정량 이상 수입, 생산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 국내 유통되는 모든 화학물질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적인 취지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환경부 소관으로, 화관법은 보편적인 국민 건강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다.1 국가적 차원의 화학물질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한 법이지만, 살펴보면 화학물질을 가장 직접 다루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 보호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많다. ‘국민의 건강이라면 당연히 노동자들도 포함될 텐데 이런 부분은 쏙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역할을 해오던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법 조항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복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용제외는 최소한인 독일의 화학물질관리법

 

이와 달리 독일의 화학물질관리법(Chemikaliengesetz)은 화학물질 관리체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법령으로 화학물질관리의 일원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적용 대상이다. 관련된 수십 개의 시행령 중 가장 핵심적인 유해물질관리 시행령을 보면, 적용 제외 대상은 생물학적 작업물질, 그리고 화학물질을 가정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두 경우뿐이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학생 및 기타 연구기관 종사자도 취업자로 간주하여 역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2 반면, 한국의 화관법에서는 화장품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등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십여 가지의 경우가 적용 제외 대상이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종사자는 연구실안전법3 적용 대상이다. ‘화학물질관리라고는 하지만 실질적 관리는 분야에 따라 법령도, 소관 부처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한국의 화관법은 노동자 보호 규정 찾아볼 수 없는 반면, 독일은 세세하게 보장해 

 

산업 공정에서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화학물질과 일반 국민들이 접하는 화학물질은 전혀 다른 것인가. 생산·제조 현장에서 다뤄지는 화학물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는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그뿐이겠는가. 거꾸로 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바로 그 생산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한국의 화관법에는 노동자 보호 관련 규정이 거의 없다. ‘14조 취급자의 개인보호장구 착용조항이 눈에 띄는 정도다. 정부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관련한 사업주의 의무, 화학사고 발생 시 대책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위 시행령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반면 독일의 유해물질관리 시행령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해물질취급 업무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필요한 안전조치가 강구된 이후에 재개해야 한다(7조 사업주의 기본의무)’, ‘사업주는 작업복과 평상복을 별도로 구분해 보존하도록 조치하고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해야 한다(9조 추가적인 보호조치)’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항목은 노출 기록에 관한 것이다. 발암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또는 생식독성 유해물질 취급 업무에 대해 사업주는 노동자가 노출된 기간과 강도를 포함한 기록을 업데이트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을 노출 종료 후 40년간 보존해야 하며, 고용 관계 종료 시에는 노동자가 종사했던 업무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인도해야한다(14조 취업자에 대한 교육 및 지도). 이런 내용은 국내 화관법은 물론 산안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산안법과의 중복을 고려하더라도, 화관법에서 노동자 보호에 있어 원칙적인 내용이라도 화관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화관법 역시 독일의 화관법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REACH4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명시된 목적대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것에 충실해 보일 뿐, 국민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제각각 흩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 틈새는 잘 메워져 있는 것일까.

 

 ※ 각주

1) 화학물질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한편, 화학물질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화학물질로부터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또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행일 2018.11.29)

2) 독일의 연구실 종사자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기도 하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3)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4) 유럽연합(EU)의 유럽화학물질관리규정(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 Restriction of Chemicals, REACH)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연구 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③ -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보장 / 2019.01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③

-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보장

권종호 (선전위원) 


<머리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를 다룬다.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을 보면 파리를 침략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바이킹이 적군의 병력에 막혀 난관을 겪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는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배를 산으로 끌어올려 예상치 못한 경로를 찾아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렇게 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전술은 적군을 당황하게 만들고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1453년에도 오스만제국군이 동로마제국의 지원군과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배를 끌고 언덕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동로마제국군은 언덕을 넘는 군함을 보고 크게 사기가 꺾였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배를 산으로 올리는 것조차 매우 효과적이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문제에서 노동자 참여도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18년 10월 완공된 충남 서산의 엘지(LG)화학 탱크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로부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제보 받아 회사 쪽과 함께 현장을 돌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안전관리를 실시했다.

시공사 건설사업부 책임은 "옛날 사고를 가진 사람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끌려 다닌다고 오해하겠지만, 직접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가 못 보는 위험을 본다"며 "작업자들의 요청으로 전에는 비용 등 문제로 꺼렸던 낙하 방지망을 이중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의 노동안전국장은 "회사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구석구석 알기 어렵고 인력도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살피기 시작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금방 잡아 낸다"고 했다. 이렇게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을 나눠준 결과 실제 지난 여름 폭염으로 작업 속도가 늦어져 납기를 놓칠 수도 있었지만, 중대 재해가 한 건도 없어 품질·공사비·기한을 모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 현장의 현실은 전혀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눈 앞의 사망 재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작년 말 김용균 군의 사망 재해가 발생했던 서부발전은 김용균 군 사고 이전인 2017년 11월 사망사고 직후에도 ▲공정별 협력기업의 안전컨설팅팀 운영 ▲현장위험성 발굴을 위한 안전패트롤 활동 강화 ▲발주처, 협력기업간 위험성 공유를 위한 안전회의 강화 ▲협력기업 안전담당자 실무 워크숍 시행 ▲일용직 종합관리대책 강화 및 현장 안전교육 확대 등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균 군이 사망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정작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점검 작업시 2인1조 운영'이 시행되었다면 함께 점검하던 동료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노동자 참여, 어떻게 다른가

먼저 독일은 '사업조직법'에 노동자 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상시 노동자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전체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6개월 이상 근무한 피선거권 노동자 중 한 명 이상을 노동자 평의회(노동자대표위원회, Betriebsrat) 대표 위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

사업장 노동자 수에 따라 상시 노동자 9000명까지는 사업장에 35명의 대표 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 이상은 매 3000명당 2명씩 증가하는 규모로 노동자 평의회가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노동자 평의회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한 감독권/ 감독을 위한 정보(사업장 설계, 기계 설비, 작업 공정, 전문가 의견 등) 요청권/ 모든 점검 및 사고조사 입회권/ 위험성 평가, 위험방지 대책 및 그 효과점검, 노동자 요구에 대한 인간공학적 처방,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 선임 등에 있어 공동 결정권을 가진다.

