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어떤 의사든 손쉽게 직업성 중독 보고할 수 있어야 (매일노동뉴스)

대학병원 내과 교수로 일하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화기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급성 전격성 간염으로 입원했다는 것이다. 전격성 간염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이전에 간기능이 정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간기능이 저하돼 혈액 응고장애와 간성 뇌병증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경우를 말한다. 또 다른 한 명은 그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역시 급성 간염 증상을 보여 함께 입원해 있다고 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439

[칼럼]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가 답이다

https://weeklysafety.blogspot.kr/2017/08/blog-post_2.html


노동시간 특례 업종 축소 논의에 반대합니다.

노동시간 특례는 폐지가 답입니다.

사회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기준으로 정책과 법률을 구성하는 사회라면,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법 따위는 없어야 합니다. 게다가 그 제도로 이미 많은 생명이 스러지고 있습니다.

폐지를 위한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할까요?

[언론보도] "당신의 환자가 아픈 이유, 직업 때문일 수 있다"

“당신의 환자가 아픈 이유, 직업 때문일 수 있다”<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 저자 최민·김대호 전문의,가 동료의사들에게 바라는 당부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5040


이 책의 공동저자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와 근로복지공단 직업성폐질환연구소 김대호 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앞선 청년과 같은 사례들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때문에 “근로환경으로 인해 병이 발생할 수 있음”을 동료의사들도 인지토록 하고자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평] '험한 일' 없는 세상 만들기 -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http://en-movement.net/45


느낀 바가 있으니 바로 실천해야겠습니다. 항상 세척장 일을 끝내고 나면 피부가 좀 벗겨지기도 하고 가려웠습니다. 그동안은 찬물로 씻고 말았는데 새삼 식기세척장에 놓인 세제에 뭐가 섞여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성분표 사진을 찍어놓고 병원에 한 번 가볼까 합니다.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운을 떼야겠습니다.

“저 식기세척장에서 일하는데요.”  

[매일노동뉴스]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나?④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906


경비직, 24시간 맞교대, 60~70대, 뇌심혈관계질환의 과거력, 퇴직 후 재취업, 수면 부족….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이 시행된 이후로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노동자들을 진료실에서 보는 일이 많아졌다. 한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이분들의 삶이 상당히 고단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이 중첩된 상태라니 그 고단함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러한 고단한 삶을 이루는 바탕에는 24시간 맞교대로 대표되는 초장시간 노동이 존재한다. 주 84시간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은 노동강도가 매우 낮은 ‘감시·단속업무’라는 이유로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근무 중에는 잠을 못 자도록 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곳이 있을 정도니 열악한 근무 환경 이야기는 일일이 할 필요도 없다.


[서평]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공장에서 사고나도 119 안부르는 사장, 이런 이유가

[서평] 의사들의 직업병 추적기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이언주 의원의 말처럼 "그냥 돈 좀 주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식사가 차려지는 일은 없다. 노동자의 수고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는 때때로 이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이런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나온 책이 <굴뚝 속으로 걸어간 의사들>이다.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 나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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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출범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기획하고, 직업환경의학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쓴 책이다. 노동자들이 겪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분석하고, 그들의 근로 환경에 대해 추적하는 책이다. 산업재해 현장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다.

http://omn.kr/nsdp

[경향신문] 의사들 '탐정'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072252005&code=9401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072224015&code=940100


최근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이란 책을 펴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1년 새 두 번이나 동료의 산재 사망을 목격한 후 공황장애에 걸린 70대 노인, 응급실 의사도 부검의도 원인을 찾지 못해 돌연사로 묻힐 뻔했던 23세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죽음, ‘뭘 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열차를 세운 후 ‘제발 발을 먼저 발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수색한다는 열차 기관사들…. 노동자가 아프고 죽는 것은 그들이 나약하거나 부주의해서가 아니다. 위험한 직업을 택하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판사, 의사, 사무직, 누구든 일 때문에 죽는 세상이다.


[매일노동뉴스]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은 필요조건·배제기준이 아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613


의학적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된 인정기준은 비록 미흡하더라도 그 취지상 당연인정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기준에 미달하면 업무 관련성을 아예 부정하는 업무상질병 배제기준 또는 필요조건이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면 별도의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바로 승인하는 당연인정기준, 충분조건으로 여겨야 한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관절염은 나이 때문이라고요? /2016.1

관절염은 나이 때문이라고요?


백리마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50대 후반의 조선소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위해 찾아왔다. 손을 보니 누가 보더라도 엄지손가락이 이상하다고 눈에 띌 정도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니 쇠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 주조작업을 약 37년간 수행하면서 크레인 리모컨과 콘트롤박스의 버튼을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누르는 작업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힘을 주어 버튼을 누르다 보니 엄지손가락이 정상적인 위치를 벗어나서 탈골되고 또한 심한 관절염이 있는 상태였다. 이 환자는 엄지관절염으로 산재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고 요양 중이다.



관절염은 많은 사람이 직업병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관절 중에서 관절염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는 무릎관절로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은 확실히 나이 증가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다. 그리고 비만할수록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나 직업적으로도 충분히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중량물을 많이 취급하는 경우에는 무릎 관절염이 조기에 발생할 수 있다. 대개 무릎의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을 하는 시기가 60대 후반, 70대가 일반적인데 노동자들의 경우 50대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실은 관절염도 직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무릎을 제외한 관절에 류머티스 관절염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였다면 그 관절염은 직업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표적으로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이다. 2014년과 2015년에 모조선소에서 팔꿈치 관절염이 있는 작업자 7~8명이 산재신청을 한 결과 전원 승인을 받은 바도 있다.


특히 팔꿈치에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로서 이런 부위에 관절염이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팔꿈치의 사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지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경우 직업병을 의심하고 일단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업무 관련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무릎의 경우에는 직업병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릎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면서, 체중이 비만하지도 않은데 40대 혹은 50대 같이 조기에 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 직업병임을 의심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쪼그려 앉아서 일하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는 작업, 계단을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작업,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취급하는 작업의 경우 직업적으로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킬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관절염은 직업병이 아니다 혹은 산재 신청해도 승인이 안 된다는 식으로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관절염으로 인공관절을 하는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공관절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재승인을 받는 경우에는 인공관절 재수술 비용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산재승인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절염은 팔다리 같은 부위뿐만 아니라 척추관절의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협착증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에도 적용된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척추 관련 질환의 경우 퇴행성이란 글자가 붙으면 승인을 잘 안 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신청 전에 전문가와 긴밀한 상의를 할 필요가 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2015.7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얼마 전 반가운 산재 승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심 재판까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사안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인정되어 승인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늦여름이나 초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만 23살의 젊은 하청 노동자의 '돌연사' 건으로 연락이 왔다. 그는 8월 한여름 낮에 조선소에서 작업하던 도중 혼자 쓰러진 상태로 동료 작업자에 발견돼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담당 의사는 심근경색을 사망 원인으로 의심했고,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기에 그쪽으로 가능성을 두고 있었으나 국과수의 부검 결과 뇌심혈관계 질환의 가능성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의사 선상, 뭐라도 쫌 방법을 찾아보소! 어떻게 안 되겠능교?"

 

부검 소견으로 산재의 가능성도 멀어지는 듯해 답답한 마음에 내게 연락을 넣었던 모양이었다. 부검 소견상 사인은 불명이었지만, 응급실 진료 기록상 간 수치가 높아서 급성 간 부전에 의한 사망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언급은 있었다고 했다.

 

당일 오전까지도 멀쩡하게 일하던 젊은 노동자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급성 간 부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았지만, 간 효소 수치가 급성 간 부전을 언급할 정도로 높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열성 질환(열사병)의 경우에 간 효소 수치의 급격한 상승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뭐라도 '쫌' 해봐야 했다

 

최초 발견 후 후송된 응급실 진료 기록 전체, 부검 소견서, 과거 건강 검진 기록을 다시 검토했다. 최초 발견자의 진술을 다시 확인하고 고인이 일하던 조선소 현장을 찾아갔다. 그의 일은 선체 외부 용접을 하기 위해서 선체 안에서 용접할 철판을 100~120도까지 예열하고 용접이 잘 이뤄지도록 백킹제라는 것을 탈부착하는 업무였다.

 

그가 쓰러진 날은 8월, 한여름 낮의 날씨는 작업장의 열기를 더했을 것이다. 열사병의 가능성은 컸다. 그러나 열사병의 경과로는 너무 급작스러운 사망이었다. 의료 기록에서 응급 검사 기록상 높은 간 효소 수치,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으로 의심했던 심근 효소 수치의 증가(열사병의 경우에도 심근효소 상승 이 있을 수 있다)를 확인했다. 이 역시 열사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역시 발견부터 사망에 이르는 시간 경과상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은 적었다.

 

그러나 최초 도착 시 질식 상태에 대한 언급, 응급 간호 기록지에서 기도 흡인을 할 때 음식물이 배출됐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최초 발견자가 말했던 구토의 흔적이나 얼굴이 검게 돼 있었다고 언급한 정황과 맞춰보면 기도 폐색으로 인한 질식의 가능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열사병으로 그렇게 이른 시간에 사망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고, 또한 정상적인 경우라면 술에 취하거나 뇌 손상도 없는 젊은 성인 남자가 구토로 질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열사병으로 활력과 의식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구토라면 다르다.