실제 노동자 평의회의 권한은 더 방대한데,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이나 예산운용 등에 대한 정보 공유부터 노동시간, 휴가, 급여 정산 방식, 인사이동, 채용, 승진, 전출 등과 관련한 공동결정권까지 막대한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그리고 그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와 9명 이내의 당해 사업장 노동자가 독일의 노동자 평의회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100인 이하 사업장은 설치할 의무조차 없으며, 노동자 평의회가 가진 중요 권한들(감독권, 모든 정보 요청권, 전문가 선임 등에서 공동 결정권)은 법령에 언급조차 없다.

또한 노동자 대표나 9명 이내의 위원회 참여 노동자 선출 방식도 불분명해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측에 우호적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3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의를 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대표의 선출 방식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만 가능하고 '의결'권조차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간다. 배를 들고 산을 넘어야 한다면 사공이 많을수록 좋다. 독일의 노동자 참여는 산재 사망률을 한국의 1/10 수준으로 유지하게 해주고 산재보험료율도 20% 이상 낮게 유지해 주었다(한국의 산재 은폐, 누락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장의 위험을 직접 확인하는 노동자이기에, 그 현장에 가장 많이 다녀 본, 가장 많이 투입된 전문가이기에 산업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용균 군 사망 이전의 그 어떤 대책도, 위험성 평가도 서부화력 노동자의 요구 사항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법'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보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건강한 노동을 할 때 진정한 '김용균법'이 완성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연구 검토]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 보장, 어떻게 할까? / 2018.12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 보장, 어떻게 할까?

최민 상임활동가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글로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 문제를 다룬다... <기자말>

일터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특수건강진단이라는 제도가 도입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정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는 본인이 사용하는 물질과 관련하여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고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의사로부터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를 일반건강진단과 다른 특수건강진단이라고 한다.

이 특수건강진단에 종사하는 책임의사 148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한 가지 이상 윤리적 이슈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3.1%나 됐다. 의사들이 마주한 윤리적 이슈는 검진비용 덤핑 등 부당유인행위를 목격하거나(55.4%),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42.0%), 검진판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경험(33.1%)하는 것이었다.¹⁾

유해물질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적절한 정보와 건강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직업병 발생을 감시하기 위한 특수건강진단이 덤핑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미끼가 되거나 심지어 검진 판정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경험한 의사도 세 명 중 한 명이나 되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의사 그것도 전문의라면 자기 직업 영역에서는 전문가로서의 독립성을 존중받고, 또 그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데, 특수건강진단 영역에서는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업주가 고용하는 전문가, 독립성은 어떻게?

현실이 이렇다 보니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살펴볼 때, 연구팀에 있는 직업환경의학의사들이 크게 주목했던 점이 '산업보건의사와 산업안전 전문인력의 독립성'에 대한 강조와 보장이다. 독일은 한국과 법체계가 달라,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인력에 관한 법률'이 따로 있는데, 이 법 4절 통칙 중 제8조는 아예 제목이 '전문지식의 적용에 있어서의 독립성'이다.

독일 법은 "산업보건의와 산업안전전문인력은 노동의학적, 안전공학적 전문지식의 적용에 이어서 지시를 받지 않아야 하며, 부여받은 업무의 수행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산업보건의 역시 의사로서 '의사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의료상의 비밀유지 의무규정을 준수하여야 한다고도 분명히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의료법 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고, 법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윤리 조항임에도 굳이 법에 이런 전문가로서의 독립성을 명시해 둔 것은, 아마도 한국의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처럼, 산업보건의나 산업안전전문인력을 고용하는 당사자가 사업주라는 데서 오는 윤리적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법에서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산업보건의나 산업안전 전문인력이 참여하게 되어 있지만, 이들은 사용자 위원도 아니고 노동자 대표위원도 아닌 독립적인 지위로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보장받는다.

전문가의 독립성, 법적 보장과 노동자의 견제로

물론 독일에서도 산업보건의를 채용하거나, 직접 채용하지 않고 계약을 맺어 산업보건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경우, 채용이나 계약의 주체는 사업주다. 그렇다면 이런 법적 조치들은 미사여구에 불과한 게 아닐까?

법적 조항이 전문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면, 전문인력에 대한 사업주의 전횡을 제어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바로 노동자의 참여다.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인력에 관한 법률 9조는 아예 이들의 '노동자대표위원회와의 협력'이 자세히 열거돼 있다. 산업보건의와 산업안전전문인력은 임명이나 면직이 모두 '노동자대표위원회'의 공동 결정 사항이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전문가의 고용에 대해 사업주뿐 아니라 노동자도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 혹은 계약을 빌미로 한 사업주의 부당한 관여를 방지할 수 있다.

또 만일, 산업보건의 또는 산업안전전문인력이 노동의학적 또는 안전공학적 조치를 제안했는데, 그것을 회사의 안전보건담당자가 거부할 경우, 이 전문가에게는 사업주에게 직접 의견을 제안할 권리가 보장된다.

사업주가 그 제안을 거부할 때는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이를 '노동자대표위원회'에도 알려야 한다. 즉,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전문가 의견이 회사의 입맛에 따라 거부되거나 사장되는 것을 막아주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의 독립적 역할과 지위, 권한을 법으로 보장하고, 노동자 참여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곳에서 산업보건의사를 포함해 산업안전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없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의 가야 할 또 하나의 방향이다.

※ 각주
1) 김정민 등, 특수건강진단 책임의사의 윤리적 이슈 경험 및 업무만족도 실태와 자가평가 업무수행능력과의 관련성, 2017년도 제58차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봄학술대회 포스터 발표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① / 2018.09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①

이이령 운영집행위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검토해 몇 차례 기고하였고, 최근에는 국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면개정과 관련해 다른 국가들의 산안법을 살펴보고 있다. 첫 시작으로 독일의 안법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독일과 한국은 법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고, 산안법이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어 전부 살펴보기엔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산안법 전면 개정과 관련해 제기되는 쟁점에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언급하려 한다. 독일은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 전문 인력에 대한 법, 화학물질 관련 및 위험성평가 등은 산안법 외에 따로 있어 추후에 다루기로 한다. 독일 법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3년 발간한 「독일 노동법전」 등을 참고하였다.

폭넓은 법 보호대상과 사업주 안전보건조치의 원칙

‘일하는 사람’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도입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정의가 부재해 결국 법 보호대상에 일부 직종만 추가 포함되었으며,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장실습생은 여전히 제외되었다. 독일 산안법 2조 정의규정에서, 산안법 적용대상인 ‘취업자’는 노동자, 군인, 공무원, 법관, 장애인을 위한 공장에 취업중인 자 등을 포함하며,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자’도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독일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 일반적 원칙 <독일 노동법전>, 한국 노동연구원, 2013.

사용자는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일반적 원칙에 근거하여야 한다.


1.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이 최대한 예방되고 현존하는 위험이 가능한 한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근로형태가 조직되어야 한다. 
2. 위험은 그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
3.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기술, 노동의학, 위생 및 기타 노동학술상 확립된 이론이 고려되어야 한다. 
4. 산업안전보건조치는 기술, 근로체계, 기타 근로조건, 사회적 관계, 작업장에 대한 환경의 영향을 적절히 연관시킬 목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5. 개인을 위한 보호조치는 다른 조치보다 후위에 있다.
6.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취업집단에 대하여는 특수한 위험이 고려되어야 한다.
7. 취업자에게는 적절한 지시가 부여되어야 한다.
8. 직·간접적으로 성별에 따른 효과를 미치는 규정은 생물학적 사유에 의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또한, 독일 산안법에는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취함에 있어 지켜야할 일반적 원칙이 기술되어 있다. 최대한의 건강 예방과 위험의 최소화를 위한 근로형태 조직, 위험의 근원적 제거, 공학적 제어 등 보다 개인보호구는 후순위 조치라는 점, 기술·근로조건·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산업안전보건조치의 계획 등이다. 이는 ILO 산업안전 분야 협약의 원칙들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원칙적인 수준일 수 있으며 처벌 규정은 없지만, 중요하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이기에,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 5조 (사업주 등의 의무) 등에도 이런 원칙이 기술되어야 한다.

안전보건교육은 근무시간 중에, 파견노동자 교육도 원청의 의무

국내 산안법 및 하위 규정 상 안전보건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지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근무시간 외에 안전보건교육을 받거나, 새로운 기술 도입 시에는 못 받는 경우도 많다. 독일 산안법 상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은 취업자의 근무시간 중에 충분하고 적절히 해야 하고, 채용 시 · 업무 범위 변경 시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수단·기술 도입 시에도 시행해야한다. 그리고 독일 산안법 상 파견근로자 안전보건교육의 의무는 사용사업주에게 있다. 그렇다고 파견사업주의 산안법 상 다른 의무가 제외되거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 중 원청의 책임 확대가 주요내용 중 하나이나, 제64조에 의하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보건교육 책임은 장소 및 자료의 지원에 한정된다. 독일과 같이 안전보건교육의 의무에 대한 원청의 책임도 명확히 규정해야 산업재해 예방에 더욱 일관적이고 실효성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험 업무 재개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자와 공동 결정 하에

독일 산안법 9조에서 직접적이고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는 작업장을 즉시 이탈할 수 있고, 이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사용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노동자에게 업무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위험상황에서 사업주의 안전보건대책 계획 및 시행은 사업장 ‘종업원평의회’01와 공동결정 하에 이루어진다. 국내는 작업 중지 후 위험이 여전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업무 재개를 요구하여 2차 사고가 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작업중지 명령과 해제에 대해 국내 산안법 전면개정안에서 일부 진전된 절차가 마련되긴 했으나, 현장 안전보건에 대한 해당 작업 노동자 및 노동자대표의 주체적 참여 보장이 여전히 부족한 국내 산안법에 이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위험 업무 재개에서 일부 살펴봤듯이,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에 있지만 한국 산안법에는 거의 없는 가장 큰 차이는 노동자 개인 및 단체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및 사업장 공동결정권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 2018.08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 농업

권종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선전위원)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경기 이천의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차이 스레이 오운(24, 여) 씨의 하루는 아침 6∼7시 시작됐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치커리, 상추, 겨자, 시금치 등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일을 했다. 6월부터 9월까지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처럼 더웠고,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을 먹는 30∼40분 정도였다. 10월에는 특히 일이 많아 하루 11시간씩 29일을 일하고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한 달간 일한 시간은 309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가장 일을 많이 한 10월에 차이 씨가 받은 월급은 118만 5천1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2013년)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4천86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가 받아야 할 월급은 150만1천740원이다. 비닐하우스 일은 겨울로 접어든 11∼12월에도 별로 줄지 않아 하루 9∼10시간씩 꼼짝없이 일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각각 246시간씩 일하고 받은 돈은 107만 3천320원과 102만 4천770원이었다. 법정 최저임금대로라면 119만 5천560원을 받았어야 했다.