 

"열중증(열사병)으로 인한 활력 및 의식 저하를 동반한 구토, 구토물의 기도폐색으로 인한 질식사"가 의심됐고 기존의 문헌 자료 검토와 의무 기록, 현장 검토 기록을 첨부해 업무와 관련한 사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업무 관련성 평가 소견서를 작성했다. 그 건이 다행히 산재로 인정되었다.

 

필사의 노동, 목숨까지 앗아갔다

 

근간의 일 중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먼저 젊은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외로운 죽음이 업무와 관련된 것이었음이 입증된 것이 중요한 의미이다. 남겨진 가족에게는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 직업환경의학을 하는 의사로서의 작은 의미와 보람을 일깨워준 일이기도 하다.

 

응급실에서 처음 고인을 접한 의사 의견도, 국과수 부검의의 의견도 의학적 사실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으며 그들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고인의 직업과 일을 돌아볼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그 죽음의 진짜 원인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인은 열사병, 기도 폐색이면서 또한 원·하청 제도이기도 하다. 그것을 밝히고 이야기하는 것이 직업 환경 의학 의사의 일이다.

 

8월 한여름 거대한 강철 구조물 안에서 벌어지는 필사의 노동. 조선소 하청 업체 노동자는 추천을 받아 직영으로 들어가게 해준다는 직영 추천제가 주는 작은 희망에 매달려 그렇게 일하다가 쓰러졌다. 스물세 살이었다. 고인이 남긴 휴대 전화의 문자 대화들을 보라. 이런 현실에서 빚어진 노동자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한 사망임을 밝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 열사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휴대폰에 남아 있던 문자

 

이런 애달픈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이제부터 할 일이다. 열사병에 이르게 하는 혹독한 작업 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며, 더불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줘야 한다. 어떻게든 직영이 되고자 가혹한 조건의 노동을 감내하고 휴식의 기회조차 내놔야 하는 현실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위협받기 마련이다.

 

다시 뜨거운 여름이 다가온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열사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맞서야 할 것은 무심한 태양이 아니다.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制度)에 있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 2014.5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되어 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병이 직업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역학조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활동에 포함되는 현장 조사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조사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한 담당자들에게 안내받아 다녀야 하는 경우가 흔한, 대기업 방문조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아픈 노동자가 일했던 혹은 일하고 있는 환경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형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질병과 관련될만한 유해요인을 탐색하는 것, 노동자들과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고 공장 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한 사장님들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뭔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도 이런 사업장 방문조사에서 만났던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5년쯤 전에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왔다. “반사원단 제조업체에서 MIBK(메틸이소부틸케톤)에 노출된 근로자의 독성간염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가 당시 요청되었던 조사의 제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이 ‘MIBK가 간독성이 있긴 하지만, 독성간염을 일으킬 정도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해당 노동자는 독성간염에 대한 치료는 마치고 회복한 상태였고, 사업장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여 자료검토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약간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였고, 노동자는 별로 사업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조사에 동행하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가벼운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떠나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새로 공장 지어서 이전했다고 하더니 역시 깨끗한 편이네!’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사원단’이라는 제품은, 자동차 불빛을 반사하여 어둠에서도 도로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들에 부착된 그 원단이다. 이 원단은 바탕 필름에 ‘글래스비드’라는 유리구슬 같은 것들을 촘촘히 붙이기도 하고 형광페인트를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형광페인트를 만드는데 섞어 쓰는 폴리우레탄수지 도료 통이 눈에 띄었는데, 구성성분에 “디메틸포름아미드(DMF) 60%”가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간독성물질이고 이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의 10년째 독성간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수차례나 발생해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독성간염 위험이 있는 디메틸포름아미드를 썼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도 해야 하고 특수건강진단도 해야 하는데 수십 년을 이 사업을 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단 직원이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주가 보내준 물질 정보만 보고 MIBK에 의한 독성간염이라면서 조사를 의뢰한 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상 신청을 한 노동자가 신기할 정도였다.


다시 찬찬히 사례를 보니 아주 전형적인 DMF에 의한 독성간염 경과를 보였다. 해당 근로자는 입사하고 바로 사업장이 이전하여 기계 이전작업, 청소작업 등에 투입되어 기계를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이틀간 형광도료를 바가지로 떠서 코팅기에 부어주는 코팅작업에 투입된 6일 후에 구토, 어지러움, 식욕감퇴가 발생하였고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다시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받으면서 독성간염은 완전히 호전되었다.