1월이 되어 일감이 확 줄자 고용주 이모(62) 씨는 열흘간 "일이 없다"며 차이 씨를 강제로 쉬게 하고 달랑 66만 9천940원의 월급을 줬다. 차이 씨가 "휴업 급여를 주든지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될 일이 아니었다. 이 씨는 "쉬는 동안 다른 곳에 다녀오라"며 숙소의 전기와 난방을 끊어버렸고, 차이 씨는 비닐하우스 가건물 숙소에서 혹독한 추위에 떨며 한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 <농업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을> ① 2만 명 농촌 잔혹사 2014/03/24 연합뉴스

위의 사례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농업에 종사한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이 열악한 것은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농림축산, 어업(이하 포괄적 의미로 농업)에서 발생하는 노동 착취와 비인간적 처우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이는 한국의 법제도 어디서도 관리 감독받지 않는 농업 노동의 특성 때문이다. 유일한 한국 근로기준법상 농업에 대한 언급은 '제63조 적용의 제외' 부분에서 근로시간과 휴식, 여성과 소년에 해당하는 부분마저 농업 부분에는 적용을 제외한다는 부분이다. 이를 다시 이야기하면 임신한 여성이라도 농업 부분에서는 연장 노동, 야간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노동 인권의 심각한 침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는 농업 부문에서 엄연히 존재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보호가 그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되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업인은 자영업자에 해당하고, 임금노동자는 매우 소수였다. 하지만 농업 지역이 급격한 고령화와 규모가 커지는 농산업화를 동시에 겪으면서 현재의 농업 현장에서는 임금노동자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 문제는 이렇게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법적 보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이용한 노동 착취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농업 부분에서 노동 착취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과거에 한국인도 이주노동자로 많이 갔던 플랜테이션 농장이 대표적이다. ILO의 '제184호 농업 안전 보건 협약'은 그렇게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는 농업 현장의 문제를 특별히 다뤄 관리하기 위해 1958년부터 있었던 '플랜테이션 농업에 관한 협약 및 권고'부터 1999년의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에 관한 협약'에 이르기까지 농업에 적용될 수 있는 모든 협약을 총망라해 2001년 제정되었다.

이 협약은 농업을 작물 생산, 임업 활동, 목축, 잠업의 직접 생산은 물론이고 사업장의 운영자에 의한 농산품 및 축산품의 가공과 농업설비의 사용과 유지보수 등을 포함한 농업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것으로 정의하여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1차 산업 부분을 광범위하게 다루도록 하였다. 또한 특별한 예외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 이유를 명확하게 기술하며 이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대책 이행에 따르는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이 협약의 세부 내용은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노동 시간, 복지, 산업 안전, 보건 등 대부분의 사항을 농업 분야에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그에 따라 위험성평가 시행, 관청의 관리 감독, 작업중지권, 안전 보건 관련 정보 제공 및 협의, 기계 · 유해 화학물질 및 생물학적 물질로부터의 위험 예방은 물론이고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 임시계절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 노동시간, 야간 노동, 휴식 시간 등의 일관된 적용 등을 모두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아동 ·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노동 시간의 제한 사항을 농업 등 광범위한 1차 산업에서 모두 제외해 버린 점은 매우 심각한 노동 인권 침해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도 법인 또는 상시 5인 이상 농작업장 노동자로 한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농업 노동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한국의 현행법은 열악한 농업 현장의 노동자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애써 배제하고 있다. 

농업에서 임금 노동자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이주노동자를 통해 충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법 제도의 문제는 농업을 심각한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ILO 제184조 농업 협약은 매우 중요하다. 이 협약의 비준을 위한 법 제도 정비 과정을 통해 농업 현장의 노동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2018.07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ILO 167호 건설안전보건 협약 검토

김세은,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 협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제167호 건설안전보건협약¹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988년에 제정된 이 협약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상의 위험요인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원칙과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비준하지 않는 상태이다.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조

이 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한 가지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문제에 대한 책임이 원 계약자, 즉 원청, 또는 ‘현장의 일차적인 책임·통제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건설업은 사고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사망사고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산재 사고 사망자의 50% 이상이 건설노동자였다.² 일반적으로도 하청노동자가 안전에 취약한 데다, 여러 도급, 하도급 업체들이 발주사와의 계약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사망자 중 다수가 하청노동자였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 나아가 건설 현장을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바꾸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밝히고 현실화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인 원칙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고,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지난 2월 입법 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는 원청의 책임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개정안이 가진 여러 한계가 지적되고 있으나, 최소한 이러한 방향성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동자가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권리

또한, 167호 협약에서는,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안전한 작업여건이 보장되도록 하는 데 참여하고, 안전과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절차에 대해 견해를 발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안전보건과 관련해 적절한 작업 조건과 방식을 조성하는데 노동자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고, 사고 발생시 직접적 당사자가 되는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이다. 더구나 원청의 갑질이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지고,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계에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하는 것은 건설업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서 역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의 다른 협약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당연한 권리로 여겨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노동자 참여에 대한 내용이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동수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³ 하지만 이것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 · 운영해야 하는 기준이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공사금액이 120억 원 이상인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위원장이 ‘분기’마다 정기위원회를 소집하게 되어있지만, 상시로 운영되는 사업장과 달리 특정 기간 동안 다양한 도급 업체가 시기를 달리해 작업하면서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업에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노동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에서 원칙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운영되도록 기준을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업종별 특성에 맞게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통계상 산재 사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건설업의 사고사망자 수는 오히려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했다. 건설업의 산재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정부의 목표는 이뤄질 수 없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반짝 내놓는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 2018.05

협약 비준만으로 산업안전이 달성 되는 것은 아니다

- ILO 화학물질 협약을 통해 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점

조승규 공인노무사, 노동자의벗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아래 ILO)의 국제기준과 한국의 법규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작업상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한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ILO의 국제기준으로는 제170호 협약(작업장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상 안전에 관한 협약 : 아래 화학물질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1990년에 ILO에서 채택되었고 한국 정부는 2003년에 이를 비준하였다.

화학물질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은 이미 한국의 법규가 작업상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제도를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화학물질에 관한 ILO 협약과 한국의 규정(산업안전보건법 제40조~ 제42조)을 아주 간단히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 표를 보면 한국은 ILO에서 규정하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서 화학물질과 관련한 안전조치들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반올림을 떠올려보자. 노동자들이 이상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잘 제공 받았다면 자신에게 치명적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곳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계속 일하다가 쓰러졌다 하더라도 공정에서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가 있으므로 비교적 쉽게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제도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해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ILO의 지적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ILO의 지적을 통해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한국의 산업안전 제도 안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ILO에는 CEACR이라는 전문위원회가 있는데, 비준된 협약이 각 국가에서 잘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위원회가 2007년과 2010년, 2015년 3번에 걸쳐서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에 지적을 한 바 있다. 그 지적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동자의 알 권리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ILO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상 비밀로 숨기는 것을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업상 비밀의 주장은 1)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해가 되면 아니 되며, 2)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서 승인되는 방식을 통해야 한다(화학물질 협약 1조, 18조). 그러나 한국의 현행법은 1) 오히려 영업비밀 보호가 원칙이고 노동자는 장관이 인정할 때만 이를 확인할 수 있으며 2) 법원에 가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영업비밀이라 주장하기만 하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영업비밀에 매우 관대한 규정 때문에 지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상당 부분은 영업비밀이라는 한 단어만 적힌 채 공란으로 비어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가 제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는 알 권리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져 있기는 하다.)

두 번째,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의 부재의 문제이다. ILO는 화학물질 협약과 관련한 3번의 지적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모두에서 정부의 책임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였는데, 그렇게 계속 같은 지점을 확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안전은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단순히 적어두는 것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작업장에서의 안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관계 당국은 그런 태세가 되어있는지 의문이다. 한참 부족한 특별관리물질 리스트 등을 볼 때 계속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책임을 맡은 명확한 기관이나 부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있다면 제대로 운영되는지도 의문이다. 화학물질과 관련한 정부의 사업장 검사에서 법 위반율이 절반을 넘는 기괴한 현상은 단순히 과태료 인상이나 더 조사하겠다는 다짐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안전에 대한 정부의 중요도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고, 적절한 정부 기관과 인력, 제도가 준비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화학물질 협약을 우리 정부가 비준한 지는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들 협약의 비준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비준한 협약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사실 한국 정부는 ILO 170호 화학물질 협약에 대해서만 지적받은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 분야에서 비준한 모든 협약에 걸쳐서 지적을 받아왔다. 심지어 협약의 거의 모든 조항에 지적사항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그 개정안 이후에도 산업안전 제도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관한 검토] 개별 노동자에게 정보 접근권을! 소득 보장되는 작업전환을! - ILO 162호 석면 협약 검토 / 2018.04

개별 노동자에게 정보 접근권을!

소득 보장되는 작업전환을!

- ILO 162호 석면 협약 검토

최민 상임활동가


석면은 일찍부터 잘 알려진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는 1973년 석면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평가했다. 하지만 열에 강하고, 부식이나 마모가 잘 안 되고, 보온성이 좋아 20세기 내내(국제암연구소의 평가 이후에도) 산업적, 상업적으로 널리 이용됐다. 세계보건기구는 2006년에도 매년 1억 2천5백만 명이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작업 중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의 건강상 위험을 예방하고, 석면 사용을 통제하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1986년 석면 협약을 채택했다(ILO 제162호 협약). 

한국은 2007년 이 협약을 비준했으며, 이후 단계적으로 석면 사용을 금지해오다, 현재는 모든 석면, 석면함유제품의 제조, 수입, 양도, 제공,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미 석면 사용이 금지됐는데도, 이 협약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전에 사용된 석면에 뒤늦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건물을 철거하는 건설노동자나 폐선박을 수선·정비하는 노동자의 경우다. 또, ILO의 석면 협약은 1조에서 ‘노동자의 석면 노출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 적용하고 있다. 즉 석면을 직접 다루는 일을 하는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업무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경우 모두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석면과 전혀 관련 없는 제조업 노동자가 낡은 공장 설비에 포함된 석면에 노출되거나,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가 사용된 학교에서 일하던 교사 등 노동자의 경우가 해당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석면함유물질 가공 등의 업무 외에도, 건축물이나 설비의 천장재, 벽체 재료 등의 손상이나 노후화로 석면 분진이 발생해 노동자가 노출될 우려가 있을 때 조치를 취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석면 노출과 관련돼 작업환경 측정, 노동자 건강진단, 석면 폐기물 처리, 보관 용기 및 작업복 관리까지 매우 자세하게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ILO 협약의 중요한 원칙을 빠뜨리고 있다.

첫째, 적극적 주체로서의 노동자다. ILO 협약은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사업주로 하여금 작업장 공기 중 석면 먼지의 농도를 측정하고, 공인된 방법으로, 주기적으로 노동자의 석면 노출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산업안전보건법도 보장하는 바이다. 그런데, ILO 협약은 ‘관련 노동자들과 그 대표자, 감독기관은 이러한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또는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는 경우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해 설명회 등을 열도록 하고 있고,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는 경우’ 근로자 대표가 입회하게 돼 있을 뿐이다. 개별 노동자들이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꼭 석면 노출 기록뿐 아니라,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정보에 개별 노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건강 검진 시행 관련 원칙이다. ILO 협약은 석면의 사용과 관련한 노동자 건강검진은 노동자 소득에 손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무료여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하면 근무 시간 중에 행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특수건강진단은 사업주 부담으로 진행되지만, 근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는 흔히 볼수 있다. 야간작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검진을 받고 나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간혹 휴가를 사용하고 검진을 받는 노동자도 만날 수 있다.