사업주에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분은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이 맞으니 직업병으로 인정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놓쳐왔던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제품의 특허출원도 자랑하고 사업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사장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수십 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럼 저기서 몇 년째 코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사람은 한 달도 일을 안 했다.” 한 번도 디메틸포름아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은 특이체질반응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출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이렇게 간염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였으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조사는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래에 있고, 다른 건 몰라도 DMF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정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안뉴스] 삼성전자 백혈병-직업병 해결 촉구 기자회견 (시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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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238

 

삼성전자 백혈병-직업병 해결 촉구 기자회견

 

유용준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이 삼성전자 측의 불성실한 태도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직업병으로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사과 ▲삼성전자의 합당한 보상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부의 산업재해 인정기준 완화를 촉구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 2014.2

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현재 50인 이상의 전임보건관리자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의사, 간호사 및 산업위생기사가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보건관리대행(이하 보대)을 받고 있다. 이 보대 업무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산업보건전문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다. 필자 역시 2년 전부터 지방의 소규모 보대업체에서 보대업무를 하며 100개가량의 사업장 노동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하지만 내가 만난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필요와 동떨어져 있는 형식적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보대의 주요 업무는 처방 및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건강검진결과를 토대로 하는 건강 상담과 간이검사(혈당, 혈압, 간이콜레스테롤 검사), 그리고 현장순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통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체감적으로 도움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검진 결과로 진단 가능한 질환에서 투약이 필요한 노동자를 병원에 의뢰하게 되거나,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으로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 특수검진 결과 관찰이 필요한 노동자(요 관찰자)들의 증상이 작업과 관련성이 있는지, 작업 전환을 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경우도 그렇다. 물론 후자의 사례는 전자보다 훨씬 적다. 어쨌든 현실에서 약물치료 의뢰는 위에 언급한 질환으로 제한되고 추적 상담 시에도 혈액검사가 제한되어 반복되는 생활습관 상담만으로는 만족감을 주기 어려워 노동자들이 정기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병을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작업 관련 증상을 가진 노동자가 알아서 상담을 받으러 오기 힘든 면도 있고, 짧은 상담시간 안에 유해공정 노동자를 모두 상담하기도 힘든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근무시간 내 상담을 기피하여 점심시간 내 상담을 계약 시 요구하는 사업장도 다반사인 현실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공적 서비스임에도 민간시장에 완전히 일임되어 있다는 것이다. 계약 주체가 사업주인 관계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서비스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와 맞물려 악순환한다. 그래서 많은 사업장에서는 노동부 감사에 대비하는 형식적 서류업무에 능숙하고 서비스 질과는 무관한 단가가 싼 보건대행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노동부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보건대행서비스가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업보건서비스 중 매우 큰 부분이라면 현재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상담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외래치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투약이나 정밀검사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니 어느 과로 가세요”라고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 1차 진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진료의뢰서를 의료진이 사용하도록 한다면 좀 더 책임 있는 의뢰가 되어 보대서비스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약물치료는 필요 없으나 관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한 내당능장애, 고지혈증 등의 질환에서는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검사 등의 혈액검사를 의료법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또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서는 뇌심혈관발병위험도나 심혈관위험지수 등의 성과지표를 사업장에 제공하도록 하여 성취정도 및 추이를 노동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현장 파악은 위생기사의 업무로 되어 있지만, 의사 역시 건강위험요인을 확인하여 적극적으로 상담에 이용하도록 현장 위험요인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생기사의 상태보고서 작성 의무를 의사에게도 부과해 건강위험요인 상태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성과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놓여 있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장 담당자를 만나는 간호사들이 계약 해지의 두려움으로 사업장 담당자들과의 관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업무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보대이용을 독려하는 사업주도 일부 있지만 이에 무관심한 사업주 역시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보대팀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이런 사업장에 검진결과마저 입수되지 않아 유소견자마저 파악되지 않으면 상담 인력이 없어 업무자체가 힘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전반적 변화나, 노동부의 보대업무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 변화는 ‘3자지불제도’나 ‘보대업체의 지역별 제한’과 같은 공공성 강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공공성강화 방안은 꼭 논의되어야 한다.

일단 당장에는 노동부의 치밀한 감시 감독과 체계적인 기관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만 상담을 강요하는 사업장 재제를 명확히 하고(현재의 갑을 관계에서 보대업체는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사업장의 무작위 감사와 노동자모니터링 방법이 유효하겠다),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며, 유소견자의 상담율이 일정기준 이하로 낮은 사업장 역시 재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또 보대 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지표와 같은 보대업무의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게 하고, 서비스 질 평가를 강화하여 질 저하가 명확한 기관은 업무정지와 같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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