또, ILO 협약은 건강 진단 결과 석면에 대한 노출이 수반되는 작업에 계속 배치되는 것이 의학적으로 권할 만하지 않은 경우, 관련 노동자에게 ‘그들의 소득을 유지하는 별도의 수단을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의 상황과 관행에 부합하는 모든 노력’이 행하여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모든 특수건강진단에서도 검진한 의사가 작업 전환 등을 권고할 수 있지만, 고용을 보장한 작업 전환의 강제력이 없어 현실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다. 특별히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받는 진폐 환자의 경우에만, 지방고용노동관서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장이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노동자에게 작업전환조치를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있지만, 진폐로 인한 9급 이상의 장해등급 판정 등 비교적 진폐가 심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석면뿐만 아니라, 분명한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건강진단 결과에 따라 고용이 보장된 작업 전환을 강제하거나 노동자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의 상황과 관행에 부합하는 모든 노력’이 행해지는 것이 노동자 건강진단과 관련된 분명한 원칙으로 법에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보호구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다. 이 역시 비단 석면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ILO 협약은 사업주에게 작업장 내 석면 노출 기준이 반드시 준수되도록 하고, 노출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최저 수준으로 줄이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조치를 취했는데도, 석면 노출이 여러 가지 노출 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 사업주는 적합한 호흡용 방호 기구와 특수방호복을 근로자의 비용 부담 없이 적절하게 제공, 유지, 교체해주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호흡용 방호 기구는 ‘보조적, 일시적, 비상시 혹은 예외적 조치로만 사용되고 기술적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작업장 유해요인은 덜 위험한 요인으로 대체하거나, 최대한 격리하는 등의 공학적 제어를 우선으로 하고, 보호구 사용은 ‘보조적, 일시적, 비상시 혹은 예외적 조치’로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장 손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보호구 착용’이 작업환경 개선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ILO 석면협약에서처럼 작업환경 제어에 대한 원칙을 법적 수준에서 명시하는 것이 작업 현장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야간 노동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 ILO 제171호 야간노동 협약 검토 / 2018.02

야간 노동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 ILO 제171호 야간노동 협약 검토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 우리 노동시간센터는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정상적인 생체리듬이 방해받아 다양한 증상과 질병이 생기는데 가장 흔한 문제인 수면장애와 이로부터 이어지는 우울과 불안,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기에 발생되는 소화기계 질병, 오랜 기간 야간노동에 종사할 경우에 높아지는 유방암, 뇌심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 본인의 손상뿐만 아니라 대형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기 어렵고 사회의 시계와 맞지 않는 시계에 맞춰 살다 보니 삶 자체가 피폐해지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의 측면에서 야간노동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공의 안전과 돌봄, 사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공정의 특성상 연속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재 한국의 야간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는 매우 미흡하다. 한국에서 아직 비준하지 못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의 야간노동협약을 검토함으로써 앞으로 야간노동 규제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야간노동 관련 법적 규제

근로기준법에서 야간노동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임금의 가산 :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 보상 휴가 :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야간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갈음하여 휴가를 줄 수 있다.

- 야간노동의 제한 : 18세 이상 여성의 야간근로는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함.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는 야간근로를 시키지 못함 (예외 : 18세 미만자와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야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 6개월간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하여 계속되는 8시간 작업을 월평균 4회 이상 수행하는 경우

-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의 시간 중 작업을 월평균 60시간 이상 수행하는 경우


ILO 야간노동협약 시사점

1) 야간노동자의 건강 보호

ILO 협약에서도 야간노동자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이상이 있을 경우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중에 특히 제6조에 명시된 야간작업 부적합 시 가능한 유사직종 전환, 급여 보전, 해고로부터의 보호 조항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도 야간작업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수행되고 있고 건강진단 의사는 이상자에 대해 “작업전환”을 사후관리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작업전환이 가능한 경우가 거의 없고 만약 그렇게 일자리를 잃게 되면 열악한 복지제도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하기 때문에 건강진단 의사는 소신껏 작업전환을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문제로 야간노동이 어려워진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훨씬 강화되지 않는 한 현재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은 그 한계가 너무나 크다.

2) 야간노동과 모성보호

한국에서도 18세 미만과 임산부에 대해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있듯이 (물론, 예외조항 덕택에 완벽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간노동에서의 모성보호는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7조) 무엇보다 임산부에 대한 최소 16주 이상의 필요한 기간에 대해서 예외 없이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중요한 차이점이다. 또한, 소득과 기타 직책, 승진기회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다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스스로 야간노동에 ‘동의’하는 임산부들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3) 노동자의 협의 하에 계획되는 야간노동

ILO 야간노동협약에서는 사용자가 야간노동을 계획할 때에는 도입 이전에 노동자대표와 세부사항을 협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제10조) 한국에서도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교대제에 대해 노사협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제한적인 사례로 일반적으로 근무형태를 정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간노동과 같이 노동자의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데에서는 ILO 협약에서 규정하는 대로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에 ILO 야간노동 협약이 중요한 시사점들을 주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의 앙상한 조항을 볼 때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것은 참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도 가이드라인이 주어져 있으니 이를 향해 개선되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ILO 협약에서도 야간노동 자체를 줄이는 문제는 깊이 다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야간노동의 피해를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야간노동이라는 원인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 2018.01

‘ILO 제47호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의 내막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은 여전히 OECD 연평균 노동시간 1, 2위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의 나라다. 이런 나라가 ILO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을 비준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가 근대산업의 특성인 급속한 기술적 진보의 혜택을 가능한 한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매우 간단한 협약이고 1935년에 채택된 매우 오래된 협약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무거움 때문에 실제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ILO 187개 회원국 중 15개국에 불과하다. 심지어 OECD 소속 유럽 국가로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만 비준한 상태이다. 한국은 이 협약을 2011년에 비준했지만, 비준 이후에도 연평균 노동시간이 무려 2,113시간으로 1위 멕시코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연평균 노동시간과 비준조차 하지 못했던 다른 OECD 국가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그림 1>을 통해 확인해보자. 연평균 노동시간 2위 국가의 주 40시간 노동 협약 비준이, 얼마나 낯 뜨거운 일인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망신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까. 일반적으로 국제협약을 비준하면 그로부터 1년 이내에 그 협약이 실정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그 때문에 국제협약 비준 이전에 이에 대한 입법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2010년 이명박 정부도 이를 위해 ‘주요 ILO 협약의 비준을 위한 국내 법제도 비교 검토’라는 연구보고서를 한국노사관계학회에 의뢰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ILO 제47호 협약에 대해 ‘협약의 취지나 목적이 구체적인 기준의 제시가 아니라 원칙의 승인과 적용의 확대를 통한 보편적 기준으로의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현행법 기준으로도 충분히 비준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협약에 자세한 규제 내용이 없이 원칙만 있고 한국의 근로기준법 제50조에 주 40시간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 68시간 노동을 인정하는 행정해석, 그보다도 더 긴 노동시간을 인정하는 광범위한 특례업종, 간주시간제, 감시, 단속 노동 등의 현실을 두고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 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하겠다는 제 47조 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2010년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의 개최, 한·미 및 한·EU FTA 체결에 구색맞추기로 마구잡이 ILO 협약 비준을 진행하며 제47조 협약까지 비준했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1,368시간에 불과한 독일도 비준하지 못한 협약을 말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ILO 기본 협약을 2019년까지 모두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협약은 제47조 협약과 달리 내용도 구체적이고 비준 후에도 ILO로부터 꾸준한 감시를 받기 때문에 비준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오기만 한 비준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비준이 그 취지에 맞게 이행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는 제47조 협약의 비준 상황과 같은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미 비준된 제47조 협약은 더는 부끄럽지 않게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모든 종류의 노동에 있어서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기 위하여 계속적 노력을 하고’,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제 원칙을 승인’한 국가로서 노동 시간 기준 제외 업종 및 연장노동을 모두 폐지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68시간 행정해석의 폐지, 특례업종 대폭 축소, 간주시간제 및 감시, 단속 노동에 대한 기준 재설정 등은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노동자 건강 관련 ILO 협약을 살펴보기에 앞서 / 2017.12

노동자 건강 관련 ILO 협약을 살펴보기에 앞서

콜라비 선전위원

 

연구소에서는 올해 3월부터 회원 몇 명이 팀을 이루어 안전보건 관련 국제적 기준을 국내 현황과 비교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유럽과 북미 여러 국가의 교대제, 노동시간 관련 기준을 살펴보았고, 그 내용을 일터에도 실었다. 

이어서 다음 과제로,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중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협약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 정부에서는 ILO4개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87, 98) 강제노동 철폐(29, 105) 등을 비준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에는 UN에 구체적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ILO 협약 189개 중 한국은 29개를 비준한 상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이 61개임을 생각하면 양적으로 뒤처지는 데다, 질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ILO 협약 중 그야말로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1 8개 중 4, 우선적 비준을 권고하는 거버넌스 협약(governance conventions) 4개 중 1개를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로 지목되어온 이유다. 

물론 ILO 협약을 비준한다고 해서 한국의 노동 현실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47호 주 40시간 근로 협약에 비준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며, 주 노동시간 40시간은커녕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한국이 비준한 협약 중 아동노동 관련 협약인 제182호는 아동에게 심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아동노동의 범주는 만 18세 미만이고, 한국의 고등학생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달 제주의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중 사고로 사망한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협약 비준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감시와 촉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팀에서는 한국이 노동자 건강과 관련해 비준한 협약과 비준하지 않은 협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비준하지 않은 협약과 국내법을 비교해보고 비준을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될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비준한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따져보기도 할 것이다. 먼저 다음의 표에 제시한 노동시간,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약을 먼저 살펴보고, 그 외 아동노동 및 청소년의 보호, 모성보호, 사회보장 관련 협약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그 내용 역시 일터를 통해 알리려 한다. 많은 분의 관심과 의견 부탁드린다.



(1) 중요성 내지 지위를 기준으로 하면 ILO협약은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 거버넌스협약(governanace conventions), 전문협약(technical conventions)으로 구분된다. 기본협약은 1998년 “노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들과 권리에 관한 선언(기본원칙 선언)”에서 열거한 4개 원칙(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금지)과 관련된 8개 협약이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 2017.10·11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권종호 선전위원


#1 마타와 존은 만 12세, 만 10세, 만 5세, 6개월의 네 아이의 부모로, 마타는 치과 간호사, 존은 자동차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마타는 주 2일 16시간, 존은 주 4일 36시간인데 하루 9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는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직 아기인 막내는 하루는 보육시설에, 하루는 존과, 나머지는 마타와 함께 보내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존이, 다른 하루는 할머니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부터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한 시간 반 정도 돌봐주고 있다.

#2 아나와 케이스는 만 5세, 만 3세 두 아이의 부모로, 아나는 사회복지 기관장의 비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12시간 일한다. 목요일 하루는 종일 근무로 8시간 일하고, 4시간은 자택 근무를 한다. 목요일 하루는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일하고 있는 케이스가 아이를 돌본다. 이 부부는 둘 다 당분간 이렇게 육아휴가를 파트타임으로 받아 사용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끝날 때는 육아휴가를 다 쓰고, 둘 다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

#3 여름방학 후 부터, 아나는 주 2일 종일근무 16시간에, 자택근무 4시간을 해야하고 케이스는 주 5일 근무를 해야 한다. 아나가 근무하는 주 2일은 엄마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조금 늦게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는 대신, 아빠가 이틀 일찍 퇴근을 하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인 3시 30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오기로 했고 직장에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일찍 빼달라고 신청한 상태이다.

이상은 네덜란드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례다. 유연한 노동시간 제도와 노동시간에 따른 차별의 금지 조항 등을 통해 기본적인 보호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육아를 위한 시간에 자율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독일, 영국, 핀란드 등의 근로 기준 관련 법률을 살펴보면 일·가정 양립에 관한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를 입양했다면 입양된 아이와 부모의 적응을 위해 2주에서 4주의 입양 휴가를 주게 되어있는 것, 미성년자 혹은 직업 교육 중인 자가 출산한 경우, 낳은 아이의 조부모가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게 하는 것, 노동자가 임신했음을 알리면 고용주가 노동자의 업무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이나 작업 전환 등을 시행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들에게 이러한 사례와 제도는 꿈같은 이야기다. 맞벌이하던 부부는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지 종일 육아 시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빠의 육아 휴직도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인사상의 불이익과 경제적 어려움을 생각해 쉽게 포기해버리게 된다. 육아휴직을 적절히 사용한다 하더라도 1년이라는 기간 자체가 매우 짧아 네덜란드의 사례와 같이 일상적인 단시간 노동이나 출퇴근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육아를 위해 퇴사나 종일 보육 위탁을 결정하게 된다.

한국의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별도의 법을 통해 꾸준히 발전되어 가고 있고, 임신한 노동자에 대한 보호도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행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74조의 2. 태아 검진 시간의 허용'을 보면 임신 중 태아 검진과 관련된 시간을 임금 삭감 없이 확보해주도록 되어있고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은 연차 사용을 강요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4년부터 같은 법 74조 7항에 임신 중 일정 기간 동안의 매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도 임금 삭감 없이 가능하도록 명시했지만 이에 대한 신청도 시행도 거의 되지 않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은 부족사회를 한참 벗어난 현대사회에서도 아직 통하는 진리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온 마을이 아닌 사회와 제도가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2014년 한국 노동연구원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 연구원은 "영유아 자녀 양육지원,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 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의 차이뿐만 아니라 제도 사용이 가능한 기업문화와 육아·가사가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가진 선진국은 높은 고용률과 함께 출산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의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 마을의 노력이란 이런 것이다. 단순한 제도의 차이에 더해 사용 가능한 기업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나아가 노동 시간으로 차별받지 않으며 유연한 변경이 가능한 노동 시간 제도의 적용 등 아이의 양육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가야 할 것이 많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 2017.9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내 노동시간 기록에 대한 권리가 내게는 없다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한 IT 노동자는, 10년간 일하던 중 계속된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걸려 폐절제 수술까지 받게 됐다. 큰 수술 후 복귀했지만, 그 다음 해까지 완쾌되지 않아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회사는 수술한 이듬해, 휴직 상한기간 1년을 채운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까지 당하고 나니 억울했다.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고 폐 절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점을 입증해 산재 인정을 받고자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면역력이 떨어질 정도로 과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해고까지 한 회사가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적지만 1천 427시간의 시간외근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간외근로를 강요당했다는 점을 입증한 1심 판결 이후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단의 심사 결과는 요양불승인 처분, 결국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았다. (2016.6.2. 서울고법, “폐 잘라낸 SW개발자 산재 인정하라"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602151425)

올 해 5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법정 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체불이 대대적으로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전체 노동자 3250 명 중 2057 명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체불된 연장 근로수당은 44억 원이나 됐다.

그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던 회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기록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건물 출입 기록 880만 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찾아내 분석해서 잡아낸 것이다.

이 팀은 파리바게뜨에서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사건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임금을 떼먹던 회사 내 별도의 서버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찾아낸 것이다. (2017.8.6.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 노동법 위반 꼼짝 마)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5733.html)

노동시간 기록과 보관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 노동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다. 체불임금, 불법적인 연장근무 적발을 목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고 버티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적발할 수 없다. 건강 문제때문이든, 떼어먹힌 임금 때문이든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 노동시간 기록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위 두 사례는, 체불임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본인의 장시간 노동을 밝혀내고 인정받은 노동자의 노력과 신기술로 무장한 성실한 공무원에 의해 장시간 노동 실태를 숨기려던 회사의 장막을 거둬낸 사례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두 사례를 미담으로 기억할 것인가? 애초에 노동시간 기록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나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는 없을까?

노동시간법을 따로 제정하여 노동시간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기록을 2~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은 각각의 노동자가 노동한 시간, 그에 해당한 보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은 정규 노동시간, 연장근로 시간, 일요일 노동시간, 초과 노동시간 등을 모두 분류해서 기록해둬야 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보수도 따로 기록해둬야 한다. 기록 보관 기간은 2년이다. 영국의 경우는 최대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시간을 따로 기록을 남겨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도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 시간을 기재하고, 이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를 표시한 노동자의 목록도 작성해서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기록된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예방으로

기록과 보관은 활용을 위해서다. EU 노동시간 관련 가이드라인은, 각 나라에서 국내법으로 이런 노동시간 기록을 법적 의무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노동부 등 관할 주무 기관의 감독 하에 두도록 권유하고 있다. 관할 주무 기관이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의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보관할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도록 미리 제한한다고? 과로로 산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노동시간 기록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려고 해도 노동시간 기록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어떤 상황이 더 적절할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